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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불멸의 력사》 1 장편소설
김 정
( 제 24 회 )
24
김시우가 무어라고 당부했는지 최아지는 해낮부터 줄창 방안을 닦아냈다. 길림에서 《정의부》행정위원장이 내려온다고 해도 꿈쩍하지 않던 집안에서 별일은 참 별일이였다. 때가 올라 어둑어둑하던 방안이 반나절사이에 갑자기 새살림방처럼 말끔해졌다. 그렇게도 이악스레 닥달질을 하더니 최아지는 해지기전에 서둘러 저녁을 치르고 선화와 함께 어디로인가 나들이를 떠났다. 어슬무렵 정미소에서 돌아온 김총관은 묵은 때를 쭉 벗어내친 방을 보자 코수염을 내리쓸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서재의 남포등을 토방으로 들어냈다. 한줌이나 되는 가위밥을 물에 적시여 등피의 그을음과 먼지때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날도 채 어두워지지 않았는데 심지에 불을 달았다. 매사에 요령을 앞세우고 법도를 내세우는 총관이 오늘은 어색하리만치 다사스럽다. 그의 눈길은 벽에 걸린 사진우에 자꾸 쏠리였다. 가운데자리에 김형직선생님을 모시고 륙혈포를 찬 총관자신과 량세봉이 량옆에 앉아 찍은 사진이다. 김시우는 액틀앞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서 생전의 김형직선생님과 이야기라도 나누는듯 입속말로 뇌이였다. (선생님, 나는 성주가, 아니 성주의 마음이 커가는것을 날마다 보고있습니다. 성주는 선생님의 유훈대로 꼭 대사를 이루고야말것입니다!) 뜨락에서 귀에 익은 발자국소리들이 들려왔다. 총관은 사진액틀앞에서 물러나 문을 열었다. 날마다 이 방으로 찾아오는 비밀독서회의 청년들이 토방앞에 서있었다. 그 맨뒤에는 네댓대의 양초를 유지에 말아드신 김성주동지께서 서계시였다. 《그 양초는 괜히 사왔네. 남포등이 있는데…》 총관은 청년들의 몸에서 내풍기는 열기때문에 갑자기 방안이 후끈해지는것 같은 상쾌감을 느끼며 그들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총총히 밖으로 사라졌다. 10월의 밤은 급하게 창문에 달려들었다. 불빛은 지나간 수개월 새 사조를 섭취하는 나날들에 뙤약볕에도 같이 그슬리고, 강바람도 같이 쏘이고 폭우도 같이 맞으며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어온 청년들의 얼굴에 이 밤만이 물들일수 있는 신비로운 조명을 던지였다. 불같은 열정이 이글거리는 눈길들에는 전에없이 숭엄한 기상이 자리를 잡았다. 김성주동지께서는 흐뭇한 심정으로 그 얼굴들에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시였다. 돌이켜보면 서로 낯을 익힌 그때가 불과 몇달전의 일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눈동자에서는 뚜렷한 신념을 읽을수 없었다. 정의와 진리와 위훈에 대한 막연하고도 조잡한 갈망이 하나같이 그 눈빛을 지배하였었다. 하지만 오늘 그들의 눈에서는 강철이라도 녹여낼듯한 신념의 광채가 쏟아져나오고있었다. 어깨도 넓어지고 몸가짐도 름름해졌다. 오가는 한두마디의 롱담도 천근의 무게를 가지고 울린다. 같은 지향과 같은 리념, 같은 리해관계로 하여 그들은 《우정》과 《단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하나의 쇠고리속에 튼튼히 련결되게 되였다. 방금 첫자욱을 떼기 시작한 참신한 공산주의 새세대의 투쟁이 가져온 눈물겨운 결실이다. 그 쇠고리를 하나의 유기체로 전환시키며 그 유기체의 신념을 시대와 력사앞에 엄숙히 선포함으로써 모진 진통을 겪고있는 조선의 민족해방위업을 새로운 높이에로 이끌어올리시려는 김성주동지의 크낙한 구상이 이 밤 청년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것이다. 김성주동지께서는 환하게 웃으시였다. 《동무들, 반년가까이 우리는 이 화전땅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해빛을 쪼이며 같은 책을 읽고 같은 꿈을 꾸면서 같은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걸어왔습니다. 그것은 결코 평탄한 길이 아니였습니다. 민족주의자들은 우리들의 새로운 지향을 가로막아 나섰고 <공산주의>를 한다는 사람들은 파벌을 고취하고 패권을 휘두르면서 깨끗한 우리의 넋을 어지럽히려고 하였습니다. 우리 동무들가운데서도 그들에게 허망한 기대를 건 실례들이 없지 않았습니다. 민족주의울타리속에서 느끼는 울화와 불만을 과격한 모험으로 풀어보려고 시도한 동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곡절을 용케 이겨내고 오늘 이 자리에 모이였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이 길우에는 가슴아픈 희생도 있었습니다. 리무성동무는 자기의 죽음으로써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대앞에 잊어서는 안될 귀중한 교훈을 남기였습니다.》 최창걸이와 박두학이 둘사이에 장정 하나가 들어앉을만한 빈자리가 있다. 비밀독서회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리무성이 앉군하던 지정좌석이다. 평시의 관습때문에서인지 아니면 고인에 대한 지울수 없는 추억때문인에서인지 최창걸이와 박두학은 지금에 와서도 그 빈자리를 메꾸지 않고있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그 공간에서 눈길을 떼고 격한 음성으로 말씀을 이어가시였다. 《동무들, 우리 인민이 반제투쟁을 시작한 때로부터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사랑하는 조국강토를 일제가 병탄한지도 벌써 열여섯해가 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민은 아직도 식민지노예의 멍에를 벗지 못하고 철쇄에 묶여 신음하고있습니다. 나라는 망하였고 인민은 압박에 시달리고있습니다. 온 삼천리가 감옥으로 변하였습니다.…》 그이의 눈가에는 무거운 표정이 실리였다. 조국의 참담한 전모를 그려볼수 있게 하는 눈빛이였다. 고역의 달구지바퀴밑에서 신음하던 돌서덜, 총탁에 사등뼈를 얻어맞으며 헌병대로 끌려가던 지사의 구레나릇, 경찰의 군화밑에서 동강나던 야학방의 간판들을 추억속에 몰아오며 청년들은 그이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 민족이 흘린 피가 아직 적어서입니까? 조국을 위해 바치는 우리 인민의 애국열이 아직 뜨겁지 못해서입니까? <척양척왜>, <보국안민>, <부국강병>, <동심광복>… 돌이켜보십시오. 우리 민족이 헤쳐온 싸움터마다에서는 얼마나 많은 기발들이 나붓기였습니까. 그러나 그 기발들은 일어설 때마다 모조리 원쑤놈들에게 꺾이군하였습니다. 전봉준이 추켜든 <보국안민>의 기발이 어떻게 되였습니까? 류린석의 격문은 13도 여기저기에서 의병의 시체와 함께 갈가리 찢겨지고 불타버리였습니다. <내수외학>을 주장하던 애국계몽사상가들의 <학도가>소리도 이제는 기억속에 희미할 정도입니다. 개화파의 갑신정변이 어떻게 끝났고 기미년의 3.1운동이 무엇으로 끝났습니까? 렬사들과 지사들과 명장들이 추켜든 기발들은 이렇게 일어설 때마다 매번 놈들에게 꺾이여왔습니다. 왜 이렇게 되였겠습니까?》 김성주동지께서는 대답을 기다리듯 주위를 휘둘러보시였다. 《참다운 기발이 없었기때문입니다.》 커다란 페부에서 흘러나오는 최창걸의 웅글진 목소리였다. 김성주동지께서는 그 대답을 긍정하시였다. 《옳습니다. 우리 인민의 민족해방투쟁은 지금 흥하느냐 망하느냐 하는 갈래길에 놓여있습니다. 한때 명월관에서 <조선독립 만세!>를 부르고 <독립선언서>를 랑독하던 33인들이 지금 어떻게 되였습니까? 부르죠아민족주의가 독립운동을 포기하였다면 조선의 무산계급을 대표한다고 하는 <공산주의자>들은 또 어떤 꼴이 되였습니까? 그들은 무산혁명을 한다고 부르짖으면서도 그 혁명에 가장 큰 리해관계를 갖고있는 인민을 보려고 하지 않으며 그들의 힘을 믿지 않으며 인민의 리해관계에는 상관없이 저들의 종파적목적을 이룩하기 위해서만 혈안이 되여 돌아가고있습니다. 파의 리익을 위해서라면 체면도, 도덕도, 의리도 다 집어던집니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근로인민의 투쟁을 옳바른 길로 이끌어갈수 있겠습니까? 인민을 무시하고 외면하며 파쟁을 일삼는데서는 민족주의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인민의 힘을 동원하여 나라를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상층부들끼리 모여앉아 권세다툼을 하거나 권총을 차고 밤에 조선인거주지역을 찾아다니면서 <군자금>만 거두고있습니다. 공산주의를 한다는 사람들은 자파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순박한 인민에게서 넋을 강탈하고있고 민족주의자들은 돈을 긁어모으고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자본주의렬강들의 힘을 빌어 나라를 독립할 터무니없는 공상까지 하고있습니다. 도대체 렬강이 우리에게 가져다준것이 무엇입니까? 그놈들은 우리를 약소국이라고 업신여기고 모욕하면서 왜놈들의 강도질을 도와준것밖에 없습니다. 헤그밀사사건과 리준의 죽음이 이것을 잘 말해주고있습니다. 옳바른 넋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여기서 응당 교훈을 찾아야 할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지사>들은 여전히 렬강들의 지원이나 압력을 빌어 조선을 독립해야 한다고 잠꼬대처럼 외우고있습니다. 렬강들이 무슨 까닭으로 조선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겠습니까. 조선사람의 불행과 수난에 대하여 진심으로 불쌍히 여기고 걱정해줄것은 오직 조선의 참다운 애국자들과 진정한 공산주의자들밖에 없습니다. 나라를 찾기 위해서는 경제를 진흥시켜 <국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얼빠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토지나 철도나 광산이나 항만은 물론 바다자원까지 깡그리 빼앗겼는데 경제의 진흥이란 무엇이며, 왜놈들이 <국권>을 틀어쥐고 앉아있는데 <국력>을 배양한다고 하는것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조선의 젊은 세대들이 전세대가 범한 과오에서 교훈을 찾고 정신을 차릴 때는 왔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외적의 침략을 당할 때마다 자기 나라의 국력과 자기 인민의 힘과 자기 민족의 지략으로 원쑤들을 물리쳤습니다. 크고작은 재난을 제힘으로 이겨나가는것이 대대로 이어온 우리 민족의 기개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조선사람의 힘으로 일제를 타도하고 해방된 조국땅에 장차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건설하는것을 최대의 리념으로 삼고 투쟁하는 동지들이 모이였습니다. 이 길에서 우리는 사상과 의지와 운명을 같이하는 혁명동지들로, 계급적인 형제들로 튼튼히 결속되였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조선혁명을 새로운 지도사상에 의하여 새로운 전략과 전술로 이끌어나갈수 있는 하나의 조직된 힘이 태여났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이 조직된 힘에 이름을 붙이고 우리의 결심을 시대와 력사 앞에 선포할 때가 되였습니다. 나는 지난 10월 10일 예비회의에서 토의된 내용들을 력사적인 오늘밤의 회의에서 다시한번 정식으로 검토하고 타도제국주의동맹의 결성을 온 세상에 선포할것을 제기합니다. 동무들, 어떻습니까?》 김성주동지께서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방안을 둘러보시였다. 우렁찬 박수소리가 그이의 물으심에 화답하였다. 《무조건 찬성입니다!》 리효는 흥분된 나머지 불쑥 일어서기까지 하였다. 그의 눈에서는 물기같은것이 번쩍이였다. 《나도 찬성입니다!》 김리갑이도 눈물을 머금으며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대찬성입니다!》 최창걸이며 박두학이며 조학봉이와 계영춘이들도 감격에 겨워 연송 눈을 슴뻑슴뻑하였다. 모두들 일어서서 김성주동지를 얼싸안았다. 열렬한 포옹의 한순간이 지나갈무렵 김리갑이 그 큰손으로 눈굽을 꾹꾹 누르며 한무릎 나앉았다. 《오늘은 서럽던 일, 슬프던 일, 분하던 일이 다 잊혀집니다. 독립군에 복무하던 아버지가 왜놈들과 싸우다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두 그렇구, 내 어머니, 내 누님, 내 동생들이 부자놈들한테서 천대받는 모습을 볼 때두 그랬구, 독립군의 총에 쓰러진 무성이를 보았을 때두 그렇구… 난 늘 이 세상의 모든 악을 단꺼번에 쳐없앨 천둥번개같은걸 그려보았습니다. 그런데 난 오늘 그 천둥번개가 다른데 있지 않고 바로 나한테 조선사람 각자한테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내가 힘을 내고 조선사람모두가 이렇게 힘을 내고 그 힘을 뭉치면 못쳐부실 적이 없고 못해낼 일이 없다는걸 깨달았습니다. <ㅌ.ㄷ>가 이걸 깨우쳐주었습니다. 제 넋이 없이 방황하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것 보십시오.》 그는 안주머니에서 네겹으로 접은 종이장을 꺼내여 머리우에 흔들었다. 《이건 박인석선생이 준 학생무장대 명단입니다. 그 선생은 이 명단을 나에게 주면서 성주나 창걸이나 리효나 두학이나 무성이나 영춘이나 학봉이도 무장대에 망라되도록 설복을 잘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새 사조에 머리를 쓰지 않도록 하라고 하였습니다. 이 명단을 받은것이 열흘전 일입니다. 나는 교관선생의 부탁을 실행할수 없었습니다. 량심에 꺼리꼈기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리유때문에 그 부탁을 들어줄수 없게 되였습니다. 그건 왜 그런가 하니 우리같은 새세대들이 공산주의길로 나가는것은 절대로 막을수 없으며 또 내자신도 지금은 이 길에 들어섰기때문입니다.》 장내에서는 열렬한 박수소리가 일어났다. 김리갑은 그 박수소리를 들으며 학생무장대 명단을 네쪼박으로 찢어버리였다. 이번에는 박두학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무들! 어서 빨리 새로운 조직을 내옵시다. 그렇게 제 넋이 없이 갈광질팡하는 사람들이 어찌 나나 리갑이뿐이겠습니까. 그들의 눈을 틔여주고 그들을 하나의 반일대오에 묶어세울것은 오직 조직뿐입니다.…》 박두학이 토론을 끝내자 리효가 일어섰다. 《성주동무는 나에게 믿을것은 인민밖에 없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나는 이 명제를 절대적으로 지지합니다. <ㅌ.ㄷ>가 조직되면 나는 그 기발밑에서 혁명이 승리할 때까지 인민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불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그의 갱핏한 얼굴에는 전에없이 숭엄한 표정이 깃들었다. 그는 김성주동지의 련락을 받고 《ㅌ.ㄷ》를 내오는 이 회의에 참가하기 위하여 일부러 공작지인 성남촌을 떠나 화전에 내려왔던것이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끝없이 쓸어넘기던 최창걸이 얼굴을 쳐들고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인차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신중한 발언을 할 때면 노상 보게 되는 그의 특유한 버릇이다. 《나는 언제인가 <동아일보>에서 아주 기분나쁜 보도를 읽은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3일부라고 기억됩니다. 거기에는 일본 북해도 어느 상업고등학교에서 소위 군사교육 야외연습을 하였는데 그때 조선사람을 가상적인 적으로 하였다는 소식이 실려있었습니다. 왜놈들이 얼마나 조선사람을 증오하고 업신여겼으면 이런 식으로까지 모독하였겠습니까. 일본제국주의군벌들은 지금 이런 식으로 자기 나라 청소년들을 길들이고있습니다. 이를테면 승냥이로 키우고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런 승냥이들과 맞다들어 혈투를 벌려야 합니다. 그런것만큼 우리는 누구나 호랑이가 되여야 합니다. 우리자신뿐아니라 조선의 모든 겨레를 호랑이로 키워야 합니다. 그래서 전인민적인 반일항전에 나서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리에게 우리 식의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ㅌ.ㄷ>는 이 신념을 마련하게 될것입니다. <ㅌ.ㄷ>를 결성하게 됨으로써 우리는 참으로 힘있는 무기를 지니게 되였습니다. 나는 얼마전까지 동란의 시대에 태여난 청춘을 저주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동란을 헤치고갈 <ㅌ.ㄷ>라는 혁명의 전위조직에 서게 된 이 청춘을 긍지높이 생각합니다.》 최창걸의 뒤를 이어 방을룡이도 토론에 참가하였다. 《내 생활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덜컹거리는 마차바퀴를 따라 제멋대로 흘러갔습니다. 나는 세상이 하도 살기 어려울 때면 마차우에 드러누워 그 무슨 <타향살이>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어림도 없습니다. 나는 마차바퀴가 아니라 <ㅌ.ㄷ>의 기발을 따라 앞으로 걸어갈것입니다. 나에겐 돈도 없고 재물도 없지만 혁명에 바칠 피가 있고 청춘이 있습니다. 이 피와 청춘을 혁명에 깡그리 바치겠습니다.》 자주적인 조선혁명을 위하여 《ㅌ.ㄷ》의 참다운 기수가 될것을 맹세하는 불같은 열변들이 계속 쏟아져나왔다. 김성주동지께서는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그 열변들을 들으시였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광명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암담한 이 시대와 암담한 조국! 그 암흑속에서 그리운 광명을 찾아 쉬임없이 걸어온 그이시였다. 그러나 오늘은 이 화전땅에서 우리 민족이 일일천추로 고대하던 찬연하고도 거룩한 광명이 솟아올랐다. 온갖 불의와 압제를 쓸어버릴 타도제국주의동맹의 기발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인민의 세기적인 숙원이 그 기발에 새겨졌다. 《동무들, 우리들모두에게 있어서 오늘은 잊을수 없는 날입니다. <ㅌ.ㄷ>를 결성함으로써 우리는 민족해방, 계급해방을 위한 우리 인민의 투쟁력사에 새로운 전환의 닻을 올리게 되였습니다. 이제부터 조선혁명은 <ㅌ.ㄷ>와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될것입니다. 나는 그 어떤 독소에도 물들지 않은 새세대의 깨끗한 공산주의자들을 대표하여 지난번 예비회의 결정대로 타도제국주의동맹의 결성을 정식으로 선포합니다!》 청년들이 열광적인 박수로 호응하였다. 누구인가 등불심지를 돋구어놓았다. 방안이 갑절 환해졌다. 불그림자가 흔들거리는 청년들의 얼굴은 서광의 아침하늘처럼 장엄한 색조로 물들어 전에없이 열렬하고 숭엄해보이였다. 그 누구의 얼굴에서나 눈물이 번들거리였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 눈물을 훔치려고 하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연설을 계속하시였다. 《타도제국주의동맹의 당면과업은 일본제국주의를 타도하고 조선의 해방과 독립을 이룩하는것이며 최종목적은 조선에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건설하며 나아가서 모든 제국주의를 타도하고 세계에 공산주의를 건설하는것입니다. 우리는 타도제국주의동맹의 강령을 실현하기 위하여 먼저 맑스ㅡ레닌주의선진사상을 깊이 연구하고 광범한 군중속에 조직을 빨리 늘여나가야 합니다. 동무들, 믿을것은 인민밖에 없습니다. 나는 여기 화전에 와서도 우리 인민이 참으로 얼마나 훌륭한 인민인가 하는것을 수없이 체험하였습니다. 돈대신 닭을 붙들어주면서 기어이 내 나라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던 성남촌의 할머니를 보십시오. 그 할머니의 마음속에는 얼마나 깨끗한 애국심이 간직되여있습니까. 지금도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런 애국심을 한데 합쳐놓으면 그것은 돈이나 폭탄보다도 더 무서운 힘으로 되는것입니다. 동무들, 한시바삐 우리 인민을 구원합시다. 이 길에서는 희생도 있을수 있고 손실도 있을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희생이나 손실이 있더라도 우리는 이 길에서 물러서지 말고 혁명을 위해 변함없이 싸워갑시다!》 김성주동지께서는 머리우로 주먹을 높이 쳐드시였다. 그러자 여럿의 주먹이 그이의 주먹을 감싸안았다. 리효는 두팔을 흔들며 즉흥시를 읊었다.
내 만일 력사가라면 큰 붓을 들어 이날을 대서특필하리라 20년대의 호곡속에 태여난 《ㅌ.ㄷ》의 탄생을 참다운 민족의 얼, 혁명의 얼이 시대앞에 고고성을 울린 이날을! …
흥분된 청년들은 자리를 차고 일어나 《전진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둠속에서 마당안을 오락가락하던 김시우는 그 노래를 듣자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두손으로 가슴을 꽉 움켜잡았다. 심장이 흉곽밖으로 튀여나올것처럼 쿵쿵 뛰놀았다. (성주, 정말 장하이, 장해!) 총관은 입속으로 이렇게 뇌이며 무심결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경사로운 이 밤을 망막속에 영원히 담아두고싶어서였다. 하지만 민족의 큰 경륜이 마련된 이 밤의 풍경은 너무나도 례사롭고 평범하였다. 하늘에는 게으른 구름장들이 낮추 드리워있었다. 그 하늘밑으로 락엽을 실은 누기찬 바람이 이따금씩 불었다. 강남으로 날아가는 계절조들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아득한 허공중천에서 들려왔다. 어디선가는 또드락또드락 하는 다듬이소리도 들려왔다. 거리의 려염집들은 거의나 불을 껐다. 남대가도 서대가도 북대가도 죄다 컴컴한 어둠속에 노그라졌다. (에이, 너무도 무정한 밤이로군. 별 하나라도 뜰것이지.) 김시우는 하늘을 흘기며 중얼거리였다. 총관은 초저녁에 안해를 다른 집으로 보내지 말걸 그랬다고 후회하였다. 지금 이 뜨락에서 그 안해만이라도 자기와 함께 성주가 마련한 민족의 경륜을 축하해준다면 얼마나 좋으랴싶었다. 그는 가슴에 자꾸 치밀어오르는 격정을 주체할수 없어 뜨락을 끝없이 빙빙 에돌았다. 이제라도 당장 거리에 뛰여나가 지나가는 나그네를 보고 《여보시오. 기뻐해주십시오. 우리 민족앞에는 드디여 살길이 열리였습니다!》라고 말해주고싶은 심정이였다. 아니 온 세상을 향해 웨치고싶은 심정이였다. 그러나 누리는 천고의 정적과도 같은 깊은 고요속에 묻혀있었다. (그래, 모두들 잠을 자고있을테지. 무슨 일이… 무슨 경사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깊은 잠을 자고있을테지. 겨레들, 그러면 꿈속에서라도 기뻐하라구. 그리고 래일아침 눈을 뜨고 일터로 나갈 땐 가슴을 쭉 펴고 활개를 치며 걸어들가라구!) 김시우는 이렇게 뇌이며 또다시 뜨락을 거닐었다. 그러다가 문득 걸음을 못박아세우고 무송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지난해 무송회의때 민족단체련합촉진회의 결성을 보려고 그토록 애쓰시던 김형직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던것이다. 무송회의가 있은 후에는 회의결정을 실행하기 위해 다시 남북만 각지를 력방하시던 선생님이시였다. 평양학당골에서 자주독립의 성스러운 리념을 조선국민회의 기발로 추켜들고 강도 왜놈들에게 반일항전을 선포한 그때로부터 선생님께서는 민족의 참된 전위들을 키우시기 위해 얼마나 로심초사하시였던가. 하늘같은 그 뜻을 그대로 안고 선생님께서 눈을 감으시였을제 세상은 슬픔에 겨워 천길나락으로 꺼져내리는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비극이 있은지 반년도 못되는 오늘 김성주동지께서는 아버지의 유훈을 지켜 온 민족이 쳐다볼 기발을 마련한것이다. (김선생님, 기뻐하십시오. 선생님의 뜻대로 성주는 오늘밤 새 기발을 추켜들었습니다!) 김시우는 눈굽이 젖어오르는것도 모르고 한동안 무송쪽 하늘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뜨락을 맴돌았다. 그는 토방에 주저앉아 담배를 한줌 꺼내들었다. 마라초향기가 깊숙이 페부에 스며들었다. 그는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러자 느닷없이 눈물이 주르르 볼을 적시며 흘러내리였다. 총관은 그 눈물을 씻을념도 없이 담배만 계속 빨아댔다. 그러다가 방문이 활짝 열리는 소리를 듣자 자리에서 우쭐 일어서서 김성주동지의 손을 꽉 부둥켜잡았다. 《성주, 나는 앞이 환해지네. 조선의 새날이 막 보이는것 같네.》 김성주동지께서는 손등우에 떨어지는 물기를 감촉하며 다감한 심정으로 총관의 손을 잡아흔드시였다. 《아저씨, 온밤을 밖에서 지내신 모양이구만요. 감기 들리시겠습니다.》 《아니, 괜찮네. 그저 온몸에서 기운이 우쩍우쩍 나네. 나는 아마 오래 살게 될것 같네.》 《아무렴 오래오래 사셔야지요. 선화하구 선화 어머님은 어데 갔습니까?》 《이제 곧 돌아올걸세.》 《아저씨, 고맙습니다. 이날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다시한번 김시우의 손을 흔들어주시고나서 토방을 내려서시였다. 불현듯 아버님께서 림종을 앞두고 보여주시던 석장의 편지가 생각나시였다. 조국의 암담한 장래를 두고 그처럼 통탄하던 지사들의 목쉰 음성이 금시 귀전을 두드리는듯하였다. (바로 그들이 적어보냈던 그 물음에 우리는 오늘밤 《ㅌ.ㄷ》의 결성으로써 대답한것이 아닌가!) 김성주동지께서는 편지의 임자들에게 회답을 쓰고싶은 강렬한 충동에 휩싸이시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인차 고개를 가로저으시였다. (아니다, 아직은 이르다. 우리는 겨우 첫걸음을 뗐을뿐이다. 《ㅌ.ㄷ》의 기발밑에 인민들이 모여들고 우리의 목소리를 천만사람이 지지할 때 우리는 진정한 민족의 군대를 뭇고 왜놈들에게 민족해방전쟁을 선포할것이다. 그날의 총소리는 편지의 임자들에게 보내주지 못한 아버지의 회답을 대신할것이다.) 《동무들, 벌써 새날이 밝는구만!》 김성주동지께서는 토방우에서 김시우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있는 최창걸의 등을 떠밀며 성큼성큼 뜨락을 나서시였다. 최창걸은 열정적으로 손을 내흔들었다. 《우리 송화강으로 나갑시다!》 《그럴가? 그렇다면 더 좋지.》 김성주동지께서는 최창걸의 팔을 꼈다. 그러자 그이의 왼쪽옆으로 리효가 달려나왔다. 그다음은 김리갑이며, 박두학이며, 계영춘이며, 조학봉이며, 방을룡이들이 련이어 달려와 손에 손을 굳게 틀어잡고 송화강쪽으로 걸어갔다. 잠시후 송화강반에서는 화전의 밤하늘을 밝게밝게 비치며 타도제국주의동맹원들이 지펴올린 모닥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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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의 찬바람이 가시돋친 진눈까비들을 잔뜩 날라다 화성의숙의 지붕꼭대기에 사정없이 들씌우고, 그 추녀밑에서 최동오숙장이 팔짱을 지르고 침통한 표정으로 교사앞마당에서 어정거리는 갈가마귀떼들을 내다보던 12월초의 음산한 날이였다. 이날 김성주동지께서는 화성의숙을 중퇴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새벽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화전시내를 거니시였다. 이 거리에서의 마지막 산보였다. 밤새 내린 눈에 키가 한결 작아진듯한 거리, 수수한 이 거리에서 피끓는 청춘시절의 한 구간이 지나갔다. 일생을 두고 잊을수 없는 귀중한 추억들이 이 구간우에 새겨졌다. 화성의숙의 생소한 추녀밑에 보짐을 풀고 동무들과 인사를 나누시던 반년전 그날만 해도 그이께서는 얼마나 생생한 호기심을 품고 이 학교를 바라보시였던가. 하지만 그처럼 순결한 희망을 품고 찾아오셨던 이 군관학교가 그이께 안겨드린것은 쓰디쓴 환멸뿐이였다. 력사와 과학의 정리며 법칙들을 자기 식으로 윤색한 민족주의의 고리타분한 교리들은 묵새길수 없는 혐오를 자아냈을 따름이였다. 패권을 위한 공리공담과 아귀다툼으로 오염된 이 땅은 공산주의 새 사조를 지향해나선 청년들의 활무대로 되기에는 너무나도 협착하였다. 수리개들은 광활한 공간을 그리워하였다. 청년학우들의 공통된 이 심리적특성을 맨 처음으로 체현하고 그를 실천에 옮기신분이 바로 김성주동지이시였다. 그이께서는 대처에서 멀리 떨어진 이 산간오지를 떠나 활동무대를 장차 길림으로 옮길것을 결심하시였다. 조국해방이라는 하나의 흐름을 타고 각이한 시대사조들이 길림으로 모여들었다. 장발을 한 《공산주의자》의 입에서 칼 맑스의 령혼이 튀여나오는가 하면 민족주의자의 혀꼬부라진 주정속에서 지난 세기말의 농민봉기군들의 《군바바》가 울리기도 하였고 레닌이며, 손중산이며, 김옥균을 칭송하는 불같은 기염이 토해지기도 하였다. 길림은 이 세기의 이십년대우에 떠돌고있는 온갖 시대사상과 사조의 진렬장과도 같은 곳이였다. 바로 이런 활무대에서 공산주의사상을 더 자유롭게 연구하고 보급하며 새 사조를 지향하고있는 열혈청년들을 《ㅌ.ㄷ》의 기발밑에 더 많이 묶어세워 혁명의 튼튼한 주력군으로 육성할 원대한 구상을 품고 그이께서는 길림으로 가기로 결심하신것이다. 《ㅌ.ㄷ》의 적지 않은 성원들이 의숙을 그만두고 장차 그이께서 가시게 될 길림과 농촌 지역으로 활동무대를 옮기기로 약속하였다. 그이의 지시를 받고 김리갑이와 박두학이를 비롯한 《ㅌ.ㄷ》의 몇몇 성원들이 먼저 길림으로 파견되였다. 나머지 성원들에게도 활동지역을 선정해주었다. 최창걸은 삼원포에, 조학봉은 성남촌에, 리제우는 무송에, 계영춘이와 리효는 각각 안도와 반석지구에 거점을 잡고 거기서 선진사상의 보급과 조직망을 늘이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아침식사시간이 끝난후 작별인사를 나누기 위하여 교원실로 향하시였다. 최동오는 텅빈 교원실에 외롭게 앉아 사직서를 쓰고있었다. 길림의 《정의부》본부에 보낼 사직서였다. 좌익청년세력의 형성으로 인한 교직원, 학생들의 분렬과 특히는 김성주동지의 퇴학청원이 숙장을 몹시 놀라게 하였던것이다. 게다가 의숙을 페교해버리려는 군벌당국의 압력이 시시각각으로 우심해졌다. 제자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숙장에게 있어서 리무성의 죽음은 더더구나 그의 정신적안정을 뒤흔들어놓은 수습할수 없는 타격으로 되였다. 그는 이 타격앞에서 중심을 잃고 비칠거리였으며 이틀동안이나 식음을 전페하고 심화병을 앓았다. 오래동안 그의 마음을 기둥처럼 지지해주던 신념은 여지없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독립, 후개혁》의 신념도, 그 신념에 뿌리를 둔 자기 식의 학교강령에 대한 신념도 모두다 을크러지고 풍지박산이 되였다. 그는 도대체 어느것이 정의이고 어느것이 부정의이며 어느것이 진리이고 어느것이 비진리인지 판단할수 없었다. 그저 세상만사가 다 뿌연 안개속에 묻힌것처럼 몽롱하고 괴이하게만 보이였다. 최동오는 자기라는 존재가 이 의숙에 더는 필요없으며, 의숙이라는 자체의 존재 역시 제 살 명을 다 살았다는 확신을 갖게 된 바로 그 순간부터 사직청원서를 쓰기 시작했던것이다. 김성주동지께서 문가에 나타나시자 그는 붓을 놓고 급급히 사직청원서를 뒤집어놓았다. 어정쩡한 표정이 부석부석한 눈두덩가를 한동안 버티고있더니 그다음은 의지가지할곳 없는 고아의 절망과도 같은 그림자가 재빨리 얼굴에 스며들었다. 숙장은 김성주동지께서 작별인사차로 오시였다는것을 인차 눈치챘다. 그의 눈앞에는 불현듯 김성주동지께서 오동진의 소개신을 품고 이 의숙에 입학하러 오셨던 지난 6월이 떠올랐다. 그때 자기는 그 무슨 민족의 건아가 되라는 장황한 력설을 했고 그이께서는 그 력설을 공손히 듣고계시였다. 그런데 반년이 지난 오늘 그이께서는 의숙을 떠나시게 되였고 자기자신도 사직청원서를 쓰지 않으면 안되게 된것이다. (모를 일이군, 모를 일이야.) 숙장은 그 어떤 불가항력적인것에 대한 공포와 회의적인 감정에 휩싸여 절레절레 머리를 내저었다. 그는 마치 악몽속에서 허덕이는듯한 기분이였다. 《선생님, 저는 래일 화전을 떠나려고 합니다…》 책상앞에 바투 다가서신 김성주동지께서는 숙장의 얼굴을 곧바로 굽어보시였다. 숙장은 간신히 머리를 쳐들었다가 그이의 눈길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기가 괴로운듯 얼른 고개를 떨어뜨리였다. 《학교가 마음에 안들면 가야지. 나는 막지 않겠네. 그래 장래문제에 대해서는 무슨 마련이 있나? 앞으로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할텐가?》 《길림에 가보려고 합니다. 확실하게 말씀드릴수 있는것은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든지 조선청년으로서 조선민족의 해방을 위한 싸움에 한몸을 바치겠다는것입니다.》 《물론 공산주의혁명을 념두에 두는거겠지?》 《그렇습니다, 선생님.》 《민족주의운동에서 환멸을 느꼈다면 공산주의운동에서라도 조선이 나갈 길을 찾아보라구. 민족주의건 공산주의건 또 다른 무슨 주의건 진정으로 조선이 구원될 길을 찾기만 한다면 나는 그런 주의를 싫다고 안하겠네. 그렇지만 그런 주의가 없을가보아 걱정이네. 지금같아서는 뭐가 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네.》 《선생님, 그렇지만 어느 때인가는 숙장선생님께서도 반드시 공산주의를 리해하고 지지하시게 될것입니다. 우리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의해서 나라가 해방되고 광복된 조국땅에 가난과 주림이 없는 인민의 나라가 서게 될 때, 그리고 그 인민이 자기의 지혜와 힘으로 조선을 세상에서 으뜸가는 문명국으로 만들 때 공산주의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시게 될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확신합니다.》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겠나. 우리 천도교에서 말하는 그런 <하늘나라>를 우리 당대에 만일 보게 된다면 나는 그런 나라를 세운 사람들을 일평생 모시고 떠받들겠네.》 최동오는 부르튼 입술을 힘겹게 빨았다. 그는 두손으로 이마를 짚고 모든것을 체념해버린듯한 기색으로 사직청원서 뒤등을 굽어보았다. 온갖 주의주장의 혼탕속에서 옳바른 력사의 방향타를 잡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시대의 고민이 관자노리의 굵다란 피줄우에서 꿈틀거렸다. 요 몇달째 눈에 띄게 세여버린 뒤더수기의 희끗희끗한 머리털들이 류달리도 처량한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선생님, 이 세상 그 어디에 있든 우리는 항상 나라를 잊지 않고 학대받는 겨레를 잊지 않을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찾아낸 진리의 힘으로 기어이 조선의 해방을 이룩하고야말것입니다.》 《그래 꼭 나라의 독립을 이룩하라구!》 최동오는 어제날의 그 편협한 숙장답지 않게 허심히 김성주동지의 말씀을 받아들이며 그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교권의 마지막 흔적마저 사라진 숙장한테 무엇인가 따뜻하고 유쾌한 말씀을 해주고싶으셨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런 말씀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끝내 아무 말씀도 못하고 교원실을 나서시였다. 출입문을 열고 밖에 나서자 박인석이 그이의 앞에 나타났다. 추위에 얼어든 그의 얼굴은 푸른 빛이 돌았고 눈빛은 전에없이 음침해보였다. 그는 무표정한 눈으로 김성주동지의 머리우 어딘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 떠나나?》 《예, 래일 떠나겠습니다.》 《흠, 이렇게 뿔뿔이 다 흩어지는구만. 죽일놈은 그 김찬이야!》 《선생님, 김찬은 여기에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나는 내 신념에 의해 떠나기로 결심한것입니다.》 《신념?… 누구의 신념이 옳은가 두고보자구.》 《그건 력사가 증명해줄것입니다.》 박인석은 눈길을 허공에서부터 발끝으로 옮기였다. 《소영씨도 떠난다지?》 《예, 며칠후에… 만나보시겠습니까?》 《아니, 아니야…》 박인석은 황황히 고개를 내젓고나서 먼 하늘을 바라보며 서글프게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미 작별을 한셈이지… 영원히 만나지 못할는지도 모르겠소…》 《두분이 그걸 원치 않는다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요.》 《아니요. 우리는 너무나도 깊은 차이점을 가지고있소. 그 차이를 없애지 않는 한 소영씨는 나한테로 돌아오지 않을것이요.》 박인석은 말이 끝난 다음에도 《아니요.》 《아니요.》 하고 되뇌이며 고집스럽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예전보다 별로 푸시시해지고 헝클어진것 같은 머리를 한손으로 뻑 쓸어올리고나서 작별의 표식으로 고개를 끄떡하였다. 《잘 가라구.》 그 소리는 문밖에서가 아니라 문안에서 울리였다. 어느새 문이 닫기였던것이다. 문설주우에서 작은 흙덩이들이 우실우실 떨어졌다. 간봄에 물매를 놓은 벽에는 대번에 얽숨얽숨한 곰보투성이 흠집들이 생기였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처량한 마음으로 그 벽을 쳐다보시다가 천천히 교원실앞을 뜨시였다. 박인석의 말처럼 정말 그들이 서로 영원히 만나게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교관은 벌써 오래전에 심장으로 이것을 느낀것이다. 김성주동지께서는 림소영의 또하나의 가슴속 상처를 보는듯하여 그지없이 마음이 아프고 쓰라리시였다. 지금 박교관이 저달음으로 림소영을 찾아가 화해하고 웃는 얼굴로 그를 바래주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것인가. (그렇지만 할수 없어. 그들은 결합될수 없는 운명인걸… 신념이 서로 다른 두 심장이 사랑으로 불탈수는 없지.) 그이께서는 운동장 한복판에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시였다. 그러자 천만가지 감회가 한꺼번에 떠오르시였다. 운동장에서는 학생 셋이 두달전에 심은 측백나무밑둥에다가 가마니짝을 감고있었다. 풍토가 생소한 새땅에서 얼지 말고 무사히 한겨울을 보내라는것이였다. 《허참, 세상일이란! 사람은 떠나가고 나무는 떠옮겨다심고…》 김성주동지께서 작별인사를 하시자 한 학생이 탄식삼아 하는 말이였다. 그는 손에 감아쥐고있던 새끼오래기를 맥없이 땅에 떨어뜨리며 한숨을 푹 내쉬였다. 그리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귀속말로 덧붙이는것이였다. 《의숙은 벌써 용마루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두 좀 생각해보구 퇴학을 신청하겠다.》 그러자 두번째 학생이 《쉿!》하며 그의 말을 막았다. 《숙장선생이 내다본다.》 반쯤 열린 교원실창가에 숙장이 서있었다. 푹 꺼져들어간 눈확속에서 피발이 일고 초점을 잃은 두눈이 정기없이 밖을 내다보고있었다. 그는 학생들의 대화에는 별로 주의를 돌리지 않고 교문너머 어딘가 먼곳을 바라보고있었다. 무수한 성구와 교훈들이 쉴새없이 흘러나오던 숙장의 얄팍한 입술은 지금 가풀이 인채 철문처럼 굳게 다물려있다. 번들거리던 이마도 재가 앉은듯 뿌유스름해보인다. 최동오는 잘 가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석양이 자리잡은듯한 그의 모습을 다시한번 일별하시고나서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를 한 다음 성큼성큼 교문을 나서시였다. 차디찬 섣달바람에 앙상한 스무나무가지들이 비명을 질렀다. 색이 꺼멓게 죽은 거칠거칠한 락엽들이 버림받은 령혼처럼 화성의숙지붕에 날아내리였다. 다음날아침 김성주동지께서는 화전을 떠나시였다. 그이께서는 길림으로 가기에 앞서 무송에 들리기로 하시였다. 김시우총관의 집 뜨락으로는 이른아침부터 그이를 바래드리기 위해 학우들과 《ㅌ.ㄷ》의 성원들이 꼬리를 물고 모여들었다. 총관은 담장밖에서 기다리고있는 말파리에 점심보따리를 가져다놓고나서 김성주동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이의 손을 잡고 떨리는 소리로 당부하였다. 《자리를 잡거든 편지를 해주게.》 《어데 가서든지 화전을 잊지 않겠습니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주위를 둘러보며 누구에게라 없이 조용히 뇌이시였다. 《암, 그렇구말구!》 김시우가 뜻있게 고개를 끄덕이였다. 《아저씨의 책장을 제일 잊지 못할것입니다.》 김성주동지의 눈길은 김시우의 서가가 있는 총관의 방쪽으로 달리였다. 《서가보다도 더 잊지 못할건 이 총관아저씨일테지.》 김시우의 점잖은 너스레에 그의 안해 최아지도 짝지지 않고 말참녜를 한다. 《원 총관만 총관이겠수? 그래두 성주는 토장국을 끓여주던 이 아낙네를 더 생각할거웨다.》 녀인의 허물없는 싱갱이에 김시우는 소리없이 웃었다. 김성주동지께서도 웃으시였다. 《저는 모두 잊지 못할것입니다. 그 어데 간다 하여도 제가 아저씨나 아주머니나 동무들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우린 잊어도 좋네. 그렇지만 나라를 잃고 상가집개처럼 천대받는 우리 백성들이 앉으나 서나 낮이나 밤이나 독립의 날을 학수고대하고있다는것만은 잊지 말아주게!》 마지막부탁을 하고있는 김시우의 목소리는 몹시도 울먹거려졌다. 《아저씨, 명심하겠습니다.》 《영영 같이 있구싶네만 자네 길을 막지 않겠네. 서로 갈라져있어도 싸우느라면 독립된 내 나라 땅에서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 아무쪼록 독립된 조선을 안고 오게.》 김시우는 오래도록 김성주동지의 두손을 잡아흔들며 눈물을 흘리였다. 김성주동지께서는 젖어드는 눈가를 훔치시고나서 무련이를 부르시였다. 무련이는 기다렸던듯이 그이의 앞으로 다가왔다. 갈곳도 없고 의지할데도 없는 그는 앞으로 김시우의 집에 눌러있기로 하였다. 김시우는 그의 양아버지가 될것을 기꺼이 승낙하였다. 무련이는 김성주동지의 두손에 손을 내맡긴채 끓어번지는 고아의 설음과 작별의 고통을 묵새기느라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무련아, 이제는 그 누구도 너를 업신여기지 못할게다. 이 사람들이 너를 친오빠처럼 지켜줄테니까.》 김성주동지께서는 무련이를 둘러싸고있는 타도제국주의동맹 성원들을 손짓해보이시였다. 《아무렴, 지켜주구말구. 모두 친오빠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니까.》 김시우가 뜻있게 고개를 끄덕이였다. 《아저씨, 무련이를 열여섯이나 열일곱살까지만 키워주십시오. 그담엔…》 김성주동지의 이런 말씀에 총관은 의아해서 눈빛이 굳어졌다. 《그래 그담엔 어쩌자는말인가?》 《그담엔 우리 혁명이 그 애를 키우게 될것입니다. 무련아, 그게 좋지?》 무련이는 긍정의 표식으로 김성주동지의 한쪽어깨에 이마를 갖다댔다. 잠시후 말파리는 총관의 집을 떠났다. 장차 삼원포에 발을 붙이게 될 최창걸이 김성주동지와 동행하였다. 화전시가를 벗어나자 말파리는 남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앞에는 무연한 대지가 펼쳐져있었다. 해뜰무렵의 들판은 온통 장미빛으로 물들어있었다. 백설로 뒤덮인 일망무제의 광야는 흡사 불길속에 휩싸인듯 하였다. 첫새벽의 푸르끼레한 그림자에 잠기였던 광야의 한끝에서는 버섯같이 생긴 농가의 지붕들이 드러나고 허공중천으로 피여오르는 재빛연기타래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한겨울의 신비를 깊숙이 간직하고 드러누운 송화강기슭에서 돌연 얼음장 터지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리였다. 그러자 강기슭의 채양버들숲에서 놀란 메새들이 후르르 떼를 지어 공중에 날아올랐다. 그 날짐승들은 허공중천을 두어바퀴 선회하고나서 태양이 이글거리고있는 동녘의 불길속으로 총알같이 뛰여들었다. 불길은 한순간에 그 철없는 생명들을 죄다 삼켜버리는듯하였다. 그러나 몇초가 지나자 그 거대한 장미빛공간에서는 까마득하게 사라졌던 메새들이 날개에 불길을 달고 사태처럼 쏟아져나와 너훌너훌 춤을 추었다. 그러다가 불에 타는 날개를 식히기라도 할것처럼 해살이 덜 미치는 저 멀리 푸른 기슭으로 단숨에 헤염쳐가는것이였다. 날짐승들의 화려한 원무는 해돋이의 황홀경을 더욱 돋구어주었다. 《성주, 우리가 날을 대단히 잘 받은것 같애.》 먼 남쪽 백두고원에서 시작되는 장엄한 해돋이를 취한듯이 바라보던 최창걸이 생각에 잠겨 말했다. 크고 검스레한 두눈은 장미빛으로 이글거리고 이른아침의 찬공기에 쐬여 상혈된 두볼은 건강과 젊음으로 빛나고있었다. 림소영이 달아준 목달개의 가장자리가 철색의 얼굴빛과 대조를 이루며 그의 헌헌장부다운 모습에 청신한 인상을 보태여주었다. 《왜 날을 잘 받았다고 생각하나?》 김성주동지께서는 송화강 저편으로 그물그물 미끄러져가는 화전시가에서 아쉽게 눈길을 들고 최창걸을 돌아보시였다. 하얀 입김이 담배연기처럼 귀밑으로 흩날려간다. 《자, 보라구!》 최창걸은 말파리벽에 비스듬히 허리를 기대고 뒤로 고개를 젖히였다. 불길속에 휩싸인것 같은 하늘이 빙그르르 그의 머리우에서 돌아간다. 말이 굽인돌이를 차고 돌아선것이다. 《자, 보라구!》 하고 그는 다시 소리쳤다. 《아침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공기는 얼마나 맑고 깨끗한가! 그리고 저 불덩어리같은 태양은 또 얼마나 장엄하고 열렬하고… 제길, 난 표현이 모자라. 리효가 있었더면 멋진 말을 고를수 있겠는데… 어쨌든 묘하거던. 어제까지는 내내 흐린 날씨가 계속되지 않았는가.》 《그랬었지. 무던히도 지긋지긋하고 침울한 날씨가… 정말 좋은 날씨야.》 김성주동지께서는 이마우에 손채양을 붙이고 동녘을 향해 실눈을 지으시였다. 《아, 해돋이! 〈ㅌ.ㄷ〉를 뭇던 그 밤이 없었더면 우리는 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의 해돋이를 맞이할수 없었을테지?》 《그래 그 밤이 없었더면…》 김성주동지께서는 가슴가득히 차오르는 감격을 달래이며 음성을 낮추시였다. 이날을 위해 헤쳐온 수없이 많은 나날들이 그이의 추억속에 되살아올랐다. 그 추억은 문득 조국에서 돌아오신 그달음으로 림강으로 향하시던 그 밤의 말파리로 옮아갔다. 모든것이 기막히고 답답하기만 하던 암담한 밤이였다. 하지만 그날부터 한해반 남짓한 사이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회오리바람처럼 생활을 뒤흔들어놓았던가. 이 불같은 나날에 그이께서는 아버님을 잃는 크나큰 비극을 체험하였으며 전우의 죽음이라는 가슴터지는 슬픔도 당하시였다. 그리고 사랑하는 련인들의 결별도 목격하시였다. 이 나날들에 공산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새로운 시대사상이 그이의 신념으로 정화되였고 그 신념을 기발에 새겨든 타도제국주의동맹의 위대한 강령이 탄생하였다. 낡은 사조의 탁류를 밀어버리며 새로운 리념을 안고 태여난 생신하고 패기있는 공산주의자의 첫 세대가 흑토에 뿌려진 씨앗처럼 푸르게 움터올랐다. 그이께서는 그 어떤 때에도 오염되지 않은 열혈청년들로써 조선혁명을 떠메고나갈 주추돌들을 마련하시였다. 그리고 오래동안, 참으로 오래동안 민족의 얼을 좀먹어온 온갖 사대와 굴종과 투항과 반목과 질시의 허접쓰레기들에 사형선고를 내리고 그것을 전염시킨 전세대의 주의자들, 운동자들과 단연히 결별하시였다. 생활은 이전처럼 암담하지만은 않았다. 그이께서는 많은것을 잃었으나 그 상실의 대가로 또한 많은것을 얻으시였다. 《ㅌ.ㄷ》는 그이의 청춘시절이 이룩해놓은 가장 빛나는 결정체였다. 김성주동지의 눈앞에는 불현듯 만경대에서부터 시작되여 오늘에로 이른 수백수천가닥의 길이 떠올랐다. 모두가 준엄하고 잊지 못할 사연들을 빚어낸 길이여서 그것은 한손안에 들듯 그리고 손금처럼 또렷이 보이였다. 그러나 그것은 수천수만리를 헤아리는 간고한 가시덤불길이였다. (아버지도 내내 이렇게 집을 떠나 먼길을 가시군하셨지. 아마 나도 아버지처럼 한평생 험한 길을 걷고 또 걸어야 할가보다. 아니, 아버지보다 더 멀고 험한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이 만리건 십만리건 가리지 않고 나는 가리라. 사랑하는 내 조국, 내 조선을 찾을 때까지!) 김성주동지께서는 이렇게 뇌이며 말파리의 기둥목을 으스러지게 틀어잡으시였다. 발구채밑에서 일어난 눈보송이들이 한줄기의 회오리에 실려 그이의 얼굴에 날아왔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그 차디찬 눈가루가 와닿는것이 오히려 유쾌한듯 얼굴을 문지르지 않고 입가에 미소를 그리시였다. 그리고는 또다시 지평선 한끝을 내다보시였다. 광야우에서는 새날의 서기가 약동하고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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