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 회)

제 3 장

4

 

《청년돌격대원의 영예와 보람을 마음껏 떨치기 위해 새 철길건설기간 누구나 한가지이상의 기술을 배우자! 》

건설장속보판에는 힘있는 글발이 나붙었다. 이 글은 모두의 생활적인 구호로 되였다. 새 기술습득엔 수덕과 태선이 앞장섰다.

녀성착암조조직에 대한 그들의 제의는 실현되지 못했으나 두 처녀는 끝내 착암을 배워내고야말았다.

두 처녀한테 지지 않으려고 복동도 발벗고나섰다.

어느덧 그도 착암을 배워냈다.

광훈은 기술을 배우고 기능을 높이기 위한 운동에 불을 지피기 위해 오늘부터 복동에게도 착암기를 맡기기로 했다.

광훈은 복동의 작업을 도와주러 이른아침부터 승리다리 1호기둥기초굴착작업장에 나왔다.

정통안은 이름그대로 무슨 커다란 우물속같다.

다리기초를 파자면 우선 정통을 콩크리트쳐야 한다.

정통은 두터이가 근 반메터나 되고 직경이 아주 큰 콩크리트관이다.

밑빠진 독을 세워놓듯 그 관을 세워놓고 그안에서 땅을 파는데 이 커다란 콩크리트관을 정통이라고 부른다.

정통을 세워놓고 둥그런 그 바닥안을 들이파면 무거운 정통은 자체중량에 의해 땅속으로 내려앉게 된다.

기본암반이 나올 때까지 이렇게 파고 정통안에 철근을 세워 콩크리트를 치면 다리기초가 된다.

양수기가 정통안에 차올랐던 물을 푸자 복동은 바위에 착암기를 들이댔다.

광훈은 복동에게 힘을 주듯 머리를 끄덕여보였다.

복동은 씽긋 웃더니 착암기를 잡은채 압축공기변을 틀었다.

따르르…

정머리가 굳은 돌을 때리며 돌아가는 소리가 귀가 멍할 정도로 울린다. 좁은 정통안에서 여러대의 착암기가 동시에 돌아가니 그 소리는 요란했다.

복동은 자기옆에서 일하는 다른 동무들을 따라앞서려고 착암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복동은 자기 힘으로 정대를 바위에 틀어박기라도 할듯이 있는 힘껏 착암기를 내밀었다.

고르롭게 돌아가던 착암기가 갑자기 따르륵 소리를 멈춘다.

그제야 복동은 자기가 착암기에 필요이상 힘을 주었다는걸 알았다.

복동은 착암기를 슬쩍 들었다놓으며 다시 착암기를 앞으로 내밀었다.

착암기는 다시 따르륵거리며 고르롭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광훈은 흡족한 마음으로 복동의 착암을 도왔다.

큼직한 고무장화를 신고 안전모까지 쓴채 착암기를 쥐고 선 복동은 어느 광산의 한다하는 굴진공을 방불케 한다.

복동이옆에서는 다른 동무들이 복동한테 뒤질세라 착암을 하고있다.

광훈은 오전내내 복동이네들을 도와 함께 일하다가 점심때 리발소로 향했다.

리발소는 숙소앞 강기슭에 자리잡고있었다.

아직 리발소는 꾸려지지 못했다.

나무가지에 의지하여 랭차매대처럼 비나 그을수 있게 기름종이로 지붕을 만들어놓았을뿐 벽도 없고 흐르는 강이 그대로 세면장이다.

광훈은 초라한 리발소를 보자 자기가 불꽃더러 리발을 하라고 강다짐으로 내리먹이기만 하고 그의 사업에 아무런 방조도 주지 못했다는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불꽃은 수건을 빨고있었다. 나무가지들에 이미 빤 수건들이 하얗게 널려있었다.

돌격대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때보다 불꽃은 말과 웃음이 적어졌다.

피곤때문인지 요즘은 얼굴도 상했다.

광훈은 측은한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불꽃을 위해주고싶었다.

《수고하오, 불꽃동무!》

광훈은 리발소로 다가가며 큰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광훈은 빨래하는 불꽃옆에 자리잡고 앉았다.

《불꽃동무, 요즘 일이 힘들지 않소?》

《아니요.》

《얼굴이 몹시 상했구만.》

《원래 전 몸이 못날 형이예요. 성미가 깡말라서…》

《불같던 그 성미도 요즘은 다 죽은것 같구만.》

《아닌게아니라 좀 죽었어요. 그러나 완전히 꺼진건 아니지요.》

《왜 죽었소?》

《생활이 요구하니까요.》

《리발하기가 정 싫소?》

광훈은 불꽃이 리발기를 든 후부터 주눅이 든것 같아 미안했다.

《솔직히 말해 요즘은 그리 좋지 않아요.》

불꽃은 가늘게 한숨을 내쉬였다.

《왜 그렇소?》

광훈은 그의 한숨이 무엇인가 큰뜻을 의미하는것 같아 다시 물었다.

《전 리발기를 들면서 새로운 결심을 했댔어요. 할바하고는 본때있게 하자구. …그래 제가 일하던 리발관당비서어머니한테 편지도 썼어요. 큰 거울을 보내달라구… 그랬더니 어제 편지가 왔어요.

리발의자며 큰 거울, 소독함을 멋있는거루 부치겠다구… 가져오면 뭘해요, 들여놓을 집두 없구. 지금은 사람이 들어앉을 집두 없는 형편인데. …》

불꽃은 다시 가는 한숨을 내쉬였으나 광훈은 기뻤다. 그가 의기소침해진것은 결코 리발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였다.

힘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준다면 그는 다시 일떠서서 자기가 내세운 목표를 향해 돌진해나갈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소? 그런데 그런걸 왜 아직 말 안했소?》

《전 말이 앞서는게 약점이예요.》

《아니요. 그런건 조직에 제때에 보고해야 하오. 불꽃동무, 우리 한번 리발관을 멋있게 꾸려보기요. 목욕탕두 짓구 옷수리하는 곳도 만들고… 말하자면 하나의 종합적인 돌격대편의소같은것을 꾸려보기요. 대대에서도 계획은 가지고있는데 지금 잘 추진되지 않아 그러오. 불꽃동무, 동무가 한번 이 일을 맡아서 해보지 않겠소?》

《그렇다면 해보겠어요.》

불꽃의 목소리에서는 한결 생기가 넘쳐났다.

불꽃은 비누칠한 수건을 힘있게 문질렀다. 흰거품이 잔뜩 부풀어올라 해빛에 반짝거린다.

광훈이 말을 시키는 바람에 불꽃은 자주 빨래를 중단하지 않으면 안되였으나 그래도 좋았다.

《불꽃동무, 그러구 말이요. 지금 많은 동무들이 일이 바쁘다는 핑게루 학습을 잘 안하는데 앞으로는 리발하면서 학습정형을 알아보군 하오. 물어보고 대주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부도 시키고 선동사업도 하란 말이요. 말하자면 리발과정을 문답식학습과정, 정치사업과정으로 전환시키란 말이요.》

《알았어요.》

불꽃은 비누칠한 수건을 물에 담그며 방그레 웃었다.

《하지만 난 어제 회의에서 불꽃동무가 오활동무를 비판한것과 같은 비판은 반대요. 동무가 오활동무의 자유주의를 비판한것은 옳았으나 <타락>이란 감투를 씌운데는 찬성할수 없소. 원칙적으로 비판하는것과 감투를 씌우는건 서로 다르니까. …》

그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번져졌다.

불꽃은 대대장 광훈이 어제밤 회의에서 자기가 토론한 내용까지 알고있는데 놀랐다.

어제밤 수덕이한테서도 충고를 들은바가 있어 불꽃은 순순히 동의했다.

《제가 지나쳤어요.》

광훈은 면도까지 하고나서 한결 거뜬해진 기분으로 대대지휘부천막으로 향했다.

이 며칠어간에 지금처럼 기분이 좋아본적은 얼마 없었다.

광훈의 밝던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가 대대부로 돌아온지 얼마 안되여 대식이 씨근거리며 천막에 들어섰다.

천막휘장을 들치고 들어서자바람으로 대식은 모자를 벗어 상우에 던지더니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가쁜숨을 몰아쉴뿐 종내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왜 그러오?》

광훈은 조심스레 물었다.

요즘 대식의 성격은 점점 거칠어져갔다. 모든 일이 뜻대로 잘되지 않아 그러겠지만 대식은 이전보다 퍽 달라졌다,

《대대장동무, 나를 중대장에서 해임시키든가 오활을 우리 중대에서 내보내주시오. …》

광훈은 대식이 내뱉듯 하는 말에서 오활과 무슨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었다는것을 알았다.

대식은 얼마전부터 오활을 자기 중대에서 내보내겠다고 제기했었다.

대식네 1중대가 대대건설사업의 기본전선을 담당하고있는것만큼 1중대력량을 잘 꾸려야 하겠지만 오활을 중대에서 내보내겠다는 그의 의견에는 찬동할수 없었다.

《대식동무, 중대장까지 그러면 어떻게 되오?》

광훈은 타이르듯 조용히 말했다.

《대대장동무, 나는 자신의 명예를 귀중히 여깁니다. 그런것만큼 자신에 대한 모욕을 참을수 없단 말입니다.》

《오활이 또 뭐란 모양인데 그런데까지 신경쓸게 있소? 오활동무에게 자유주의가 심한건 사실이지만 청년돌격대생활기간에 그 자유주의 하나 고쳐주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소?》

광훈의 말에 대식은 항의하고싶었으나 이때 수덕이 대대지휘부안으로 뛰여들어오는 바람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저… 대대장동지…》

수덕은 다음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한참이나 망설였다.

겁에 질린듯 한 그의 표정은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는것을 말해주고있었다.

광훈은 작업장에서 무슨 사고라도 생기지 않았는가 해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저… 저… 오활동무가 떠나갔어요.》

급히 달려온때문인지 당황해서인지 수덕은 헐썩거리며 말마디를 잘 여물구지 못했다.

수덕은 가쁜숨을 몇번이나 몰아쉬고서야 벌어진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활동무가 자기 짐을 모두 가진채 떠나갔습니다. 불꽃동무가 따라가긴 했는데 벌써 고개마루쯤 갔을겁니다.》

광훈은 대식과 수덕을 몇번이나 갈마보고나서 침착하게 말했다.

《화김에 그러겠지. …불꽃동무가 따라갔다니 돌아올거요.》

광훈의 말에는 다른 사람들한테도 믿음을 주게 하는 그런 힘이 있었다.

대식은 슬며시 광훈을 외면하며 덤덤히 앉아있었고 수덕은 광훈의 얼굴에서 눈길을 못 돌리며 천막어구에 그냥 서있었다.

《1중대 사로청위원장동무, 여기 와서 좀 앉소. 왔던김에 같이 앉아 의논 좀 합시다. 중대장동무가 일이 안돼 안타까우니까 찾아왔는데 어떻게 해야 도와줄수 있을것 같소?》

광훈의 말에 수덕은 고개를 폭 숙이였다.

《제가 구실을 못해서…》

대식은 대식대로 찌프리고있고 수덕은 수덕대로 자책에 얼굴을 흐리자 광훈은 껄껄 웃었다.

《왜 모두 찌프리기들만 하오? 우리 셋이서 함께 머리를 좀 짜보기요. 무슨 타개책이 나오겠지.…》

배포유한 광훈의 말에 대식은 성이 사그라들었고 수덕은 광훈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안타깝던 속이 한결 풀리는것 같았다.

련재

독자감상글쓰기
Change the CAPTCHA codeSpeak the CAPTCHA code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19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