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회)

제 5 장

4

 

앉은 책상을 가운데 놓고 오천행이와 마주앉은 독고칠성은 왕수복을 심문하던 때처럼 묻는 말에 대답하면 된다면서 언제부터 김광진을 알게 되였는가고 물었다.

《그 선생이 평남도인민정치위원회 상공부장을 할 때부터 알게 됐습니다. 그건 왜 물어봅니까?》

《나도 모르오. 우에서 알아오라고 해서 물어보는거요. 그 집에 다닐 때 왕수복이와 김광진이한테서 쏘련사람들이나 당중앙의 간부들에 대해 비난하는 말을 듣지 못했소? 솔직히 말해야 하오. 그걸 감추었다가 후에 드러나면 재미없소.》

독고칠성은 만년필 뒤등으로 수첩을 두드리면서 위협적으로 눈을 부라리였다. 오천행은 자기를 죄인 다루듯 하는 독고칠성의 거만한 태도에 속이 뒤틀리였다.

《김광진선생 내외분은 좋은 말만 했소. 내 보기엔 그분들만큼 장군님을 받들구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도 흔치 않다고 보오.》

오천행의 말투가 거칠어지는것을 보고 보안서원이 눈꼬리를 치켜들었다.

《나라를 사랑한다구? 당중앙위원회 간부들은 동무가 떠받드는 리문도나 김광진이 같은 사람들이 우리 나라 경제를 말아먹는다고 했소.

그 사람들이 계획경제요 뭐요 떠들며 잔뜩 바람을 일으켜서 나라경제가 어떻게 찌그러지고있는지 알고나 있소?

1. 4분기가 절반이상 지나갔는데 계획을 이제 겨우 20프로, 30프로밖에 못한 공장이 수두룩하대? 현재 생산을 정상화하고있는 공장, 기업소들도 련쇄된 고리들이 다 튀여서 이제 뭐가 될지 모르겠대. 김광진이, 리문도 이런 사람들과 관계 싹 끊으라! 이건 내 말이 아니라 큰 간부들이 하는 말이요.… 방안이 덥구만. 무슨 불을 이렇게 땠소?》

독고칠성은 외투를 벗고 주머니에서 쏘련제담배곽 《흐라브레쯔》(용사)를 꺼내더니 그안에서 두대를 뽑아 한대를 오천행에게 내밀었다.

《안 피웁니다.》

《그래?》

《독고》는 담배를 입귀에 물고 성냥불을 켜면서 새삼스레 방안을 둘러보았다. 《보기와는 달리 귀틀집이 웃바람이 없구 으늑하구만.… 김광진이란 사람말이요, 이제 몇날 붙어 못있을거요. 왜정때 노래를 팔던 녀자와 사는게 무슨 애국자야. 그 집에 드나들더니 동무도 벌써 나쁜 물이 드는것 같아. 남들은 뼈빠지게 일하는데 책임자라는 사람이 처녀를 옆에 끼구 산보나 하면 되는가. 아주 여론이 나빠!》

오천행은 어처구니가 없어 랭소를 지으며 보안서원을 외면하고 돌아앉았다. 보안서원의 더운 입김이 오천행의 뒤덜미를 계속 간지럽혔다.

《오다가 토장에서 변대걸을 만났는데 그 사람두 김광진의 모함에 자기가 로동단련을 하고있다며 원성이 대단합데. 이번에 상업국장으로 임명된 장시우동지도 김광진이라면 아예 머리를 흔들어요.》

《장시우동지가 상업국장이 됐습니까?》

《북조선인민위원회가 결성되면서 상업국장이 되지 않았소. 그것두 모르고있었소?》

독고칠성은 자못 놀라운듯 눈을 크게 뜨고 오천행을 빤히 지켜보았다. 실지 세상과 격페되다싶이 된 산골안에 붙박혀서 신문 한장 보지 못하고 일만 해왔으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있는지 모르고있었다.

《20여일전에 읍에 갔다와서는 내내 신문 한장도 못 보고 지냈습니다.》

《두달동안이나 해방이 된것두 모르구 지낸 산골마을이 있었다더니, 허허허.》

독고칠성은 너털웃음을 치고는 북조선인민위원회위원장으로 추대되신 김일성장군님께서 며칠전(2월 24일) 북조선인민위원회 제25차 회의를 지도하신 소식을 알려주었다.

2월 24일 회의는 북조선인민위원회가 조직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였지만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의 창립을 기원으로 보고 그 회의의 차수를 이어 그날 회의를 제25차 회의로 하였다고 한다.

독고칠성은 김책이 산업, 교통운수부문 사업을 맡아보는 북조선인민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임명되고 전기총국이 북조선인민위원회 산업국 전기처로 된 소식도 알려주었다. 상업국장과 교통국장이 갈리우고 정준택이 기획국에 새로 들어오고는 거의다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때 국장을 하던 간부들이 그대로 옮겨앉았다고 하였다. 철도처장 허희준이 일을 잘해서 교통국장으로 승급한 사실도 알려주었다.

《좌우간 요즘 인민경제발전계획문제때문에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졌소. 계획화를 한사코 주장한 사람들과 계획비률을 4배, 5배씩 장성시킨 공명주의자들의 목이 날아날거요. 여긴 1. 4분기계획을 꽤 해낼만 하오?》

오천행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자신만만한 기색으로 보안서원의 얼굴을 흘깃 스쳐보았다.

《듣자니 동문 기본공산 안하고 계획외 공살 벌린다면서? 산골마을에서 쓸 작은 발전소 하날 건설하면서 무슨 놈의 통나물 그렇게 많이 끌어내렸소? 장살 하지 않는가, 목재장사? 좌우간 동무에 대한 여론이 나빠!》

오천행은 써늘한 바람이 페장에 몰려드는듯 온몸이 선뜩해졌다.

목재장사를 하다니? 남강발전소건설준비와 군의 목재생산을 돕기 위해 애국로동을 한다는것은 건설자들모두가 다 알고있는 사실이 아닌가?

《그것도 변대걸이한테서 들은 말인가요?》

오천행은 번개치는 예감에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도전적으로 내뱉았다.

《누구의 말이든 참고해 듣소. 동무넨 1. 4분기에 산굴을 70메터 뚫게 됐다는데 아직 한메터도 뚫지 않았다면서? 1. 4분긴 한달밖에 남지 않았소. 언제공사두 시작조차 안하구.》

《걱정마시오. 그런건 보름동안이면 다 해낼수 있소.》

《보름에?》

보안서원은 반신반의하는것 같았다. 사실 이것이 후날 엄중한 결과를 빚어낸 오천행의 오산이였다. 이제 건설자들이 뚫어야 할 산굴의 암석은 무쇠처럼 굳은 규암이라는 변성암이였다. 그런 암질상태에서는 당시 기술로써는 경험있는 굴진공들도 착암기를 동원하고 남포질을 해도 하루 1. 5메터이상은 뚫지 못하였다. 허나 갱도작업경험이 전혀 없는 오천행은 곡괭이질을 해서 무난히 산굴을 뚫을수 있다고 생각했던것이다. 산표면에 나타난 부실부실한 풍화토만을 보았을뿐 내부의 암질상태에 대해서는 알아볼 생각조차 못했다. 건설자들모두가 갱도작업에는 생둥이들이였다. 변대걸이 한사람이 사동탄광 굴간에서 로동단련을 해보았지만 이 협잡군도 굴뚫는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흰소리를 쳤었다. 하지만 보안서원앞에서는 딴소리를 하였다.

《보름동안에 다 할수 있다? 그러나 변대걸은 굴뚫기가 조련치 않은데 동무가 굴은 안 뚫구 계획외 공사만 한다며 불만을 터놓던데? 동무, 정신차리라! 1. 4분기계획을 못하면 무사치 못해!》

보안서원은 산업담당 부위원장인 김책이 지금 계획때문에 속이 새까매서 돌아간다면서 쏘련에서 공부한 허가이나 박창옥이가 아니라 김광진, 정준택, 리문도 같은것들의 말을 듣다보니 경제가 찌그러지고있다고 하였다. 《생산이 잘되던 흥남비료공장이 퉤서 김책동지가 그쪽으로 나간다는 말을 들었는데 모르겠소. 내 동물 친동생처럼 생각하구 말하는데 그 구린내나는 사람들하구 싹 관계 끊으라구. 동무야 장군님께서 내세워주는 로동계급인데 왜 그것들을 따라다니며 그래? 동무네가 계획을 못하면 전기부문이 지표별계획을 못한거로 돼! 언제 처녀하구 산보할새가 있는가?》

이때 밖에서 댕강댕강 메망치로 쇠판을 두드리는것 같은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소리였다.

오천행은 움쭉 일어나서 귀틀집 지게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순간 어디선가 화닥닥 하는 소리가 나더니 한낮의 짧은 난쟁이 그림자가 굴뚝모퉁이로 황급히 사라졌다. 누구인가 방안에서 하는 말을 엿듣고있은것 같았다.

어두운 그림자가 오천행의 가슴으로 슬금슬금 기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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