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 회)

제 7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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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이였다.

광훈네는 이날 기둥타입에서 새로운 타입속도를 다시 창조했다.

기둥타입장에서 일하던 광훈은 정우철려단장한테서 전화가 왔다는 련락을 받고 대대부로 향했다.

《조광훈 전화받습니다.》

광훈은 송수화기를 손에 들며 큰소리로 말했다.

《어제 잘 쉬였소?》

전류를 타고 정우철의 석쉼한 목소리가 울려온다.

《네, 중대별로 체육경기를 했습니다. 노루까지 상품으로 걸고 괜찮았습니다.》

《뭐, 노루?》

《예…》

《야, 그 산짐승이 어떻게 우리 돌격대원들의 휴식날을 알아봤구만… 하하…》

송수화기에서는 정우철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잠시후 정우철은 다시 물었다.

《오늘 기둥타입속도가 어떻소?》

《네, 팔메터입니다.》

《뭐, 팔메터?》

《네, 지금까지 최고기록입니다.》

《장하오!》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광훈은 정우철려단장이 자기앞에 서있기라도 한것처럼 몸자세까지 바로했다.

《그러니까 금년내로 기둥타입을 끝낼수 있지?》

정우철은 다시 물었다.

《예, 지금속도를 유지하면 자신있습니다.》

《좋소, 지금속도를 계속 견지하시오. 년중으로 기둥타입만 끝내면 동무네 대대전원에게 한달동안 표창휴가라도 주겠소.》

《알았습니다.》

《그리고 숙소를 좀 준비해야겠소. 새로 편성된 12대대가 당분간 동무네한테 가있어야겠소. 고미탄계곡으로 진출시켜야겠는데 아직 숙소가 마련되지 못했소. 비좁은대로 설을 함께 쇠야겠소. 그때까지 동무네 건설장주변 로반공사를 하다가 설이나 지나서 고미탄계곡으로 진출시켜야겠소.》

《알았습니다. 몇명입니까?》

《삼백명이요. 아마 래일쯤 12대대 후방부대대장동무가 숙소때문에 갈거요.》

《알았습니다.》

래일쯤에나 온다던 제12대대 후방부대대장은 그날 저녁 은하와 함께 도착했다.

광훈을 만나러 려단에서 고미탄다리건설장으로 내려오는 은하를 따라 함께 온 12대대 후방부대대장은 녀자였다.

은하의 안내를 받아 대대부로 들어서는 제12대대 후방부대대장을 보는 순간 광훈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새로 편성되여온 12대대의 후방부대대장은 뜻밖에도 옥주였다. 미끄럼식쟈끼해결차로 평양에 갔다가 누이네 집에서 단 두번밖에 만나보지 못했으나 광훈은 옥주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아니, 옥주동무가 어떻게?》

광훈은 앉았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한번 만나본 이후 아무런 소식이 없어 얼마전에 편지를 다시 띄우기까지 했으나 정작 이렇게 나타난 옥주를 보자 광훈은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알수 없었다.

《그간 안녕하셨어요?》

한순간 옥주는 어덴가 어색한 빛을 짓고있더니 웃으며 광훈이앞으로 다가섰다.

《오실래게 정말 수고가 많았겠습니다.》

《그간 정말 수고가 많으셨겠어요.》

두사람은 서로 례사롭게 인사를 했다.

광훈은 옥주의 출현이 뜻밖이였으나 옥주는 고미탄불사조청년돌격대에 오면 조광훈을 만날수 있고 대식이 이곳에서 일한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새로 조직된 돌격대 12대대 후방부대대장이 옥주라는것을 알고 12대대를 자기네 려단에 배속시키도록 조치를 취한 사람은 정우철려단장이였다.

미끄럼식쟈끼해결차로 평양에 갔다가 공교롭게도 누이네 집에서 옥주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대식의 아버지가 법적처벌을 받았다는 말을 듣게 되면서 광훈이 받아안은 충격은 컸다.

옥주가 대식을 두고 법적처벌을 받은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던 말은 한동안 광훈의 귀에 못박혀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광훈은 미끄럼식다리기둥타입을 위해 쟈끼를 해결하여가지고 출장길에서 돌아와 정우철려단장한테 사업보고를 하면서 옥주를 만나본 사실까지 일일이 말하였다.

《대식동무는 저의 사업의 1대리인인데…》

광훈은 대식이네 가정사며 그가 사랑에서 겪고있는 고심까지 말한것이 미안하여 변명처럼 말하며 말끝을 얼버무리였다.

정우철은 덤덤히 듣기만 했다.

광훈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그의 표정은 진중했으나 정우철한테서는 한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광훈자신이 정우철려단장에게 대식과 옥주에 대해 말한 사실자체를 잊어버릴 때쯤 되였을 때 고미탄작업장에 찾아왔던 정우철려단장이 대식의 아버지에 대해 알아본 정형을 이야기해주었다.

《대식동무의 아버지는 교화출소자가 아니라 반동들한테 피해를 입은 사람이요.》

정우철이 해당 부문을 통해 알아본데 의하면 대식의 아버지는 전후복구건설에서 공로가 컸고 전쟁때 전선에 나가 잘 싸웠다고 하였다.

대식의 아버지가 지배인으로 일하던 때 기업소에서 큰 화재가 발생한것은 반동들이 의식적으로 책동한때문이였다.

반동들은 사업에서 책임성 높은 지배인을 모함하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공장에 불을 질렀고 인명피해가 나도록 했다.

전후의 복잡하고 어려웠던 기회를 리용하여 기업소에 잠입하였고 오래동안 파괴암해책동을 벌리던 반동들은 적발분쇄되였다.…

정우철려단장을 통하여 대식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때 광훈은 자기 집안의 괴롭고 안타깝던 문제가 풀린것처럼 기뻤다.

《려단장동지! 정말 고맙습니다.》

대식의 아버지문제를 풀기 위하여 정우철려단장은 남모르게 수고하고 고심을 많이 하였을것이다. 해당 부문과 전화련계를 취하고 편지를 띄우고 상급에 제기하여 도움을 받고…

정우철은 자신의 수고와 노력에 대해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으나 광훈은 충분히 알고 남았다. 한 인간의 운명을 보살피고 책임진다는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였다.

광훈은 정우철을 통하여 대식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나서 옥주한테 편지로 그 소식을 알려주었다.

광훈은 평양에 사는 둘째누이네 집에서 옥주를 만났을 때 그가 대식을 두고 《법적처벌을 받은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던 말이 아프게 가슴에 맺히여 편지에 이런 구절을 적어넣었다.

《대식동무는 법적처벌을 받은 사람의 아들이 아니라 반동들의 책동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의 아들이요. 청년돌격대조직의 이름으로 하는 말이요.》

옥주한테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광훈은 대식에 대해 옥주가 한때 품었던 련정이 이제는 식어버렸다고 단정할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대식에 대한 옥주의 지난날 감정이 처녀와 총각사이의 단순한 호기심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깊은 련정에 이르지 못했을수도 있었다.

옥주는 아무런 생각도 안하는데 공연히 대식이 저 혼자 짝사랑을 했는지도 모른다.

처녀와 총각사이의 사랑을 실무적으로 사업하듯 할수는 없었다. 사랑은 정으로 맺어지고 심장과 심장으로 결합되여 서로서로의 지향을 리해하고 그 지향을 이룩하기 위한 고심을 함께 나눌 때 깊어지고 변치 않는다.

광훈은 대식이 옥주 아니면 장가들 처녀를 고르지 못하랴 하는 일종의 반감마저 생겨나는것을 어쩌지 못하였다.

광훈은 함께 일하면서 대식에 대한 리해가 깊어지여 나이먹은 총각들사이에 서로 련대하는 감정에 뿌리박고 옥주에 대하여 고까움과 반감마저 품게 되는것을 어쩌지 못하였다. 불쾌한 그 감정은 드바쁜 일속에 망각으로 이어졌다.

이런 옥주가 자기 발로 새 철길건설장을 찾아올줄이야…

광훈은 은하와 함께 나타난 옥주를 대범하게 맞이하였으나 뜻하지 않은 그의 출현에 한동안 마음의 균형을 잃었다.

광훈은 손님들에게 자리도 권하지 못하였음을 한참만에야 깨달았다.

광훈은 옥주와 자기옆에 은하가 서있다는것조차 잊고말았다.

《자, 좀 앉으시지요.》

광훈은 은하에게 눈인사만 보낸 후 그를 등지고서며 옥주한테 서둘러 의자를 권했다.

광훈은 범산지구에서 진행된 려단참모회의때 잠시 만나본 후 오늘에야 처음 은하를 만났다.

은하는 광훈이 당황해하며 어쩔바를 몰라하는것 같아 슬며시 자리를 피하였다.

《그럼 앉아 말씀하세요.》

은하는 옥주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보내며 대대부밖으로 나갔다.

그때에야 광훈은 오래간만에 만난 은하를 자기가 너무 푸대접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 좀 앉으십시오.》

광훈은 옥주에게 거듭 의자를 권했다.

아래우에 돌격대솜옷을 입고 흰 털목도리를 썼던 옥주는 목에서 목도리를 풀며 광훈이 권하는 의자에 앉았다. 광훈은 방 한가운데 놓은 탁자를 가운데 두고 옥주와 마주앉았다.

인사를 주고받고나니 광훈은 별로 할말이 없어졌다.

《그새 건강하셨습니까?》

광훈은 이미 인사를 나누었건만 방금전에 한 말을 기계적으로 곱씹으며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했다.

《예.》

옥주는 빨갛게 익은 두볼에 보조개를 지었다.

《참, 잘들 꾸려놓고 사시는군요.》

옥주는 옹색스러움을 덜려는듯 아늑하게 꾸려진 대대부안을 휘둘러보며 감탄을 표시했다.

《뭐, 별로… 전 게으르다보니 방을 막 거두어서… 이제 우리 녀동무들 호실에 한번 가보십시오. 모범호실로 잘 꾸린데는 어느 공장합숙에 지지 않을겝니다.》

광훈은 싱글벙글거리며 탁자우에 놓인 송수화기를 들었다.

통화중이여서 광훈은 다리건설장을 찾을수 없었다. 광훈은 벽을 두드렸다.

대대부와 널판자로 간벽을 막고 도배를 한 옆방은 대대참모부였다.

광훈이 똑똑 벽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오활이 달려왔다.

《대대장동지! 찾았습니까?》

직일근무를 수행하던 오활이 뛰여오더니 대대부안에 웬 낯선 녀손님이 있는것을 보자 손님한테 대대생활의 째인 면모를 시위하기라도 하려는것처럼 절도있게 보고했다.

《빨리 다리건설장에 가서 참모장동무를 급히 오라고 하시오.》

별로 멋까지 부리며 차렷해 서있는 오활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광훈은 우정 틀을 차렸다.

《알았습니다.》

오활은 제대군인들처럼 신발뒤축을 딱 소리가 나게 붙이더니 거수경례를 하고 돌아섰다.

옥주는 령리한 처녀였다. 광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별다른 기색도 보이지 않았으나 그는 광훈이 대식을 부른다는걸 눈치챘다.

《전 대식동무를 만나자고 찾아온건 아니예요.》

서둘러 대식을 부를 필요가 없다는 투로 옥주는 이렇게 말하며 자기 무릎우에 풀어놓은 털목도리를 매만졌다.

광훈은 옥주가 변명을 하느라 그러는건지 아니면 처녀의 자존심때문에 그러는건지 딱히 알수 없었으나 너스레를 떨었다.

《압니다. 숙소때문에 걱정하실건 없습니다. 려단에서 전화련락을 받았습니다. 다른 동무가 왔다면 틀면서 재울데가 없다고 쫓아버리겠는데 옥주동무네야 어떻게… 우리가 못자도 좋은 방들로 내드려야지요. 난 려단장동지가 새로 조직된 12대대 후방부대대장동무가 곧 갈거라고 하기에 누군가 했댔지요. 이렇게 옥주동무가 올줄은 정말…》

옥주와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다 광훈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대식이 대대부로 올것이다.

오활이 떠난지 10분이 되여온다.

대식이 대대부에 도착하려면 아직 좀더 기다려야 했다.

두사람은 화제가 동강나고말았다.

옥주는 리지적이면서 대도 있는 처녀였다.

옥주는 다소곳이 숙였던 머리를 들더니 광훈을 빤히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대대장동무는 그사이 무척 저를 욕하셨겠지요?》

광훈이 옥주한테 대식의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알려주려고 써보낸 편지를 념두에 두고 하는 말이 분명했다.

옥주의 표정은 담담했다. 상봉의 첫순간에 얼굴에 나타내보이였던 어딘가 어색하던 기색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마음의 균형과 안정을 찾은가싶었다.

《뭐, 욕까지야…》

광훈은 두사람의 사랑에 깊이 개입할 의사가 없으며 그렇다할 권리도 없다는 뜻에서 이렇게 말하고나서 자기가 너무 피동에 빠지는것 같아 이렇게 엉너리를 치였다.

《대식동무와 나는 앞으로 둘러리를 서기로 한 사이랍니다.》

슬쩍 스치며 에둘러하는 말이였으나 옥주가 한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뜻만은 명백했다.

《대대장동지 편지를 받고 저도 새 철길건설장에 와보고싶은 충동을 받았어요.》

옥주는 자기가 고미탄지구를 찾아온것이 대식때문이 아님을 암시하려는가싶었다.

광훈은 옥주가 처녀의 자존심때문에 그럴수밖에 없고 그것을 탓할수 없다는데 대하여 충분히 리해하였다.

광훈는 지금 자기가 대식과 옥주의 사랑틈바구니에 점점 깊이 말려들어가고있다는것을 깨닫게 되자 오래간만에 찾아왔던 은하를 너무 푸대접한것 같은 자책이 들었다.

광훈은 옥주와 단둘이 마주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거북스러웠고 따분하였다.

사랑에 아무런 경험이나 체험도 없는 풋내기가 남의 사랑을 두고 이래라저래라 하던 일이 떠오르며 앉은자리가 더욱 따거워났다.

은하에 대한 미안함과 옥주를 대하기가 점점 거북스러워 광훈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얼마 있으면 대식이 대대부에 도착할것이였다.

《먼길을 오느라 피곤할텐데 조금 앉아계십시오. 제 잠간…》

광훈은 금시 돌아올것처럼 이러며 옥주를 빈방에 혼자 남겨두고 대대부를 나섰다.

광훈은 대대부 문밖에서 대식을 만났다. 대식은 털모자 귀덮개를 우로 올리고 끈을 매지 않아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귀덮개가 춤추듯 흔들거렸다.

대식은 일 바쁜데 왜 찾았냐고 그러는듯 한 표정을 지으며 광훈앞에 와서 멎었다.

《대식동무, 큰일났어.》

《왜?》

《12대대에서 벌써 왔구만.》

《오면 왔지 큰일날게 뭐요. 우리 1중댄 오늘 저녁에 숙소 두동을 내기로 했소…》

《12대대 후방부대대장이 녀동문데 이만저만 아니야. 자기가 돌아보구 마음드는 숙소루 내라는거야. 손님들한테 좋은 잠자리를 주는것은 우리 조상때부터 내려오는 미풍량속이 아닌가 하면서 땅땅 으르는데 보통이 아니야.》

《그래? 어디 있어?》

《대대부에 있는데 동무가 들어가 사업 좀 하라구. 난 녀동무들의 외교공세엔 꼼짝 못하겠어.》

광훈은 머리까지 흔들어보이며 싱글벙글거렸다.

《남의 숙소에 와서 잠자리 빌리는 주제에 그런 놈의 본때가 어디 있어? 철길건설하러 왔으면 저희들두 주인이지 뭐 손님이란 말이야?》

광훈의 말을 곧이 듣고 대식은 괘씸해 두덜거렸다.

《대식이, 우르락푸르락거리지 말구 동무가 들어가서 예술적으로 처리하란 말이야.》

광훈은 능청스럽게 눈을 끔쩍해보이며 어서 들어가보라는듯 대대부쪽을 턱질했다. 알았다는듯 대식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12대대와의 외교전에 파견되는 불사조돌격대의 전권대표답게 의젓한 걸음걸이로 대대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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