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 회)

제 6 장

5

 

광훈이 보이지 않았다. 누구도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은하는 광훈을 찾다말고 텅빈 대대부를 나섰다. 개울쪽으로 걸어가는데 2중대장 김재선이 급히 걸어왔다.

《대대장동지 못 봤습니까?》

《저도 찾는중입니다.》

서로 이렇게 묻고 대답하는 두사람의 머리에는 꼭같은 생각이 동시에 번개쳤다.

광훈은 해양구락부출신의 수기신호수가 가져온 칠낙 네틀을 모두 가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는 낚시질을 하려고 낚시줄을 찾지는 않았을것이다. 은하나 재선은 광훈이 낚시줄로 무엇을 하려는지 알수 없었으나 그가 낚시줄을 가지고 자신이 강을 건너가려는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두사람은 대대부를 나서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개울가로 향했다. 개울은 그사이에도 무척 불어났다.

승리다리가 놓이는 골짜기엔 한가득 물이 차서 흘렀다. 륙지에 서있던 승리다리 4호기둥도 물속에 잠겨버리였다.

승리다리개울과 고미탄천이 합쳐지는 곳은 강이라고 하기보다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는 하나의 바다였다.

어제는 뿌리뽑힌 나무를 타고 오소리 한마리가 떠내려왔고 얼마전에는 어디선가 벌목해놓고 미처 거두어들이지 못했던 나무들이 떼지어 밀려갔다. 그런가 하면 사태에 밀리운 바위들이 소란스럽게 와당탕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굴러갔다.

기상수문학자들의 년강우량비교표 특별기록란을 새로 채우며 새 철길건설지구에 밀려온 대홍수는 자연계를 뒤흔들어놓았을뿐아니라 청년돌격대원들의 생활에도 일시적인 혼란을 가져왔다.

교통이 두절되고 통신련락이 끊어졌으며 갓 쌓아올렸던 로반과 옹벽이 허물어져내렸다. 땅속 깊은 차굴건설장에서는 석수가 소나기처럼 쏟아져내렸고 건설장 곳곳에 파놓았던 기초구뎅이들엔 시누런 늪이 생겨났다.

젖은 장작으로 불을 피우느라 입김을 불어가며 눈물을 흘려야 하는 돌격대식당 화구당번으로부터 흙탕물을 튕기며 사나운 비발속에 련락을 가는 돌격대기통수, 석수와 싸우며 착암기를 틀어쥔 차굴건설장의 착암수,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흐린 물속에서 손더듬으로 수중발파를 준비하는 다리건설장의 잠수부, 끊어진 전선을 이으려고 미끄러운 벼랑과 전보대를 오르는 전공… 누구에게나 장마는 하나의 커다란 시련이였다.

홍수와의 싸움은 청년돌격대원들의 투지와 인내력을 검열하는 하나의 어려운 시험과도 같았다.

산발을 통채로 떠밀고갈듯 한 기세로 무섭게 흘러가는 강물을 보자 은하는 공포에 가까운 불안이 밀려왔다.

광훈에 대한 야릇한 불안의 감정을 품은채 은하와 재선은 그 무슨 령감에 이끌리듯 강흐름을 따라 걸었다.

강건너편 세멘트창고와 련락을 취하는 《갈매기다리》목의 신호초소로 향해가던 그들은 승리다리기슭에 서있는 한사람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아직 비는 약간씩 내리고있었으나 그는 풀밭에 비옷을 벗어놓은채 허리에 두손을 올리고 강건너편을 바라보고있었다. 강기슭에 혼자 서있는 사람은 대대장 광훈이였다.

그한테로 다가가던 재선과 은하는 돌밭에 풀어놓은 낚시줄을 보았다.

마치 고기사냥을 나온 사람처럼 신발까지 벗고 풀밭에 풀어놓은 낚시줄 한끝을 쥐고 서있는 그를 보자 재선과 은하는 자기들의 추측이 틀림없음을 확인했다.

《대대장동지.》

재선은 광훈이 금시 물속에 뛰여들것 같아 소리쳐부르며 그한테로 달려갔다.

《안됩니다. 위험합니다.》

재선은 덮치듯 광훈이한테 달려들어 다짜고짜로 그의 옷자락을 있는 힘껏 부여잡았다.

광훈은 뜻하지 않던 재선의 출현에 첫 순간 놀랐으나 인차 태연해졌다.

《왜 그러오?》

《대대장동진 안됩니다.》

놓칠가봐 주저하듯 재선은 광훈의 옷자락을 꽉 거머잡은채 애원에 가까운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이 순간 광훈은 왜 주인들을 발동시키지 않는가고 자기를 비판하러 찾아왔던 그가 생각나면서 재선의 원칙성과 엄격성이 얼마나 뜨거운 동지애와 깊은 인정에 뿌리박고있는가 하는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광훈은 가슴이 뜨거웠으나 그것을 가슴속깊이에 묻어두었다.

《떼목과 쇠바줄을 준비하랬는데 동무는 지금 어디에 와서 어정거리오?》

《삼십분후이면 떼목이 완성됩니다. 쇠바줄도 거의 준비되였습니다. 짧아서 잇는중인데 곧 이리로 가져올겝니다. 대대장동지는 이곳에 남아서 작업을 지휘해야지 모험을 해서는 안됩니다.》

광훈의 속내를 뻔히 알고있는 재선은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대대장이 무엇을 하는가 하는데 대해서는 동무가 간참할 일이 아니요. 동무는 받은 명령을 빨리 수행하시오.》

광훈의 말은 맵짜고 차거웠다.

《떼목과 쇠바줄은 문제없습니다. 대대장동지가 강을 건너가선 안됩니다. 제가 건느겠습니다.》

재선은 지원을 청하듯 은하쪽으로 얼굴을 돌리였다.

광훈은 이때에야 은하도 이곳에 왔음을 알았다. 조금이라도 양보하는 기색을 보여서는 자기 의도를 관철할수 없다는것을 깨닫고 광훈은 더욱 엄엄한 표정을 지었다. 두사람을 잠시 갈마보고나서 광훈은 명령하듯 말했다.

《당에서는 우리 지휘관들이 돌격할 때는 언제나 앞에 서라고 하였소.》

광훈의 두눈에서 불찌가 튀는듯싶었다. 이제 다시 재선이 자기 말에 복종하지 않으면 광훈은 대대장의 권한으로 금시 엄한 처벌이라도 주고말듯 한 기세였다.

성난 사자처럼 펄펄 뛰는 광훈이앞에 재선은 어쩌지 못하고 수그러들었다. 재선은 붙들었던 옷자락을 놓고 슬며시 그를 외면하고말았다.

재선의 마음이 약해지자 광훈은 틈을 주지 않고 마치 대렬앞에서 구령이라도 치듯이 두사람앞에서 목소리를 높이였다.

《나의 명령을 들으시오.》

강물소리를 누르며 쩌렁쩌렁 울리는 광훈의 목소리에 재선은 오랜 기간 군대생활에서 몸배인 동작으로 차렷해섰고 은하 역시 자기도 모르게 몸자세를 바로하며 긴장으로 굳어졌다.

《가는 줄 한 이백메터를 급히 준비하시오. 대대후방창고에 가면 식료품들을 포장했던 끈이 있을거요. 그 끈들을 꼬아 강을 건너갈수 있는 가는 바를 만들어야겠소. 그리고 굵은 바도 준비하시오. 그런후 <갈매기다리>목신호초소에서 차후 나의 지시를 기다리시오. 은하동무는 이곳에서 나의 작업지시를 기술적으로 지도하시오.

재선동무, 그리고 이 낚시줄 한끝을 좀 쥐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나가는것만큼 조금씩 놓소. 낚시줄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면서 말이요. 낚시줄이 물에 닿으면 물결이 떠미는 힘에 내가 강을 건너가지 못하게 되오. 세멘트를 구원하는가 못하는가, 내가 강을 건너가는가 못가는가하는것이 모두 동무가 낚시줄을 어떻게 쥐는가 하는데 달려있소. 절대로 낚시줄을 늦추거나 놓쳐서는 안되겠소.》

재선은 광훈의 의도를 제꺽 파악했다.

광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강물에 첨벙 뛰여들었다. 그가 낚시줄 한끝을 허리에 감고 물에 뛰여들자 낚시줄이 풀리기 시작했다.

재선은 낚시줄을 걷어들고 광훈이 물흐름을 따라 대각선방향으로 헤염쳐나가는것만큼 줄을 놓아주었다.

광훈이 강기슭에 벗어놓고 간 비옷을 집어들던 은하는 그옆 풀밭에 떨어진 하나의 다리아꽃송이를 보았다. 성냥가치만 한 꽃대는 지치러졌으나 비에 비낀 푸른 잔디우의 꽃송이는 피로 물든듯 붉기도 하였다.

 

강심이 가까와질수록 물살은 점점 빨라졌다. 아직 절반도 못 건넜건만 광훈은 벌써 백메터이상 떠내려갔다. 강에 줄을 늘이려고 주저없이 물속에 뛰여들긴 했으나 강물은 보기와 달랐다. 물살이 빨라지면서부터 헤염치기는 더욱 힘들었다. 한메터를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두메터, 세메터 떠내려가야 했다.

굼실거리는 물결은 앞으로 팔을 내뻗칠 때마다 튀여올라 광훈의 얼굴을 때리였다.

푸-푸-

광훈은 저도 모르게 삼킨 흙물을 내뱉았다. 둬번 물을 먹고나서 광훈은 지치기 시작했다.

가는 낚시줄을 허리에 감았건만 그것도 큰 부담이였다. 물결에 밀리우는 낚시줄은 몸을 뒤로 자꾸만 잡아당겼다.

이제 한 쉰메터만 더 떠내려가면 승리다리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미탄천에 합쳐진다. 그곳까지 밀리우는 날에는 고미탄천물결에 말리워들것이다.

광훈은 온몸의 힘을 다해 건너편 기슭으로 헤염쳐나갔다. 어디서 잠간만이라도 한번 숨을 돌렸으면 좋으련만 쉴곳이 없었다. 맥이 빠져버린 광훈은 물결에 몸을 내맡긴채 잠시 떠내려갔다.

물먹은 솜처럼 온몸이 나른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다. 눈앞이 뿌예온다.

혼미해오는 의식속에서 광훈은 아까부터 금속성의 째는듯 한 소리가 울림을 느꼈다.

째르릉- 무슨 소린지 그 음향은 집요하게 귀청을 때린다.

광훈은 한참만에야 그 소리가 전화종소리라는것을 알았다.

한밤중에 울리던 전화종소리-

야밤의 정적을 깨뜨리던 전화종소리는 지금 물소리를 누르며 귀전에 울려왔다. 광훈은 자기옆에 놓여있는 전화가 아까부터 계속 신호종을 울리는듯 한 착각에 정신이 들었다.

광훈은 잠시후에야 자기가 물우에 벌렁 누운채 누운헤염을 하면서 떠내려간다는걸 깨달았다.

그러나 물결의 힘을 거슬러 나갈만 한 힘이 없었다.

무슨 전화소릴가?

그러자 어버이수령님께서 몸소 전화를 걸어주시던 잊지 못할 그밤이 떠올랐다.

《청년돌격대생활은 젊어서 한번 해볼만 한 보람찬 생활이요. 새 철길건설에서 청년돌격대원의 영예와 보람을 마음껏 떨치기 바라오.》

어버이수령님의 친근하신 음성이 귀전에 들려오는 순간 광훈은 버쩍 눈을 뜨며 물결에 떠맡기였던 몸을 가다듬었다.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손발을 약간씩 놀리며 물결에 밀리우던 광훈은 가까운 곳에서 새파란 나무가지가 흔들리는것을 알아보았다.

물속에 잠겨버린 난쟁이같아진 나무가 목만 내여놓고 가지를 흔들었다. 광훈은 물속에서 삐죽 머리를 내민 나무쪽으로 헤염쳐갔다. 가까이로 다가가보니 나무에는 떠내려오던 나무가지며 풀들이 잔뜩 걸려 바다 한가운데 뜬 산호의 섬처럼 조그마한 풀섬을 이뤘다. 붙어설만 한 곳은 손목만큼 굵은 가지가 늘어진 곳밖에 없다.

광훈은 필사의 힘을 다해 그리로 헤염쳐갔다.

물에 뜬채 나무가지에 엉킨 풀섬- 물에 흔들리는 자그마한 그 풀섬은 풍랑을 피해 배들이 모여드는 구원의 등대섬과도 비슷했다.

저 풀섬에서 잠시 숨을 돌리지 못하면 건너편기슭에 가닿지 못한다.

광훈은 한참만에야 물우에 목을 내민 나무가지를 잡을수 있었다.

광훈은 나무가지를 쥔채 잠시 숨을 돌렸다. 숨을 돌리고나서 광훈은 기슭을 향해 다시 헤염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기슭에 이르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광훈은 있는 힘을 다해 물결을 헤치고 또 헤쳤다.

갑자기 무엇이 배에 탁 마치였다.

광훈은 한걸음 더 앞으로 헤여나왔다. 이번엔 돌이 손에 닿았다. 광훈은 비칠거리며 물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보니 자기는 지금 세멘트창고가 있는 벼랑뒤쪽기슭에 와있었다. 물가로 벼랑을 따라 한 열댓메터만 내려가면 태선이 강건너편을 향해 신호를 보내던 코숭이다. 그 코숭이를 돌아서면 세멘트창고다.

광훈은 위험의 한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벼랑기슭에 붙어서자 강건너편쪽을 향해 돌아섰다.

강건너편 기슭에는 다섯사람이 나란히 서서 자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있었다. 맨끝에서 파란비닐비옷을 걸친 사람이 손을 흔들었다. 수건인지 꽃인지 그의 손에는 빨간것이 들려있었다. 광훈은 지금 그의 손에 들려있는것이 자기가 저도 모르게 꺾어들었던 다리아꽃송이며 그리고 그가 왼팔에 끼고있는것이 자기 비옷이라는것까지는 알수 없었으나 그가 은하라는것만은 알아보았다.

그옆에 서있는 사람은 재선이 틀림없었다.

광훈은 이때에야 자기가 물결에 밀리워 떠내려오면 온것만큼 그들도 낚시줄을 놓아주며 기슭을 따라 내려왔다는걸 알았다.

광훈은 얼굴에 흐르는 물을 훔치고나서 손을 들었다.

《여-》

광훈은 건너편기슭을 향해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다.

광훈은 자기가 강을 건느는 사이 사람들이 얼마나 가슴을 조였으며 그 뜨거운 마음들이 자기를 얼마나 힘있게 떠밀어주었는가 하는것을 새삼스레 깨닫자 온몸에 새힘이 솟구쳐올랐다. 광훈은 강건너편 사람들을 향해 오래오래 손을 흔들었다. 은하도 무엇인가 손에 든 빨간것을 광훈을 향해 계속 마주 흔들었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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