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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불멸의 력사》 2 장편소설
천 세 봉
( 제 28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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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문중학교의 동맹휴학사건은 바로 공청회의가 있은 이틀후 성공서가 왕희동이며 조상배를 파면시키고 학생들의 요구조건을 무수정 수락하는것으로 단락이 지어졌다. 등교가 시작되는 첫날 아침 학교로 올라가는 언덕길과 운동장은 감격의 도가니로 화했다. 학생들은 서로들 포옹하면서 환성을 올렸다. 《승리를 축하하오.》 《더 굳세게 앞으로!》 모두들 이렇게 부르짖으며 손들을 힘껏 쥐였다. 단결이 생명이라고 떠들기도 하였다. 운동장은 하나의 큰 도약판 같았다. 뛰고 굴러치고 환성을 지르고 야단이다. 운동기구란 운동기구는 다 들어내왔다. 한쪽에서는 정구를 치고 한쪽에서는 롱구를 하고 또 한쪽에서는 철봉을 했다. 본시 축구공은 두개였는데 어데서 새빨간 가죽공이 또 하나 생겨났다. 아마 혹뿌리서기가 사다두고 내놓지 않다가 학교가 다시 열리는바람에 옜다 이것두 내다가 차라, 오늘같이 기쁜 날에 아까울것이 있냐 하고 내던진것 같았다. 그래서 공 세개가 연방 하늘로 날아올라간다. 공을 잘 차는 명수들이 많다. 어떤 공은 정말 학생들이 말하듯 하느님이 재채기를 터뜨리게 까마득하게 떠올랐다. 공이 떨어지는곳으로 달려가고 흩어지고 하다가는 와아 웃음이 터진다. 정구장에서는 김성주동지와 빙하와의 《격전》이 벌어졌다. 빙하는 젊은 시절이 되살아난것 같은 기분이다. 그는 활개가 밭은 왼손잡이인데 어떻게 세게 갈기는지 공이 호떡개처럼 이그러져 넘어갔다. 그는 밭은 팔을 날쌔게 움직였다. 그러나 김성주동지께서는 아무리 세차게 넘어오는 공도 여유작작하게 받아넘기시였다. 그이께서는 상대방의 약한 구멍을 재빨리 타산하시면서 공을 빼치군 하시였다. 《사탄》도 학교에 나타났다. 그는 변소로 돌아가는 길목에 앉아 자꾸 꼬챙이로 땅을 파던졌다. 그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내렸다. 학생들속에서는 왕희동이 천진으로 내뺐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조상배가 골을 동이고 누워있다는 소문도 왁자하게 돌았다. 이날아침 학교 교장은 학생들을 모아세우고 한시간나마 연설을 했다. 그는 손수건으로 눈을 주근주근 누르며 김성주동지께서 하신 말씀을 감격적으로 이야기했다. 학원도 시대악과 맞서서 싸우는 하나의 전투장으로 되여야 한다, 그게 바로 교육의 신성을 지키는 길이다, 이건 과연 옳은 말이다, 그 훌륭한 발언이 나에게 힘을 주지 않았던들 나는 저 《교육강도》들에게 패배를 면치 못했을것이다, 우리는 이것으로써 교육을 지키는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다고는 볼수 없다, 시대의 탁류는 아직도 교육을 포위하고있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인제 투쟁의 서막을 열었을뿐이다, 모든 학생과 교직원들이 더욱 튼튼히 무장을 갖추고 철통같은 힘으로 교육과 진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 교장의 연설은 학생들뿐만아니라 교장의 량옆으로 쭉 늘어서있는 빙하를 비롯한 교원들까지도 흥분시켰다. 교장선생이 연설을 끝내자 모든 학생들이 조회의 규범을 깨뜨리고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그것은 바로 교장의 연설을 빌어 김성주동지께 보내는 뜨거운 환호의 표시였다. 교장은 힘있는 걸음걸이로 교단을 내려와 교직원실로 향했다. 다른 교원들은 학생들과 함께 한참 박수를 치고나서야 교장의 뒤를 따랐다. 육문중학교 학생들의 승리는 길림시내의 전체 학생들에게 또 큰 충격을 주었다. 학생들은 가는곳마다에서 이 통쾌한 승리를 이야기하며 결국 단결이 힘이라고 떠들었다. 어떤 학교의 학생집단은 육문중학교 학생들에게 더욱 굳세게 싸워달라고 축하장을 보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대중적기세는 길회선철도부설 반대투쟁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각 공청지부들은 반제청년동맹들을 움직이고 반제청년동맹들은 학생전체를 움직이면서 학생들을 동원태세로 결속해나갔다.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불길이 이구석 저구석을 휩쓸면서 태아가 자라나듯 하나의 커다란 힘이 부쩍부쩍 자라났다. 김혁이와 박두학은 선동연설에 출연할 연사들을 매일밤 박두학의 집으로 불러다놓고 훈련을 시켰다. 각 학교가 다 그런 식으로 연사들을 준비시켰다. 녀자중학교 공청지부는 녀자사범의 반제청년동맹까지 지도하고있는데 이 두 학교의 준비가 그중 빨랐다. 여기에서는 한 학교에서 기발도 수십개씩 만들었다. 경주가 일을 잘 조직해나갔다. 그는 남보다 다감한 측면도 있었지만 학생들을 통솔하는데는 무섭게 엄격했다. 학생들은 일단 경주한테서 무슨 과업이라도 받기만 하면 어떤 일이 있던지 그 과업을 실천해내고야 배겼다. 녀자사범을 둘러싼 뒤담벽밑에는 벽돌이 한장 빠져나간 구멍이 있었다. 녀자중학의 녀학생들은 이 구멍으로 경주가 쓴 지시문을 날라다놓고는 돌을 지질러놓았다. 그리고는 이 구멍에 놓여있는 녀자사범의 통신문을 날라갔다. 어떻게 련락이 빈번했던지 어떤 때는 구멍으로 안팎에서 녀학생들의 손이 마주들어왔다. 《얘, 누구냐?》 《나다, 인애다, 호호호.》 《호호호.》 둘이는 통신을 서로 바꿔쥐며 구멍안에서 악수까지 했다. 《얘, 시어머니한테 단단히 전해.》 《응, 념려말아.》 녀자사범 학생들은 경주를 시어머니라고 불렀다. 그건 자기들의 책임자라는 의미도 있지만 엄격하고 자리차다는 의미에서 더욱 그렇게들 불렀다. 권심이네 집도 은근히 들끓었다. 그는 격문원고를 쓰고 각종 삐라의 초안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연방 원지에 옮겨썼다. 그는 이때까지 론문을 쓰던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이 일을 했다. 이때까지의 론문은 구름을 겨눈것 같았지만 이 원고들은 무엇인가 생신한 감정이 울컥울컥 뛰놀고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뜨거워지는 속에서 썼다. 원지를 써서는 연방 안채로 들여보냈다. 안채의 맏웃방에서는 학생 네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등사를 밀었다. 등사판은 민족주의자들이 쓰던것을 둘이나 가져다놓고 밀었다. 벌써 삐라는 적지 않게 찍었다. 찍어낸 삐라는 수백매씩 묶음을 지어 노끈으로 동였다. 녀학생 둘이 겨자루를 이고 번갈아 드나드는데 삐라묶음들은 그 자루속에 들어가 쥐도새도 모르게 빠져나갔다. 이따금 권심이 들어와서 등사하는것을 도왔다. 종이도 썰어주고 등사굴대도 밀어주었다. 《학생동무, 이게 얼마나 좋은가? 투쟁이란 하나의 거창한 창조일세.》 권심은 등사굴대를 밀며 입도 쉬지 않았다. 이마에 땀기가 번들번들해서 장 이야기를 했다. 《거창한 창조고말고. 하나의 예술이지. 예술이 아니라면 투쟁이란것이 고통의 극한점일거야. 우리의 심장속에 신념이라는 묵중한 탑이 서있고 그 탑우에서 공산주의의 기폭이 휘날리고… 그렇기때문에 우리가 이처럼 삐라도 찍고 원고도 쓰고… 그 일을 열정을 가지고 해낸단말이야. 열정, 열정들을 가져야 해. 뜨거워져야 해. 펄펄 끓어야 한단말야. 이게 없으면 창조도, 예술도, 투쟁도 없단말이네.》 격동적으로 이야기하는 권심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 등사판우에 떨어졌다. 송화강 선창에서는 춘택이와 현태봉이 배칸에서 두번이나 공청원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했다. 반제청년동맹원들이 배군들과 가대기군들속으로 숨어들어가 일이 터질테니 한몫들 해야된다고 선전을 시작했다. 목공창, 선박수리소 로동자들속에서도 수군수군 이야기를 돌리였다. 춘택이는 벌써 떠나야 할 륜선을 이틀이나 정박시켜놓고는 기관의 고장을 고친다고 기관장과 함께 기름투성이손에 스파나를 쥐고 왔다갔다했다. 화주나 선주가 무슨 말을 하면 제편에서 도리여 기계가 낡아서 애를 먹인다는 식으로 골살을 찌프리고 화를 내였다. 그는 이렇게 속여넘기면서 준비를 추진시켰다. 공청원도 반제청년동맹원도 아닌 권성근이도 성수가 나서 젊은 로동자와 한패가 되여 목도를 메고 날파람있게 발판을 내려온다. 《임자도 무슨 소리 들었겠지?》 《듣구말구요.》 《이런 때 젊은 값을 해야 하느니…》 권성근은 젊은 사람과 마주서기만 하면 이렇게 침을 놓았다. 그는 늙은 가대기군이나 배군도 만나기만 하면 부추기였다. 《내 다리가 고쳐지듯 세상이 휘딱 고쳐진다우. 죽어서 관속에 넣어가지고 가자고 늙은 뼈다구를 아끼겠소. 이런 때 우리도 들고 일어나봅시다.》 기관구로동자들은 선창로동자들보다 더 웅성거리며 끓었다. 로동자들은 서로 만나면 기름묻은 주먹으로 쿡쿡 찌르며 《아직 무슨 지시가 없대?》 하고 묻군하였다. 모두들 급하고 조바심이 났다. 탄수부들도 다리에 힘이 나서 씽씽 걸었다. 석탄먼지가 뽀얀 속에서 웨쳐대는 소리, 껄껄 웃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수리공장도 그전같지를 않았다. 시꺼멓게 그을은 답답한 천장을 쫙 뻐개놓을것 같은 기세들이다. 로동자들이 힘있게 왔다갔다 한다. 석탄짐을 지고 사다리로 배틀배틀 올라가던 리성남이는 인제는 장수같이 되였다. 그는 1년동안에 한다하는 수리공이 되여 선반에서 쇠를 깎았다. 그는 소음속에서 내내 적기가를 불렀다. 어떤 때는 발장단까지 치며 두어깨를 으쓱으쓱했다. 모루앞에 앉은 단야공은 땀에 삭아 너펄너펄하는 와이샤쯔를 아주 훌렁 벗어던지고 앉아 쇠를 먹였다. 가슴으로는 땀방울이 쭈룩쭈룩 미끄러져내리는데 그따위것은 아랑곳 않고 왜놈을 치듯 메바람을 내라고 벼락같이 소리만 쳤다. 어느날 저녁이였다. 김성주동지께서는 누구도 모르게 기준이를 송화강가로 부르시였다. 기준이는 련락을 받고 급히 기관구 정문을 나왔다. 그는 신시가지쪽으로 한참 걸어나가서 문광중학교 뒤골목으로 빠졌다. 송화강가에 이르니 그이께서 풀이 우거진 강안을 거닐고계시였다. 《요새 바쁘겠습니다. 여기 좀 앉읍시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악수를 하고 이어 풀밭에 앉으시며 기준이도 어서 앉으라고 팔소매를 잡아당기시였다. 《기준동무는 핵심을 뽑아가지고 래일밤 돈화로 떠나십시오. 밤 아홉시차로! 동무네 임무는 돈화에 가서 고재봉동무를 만나 대중을 궐기시켜 철도부설공사를 파탄시켜버리는 일입니다.》 《돈화에 말입니까?》 기준이는 예상치 않았던 일이라 얼른 그이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는 길회선철도부설 반대투쟁이라고 하니 무슨 시위조직 같은것이 있을것으로밖에는 예상하지 못했다. 《왜 놀라시오? 멀어서 그럽니까?》 《아닙니다.》 《돈화에는 벌써 고재봉동무가 가서 적잖게 일을 해놓았습니다. 동무들이 가면 아주 반갑게 맞을것입니다. 지금 몹시 기다리고있을테니까 빨리 떠나야겠습니다.》 기준이는 철도모를 벗고 땀을 씻으며 그이의 말씀을 신중히 들었다. 《편성된 조를 다 데리고 떠나야 합니까?》 《아니 핵심들만 데리고 떠나십시오. 그러되 한 직장에서 한사람 아니면 두사람씩만 뽑아서 데리고 가야 합니다. 한 직장에서 무리로 사람이 없어지면 놈들이 눈치챌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밤 책임진 사람들이 모여앉아서 물샐틈없이 짜고들어 준비를 하십시오. 쉬운 투쟁이 아니기때문에 동무들을 보냅니다. 그러니 준비부터 잘해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한참동안 돈화에 가서 어떻게 투쟁을 전개하라는 구체적인 말씀을 하시였다. 그리고는 고재봉에게로 가는 편지를 내주며 깊이 간수해가지고 가서 전하라고 하시였다. 이날밤 기준이네 집에는 차득보, 신동호들이 모여서 밤새 수군수군하며 토의를 거듭했다. 제일 신바람이 난것이 차득보였다. 그는 김성주동지께서 과연 로동계급의 담보를 알아주신다고 하면서 기뻐 어쩔줄 몰라한다. 그런데 문제로 된것은 로동자들이 어떻게 돈화로 가는가 하는것이였다. 삐라를 한배낭씩 지고 떠나는 걸음이니 객차는 탈수 없었다. 그렇다고 걸어갈수도 없는 일이였다. 차득보는 보선구에서 쓰는 소차를 얻어타고 가자고 했다. 《소차를 얻어타구 어떻게 돈화로 간단말이요.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마오.》 기준이 차득보를 나무랐다. 차득보는 기준을 담보가 작다고 했지만 담보가 작은것이 아니라 웅심깊고 큰것이 기준이였다. 그는 지금 그다운 깊은 수를 생각하면서 담배를 피웠다. 이튿날저녁이였다. 돈화로 가는 로동자들은 행장을 갖추고 정거장으로들 모여들었다. 모두들 전쟁판으로 나가는 기분들이였다. 팔다리에 힘이 올라 씽씽 걸었다. 누구나 다 삐라가 든 배낭을 졌다. 로동자들은 화물창고옆 공지에 모여서서 웅성거리며 끓었다. 역원 한사람이 나와서 뭐냐고 소리를 쳤다. 그는 기준의 얼굴을 보고는 별말없이 들어가버렸다. 구내 맞은편에서는 운송부 로동자들이 돈화행 화차방통에 무슨 곡식포대 같은것을 메올리느라고 법석댔다. 객차가 있는쪽으로는 승객들이 자꾸 밀려들어온다. 불이 환한 객차에는 벌써 사람들이 빼곡이 찼다. 《어데 탈 작정이요? 객차를 탔다가야 재미없지 않겠소.》 신동호는 아무래도 기준이가 객차를 타자고 하는것 같아서 수군수군 물었다. 《탄수차 신세를 져야겠소.》 기준이는 큰숨을 쉬며 말했다. 로동자들이 다 모이자 기준은 앞에 나서며 자기를 따르라고 했다. 그는 배낭을 한번 춰올리고는 활개를 저으며 걸어갔다. 로동자들이 모두 뒤를 따랐다. 기준은 로동자들을 데리고 객차방통들의 옆을 재빨리 지났다. 얼마후 로동자들은 기관차옆으로 왔다. 증기가 내뿜고 연기가 솟아오르고 소란했다. 기관실에서는 눈에 안경을 건 기관사와 기관조사가 서서 탄수차쪽에 손가락질을 하며 뭐라고 이야기를 했다. 기준이는 제잡담하고 기관실로 뛰여올라 기관사의 어깨를 툭 쳤다. 기관사는 얼른 돌아서더니 좋지 않은 기색으로 기준을 마주보았다. 《아까 얘기한 사람들을 데리고 왔소!》 《글쎄 탄수차에 타겠다는것은 무엇때문이요?》 《아니 아까는 고개를 끄덕끄덕하구, 사람을 데리고 오니까 생 먹는단말이요. 전부 수리공장 친구들이요. 앞으로 기관차 수리할건 생각지 않소?》 《수리공장 친구들이면 좋은 객차를 타고 갈게지 왜 석탄연기를 먹으면서 탄차우에 앉아가겠다는거요?》 《그러게 당신과 부탁을 하지 않소? 자 좀 태워주시오. 앞으로 기관차 수리할 때 은혜를 갚게 하지요.》 기준이 이렇게 반죽좋게 말하고나서 로동자들에게 빨리 뛰여오르라고 소리쳤다. 차득보가 먼저 뛰여올랐다. 뒤를 이어 로동자들이 뛰여올랐다. 《무엇때문에 이러는거요? 응? 나를 속여넘길건 없지 않어? 나도 당신들같은 로동자요.》 기관사는 뜻있는 말을 하였다. 《로동자라면 우리 로동자들이 하는 일을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소?》 《알아야 도울게 아니요? 난 우리 석진이가 사회주의를 하는것을 알고있지만 누구에게도 말을 한 일이 없소.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런 비밀은 지킬줄 아는 사람이요.》 우리 석진이란 자기네 기관조사를 말하는것이였다. 기관사의 뒤에 서있는 석진이는 그의 웅심깊은 속을 인제야 알고 낯을 붉히였다. 《노여워 마십시오!》 기준이는 기관사의 손을 뜨겁게 잡았다. 여기에도 동지로 될수 있는 로동자가 있다는 기쁜 생각이 뭉클했다. 얼마후 기차는 푹씩푹씩 하면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동호는 리성남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세상에 나서 이렇게 행복한 순간은 처음 맛보는것 같았다. 그의 눈앞에는 문뜩 누이의 관자뼈 두드러진 얼굴이 보였다. 창백한 형수의 얼굴도 보였다. 오장을 찌르는것 같던 아이들의 시선도 보이고 세상을 그저 무사태평으로 사는것 같은 어머니의 얼굴도 보였다. 그 얼굴들이 둥글둥글 한덩어리로 말려돌아가며 눈앞을 덮어친다. 요란한 음향은 신동호가 련상하는대로 이 소리로도 되고 저 소리로도 되였다. 아, 무엇때문에 처절한 생활이 이리도 싸고돌며 몸부림을 하는것이냐. 혁명은 그런 생활을 쇠메로 여지없이 지끈지끈 두드려마스고 새 생활을 불러오기 위해 이렇게도 장엄히 달리고있는데… 신동호는 종시 뜨거운 눈물을 량눈귀로 주르르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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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구로동자들이 돈화로 떠나간 이튿날 오후였다. 길림에서는 일이 터졌다. 각 학교 학생들이 기발들을 들고 공설운동장으로 모여들었다. 투쟁의 서막을 여는 집회가 열리는것이였다. 성밖 조양가쪽에서 신개문을 빠져 성안으로 들어오는 첫 대오는 문광중학교의 학생대렬이였다. 대렬의 우에는 기발이 듬성듬성 일어서있다. 《일제침략자들을 타도하라!》 《길회선철도부설을 반대한다!》 기발들에는 검은 먹글씨로 이렇게들 씌여있다. 대렬은 넓은 차도로 마구 밀고 들어왔다. 마차, 인력거, 자전거들이 한옆으로 비켜서 빠졌다. 구호를 웨치는 소리가 일어났다. 박두학은 대렬중간에서 걸으며 큰 주먹을 버쩍 들어올리고는 구호를 선창했다. 그는 발돋움을 하며 목도 성큼 뽑아올리였다. 그가 구호를 웨치면 대렬에서는 틀어쥔 주먹들이 수풀처럼 일어서며 함성을 질렀다. 인도를 걷던 사람들은 모두 서서 구경을 했다. 장사치들도 모두 문앞에 나섰다. 골목에서도 사람들이 달려나오고있다. 애들, 어른들 삽시에 거리는 구경군으로 사람사태를 이루었다. 학생들의 대렬이 굵어지자 마차, 인력거들은 아예 가지 못하고 멈춰섰다. 발자국소리, 구호소리에 온 거리가 들썩들썩한다. 문광중학교 대렬뒤에는 제5중학교와 제1중학교 대렬이 따라섰는데 그 대렬들에는 구호의 선창자가 수십명씩은 되는것 같았다. 여기서 불쑥 웨치고 저기서 불쑥 웨치는데 학생대렬은 구호를 미처 받아서 웨치지를 못했다. 한 선창자는 대렬밖으로 나서서 걸으며 웨쳐댔다. 벌써 첫끝은 북대가를 메우고 올라와 독군서가 저쯤 보이는곳에 이르렀다. 대렬은 여기서 더 버쩍 구호를 높이면서 서문쪽을 향해 올라갔다. 제1중학교와 제5중학교 다음에는 사범학교대렬이 또 뒤를 이었다. 그러나 사범학교대렬은 앞대렬의 뒤를 따르지 않고 신개문을 넘어서자 성을 끼고 조양문쪽으로 향해 들어갔다. 그들은 지름길로 해서 운동장으로 가려는것 같았다. 사범학교뒤에는 천주교학교대렬이 따라섰다. 벌써 이 대렬의 첫머리도 큰거리로 구부러져들어갔다. 천주교학교대렬이 조양문앞에서 영화관쪽으로 구부러지고있는데 녀자중학과 녀자사범의 벽돌담장안에서도 기발들이 솟아오르며 왁왁 들끓는 소리가 일어났다. 지금 이 두 학교의 학생들은 학교당국의 책동으로 교문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교원들과 싸우고있다. 녀자중학교 마당에서는 은실테안경을 건 녀자교장이 나서서 학생들에게 시위에 나가지 말라고 일장 열변을 토했다. 학생들은 정치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들은 학원밖에서 벌어지는 일체 사회적인 문제와는 절연하고 오직 학업에 정진해야 한다, 사회운동에 참가하는것은 학업을 닦은 연후에 할 일이며 학교 학생으로서 더구나 녀학생으로서 시위투쟁에 참가한다는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다, 모두들 교실로 들어가라. 교장은 입에 게거품을 물고 소리소리 질렀다. 키꺽다리 남자교감은 녀학생들이 만약 고집을 부리고 시위투쟁에 나간다면 경무청에 의뢰해서 경찰의 힘으로 제지시키겠다고 선포했다. 일은 난관에 부딪쳤다. 녀학생들이 나가자느니 나가지 말자느니 하면서 떠들어댔다. 기수들은 기발을 눕혀놓고 앉아 땀들을 씻었다. 순간 경주가 학생들앞으로 달려나가 우뚝 서며 부르짖었다. 《여러분, 나갑시다.》 경주는 주먹을 추켜들고 흔들었다. 《교장선생의 잘못된 말에 속지 맙시다. 우리가 무엇때문에 학교에 들어와 공부를 하고있습니까? 우리가 학업에 정진하고있는것은 학업 그자체에 목적이 있는것이 아니라 바로 새시대의 딸로서 조국을 짓밟은 일제와 싸우기 위하여 공부하고있는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제를 반대하는 시위에 무엇때문에 못나가겠습니까? 학원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고 하는 말은 우리들에게 새시대의 딸 되기를 그만두라는 소리입니다.》 《옳다!》 《옳다!》 학생들이 손벽을 치며 호응했다. 눕혀놓았던 기발들이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나가자!》 한 기수가 기발을 추켜올리며 소리쳤다. 교장과 교감이 연설하는 경주에게로 달려왔다. 그들은 경주더러 선동을 말라고 하면서 경주의 두 손목을 쥐고 뒤로 끌었다. 그러자 경주는 얼른 손을 나꿔채가지고 교장이 섰던 연설대우로 뛰여올라갔다. 《여러분, 나갑시다. 어떤 장애도 박차고 일제를 타도하는 싸움터로 나갑시다. 경무청 경찰을 불러대서 저지시키겠다는 그따위 교육가답지 못한 위협에 겁을 먹지 말고 모두 교문밖으로 행진합시다. 육문중학교의 경험은 우리가 오늘 우리의 행동을 막는 사람들과 어떻게 싸워야 한다는것을 가르쳐주고있습니다. 왕희동이나 조상배의 운명을 선생님들도 우리들도 생각합시다. 앞으로! 주저 말고 앞으로!》 경주는 정문쪽을 가리키며 부르짖었다. 기발이 모두 일어섰다. 학생들이 소리치며 교문쪽으로 밀려나가기 시작했다. 연설대우에서 뛰여내린 경주는 비호같이 학생들속으로 날아들었다. 그는 구호선창자들과 기수들은 자기 위치에 서라고 소리질렀다. 《기발을 들어요. 버쩍 높이 들어요.… 일제침략자들을 타도하자!》 경주는 자기자신이 먼저 구호를 불렀다. 학생들이 구호를 받아서 웨쳤다. 학생들은 좁은 교문이 터지게 밀려나갔다. 기대와 기대가 짓찧으며 교문을 빠졌다. 교문밖으로 나온 오순희는 대렬속에서 빠져 녀자사범쪽으로 달렸다. 《얘, 너 어데로 가냐?》 《저기 동무들한테 가서 경종을 울려야겠다.》 오순희는 동무들이 묻자 이런 소리를 하면서 뛰였다. 녀자사범에서는 학교당국이 더 괴악한 짓을 해놓았다. 쇠창살문을 돌려닫고 굵은 쇠줄로 네댓겹 휘감아 비틀어놓았다. 아예 학생들을 조롱속에 가두듯 해놓고 설복을 하는 모양이였다. 비틀어놓은 쇠줄을 풀자고 하니 오순희의 손아귀따위로는 어림도 없었다. 오순희는 담장을 뛰여넘을가 해서 담장주위로 달리며 살펴보았다. 그러나 담장은 높아서 뛰여넘을만한데가 없었다. 그는 두루 살펴보다가 담장밖에 서있는 느티나무 있는데로 달려갔다. 그는 나무를 그러안고 운동화발에 힘을 주며 쑥쑥 기여올라갔다. 담장안의 운동장이 눈앞에 드러났다. 녀학생들이 와글와글 끓는다. 기발을 들어 흔들기도 하고 뭐라고 웨치기도 한다. 선생 하나가 나서서 연설을 하는데 아우성소리에 파묻혀 잘 들리지를 않는다. 《얘들아, 우린 벌써 떠났다. 어서 나오너라!》 오순희는 담장안으로 구부러진 나무가지우에 올라서서 고함을 쳤다. 거듭 여러마디 고함을 쳤을 때에야 마당에 있던 학생들이 알아보고 우르르 한무리 달려왔다. 《너 왜 거기 올라갔니?》 《얘, 너들 뭘하냐? 우린 떠났다. 저기 벌써 하남가쪽으로 나갔다. 빨리 나오너라!》 《얘, 우린 글쎄 소사가 교감의 말을 듣고 대문을 쇠줄로 동여놨단다. 이런 쇠줄로말이다.》 녀학생들은 팔뚝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얘, 나두 인제 쇠줄을 보고 왔다. 쇠줄이 뭐 팔뚝 같더냐? 얘, 그따위 소리 말구 빨리 가서 끊어버리구 나오너라!》 《정말 너의 학교는 떠났니?》 《떠났게 떠났다지. 저것 봐라. 목간통집 지붕우에서 기발이 춤을 춘다.》 녀학생들이 우르르 마당으로 도로 달려갔다. 녀자중학이 떠났다는 소리는 녀학생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떠나자! 가자! 하는 소리가 운동장이 떠나가게 일어났다. 학생 두명이 어디서 도끼를 얻어메고 교문쪽으로 달려갔다. 이악스럽게 쇠줄을 조겨대는 소리가 들리였다. 이것이 신호로 되여 온 마당의 학생들이 모두 교문으로 몰려갔다. 오순희는 기쁨에 넘쳐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투쟁이란 열마나 좋은것이냐, 이렇게 보람과 기쁨을 주는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가? 투쟁이여, 승리의 문을 열라! 영광의 문을 열라! 얼마 안있어 교문쪽에서 와아 함성이 일어났다. 오순희는 잽싸게 나무에서 미끄러져내렸다. 그리고는 함성이 터진 교문쪽으로 마구 달렸다. 《얘, 순희야!》 대문으로 터져나오는 녀자사범의 학생들이 오순희를 휩쌌다. 구호소리가 일어났다. 너무도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는 학생이 많았다. 녀자사범대렬이 큰 거리로 나섰을 때 북극문쪽 큰 거리우에는 법정학교 학생대렬이 나타났다. 녀자사범과 법정학교는 한대렬이 되여 거리를 메우고 올라갔다. 공설운동장입구에 가서는 덕승가쪽에서 들어오는 직업학교 학생들과도 한덩어리가 되였다. 직업학교 학생대렬은 로동자대렬 같다. 모두들 로동복을 입었다. 이 대렬속에는 수염이 검실검실한 선생들도 끼여있었다. 운동장입구는 혼잡을 이루었다. 세 학교 대렬을 합쳐놓으니 미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사람들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야단을 했다. 기대가 서로 얼크러져 짓찧었다. 사처에서 빨리들 들어가자고 웨쳤다. 이러는데 우마항쪽으로부터 육문중학교 대렬과 기관구로동자대렬, 선창로동자대렬이 들이밀렸다. 철도복장을 한 기관구로동자대렬이 이채를 띠였다. 그들은 기발을 들지 않고 두어발씩 되는 넙적넙적한 널장들에 종이를 바르고 거기에 구호를 써서 들었다. 그런것이 대렬중간으로 수십개 늘어서있다. 그들은 구호를 부를 때마다 이 구호판들을 들어올린다. 어떤것은 자루가 길어서 하늘높이 불쑥 솟아올랐다. 선창로동자대렬 선두에는 키가 큰 춘택이가 서고 그 뒤에 몸집이 다부진 현태봉이 서서 기발을 들고 구호를 웨쳤다. 권성근은 가대기군들속에서 벙글벙글 웃으며 걷고있었다. 그는 밀짚모우에 수건을 동여서 얼른 보아서는 권성근이 같지를 않았다. 육문중학교 대렬선두에는 그의 아들 권태일이가 기발을 들고 걸어가며 구호를 웨치였다. 광장에는 수천명 청년학생들이 가뜩 들어섰다. 대렬을 정돈하느라고 여기저기서 구령을 지르며 끓는다. 큰 바다가 움씰움씰하는것 같다. 저녁바람이 불어와서 기발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펄럭거렸다. 사처에서 기발들이 날지 않게 걷어잡아쥐라고 소리친다. 녀학생들의 대렬은 운동장 한복판을 뚜지고 들어가느라고 바글바글 끓었다. 서로들 압착기에 짓눌리듯 짓눌려 뼈가 오그라든다고 소리쳤다. 한 녀학생은 주위에 주먹을 막 휘둘러댔다. 모두들 얼굴이 딸기빛같이 익었고 입술도 타서 까풀이 일었다. 대오를 정돈시키는 사람들이 마분지로 만든 나팔을 입에 대고 질서를 바로잡느라고 소리친다. 운동장바깥도 소란했다. 어느새 순경과 헌병의 떼가 밀려와서 저편 상점 뒤골목에 진을 쳤다. 둥글모자를 쓴 장교들도 여러명 와서 허리에 찬 권총을 어루만지며 왔다갔다했다. 그러나 먼발치로는 구경군들이 자꾸 모여들었다. 운동장주변의 거리는 사람바다를 이루었다. 우마항거리에는 독립군의 간부들도 나와 서서 구경을 했다. 《저 기발들에 무어라고 썼소?》 리갑무로인이 고원암에게 물었다. 《일본놈을 타도하자고 썼습니다.》 《음, 옳은 구호를 내걸었군. 팔도정기를 다 타고난 영재니까 일을 꾸미는 본때도 벌써 범상치를 않아.》 리갑무로인은 무엇인가 깊은 생각을 하는듯 큰숨을 내쉬며 군중을 바라본다. 우마항쪽에서 구부러져들어온 거리에는 조청산이 나타났다. 그는 얼마전에 또 서울을 다녀왔는데 하마트면 서울에서도 일제의 대검거에 걸려들어 잡힐번하였다. 지금 조청산을 둘러싼 양복쟁이들속에는 뾰족구두를 신은 녀자도 있었다. 모두가 다 서울에서 들어온 사람들이였다. 구경군들은 거리바닥에도 있고 지붕우에도 있었다. 신동호네 지붕에는 애들이 주렁박 열리듯했다. 봉숙이와 쌍둥이패가 이웃집 애들을 다 데리고 올라가 앉았다. 얼마후 운동장에서는 박수소리가 일어나고 와아 환성이 터져올랐다. 높은 연설대우에 김성주동지께서 나서신것이였다. 연설대 좌우측에 차광수와 김혁이가 근엄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차광수는 이틀전에 련락을 받고 신안툰에서 길림으로 올라왔다. 검은 교복을 입으신 그이께서는 잠간 서서 손을 들어 흔드시였다. 장내의 환호는 잦아들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웃으시며 량손을 펴서 자꾸 누르시였다. 환호를 그치라는 신호였다. 그래도 박수소리와 환호소리는 계속되였다. 연설대밑에 서있는 사람들은 더욱 열광적으로 박수를 쳤다. 채경이와 권심의 눈에서는 눈물이 번쩍거렸다. 경주의 눈에서도 눈물이 빛났다. 얼마후에야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잦아들었다. 넓은 광장에서는 기발들만이 바람에 펄펄 날리였다. 《여러분! 동지들!…》 그이께서는 광장을 한번 쭉 훑어보시였다. 《우리는 오늘 조선의 아들딸들이 해야 할 가장 고귀한 임무를 수행하고저 이 자리에 모여왔습니다. 우리는 인제 우리의 임무를 위해서 장엄한 투쟁의 서막을 열어야 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다시한번 말씀을 멈추시고 빼곡이 들어선 기폭과 그밑에 펼쳐진 맑은 눈동자의 바다를 훑어보시였다. 《우리에게 가장 고귀한 임무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잃어버린 조국강토를 일제의 마수로부터 찾아내는 일입니다. 이 임무를 떠나서는 조선사람으로서 그 어떤 보람도 삶의 의의도 찾을수 없는것입니다. 이 임무가 우리의 어깨우에 지워져있기때문에 우리는 이처럼 굳세고 이처럼 가슴속에서 피가 뛰고 이처럼 지혜와 슬기로 차있는것입니다.》 연설대밑에서부터 또 박수소리가 일어나 삽시에 온 장내를 뒤흔들었다. 얼마후에야 장내는 다시 조용해졌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이어 국내정세를 분석하는데로 넘어가시였다. 《지금 강도 일제는 가장 교활하고 가장 간특하고 가장 악착한 방법으로 땅을 략탈하고 지하부원을 략탈하고 생산물과 로동력 그리고 모든것을 략탈해가고있습니다. 우선 우리 나라의 공업을 놓고 말해봅시다. 공업은 강도 일제의 손에 들어가지 않은것이 없습니다. 방직, 제사 공업은 미쯔이계통에, 무연탄채굴공업은 미쯔비시계통에, 비료공업과 전기공업은 노구찌계통에, 전기공업은 한계통에만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나까구니계통도 군산에 남조선전기주식회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지어는 사탕 만드는 제탕공업도 후지야마계통의 손에 들어가 있습니다. 모든것을 조선원료에 조선로동력으로 파내고 만들어내고 실어가고있습니다. 이런속에서 조선농민은 땅을 잃고 중소기업가들은 공장을 잃고 상인은 점포를 잃고 조선민족은 가지고있는 모든것을 잃어버리고있습니다. 지금 어머니조국은 멍이 들었고 못살겠다는 전민족의 아우성은 천지에 사무쳐있습니다. 농민문제 하나만 실례로 들어봅시다. 3년전 한해동안에만도 땅을 잃어버리고 고향을 떠난 농민의 수가 15만 1천명입니다. 자작지를 잃어버리고 혹은 소작지를 떼우고 일가가 뿔뿔이 흩어져서 고향을 떠난 농민이 15만 1천… 그럼 이 농민들이 모두 어데로 갔는가! 국내 로동자로 전락된 수가 6만 9천, 일본에 로동자로 팔려간 수가 2만 5천, 씨비리로 넘어간 수가 1천여명, 만주로 넘어온 수가 3천여명, 실업이 4만여명… 이렇게 피눈물을 뿌리며 흩어져버렸습니다. 이게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입니다. 조국의 참상입니다.》 장내에서는 불쑥 구호가 터져올랐다. 《일제침략자를 타도하자!》 《일본강도를 조국땅에서 몰아내자!》 운동장이 분노로 뒤번지였다. 기발도 하늘을 찌르며 솟았다. 그이께서는 다시 로동자들의 참상에 대해 말씀하셨다. 로동자들의 등어리에 어떻게 채찍자리가 나고 로동시간이 얼마나 길고 로동사고가 얼마나 많고 임금이 어떤 기아임금이란것을 구체적으로 밝히시였다. 지금 로동자들의 생활이란 그야말로 죽음의 문전에 서있다. 그렇기때문에 날이 갈수록 파업투쟁은 더욱 치렬히 일어난다. 최근 2∼3년간에만도 서울전기회사 로동자들의 총파업, 평양인쇄공장 로동자들의 총파업, 평양양말공장 로동자들의 총파업, 목포제유공장, 서울방직공장, 작년에 일어난 영흥흑연광산 로동자들의 총파업, 바로 지난달에 일어난 문평석유회사 로동자들의 파업, 파업투쟁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있다. 그이의 연설의 특징은 언제나 정확한 자료와 통계적인 수자에 의한 예리한 분석이였다. 그렇기때문에 추상적인것이 없고 명확하고 론리가 정연하였다. 어쨌든 그 정열에 북받친 말씀은 온통 허위와 거짓을 짓조겨눕히는 과학의 쟁기같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바람이 자서 기폭도 펄럭이지 않았다. 석양이 비쳐내리는 광장은 물결이 잦아든 바다같이 조용했다. 삼라만상이 다 그이의 거세인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있는것 같았다. 인제는 구경군들과 시위대렬의 구별이 없게 되였다. 주위를 둘러쌌던 구경군들이 조츰조츰하면서 청년학생대렬의 뒤로 다가들어섰다. 청년학생대렬을 속에 넣고 수십겹의 둘레를 쳤다. 봉천대(장작림정권의 지방주둔군) 대대장과 헌병장교 한놈은 연설대밑에 와서 왔다갔다하면서 그이의 연설을 들었다. 이자들은 그이께서 장작림정권을 타매하시거나 장작림정권을 반대해서 싸우라고 선동이라도 하신다면 당장 호각을 불고 일을 일굴 모양이였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일제의 본성을 낱낱이 분석단죄하시고나서 이 악독한 일제를 반대하는 첫 투쟁으로서 길회선부설을 반대하는 싸움에 나서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그럼 우리가 왜 길회선부설을 반대해야 합니까?》 그이께서는 이런 질문을 제기하시면서 또 잠간 장내를 살펴보시였다. 《일본제국주의는 우리 조선을 강점하고 지금 온갖것을 속속들이 다 빼앗아갈뿐만아니라 조선땅을 저들의 침략적목적에도 리용하고있습니다. 일제가 조선에 사단을 배치하고 군항을 개항하고 철도를 확장하고 군수공업을 세우고있는것은 조선을 강점할뿐만아니라 중국, 쏘베트로씨야를 침공하는 병참기지로, 전초기지로 리용하려는데도 목적이 있는것입니다. 이미 만주에서는 중요한것이 일제의 손아귀에 들어갔습니다. 포쯔마쓰조약에 의해서 로씨야가 조차했던 장춘 이남의 철도를 완전히 강점했고 <관동주>를 략탈해냈습니다. 그외에 철도부설권, 상조권을 비롯한 허다한 권한을 빼앗아냈습니다. 사실상 만주의 실권은 일제의 손아귀에 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설대밑에서 왔다갔다하던 헌병장교가 얼른 호각을 입에 가져갔다. 그러나 그가 호각을 불기전에 봉천대 대대장이 팔을 탁 치며 막았다. 《경솔한 행동은 거두시오. 사실을 말하고있는데 호각은 무슨 호각이요.》 봉천대 대대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호각을 입에 댔던 헌병장교는 낯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연설은 계속되였다. 《그러나 일제는 대륙을 침략하는데 조선의 병참기지를 리용하는것만으로는, 또 조선기지를 거치는 거치장스러운 방법만으로는 안된다는것을 알았습니다. 여기엔 막대한 물질의 소모와 시간의 손실이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좀더 일본본토와 대륙을 직통으로 련결하는 길을 모색해낸것이 바로 길회선철도부설입니다. 그래서 일제는 벌써 길림 돈화간의 철도부설을 완료했고 지금 돈화에서 회령으로 뻗는 철도부설에 달라붙었습니다. 일제는 이 철도만 완성된다면 일본본토에 있는 군력과 군수물자를 청진항으로 날라다가 회령을 거쳐 대륙으로 넘길것이며 또한 중국에서 략탈한 재부를 이 철도로 하여 일본에 실어갈것입니다. 우리는 이 철도가 회령, 청진을 거쳐 일본본토에 직통으로 닿아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또 구호가 일어났다. 기발이 올라가고 주먹이 올라가고 한참 소란하게 뒤설레였다. 《더구나 일제는 지금 돈화에서부터 명월구쪽으로 철도를 놓아나가면서 농민들의 숱한 농토를 략탈하며 집을 무너뜨리고 동네를 파괴하고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 참상을 그대로 내버려두겠습니까? 우리는 일어나 싸워야 합니다. 잃어버린 조국을 찾기 위해서 아시아의 안정과 세계평화를 위해서 들고일어나 싸워야 합니다. 일제는 조중인민의 공동의 원쑤입니다. 나는 중국인민도 반드시 우리들의 투쟁에 호응할줄 압니다. 우리가 어떻게 왜놈들이 대포와 땅크와 군대를 싣고 넘어올 철도를 부설하도록 그냥 내버려두겠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일제가 만주를 삼키고 전중국을 삼키고 쏘베트로씨야로 쳐들어가도록 내버려두겠습니까? 전체 조선인민이 일어서고 전체 중국인민이 일어서야 합니다. 어떤 계급, 어떤 계층, 어떤 조직, 어떤 개인을 물론하고 자기 조국, 자기 민족을 사랑한다면 한사람같이 궐기하여 일제를 타도하는 성전에 나서야 하겠습니다. 모두다 일심동체가 되여 앞으로 전진합시다.》 온 광장이 또 기발을 들어올리며 환호를 웨쳤다. 구경군들도 한덩어리가 되여 그이의 연설에 환호를 보냈다. 구경군들은 계속 모여들었다. 우마항거리와 운동장 맞은편거리에는 또 새롭게 사람바다가 이루어졌다. 인제는 순경과 헌병들도 구경군들과 한무리가 되였다.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자!》 김성주동지께서는 주먹을 쳐들며 구호로써 연설을 끝내시였다. 온 광장이 구호를 받아서 웨치며 환호성이 폭발했다. 기발이고 모자고 손에 쥔대로 마구 흔들어대며 소리를 질렀다. 그이께서는 모자를 흔들어 답례하며 연설대를 내려오셨다. 연설대밑에서도 박수를 치며 웅성거렸다. 봉천대 대대장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도 연설에 감동되여 얼굴이 달아있었다. 《성주동무, 나도 이렇게 대렬에 들어섰습니다.》 천만뜻밖에 오학천이 연설대밑에 와서 기다리고있다가 그이의 두손목을 꽉 잡아쥐였다. 그의 두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리였다. 《어떻게 돼서 이렇게 나왔소? 몸도 편치 않은데…》 《몸은 다 나았소. 나를 대오에 받아주오. 그리고 이끌어주오. 이를 악물고 따라가겠소.》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그이께서는 오학천이를 꽉 포옹하시였다. 주위에서는 박수소리가 더욱 격렬히 일어났다. 오순희는 얼른 경주의 어깨에 고개를 박으며 눈물이 글썽해서 속삭였다. 《얘, 얼마나 즐거운 날이냐? 이 기쁨을 어떻게 해야 영원히 간직하느냐? 난 오빠가 연설대밑에 와서 어정거리고있는걸 저런 감정으로 와서 그러는줄은 몰랐어. 얘, 세상에 나같이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가…》 김성주동지의 포옹을 받고난 오학천은 차광수며 김혁에게로 달려와 꽉 붙안았다. 《나도 함께 싸우겠소.》 《허허허. 너무 흥분하지 마우.》 차광수는 기쁨에 넘쳐 껄껄 웃었다. 다감한 그도 오학천의 격동이 충분히 리해되는 모양이였다. 김혁은 두눈을 슴뻑슴뻑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오학천은 권심이와도 포옹했다. 그것을 보시고 이번엔 김성주동지께서 박수를 쳐주시였다. 얼마후 채경이 연설대우로 올라섰다. 그는 이 청년학생궐기대회에서 전체 조선인민에게 보내는 격문과 중국인민에게 보내는 격문을 채택하자고 제기했다. 그리고는 긴 격문두루마리를 한편으로 좔좔 흘리며 내리읽었다. 두통의 격문이 열광적인 호응속에서 채택되였다. 해가 비쳤던 광장에는 저녁그늘이 덮이고 바람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수풀처럼 일어선 기발들이 요란스럽게 나붓기였다. 투쟁의 서막을 열어놓은 학생들은 두번째의 진격을 위해서 사처에서 대오를 정리하느라고 들끓었다. 마분지나팔을 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제1호는 어디, 제2호는 어디 하면서 고함을 질렀다. 제1호, 제2호 하는것은 대렬의 암호였다. 인제 각 대렬은 제정된 자기 구역들로 나가서 선동선전에 착수할 예정이였다. 투쟁은 애초부터 한번 시위나 하는것으로 끝마칠 계획이 아니였다. 전체 청년학생력량이 근기있게 밑바닥으로 스며들어가 군중속에 불씨를 뿌리고 그 불씨가 활활 타오르도록 만들며 드디여는 온 길림시가 한덩어리의 불로 되여 일제를 치는 싸움에 나서도록 만들자는 그런 방대하고 줄기찬 계획이였다. 청년학생들의 힘에 더 큰 인민대중의 힘을 합치자, 그래서 일제를 치자! 이것이 김성주동지께서 내세우신 계획이였다. 청년학생대렬은 광장에서 빠지기 시작했다. 큰거리로 나가 조양문쪽으로 내려가는 대렬, 우마항으로 들어서 송화강쪽으로 나가는 대렬, 덕승문쪽으로 들어가는 대렬… 시내는 다시 펄럭거리는 기발의 바다를 이루었다. 여기서 불쑥, 저기서 불쑥 구호를 웨쳐댄다. 길림시내는 완전히 하나의 끓는 가마속같이 돼버렸다. 성안과 성밖이 움씰움씰 흔들리고 기발이 덮여서 춤을 췄다. 해가 지고 어둠이 덮여와도 구호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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