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 회)

제 5 장

1

 

다리건설은 빠른 속도로 추진되였다.

광훈은 승리다리기초건설을 다그치는 한편 안테나식기중기제작을 동시에 내밀었다. 승리다리기초타입을 끝내는것과 함께 안테나식기중기제작도 완성할 결심이였다.

대식은 기중기제작에서 일체 용접작업을 자신이 직접 맡아나섰다.

한때 그가 안테나식기중기제작을 그리 달가와하지 않은것은 안테나식기중기 그자체를 반대해서가 아니였다.

그것을 붙안고 돌아가다 미끄럼식타입이 늦어질것만 같아 불안과 위구를 버릴수 없어서였다. 기둥타입만 제때에 할수 있다면 기중기를 자체로 만들어 쓰든 려단에서 가져다 하든 그것은 매한가지였다. 지금의 형편에서는 려단에서 기중기를 가져오는것보다 안테나식기중기를 만드는것이 미끄럼식타입을 더 빨리 시작하는 길이기도 했다.

이제는 려단에서 기중기를 준다고 해도 날라오고 조립하고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럴바하고는 한시바삐 안테나식기중기를 성사시켜야 했다.

대식이 발벗고 나서자 광훈은 안테나식기중기제작을 전적으로 그한테 맡기다싶이 했다.

대식은 광훈보다 용접기술이 능했다. 대식은 용접기를 쥐고 광훈은 그의 조수격이 되였다.

오늘 아침부터 두사람은 야외창고옆 기중기조립장에서 함께 일했다.

야외창고가 있는 벼랑앞공지는 조용했다. 고미탄다리를 건설하던 때에는 사람들이 모두 이앞을 지나다녔으나 지금은 여기로 잘 오지 않았다. 승리다리웃쪽에 새 숙소를 지은 후부터 《갈매기다리》쪽으로도 래왕이 뜸해졌다. 새 숙소구역에서 승리다리건설장으로 곧추 갈수 있게 다리를 놓아 사람들은 대부분 그리로 다녔다.

승리다리와 고미탄다리사이에 끼운 벼랑앞 야외창고부근에서 지금 일하는 사람은 광훈과 대식, 오활 세사람뿐이였다. 광훈은 며칠전부터 오활을 안테나식기중기 제작성원으로 받아들이였다.

함께 일하면서 좀더 깊이 리해하고싶었고 한번 다툰 후부터 어성버성해진 오활과 대식의 사이도 풀어주고싶었다.

《자, 시작해보자구.…》

광훈이 머리를 끄떡이자 대식은 용접부위를 다시한번 가늠해본 후 자신있게 용접을 시작했다.

뿌지지- 뿌지지-

용접봉끝에서 불꽃이 튀며 쇠물이 녹아내리였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용접은 뜻대로 잘되지 않았다.

《아니, 무슨 놈의 용접봉이 이래?》

대식은 련거퍼 몇개나 용접봉을 갈아댔다.

《젠장-》

용접이 제대로 되지 않아 대식은 용접면을 벗으며 화를 냈다. 광훈한테 한번 자기의 용접솜씨를 보여주려던 대식은 어쩌지 못한채 물러앉고말았다.

《내 한번 해볼가.》

대식한테서 용접면을 달래서 쓰고 광훈이 용접기를 쥐였으나 매한가지였다.

얼마전에 오활을 시켜 창고에서 가져온 용접봉은 불합격품이였다.

《오활동무, 이 용접봉 분명히 창고에 가서 가져왔어?》

대식은 허리에 두손을 짚고 일어서며 저만치 떨어져 혼자서 일하고있는 오활에게 소리쳤다.

《창고에서 가져오지 않구요.》

안테나식기중기 버레줄(벌려가지고 당겨주는 줄)고리를 만들고있던 오활은 뒤도 돌아다보지 않고 자기가 하던 일을 계속하며 퉁명스레 대답했다.

《내 창고에 가보고 오지.》

대식의 조수역을 자진해 맡은 광훈은 쭈그리고앉은채 용접면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광훈이 창고로 간 후 대식은 땅우에 풀썩 주저앉았다.

안테나식기중기설비는 너무도 간단했다.

기중기몸체로 쓸 철관 그리고 쇠바줄, 활차가 달린 팔- 이것이 전부였다. 안테나식기중기는 제작보다도 땅우에 일떠세우는것이 더 문제였다.

모래불우에 길게 나누운 철관을 바라보며 대식은 서른메터길이나 되는 철관을 광훈이 어떻게 수직이 되게 곧추 세우겠다는걸가 하는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광훈한테는 연공재간이 있으니 자기 궁냥이 있을것이다.

문제는 빨리 기중기제작을 끝내는것이다. 오늘중으로 기중기용접도 끝내고 승리다리 1호기둥 기초철근용접도 끝내야 한다. 그래야 래일아침부터 기초타입을 시작할수 있다.

《창고에 용접봉이 없구만.》

《아니, 요거 땔것두 없단 말이야?…》

대식은 땅우에 나딩구는 기중기몸체로 쓸 철관을 턱질하며 어처구니 없어 물었다.

《1호기초 철근용접할것두 모자라겠어. …》

《아니, 용접봉이 얼마나 많았댔게. …》

《전번에 오작품을 잘못 받아왔다누만.》

광훈이의 말에 대식은 량심이 짚였다. 얼마전에 대식은 림진강다리건설대대에 용접봉을 주고 휘틀제작용못을 가져왔다. 오작품타산을 못하고 림진강대대에 가져다주었으니 용접봉이 딸릴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한다? 있는걸 가져다 우선 기중기몸체를 때구봐야지.》

《그러다 기초철근용접에 지장주게 되면 어떻게 하겠나. 용접봉을 구하도록 달리 대책을 취하자구. …》

《그럼 내 가서 얻어오지.》

대식은 모래불에서 일어섰다. 용접봉을 가지고 바꿈질을 했으니 자기가 책임을 져야 했다.

책임감때문에 선뜻 나서긴 했으나 이제 급히 용접봉을 구한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범산차굴대대에 용접봉여유가 있겠는지 거기서 못 구하면 려단까지 갔다와야 한다. 려단에 다녀오자면 이제 당장 떠나도 오늘중으로 돌아오기 힘들었다.

대식은 남아돌아갈줄 알았던 용접봉이 이렇게 요긴하게 제기될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동무야 오늘 밤 1호기초 철근조립작업을 지휘해야 할게 아닌가?》

광훈은 절레절레 머리를 저었다.

《그럼 어떻게 하겠나?》

《누구 다른 사람을 보내라구.》

광훈과 대식을 등지고 저만큼 떨어져앉아 일하던 오활이 일어섰다.

수걱수걱 자기 일만 하고있는줄 알았더니 그는 지금까지 두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모양이다.

《제가 갔다올가요?》

오활은 빨갛게 쇠녹이 묻어난 장갑을 벗어들며 두사람옆으로 다가왔다.

오활을 쳐다보던 대식은 그의 눈길과 마주치자 슬며시 광훈한테로 얼굴을 돌렸다.

이런 일에 누구보다도 재간있는 오활이였다.

대식은 웬일인지 그한테 이 과업을 맡기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동무가 갔다오겠소?》

광훈은 오활을 향해 돌아서며 반갑게 물었다.

《예.》

오활은 무척 자신있어하는 태도로 대답했다.

《좋아, 동무가 갔다오라구. 우선 범산대대루 가보라구.… 범산대대에 없으면 지체말구 려단에 가라구. 시간이 급하니까.…》

광훈은 빨리 다녀오라고 당부하고싶었으나 오활자신이 그 절박성을 너무도 잘 알고있기에 더 말하지 않았다.

광훈이 자기한테 단독과업을 주저없이 맡기자 오활은 사기가 났다.

《알았습니다. 어떻게 하든지 오늘 밤중으로 구해가지고 오겠습니다.》

《빨리 고미탄전망대앞으로 가보라구. 범산대대에선 모래실러 왔던 차가 아직 가지 않았을테니 타고가라구.》

광훈은 잘 다녀오라고 오활의 어깨를 몇번 두드려주고나서 그의 손을 꽉 잡았다.

《다녀오겠습니다.》

오활은 히죽 웃고나서 껑충껑충 뛰다싶이 걸어갔다. 대식은 말없이 그의 뒤모습을 더듬었다.

지난날 오활한테 이 비슷한 과업을 여러번 준바 있고 이것때문에 광훈한테 비판도 받은적 있는 대식이였다.

과연 오활은 오늘 광훈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는지.… 해는 벌써 기울기 시작한다. 산골이니 이제 얼마 있으면 날이 어두워질것이다. 오활이 《갈매기다리》를 건너설 때까지 그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움직일줄 모르던 광훈은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오늘 밤 저 친구 수고가 많겠는데. …》

오활이 오늘중으로 돌아올것을 기정사실처럼 믿으며 그의 수고를 걱정하는 광훈의 말에 대식은 아무런 대답없이 돌아서고말았다. 밤은 점점 깊어갔다. 밤이 깊어갈수록 작업은 고조에 달하였다.

1호다리기둥 기초작업장에서는 용접이 한창이였다. 용접기는 다리기초세움철근을 용접하느라 잠시도 쉬지 않고 붕붕거렀다. 그때마다 원추형의 밝은 광선이 탐조등마냥 밤하늘을 올리비쳤고 안개자욱히 드리운 하늘 한가운데는 작업하는 용접공의 그림자가 거인의 모습처럼 비끼군 하였다.

그옆 2호기초작업장에서는 콩크리트타입을 마감고비에서 다그치고있었다.

승리다리개울기슭에서는 콩크리트혼합기가 우르렁거리며 돌아가고 그앞에서는 벨트콘베아가 타입물을 싣고 춤추듯 흘러갔다.

기계를 운전하는 일, 따치까로 콩크리트타입물을 나르는 일, 모래치는 일, 자갈을 물로 씻는 일, 휘틀과 철근을 조립하는 일… 승리다리건설장에서는 여러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있었고 크기도 모양도 다른 수십가지 기계가 서로 지지 않겠다고 승벽내기라도 하는것처럼 제가끔 목청을 다해 소리를 내고있었다.

여기에 사람들의 웨침소리, 웃음소리, 노래소리, 말소리가 합쳐졌다.

이 모든 음향을 하나의 선률로 통일시키며 반주하듯 승리다리개울과 고미탄천물소리가 《솨-》 하고 밤대기와 어둠속의 주변산발을 올린다.

마구 쥐여뿌린 불씨처럼 조명등이 승리다리개울 산지사방에 널려있어 어둠은 저 멀리로 밀려났다. 어둠은 산골짜기 한곳에 웅크린채 밤이 깊도록 다리건설장에 감히 범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있다.

작업은 계획대로 추진되고있었으나 대식은 밤이 깊어갈수록 불안한 심정을 금할수 없었다.

대식이 걱정하던 일은 끝내 벌어지고야말았다.

붕붕거리던 용접기소리가 그치더니 용접불꽃은 다시 피여나지 않았다.

용접이 중단되자 1호기초작업장은 삽시에 생기를 잃었다.

《용접봉이 떨어졌습니다.》

태선이 대식앞으로 달려오며 소리쳤다.

《오활이 아직 안 왔어?》

대식은 용접봉을 가지러 온 태선에게 이렇게 묻고나서 광훈이 일하는 2호기초타입장쪽으로 급히 걸어갔다.

2호기초타입을 맡은 재선네 중대에선 한창 열을 올리고있었다.

《비켜요.》

대식이 광훈을 찾느라 2호기초작업장에서 어정거리는데 등뒤에서 누군가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대식이 따치까길에서 물러서기 바쁘게 씽 바람을 일구며 따치까가 지나갔다,

대식은 한참만에야 콩크리트혼합기에서 일하는 광훈을 찾을수 있었다.

《대대장동무, 오활이 안 왔소?》

대식은 광훈옆으로 다가서며 큰소리로 물었다. 혼합기 돌아가는 소리때문에 광훈은 대식의 말을 정확히 알아들을수 없었으나 그의 말뜻을 짐작했다.

광훈은 혼합기에 물을 마저 쏟아붓고나서 물초롱을 옆사람에게 넘겨주며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오활이 도착하면 즉시 련락하라고 직일관에게 과업을 주었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걸 보면 안 온 모양이다.

《이 친구 어디 가서 늘어져 잠자구있는게 아니야?》

광훈한테서 아무 대답이 없자 대식은 누구에게라없이 화를 냈다.

《일이 잘 안돼 그러겠지. …》

광훈은 대식을 위안하느라 이렇게 말했으나 은근히 걱정이 되였다. 오활이 돌아올 시간은 이미 지났다,

《에이…》

대식은 내뱉듯 이렇게 말하고나서 1호기초작업장을 향해 걸어갔다.

밤이 깊어 대대부로 돌아와서도 광훈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광훈은 이제라도 오활이 대대부로 급히 들어설것만 같은 생각을 버릴수 없었다,

구들장운반전투를 하던 날 홰불고개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는 후부터 광훈은 웬일인지 그한테 기대를 가지게 되고 믿음이 갔다.

요즘 그의 생활엔 미미하게나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기 교대가 아닌 때에도 그는 밤마다 자발적으로 일하러 나왔다.

조직적인 세련과 단련이 부족하고 아직 자유주의기가 적지 않게 남아있는것은 사실이나 그의 가슴속에서도 충정의 열정은 타번지고있었다.

그 충정의 불씨가 삼단같은 불길로 피여오르도록 도와준다면 오활은 자신의 모든 약점을 극복할것이였고 새 모습으로 변모될것이였다.

이런 생각때문에 광훈은 요즘 그를 안테나식기중기제작에 망라시켰고 오늘 그한테 주저없이 단독과업을 주기도 했었다.

은근히 오활이 기다려지는 마음때문에 대대부천막안에 오래동안 앉아있던 광훈은 손목시계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새벽 2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수 없으나 이밤에 십중팔구 그는 돌아오지 못할것이다. 그러자 광훈은 자기가 오활에게 공연히 단독과업을 주어 그의 자유주의를 조성시키지 않았는가 하는 자책이 들었다. 그는 인차 머리를 저었다.

(아니다. 믿어야 한다. 그는 오늘 밤중으로 돌아올것이다. 오늘 밤 돌아오지 못한다면 반드시 그럴만한 무슨 사정이 생겼기때문일것이다.)

광훈은 갑자기 오활을 마중가고싶었다.

그가 작업장으로 설사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광훈은 그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싶지 않았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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