총서《불멸의 력사》 3

        장편소설

 

 

                                     천  세  봉  

 

( 제 16 회 )

 

5

 

감방밖에선 지독한 눈보라가 쳤다. 감옥의 이쪽 저쪽 지붕에서 산같은 눈더미가 날아일어난다. 지붕의 눈이 와르르 무너져내리기도 한다. 경무청으로 옷보퉁이가 들어갔다는 소식이 그이의 마음을 아주 편안케는 만들지 못했다. 혹한과 눈보라가 여전히 가슴에 무게를 실어왔다. 그이께서는 마음의 안정을 얻을수가 없어 통기창밖으로 내다보다간 자꾸 감방안을 거니시였다. 감방밖 멀리에 있는 조국강토가 다 얼어들었을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 언땅우에서 2천만 민족이 어떻게 숨을 쉬며 살아낼수 있을가 하는 생각이 드시였다. 오학천의 편지구절이 또 생각나신다. 먹을게 없어서 보가지알을 구워먹고 죽었다는 아이들의 시체가 보이고 이른새벽이면 고무공장으로 선박제조소로 선창으로 나가군한다는 그 무언의 로동자대렬이 보인다. 헐벗고 굶주려 얼굴이 새까맣게 변해가고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지금 이 추위를 어떻게 이겨내고있는가. 아이들이 보가지알만 먹고 죽겠는가. 굶어죽고 얼어죽지는 않겠는가. 그리고 아이들만 죽어가고있겠는가. 어른들도 죽어가고있을것이다. 먹을게 없고 입을게 없다면 2천만 민족이 다 이 추위에 돌같이 굳어질것이 아닌가!

그이께서는 숨기가 없는 조국이 품에 날아와 안기는것 같은 생각도 드시였다. 감방안을 거니시다가는 또 뒤벽 통기창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신다.

오늘은 감방벽에 성에가 더 새하얗게 불렸다. 손가락으로 쭉 그어보면 벽이 얼음판같이 미끄러진다. 자신께서도 몹시 추우시였다. 홑양복이 사나운 겨울의 추위를 어떻게 막으랴. 머리와 눈섭끝에도 성에가 하얗게 불리였다. 눈섭끝의 성에를 문질러 떨구시면 또 이어 입김이 풍겨 성에가 달린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온갖 쓰라린 생각들과 추위를 물리쳐내며 사색세계를 더듬으시였다.

밤중에 책을 한창 읽으시는데 리간수가 감시창으로 와서 쪽지 둘을 디밀었다. 둘다 돌돌 만 쪽지였다. 쪽지 하나를 펴보니 차광수로부터 온 쪽지인데 채경이 일본령사관으로 랍치되여갔다는 사실이 적혀있었다.

《뭐? 일본령사관으로 랍치?》

그이께서는 너무도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쪽지를 재삼 읽으시였다.

 

김성주동무,

오늘 조직원들에게서 들어온 통보에 의하면 며칠전 밤중 순경부장 공가가 령사관 간책에 빠져 채경동무를 사형장으로 끌고나갔다가 령사관 경찰들한테 빼앗겼다고 합니다. 이것이 일제와 독군측 사이에 심각한 충돌과 결렬을 야기시킬수도 있다고 봅니다. 정세의 변화와 함께 독군도 한발자국 드티는것 같으므로 군중강연도 조직해볼가 합니다.

                                         차광수

 

그이께서는 아연해지시였다. 채경이 일본령사관으로 넘어가다니? 이게 정말 채경의 마지막을 예고하는것이 아닌가! 인제 저놈들이 지하실에 가두고 경무청이 졸경시킨 그 몇배로 사람의 숨통을 누르지 않을가. 지금 놈들이 만주를 향해 칼집에서 칼을 뽑아든 정황인데 저 지하실에서 하루아침에 몇백명이라도 없애치울수 있지 않을것인가!

김성주동지께선 격분해서 감방안을 빙빙 도시였다. 뭐가 뭔지 눈앞에 검은 장막이 닥쳐들어 캄캄하게 펼쳐진것 같은 느낌도 드시였다.

그이께서는 얼마후에야 또 다른 쪽지를 펼쳐보시였다. 이건 또 천만뜻밖에 채경이 써보낸 쪽지였다. 경무청에 있을 때 써서 같은 류치장의 동무들에게 맡기고 나간 쪽지가 인제야 와닿았다.

 

김성주동무!

내 일로 하여 너무 걱정하지 말아주오. 나는 지금 혈전에서 쾌감을 느끼며 승리의 일로를 전진하고있소. 더 가혹해도 좋다, 잔인해도 좋다, 우악해도 좋다, 그런 주장이요. 진리를 틀어쥔 인간의 이 긍지, 이 힘, 이 의지를 꺾을 놈이 이 세상엔 없다. 이 의지, 이 힘, 이 신념은 천둥과 벼락을 쳐도 끄떡없을것이다. 이런 각오로 나는 나와 맞서는 어떤 원쑤든지 동물로 비하해보우. 그런 심장이기때문에 어떤 혈전속에서도 내가 떠는게 아니라 원쑤들이 내앞에서 떨고있소. 통쾌하고 통쾌한 나날이 흘러가고있소. 나의 굽힘없는 우뢰소리같은 힘있는 목소리를 보내는바이요.

                                                                  총총히 채경

 

그이께서는 쪽지 쥔 손이 떨리시였다. 당장 채경이 령사관으로 랍치되여간것이 아니라 적의 요새로, 더 삼엄한 적의 요새로 힘있게 진격해간것 같은 생각이 드시였다. 고마왔다. 이런 심장이면 경무청이면 어떻고 령사관 지하실이면 어떠리란말인가! 령사관 지하실이라고 겁을 먹거나 왜놈경찰들이라고 동물로 비하해보지 못할수 있을가! 정말 고마운 일이였다. 채경의 그 힘찬 글쪽지가 정말로 고마와 쪽지를 가슴에 대고 문지르시였다. 당장 차광수의 쪽지에서 받은 비통스러운 생각이 훌 날아갔을뿐만아니라 새로운 힘이 솟구치는것 같아 방안을 바삐 걸으시였다. 걸으시다간 문뜩 서기도 하시였다. 뜻하지 않게 새로운것을 보시였다. 아니 사색으로 모대기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으시였다. 이것이 사람의 힘이 아닌가. 그렇다, 바로 이것이 사람의 힘, 사람의 정신력, 사람만이 가질수 있는 신념과 의지력을 보여주는것이 아닌가. 바로 이것이 이 세상 만물과 구별되는 사람의 정신, 사람의 사상, 사람의 힘이며 무한대한 높이를 지향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가.

그리고 비단 채경이만 이렇겠는가. 이 시대 조선청년, 조국광복을 위해 모대기는 조선청년이라면 다 그럴수 있지 않은가. 지금 이 감옥에서 고통을 겪는 청년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 사람처럼 무한대한 능력과 만능당한 힘을 가지고있는 존재는 없다. 사람은 모든것을 지배할수 있는 유일한 능동적인 존재이다.

그이께서는 주먹으로 통기창 문턱을 치시였다. 그리고는 다시금 방안을 걸으시였다. 눈에선 이글이글 불이 일었다. 몸도 화끈화끈 열기를 뿜었다.

 

6

 

일본령사관 미야모도는 사태가 저들의 목적한바대로 되지 않고 공가가 류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여 사건전말을 다 부는바람에 아주 난처한 립장에 떨어졌다. 이 사건에 대하여 독군이 격분을 느낄수 있는데 그런자에게 자료를 뽑아 올려밀었대야 제 립장을 드틸수 있겠는가. 그러나 미야모도는 달리 이발을 악물었다. 독군이 여하한 립장에 서있던 김성주가 공산주의자라는것과 학생운동이 공산주의운동이라는 자료만 뽑아쥐면 령사관은 국력을 들이밀어서라도 독군을 압력으로 누를수 있다는 신심을 가졌다. 그래서 한시바삐 붙잡아온 채경의 입에서 자료를 뽑아내려고 매일 고문을 들이댔다.

오늘도 미야모도가 직접 고문실에서 경찰들을 둘러세워놓고 고문을 시작했다.

《그래, 여기를 또 읽어봐라!》

미야모도는 탁자우에 조그만 수첩 하나를 펴서 내대며 읽어보라고 했다. 채경은 수첩은 본척도 안하며 불이 이는 눈으로 미야모도를 쏘아보았다. 얼굴이 온통 붓고 피가 말라붙었는데 옷이란 전부 걸레쪼박같이 된걸 입었다. 그는 이 지하실에 와서는 입고온 새 양복은 입지 않았다. 정성스럽게 포개서 류치장구석에 놓아두었다가 밤에 덮고만 잤다. 그 눈물과 사랑의 옷을 피싸움하는 고문장에 입고 나가서 째놓거나 피투성이를 만들고싶지 않았다.

《어서 읽어봐!》

그제야 채경은 수첩에 시선을 던졌다. 수첩엔 이런 일기문이 있다.

 

4월 27일

오늘은 매우 감명깊은 날이다.

김성주동무가 나에게 새로운 진리를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한마디한마디 심장깊이 새겨서 들었다. 이 뜻있는 날을 장식하듯 저녁노을이 붉게 탔다.

 

《이 새로운 진리라는게 무어냐?》

미야모도는 손가락으로 수첩을 짚으며 물었다.

《난 모르겠다.》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는 수작이냐? 이게 네 수첩인데도 몰라?》

미야모도는 시꺼먼 눈섭이 꿈틀하며 사나운 눈매로 채경을 노려보았다.

《난 그런 수첩이 없었다.》

《무슨 허튼소리야? 그런 식으로 내밀어가지고 네가 고문을 이겨낼것 같애?》

미야모도는 책상을 치며 으름장을 놓는다.

사실 이 수첩은 채경이 간단한 일기문이나 인상깊던 일따위를 적어두군하던 수첩인데 이게 집이 수색당하던 때 놈들 손에 넘어가 경무청 공가가 자기앞에 펴보이며 심문을 했다. 그런 수첩이 언제 령사관놈들 손에 넘어왔는지 미야모도가 또 그걸 펼쳐보이며 따지고든다. 요행 수첩에 채경이란 이름이 없어서 채경은 자기 수첩이 아니라고 우겨댈수 있었다.

《그럼 또 하나 보자!》

미야모도는 또 채경의 앞에다 수첩을 내대며 읽어보라고 했다. 거기엔 이렇게 씌여있었다.

 

7월 3일

오늘은 북산공원에서 김성주동무가 학생들에게 이 시대를 파악하게 하는 중요한 연설을 했다 《3부통합》이란 완전히 진창속에 빠져들어가고있다. 민족주의운동의 참담한 말로이다. 그는 그 낡은 세력의 붕괴를 벌써 오래전에 예언하였다. 그것을 예언할수 있었기때문에 그야말로 독창적인 새 기치를 들고 나서게 되였다.

 

《이 독창적인 새 기치라는건 무어냐?》

《모른다.》

《모른다?… 제손으로 써놓구도 모른단말이지.》

미야모도는 아래입술을 비쭉 내밀며 랭소를 보냈다. 놈은 땀발이 서는지 손수건으로 기름기 번들거리는 목덜미를 한참 닦았다. 채경은 놈을 노려보며 은근히 배심을 주었다.

《자, 공산당 신사, 정직하게 대는것이 어때? 경무청 멍텅구리들이 따지지 못한 중요한 문제가 여기 다 있으니까.… 공연히 속일 필요가 없단말이야.》

미야모도는 수첩을 들어서 흔들었다. 확실히 득의만면한 표정이다.

《공연한짓은 너희들이 하고있다. 도대체 출처도 모르는 수첩을 내대고 누구를 공박하려드는 너희들이 어리석다.》

《흥, 궤변이 그럴듯하다. 너 그런 궤변으로 나를 속여낼것 같애? 여, 시작해!》

미야모도는 좌우에 서있는 경찰들에게 눈짓을 했다. 경찰 두놈이 채경을 매달자고 바줄을 끌어오자 미야모도는 비행기는 그만두고 계란을 먹이라고 했다. 그러자 사까이가 채경의 웃동을 잡아벗겼다. 채경은 가슴팍, 잔등 할것 없이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어깨팍의 상처가 제일 큰데 거기에선 진물이 흘렀다.

놈들은 웃동을 잡아벗기고는 소힘줄채찍으로 후려갈기기 시작했다. 채경은 채찍이 휘감기는바람에 용수철에서 튕겨나듯 벌떡 일어섰다. 그러자 어느새 미야모도가 달려들어 구두발로 아래도리를 걷어찼다. 놈은 볼따귀가 푸들푸들 떨었다. 자료를 아직 발가내지 못해 극도의 발광이 시작되였다. 채경이 비척하자 또 사까이가 구두발을 들여댔다. 채경은 이마에 피줄이 동해서 마주 발길질을 했다. 그저 될수만 있다면 이 야만들을 단매에 때려없애고싶었다. 채경의 발길질에 사까이가 게걸음을 치며 넘어갔다.

사까이는 엉깃엉깃 네발걸음을 하며 기여가더니 저편구석에 놓여있는 굵은 몽둥이를 들고 달려왔다. 놈들이 합세를 해서 채경을 란타했다. 채경은 종시 마루바닥에 태를 쳤다. 그러자 어느새 미야모도가 배우에 올라탔다. 사까이와 다른 한놈은 숨을 헐떡거리며 채경의 량팔을 움찍 못하게 눌렀다. 채경은 발을 버둥거렸으나 당해낼수가 없었다.

《이자식 바로 말해라! 너 그래 김성주가 공산주의자가 아니란 말이냐?》

미야모도가 멱살을 짓누르며 따졌다. 놈은 채경이보다 더 숨을 가쁘게 쉬며 이마에서 땀방울을 둘둘 굴리였다. 채경은 이발을 악물며 눈을 감았다.

《안됐어. 빨리 계란을 먹여라. 이쪽 겨드랑이부터…》

미야모도가 헐떡거리며 이렇게 말하자 사까이가 부저가락을 들고 난로로 다가갔다. 놈은 난로우의 설설 끓는 물통속에서 계란 한알을 부저가락끝에 꿰여들고왔다.

《이자식, 견디여봐라. 네가 실토를 안하고 견딜줄 알어?》

사까이는 우묵한 눈확속으로 땀이 흘러내려 긴 속눈섭을 슴벅슴벅하며 채경이의 겨드랑이에 계란을 밀어넣었다. 채경은 윽하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우쩍 들었다. 그러자 미야모도는 더 힘을 주어 멱살을 누르며 경찰놈들이 꼬아붙이는 채경의 팔을 짓밟았다. 채경은 견디기가 힘들어 또한번 윽 소리를 지르며 몸을 들썩했다.

채경은 삶은 닭알에 량겨드랑이를 다 데웠다. 그래도 입을 열지 않게 되자 미야모도와 사까이는 또 채경이를 바줄에 매달았다. 채경은 고문을 당하는 때마다 그러는것처럼 오늘도 종시 고문장에서 의식을 잃었다. 그뒤 어떻게 류치실로 끌려들어왔는지를 그는 몰랐다.

미야모도는 종일 자기 사무실에서 서성거렸다. 이때까지 경험으로 보면 공산주의자든 무어든 저 지경으로 고통을 가해놓으면 실토를 안하는놈이 없었다. 공포증때문에 몇마디 안물어 부는가 하면 두드려패면 아픔을 못이겨 불고 자기가 죽음의 문전에 서있다는것을 깨닫게 되면 생과의 리별이 서러워 땅을 치면서 불었다. 그런데 이놈은 무슨놈이 이런놈인가? 이 청년공산주의자들이란 전혀 종자가 다른놈들 아닌가? 이건 차돌멩이보다도 더한 쇠를 두드려 뭉그려놓은놈들 아닌가?

미야모도는 그저 빼앗아다놓으면 이어 실토할줄 알았는데 그게 안되여 한숨을 내쉬며 땀발을 씻었다. 저녁때가 거의 되였을 때 놈은 채경이 아주 죽어버리지 않았는가 해서 슬금슬금 지하실로 내려왔다.

수수떡빛같이 불그레한 촉광이 낮은 전등이 내려비친 류치장쇠살창가 거적때기우에 채경이 의식을 잃고 모로 쓰러져있다. 참혹한 몰골이다. 피가 흐르는 발가숭이 웃동에다 그래도 경찰들이 걸레쪼박같은 웃옷을 가리워주었다. 하반신바지도 온통 피에 젖었다.

미야모도는 정말 죽었는가 해서 허리를 굽히고 거적때기에 볼을 붙이고 모로 누워있는 채경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순간 놈은 눈이 커지고 온 상판이 일그러졌다. 숨기가 있는것 같지도 않는 얼굴의 입과 감은 눈가장자리에 웃음이 피여나있지 않는가. 볼에 보조개가 패이도록 웃는다.

《음, 독종이군.》

미야모도는 개탄하며 일어섰다.

지금 채경은 동심의 나라에서 애들과 함께 매미를 붙잡느라고 서로 나무에 기여오를 내기를 하고있다.

《매암 매암.》

《매암 매암.》

온통 매미소리천지다. 아득히 흘러간 여라문살나던 때 일이 그대로 펼쳐졌다. 참으로 꿈이란 신기한 화폭인것 같다. 이 무서운 생지옥속에서 이런 꿈의 화폭이 펼쳐질줄이야…

《매암 매암.》

《매암 매암.》

《얘, 여기두 매미 있다.》

《거기만 매미 있냐, 여기두 있다.》

애들이 떠든다. 서로 나무로 기여올라갔다. 채경이도 나무로 기여올라갔다. 그런데 옹지가 없는 매끈한 나무에 발바닥을 붙일수가 없다. 애 하나가 달려와서 발바닥을 받들어주었다. 그바람에 줄끔줄끔 힘을 쓰며 나무로 기여올라갔다. 눈앞에서 치마자락같은 은날개를 덮은 매미가 꽁무니를 달싹달싹하며 울었다. 채경이의 손은 매미에게로 다가갔다. 한곡조 다 울고 미임소리를 내자고 하는 찰나 채경은 잽싸게 덮치였다. 매미는 깨개객 소리를 내며 손바닥안에서 옴지락거렸다.…

고문장까지 갔다가 돌아오던 미야모도는 채경이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때엔 채경이 옴지락거리는 매미를 손바닥안에 쥐고 얼굴이 더 환해져 흰이발을 드러내며 웃는다. 바로 진리를 틀어쥔 인간의 위력을 시위하는 웃음이다.

미야모도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정신착란같은 현훈증이 일어남을 느꼈다. 눈을 꾹 감고 거친 숨을 내뿜던 그는 저도 어쩔수 없는 화김에 쇠창살을 구두발로 힘껏 내차고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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