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불멸의 력사》 2

        장편소설

 

 

                                     천  세  봉  

 

( 제 2 회 )

 

3

 

길림의 학생들은 낮에는 순한 양같이 학교의 칠판앞에 앉아서 학과를 배우지만 밤이면 전혀 다른 생활을 벌리였다. 웅변회, 토론회, 강연회들이 처처에서 벌어졌다. 학생들은 거기서 기염을 올리며 정치를 론하고 주의를 부르짖었다. 각종 색갈의 사조가 밀려들어와 혼탁을 이루고 싸웠다.

어느날 저녁 김성주동지께서는 오학천이와 함께 청년회관으로 가시였다. 청년회관에는 학우회 회원들이 가뜩 모여와있었다. 그이께서 들어가시자 벌써 장내에 와있던 박두학이며 최봉이 은근히 눈인사를 보내였다.

최봉은 몸이 다부진 청년인데 침착하고 생각하는것도 박두학이와는 달랐다. 그는 김성주동지께서 오신 날 밤 찾아와서 박두학이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길림형편에 대한 깊이있는 보고를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어떻게 하든지 직업학교에 들어가보겠다고 했다. 그곳의 굵직굵직한 학생들을 틀어쥐여야 맑스주의전파가 빠르다는것이였다. 《ㅌ.ㄷ》에서 얼마간 단련된 보람이 없지 않았다. 《정의부》계렬의 독립군부대에서 현역으로도 복무하고 행정간부로도 일한적이 있는 그는 전투경험도 있고 식견도 매우 높았다. 최창걸이와 계영춘의 보증으로 되늦게 《ㅌ.ㄷ》에 가입하였는데 이 동맹의 강령에 반영된 김성주동지의 리념을 쉽사리 받아들이였다. 오래동안 민족주의사상의 영향을 받아온 그로서는 너무나도 무난하고 조용히 그리고 파격적으로 이루어진 방향전환이였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의식적으로 아는 동무들을 피하여 맨 뒤쪽자리로 가서 앉으시였다.

미구에 이 청년회관에서는 강연회가 열리였다.

여위고 기름한 얼굴에 테가 굵은 안경을 건 후리후리한 키의 사나이가 무대뒤로부터 연탁을 향해 걸어나왔다. 몇달전에 서울에서 들어온 권심이라는 이름난 리론가였다. 그는 연단에 나서자부터 《조선청년들이 나아갈 길》이라는 제목으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조선민족은 지금 갈길을 잃었습니다. 3.l운동이후 <문화정치>를 표방하고나선 일본제국주의는 더 가혹하고 로회한 방법으로 조선을 결박하고 조선민족을 압살하고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귀에는 억눌린 조선민족의 신음소리가 들리고있습니다. 갈길이 어데인가고 묻는 소리가 들리고있습니다. 그러면 이 민족을 구원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습니까? 바로 학생들, 당신들한테 있습니다. 당신들은 민족과 시대 앞에 무거운 책임을 지고있습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강연을 신중히 들으시였다. 오학천은 학우회의 회장이라 연탁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가끔 고수머리를 쓸어넘기며 강연을 듣고있었다. 그가 앉은곳에서 좀 떨어진곳에 의자 몇개가 놓여있는데 거기에도 학우회 역원들이 앉아있었다. 맨 첫 의자에 오늘밤 권심을 초대한 채경이란 학생이 앉아있다. 그도 법정학교에 다니는 학생인데 오학천이보다 체구가 여무졌고 두드러진 관자노리에 근엄한 기운이 돌았다.

녀학생들도 여러명 와 앉아있었다. 채경이의 누이동생 경주가 맨 가운데 앉아서 연탁쪽을 주시하고있다. 량볼이 둥그런 처녀인데 입모습이 약간 새침해서 연설하는 권심을 한참씩 바라보다가는 오학천의 표정도 쳐다보고 자기 오빠의 표정도 쳐다보고 한다.

《…당신들은 민족을 위해서 옳은 길을 선택하고 그 길로 민족의 운명을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당신들이 나가야 할 옳은 길이란 어떤 길입니까? 그 옳은 길이란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완전한 의미에 있어서의 진리의 길, 그 길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그런 길이여야 할것입니다. 그러한 길이 아니고는 우리 민족의 운명문제를 완전히 해결할수가 없습니다. 우리 민족은 물론 하나의 민족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민족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하나의 민족이라고 하는 우리가 이때까지 가지고있던 그런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가지고 민족을 생각하며 민족의 운명문제를 해결하자고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그런 보라색으로 가리워진것을 떠나서 과연 우리 민족의 진면모가 어떤것인가, 민족내부에 무엇이 있는가, 이런 각도에서 민족의 구체적인 측면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우리 민족이라는것이 그저 민족이 아니고 가장 심각한 계급적모순으로 뒤엉켜있다는것을 알수 있습니다.》

오학천은 붉게 상기된 얼굴을 들며 권심에게 시선을 보냈다. 여러명의 학생들이 자세를 고치며 움씰거렸다.

《조용합시다.》

여기저기서 웨치는 소리도 일어났다. 권심의 연설은 계속되였다.

《이 계급적모순을 그대로 두고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옳바르게 해결할수 없습니다. 이 뒤엉킨 심각한 계급적모순이란 어떤것인가? 그것은 바로 한쪽에선 사람들이 피와 땀을 뽑히워 말라죽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의 피와 땀을 끓여 만든 아교로 궁궐을 세우고 그속에서 비단에 말려 기름진 배를 두드리는 생활이 벌어지고…》

《가만 좀 계십시오. 한가지 묻겠습니다.》

한 학생이 권심의 말을 가로채며 자리에서 불쑥 일어섰다.

《무슨 말인지 이야기하시오.》

권심은 연설을 멈추고 약간 떨리는 손으로 고뿌에 물을 따르며 말했다. 안경알이 불빛에 요란스럽게 빛났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무얼 이야기하려고 합니까? 맑스의 잉여가치학설을 선전하자는것입니까? 그런 선전이라면 우리는 듣고싶지 않습니다.》

《듣고싶지 않다구요?》

권심은 놀라서 그 학생을 쳐다보며 아무 뜻도 없이 되물었다.

《우리가 무엇때문에 그런 길로 나아가야 합니까? 어째서 계급투쟁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까? 로동자가 자본가를 배격하고 소작인이 지주를 배격하고 꼭 그렇게 해야만 된단말입니까?》

《옳습니다. 우리는 우리 민족내부에서 그런 투쟁을 용허할수 없습니다.》

또 다른 학생이 일어서며 이렇게 말했다. 강연을 하던 권심은 얼굴빛이 파릿하게 변해갔다. 그는 공연히 안경을 벗어서 닦았다. 이렇게 되자 학생들이 불쑥불쑥 련달아 일어섰다. 이번에는 공산주의를 주장하는 학생들이 기염을 토했다.

《계급적모순을 보지 않고 민족만 보려고 하는것은 결국 우리 민족의 장래를 망치자는것이요. 당신들이 어떠한 소리를 하든지 맑스의 사상은 진리요. 진리이기때문에 이 진리는 절대로 그 어떤 궤변이나 무지나 질시를 가지고 가리워낼수 없는것이요.》

얼굴이 기름하고 코가 류달리 납작한 문광중학교 조창진이 일어서 주먹을 휘두르며 부르짖는다.

《소월파동무의 말이 옳소!》

《여보, 그 소월파란 말은 빼고 말하시오. 그건 월파선생에 대한 모독이요.》

조창진은 눈을 붉히며 자기 말에 훈수를 들려고 일어서는 학생을 꾸짖었다. 보통때 같으면 장내에서 웃음이 터졌겠으나 그 누구도 웃지 않았다.

사실 조창진은 《조선공산당 만주총국》집행위원들인 월파 조청산이나 김찬의 영향밑에서 맑스주의를 한다고 주먹을 휘두르며 다니는 학생이였다. 그래서 동무들은 그를 《소월파》라고들 불렀다.

《그럼 시정하겠소. 조동무의 말이 옳소. 당신들이 떠드는 소리는 진리를 타매하는 어리석은 비방들이요. 당신들이 만약 질시가 없고 맑스주의에 대한 꼬물만한 지식이라도 가지고있다면 그런 소리는 하지 못할것이요.》

《닥치오. 우리도 맑스의 책들을 읽어보았소.》

《읽고도 그게 진리인줄 모른다면 그건 머리가 더욱 천치요.》

장내는 끓어번졌다. 학생들이 사처에서 주먹을 들고 일어났다. 박두학이도 주먹을 들고 일어서 말을 하려고 했으나 말할 틈을 얻지 못했다. 어떤 학생은 들끓는 속에서 말아쥔 책을 손바닥에 딱딱 두드리기도 했다.

오학천은 고수머리를 쓸어넘기며 일어섰다. 그가 일어서는바람에 장내의 소요가 좀 잦아들었다.

《조용들 하십시오. 내 좀 한마디 하겠습니다. 모처럼 출연해주신 강사선생에게 이런 말을 하기는 딱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강연내용이 너무도 기대에 어그러지니 학우회는 강연을 그만두시라고 요구할수밖에 없습니다. 맑스의 과격한 계급투쟁론이나 듣자고 오늘밤 우리가 여기에 온건 아닙니다. 맑스의 넋이나 따르고 숭상하는것이 조선청년들이 나아갈 길이라면 뜨뜻한 온돌방에 올방자를 틀고앉아서 <공산당선언>이나 읽고있지 무엇때문에 이 추운 회관에 오겠습니까. 맑스의 저작들은 길림바닥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맑스주의를 알려면 그 책을 읽어도 넉넉합니다. 구태여 강연을 들을 필요는 없단말입니다.》

《그런 소리는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지 우리에게는 강연이 필요하오.》

옆에서 채경이가 오학천의 말을 꺾으며 소리쳤다. 그는 이때까지 겨우 분기를 누르고 앉아있다가 상대가 상대인것만치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도대체 길림바닥에 맑스주의서적이 얼마든지 있다는것은 무슨 황당한 소리요. 설사 얼마든지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맑스주의강연을 듣는게 무엇이 나쁠게 있소. 지금 맑스주의는 지구상 모든곳에서 계급사회의 얼음을 짓부시는 봄바람같이 불어치고있소. 그런데 무엇때문에 유독 조선사람만이 이 진리의 바람을 외면하여야 하는가? 오학천은 외면하지만 우리는 결코 그렇게 할수가 없소.》

《그래 맑스의 사상이 우리에게 맞는 사상이요? 맑스는 19세기 유럽현실을 분석하면서 자기 저서를 완성한 사람이요.》

《그런 무식한 소리는 하지도 마시오. 무릇 과학이라는것이 개별적인 현상으로부터 일반화를 거쳐서 본질에로 가는것이지 개개의 현상을 렬거하는것은 아니란말이요. 맑스가 례증한 나라에는 그 학설이 맞고 례증하지 않은 나라에는 맞지 않는다는것이 소위 지식분자노라고 자처하는 당신의 말인가, 응?》

채경이와 오학천사이에 불꽃이 튀였다. 오학천도 주먹을 흔들고 채경이도 주먹을 흔들었다.

《권심선생! 강연을 계속해주세요.》

채경이의 누이동생 경주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부르짖었다. 그러나 권심은 소요속에서 경주의 소리는 듣지도 못하고 담배 한대를 붙여물었다. 성냥불을 담배에 댄다는것이 자꾸 헛대여 여러번 성냥을 켰다.

《선생님, 강연을 계속해주세요. 우리는 선생님의 강연을 듣겠습니다.》

경주가 또 부르짖었다. 그러나 담배를 붙여문 권심은 잠간 손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다가 연단을 내려서고말았다. 그는 회관벽에 세워두었던 단장을 거머쥐고 출입문을 밀고 나갔다.

경주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이 글썽해졌다. 오학천과 채경의 론쟁은 계속되고 장내의 달아오른 시선들은 거기에 집중되여있다. 최봉이 한마디 하자고 움찍움찍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권심의 민족문제에 대한 연설이 너무 극단적인것 같아 그 소리를 하려다가 민족주의계렬청년들을 부추기는 말로 될것 같아서 일어서지 못했다.

얼마후에야 론쟁이 멎고 학생들이 들끓으며 회관밖으로 밀려나갔다. 그들은 밀려나가면서도 싸웠다. 불개미집을 쑤셔놓은것 같은 광경이였다. 저마끔 제 주장을 쏟아놓으며 들끓었다.

한 학생은 공산주의는 애당초 계급밖에 모른다고 하면서 그걸 무엇때문에 배우겠느냐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키가 큰 박두학이 학생들의 머리우로 팔을 뻗쳐 그의 어깨팍을 잡아쥐였다.

《공산주의가 어째서 계급밖에 모르느냐? 말해봐.》

《옳소, 따져보자! 그래 민족주의는 조선독립운동을 어떻게 망쳐먹고있느냐? 그 말부터 해라!》

학생들이 박두학의 손에 잡힌 학생을 둘러싸고 밀고나오며 따졌다. 그런데 박두학은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하는통에 그만 붙잡았던 어깨팍을 놓치고말았다. 그는 큰 코구멍을 벌름거리며 놓친 학생을 찾았다. 그러나 그 학생은 어느새 뿌연 가로등밑에 달려가 서서 모자를 홱 벗어 흔들며 무어라고 웨쳐대더니 어둠속으로 달아나버렸다. 뒤에서 학생들이 서라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그는 어디로 달아났는지 종적을 알수 없었다. 한참동안 어두운 우마항거리가 소란하게 끓었다.

회관안이 조용해졌으나 김성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으시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

채경이와 싸우던 오학천은 아직도 분기가 차서 헐떡헐떡하며 연탁앞을 거닐었다. 그는 목이 말라서 연탁우에 놓인 물병을 기울여 물을 한고뿌 들이마시고는 김성주동지께서 앉아계시는곳으로 왔다.

《왜 가지 않고 앉아있소?》

그러나 김성주동지께서는 대답을 하지 않으시였다. 오학천은 약간 무색한 표정으로 김성주동지를 바라보았다. 얼마후에야 김성주동지께서는 잠자코 자리에서 일어나 얼른 창문을 여시였다. 밤하늘에 별이 수없이 반짝였다. 그이께서는 그 하늘을 내다보며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으시였다.

《길림이란 이런곳이요. 밤낮 민족주의냐 공산주의냐 하는 싸움이 벌어지고있으니까.》

오학천의 말이였다.

그러나 김성주동지께서는 이번에도 대답을 하지 않으시였다.

송화강쪽으로 떨어지는 류성을 바라보며 은근히 큰숨을 쉬시였다. 그제야 오학천이는 그이께서 무엇인가 오늘밤 강연회와 관련된 심각한 사색을 하고계신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이의 뒤모습을 흘끔흘끔 살펴보며 청년회관안을 거닐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몹시 괴로우셨다. 오늘밤의 소동이 마음을 너무도 아프게 눌렀다.

길림이란 이런곳이라구? 오학천은 마치 남의 말 하듯하지 않는가. 물론 그의 말가운데는 얼마간 오늘밤의 이 소동과 또한 자기의 과격한 언행들을 쑥스럽게 생각하는듯한 어줍은 기색이 어려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그처럼 리성적으로 이 사태를 판단하고 어느 정도 자책까지도 느낄줄 아는 그가 아까는 왜 주먹을 휘두르며 그렇게도 탈선행동을 했던가. 비단 오학천만이 아니다. 여기서 방금 떠들어댄 그 하구많은 소음들가운데서 리성을 찾아보기란 힘들지 않는가. 물론 권심의 강연도 잘못되였다. 최봉의 보고에 의하면 그는 혁명을 해보겠다고 서울에서 여기까지 찾아온 량심적인 공산주의자라는데 민족문제에 대해서는 그도 역시 극단적인 견해를 가지고있다. 민족해방을 하고야 계급해방을 할 조선혁명의 실정을 놓고 민족문제를 그렇게 허무적으로 대하고있으니 그게 잘된 소리랄수 없는것이다. 공산주의는 애당초 계급밖에 모른다는 식의 좌경적이고 허무적인 소리를 하였기때문에 반발이 터져나오는것이다. 결국 그랬기때문에 그는 연설의 허두를 떼자마자 쫓겨나다싶이 되지 않았는가.

김성주동지께서는 오늘밤의 소동을 보고 많은것을 느끼시였다. 그이께서는 새삼스럽게 《ㅌ.ㄷ》가 추켜든 리념의 정당성을 확신하시였다. 일본제국주의타도와 조선의 독립, 조선민족의 해방을 떠난 순수 계급투쟁이란 무의미하며 또 《선독립, 후개혁》이라는 허울로 계급호상간의 모순을 덮어버리고 계급투쟁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부르죠아적립장도 동시에 용납할수 없다는것이 그이의 립장이였다. 《ㅌ.ㄷ》는 이 립장에 기초하여 시대와 력사의 가장 절박한 요구를 자기의 강령에 새겨넣고 그 강령으로 민중의 심장을 두드리기 시작한것이다. 아, 《ㅌ.ㄷ》! 파란 많은 이 세기의 동란과 고민 속에서 눈물겹게 태여나 풍랑사나운 항로에 오른 우리의 《ㅌ.ㄷ》! 그대의 탄생을 기뻐하며 서로 부둥켜안고 볼을 비비던 청춘들, 언제나 그대의 넋으로 숨쉬고 말하고 행동하던 동지들의 모습이 이밤따라 유난히고 보고싶고나, 《ㅌ.ㄷ》여, 우리는 그대의 깨끗한 숨결로 길림의 혼탁된 공기도 말끔히 정화시키련다. 그대의 붉은 피로 천만사람들의 심장을 채우련다.

김성주동지께서는 가슴을 펴고 숨을 크게 몰아쉬시였다. 《ㅌ.ㄷ》의 존재, 《ㅌ.ㄷ》에 대한 향수같은 애정이 그이의 마음을 얼마간 가볍게 해주었다. 그이께서는 생각에 잠겨 통로에서 오락가락하고있는 오학천의쪽으로 걸어가시였다. 의자에 앉아 말씀을 꺼내시였다.

《그래 정말 어데로 류학을 갈 작정이요?》

벌써 한두번 이야기를 나눈 문제였다.

《난 처음부터 상해로 가자는것이 목적이였소.》

오학천은 김성주동지의 곁의자에 와앉으며 대답했다.

《아버지는 국내로 가라고 하신다면서?》

《아버지야 그렇게 말씀을 하시지 상해로 가겠다는데 대해서는 펄쩍 뛰오. 상해로 보내줄 돈도 없거니와 상해에 있는 <림시정부>라는게 무엇이기에 그리로 찾아가겠느냐고 야단을 하는거라오. 서울에 친구들이 많으니까 그리로 가면 학비문제도 해결된다고 서울로 가라고 극성이요. 그러나 난 아무래도 상해로 가야 하겠소.》

김성주동지께서는 오학천의 말끝에 침착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솔직히 이야기해보기요. 상해로 가겠다는건 길림에서 느낀 환멸을 거기 가서 씻어보겠다는것이겠는데 만일 상해에 그 무엇인가가 있다면 길림이 왜 이 모양으로 되겠소? 단순한 박람이 아니라 그 어떤 정치적리념을 찾으려고 거기에 간다면 그건 그만두는게 좋겠소. 거기에 무슨 옳바른 리념이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마오. 오동무는 <림정>에 환상을 품고있는것 같은데 돌아가는 말에 의하면 <림정>의 지도층은 오래전에 재정난으로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가고 안창호가 혼자 남아서 <흥사단>운동을 한다더구만. <림시정부>의 존재는 사실상 유명무실이요. 리념이야 어디가서 찾거나 빌게 아니라 스스로 마련해야지.》

《그런 말을 할줄 짐작했소. 그렇지만 가령 독립운동의 리념이라는것을 저마다 그렇게 한가지씩 만들어내기 시작한다면 그게 어떻게 되겠소.》

오학천은 차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애초에 터놓고 말할 잡도리가 아니였다.

그러나 김성주동지께서는 그런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으셨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결국 하나의 리념을 가지게 될것이요. 그것은 조선혁명을 성취하자면 오직 하나의 리념을 통해서만 가능하기때문이요. 그외의 다른 리념이란 허위에 불과하오. 문제는 사람들이 한시바삐 그 허위에서 벗어져나오는것이 아니겠소.》

《그럼 누가 그 하나의 리념을 골라내오? 그리고 각자가 자기의 리념을 가진다면 어떻게 그 하나의 리념에로 통일될수 있겠소?》

오학천은 똑같은 어조로 물었다.

김성주동지 역시 똑같은 침착한 태도로 말씀하시였다.

《그것은 조선의 현실과 시대의 요구가 해결할것이요. 우리는 비록 서로 다른곳에서 출발한다 해도 바로 이 시대에 살며 이 현실에 발을 붙이고있소. 만일 우리들이 참된 애국심과 민족애를 가지고있고 조국의 운명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누구나 다 똑같은 하나의 리념에 도달하지 않을수 없소. 독립운동의 리념이란 결국은 조국과 이 시대가 제기하는 문제를 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대답인것이요. 같은 문제로부터 출발할 때 같은 대답이 나올것은 뻔한 일이 아니요.》

오학천은 무엇인가 딴 의견을 말하고싶었으나 그이의 빈틈없는 론리에 눌리여 입을 벌릴수 없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우리는 독립운동에 몸을 바쳐야 할 사람들이요. 난 그렇기때문에 진심으로 권고하오. 상해로 가지 말고 아버지의 말씀을 좇아서 국내로 공부를 떠나오. 우리가 조선독립을 하자는 사람들인데 조국을 모르고서야 어떻게 한걸음인들 전진할수 있겠소. 우선 조국의 현실을 알고 조국의 고통이 무엇이며 조국이 무엇을 달라고 부르짖는지, 동포들이 어떻게 피눈물을 뿌리며 살고있고 무엇을 애타게 바라는지 그걸 알아야 하지 않겠소? 짓밟혀 신음하는 동포들의 사무친 목소리를 들어봐야 하오. 사람들의 주장도 들어보고 누가 과연 조국의 운명을 아파하고 조국에 감긴 철쇄를 풀려고 애쓰는가. 이 현실을 보지 않고는 옳은 길을 찾을수 없소.》

《이야기를 듣고보니 공산주의자라는것이 짐작되오. 그리고 지금 하는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라는것도 알만하오.》

《나도 공산주의자라는것을 구태여 숨기지 않겠소. 우리에겐 어느때든 리념의 통일이 있을것이요. 우리가 조국의 현실에서 출발한다면 어떻게 두 길이 있을수 있겠소.》

《그러나 나는 공산주의자가 될 생각은 없소.》

오학천은 벌떡 일어섰다.

《조급하게 결론을 서두를 필요는 없소.》

《조국의 현실만이 현실이라고 할수도 없지 않소.》

오학천은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허허허, 그러나 조국을 사랑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조국의 현실보다 더 귀중한 현실이 어데 있겠소. 나는 그걸 모르리라고는 생각지 않소. 좀더 깊이 생각해보는것이 필요할것 같소.》

김성주동지께서는 오학천과 함께 거리로 나오시였다. 오학천은 차거운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며 걸었다. 김성주동지께서도 그이상 말씀이 없이 달빛이 스며든 거리로 걸어나가시였다.

 

4

 

창문이 뿌유스름하게 희여갔다. 벌써 안채에서는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고 어린애의 칭얼대는 소리도 들린다. 밤이 다 샌것이다. 이러고보면 온 하루밤을 뜬눈으로 밝힌셈이다. 과민한 신경에 너무도 타격이 컸던것 같다. 밤새 그 불쾌했던 강연회 회장이 떠올랐다. 열에 뜬 눈초리들, 자기밖에 없다고 웨쳐대던 부르짖음들… 너무도 기대에 어긋난 광경이였다. 채경이란 사람은 무엇때문에 그런곳으로 나를 유혹했단말인가.

《모든 학생들이 다 선생의 강연을 듣고싶어합니다. 공산주의를 지향하는것이 지금 이곳 학생들의 추세입니다.》

하고 채경은 말했었다.

그래 어제밤의 광경이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학생들의 추세란 말인가? 어림도 없는 소리…

정치선전무대에 나선후 처음으로 맛보는 쓰디쓴 수치감과 좌절감이 장밤 그를 못견디게 괴롭히였다. 그 두가지 감정은 권심이 지금껏 체험해본 어떤 병마나 심뇌보다도 더 아프고 지긋지긋하게 그의 자존심을 자극하는것이였다. 청중들속에서 찬반량론의 격렬한 언쟁을 야기시켰던 서울기독교청년회관에서의 《레닌주의와 조선청년》이라는 제목의 강연때에도 어제밤에 당한것과 같은 그런 망신은 당하지 않았었다. 서울의 청중한테는 그래도 연사의 체면을 봐주는 눅거리아량같은것이 있었다. 그런데 길림의 청년들은 그렇지 않았다. 아, 아, 목에 피대를 세우며 맑스주의강연은 필요없다고 기염을 뿜던 젊은이들…

권심은 욱신거리는 머리를 들고 일어났다. 그는 일어나는길로 안경을 걸고 담배갑을 찾았다. 담배갑에는 마지막 한대가 남아있었다. 밤새 담배를 피워서 재털이에는 비벼버린 꽁초가 그득했다. 위가 나빠서 하루건너 죽을 먹으면서도 끊을수 없는것이 담배였다. 그는 담배를 피워물고 보다가 놓아둔 엥겔스의 저서를 손에 들었다.

권심이 책을 몇줄 읽어내려갈무렵이였다. 밖에서 누구인가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심은 얼른 일어나서 방문을 열었다. 웬 학생이 서있었다. 키가 후리후리하고 서늘한 두눈에 미소를 머금었다.

《식전에 안됐습니다.》

《누구요?》

《나는 육문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김성주라고 합니다. 선생을 좀 만나뵙자고 왔습니다.》

《어서 들어오오.》

권심은 김성주동지를 방안으로 안내했다. 그는 자던 자리를 개서 한옆으로 옮겨놓으며 자리를 권했다.

《나는 어제밤 청년회관에서 선생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자리에 앉으며 말씀하시였다.

《아, 그렇소?》

권심은 얼굴이 확 붉어졌다. 어제밤 강연을 들은 학생이 식전에 찾아왔을 때에는 또 그 어떤 의견을 가지고 론전을 펴려고 찾아온것인지도 알수 없었다. 권심은 이런 예감을 느끼며 얼른 김성주동지의 얼굴에 시선을 보냈다. 하나 그런 학생으로 여기기에는 너무도 안색이 유하고 몸가짐이 정중해보였다.

《건강이 매우 나쁘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난밤 좀 주무셨습니까?》

《좀 잤소.》

《신색이 매우 축가보입니다. 무슨 병으로 고생을 하십니까?》

《위병이요. 만성이 돼서 주기적으로 고통이 엄습해오군하오. 그러나 요새는 괜치 않소.》

권심은 공연히 안경을 벗어서 닦았다. 자기의 건강에 대해서 물어주는것이 무척 고마왔다.

《서울에서 이곳으로 들어오신지는 오래됩니까?》

《인제 두어달가량 되오.》

권심은 여전히 담담히 대답했다. 그의 거취에는 어딘지 모르게 이국땅에서 받는 고독의 그림자가 깃들어있다.

권심은 서울에서 어느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맑스주의를 열독하던 사람이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직접 사회주의운동선상에 나서서 활동하지는 않았다. 그는 학교 교원, 신문기자 같은것을 하면서 신문, 잡지에 론문을 많이 썼다. 그러다가 일제경찰의 주목을 받게 되자 자기의 장서들을 온통 걷어싣고 길림으로 들어왔다. 지금 그가 있는 집 아래웃방은 온 벽이 모두 책으로 쌓여있었다. 책을 정거장에서 세마차나 실어들여왔다고 했다. 그는 언제나 책무데기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책상우에 재털이, 담배갑 같은것들과 함께 굵은 니켈줄이 달린 회중시계를 꺼내놓고 앉아서는 늘 책을 읽고 글을 쓰군했다. 그는 조선혁명은 리론의 결핍으로 발전하지 못한다고 개탄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지난밤 강연회이야기를 꺼내면서 권심이 강연도중에 퇴장한 일은 잘된것 같지 못하다고 말씀하시였다.

《장내가 소란해졌다 하더라도 선생께서는 퇴장하지 말았어야 옳았을것입니다.》

그이께서는 어제밤 권심이가 좌경적인 연설은 하였으나 그가 손잡을수 있는 인테리라는걸 알고 오시였기때문에 될수록 오늘은 그 연설내용에 대해서는 말씀을 피하고 화제를 딴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시였다.

《허허, 그건 리상론이요… 그래 학생은 어제밤의 혼란이 그 어떤 인내의 힘으로 극복되고 그들이 진리를 접수할수 있다고 보오?》

《아닙니다. 뒤죽박죽으로 된 사회를 혁명적으로 바로잡자고 나선 우리 공산주의자들이 한개 강연회장의 혼란도 수습할수 없다고 보는것은 지나친 비관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내가 연단을 지키고 서서 발언을 계속했다면 연단으로 돌멩이가 날아들어올터인데 어떻게 연설을 계속한단말이요? 나는 본시 대중앞에서 연설하는 성미가 아니지만 어제밤 소동같은것은 처음보오. 그래도 무엇을 탐구하겠다는 학생들인데 어떻게 그럴수 있소?》

《선생님, 품이 넓어야 합니다. 공산주의자들이 아량이 없다면 그 품으로 대중이 집결되겠습니까? 진정한 공산주의자라면 어제밤 사태도 혼란으로만 리해하지 말고 대중의 목소리에서 진리를 찾을줄도 알아야 합니다. 강연이 전반적인 취지는 좋았다고 하더라도 바로 혼란을 야기시킨 그 민족문제에 대해서는 선생도 자기 견해에 대해서 생각해볼바가 있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권심은 얼굴근육을 가늘게 떨었다. 품이 넓어야 한다는 말에는 머리가 수그러지지 않을수 없었다.

《나는 사실 어제밤 강연자체에 대해서도 의견이 있습니다만 그건 앞으로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것이기때문에 우선 선생께서 지난밤에 퍽 실망을 하고 돌아오셨을것 같아 이렇게 식전에 찾아왔습니다. 절대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

《앞으로 길림의 청년학생들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해주십시오. 진취력을 가지고있는 청년학생들을 선생같은분이 옳은 리론을 가지고 깨우쳐준다면 우리 운동에 얼마나 유익하겠습니까? 그들이야말로 조선공산주의운동을 두어깨에 떠메고나아갈 혁명의 새세대가 아닙니까?》

권심은 점점 더 낯이 달아오르는것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는 자기앞에 앉아있는 학생이 어떤 학생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다시금 쳐다보니 학생은 놀라울 정도로 기품이 높고 눈에서 영채가 번쩍거린다. 어데서 언제 길림으로 온 학생인가? 본시 길림에 오래전부터 있은 학생인가?

권심이 이런 생각을 좇고있을 때 김성주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또 놀러 오겠습니다. 식전에 독서를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그이께서는 권심의 곁에 놓여있는 엥겔스의 저작에 시선을 보내며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천만에, 찾아와주어 고맙소. 성주학생의 고무를 받고보니 언짢던 기분이 활짝 개이는것 같구만. 학생도 식전일텐데 우리 함께 조반이나 나누지 않겠소?》

권심은 진정어린 마음으로 김성주동지의 팔굽에 손을 얹었다. 실패한 강연이 몰아온 고독속에서 절망에 싸여 몸부림치던 그에게 이런 청년이 나타났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싶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손을 저어 그의 청을 사양하시였다.

《고맙습니다만 지금은 하숙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선생님을 다시 뵈올 기회가 있겠지요. 페가 되지 않는다면 자꾸 선생님을 찾아오겠습니다. 많이 가르쳐주십시오.》

《페는 무슨 페… 그런 걱정일랑 말고 자주 놀러 오오. 우리 집에 다른건 없어도 학생들이 볼 책 한가지만은 풍족하다오.》

《글쎄 그런것 같습니다. 여간 부럽지 않구만요.》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학생들에겐 내 서가를 완전개방할테니 그리 알고 마음대로 가져다보오.》

《감사합니다.》

권심은 악수를 하고나서도 대문밖까지 따라나왔다. 그는 한참 서서 해빛이 차있는 골목길로 걸어나가시는 김성주동지를 배웅했다. 아까와는 다르게 마음이 좀 훈훈해졌다. 역시 길림이라는 무대가 작은 무대는 아닌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제밤 강연이 중단되도록 혼란을 일으킨 그런 청년들이 있는가 하면 또 저렇게 훌륭한 청년도 있다. 민족문제에 대해서 어떤 딴 견해가 있는진 알수 없지만 저런 훌륭한 청년이 길림에 있어서 자기를 격려하고있다는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권심은 찬 공기를 마시며 북대가쪽으로 한참 걸어나갔다. 아직 거리에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았다. 조용히 어데 가서 산책이라도 할가 생각하는데 맞은편 담배가게앞으로 채경이 걸어왔다. 손에 책가방을 든걸 보니 벌써 학교로 나가는 모양이였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채경은 서리꽃이 하얗게 핀 가로수밑에서 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말했다.

《죄송할것이야 있소.》

권심은 웃어보였다.

《강연회가 그런식으로 될걸 예상했더라면 애당초 선생님을 초빙하지도 않았을것인데 저는 그렇게까지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예상을 했든 못했든 관계가 있소? 실책이야 내게도 있었지. 모든것을 너그럽게 받아들입시다. 나는 맑스주의학도로서 긍지를 가지고있기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소.》

권심은 말을 마치고 가로수가지에 앉은 할미새쪽에 손을 내대고 까닥까닥 흔들었다. 할미새는 하얀 서리꽃을 무너뜨리며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사뿐 옮겨앉는다. 어데서 저렇게 이쁜것이 날아와 앉았을가? 조그맣고 귀엽게 생긴것, 그러면서도 거기 생명이 있어 꼬리를 추썩이고 날고 지저귀고… 권심은 아이들같이 이런 생각을 하며 채경의 곁으로 와서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저게 동화세계가 아니요? 현실이 고통스러울 때에는 저런 세계속에 잠겨보는것도 무익하지 않소.》

권심은 새가 듣지 않게 말하듯이 속삭였다. 그러나 채경은 그 동화세계와는 아랑곳없이 무겁고 고통스러운 자기 생각을 좇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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