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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불멸의 력사》 2 장편소설
천 세 봉
( 제 21 회 )
제 10 장
송도국의 룡상
1
그 가을에 룡정에서는 민심을 흉흉하게 하는 하나의 비극적사건이 일어났다. 《조선공산당 만주총국》회의에 참가했던 우두머리들이 일본경찰의 손에 피검되였던것이다. 그 소식은 서울의 신문들에도 보도되고 《정의부》의 《대동민보》나 《신민부》의 《신민보》같은 해외의 조선신문들에도 실리였다. 간신히 체포를 면한 조청산과 장윤삼은 화전오지의 어떤 농막집에 숨어있다가 검거선풍이 잦아들자 서리맞은 푸성귀꼴을 해가지고 길림으로 돌아왔다. 두사람은 시가지주변의 자그마한 음식점에서 국밥 한그릇씩 사서 먹고 마차를 몰아 김찬이 들어있던 하숙집으로 급급히 들이닥쳤다. 거리에서 그들을 만난 조창진이 중병을 앓고난것 같이 얼굴이 수척해진 월파 조청산을 마차에서 부축해내렸다. 조청산은 후들거리는 손에 단장을 쥐고 땅바닥에 내려섰다. 맞은편에 있는 김성주동지의 하숙집할머니가 달려나오며 수고를 했다고 말을 건늬였다. 그러나 조청산은 대답을 못하고 장윤삼이 모자를 벗으며 인사를 했다. 《할머니 안녕하십니까?》 《어이구 이건 또 누구요. 장선생이 아니요?》 장윤삼은 서글픈 표정으로 웃으며 길림에 다시 왔노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딸애는 어데다 두고 다니우?》 《지금 저 반도려관에 두었습니다.》 《쯧쯧, 그게 에미 없이 얼마나 고생을 하겠소? 그런데 모두들 어째서 이렇게 후줄근해졌소?》 《려행에 시달려서 이렇게 되였습니다.》 그제야 조청산이 힘겨웁게 입을 열었다. 《월파선생은 서울에서 내려오는길이겠군, 내 서울 갔다는 말을 들었는데…》 《서울에도 갔댔구 또 간도에도 갔댔지요.》 조청산이 대답했다. 《아니 간도에 내려갔댔으면 그 란리를 겪고오는길이겠군.》 《허허허, 할머니도 소식을 들으셨군요.》 장윤삼의 말이였다. 《그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 있소? 신문에서 법석 떠드는 소식을… 어이구 참 비살치듯 잘두 다니는군… 그래 김찬선생은 어떻게 되였소?》 《왜놈들한테 잡혔지요.》 《원 저런… 벼락맞을놈들… 조선사람이 어쩌다가 모두 그렇게 될가?》 할머니는 장윤삼의 말에 이렇게 대꾸하며 그들의 가방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월파의 들가방은 인제는 손잡이고리도 다 떨어져나갔다. 그래도 거기에 무엇을 쑤셔넣었는지 가죽이 터지도록 불룩했다. 장윤삼의 들가방은 그래도 조청산의것보다는 좀 새것이였다. 조창진이 조청산을 부축해가지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팔을 너무 꽉 붙들지 말게.》 《넘어질가봐 그럽니다.》 《넘어지긴 무얼 넘어져? 단장을 짚었는데…》 조청산은 도리여 조창진에게 잡힌 팔을 흔들어대면서 일껏 부축해주는 사람을 피가 진 눈으로 쏘아보기까지 했다. 조창진은 그가 무슨 일에 신경이 올라있다는것을 느끼였다. 그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간도에서 김찬이들이 붙잡혔다는것도 타격이 크지만 지금 조청산의 몰골을 보니 기가 막혔다. 그래도 이들을 놓고 조선혁명의 높은 리상봉을 바라보고있은것이 허무한 일로 느껴지기도 했다. 김성주동지의 지도밑에서 지금 벅찬 기세로 진출하는 새로운 공산주의세력이 조청산이나 김찬이들을 비판하는것이 타당한것 같기도 했다. 요새 이런 문제로 고민하며 모대기는 조창진은 오늘 더욱 힘이 꺾이였다. 《나 거 베개 좀 주게.》 방안으로 들어온 조청산은 손을 내밀며 조창진에게 말했다. 조창진은 벽장문을 열고 베개를 꺼내주었다. 하숙집할머니가 구들이 차다고 눕지 말라고 하면서 얼른 밖으로 나갔다. 그는 사내들같은 큰 목소리로 이 하숙집의 주인아낙네를 불렀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사람이 없는 모양이군, 선창으로 나갔는가보지.》 할머니는 중얼거리며 걸어나갔다. 《여보, 우리 또 좀 얘기해봅시다.》 방금 베개에 귀밑을 붙이고 누웠던 조청산이 별안간 벌떡 일어나앉더니 번뜩이는 눈으로 장윤삼을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그래 그놈들이 푸르동주의가 아니란말이요? 소시민적환상에 사로잡힌놈들이 아니란말이요? 무엇때문에 소작료철페운동을 반대하는가? 그래가지고 언제 사회주의혁명을 하겠다는거야? 응?》 조청산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장윤삼은 잠자코 앉아서 담배를 붙여물었다. 《물론 이 운동을 제기하는 밑바닥에 우리의 일정한 타산이 깔려있는건 사실이요. 그러나 우리가 이런 촉급한 시대환경에서 사회주의를 누워서 기다려야 하겠소? 의식적으로 운동을 주름잡아 당기지 않고 운동을 자연생장성에 맡겨둬야 한단말이요?》 그는 점점 더 열을 올리였다. 이리로 오면서 얼마나 론쟁을 했는지 입귀에 거품이 갈품처럼 말라붙었다. 조청산은 이번 룡정회의에서 농민들의 소작료철페문제를 제기했다. 이 문제를 제기하는데는 두개의 큰 의도와 타산이 숨어있었다. 지금 그가 말한것처럼 당장 사회주의혁명을 하자는 의도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려공청》의 지반을 들부셔버리자는 타산이 더욱 강했다. 《고려공청》이란 로령에서 넘어와 세력을 펴고 《조선공산당 만주총국》산하에 기여들어 《령도권》쟁탈에 미쳐날뛰는 집단이였다. 그런데 그들의 세력지반이란 중학졸업생, 교원 기타 중산계급의 인테리층이였다. 그렇기때문에 그들의 농촌토대란 대체로 중농 아니면 부농, 지주층이였다. 그러니 소작료철페의 창끝을 받아안을 사람들이 바로 그 사람들이였다. 그래서 화요파는 그의 제기를 적극적으로 옹호해나섰고 《고려공청》은 소작료문제는 다치지 말자고 주장해나섰다. 《고려공청》은 농민문제에 지나친 주목을 돌리는것은 농민의 《옵쉬나》를 공산주의태아로 본 《인민파》를 닮은 로선이라고 비난했다. 《황당무계한놈들, 뭐 <인민파>의 로선이라구? 그래 그놈들은 공산주의운동을 청년운동으로 대치시키자는거야? 난 장동무도 립장이 좀 철저해야 되겠다고 보우. 왜 헤게모니싸움을 안하겠는가? 혁명의 운명문제가 가로놓여있는데 헤게모니싸움을 왜 안한단말이요? 그래 저 <고려공청> 무식쟁이들에게 권력을 넘겨주어가지고 사회주의운동이 될것 같소?》 《인젠 그만둡시다.》 《그만두긴 왜 그만둬? 좀 말해봅시다.》 《글쎄, 우리가 헤게모니를 쥐면 무슨 별수가 있을것 같소? 사회주의혁명을 성공해낼것 같소? 이날 이때까지 우리가 혁명을 한다고 떠들어댔는데 얻은게 무어요?》 장윤삼은 울기가 올라서 대꾸했다. 《아니, 그럼 장동무는 다 시끄럽다는 립장이요?》 《그렇소. 인젠 다 진절머리가 나오. 난 당신들의 그 헤게모니싸움바람에 혁명의 열정으로 끓던 가슴에 상처를 입고 청춘을 탕진했소. 그리고 안해마저 잃었소. 이제 귀밑머리가 세여지기 시작한 이 장윤삼에게 남은것은 철부지 딸자식과 원고뭉테기가 들어있는 저 가방 하나뿐이요. 내가 그 딸애마저 려관방에 외롭게 버려두고 따라다녔으면 무던하지 무엇이 모자라서 나를 들볶소? 당신이 그 헤게모니를 쥐면 내 가슴에 뿌려진 이 독한 환멸의 재를 깨끗이 씻어줄것 같소?》 장윤삼은 갑자기 이렇게 울부짖었다. 그가 무섭게 다몰아치는 바람에 조청산은 잠시 기가 질려 입술을 파들거리며 떨었다. 그러나 그는 인차 침착해져서 싸늘하게 웃음을 띠며 또 말을 꺼냈다. 《그래 장동무는 자기의 서푼짜리 영웅주의를 미화해가지고 그것으로써 비겁한 소시민근성을 감싸보자는거요?》 조청산은 장윤삼의 량미간을 쏘아보며 비수같은 한마디를 던지고 나서는 얼른 허리를 일으켜세웠다. 그리고는 다시 란도질을 하듯 폭언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래 대체 동무가 혁명을 위해서 한게 뭐요? 당신의 너절한 론문들이 우리 운동에 혼란을 가져온 외에 과연 손톱눈만치라도 보탠게 있단말이요? 당신의 처가 죽은것이나 그 딸자식이 려관방에 있는것이 그렇게도 가슴아픈 일이요? 우리 혁명가들이 혁명을 집어던지고 당신 처 무덤앞에 가서 통곡이라도 해야 한단말이요? 애당초에 당신은 혁명을 할 사람이 못되오. 흥, 이 월파는 죽어줄 녀편네도 없거니와 려관방에 맡겨둘 딸자식도 없는 사람이요.》 《여보, 월파선생, 당신이 이렇게도 사람의 가슴에 도끼질을 한단말이요?》 장윤삼은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 《듣기 싫소. 우는 소리는 작작하오. 결국 <고려공청> 무식쟁이들이나 당신이나 소작료철페가 싫다는것은 혁명이 싫다는 말이지 다른게 아니요. 그러면서도 비겁하다면 펄쩍 뛰지, 프로레타리아를 위한 투사라고 우쭐대지…》 두사람의 론쟁은 이미 론리를 캐고 리치를 따질수 없는 상태로 번져갔다. 서로 이루어지지 않는, 혹은 억울하게 빼앗긴 그 무엇인가에 대한 원통한 심정, 짓밟힌 자존심에 대한 모욕감,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것으로 위안을 받자는 무서운 복수심, 그것이 불달린 론쟁에 기름을 끼얹어주었다. 방안에서는 계속 고함치는 소리가 나고 구들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윤삼이보다 조청산쪽이 더 기가 돋아서 거치른 소리를 내뱉고있다. 바로 이런 때 김성주동지께서 하숙집으로 돌아오시다가 떠드는 소리를 듣고 마당으로 들어서시였다. 《할머니, 왜 이 집에 와서 불을 때십니까?》 《월파선생이 간도에서 돌아왔네. 그래서 들려보았는데 구들이 차기에 불을 때주지 않나. 그런데 웬 싸움을 저렇게 하는지 모르겠네. 어이구 참, 수탉들 직성같애. 그것들이 늘 마주서기만 하면 목덜미털을 부르르 일궈세워가지고는 푸떡푸떡 뛰면서 싸움질을 하더니…》 할머니는 이렇게 지청구를 하면서 혀를 갈기였다. 그이께서는 잠간 서서 다투는 소리를 들으시였다. 소작료철페문제가 다시 론전에 올랐다. 장윤삼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조청산은 그런 수작은 《고려공청》의 편에 서려는 배신적인 수작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김성주동지께서는 도로 나오려고 발길을 돌리시다가 생각을 고쳐하시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어가 들어보고 단단히 타격을 줄 필요가 있다고 여기시였다. 무엇을 어쩌겠다고 저렇게 고함을 지르며 구들바닥을 두드리는가? 파쟁으로 독이 오른 저들이 조선혁명에 주는것이 무엇인가? 저들이 혁명에 끼치는 해독을 막기 위해서라도 저들의 공담에 비판을 줘야 하겠다. 저들이 얼마나 조선공산주의운동을 흐려놓고있는가? 오동진이만 해도 저런자들때문에 한때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있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이런 생각이 들어 그들한테로 들어가시였다. 그이께서 방안으로 들어가시니 두사람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있었다. 구석쪽에 앉아있던 조창진이 인사를 하였다. 김성주동지께서 조청산을 보고 먼길을 다녀오느라고 수고했다고 말씀하시자 월파는 수고가 없노라고 하면서 경황없이 자리를 권했다. 그는 담배를 피워물고 앉아 피가 선 눈으로 장윤삼을 흘끔흘끔 쏘아본다. 당장 또 폭언을 뱉을것 같은 기상이다. 장윤삼은 또 장윤삼이대로 긴 목에 피대를 돋치고 앉아 담배연기를 뿜었다. 《간도에서 불행이 있었다는데 이렇게 빠져왔으니 참 다행입니다.》 《기가 막힌 일을 겪었소. 그러나 저놈들이 잡는 기술을 가지고있다면 우리는 빠지는 기술을 가지고있는셈이지. 잡히기도 여럿이 잡혔지만 더러 빠지기도 했소.》 조청산은 인제야 낯가죽이 좀 펴지면서 이런 대답을 했다. 《김찬선생은 어떻게 되였습니까?》 《잡혔소. 담장을 뛰여넘다가 놈들의 총알에 맞고 붙잡혔소. 그런데 마침 잘 왔소. 내 회장동무하고 좀 토론해볼 문제가 있소.》 그는 불시에 정색을 하며 말을 꺼냈다. 《무슨 문제입니까?》 《다른것이 아니고 이번 룡정에서 날카롭게 제기되였던 문제는 농민문제, 구체적으로 말하면 소작료철페문제였소. 내 언젠가 회장동무와 조선혁명의 현단계문제를 가지고 론쟁한 일도 있지만 그후 나도 연구를 해보니 회장동무의 의견이 옳다고 긍정되는 점이 많았소. 정말 우리 나라는 식민지반봉건사회이고 농민이 주민의 80%이상을 차지하고있는것이 사실이요. 그렇기때문에 농민문제를 중요하게 보지 않을수 없단말이요.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 대담하게 소작료철페문제를 제기했댔소. 그런데 저 <고려공청>의 무식쟁이들이 뭐라고 하는지 아오? 그게 <인민파>적인 견해라는거요. 기가 막혀서… 이런자들이 사회주의자노라고 판을 치고 돌아다니니… 그래서 방금까지도 이 장윤삼동무와 한바탕 론쟁을 하던참이요.》 《아주 흥미있는 문제입니다. 그래 장윤삼선생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이께서는 웃으시며 한쪽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장윤삼에게로 눈길을 돌리시였다. 《그 동무는 건드리지 마오. 좀 흥분해있으니까. 토지문제고 소작료문제고 다 시끄럽다는것이 장동무의 견해요.》 장윤삼은 눈을 한번 치떠 조청산을 쏘아보고는 담배연기만 내뿜는다. 김성주동지께서는 벌써 문제의 허황성을 꿰뚫어보시였다. 조청산이와 그의 동료들이 아무런 현실적조건도 가능성도 타산하지 않고 망탕 쥐여치는 이와 같은 초혁명적인 구호가 운동에 미치는 파괴적작용은 큰것이였다. 그러지 않아도 썩어문드러지는 이 모순에 찬 현실에 적의를 품고 혹은 실망하여 닥치는대로 짓부시든가 아니면 자살이라도 하고싶은 절박한 심정에 사로잡혀있는 청년들에게 그 과격한 공담들은 마치 화끈 단 쇠붙이에 기름을 끼얹는것과 같아서 확 불붙지 않으면 무서운 폭발을 일으키게 하는것이였다. 이런 무정부주의적발작은 혁명에서 대중을 멀어지게 할뿐만아니라 반동공세에 언질을 주고 놈들의 비방중상에 좋은 자료를 만들어주며 청년들의 건전한 리성을 좀먹는것이다. 지금 앙양되고있는 혁명적분위기속에서 그 앙양에 편승하여 자기들의 종파적지반을 닦고 영향력을 키워보려는 조청산이며 《고려공청》패들의 움직임을 전부터 느끼고계시던 그이께서는 이자들을 단단히 눌러놓아야겠다는것을 진작부터 생각하고계시였다. 그런데 오늘은 제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 중을 떠보자는 가소로운 시도를 해온 이상 더욱 그냥 내버려둘수가 없었다. 《그런데 월파선생이 소작료철페문제를 오늘에 와서 새삼스럽게 제기하는 의도나 계기는 무엇입니까? 일반적으로 토지문제는 반봉건혁명에서 기본문제인 동시에 로동계급의 동맹자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러니 토지문제 혹은 농민문제는 맑스ㅡ레닌주의자들에게 항상 전략적문제로서 나서는것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소작료문제는 스스로 풀릴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내가 그것을 부인하겠소? 레닌도 토지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보았는가말이요? 사실 우리 농민들이 이 략탈적인 현물지대때문에 지금 얼마나 신고하고있소? 그러니만치 나는 당장 그 저주로운 소작료제도라는것을 짓부셔서 력사의 쓰레기통에 처넣자는거요.》 조청산은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붙여물었다. 이때까지 장윤삼이와 뿔이 부러지게 다툰 탓도 있지만 어쩐지 벌써 김성주동지의 빈틈없는 론조에서 공연히 말을 붙였다는 후회도 들고 일종의 위압감조차 느껴져서 손을 떠는것이였다. 《매우 통쾌한 주장입니다. 우리는 소작료를 철페할뿐아니라 토지문제, 아니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일반을 철페하고 온갖 봉건적 자본주의적 상부구조를 송두리채 뿌리뽑아야 할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그것을 주장할뿐만아니라 우리 손으로 그것을 실현할것을 목적하고있습니다. 그러기때문에 최고강령은 공산주의사회의 건설에 두면서도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혁명의 여러 단계를 예견하는것입니다.》 《회장동무, 저 월파동무의 소작료철페는 어떤 강령 같은데 박자는 주장이 아니라 지금 당장 모든 농촌에서 들고일어나야 한다는 되지도 않을 급진적인 주장이요.》 담배만 피우며 앉아있던 장윤삼은 여전히 울기가 오른 표정으로 한마디 참견을 들었다. 그는 조청산이가 소작료철페의 진짜의도가 《고려공청》의 지반을 들부시는데 있다는것을 은페하고 그래도 그 무슨 지론이 있는것 같이 떠들고 앉아있는것이 가소로와 견딜수 없었던것이다. 《아니 무엇이 되지도 않을 주장이란말이요? 소작료철페가 왜 안된단말이요? 당신은 혁명을 배반하고있소. 사회주의를 배반하고있단말이요.》 조청산은 주먹으로 구들바닥을 치며 장윤삼에게 덤벼들었다. 또 입귀에 게거품이 내비치기 시작했다. 그는 혈떡거리며 말을 계속했다. 《우리가 사회주의를 앉아서 기다린단말이요? 난 그런 소극적방법에는 의거하고싶지 않소. 이런 적극적인 구호를 농민들속에 던지구 또 실제적으로 소작료철페운동을 일으키구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사회주의는 성공될줄 아오.》 조청산은 손수건으로 땀을 문질렀다. 《허허허 월파선생, 흥분하지 마십시오, 내 생각에는 소작료철페문제는 월파선생외에도 주장하는 사람이 많은줄 압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장하는데 있는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없애는것을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가 하는데 있습니다. 한가지 질문하고싶은데 만일 소작료가 없어지면 지주는 무엇을 먹고 살아나가게 되는가요?》 김성주동지께서 이렇게 물으시였다. 월파는 갑자기 눈이 둥그래졌다. 《무엇때문에 나한테 그런것을 묻소? 지주가 무엇을 처먹고 살겠는지 그것을 사회주의자인 내가 걱정해야 한단말이요?》 《매우 정당한 말씀입니다. 우리는 지주들이 어떻게 살아나갈것인가를 걱정할것이 아니라 반대로 계급으로서의 지주를 청산할것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소작료를 철페하자는 월파선생의 주장이 내 듣기에는 지주제도, 말하자면 지주의 봉건적토지소유는 인정하면서 즉 지주가 자기 토지를 가지고 먹고 살게 하면서 단지 소작료만 없애자는것으로 들리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허허허.》 장윤삼이 너털웃음을 웃었다. 조청산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조창진이도 조청산이 못지 않게 낯빛이 변했다. 그는 리론에 몰리기 시작하는것이 어쩐지 조청산인것이 아니라 자기인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조선공산주의운동에서 큰 리론가라고 믿었던 조청산인데 당장 그의 리론의 부당성이 드러나고 무엇인가 뒤죽박죽이 되는것 같다. 벌써 조창진에게도 빈틈이 없는 김성주동지의 리론이 조청산의 속궁근 《리론》을 움쩍 못하게 눌러놓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일종의 불안조차 느끼였다. 그래도 조청산은 김이 빠지려는 기운을 추세우며 또 웨치였다. 《그것은 무슨 말이요? 나는 지주를 둬두자고 한적은 어느때도 없었소. 나는 지주를 철저히 소탕할것을 누구보다도 열렬히 주장해온 사람이요. 그래 내가 사회주의혁명을 주장하지 않았단말이요? 나는 당장 사회주의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요.》 《잘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당장 사회주의혁명을 주장하는 선생이 소작료철페를 따로 떼내서 웨치는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그것은 당면한 투쟁구호란말이요.》 《그러니까 사태는 명백해졌습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안색이 좀 근엄해져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내가 보건댄 <고려공청>사람들이 월파선생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것은 그들의 계급적지반이 소작료에 의하여 부지되고있다는것과 또한 그 주장을 내놓은것이 다른 파벌에 속한 사람이기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공산주의운동대렬에서 자기 파의 세력을 잃어버릴가봐 겁이 나서 그러는것입니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 혁명적인듯한 월파선생의 주장도 역시 유해로운 점에서는 <고려공청>사람들의 주장에 결코 못지 않습니다. 당면한 투쟁구호로서 농촌에서 소작료철페문제를 제기한다는것은 시기적절하지 못할뿐만아니라 무모한 행동이라고 인정합니다. 우리는 봉건적인 사회계급관계를 근본적으로 철페하기 위하여 조선에서 지주제도가 발붙이고있는 일본제국주의를 반대하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워야 하며 동시에 그와 결탁한 지주를 쳐야 합니다. 일제를 타도함이 없이는 지주제도를 청산할수 없으며 지주제도를 청산하려면 일제를 쳐야 합니다. 소작료철페란 일제와 지주제도자체를 소멸하기 위한 결정적인 투쟁을 예견하지 않고는 제기할수도 없는 허황한 공담에 불과합니다. 지금 당장 소작료를 없애라는것이 소작료를 없앨것을 진정으로 원해서 하는 주장이라고 볼수는 도저히 없습니다. 우리는 소작권을 위한 투쟁, 감조투쟁 같은것을 통하여 점차 농민들을 계급적으로 각성시키고 묶어세우며 개별적인 투쟁들을 점차 확대하고 전국적규모에서 조직화하며 경제적투쟁을 차츰 정치적인 투쟁으로 발전시키며 이렇게 경험과 력량을 축적하였다가 결정적인 폭력투쟁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결국 회장동무의 견해는 너무도 소극적인 견해가 아니요. 당장 소작료를 없애야 혁명이지 감조투쟁이나 하자는것이 그게 무슨 혁명인가말이요?》 《월파선생, 내 견해를 소극적인 견해라고 보는데 월파선생은 혁명과 소극적인것을 구분하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아마 선생의 주장이 늘 극단적이고 과격한 원인이 거기에 있는 모양입니다. 맑스ㅡ레닌주의자들은 낡은 사회를 혁명적으로 변혁할것을 주장하지만 그것이 일조일석에 어떤 리론가의 주관적욕망에 의하여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라 그것을 담당할 주체적혁명력량이 준비되여야 하고 력사적 사회적 조건이 성숙되여야 한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월파선생이 아무리 혁명을 원하여도 혼자힘으로는 단 한놈의 지주도 없앨수 없습니다. 바로 그렇기때문에 맑스나 레닌도 꾸준히 혁명력량을 키우기 위하여 준비하였고 이런저런 합법적 혹은 비합법적 투쟁형태들을 통하여 로동계급을 단련시켰습니다. 이러한것을 우리는 혁명의 결정적시기를 위한 준비과정으로 보지 그것을 그 어떤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일본제국주의와 지주 및 예속자본가들을 근본적으로 철저히 소탕할것을 주장하면서도 지금은 8시간로동제나 임금인상과 같은 경제적투쟁도 인정하는것입니다. 그리고 그 투쟁이 점차 정치적인데로 지향하도록 정확한 맑스-레닌주의적령도를 보장해야 하며 농촌에서도 소작료철페가 아니라 반제반봉건혁명의 기본투쟁대상인 일제와 지주들의 타도를 전면에 제기하면서 당면해서는 이러저러한 소작쟁의에 보다 날카로운 정치적구호를 제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보는것입니다. 월파선생, 내 기억같아서는 선생도 공장에서의 로동자들의 생활조건개선을 위한 파업을 인정하신것으로 생각되는데 당장 사회주의혁명을 주장하는 선생이 자본가들에게 8시간로동제를 실시하라든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한다는것은 소극적인것이 아닌가요? 혁명의 령도계급인 로동계급에겐 소극적인것을 하라고 하면서 농민들에게는 당장 소작료철페를 내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하는것은 무엇인가 뒤죽박죽이 된것 같지 않습니까?》 《그것은 억지요. 그것은 나를 모욕하자는것이요. 본질은… 그렇소. 본질은 혁명적실천에 있단말이요.》 조청산은 입술을 푸들푸들 떨며 마구 떠들어댔다. 어떤 본질이 무슨 혁명적실천에 있다는것인지 그자신도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완전히 갈피를 잃고 허둥대는데 지나지 않았다. 그의 이마는 파릿해지고 식은땀이 함빡 내돋아있었다. 장윤삼은 김성주동지로부터 된매를 맞고 어쩔바를 몰라 허둥거리는 조청산의 몰골을 쓰거운 눈매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자신도 조청산이와 함께 된매를 맞고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이랬거나저랬거나 자기자신도 그와 함께 얽혀돌아다니며 그 무슨 리론을 한다고 떠들어댔다. 조청산에게 비긴다면 자기자신이 좀 도고한 립장이라고 할가? 그런데 그 립장이란것도 여기저기 구멍이 펑펑 뚫어져 뒤흔들린다. 조창진이도 기가 죽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었다. 그는 얼른 자리를 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고싶었으나 수족이 묶여진것 같아 그러질 못했다. 《월파선생, 그런 <혁명적>인 언사로써 사람들을 놀래울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며 이미 시대는 그런 허황한 엉터리<리론>으로써는 그 누구도 설복시킬수 없을만큼 발전했다는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내 언제든지 기회가 있으면 하자던 말을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월파선생은 조선혁명을 한다고 하면서 무엇때문에 국제당으로 뛰여다닙니까? 혁명이 목적입니까? 국제당이 목적입니까? 지난 봄에도 두 파벌이 국제당에 달려가서 서로 자기가 정통파라고 승인해달라고 하다가 어느 파도 승인을 받지 못하고 돌아왔다는데 그걸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리고 또 돌아오다가 국경계선에서 서로 칼부림까지 하며 싸우기도 했다는데 이런 통탄할 일이 어데 있습니까? 국제당이 곧 다른 나라 혁명을 맡아가지고 해줄수야 없지 않습니까? 누구든 조선혁명의 주인이 되여 조선의 구체적실정을 연구하고 그에 맞는 전략전술을 세우고 혁명을 책임적으로 수행해나간다면 국제당이야 의례히 승인해줄것이 아니겠습니까? 조선사람이 제 나라 혁명을 하는데 누가 승인해주어야 하고 승인해주지 않으면 안하겠습니까? 월파선생, 지금 파쟁이 어느 지경에 이르렀고 그 더러운 놀음이 조선공산주의운동에 무엇을 가져다주고있는가 하는것을 똑똑히 돌이켜보아야 할줄 압니다. 선생들은 지금 그 진부한 파쟁의 구렁에 빠져서 시대가 어떻게 전진하는지도 모르고있습니다. 벌써 조선공산주의운동은 파쟁의 피얼룩이 진 유년기를 극복하면서 진정한 자기 진로를 찾는 길에 들어섰습니다. 월파선생이 이와 같은 시대의 변화발전을 돌아다보지 않는다면 조선공산주의운동은 틀림없이 선생을 저 력사의 쓰레기통에 처넣어버릴것입니다.》 조청산은 입이 아주 얼어붙고말았다. 담배를 붙여무는 그의 손은 와들거리며 떨었다. 장윤삼이며 조창진이도 낯빛이 창백하게 질렸다. 인젠 모든것이 수습할나위가 없게 되였다. 참혹한 붕괴였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좀더 말씀을 하시려다가 모두들 낯빛이 질려있기에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시였다. 장윤삼은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 결국은 이 하잘것없는 인간들이 서울에서 간도에서 조선혁명을 부르짖고 사회주의혁명을 부르짖고 했다. 화요파는 그래도 이 조청산을 리론가로 떠받들며 무엇인가를 꿈꾸며 날뛰였다. 장윤삼은 얼른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밖으로 나온 그는 그 어떤 나락으로 풍덩풍덩 떨어져내려가는것 같은 느낌으로 거리를 향해 걸었다. (어데로 가야 하느냐? 월파는 어데로 가고 나는 어데로 가야 하느냐? 이 썩은내가 나는 인간들을 용납해줄곳이 어데인가!) 거리를 걷던 장윤삼은 권심을 찾아가볼가 하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서울에서 서로 사귄사이였다. 그러나 그는 파벌을 미워하며 자기와 의견이 상극이 되여 싸웠다. 그런 권심을 여기 와서는 한번도 못만났었다. 어쩐지 그를 만나보고싶었다. 그러나 곧 그것을 단념하고 돌아섰다. 자기 혐오에 빠진 그는 어지러운 발로 지저분한 흔적을 찍어놓으며 돌아다니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는 무겁게 발을 옮기며 걸었다. 려관집앞에 오니 딸 인순이가 맞은편 창고벽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소꿉장난을 하면서 놀고있었다. 장윤삼은 단장을 짚고 우뚝 서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어미를 일찍 여의고 의지가지가 없게 되여 데리고다니는 딸이였다. 그래도 이것이 바람부는 사막에 핀 한떨기 꽃송이같이 자기의 쓸쓸해진 생활을 달래주니 고마왔다. 장윤삼은 손수건을 꺼내서 눈굽을 가볍게 누르고나서 려관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조창진이도 밖으로 나왔다. (저 정치적야욕의 화신을… 저 엉터리리론가를 하늘처럼 숭배하며 동무들이 나더러 《소월파》라고 하는데 대해서까지 월파선생의 이름에 루가 끼친다고 화를 낸 이 천치, 바보같은것… 분하구나. 내가 정말 더럽겐 바보였구나.) 조창진은 어데로 가는지도 모르게 걸어갔다. 거리로 나간다는것이 골목길로 들어섰다. 자기 발같지 않은 운동화 신은 발이 담장그림자가 깔린 길바닥을 터벅터벅 디디며 나갔다. 《창진동무!》 앞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에 얼굴을 들어보니 뜻밖에도 김성주동지시였다. 손에 두터운 책을 드신걸 보니 아마도 하숙에 들어가셨다가 도로 나오신것 같았다. 《난 창진동무에게 부탁이 하나 있소.》 《무슨 부탁이요?》 조창진은 가슴이 후둑거려서 경황없이 물었다. 《창진동무도 알고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연극을 하나 준비하고있소. 내 박두학동무에게서 이야기를 들으니 창진동무가 연기를 잘한다는데 어떻게 배역을 하나 맡아줄수 없겠소?》 《내가 무슨 배역을 맡겠소?》 《창진동무, 하나 맡아주시오. 난 창진동무의 고민을 알고있소. 그러나 우리는 자기자신을 옳게 깨달으면 되오. 난 창진동무가 반드시 진정한 조선혁명의 길우에 들어서서 열렬히 싸울줄 믿소.》 그이께서는 조창진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잔등에 손을 얹으며 말씀하셨다. 《성주동무…》 조창진은 고개를 들고 눈물이 그득한 눈으로 그이의 얼굴을 마주보며 부르짖었다. 그도 김성주동지께서 자기를 연극에 청하시는 의도를 모르지 않았다. 파벌의 수렁에서 뛰여나오라고 이처럼 각근히 타이르며 청하시는게 아닌가! 《꼭 나와주오. 창진동무가 나오면 동무들이 모두 기뻐할것이요.》 조창진은 다시는 대답을 못하고 눈물이 주르르 떨어져내리는 얼굴을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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