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 회)

제 6 장

1

 

오활이 《다당탕네거리》라고 이름을 지은 이후 오늘은 모든 돌격대원들이 《와당탕로타리》라고도 부르는 갈림길어구에 빨간 장미꽃이 피여났다.

새 철길건설자들의 발길에 의해 닦아지기 시작했고 이제 건설이 끝나면 풀섶에 묻혀버려 여기에 아침저녁으로 돌격대원들이 건설장으로 드나들던 소로길이 있었다는것을 누구도 알수 없으련만 돌격대원처녀들은 꽃을 심었다,

빨갛게 피여난 꽃송이는 다리건설장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 아름다운 꽃송이가 피여날수 있도록 땅속깊이에서 수분과 영양분을 빨아들이고있는 뿌리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리도 이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수 있었다. 다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두줄로 곧게 뻗은 레루나 자동차들이 다닐수 있게 매끈히 포장해놓은 길, 경쾌한 란간이나 보도, 다리우의 장식물과 조명등 한마디로 건설자들식으로 말해 웃구조를 먼저 생각하고 그 웃판을 떠받들고선 다리기둥돌에 대해서까지나 생각하기 쉬웠다.

하지만 건설자들은 기초건설때 제일 애를 먹는다. 다리건설에서는 건설자금으로 따지나 투하되는 로력으로 계산하나 절반이상이 대체로 기초건설에 들어간다. 그리고 기초만 끝나면 건설자들의 사기는 자연 높아지기가 마련이다. 이때부터는 일하면 일한것만큼 자기 노력의 열매가 눈앞에 뚜렷이 나타난다.

기초타입이 끝나자 승리다리기둥들은 비온 뒤 참대순처럼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광훈은 박두한 장마전으로 승리다리기둥타입을 다그치려고 중대별로 다리기둥을 하나씩 떠맡긴 후 타입경쟁을 조직했다. 경쟁에서 이긴 중대가 승리다리 마지막기둥인 4호다리기둥타입을 하게 된다. 돌격대원들은 저마다 자기네 중대에서 승리다리 마지막기둥타입의 영예를 지니려고 더욱 버쩍 열을 올렸다.

중대별경쟁이 점점 치렬해갈수록 광훈은 몸과 마음이 더없이 바빠났다.

광훈은 매개 중대작업장을 돌아보며 나이가 어리고 연약한 사람들을 위로했고 자기 한몸 돌보지 않는 친구들을 따끔히 추궁도 했다. 그런가하면 붙는 불에 키질하듯 경쟁을 부추기기 위하여 승벽센 친구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도 했으며 뒤떨어진 사람들을 고무하기도 했다.

식당앞 대대속보판에는 중대별작업실적이 매일매일 붉은줄도표로 나붙었고 각테안경을 낀 대대후방부참모는 식사일람표를 대대장이 매일 직접 따지고드는 바람에 제정된 고기와 남새를 정확히 보장하려고 려단으로, 주변농장으로 오금에 불이 일게 뛰여다녔다.

광훈의 제의로 려단정치부에서는 방송선전차를 승리다리건설장에 내려보냈고 예술단순회공연과 새로 나온 영화를 사흘간격으로 보장해주었다.

일은 쭉쭉 자리가 났고 대대생활의 구석구석에서는 전에없던 활기가 넘쳐났다.

경쟁의 면밀한 조직자, 엄격한 검열자, 공정한 판정자노릇을 동시에 해야 하는 광훈이였으나 그는 경쟁참가자의 한사람으로 돌격대원들과 함께 땀흘리며 일하는것을 잊지 않았다.

광훈은 오늘 이른아침부터 1호다리기둥타입장에 나왔다. 어제부터 은하도 1중대대원들과 함께 일하고있었다.

광훈과 은하가 모두 자기네 작업장에 나타나자 1중대 돌격대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 올라갔다.

누구나 일에 손바람이 났지만 대식은 더욱 그랬다. 대식은 중대앞에 제기된 모든 일을 자기 혼자몸으로 떠밀고나갈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다.

《여, 3번쟈끼 더 뜨라.》

《여기 모래.》

《빨리 담소, 빨리!》

대식의 고함소리는 미끄럼식타입장에서도 콩크리트혼합장에서도 세멘트창고에서도 쉴새없이 울려나왔다. 그는 대원들의 사기가 부쩍 오른김에 타입속도를 더욱 높이려고 쇠줄사다리를 타고 다리기둥꼭대기로 올라갔다. 이미 열메터이상의 높이로 솟아오른 다리기둥은 굴뚝을 련상시킨다.

《자, 버쩍 사기를 높이자구.》

대식은 다짐봉을 잡으며 마치 구호라도 부르듯 한손을 높이 들어 흔들기까지 했다. 그는 안테나식기중기가 혼합물바가지를 물어올리기 바쁘게 한쪽 쇠고리를 벗긴 후 발판란간에 기대여서며 권양기공에게 신호했다. 땅우에서 기중기를 조종하는 권양기공이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혼합물바가지가 한쪽으로 삐뚜름히 서며 쏴르르 콩크리트혼합물이 쏟아졌다. 혼합물바가지는 허공에 매달려 데룽거리더니 빙그르르 원을 그리며 아래로 내려간다. 타입공들은 저마다 삽과 다짐봉을 들고 철근과 철근사이에 고르롭게 혼합물을 펴는족족 한쪽에선 다짐을 시작했다.

대식은 다짐을 끝내자 허리를 펼 사이도 없이 소리쳤다.

《자, 쟈끼.》

대식의 구령에 타입공들은 다짐봉을 세워놓고 자기가 맡은 쟈끼봉앞으로 다가섰다.

《어기영.》

오활이 첫 소리를 떼자 타입공들은 일제히 《어기영》 소리를 지르며 쟈끼를 틀었다.

범고개사건이 있은 후부터 오활에 대한 대식의 태도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대내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타입공을 지망했지만 대식은 지금 중대가 진행하고있는 작업중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초소라고 할수 있는 타입장소에 타입공의 한사람으로 오활을 배치했다.

런닝그바람에 종이모자를 만들어 삐뚜름히 쓴 오활은 지금 타입장에서 성수가 나서 선소리군역을 맡고있다. 팔과 옷에 온통 세멘트칠을 해가지고 오활은 성수가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동무들, 내 말을 듣소. 내 말을 좀 듣소.》

그러자 모두가 쟈끼를 틀어올리며 먹임소리를 받았다.

《어기영.》

절도 없고 휴식도 없는 섞임소리는 휘틀을 다 떠올릴 때까지 계속된다.

 

    얼굴이 새하얀 단발머리처녀

    어기영- 어기영-

    언제 가야 믿음직한 돌격대원 되냐고

    어기영- 어기영

    우리모두 소곤소곤 걱정했다오

    어기영- 어기영-

    그 처녀 오늘은 신문에 났소

    어기영- 어기영-

    보람찬 로동속에 녀장사 되였소

    어기영- 어기영-

 

즉흥적으로 주어섬기는 섞임소리였으나 사람들의 신명을 돋구었다. 모든 타입공들은 가락맞게 마치 춤이라도 추듯이 률동적으로 움직이였다.

하늘 까마득한 다리기둥꼭대기에서 타입공들의 손발이 척척 맞아돌아가자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바빠났다. 다리기둥밑에서는 모든 작업이 복동의 지휘하에 진행되고있었다.

복동은 혼합기운전공노릇을 했다. 기둥타입을 시작하면서부터 복동은 하얀 운동모를 썼는데 록색비닐수지로 만든 커다란 사각모자채양끝에서는 새빨간 홰불휘장이 번쩍거렸고 그의 꽁무니에서는 광훈한테서 넘겨받아 늘쌍 차고다니는 손도끼자루가 잠시도 쉬지 않고 흔들리였다. 스프링바람으로 콩크리트혼합기밑에 서있던 복동이 오른손을 들었다. 신호를 기다리던 태선이 따치까에 자갈을 담아싣고 나는듯이 달려온다. 다리건설을 시작해서 오늘까지 하루도 손에서 따치까를 놓지 않아 태선은 따치까운전공으로 소문이 났다.

《한삽만 더…》

따치까에 아무리 자갈을 듬뿍 담아주어도 떠날 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버릇처럼 튀여나왔다. 팔소매를 팔굽까지 걷어올린 고동색의 실한 그의 팔은 두드리면 짱짱 쇠소리가 날듯싶었다. 태선의 따치까가 혼합기에서 물러서기 바쁘게 이번엔 은하가 따치까에 모래를 담아싣고 들이닥쳤다. 따치까를 모는 은하의 모습은 청년돌격대원 못지 않게 날파람이 있었다.

그는 지금 대학시절 건설작업에 동원되였던 기분그대로였다.

은하가 혼합기에 모래를 쏟아붓자 복동은 따치까를 몰아왔다.

혼합물을 책임지고있는 복동은 혼합기를 운전하면서 세멘트와 물까지 담당하고있다.

다시 자갈따치까가 오고 모래따치까가 왔다. 콩크리트혼합작업은 빈틈없이 사개가 물려 돌아갔다.

수덕은 그 누구보다도 직심스레 일을 했으나 작업장 어디에서도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남의 눈에 나타나지 않는 곳에서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궂은일을 스스로 맡아했다.

작업장 곳곳에선 힘있는 구호와 속보들이 대원들을 고무해줬고 쉴참이면 오락회로 작업장이 떠들썩하게 만들어놓군 했다. 자기자신의 존재를 있는지 없는지 나타내지 않으면서도 수덕은 중대를 발동시킬줄 알았다.

복동은 자갈조와 모래조가 각각 한숨씩 돌리는 사이에 콩크리트혼합물을 쏟았다.

잘 이겨진 걸죽한 혼합물은 벨트콘베아를 타고 춤추듯 흘러가 혼합물바가지에 쏟아진다. 안테나식기중기는 기다렸다는듯 혼합물바가지를 타입장으로 올려다 쫘르르 쏟아놓는다.

타입공들은 쫓기듯 성급하게 휘틀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휘틀을 떠올릴 때마다 다리기둥밑에서 연추를 보며 휘틀의 수직이동을 조절해주던 광훈이 소리쳤다.

《중지-》

광훈의 고함소리에 타입공들은 틀어올리던 쟈끼손잡이를 놓고 철근에 기대여섰다.

《배가 나온다.》

광훈의 고함소리에 대식은 사다리를 타고 발판에서 내려왔다. 솟아오르는 다리기둥우에는 철근들이 하늘을 찌를듯 창대처럼 치솟았다.

그밑으로 란간을 둘러친 발판이 매달리고 발판우에 타입공들이 빙 둘러섰다. 대식은 손채양을 하고 갓 타입한 부분을 올려다봤다. 휘틀을 갓 들어올린 부분은 물기가 번지르르한데 자체중량에 못이겨 앞으로 처지면서 불룩하게 배가 나왔다.

채 굳어지기 전에 너무 빨리 휘틀을 끌어올린탓이였다.

《여- 휘틀 좀 내리워야겠어.》

대식은 다리기둥우의 타입공들을 향해 아쉬운듯 소리쳤다.

잠시후 휘틀은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휘틀이 움직이자 혼합물이 수없이 땅에 떨어졌다.

《야, 조금 더 속도를 내는건데…》

대식은 자기들의 능력과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것때문에 아쉬워했으나 광훈은 된 우박처럼 요란스레 쏟아져내리는 혼합물을 아까와했다.

다리기둥주변에는 휘틀에서 떨어진 혼합물을 다 모으면 자동차 반대분은 될것 같았다.

《대식이, 혼합물을 좀 아껴야겠어.》

광훈의 말에 대식은 머리를 끄덕이며 순순히 동의했다.

《알았네.》

그의 말과 표정에서는 별로 깊이 생각하는 빛이 보이지 않았다.

려단직속 운수중대에서는 장마전으로 일체 기계설비들과 자재들을 나르려고 고미탄다리건설에 쓸 세멘트까지 집중운반을 조직했다.

승리다리가 놓이는 골짜기와 고미탄천골짜기사이의 빈 땅엔 세멘트포대들이 무슨 성벽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그뒤로는 깎아지른듯 한 벼랑이 솟아올랐는데 세멘트포대들이 그 벼랑앞으로 쭉 놓이고보니 멀리서 보면 갑자기 낭떠러지를 이루며 끝난 산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옹벽을 쌓는것 같아보였다.

차들이 너무 다녀 벼랑주변 강기슭엔 일부러 차길을 닦기라도 한것처럼 길이 생겨났다.

오늘도 세멘트를 실은 자동차들은 승리다리가 놓이는 개울을 건너 벼랑앞공지로 계속 향했다.

고미탄다리건설에 쓸 세멘트를 보관하는 야외창고를 돌아보러 나왔던 광훈은 요즘 자기가 기둥타입 하나에만 정신을 팔고있다는 자책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지금 한창 실어들이고있는 세멘트들은 대부분 장마를 나야 할 자재들이였다.

하지만 세멘트창고주변엔 도랑 하나 온전히 쳐있지 않았고 습기를 막을수 있는 대책이란 별로 없었다. 광훈은 세멘트포대들을 쌓아놓은 장소부터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건설장이 가까와 고미탄다리건설때 날라다 쓰기는 편리하겠지만 너무 물역이였다. 이미 수백톤의 세멘트포대를 쌓아놓았으니 이제 다시 옮기기는 힘들것이다. 기둥타입이 한창 바쁜 때이지만 로력을 돌려 이제라도 필요한 대책을 세워야 했다.

광훈은 자재 일체를 대식한테 떼맡긴채 자재보관관리사업에 너무 등한해온 자신에 대한 자책을 금치 못하며 세멘트야외창고를 떠났다.

광훈은 벼랑기슭을 따라 승리다리건설장으로 향했다. 키돋움하며 솟아오르는 다리기둥들이 저 멀리 푸른 산발을 배경으로 뚜렷이 나타났다. 나란히 서있는 다리기둥들은 아직 다리라는 인상보다 줄기줄기 파도쳐간 산발들로 이루어진 산악의 거대한 성새로 들어서는 그 무슨 성문의 각주기둥들을 련상시킨다.

다리기둥들옆에는 새로 만들어 세운 안테나식기중기들이 하늘높이 솟았다.

점심참이여서 다리건설장은 비여있었다. 지금까지 자기 사업의 빈구석을 찾아보는 심정으로 건설장을 한바퀴 돌던 광훈은 대식이네 기둥타입장옆에 있는 세멘트분창고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철판 몇장을 올려놓고 널판자로 대충 지어놓은 분창고문에 드리웠던 가마니짝은 어디론가 떨어져나갔고 그 주변에는 세멘트가루기 뽀얗게 깔리였다. 세멘트분창고주변의 세멘트만 쓸어모아도 서너따치까는 쉬이 나올것 같았다.

광훈은 비자루가 없는가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였다. 그는 세멘트창고에서 멀지 않은 세멘트혼합기곁에 한사람이 앉아있는것을 보고 그리로 다가갔다. 콩크리트혼합기가 던지는 그늘밑에 가마니를 깔고 점심참에 작업장을 지키며 혼자 남아있는 사람은 대식이였다.

《비자루 없나?》

《비자루?》

대식은 가마니우에 두다리를 쭉 펼치고앉은채 광훈을 올려다봤다.

《창고주변에 온통 세멘트야.》

《이제 좀 있다. 다시 일해야겠는데… 일이 다 끝나면 깨끗이 청소하지 않으리.》

별걸 다 걱정한다는 투로 대식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한 삼십분만 있으면 오후작업이 시작된다.

《그러다 바람이 불면 다 날릴게 아닌가.》

《원참… 몇삽이 날리겠다구 그러나… 정말 바람이라도 좀 불었으면 좋겠네. 너무 더워서 어디…》

대식은 광훈의 말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그늘에 와서 앉으라고 자기가 깔고앉았던 가마니 한켠에 자리를 내주었다.

광훈은 아무말없이 혼합기옆에 세워놓았던 삽 한자루를 골라들고 세멘트분창고앞으로 걸어갔다.

대식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후 림시분창고앞에서는 삽으로 세멘트를 빡빡 긁어모으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식은 광훈이 그 삽으로 마치 자기의 가슴을 후벼내기라도 하는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허리를 꺼꺼부정한채 세멘트분창고앞에서 주변에 쏟아진 세멘트를 긁어모으고있는 광훈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대식은 그한테로 다가갔다.

광훈은 세멘트를 한곳에 모두 모아놓고서야 허리를 폈다.

《광훈이, 요즘 타입에 바빠 돌아가면서 내가 세멘트보관관리를 등한히 했네. 그리고 랑비도 좀 있었네. 대대장인 동무가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면 누가 할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옹색하게 그러나? 세멘트 몇삽이 뭐길래 말이야?》

대식은 허리에 두손을 올려짚으며 못마땅하게 뇌까렸다.

광훈은 한참이나 대식이를 바라보고나서 손에 묻은 세멘트를 털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대식이, 몇천톤의 세멘트를 다루는 우리 건설장에서 이 몇삽의 세멘트는 사실 보잘것 없네. 하지만 이 단 몇키로그람의 세멘트가 몇천톤의 무게로도 재일수 없는 우리들의 깨끗한 량심을 저울질한다는걸 잊지 말아야 해.》

광훈은 삽을 앞으로 짚고 선채, 대식은 허리에 두손을 올리고 선채 서로 마주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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