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 회)

제 6 장

7

 

밤하늘엔 애기별이 돋아났다. 이밤따라 별들은 유난스레 반짝이였다.

조금있더니 동산에서 쪼각달이 떠올랐다. 오래간만에 솟아오른 쪼각달은 비에 말끔히 씻긴 대공을 유유히 헤염쳐갔다.

온 산발을 울리는 소란한 강물소리만 없다면 퍼그나 조용하고 례사로운 저녁이였다.

며칠째 줄곧 흐려만 있던 하늘은 이밤 깨끗이 개이였으나 강물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불어만 났다.

밤이 깊어갈수록 물과의 싸움은 어려워져갔다.

물! 물! 물과의 싸움은 하나의 치렬한 격전이였다.

《가마니도하전투》는 물과의 첫 싸움에 지나지 않았다.

《복동이 몫으로!》

《재선이 몫으로!》

누구나 아직 복동과 재선의 소식을 몰라 안타까왔고 그것때문에 마음속으로 이렇게 부르짖게 되는것이였다.

계속 불어나던 강물은 자정이 가까와오면서 드디여 물막이뚝기슭에 와닿았다.

물의 포위속에 든 사람들은 모두 세멘트창고주변의 뚝안으로 들어섰다.

뚝에 와닿기 바쁘게 물은 뚝우로 한치한치 기여올랐다.

광훈은 뚝과 창고사이에 전호처럼 깊숙이 도랑을 파도록 했다.

틈새로 새여드는 물을 잡자면 그 방법밖에는 없었다.

자기들의 모든 운명이 오직 땅파는데 달려있기라도 한것처럼 사람들은 극성스레 땅을 파고 또 팠다.

창고주변엔 조명등이 두개밖에 켜있지 못해 작업장은 어두웠다. 그속에서도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찾았고 한치라도 더 깊이 땅을 들이파려고 악을 썼다.

사람들이 지치고 일이 점점 힘들어갈수록 대식은 마음이 괴로왔다.

괴롭다못해 그의 가슴은 칼로 베는듯 아팠다.

대식은 자기 한몸바쳐 세멘트창고를 지킬수 있다면 주저없이 한목숨 바칠것이였다. 이제는 아무리 자기 한목숨 바친다고 해도 세멘트를 구해낼수 없었다.

이 많은 세멘트를 끝내 물에 띄워야 한단 말인가.

복동이는 어떻게 됐을가. 그를 구원하러 강물에 뛰여든 재선중대장은…

세멘트창고를 여기에 짓지 않았더라면 아니, 재선이 세멘트 일부만이라도 다른 곳에 옮기자고 하던 때 순순히 응했더라면 오늘같은 일은 없었을것이 아닌가.

대식은 흙탕물이 질척거리는 웅뎅이속에 들어서서 삽질을 하며 안타까움에 자기 입술만 깨물었다.

대식만 가슴을 쥐여뜯는것이 아니였다. 광훈은 광훈대로 괴롭고 후회가 막심했다. 괴로운 수많은 생각중에서도 제일 그를 괴롭힌것은 복동에 대한 생각이였다. 동생처럼 귀엽게 여기던 애어린 그였다. 무척 자기를 따르던 복동이였다.

복동과 재선은 어떻게 됐을가? 강건너편에서 아직 소식을 보내오지 않는걸 보면 그들을 구원하러 강기슭으로 앞질러 뛰여간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한 모양이다. 고미탄전망대앞에서까지 그들을 붙들지 못했으면 그들은 떼목을 타고 지금도 떠내려가기 쉬웠다.

림진강을 따라 얼마쯤 내려가면 이천이고 다음은 평강이다. 평강을 지나면 군사분계선을 넘어선다.

광훈은 낮에 복동이 오활과 함께 강을 헤염쳐 건느겠다고 하던 때 그를 붙든게 못내 후회되였다. 그때 복동이 강을 건너가도록 내버려두었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떼목으로 사람들을 건너오게 하던 때 복동을 먼저 건너오게 했어도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것이다.

광훈의 가슴속에서는 피가 흘렀다.

대식과 광훈이 서로 괴로와하며 자책으로 가슴을 쥐여뜯고있던 때 승리다리개울건너 숙소쪽기슭에서 은하는 은하대로 모대기고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복동과 재선을 따라 내려갔었으나 끝내 그들은 두사람을 구원해내지 못했다.

어두워지는데다 물살이 너무 빨라 미처 손쓸사이가 없었다.

려단에 비상전화를 걸어 구원을 요청했으나 려단에선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3중대동무들이 가마니를 구해가지고 돌아왔지만 세멘트창고와는 련계가 끊어졌다.

은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무능이 한스러웠다.

물과 싸우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자신들의 마음속에서 격투를 치르어야 하는 청년돌격대원들이였다.

어둠이 깃드는 강기슭에서 강물만 바라보며 서있던 은하는 하나의 생각이 번개치듯 떠올랐다.

저 드센 물결의 힘을 리용할수는 없을가? 저 물의 힘을 리용하여 세멘트창고와의 련계를 회복할수는 없을가?

그러자 머리속에서 번개의 섬광처럼 무엇이 번쩍했다.

《3중대장동무! 물의 힘을 리용하는 삭도를 만듭시다.》

은하는 3중대장을 찾았다. 그리하여 숙소쪽기슭에선 은하의 지휘하에 삭도식떼목을 늘이기 위한 전투가 벌어졌다.

은하는 쓸모없이 강에 건너매여져있는 쇠바줄을 풀어 좀더 강상류쪽에 옮긴 후 쇠바줄 한끝을 전보대에 달아매도록 했다. 이쪽기슭과 창고쪽기슭사이에는 완만하나마 경사가 진 쇠바줄이 다시 매여졌다. 그런 후 쇠바줄에 두개의 활차를 거꾸로 달아맸다.

활차끝엔 바줄을 매서 두개의 커다란 동발로 만들어진 떼목과 련결했다. 떼목에 물의 힘이 많이 쏠리도록 하기 위하여 은하는 떼목 한쪽옆에 널판자들을 대도록 했다. 은하가 생각해낸 떼목식삭도는 얼핏 보면 모로 엎어놓은 길다란 의자비슷했다.

떼목이 물이 흘러가는 방향과 가로놓이도록 앞쪽 활차의 바줄을 짧게 해주고 뒤쪽 활차의 바줄을 길게 해준 후 은하는 삭도식떼목을 물에 띄우도록 하였다.

거꾸로 달아맨 활차는 쇠바줄우를 굴러가기 시작했다. 처음 쇠바줄의 경사때문에 앞으로 나가던 떼목은 점차 물결에 떠밀리우면서 꽁무니에 쇠바줄을 차고 저쪽기슭으로 밀려갔다.

벼랑앞 세멘트창고와 련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은하네가 시험삼아 띄운 떼목식삭도에는 3중대대원들이 얻어온 가마니 다섯장이 실려있었다.

《빨리 홰불로 신호를 합시다.》

은하의 웨침소리에 권양기공이 홰불을 높이 들어 빙빙 돌렸다.

《갈매기다리》목신호초소에서 강건너 벼랑코숭이를 향해 홰불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떼목삭도가 간다.》

《떼목삭도가 간다.》

강물소리때문에 들을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숙소쪽기슭의 사람들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잠시후 《갈매기다리》목신호초소에선 커다란 두개의 우등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좌우에서 황황 타오르는 두 우등불의 조명을 받으며 해양구락부출신의 수기신호수는 강건너편을 향해 신호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어둠속에 무료히 서있어야 했던 그는 팔이 떨어져라 수기신호를 보냈으나 강건너편 태선한테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휴식없는 작업에 사람들은 지치기 시작했다.

삽질하던 한 처녀가 물웅뎅이에 펑덩 주저앉았다. 그런 후 그 처녀는 일어나지 못했다.

하나, 둘 사람들은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때였다.

《동무들! 홰불! 홰불신호가 온다.》

광훈이한테서 강건너쪽에 전지불로 신호하라는 과업을 받고 벼랑코숭이로 나갔던 2중대사로청위원장이 소리쳤다.

사람들은 동뚝을 기여나와 서로 부축한채 벼랑코숭이로 밀려나갔다.

얼마전까지 드러나있던 벼랑코숭이는 벌써 잠겨버려 물이 정갱이를 쳤다.

벼랑코숭이에 나서자 강건너에 피워놓은 커다란 두개의 우등불이 보이였다. 우등불 조명을 받으며 신호수는 부지런히 기발을 흔들었다. 그옆에서 누군가가 홰불로 빙빙 원을 그렸다.

《떼목삭도가 간다.》

태선이 강건너편에서 보내오는 신호내용을 해득하기 바쁘게 여러개의 전지불이 강물우에 비쳐졌다. 전지불들은 탐조등마냥 강기슭을 훑었다. 얼마후 사람들은 자기들한테서 대여섯메터앞에 떠있는 떼목을 발견했다.

나무장대기로 떼목을 끌어내고 떼목삭도를 잡아끌었다. 자그마한 떼목은 권양기에 끌려가며 강물우에 파문을 일으키였다.

련계가 회복되자 강건너편 해양구락부출신의 신호수한테서 제일먼저 보내온 신호는 너무나 뚱딴지같은것이였다.

《저녁밥이 간다.》

사람들은 이때에야 자기들이 저녁을 굶었다는것을 생각했다.

《여, 복동이 어떻게 됐대?》

오활은 해양구락부출신의 키꺽다리신호수가 복동의 소식을 전해주지 않는것이 마치 태선의 잘못이기라도 한것처럼 꽥 소리를 질렀다.

여러개의 전지불이 태선을 비쳐주고 태선은 벌써 몇번째 복동의 소식을 물었으나 강건너편 신호수는 태선의 신호를 알아보지 못했는지 아무런 소식도 전해주지 않았다.

《야, 이 답답한 친구야, 누가 밥먹겠대? 복동이 어떻게 됐나 말이야, 재선중대장이랑…》

오활은 악이 나서 강건너편을 향해 소리쳤으나 강물소리는 그의 욕설을 집어삼킬뿐이였다.

삭도식떼목에는 비닐자루에 넣은 줴기밥이 실려왔다. 비닐자루아구리를 동인 끈에는 뚜껑막은 사이다병 하나가 매달려있었다. 빈 사이다병에는 은하가 보내오는 쪽지가 들어있었다.

《동무들!

3중대동무들이 이백장의 가마니를 구해왔어요. 복동과 재선동무는 구원되였으니 안심하세요. 대대진료소에서 치료를 받고있어요. 복동이가 물을 좀 많이 먹었는데 인차 회복될거예요. 용기를 잃지 말기 바랍니다.

은하》

은하의 편지에 세멘트창고주변 작업장에서는 환성이 터졌다.

밥을 먹지 않겠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던 오활은 곱배기까지 청하였다.

《에이, 쾌씸해라. 저흰 실컷 먹구 나한테 그래 주먹만 한 밥덩이 하나를 보낸단 말이야. 국두 안 보내구…》

오활의 우스개소리에 사람들은 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오활은 한수를 더 떴다.

《내 대대식당으로 건너가면 아야 밥 한소랭이하구 국 한바께쯔하구 물 한초롱하구… 에… 또… 돼지고기 한버치하구 두부 한말 단번에 다 먹어주고말테다-》

교예공연막간에 나오는 희극배우의 연기를 흉내내며 오활이 목소리를 높이자 사람들은 좋아라 웃었다.

처녀들은 너무 기뻐 울기까지 했다.

불꽃과 수덕은 서로 껴안은채 볼을 비볐고 두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려 안했다. 그러다 마주보며 불꽃은 까르르 웃기까지 했다.

복동과 재선이 구원되였다는 소식에 모든 사람들은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싶은 마음들이였으나 세멘트창고주변작업장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중에서 은하의 편지내용을 믿지 않는 사람은 오직 광훈이 한사람뿐이였다. 은하에게 복동이 구원되였다고 편지를 쓰라고 지시한 사람은 다름아닌 광훈자신이였다.

첫 삭도식떼목이 도착했다가 돌아가던 때 광훈이 은하에게 편지를 써보냈다는것을 아는 사람은 두셋밖에 안됐고 그들도 그 편지내용을 알지 못했다.

복동과 재선이 반드시 구원되리라 믿으며 바라는 광훈이였으나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자 울음이 터져올랐다.

옆에 사람들이 없으면 그는 소리내여 울고싶었다.

그는 거짓말을 하고싶어한것이 아니였다. 오직 복동과 재선이 구원되였다는 소식만이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그래야만 세멘트창고도 구원할수 있다고 믿었기때문이였다.

광훈은 입술을 깨물며 저 혼자 입속으로 부르짖었다.

(복동이! 재선이! 용감하게 견지하라구. 절대 겁먹지 말구 동발을 집어타구 떠내려가라구. 온 려단이 동원되였어. 동무들을 구원하러 힘을 다해 달려갈거야. )

광훈은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모래알같은 밥알을 씹고 또 씹었다.

잠시후 작업이 다시 시작됐다.

떼목식삭도로 밤새 가마니가 건너오고 사람들은 사기를 높였으나 강물은 만만히 물러서지 않았다.

야삼경 깊은 밤에 물은 물막이뚝안으로 새여들기 시작했다.

물막이뚝 안쪽으로 파놓은 구뎅이들엔 물이 한가득 고여올랐다.

양수기가 쉼없이 돌아가기 시작했으나 구뎅이에 고인 물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은 일체 작업을 그만두고 구뎅이에 고이는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물초롱과 바께쯔, 세면기를 비롯한 그릇이란 그릇은 모두다 동원됐다. 그래도 그릇은 모자랐다.

용드레를 만들어 드레질을 하는 사람, 자기 비옷을 벗어 둘이서 맞잡고 뚝밖으로 물을 퍼내는 사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물을 푸고 또 펐다.

그래도 물은 줄어들지 않았다. 넘실대는 강물은 시시각각으로 불어올라 뚝을 위협하며 세멘트창고와 포대들에 침습할 기회만 노리였다.

드디여 물은 기습을 시작했다.

《뚝이 무너진다.》

다급한 웨침소리에 사람들은 그리로 욱 밀려갔다.

정면으로 물의 위협을 받던 물막이뚝 한쪽귀퉁이가 이그러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몸을 날려 자기 몸으로 무너지는 뚝을 버티여섰다. 맨 먼저 자기 몸으로 뚝을 막은 사람은 대식이였다.

대식을 뒤따라 사람들은 너도나도 자기 몸을 들이댔다.

몸만으로는 물을 막아낼수 없었다. 뚝이 무너져내리지 않는다 해도 뚝안에 물이 고이게 되면 뚝을 지키나마나 했다.

너무도 다급한 위기일발의 순간이였다.

《세멘트포대-》

사람들은 지금 성난 사자처럼 소리치는 사람이 광훈이라는것을 눈으로보다 귀로 먼저 알아차렸다.

광훈은 세멘트포대들을 헐고있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이 세멘트를 지켜 밤도와 일해왔었다. 사람들이 성난 강물을 헤가르며 가마니를 운반해온것도, 복동과 재선이 고미탄천물결에 떠내려간것도 바로 이 세멘트를 지켜내기 위해서였다.

광훈이 자신이 낚시줄을 허리에 감고 승리다리개울을 헤염쳐 건너온것은 이 세멘트를 위해서가 아니였단 말인가.

전등불이 밝게 비치는 세멘트포대우에 서있는 험상궂은 그의 모습이 환히 드러났다.

사람들은 당황해 한순간 그를 멍히 보기만 했다.

《빨리 세멘트포대들을 날라다 뚝을 막으시오.》

광훈은 멍하니 서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제야 사람들은 세멘트포대로 밀려들었다. 세멘트포대를 지켜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그 세멘트포대로 무너진 뚝을 쌓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세멘트포대를 지고 뛰여오는 광훈을 보자 대식은 마음이 이상했다.

창고앞에 흩날린 몇삽의 세멘트를 보고서도 아까와 어쩔줄을 몰라했고 자신이 삽으로 빡빡 긁어모으던 광훈이였다. 얼마 안되는 세멘트때문에 잔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광훈이였다.

무너져내리는 뚝에 세멘트포대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대식이며 오활은 서로 팔을 끼고 등으로 뚝을 받치였고 사람들은 그들의 어깨우로 세멘트포대를 쌓았다.

바로 이 시각―림진강상공에는 직승기들이 날고있었다. 밝은 탐조등으로 강을 샅샅이 훑으며 직승기편대들은 날고 또 날았다. 지휘기안에는 정우철려단장이 앉아있었다.

은하의 전화를 받자 즉시 비상조치를 취했으나 재선과 복동을 아직 찾지 못해 사람들은 애간장을 말리고있었다.

복동과 재선을 구원하는 작업에는 돌격대려단지휘부의 련락을 받고 부근에 주둔하던 인민군대들도 동원됐다.

배들이 탐조등을 비치며 강을 올리훑었고 비행기들은 상류에서 하류로 찾아내려왔다.

림진강다리건설장에서는 여러대의 고무배를 띄우고 강을 건너막다싶이 했다.

날이 새면서부터 강물은 더 불어나지 않고 그만해있었다.

그러더니 해가 뜨자 물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이 쪄내려가는 속도는 빨랐다.

감탕을 뒤집어쓴 강변은 드러나기 바쁘게 꾸둑꾸둑 마르며 터져나갔다.

가렬한 싸움의 흔적이런듯 세멘트창고주변에는 동뚝이 길게 나누워있었다.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나서 광훈은 물가로 나왔다.

(복동이가 어떻게 되였을가? 재선중대장은?)

광훈은 마음속에서 불안스러움을 순간도 가셔내지 못하였다.

려단에 련락을 하라고 홰불신호를 보내였으나 그 결과를 알수 없었다. 려단에서도 미처 손쓰지 못하였을수 있었다. 어둠속에서 강물에 떠내려오는 사람들을 어떻게 찾겠는가.

고미탄다리와 승리다리가 아무리 중하다 하더라도 두사람의 생명과 바꿀수 없었다.

홍수와의 싸움에서 세멘트를 아무리 지켜냈다 해도 이제 두사람을 구출하지 못한다면 동지를 희생시킨 책임을 대대장 광훈이 져야 했다.

책임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아무리 엄하게 벌을 받고 법앞에 책임을 진다고 하여도 그들의 생명을 살려내지 못한다.

광훈은 자기 한목숨바쳐 복동이나 재선의 생명을 구원할수 있다면 주저없이 바칠것이였다.

(나는 왜 제때에 홍수대책을 취하지 못했던가. )

광훈은 발기발기 자신을 찢어버리고싶었다.

정확히 판단하고 제때에 결심하는 사람이 지휘관이였다. 그렇게 하리라고 믿고 당에서는 한개 대대의 청년돌격대원들을 맡겨주었다.

광훈은 어둠이 내려덮인 물가에 혼자 서고보니 엉엉 소리내여 울고 싶었다.

광훈은 강물에 발목을 잠그고서서 어둠속에서 솨-솨 소리치며 흘러가는 강쪽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못했다.

한참만에야 광훈은 자기한테서 멀지 않은 곳에 웅크리고앉아있는 형체를 발견했다.

강기슭에 주저앉아있는 사람은 저 혼자 울면서 웅얼거리였다.

《재선동무… 재선동무…》

그는 흐느끼며 2중대장 재선을 찾고있었다. 저 멀리에 켜있는 야외등빛에 광훈은 물가에 풍덩 주저앉아 울고있는 사람이 태선임을 알아보았다. 돌격대안에서 녀장부로 소문난 태선은 남들이 보지 않는 강기슭의 어둠속에서 혼자 울고있었다.

《군대때두 그러더니… 돌격대에 나와서도…》

태선은 분명 이렇게 웅얼거리였다.

군사복무시절에 임무수행중 전우에게 닥쳐온 위험을 자기 한몸으로 막아나섰던 재선, 새 철길건설장에 와서도 물에 빠진 한 돌격대원을 구원하려고 범람한 강물에 주저없이 뛰여든 제대군인.

《재선동무! 재선동무!》

태선은 재선을 부르고있었다. 광훈은 재선의 일기장에 나오는 운전사처녀가 태선이라는것을 확인하는 순간 일기의 한구절이 떠올랐다.

얼마전 재선은 밤깊어 일기를 쓰다가 격해오는 자기 심정을 어쩔수 없어 광훈에게 보라고 하였다.

처녀운전사동무, 자동차보다 나라의 동서부를 련결하는 대륜환선을 따라 기관차를 몰고 남녘땅으로 가고싶어하는 처녀동무.

이천-세포 새 철길은 나라의 동맥을 하나의 대륜환선으로 꾸리시려는 어버이수령님의 원대한 구상을 실현하는 우리 시대 청춘들의 대기념비이고 우리들이 한생을 줄달음쳐 살아야 할 삶의 활주로요.

어버이수령님께서 펼쳐주신 활주로를 따라 속도전의 바람을 타고 달리는데 우리 시대 청춘의 영예와 자랑이 있는게 아니겠소.

어느 책에선가 보니까 과거는 멀어질수록 미화된다고 하였소.

오늘의 평범한 우리 돌격대생활은 세월이 흐를수록 아름답게 추억될것이고 후대들은 오늘의 우리를 부러워할거요.

새로 형성되는 나라의 대동맥을 자기 삶의 궤도로 삼아 속도전의 바람타고 달리려는 처녀기관사동무.

나는 동무의 꿈과 지향을 지지찬동하오. 동무의 넋에 매혹되고 끌리기에 나는 동무를 사랑하오.

사랑하는 처녀동무.

어떤 사람들은 동무를 두고 백메터미인이라고 하오. 멀리에서 보면 괜찮아도 가까이에서 보면 그저 그렇고 수수하다고… 가까운데 작은 산이 먼곳의 큰 산을 가리운다고 하지 않소.

나에게 있어서 동무는 가까이에서 보아도 멀리에서 보아도 가장 큰 산이요.

산, 산. 사랑의 큰 산. 나는 동무를 위해 송두리채 나를 바치고싶소.

내 일생의 참된 길동무가 되여주오.

천리마를 함께 타고가는 다정한 동무.

내가 고삐를 잡고 앞에서 바람을 막을테니 동무는 등뒤에서 나를 꼭 껴안아 열을 주고 힘을 주고 용기를 주오.

내 사랑, 운전사처녀야, 동무에 대한 나의 사랑이 아무리 깨끗하고 우리들의 사랑이 아무리 진실하여도 새 철길건설이 끝날 때까지 은페되지 않으면 안되오. 우리 청년돌격대기발은 우리 시대 청춘들의 집단적영웅주의라는 하나의 빛갈로 채색되여야 하오. 향기로운 꽃에는 빛갈이 없고 빛갈고운 꽃에는 향기가 부족하오. 우리들 사랑의 꽃은 이 세상에서 빛갈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향기로운 꽃이 되게 합시다. 내 마음의 길동무야…

태선은 어두운 강변에 저 혼자 앉아 울며 재선을 찾고있었다.

지금 태선이 찾고있는 재선이란 이름속에는 복동도 포함되여있을것이였다.

광훈은 범람한 강변의 어둠속에서 혼자 울고있는 태선이 언젠가 재선이 말하던 그 자동차운전사처녀임을 알았다.

군사임무수행중 재선이 부상을 당하였을 때 태선은 있는 힘을 다하여 도왔고 그를 위해 정성을 아끼지 않았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위해줄수 없고 도울길 없어 태선이 우는것은 아닐것이였다.

태선의 마음속에 재선이 얼마나 귀중한 사람으로 간직되여있고 애모쁜 그 정이 얼마나 뜨거운가를 새삼스럽게 깨닫는 이 순간 광훈은 물에 빠진 두사람만 아니라 태선이한테도 자기가 얼마나 큰 죄를 짓는가하는 자책에 예리한 칼로 가슴을 도려내는듯 하였다.

광훈은 물가에 풍덩 주저앉아있는 태선에게로 다가가 그를 위로해야 했으나 그럴수가 없었다.

광훈은 태선을 피하듯 세멘트야외창고로 향하였다. 창고 근처에 이르렀건만 광훈은 우두커니 서서 사품치는 강물을 바라보며 움직이지 못하였다. 광훈을 알아보고 태선이 다가왔다.

《대대장동지, 이를 어쩌면 좋아요? 재선중대장 동생이 오겠다고 했는데…》

《뭐라구?》

《인차 여기로 오겠다고 편지왔어요.》

《재선동무 녀동생을 찾았소? 전쟁때 헤여졌다는…》

《예, 재선중대장이 여기 있다는걸 알고 오빠를 만나려 녀동생이 오겠다고 했어요.》

광훈은 태선이 여기 건설장에 와서 수많은 편지들을 썼다는걸 알고있었다. 전쟁때 헤여진 재선의 녀동생을 찾으려는 애타는 마음을 담아싣고 편지는 전국각지로 가닿아 드디여 열매를 맺은것이였다.

《재선중대장이 동생소식을 아오?》

《제가 말해줬어요.》

광훈은 예리한 창끝에 동가슴이 쿡 찔리우는가싶었다.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나오듯 그의 입에서는 재선의 이름이 터지였다.

《재선동무!》

세상에 이런 변이 어디 있단 말인가 재선은 오랜 세월 찾고찾던 동생과의 상봉을 눈앞에 두고 함께 일하는 돌격대원을 구원하기 위하여 범람한 강물에 주저없이 뛰여들었다.

(이런 훌륭한 사람을 잃다니…)

광훈은 어둠속에서 솨솨 소리내며 흘러가는 강물을 향해 두사람의 이름만 마음속으로 부르고불렀다.

《재선동무!》

《복동이!》

안달음에 타는 그 부름을 무정히 떠실은 강물은 솨-솨- 흘러내렸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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