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회)

제 1 장

2

 

김일성장군님께서는 곧 외출차비를 하고 마당으로 나오시였다. 마당에는 그이를 수행하게 된 강상호와 주도일이 군복차림을 단정히 하고 기다리고있었다.

견장이 없는 군복을 입으신 그이의 수수한 차림새에서 대원들과 다른것이 있다면 가죽전투가방을 들고 밤색채양모에 검은 장화를 신으신것이였다.

《자, 그럼 가볼가.》

그이께서는 우선우선하게 말씀하시고 마당을 지나 대문밖으로 나가시였다.

길가에서 운전사가 군용승용차에 물걸레질을 하고있었다.

강상호가 운전사와 나란히 앞자리에 타고 주도일이 뒤자리에 앉아 그이를 모시였다.

잠간사이에 대동교를 건너간 풀빛승용차는 선교동을 지나 락엽이 널려있는 강안도로를 쾌속으로 달리였다. 빠르게 굴러가는 차바퀴밑에서 구름처럼 솟아오른 먼지가 질주하는 승용차의 공기반동력으로 세차게 고패질을 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져나갔다.

승용차는 어느덧 양각도가 멀지 않게 바라보이는 산업동 큰길을 달리였다. 얼마후 승용차는 가닥길로 꺾어들어가 덩치가 괜찮게 큰 2층벽돌집마당에서 멎었다.

장군님, 저 2층집이 서선전기회사입니다.》

강상호가 아래웃층에 여러개의 창문이 달려있는 벽돌집을 가리켜드리였다.

그이께서 차문을 열고 내리시자 운전사가 서너번 야무지게 경적을 울리였다.

2층 창문이 열리더니 회색양복에 넥타이를 맨 한 사나이의 웃몸이 창틀앞으로 쑥 나왔다가 들어가며 탕 하고 세차게 창문이 닫기였다. 마당에 서있는 군복입은 사람들을 띠여보고 무엇인가 반발하는듯 한 행동이였다.

김일성장군님께서 현관문을 향해 걸어가시였다. 강상호가 그이의 뒤를 따르고 주도일은 운전사와 함께 마당에 남아있었다.

현관문으로 통한 복도 왼쪽벽에 접수실창구가 나있고 그 맞은편 벽에는 사람의 전신을 비치는 대형거울이 걸려있었다.

그이께서 접수실창구앞에 이르시기 전에 현관복도와 직각으로 사귄 사무실복도에서 발자국소리가 나더니 회색세루양복에 하늘색넥타이를 맨 사나이가 마주 걸어왔다. 2층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던 사람이였다.

《시보안서에서 왔습니까?》

그 사람은 대뜸 이렇게 물었다. 살갗이 흰 되박이마에 삽날처럼 턱이 예리한 사나이였다.

《시보안서에서 오겠다고 했는가요?》

그이께서 반문하시였다.

《예, 그런 소리가 있었는데 어디서 오신분들입니까?》

그 사람은 그제야 그이의 준수한 존안이며 군복차림의 름름한 체구와 복도안을 울리는 약간 석쉼하면서도 진동적인 특이한 음색과 특이한 성량에서 범상치 않은분이시라는 감촉을 받은듯싶었다.

김일성부대 정치위원 김영환입니다.》

《아아?그렇습니까?》

그 사람은 어찌나 놀라는지 반문도 아니고 탄성도 아닌 거의 웨침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흰 되박이마에 붉은 반점이 무수히 돋아나고 우묵할사 한 두눈이 한껏 커지였다.

그도 그럴것이 암담한 일제시기 모든 조선사람들에게 있어서 희망의 별이였고 마음의 기둥이였으며 민족적자랑이였던 김일성장군,장군부대의 정치위원이 불시에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전기회사동무들을 만나보자고 왔습니다. 회사를 책임진분이 어디 계십니까?》

《여긴 아직 기구체계가 잡혀있지 않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 말씀하십시오. 전 원래 수풍발전소에서 볼일이 있어 평양에 온 사람인데 평남도인민정치위원회 상공부장이 서선전기회사가 말이 아니라면서 당분간이라도 일을 봐달라고 사정을 해서 여기 와있습니다. 리문도라고 합니다.》

《리문도요? 혹시 동양전기발전사를 저술한이가 아닌가요?》

그이께서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시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를?》

리문도가 의아해하였다.

《반갑습니다. 어딘가 낯이 익다 하면서도 사진에서 본 얼굴과는 많이 달라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몇달전 훈련기지에서 리문도의 저서를 읽으시였다. 푸른 뚜껑에 《동양전기발전사》라고 청조체로 새긴 제목글이 눈에 선하시였다. 책 앞장에 사진을 받쳐 소개한 저자의 략력이 지금도 그이의 뇌리에 선명히 인찍혀져있었다.

1909년 2월 13일 평북도 박천군 부유가정의 2남으로 출생. 1933년 3월 일본 동경와세다대학 리공학부 전기과 수석졸업생, 산업경제에 조예가 깊은 재능있는 전기전문가, 조선과 만주의 전기료금가격이 씨의 원가계산에 기초하여 제정되고 동양유수의 수풍발전소도 씨의 졸업론문에 근거하여 설계된 사실만으로도 그 재완을 짐작할수 있다.》

대학졸업후 조선질소비료, 운산변전소, 수풍발전소 등 여러 산업기관들에서 전기기술책임을 력임한 저자는 1943년부터 다사도변전소 소장직에 있으면서 《동양전기발전사》집필을 시작하였다고 했다. 《맹호출림》의 전형적인 평북도인의 기질을 가지고있다는것, 칼끝에 올라서서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강질의 인간이며 권투와 유술에 능하고 정구는 대학적으로 제1인자였다는것 등 략력에는 저자의 취미와 습관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소개되였다.

《동양전기발전사》에는 ×표로 칼질을 당한 대목들이 무수히 많았다. 그것은 일제의 출판검열에 의하여 삭제당한 문장이나 단어들이였다. 허나 강압적으로 아무리 숨김표(×)를 많이 만들어놓아도 놈들의 착취성, 악랄성은 가리워질수 없었다.

실례로 《동양전기발전사》에는 《××× 언제밑에는 ××××××× ××× 깔려있다.》라는 열세개의 숨김표를 새긴 문장이 있지만 그것을 읽어본 사람들은 거의다 《조선의 언제밑에는 조선로동자들의 시체가 깔려있다.》라는 원문을 복원해 읽을수 있었다.

이 도서는 출판초기부터 말썽이 많다가 얼마 못 가서 불량도서로 회수되고 리문도는 반년동안 감옥살이를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리문도를 애틋이 지켜보시였다.

《전기때문에 걱정했는데 선생이 여기 있으니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참 부모님께서도 다 무고하십니까? 평북도 박천군이 고향이지요?》

리문도는 반사적으로 몸을 흠칫하였다. 얼굴빛이 거뭇하게 질린채 말문이 막힌 사람처럼 바재이며 서있던 그는 중얼거리듯 말하였다.

《아버지는 해방이 되자 토지를 다 팔아버리고 서울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저의 형님한테로 갔습니다. 저에게 어린 아들이 둘 있었는데 그 애들까지 다 데리고갔습니다.》

《그랬는가요?》

장군님께서는 잠시 묵묵히 계시였다. 리문도의 얼굴에 한층 더 어두운 그늘이 비끼였다.

《애들이 보고싶겠습니다. 부친께서 리문도선생한텐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는가요?》

《같이 가자고 야단하는걸 저야 전기쟁이가 아닙니까.》

장군님께서는 가슴이 뭉클하시였다. 리문도의 그 한마디 말속에 그의 감정과 결심이 집약되여있는것 같으시였다.

《정치위원선생님, 복도에서 이럴것없이 응접실로 들어갑시다.》

리문도는 그이를 응접실로 모시려고 돌아섰다.

《그러지 말고 여기 종업원들과 한자리에 모여서 얘길 나누었으면 합니다. 어디 모일 장소가 없습니까?》

《예, 2층에 큰 회의실이 있습니다.》

리문도는 때마침 자기곁으로 다가오는 한 청년을 띠여보고 자위대성원을 제외한 전체 종업원들을 2층 회의실에 집합시키라고 하였다.

《저는 수풍발전소에서도 제스스로 지배인이라 하고있었는데 도상공부장 덕분에 출장지에 와서도 회사사장벼슬을 하고있습니다.》

리문도는 어이가 없는지 허거픈 웃음을 쳤다.

《참, 평남도상공부 부장이 김광진선생이라지요?》

《그렇습니다. 김광진선생을 아십니까?》

《예. 그 선생에 대해서도 책을 통해 알고있습니다. 그는 일제의 탄압이 심한 속에서도 놈들의 침략성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글을 많이 썼습니다. 차츰 그 선생도 만나보자고 합니다.》

리문도는 김일성부대 정치위원이 《무관》이 아니라 《문관》출신인가보다 생각하며 불쑥 입을 열었다.

《김광진선생은 이름난 민요가수 왕수복의 남편입니다.》

《알고있습니다.》

복도에서 대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리문도는 종업원들이 회의실에 모일 때까지 장군님을 응접실에 모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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