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 《불멸의 향도》 

       장 편 소 설 

 

                                       정 기 종

( 제 3 회 )

첫 머리이야기

1993년 7월 23일

그날은 전국로병대회가 열리는 날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버이수령님을 모시고 대회가 시작되기전에 조국해방전쟁로병인 불굴의 통일애국투사 리인모와 상봉하시였다.

아침해살이 창유리를 불태우고있었다.

뜻밖의 소식에 접한 리인모가 삼륜차를 타고 홀에서 대기하고있었다. 꿈인가, 생시인가. 아직도 이 모든것이 믿어지지 않는듯 했다. 시퍼런 피줄이 툭툭 불거져나온 손으로 삼륜차의 한끝을 꽉 잡고 입을 벌린채 굳어져있을뿐이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그러는 전사를 꽉 안고 두볼을 비비며 《리인모동무, 건강은 어떻소? 동무를 보고싶었소.》라고 하시자 그는 급기야 몸을 떨며 울음을 터뜨렸다.

《어버이수령님!》

눈물속에서 끓고있는 목소리였다. 그는 더이상 말을 못하고 두팔을 허우적거렸다. 수령님의 옷깃을, 팔소매를 붙잡고 거기에 매달리며 울고만 있었다.

정녕 이 순간을 기다려 43년을 종군기자로, 지리산빨찌산대원으로, 옥중의 비전향장기수로 싸워온 그였다. 한생의 거의 전부를 눈물없이, 눈물과 인연을 끊고 살며 싸워온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린애처럼 엉엉 소리내여 울고있다. 바로 이날을 기다려 그 많은 눈물을 아껴온것인가!…

수령님께서도 눈물을 참을수 없으신듯 하였다. 전사의 잔등을 어루쓸며 갈리신 음성으로 겨우 말씀을 이으시였다.

《인젠 그만… 이 기쁜날 계속 울고만 있겠소. 자, 보오. 여기 김정일최고사령관도 와있지 않소!》

그러자 그는 눈물이 즐펀한, 바짝 마르고 여윈 얼굴을 돌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장군님!…》

누구도 그의 이 목메인 부르짖음을 제대로 가려들은 사람은 없었다. 토막토막 끊기는 가는 웨침소리를 오열을 터치는 그의 입놀림으로 알아들었을뿐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후들후들 떨고있는 그의 두손을 꼭 잡아주시였다. 부지중 가슴이 저려나시였다.

차디찬 손의 감각, 뼈마디들이 앙상하게 불거진 그 손에서 마쳐오는 아픔, 그처럼 강의한 불굴의 전사ㅡ 강철의 인간 리인모가 이 지경이 되다니… 이렇듯 처참하게 분질러놓고 무두질해놓다니… 했어도 그는 싸워이겼다. 그렇듯 야만적인 악행으로도 이 백발로인을 꺾지 못했으니… 인사를 드리자. 수령님의 참된 영웅전사, 불굴의 로병에게 머리숙여 인사를 드리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수행하여 온 일군들모두가 인사를 드리게 하시였다.

이윽고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선가운데 어버이수령님께서 말씀하시였다.

《리인모동무, 동무는 원쑤들의 온갖 고문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싸워이김으로써 조선의 혁명가, 조선로동당원의 고결한 혁명정신과 숭고한 풍모를 온 세상에 과시하였소. 동무와 같은 신념과 의지의 화신, 훌륭한 로동당원을 가진것은 우리 당과 인민의 커다란 자랑입니다.》

박수가 터졌다. 그에 대하여 리인모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대답하고있었다.

이미 그에게 최고훈장들인 영예의 김일성훈장과 공화국영웅칭호, 국기훈장 제1급이 수여되였지만 이 순간의 영광에는 견줄수가 없는것이였다. 그는 오열에 몸을 떨며 흐느낌소리만 내뿜고있었다.

수령님께서 자신의 존함이 새겨진 고급금시계를 채워주실 때 그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어푸러지듯 했다. 김정일동지께서 잡아주시자 그이의 팔굽에 얼굴을 대고 마구 비벼대였다. 피페해진 로인이였지만 눈물은 뜨거웠다. 그 뜨거운 눈물이 김정일동지의 팔소매를 적시고있었다. 그 정경을 지켜보는 사람들모두가 눈물을 걷잡지 못했다.

수령님께서 손수건을 꺼내여 그의 눈물을 닦아주시였다.

《자, 이젠 기념사진을 찍어야겠는데 이러면 사진이 잘 안돼. 자, 저리로 갑시다.》

수령님께서는 리인모의 삼륜차를 손수 밀며 눈부신 해빛이 홍수처럼 흘러드는 창문가로 가시였다. 촬영기들이 쉴새없이 돌아갔다.

진정 동지란 무엇인가. 이 세상 가장 고결한 사랑과 의리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리인모를 가운데놓고 위대한 수령님과 김정일동지께서 량옆에 서시였다.

사진기의 섬광들이 련속 번쩍거렸다.

김정일동지께서 수령님께 조용히 말씀드렸다.

《수령님, 부인도 옆에 세우는것이 어떻습니까.》

《아, 그래야지, 그래야 하구말구.》

수령님께서 리인모의 부인을 부르시여 남편곁에 나란히 세워주시였다.

《리인모동무도 잘 싸웠지만 한생을 기다려온 안해도 정말 용해. 자, 어서 나란히 서오.》

수령님께서는 더없이 기쁘신듯 환히 웃고계시였다.

여전히 번쩍거리는 사진기의 섬광들, 모두가 웃고 울었다. 웃음과 눈물이 그처럼 하나로 녹아흐르는것을 언제 또 본적이 있었던가.

수령님께서 다시 리인모를 다정히 껴안아주시였다.

《리인모동무, 자, 이젠 대회장으로 나갑시다. 감옥에서 싸우던 그 신념과 투지를 온 세상에 보여줍시다.》

김정일동지께서 역시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씀하시였다.

《자, 모두가 신념과 의지의 화신인 리인모동지를 기다리고있습니다.》

문이 열리자 대회장에서 터져오르는 환호성이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함께 모시고 주석단으로 나오는 리인모로인을 맞이하였다.

 

대회의 첫날 일정이 끝난후 리인모를 병원으로 떠나보내신 수령님께서는 승용차 가까이 가시다가 걸음을 멈추시였다. 차문은 열려있었건만 머리우에 드리운 나무가지를 무심히 잡으시였다. 청록색으로 윤기나게 부풀은 잎사귀를 뜯으며 멀리 파아란 운무가 서린 하늘끝으로 눈길을 옮기시는데 어쩐지 흐려진 안색이시였다. 방금전까지 그리도 밝게, 환하게 웃고계시였는데… 수행원들모두가 걸음을 멈추고 숨을 죽였다.

이윽고 수령님께서는 머리를 돌려 누군가를 눈길로 찾으시였다.

《권비서 어디 있소?》

권형일이 현관문뒤에서 급히 나섰다.

《어버이수령님, 제 여기 있습니다.》

《음ㅡ 비서동무, 지금까지 알려진 비전향장기수들이 모두 몇명이나 되오?》

뜻밖의 물으심에 권형일은 미처 대답을 올리지 못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조용히 말씀드렸다.

《수령님, 지금까지는 김진서, 김병택, 한제완을 비롯하여 11명이 알려져있습니다. 제가 알아본데 의하면 출소했지만 아직 이름을 밝히지 않은 비전향장기수들도 있고 감옥에 갇혀있는 장기수들은 더 많습니다.》

《음ㅡ》 수령님께서는 괴로우신듯 했다. 《리인모동물 만나고보니 아직 돌아오지 못한 전사들 생각이 자꾸 드는구만. 애젊은 나이에 감옥에 갇혀 백발이 된 오늘까지 신념을 지켜싸운 그 사람들,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요?…》

수행원들중에서 몇사람이 저도모르게 《수령님!》 하고 가느다랗게 부르짖었다. 수령님께서 가슴아파하시니 참기 어려웠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주먹을 꽉 부르쥐고계시였다. 순간의 격정을, 아픔이 어린 충동을 이겨내기 어려우셨던것이다. 어버이수령님의 희슥해진 머리며 눈언저리에 깊이 패운 아픔의 주름을 그대로 마주 보기 힘드시였다.

《수령님!》 그이께서 마침내 말씀드렸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미 리인모로인을 데려오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던 그때부터 결심하고있었습니다. 남조선에 있는 비전향장기수들 모두를 수령님품으로 데려오리라고말입니다.》

《믿소. 나도 그걸 의심치 않소.》 수령님께서 하신 말씀이였다. 《최고사령관이 일단 결심하면 끝장을 보고야만다는걸 내가 왜 모르겠소. 그저 리인모동물 만나서 로병대회에 함께 참가하니 오늘처럼 기쁜 날이 없으리라 했는데 갑자기…》

수령님께서는 더 말씀을 잇지 못하시였다. 눈앞의 나무아지를 꺾어들더니 이윽고 다시 밝게 웃으시였다.

《계속 이렇게 서있을수야 없지. 자, 갑시다.》

승용차들이 발동을 걸었다. 눈부신 해빛이 차창유리에서 어룽거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께서 나무아지를 그대로 쥐고 차에 오르시는것을 여겨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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