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 회)

제 7 장

2

 

복동이 퇴원한 그 다음날부터 은하는 고미탄다리설계 합리화안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는 잃어버린 세멘트를 아까와하는 광훈의 괴로움을 덜어주고싶었다.

다리건설에서 세멘트를 그만큼 절약한다면 잃어버린 세멘트를 찾는것과 같은것이 아닌가. 그는 설계에서 그 예비를 찾고싶었다. 이제 다시 세멘트를 절약하자면 다리건설에 예비응력철근을 쓰는 방법밖에 없었다. 다리보제작에 보통철근대신 예비응력철근을 쓰면 잃어버린 세멘트를 적지 않게 보상할수 있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예비응력철근에 의한 철길다리건설, 더구나 고미탄다리같이 여러 경간을 가진 긴 다리에서 예비응력철근을 써본 경험은 드물었다.

다리기둥이 높고 여러 경간을 가진 철길다리건설에 예비응력철근을 도입하자면 많은 과학기술적인 문제들을 풀어야 했다. 그중에서도 높은 철길다리건설에서의 동력학적계산은 초미의 문제로 나섰다. 이것만 해결하면 다리건설에서의 속도제고문제를 연구할데 대한 지금의 연구과제와 이전에 연구하다 아직 덮어둔채 내버려둔 묵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수 있었다.

은하는 승리다리와 고미탄다리콩크리트보타입에 대담하게 예비응력철근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남들이 아직 안한다고 주저할 리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리 남들이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속도전으로 다리건설을 다그치고 자재를 절약하는 길이라면 주저하지 말아야 할것이 아닌가?

은하는 구조계산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철길다리건설에 예비응력철근을 도입할데 대한 은하의 대담한 발기를 은하네 연구소집단이 지지해나섰다.

은하가 고미탄다리건설에서 세멘트를 절약하고 건설속도를 다그칠수 있는 새 설계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광훈네 불사조돌격대원들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빛다른 산열매를 따서 보내는가 하면 은하를 고무격려하는 편지를 써보내주기도 했다.

불꽃은 피로회복에 쓰라면서 산꿀을 보내였다. 보나마나 불꽃은 어느 휴식날 청년돌격대원들이 산에 올라갔다 얻어온 산꿀을 《우리 언니한테 보내주자요.》하고 가져왔을것이다. 그 산꿀을 구해온 사람이 오활인지도 모른다.

철길다리에 예비응력철근도입에 관한 은하의 설계가 제기되면서부터 오박사는 겨울까지 건설장에서 살기로 하고 자기의 사무실을 아예 철길건설현지에 옮겨왔다.

매일처럼 실험이 진행되고 그 결과가 분석됐다. 창조와 탐구의 나날엔 낮과 밤이 따로 없었다. 은하가 들어있는 통나무귀틀집 창문가에는 밤이 깊도록 불이 꺼질줄 몰랐고 창문에 어린 그의 그림자는 날이 새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은하의 건강이 념려되여 거듭 휴식을 권고하던 오박사는 그가 들어있는 귀틀집창문에서 그의 그림자가 매일같이 사라지지 않자 건설장 직일관에게 전기불을 꺼달라고 부탁했다. 그때부터 숙소지구엔 매일밤 열두시만 되면 꼭꼭 불이 꺼지였다. 그래도 은하가 들어있는 귀틀집창문에선 불빛이 없어지지 않았고 그의 그림자도 사라지지 않았다.

전기불대신 초불을 켜놓고 은하는 새벽을 맞았고 다시 밤을 맞이하는것이였다. 그의 탐구욕과 열정엔 끝이 없었다.

깊은 땅속에 뿌리박은 샘줄기마냥 마를줄 모르는 열정이 그의 마음속에서 솟구쳐오르기 시작한것이 한송이의 꽃과 련결되여있다는걸 아는 사람은 없었다.

범람한 승리다리 개울가에서 광훈이 낚시줄을 허리에 매고 강물에 뛰여들던 때 그가 벗어놓은 비옷옆에 떨어뜨린 빨간 꽃송이를 은하는 오래도록 버리지 못했다. 광훈이 세멘트창고를 구원하기 위하여 물과의 치렬한 싸움을 벌리던 그때 은하는 줄곧 그 꽃을 손에 들고있었다.

상처입은 부분을 잘라버리고나니 꽃대는 성냥가치만 해지고말았으나 은하는 그 꽃을 자기가 있는 숙소 꽃병에 한동안 꽂아두었었다. 한주일도 못되여 그 꽃은 시들어버렸으나 은하의 마음속에는 그보다 더 붉고 아름다운 한송이 꽃이 피여나기 시작했다. 나날이 활짝 피여나는 그 꽃때문에 은하는 기쁘기도 하였고 두렵기도 했으며 남이 엿볼가보아 은근히 부끄럽기도 하였다.

그 꽃으로 하여 은하는 일에서 피곤한줄 몰랐고 일하면 일할수록 일하고싶은 충동이 북받치는것이였다.

은하는 자신의 마음속에 피여난 그 꽃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향기롭게 꽂피우고싶었다. 그 꽃을 자래울수 있는 영양분은 열정이였고 그 꽃에 열매를 맺을수 있게 하는것은 속도전으로 하루빨리 철길건설을 끝내는것이였다.

가을빛이 퇴색하고 첫 서리가 내리던 어느날 은하는 드디여 새 설계를 완성했다. 과학원과 종합대학, 전국의 수많은 설계가들의 조언과 방조를 받아 은하가 완성시킨 예비응력철길다리설계는 다리건설분야에서 하나의 값있는 창조였고 혁신이였다.

은하네 과학원연구집단이 제기한 새 설계를 접수한 철길건설전국청년돌격대련합지휘부에서는 범산차굴건설과 고미탄다리건설을 다그치기 위하여 돌격대 전련합지휘부적인 성격을 가지는 려단확대참모회의를 소집했다. 려단확대참모회의는 범산지구에서 열렸다. 작업전선이 확대되고 이미 시작한 철길건설이 완공되여가자 려단지휘부는 범산지구로 옮겨앉았다.

려단이 범산지구로 자리를 옮겨앉은 후 처음으로 소집된 이 려단확대참모회의에는 광훈과 대식도 참가했다.

그리고 회의에는 철길건설의 방대한 규모를 말해주듯 사로청중앙위원회에서 내려온 일군들, 철도성일군들, 전국청년돌격대련합지휘부 지휘관들도 적지 않게 참가했다.

천막으로 림시 꾸려놓은 려단지휘부사무실에는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로 가득찼다.

범산차굴대대장으로부터 차굴건설정형을 보고받고나서 정우철은 광훈을 불렀다.

대식은 모두 대대장이상급의 지휘관들이 참가한 회의에 유독 범산차굴대대 참모장과 자기 두사람만 대대참모장급이 참가했다는 생각에 일종의 위압감을 느끼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앉아있었다. 대식은 머리를 수굿한채 자기옆에 앉아있는 광훈을 곁눈질했다.

《예.》

광훈은 침착히 대답하며 끝이 모지라진 자기의 사업수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광훈동무, 동무네는 고미탄다리건설을 언제까지 끝낼 계획이요?》

정우철려단장이 물었다.

광훈은 말을 시작해도 좋으냐고 승인을 받듯 돌격대련합부대장과 련합부대정치부장쪽을 한번 바라보고나서 정우철려단장을 향해 대대사업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우리 대대는 승리다리건설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고미탄다리건설은 려단당위원회에서 비준된 공사추진계획보다 한달가량 늦어지게 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획대로 고미탄다리건설을 끝낼 계획입니다.》

《어느 계획 말입니까?》

공사추진계획도를 상우에 펴놓고 그것을 들여다보고있던 련합부대장이 고개를 들었다.

키가 크고 얼굴이 길쑴한 돌격대련합부대장은 체육선수들처럼 머리를 짧고 높게 깎아 자기 나이에 비해 무척 젊고 날파람있어보였다.

《우리가 려단에서 과업받았던 건설전투계획대로 말입니다.》

광훈은 련합부대장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래년 봄에 고미탄다리로 공사렬차를 통과시킨다는 말이겠지?》

련합부대장과 함께 공사추진계획도를 들여다보던 몸매 다부지고 두눈이 부리부리한 련합부대정치부장이 이상야릇한 빛을 띄우고 물었다.

어떻게 보면 놀라는것 같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그렇게밖에 못하겠는가고 비웃는것 같기도 했다. 련합부대장이나 정우철려단장의 얼굴에도 련합부대정치부장과 꼭같은 표정이 그려져있었다.

대식은 무엇인가 탁 부닥치는 예감에 고음의 현금마냥 마음이 긴장될대로 긴장되였다.

《그렇습니다.》

광훈은 아름찬 과업이지만 구실없이 해내고야말겠다는 뜻으로 힘주어 대답했으나 련합부대장이며 정우철을 비롯한 돌격대지휘관들의 얼굴에서는 만족해하는 빛을 조금도 찾아볼수 없었다.

련합부대장옆에 앉아있던 정치부장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 전투계획은 이미 낡았소. 우리는 래년 봄까지 려단이 담당한 전건설구간에 공사렬차가 달리게 하자는거요.》

정치부장의 말에 대식은 놀랐다.

고미탄다리는 려단이 전개한 작업전선에서 맨 마지막이였다.

려단은 고미탄천 건너 고미탄계곡으로 작업전선을 펼치지도 못했다.

아직 사람들의 발길도 들여놓지 못한 50여리 험악한 계곡에 언제 그렇게 빨리 철길을 놓는단 말인가?

고미탄계곡은 마식령의 허리를 끊고 나라의 동서부를 련결하는 새 철길건설에서 청년돌격대원들이 점령해야 할 제일 어려운 마지막 《화점》이라고 할수 있었다.

깎아지른듯 한 벼랑과 험한 돌들로 이루어진 고미탄계곡만 정복하면 철길건설은 순풍에 돛을 단 격이 될것이다.

철길이 끝나는 세포쪽에서는 돌격대 제2건설려단이 제1려단을 마주향해 철길을 놓아오고있었다.

제2려단에서는 자기네 려단관하 100여리 전구간에 이미 작업전선을 펼친지 오래였고 작업성과를 나날이 확대하고있었다.

대식이며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 떠오른 놀라운 빛을 눈치챘는지 전국청년돌격대 련합부대장은 려단참모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긴 탁자 두개를 T형으로 놓고 벽을 따라가며 빙 둘러 의자를 놓은 천막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련합부대장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련합부대장은 사람들의 마음을 타진하듯 회의참가자들을 한번 쭉 훑어보고나서 마디마디에 힘을 주어 말을 시작했다.

《하루빨리 나라의 동서부철길을 련결하는것은 우리 청년돌격대원들의 더없는 영예이고 행복이며 가장 신성한 의무요.

지금 온 나라가 우리의 새 철길건설을 지원해나서고있소. 사로청일군강습에 참가하였던 전국 리사로청위원장동무들이 건설대대를 무어가지고 이제 곧 우리 건설장에 오게 되오. 가을걷이만 끝나면 온 나라의 협동농장들에서 농촌청년들이 철길건설장에 또 파견되게 될게요.》

청년돌격대 련합부대장이 이야기를 마치자 정치부장이 그의 말을 받았다.

《이제 멀지 않아 1려단에는 새로 조직된 다섯개의 건설대대가 증강되게 됩니다. 이런 조건에서 1려단에서는 오늘부터 고미탄천 건너 고미탄계곡으로 새 작업전선을 펼쳐야 합니다.

고미탄다리는 고미탄계곡을 정복하기 위한 려단의 교두보라고 할수 있습니다.

동무네가 려단의 새 진격을 보장하기 위한 교두보로서의 임무를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래년 1월까지 고미탄다리기둥타입을 완전히 끝내야 합니다.》

정치부장은 열정에 빛나는 눈빛으로 광훈을 바라보며 자기의 말을 맺었다.

지금까지 자기자리에서 일어나 그냥 서있던 광훈은 머리를 끄덕여보이며 간단히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너무도 뜻하지 않던 아름찬 과업앞에 대식은 그저 어리뻥뻥하기만 했다. 자기네가 지금까지 남좋은 일만 해주다가 피동에 서게 되는것 같아 야속스러운가 하면 어떻게 해야 아름찬 그 과업을 해낼수 있을지 몰라 안타깝기도 했다.

지금까지 아무말없이 앉아있던 정우철려단장은 손에 들고있던 빨간 연필로 책상을 똑똑 두드렸다.

《동무네들이 고미탄다리건설을 래년 1월까지 끝낼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오. 고강도철근을 가지고 예비응력콩크리트보를 생산하면 우선 타입량이 이전 설계보다 적어지오. 그리고 려단에서는 다리건설을 다그치기 위해 땅에서 콩크리트보를 쳐가지고 다리기둥우에 올려놓기로 했소. 그러면 기둥타입을 끝내는것과 함께 다리건설을 완성할수 있소.

문제는 기둥타입을 빨리 하는건데 그러자면 겨울에도 미끄럼식타입을 하여야 하오. 여름보다도 빠른 속도로 말이요.》

《알았습니다.》

자리에 앉았던 광훈은 다시 벌떡 일어나 대답했다.

대식은 주저없이 대답하는 광훈을 보자 그가 겨울에도 빠른 속도로 미끄럼식타입을 할수 있는 새 방법을 찾아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저으기 마음이 놓이는것이였다.

회의가 끝나자바람에 대식은 광훈을 찾았다.

《광훈이!》

대식은 광훈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그의 얼굴에서 기대와 믿음에 찬눈길을 떼지 못했다.

회의에서 받은 흥분을 그대로 간직하고있는 광훈의 두눈은 별같이 빛났다.

《건설력사가 오래고 비교적 과학기술이 발전했다는 유럽의 적지 않은 나라들에서도 미끄럼식타입을 여름에만 하고있네. 우리는 추운 겨울에 여름보다 배나 빠른 타입속도를 내야 하거던. 그래야 려단의 진격로를 열수 있어.》

광훈은 뜨거운 손으로 대식의 두손을 마주잡으며 힘있게 흔들었다.

대식은 미더운 생각에 그의 손을 마주흔들었다.

《대식이, 이 영예로운 과업을 동무가 해결해야 해.》

《뭐? 내가?》

광훈의 말에 대식의 두눈은 금시 화등잔만큼이나 커졌다.

자기가 한때 승리다리건설을 반대했던것은 이 미끄럼식타입문제와 결부되여있었다. 겨울에 미끄럼식타입이 힘들다고 생각했던탓에 자기는 그때 승리다리건설을 달가와하지 않았으며 주택건설을 차요시했었다. 조건이 유리한 여름에 미끄럼식타입의 위력을 마음껏 보여주려고 자기는 세멘트보관에도 주의를 미처 돌리지 못했었다.

벌린 입을 채 다물지 못하고 광훈을 바라보던 대식은 슬며시 그의 손을 놓았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나. …내가 지금까지 범한 많은 과오들이 바로 이 문제와 결부되여있었지.…》

대식의 말에는 풀기가 없었다. 대식은 자기의 무능이 한스러웠고 지난날 자기가 저지른 결함들로 해서 가슴아팠다.

대식의 얼굴에 그려지는 실망의 그림자를 보자 광훈의 흥분은 대뜸 싸늘하게 식었다.

한참이나 대식을 뚫어져라 바라보고나서 광훈은 추궁하듯 따져물었다.

《동무는 그전에 미끄럼식타입을 왜 여름에 하자고 했었나?》

대식은 찌르고드는듯 한 광훈의 눈길을 피해 슬며시 외면했다.

무엇때문에? 자기가 여름타입을 주장하고 미끄럼식겨울타입을 미타하게 생각한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무엇때문이였는지 대식은 자신으로서도 딱히 알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미끄럼식겨울타입이 힘든 리유를 잘 알아서가 아니였겠나? 동무가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누가 푼단 말인가? 더구나 동무야 우리 철길건설지구에서 미끄럼식타입의 발기자가 아닌가 말이야?》

말끝마다 따지고드는 광훈의 목소리는 점차 높아졌다.

광훈이한테 꾸중을 당하는 이 순간 대식은 웬일인지 가슴이 뭉클해왔다.

사람은 다정한 속삭임이나 애정어린 고무의 말에서만 진정을 느끼는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욕을 먹으면서 노여움이 아니라 자기를 꾸짖는 사람한테 도리여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자기를 욕하는 사람이 자기한테 품고있는 진정을 알게 되는 때이리라.

대식은 지금까지 자기에 대한 광훈의 믿음과 기대를 이때처럼 절절히 느껴본적은 없었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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