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불멸의 력사》 3

        장편소설

 

 

                                     천  세  봉  

 

( 제 10 회 )

 

제  6  장

 

물을 건너가야 한다

 

1

 

지금 채경이는 감옥 심문실에서 검사의 심문을 받고있다. 마늘쪽같이 좁은 이마를 한 검사가 경무청에서 넘어온 조서를 앞에 놓고 앉아 음충한 눈매로 채경을 노려보며 심문을 했다. 이 심문실에선 사람을 매질하거나 주리를 틀거나 야만적으로 악다구니질을 하거나 하는 소란은 그렇게 없다. 그러나 이 방안에서도 역시 사람의 가죽을 발가내는것 같은 심문이 다른 방법으로 진행된다. 육체의 구속이 아니라 이모저모로 사람의 심리를 나꾸채고 찌르고 하는 심리전이 그것이다.

채경은 얼굴이 온통 부었다. 귀밑과 목언저리에 상처를 입었다. 쇠붙이로 그은듯 상처엔 기다랗게 덕지가 앉고 헤쳐진 교복깃안의 샤쯔가 피에 물들기도 했다. 교복도 온통 판이 났다. 소매가 한쪽은 절반이나 떨어져나가고 가랭이도 째져 너펄너펄했다. 어떻게 졸경을 시켰는지 몰골이 처참했다.

《말해보오. 법정학교에 공청원이 얼마나 있었소? 말하지 않으면 당신은 도로 경무청으로 넘어가서 더 혹독한 매질을 당할수 있소. 나도 당신을 동정하는 립장이요. 무엇때문에 또 주리를 틀리우겠소? 내 심정은 이 사건이 국법에 저촉은 되지만 학생사건인만큼 기소는 하지 말자는 심정이요. 그걸 알고 솔직히 고백하는것이 좋겠소.》

검사는 담배를 피워물며 채경을 달래였다. 채경은 대꾸를 안하고 두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는 이 로회한놈의 수작을 새겨볼 생각도 없었다. 그저 앞에 앉아있는놈이 꼭 경무청에서 자기의 팔목을 우악스럽게 비틀어올리며 갈비뼈에 무르팍을 괴던 기운이 황소같던 공가같은 생각도 들고 어두운 자기 집 뜨락에서 바위돌이 와서 부딪치듯 자기에게 첫 타격을 가하던 자라목을 한 키작은 순경놈같은 착각도 들었다. 인젠 이런놈들 묻는 수작에 신경을 써가며 대꾸하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도대체 그 순경부장이란 공가가 자기를 공산주의조직의 지도자가 틀림없다는 식으로 날조해넘긴 문건이 무슨 신경을 쓸 문건인가! 지금 검사가 아무리 되알지게 자자구구를 들여다보며 무엇을 확인하려 한대도 그것이 자기 입으로 불었거나 시인한 소리는 절대로 아니다.

공가는 배를 타고 목줄띠를 누르며 악악 소리를 질렀다. 어떤때는 부절로 지지고 오금밑에 네모가 진 나무토막을 끼우고 무르팍뼈가 물러나도록 짓누르며 문초를 가했다. 그러나 채경은 한마디 사실도 고백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채경을 감옥으로 넘기며 뒤에 붙여넘겨보낸것이 이 문건이다.

《그러지 말고 어서 말하오. 경무청에서 고백한 소리를 여기 와서 부정해나서면 죄가 더 엄중해지오. 법정학교에 공청조직이 있었다는건 당신의 진술 이외에도 드러난 자료가 얼마든지 있소. 그러니까 인젠 속일수가 없소. 법정학교 공청에 망라된 학생이 얼마나 되고 그것이 누구누구요? 그 이름들을 말해보오.》

《나는 법정학교에 공청조직이 있다고 진술한바가 없소.》

채경은 입을 떼며 얼굴을 들어 검사의 표표한 량미간을 쳐다보았다. 은근히 힘을 주는 심호흡때문에 두어깨가 움쑥 들리다가 서서히 잦아든다.

《거만스러운 소리 작작하오. 진술한바가 없으면 이 조서가 이리로 넘어왔을테요? 대장부답게 한 말은 했다고 하는것이 어떻소? 응? 그래 이게 허위란말이요?》

검사는 조서를 집어들어 흔들었다. 경무청 공가는 무엇인가 수십장 적어넘겼다. 조서속에선 명함같은 종이장들이 떨어져내리기도 했다. 채경은 또 대꾸를 안했다. 파고 심은 나무처럼 움찍 않고 앉아있다. 검사는 비수같은 시선으로 한참 좋이 쏘아본다.

《이것 보우. 당신이 생각을 고쳐 하는것이 좋을것 같소. 부저가락맛이 부족하다면 정말 도루 넘기겠소. 당신의 육신이 쇠덩어리는 아닐것이요.》

검사는 흘끔흘끔 상대편을 훔쳐보며 자리에서 움쑥 일어선다. 그는 밑창이 두꺼운 구두로 마루바닥에 소리를 내며 채경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경무청 고문실에서도 이따금 이런 무언의 시위를 하는놈이 있었다. 그러나 그까짓 시위에 속을 떨 채경은 아니였다.

채경은 유리창밖을 내다보았다. 유리창엔 먼지와 락엽이 날아와 덮인다. 육중한 벽때문인지 바람소리는 안들리고 뿌연 유리문밖의 소요가 꿈속처럼 내다보일뿐이다.

얼마후 검사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앉았다. 아까보다 낯빛이 좀 순해졌다.

《그럼 한마디 더 묻겠소. 당신은 제5중학교의 공청회의를 몇번 지도했소?》

《나는 공청회의를 지도한바가 없소.》

《그럼 5중학교의 공청원들을 만나서 어떤 지시를 몇번 주었소?》

《난 어떤 공청원도 만나서 지시를 준바가 없소.》

《그럼 제5중의 공청회의 문건에 당신의 이름이 적혀있는것은?》

《그건 경무청에서 5중학교 학생들도 내가 아니라는걸 주장했거니와 나도 내가 아니라는걸 명확히 말했소.》

《무슨 소리요? 법관을 희롱하는거요?》

검사는 책상을 치며 무서운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채경은 은근히 심장밑바닥에까지 숨을 들이그었다.

그는 단서가 명백한걸 아니라고 우기려니 갑절 힘들었다. 이것때문에 류치장에서도 자기와 제5중학교 학생들이 고문을 더 지독히 당했다. 5중학교 학생 한명은 거의 사경에 이른 몸으로 감옥에 이송되여왔다.

그러나 채경은 고문이 지독하다 해도 그까짓 단서는 문제로 삼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 조마조마한것은 놈들이 그 어떤 다른 깊은 단서라도 장악하고있지 않는가 하는것이였다. 무엇보다도 김성주동무와 관련한 그 어떤 자료를 쥐였다면 그것은 눈앞이 아뜩해지는 일이 아닐수 없었다.

《여보시오. 난 당신에게 한가지 묻고싶은 말이 있소.》

채경은 정중히 한마디 했다.

《무슨 말이요?》

《당신은 총이나 칼을 무기로 쓰는 사람이 아니고 법을 무기로 쓰는 사람이라고 믿기때문에 묻는데 그래 내가 어떤 현행을 범했는지 말해주오. 이것 말고 달리 무슨 자료라도 있기에 사람을 이렇게 들볶는거요?》

《현행? 이게 현행이 아닌가? 신성한 학원에 달려들어 천진한 학생들속에 공산주의독소를 불어넣고 그루빠를 형성하고 회의를 지도하고… 이게 현행이 아닌가?》

《여보, 그런 날조된 자료를 가지고 죄를 들씌우려는짓은 그만 두시오. 진정으로 권고합니다만 당신도 선입견과 감정을 가지고 사실을 추리하자는 립장에 서지 말고 진정한 법리념을 가지고 사실을 밝혀내자는 립장에 서는것이 좋겠소.》

《그런 은유적방법으로 자기를 감추려는 어리석은 수작은 그만두오.》

검사는 또 한번 책상을 치며 화가 동해서 팔을 뻗쳐 등뒤의 널벽을 두드렸다. 거기엔 조그만 출입문이 달려있는데 그것이 찌국 열리더니 이때까지 거기 대기해 서있었던듯싶은 간수가 한명 방으로 들어섰다.

《데려가우.》

검사는 턱질을 했다. 그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재삼 말하지만 잘 생각해보는것이 좋아… 여기 씌여있는것을 그렇게 부인해버릴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야.》

검사는 무섭게 뒤를 조이며 반말질을 했다.

채경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역시 놈들이 아직 그 이상은 아무것도 쥐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니 은근히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심문실에서 끌려나왔다. 밖에 나서니 바람이 불고 나무잎과 먼지가 뒤섞여 날아왔다. 간수는 채경을 앞세우고 우중충한 사무실건물의 주위를 돌았다. 담장가엔 해빛이 아직도 남아있다. 어데서 비쳐오는 해빛인가싶어 채경은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추녀가 가리워져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지동치듯 불어 그저 모든것이 뿌옇다. 사무실쪽을 벗어난 채경은 감옥마당에서 그만 놀라운 일에 부딪쳤다. 천만뜻밖에 감옥마당으로 김성주동무가 걸어오지 않는가? 뒤엔 순경 세놈이 따라섰다.

채경은 놀래며 걸음을 주춤했다. 악몽이 아닌가싶은 생각이 들어 눈을 크게 떴다. 틀림없는 김성주동무다. 당장 온몸이 굳어지는것 같기도 하고 하늘땅이 뒤바뀌는것 같기도 했다. 자기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아주 멈췄댔는지 뒤에서 간수가 걸으라고 고함쳤다. 채경은 걸음을 떼였다.

김성주동지께서도 채경을 띄여보시고 문득 걸음을 멈출것 같은 자세를 하시다가 다시 걸으신다. 점점 채경이 걷는쪽으로 가까이 오신다. 그러나 그이께서도 말씀을 못하시고 채경이도 말을 못했다. 그이께서는 채경이옆을 먼저 지나시며 불빛이 이는것 같은 안광으로 얼른 채경을 쳐다보신다. 채경은 다리가 떨렸다. 눈앞이 보이질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이런 일이 있지 않게 하기 위하여 얼마나 마음을 조이며 일을 조직하노라 애쓰며 뛰였던가! 류치장에 들어와서도 내내 그의 신상에 무슨 변이 미치게 해서는 안된다고 자기는 물론 동무들도 단속해가며 고문을 이겨냈다. 그가 류치장동무들에게 준 지시란 김성주라는 말만 나오면 그저 모른다고 우겨대라는것이였다. 그래서 모든 동무들이 다 그렇게 하며 공가의 지독한 고문과 대항해나섰다. 그랬는데 어떻게 되여 그가 감옥마당에 나타났단말인가! 채경은 몸이 떨리고 온 세상이 새까맣게 되는것 같았다.

《자 인젠 당신들이 앞서시오. 난 손님이고 당신들이 주인인데 손님이 주인을 안내하는 법이야 있소? 수갑을 안채웠다고 뛸가봐 떨것은 없구…》

불시에 김성주동지의 굵은 목소리가 울리였다. 채경은 번쩍 정신을 가다듬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채경이더러 떨지 말라고 신호를 하시는것 같기도 했다.

순경 한놈이 그이의 앞에 서서 걸어갔다. 어데로 가는것인지 태양의 역광으로 유리문들이 붉게 번쩍이는 건물이 있는쪽으로 걸어간다. 채경은 그이의 뒤모습을 좇았다. 그러나 몇걸음 안가서 간수놈이 또 꽥 소리를 질러서 다시 바라볼수 있게 여유를 주지 않았다.

십자형으로 되여 사방으로 갈라진 감방들엔 사람들이 빼곡 찼다. 잡범들이 섞이긴 했으나 태반이 검거선풍에 끌려들어온 학생들이다. 학생들속엔 공청원이나 반제청년동맹원들 아닌 학생들도 많다. 놈들은 마구 몰아다넣고 두드려패면 공산주의자가 나온다는 타산이였다. 그래서 경무청 류치장이 터져나가게 끌어들여다 가두었는데 어떤 계략을 꾸미는것인지 아니면 독군서가 무슨 명령이라도 내렸는지 며칠전 류치장에 갇힌 학생들을 전부 감옥으로 넘겼다. 그래서 감옥은 예심중의 학생들로 와글와글 끓었다.

채경이 9호감방으로 돌아오니 거기에도 빼곡이 들어앉아있다. 불안에 잠겨있던 청년들이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반겨맞는다.

《경무청엔 가지 않았댔소?》

권태일이 일어서며 채경의 손목을 꽉 잡고 물었다.

《아니요.》

《그럼 어데 불려나갔댔소?》

권태일이 재차 물었다.

《검사한테 불려나갔댔소.》

《검사한테? 손을 바꾸는 모양이군.》

《벌써 조서가 다 넘어왔소. 마구 날조해서 넘기는 판이요.》

《밖에선 어떻게 되여가는지 눈치를 챌수 없습데까?》

《알수가 없군요.》

모두들 어둑어둑 어두워가는 속에서 눈들이 숯불처럼 이글거리며 둘의 대화를 듣는다.

채경은 방금 받은 엄청난 충격때문에 아무 이야기도 하고싶질 않았다. 아직도 심장이 후둑거리며 뛰고있다. 이 이야기는 감방동무들에게 도저히 전할수가 없는것이였다. 알고있기는 해야겠지만 지금 당장 타격을 가해서는 안된다.

《권동무!》

채경은 권태일을 불러놓고는 잠간 현훈이 나서 눈을 감았다가 도로 떴다. 권태일이 곁으로 다가와 손을 채경의 어깨우로 넘기며 그의 우람한 상체를 끌어안았다.

《기대우. 나한테 기대란말이요.》

《고맙소. 나를 좀 든든히 붙잡아주. 왜 이렇게 온몸이 불안정상태에서 뛰는지 모르겠군요.》

《검사가 매질이라도 가합데까?》

《아니요…》

권태일은 채경을 꽉 끌어안았다. 그 무슨 더운 가마라도 안은것 같다. 무엇이 그렇게 흉벽을 치는지 권태일의 팔에까지 쿵쿵 울림이 온다.

《진정하우. 왜 자꾸 흥분하오?》

《아니요…》

그저 아니요라는거다. 무엇이 아니라는 소린지 알수 없다.

잠시후 채경이가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권동무, 우린 일을 너무도 할줄 몰랐소.》

《무엇말이요?》

《우리 혁명이 순조롭지 않으리라는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있었구 또 그에 대한 튼튼한 각오도 가지고있었소. 그러나 혁명이 오늘과 같은 무서운 시련에 부딪치리라는것은…》

채경은 말을 끊었다.

《별안간 왜 이렇게 심각해졌소? 무슨 일이 있었소?》

채경은 대답을 안했다. 촉광이 약한 전기불이 켜졌다. 불그레한 빛이 가득 배겨앉아있는 학생들의 얼굴에 비쳐내렸다. 모두들 채경에게로 눈을 집중했다. 이 방에 단 한명 있는 잡범도 그 무슨 심상치 않는 일이라도 있는것 같아 긴장한 눈으로 채경을 쳐다본다. 그는 북대가에 있는 장사치인데 세금을 적게 물기 위해서 장부를 속이다가 법에 걸려 들어왔다.

《우리는 참으로 잘못했소. 아니 모든 일이 나의 잘못에 있소. 나는 참으로 잘못했소.》

채경의 퉁퉁 부어 작아진 눈에선 눈물이 번쩍거렸다. 이것을 본 학생들은 더욱 마음이 죄였다. 그러나 채경은 또 종시 입을 열지 않고 두눈을 슴벅거리며 혼자 울었다.

이날밤, 밤중에야 그는 아무래도 이 사실을 동무들에게 알리지 않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엄중한 사실을 시급히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모두들 혁명앞에 어떤 비상사태가 조성되였다는것을 깨닫게 하고 그들이 겪는 고통을 다른 불같은 심장과 의지로 이겨내도록 채찍질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머리를 들고 빼곡 누워있는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신음소리를 하는 동무들이 많다. 누구나 다 숨소리가 거칠다. 어떤 학생은 가위눌린 소리를 치기도 한다. 채경은 곁에 누워있는 권태일을 흔들었다.

《권동무 자오?》

《자지 않소.》

《놀라지 마우. 김성주동무가 체포되였소.》

《그게 무슨 소리요?》

권태일은 얼른 채경을 돌아보았다. 노란 눈동자가 멈춰서서 한참 무섭게 쏘아보았다.

《저녁때 감옥마당에서 만났소. 경무청을 거치지 않고 곧장 감옥으로 들어오는것 같았소.》

《그게 분명하우?》

《내가 잘못보았겠소?》

권태일은 당장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는 그제야 채경이 저녁때 안정을 잃고 절통한 낯빛으로 무엇인가 자기에게 책임이 있노라고 개탄하던 소리가 짐작이 갔다. 그다음엔 권태일도 채경이도 일순 말이 없었다.

《어느 감방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소?》

얼마후에야 권태일이 물었다.

《잘 알수 없군요.》

권태일은 또 말없이 천정을 쳐다보았다. 두눈에 황황 불빛이 넘치고 속눈섭이 날카롭게 뻗쳐있다.

《내 생각은 이 비상사고를 속히 각 감방에 통방해서 알리자는거요. 그래서 전체 동무들이 새로운 태세를 갖추고 목숨을 내걸고 싸우게 하도록말이요.》

《나두 반대 없소.》

권태일은 여전히 숯불같은 눈으로 툭 잘라서 말했다.

바람은 밤새 불었다. 여전히 감옥안팎을 들부시는 사나운 바람이였다. 계속 우우하는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감방 복도끝 문이 제껴지며 복도에까지 바람이 들이불었다. 제복에 먼지를 뒤집어쓴 간수가 두덜대며 문을 돌려닫았다. 어떻게 닫았는지 닫은 문이 도로 열려져 간수의 신경을 올리였다.

《쌍 빌어먹을것, 이것두 학생공산당처럼 왜 이 야단이야…》

이런 소란속에서 각 감방으로는 통방소리가 울려갔다. 채경이와 권태일이 좌우량벽에 붙어앉아 통방을 했다. 그동안 벌써 통방이 숙련되여 어느 감방에서나 다 신호를 보낼줄 알고 받을줄 알았다. 그런데 밖이 소란해서 그러는지 자느라고 그러는지 대답이 잘 오지 않아 둘이 다 애를 먹는다.

얼마후에야 좌우 량쪽감방에 신호가 통해졌다. 채경이도 권태일이도 벽에 귀를 붙이고 앉아 두드리고 듣고 한다. 감방안 청년들이 모두 깨였다. 더러는 채경이에게로 가서 통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더러는 권태일에게로 가서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모두 얼굴빛들이 파랗게 질려갔다. 어떤 학생은 벌떡 일어서기도 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

하고 부르짖는 학생도 있었다. 북대가의 장사치도 그게 무슨 소린지를 알고 입을 쩍 벌리며 놀라는것이였다.

신호는 온 감방에 퍼져갔다. 감방마다 황황 불타는 눈들이 자리를 차고 일어나앉으며 이게 무슨 일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방마다 부글부글 끓었다.

 

2

 

이끼 낀 옛도시의 한구석 북산쪽으로 치우친 성안에 해빛이 차단된 거창한 감옥이 들어앉아있다. 아찔하게 높이 쌓은 벽돌담장우에 또 전주대를 세우듯 듬성듬성 쇠장대를 세우고 철조망을 늘여나갔다. 감옥의 주위가 얼마나 먼지를 모른다. 이렇게 세상을 막아놓은 넓은 구간안에 벽돌집감방들이 줄을 지어 가로세로 늘어앉았다. 두터운 벽과 육중한 문, 감시창구, 간수의 호된 목소리, 사람을 억제하고 짓누르는 지옥의 세계가 무시무시하게 펼쳐져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이 감옥, 간수가 장 눈을 붉히고 앉아있는 특별감방의 십자형복도를 지나 2중감방쪽으로 가는 복도옆 12호실 감방에로 들어서시였다.

《아니, 김성주동무가?》

가득 배겨앉아있던 청년들이 놀란 소리를 지르며 벌떡벌떡 일어섰다.

《성주동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놀래지들 마오.》

그이께서는 동무들과 악수를 나누시였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청년도 있다. 어떤 학생은 손을 잡다말고 그이의 품에 엎어져 울었다.

《이러지들 마오.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울어서야 되오?》

《성주동무, 어떻게 되여 여기 들어왔소? 그럼 우리의 일은 아주 바닥이 났단말이요?》

청년은 김성주동지를 와락 흔들어대며 물었다.

《왜 바닥이 나겠소. 더 억세여지고있소.》

그이께서는 청년을 겨우 달래여 물러세우고 딴 청년들과 또 악수를 하시였다. 맨 구석쪽엔 웬 청년이 등을 구부리고 누워있다.

《이 동무는 누구요?》

누구도 대답을 안했다.

《앓는 동무요?》

《아니 저 왕청문에서…》

이게 바로 왕청문에서 올라온 한윤이였다. 그는 밥값 물 돈이 없어서 줄행랑을 놓은것이 아니였다. 그들은 어느날 려관으로 돌아오다가 며칠째 숨어서 감시하고있던 놈들에게 체포되였다. 그래도 조동식은 날쌔게 몸을 사려서 도망치고 한윤이만 붙잡혀 경무청에서 며칠동안 경을 치르고 역시 길림공산당이라는 딱지가 붙어 감옥으로 넘어왔다. 지금 등을 구부리고 외면해 누워있는 한윤은 김성주동지의 목소리에 정신이 아찔하고 가슴이 활랑활랑 뛰였다. 류치장에서 감옥으로 넘기던 날에 고문하던놈이 자기를 두드려패며

《야, 이놈 네가 길림공산당이 아니라고 아직도 뻗댈테냐? 김성주청년이 네가 들었던 려관을 찾아왔다가 우리한테 체포되였다. 너 김성주를 알지?》

하고 고함치던 소리를 듣고 이게 무슨 소리냐고 놀래기도 했는데 정말 김성주동무가 나를 찾아다니다가 체포되여 바로 이 감방에 나타나지 않았는가? 일이 그렇게 됐다면 이게 그 무슨 운명적인 조우인가? 그토록 만나고싶던 김성주동무를 감방에서 상봉하게 되다니?… 더우기 김성주동무는 나를 찾아 거리에 나섰다가 체포되지 않았는가?… 아 내가 인제 저 동무앞에 어떻게 얼굴을 들고 나타난단말인가! 차마 얼굴을 들고 일어날수가 없다. 활랑거리는 가슴을 붙안고 벌써부터 울음이 터져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아니 이게 왕청문의 한윤동무가 아니요?》

외면해 누운 옆얼굴을 들여다보시던 김성주동지께서는 놀래여 부르짖으시였다. 그제야 한윤이도 자리를 차고 일어나며

《김성주동무!》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게 이떻게 된 일이요? 동무가 어떻게 되여 여기 들어와 누워있습니까?》

《성주동무, 나때문에 이런 불행을 당했단말입니까. 령어의 몸이 되였단말이요? 나도 들었습니다. 나를 찾아 삼엄한 밤거리를 돌다가 이렇게 됐다는 소리를…》

한윤이는 김성주동지의 팔을 두드리고 어깨를 치고 했다. 경무청류치장에서 어떻게 맞았는지 얼굴이 퉁퉁 붓고 이마와 볼편에 칼로 짼것 같은 상처가 났다. 목에도 피에 물든 붕대가 두텁게 감겨져있다.

《괴로우면 누우시오. 우리 이야긴 천천히 합시다.》

《아닙니다. 육신이 괴롭진 않습니다. 난 성주동무앞에서 지은 죄가 너무도 막심해서…》

한윤은 오열을 터뜨리며 그다음엔 방바닥에 엎어졌다.

《이러지 마시오.》

김성주동지께서는 그의 허리를 그러안아일으키며 달래시였다. 정말 밥값을 못물어 왕청문으로 도로 줄행랑을 놓지 않았는가 해서 힘이 꺾이는것 같은 생각도 드셨댔는데 이렇게 감방에서 서로 만나니 이미 진리의 운동선에 들어선 억세여진 한윤을 보시는것 같아 오히려 기쁨을 금하실수 없었다. 그 기쁜 심정이 눈물을 다 글썽거리게 만들었다.

김성주동지께서 한윤이와 감격속에 상봉하시는바람에 감방안 학생들은 모두 눈들이 둥그래서 바라보았다. 그들은 한윤이가 왕청문에서 테로를 감행한 현묵관이패라는걸 알고 이때까지 눈에 독기를 올리고 외면해왔다.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담을 쌓고 지냈다. 여차하면 쳐갈기려고 주먹을 틀어쥐고 흘겨보기도 했다. 그통에 한윤은 구석쪽에 밀리여 밤낮 쭈그리고있었다. 경무청에 갇히여 며칠 지독한 고문을 당하다가 감옥으로 넘어왔는데 바로 이 감방에 와서 더욱 심각한 정신적고통을 겪었다. 그러던 한윤이였으므로 지금 그이의 손을 꽉 그러쥔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자꾸 울었다.

그이께서는 한윤이가 너무 격해서 우는바람에 무슨 말을 더 묻지 못하고 딴 학생들을 돌아보시였다. 모두 콩나물시루처럼 죄여앉았는데 그전 모습 그대로 있는 청년은 한명도 없었다. 감방바닥엔 가마니짝같은것을 깔았다.

랭돌이고 곰팡내가 풍겼다.

얼마 안있어 저녁식사가 들어왔다. 늄식기를 차곡차곡 겹쳐놓은걸 간수가 안아들고 딴 간수는 문을 열어주며 받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한 학생이 마주 흘겨보며 그릇들을 받아놓았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웬 그릇을 저렇게 날라오는가 해서 주의깊이 보시였다. 인제 밥통을 들여다놓고 저 그릇들에 퍼서 노나주려고 그러는가 하시였다. 그런데 학생들이 자기들앞에 그릇을 하나하나 들어다놓는걸 보니 바로 그 빈그릇이라고 보신 늄식기안에 수수와 강냉이, 콩을 섞은 밥이 두어숟갈씩 되게 담겨져있고 된장을 한덩이씩 식기에 쭐 발라놓았다. 그이께서는 감옥식사라는게 바로 이렇고나 하고 놀라시였다. 결국 사람이 음식만 가지고 사는게 아니라 정신력을 가지고도 육신을 지탱하며 사는구나 하는 생각도 드시였다.

밥을 먹고난 다음에는 물을 들여보냈다. 물은 갇힌 학생들이 한모금씩 마시도록 서너사발되는 물을 바께쯔에 담아서 고뿌를 띄워 들여보냈다. 물을 한고뿌씩 먹고난 학생들은 감시창을 두드리며 물을 더 가져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밥 날라오던 간수가 없는지 아무도 대꾸가 없었다.

《야, 간수 물 더 가져오라!》

학생 하나가 감옥을 들부실것 같이 감시창을 두드려대며 웨쳤다.

《바께쯔를 이리 보내라구.》

한 간수가 문을 열고 바께쯔를 달라고 했다. 웬일인지 말이 공손해서 소리치던 학생도 더 욕설을 퍼붓지 못하고 바께쯔를 내밀어주었다. 간수는 이어 물을 반바께쯔가량 떠왔다.

바로 이 간수는 간수들중에서 그중 순한 리덕환이란 간수였다. 이 간수가 아까 김성주동지를 이 12호실 감방으로 안내해왔다. 그는 안내해오면서 아무래도 이 청년을 어디서 인상깊이 보았던 청년인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자꾸 생각을 더듬었다. 아까 학생들 모르게 감시창으로 고쳐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인제야 지난해 대시위때 공설운동장 연설대우에 올라서서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연설하던 그 청년이라는것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그래서 어쩐지 12호실 감방에는 물이라도 달라는대로 가져다주고싶어 물을 반바께쯔나 떠온것이였다.

바람이 불고 밤이 깊어갔다.

김성주동지께서는 학생들과 함께 자리에 누우시였다. 한손으로 한윤의 손목을 쥐시고 한윤의 이야기를 들으시였다. 자기가 입고 들어오신 가을외투도 한윤에게 덮어주시였다. 한윤은 여전히 울면서 현묵관이들을 배척하고 올라온 이야기를 하였다.

그는 현묵관이들이 갈개며 돌아가는바람에 하마트면 칼침을 맞을번했노라고 하면서 자기같이 암둔하고서야 칼침을 백번 맞은들 누구보고 하소연을 할테냐고 목이 메여 말했다.

《그래 남만지역청년조직들은 모두 어떻게 되였습니까?》

《어떻게 되고뭐고가 있습니까. 동요가 일어나고있지요. 대회대표로 와서 눈을 뜨고 간 청년들은 벌써 돌아가는 길로 반제청년동맹을 꾸리기 시작하고 릉가나 삼원포로 달려간 동무들도 많습니다. 나와 조동식동무가 김성주동무를 만나려고 길림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참, 조동무는 어데 갔습니까?》

《체포당할 때 그 동무는 날쌔게 빠져서 뛰였지요. 려관 뒤울안으로 빠져 울타리를 넘은것 같은데 그 동무도 아마 삼원포쪽으로 갔을겁니다.》

《진정하시오.》

그이께서는 격정에 사무쳐 끅끅거리는 한윤의 손목을 쥐고 달래시였다.

《날 용서해주오. 왕청문에서 성주동무도 차동무도 그렇게 간절히 옳은 립장에 서달라고 하는걸 난 공산당프락치야라고만 오해하고 내가 가운데짬에 끼여 고통을 겪는다는 생각만 했댔습니다. 내가 우둔한놈이였습니다. 더구나 나때문에… 나를 찾아돌아다니다가 성주동무가 이렇게 옥고를 겪게 된 생각을 하면 참을수가 없습니다. 성주동무앞에서 내 몸을 두드려패며 요정내고싶습니다.》

《그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류치장에 있을 때 순경놈이 나를 고문하면서 날더러 성주동무를 아는가고, 성주동무가 우리 려관에 나타난건 나를 만나기 위한것이 분명한데 내가 모른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하면서 두드려패는바람에 알았습니다.》

《허허, 동무가 들어있던 려인숙에 들려서 철학독본이 들어있는 들가방을 보고 나오긴 했댔습니다.》

《성주동무!》

한윤은 소리를 치며 김성주동지의 무릎을 쥐여흔들었다.

그이께서는 한윤의 어깨를 쓸어주며 타이르시였다. 이때까지 헤매돌며 고통을 겪은 과정은 진리의 운동선에 서자고 노력한 과정이였으니 교훈을 찾고 인젠 청년공산주의자들의 새로운 대오에서 억세게 싸워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김성주동무 그러겠습니다. 내 인제부터는 똑똑히 살자고 맹세를 했습니다. 왕청문의 때를 인제부터 살가죽이 벗겨지도록 씻어던지자고 합니다.》

한윤은 김성주동지의 두손을 부둥켜잡으며 부르짖었다. 새벽녘이 되여올무렵에야 모두 잠이 들었다. 뼈아픈 신음소리가 감방안에 가득찼다. 다리들을 이쪽저쪽 메치기도 했다. 한윤이도 김성주동지의 손목을 놓고 크르르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낸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인제야 자신께서 감방에 억류되였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드시였다. 광대한 혁명전선과 갈라져있다는 절통한 생각이 가슴속으로 아프게 흘렀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잠을 못드시고 생각을 더듬으시였다. 광대한 전선이 눈앞에 파도 사나운 바다처럼 펼쳐져 보이기도 했다. 화전에서, 이 길림에서 억세게 길러낸 《ㅌ.ㄷ》의 수리개들이 인제는 남북만 각지에 흩어져 더 넓게 투쟁지역을 개척해나가고있다. 사랑하는 수리개들, 억센 날개로 폭풍을 갈라헤치며 대공을 종횡무진으로 날으는 수리개들, 그들은 어떤 황무지고 깊이깊이 갈아제끼고 《ㅌ.ㄷ》의 굵은 뿌리를 심어나가고있다. 드디여 그 뿌리가 온 누리를 혁명의 푸른 숲으로 뒤덮을것이다.

김성주동지께서는 흥분이 오는가 하면 철창이 가져다안기는 고독이 스며들기도 했다. 바야흐로 혁명의 불길이 누리에 번져가기 시작한 때에 외계와 절단된 감방에 갇혔다는것이 못내 절통스러우셨다.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앉아 철창밖에서 설렁거리는 바람소리를 들으시였다. 어두운 공간 그 어데서 동지들의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것만 같은 생각도 드시였다.

《김성주동무!-》

《김성주동무!-》

어둠을 응시하시는 그이의 눈엔 섬광같은 빛이 번쩍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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