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 회)

제 3 장

1

 

어버이수령님의 전화교시를 관철하기 위한 공개당세포총회이후 청년돌격대생활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힘있는 구호와 글발들이 곳곳에 나붙어 사람들을 다리건설에로 불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우리들의 건강을 물어주시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우리 청년돌격대원들을 만나주시겠다고 하시였다.》

어버이수령님과 당의 크나큰 믿음과 사랑은 그대로 모든 돌격대원들의 힘과 지혜가 되였고 누구나 한결같이 바라는 희망으로 되였다.

끓어오르기 시작한 대중의 혁명적열의를 더욱 북돋아주기 위하여 정우철은 승리다리건설장에서 려단적인 굴착경기를 조직했다. 린접대대들에서 선발된 우수한 소대들이 승리다리기초굴착경기에 참가하기 위하여 광훈네 작업장으로 왔다.

광훈네 대대에선 대식의 지휘하에 한개 소대가 굴착경기에 참가했다.

승리다리기초굴착을 위한 치렬한 경기가 벌어지던 이날 작업장에서는 광훈의 발기로 료리경기와 리발경기가 동시에 벌어졌다.

광훈네 작업장에는 린접대대들에서 선발된 료리사와 리발사들이 수십명이나 오게 되였다.

각 대대와 독립중대들에서 다섯명씩 선발된 료리사들은 승리다리기초굴착경기에 참가한 한개 소대분의 식사를 지었다.

동일한 재료와 같은 량의 쌀로 누구네가 빨리 맛있게 음식을 만드는가 하는것으로 경기결과를 판정하며 생산경기에서 1등한 소대가 료리경기에서 1등한 료리사들이 지은 음식을 먹게 된다.

불꽃은 대대를 대표하여 리발경기에 참가하게 되였다.

오전작업이 진행되는 아침 여덟시부터 낮 열두시까지 누가 더 많이, 질적으로 깎는가에 의해 경기를 판정한다. 머리깎은 사람별로 시간과 질에 의해 점수를 매기고 제일 높은 점수를 딴 사람이 경기에서 이기게 된다.

경기를 앞두고 불꽃은 어제 면도칼과 가위를 밤새 갈았다.

대대의 명예를 걸고 경기에 참가하는것만큼 소홀히 할수 없었다.

경기에 참가하는 불꽃보다도 수덕과 태선 등 옆에 있는 사람들이 더 분주했다.

수덕은 불꽃의 위생복을 빨아 풀먹여 다리였고 태선은 불꽃의 가슴에 달아줄 연분홍꽃송이를 만들었다. 태선이 만든 꽃에는 《정성》 이라고 쓴 댕기까지 달려있었다.

경기시작시간이 다가올수록 불꽃은 미용사자격시험을 치던 때 못지않게 가슴이 울렁거렸다.

자격시험을 치던 그때에도 많은 시험관과 판정원들이 나왔었으나 지금에는 대비도 안되였다.

경기참가자만도 열명이 넘었고 판정원들과 구경온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

《어떻게 해서든지 꼭 이겨야 해.》

태선은 경기장소로 들어서는 불꽃을 불러세우더니 그의 옷매무시를 바로해주며 힘주어 말했다.

태선은 불꽃의 두손을 으스러질듯이 꽉 잡아주었고 수덕은 부드러운 시선과 따뜻한 미소로 그를 고무했다. 처녀들의 고무와 격려는 개성에 따라 서로 달랐지만 불꽃의 마음속에 세찬 불길이 일어나게 해주었다.

신호나팔이 울리자 경기참가자들은 일제히 리발에 착수했다.

불꽃이 리발하게 된 첫 사람은 정우철려단장이였다.

려단장을 리발하게 되고보니 불꽃은 속도보다도 질에 신경을 쓰지 않을수 없었다.

불꽃이 선가위질로 머리를 다스리는데 많은 품을 들이자 흰보를 가슴에 걸고 앉았던 정우철은 슬그머니 옆사람을 곁눈질했다.

불꽃옆의 다른 경기참가자는 벌써 면도를 시작했다.

정우철은 귀뜀하듯 넌지시 말했다.

《질과 속도를 동시에 보장해야 하오.》

불꽃은 려단장의 귀밑머리를 좀더 다듬어야 했다.

불꽃이 옆사람보다 점점 떨어지게 되자 정우철려단장은 조급해나기 시작했다. 그는 달리기경기에서 유치원어린이와 함께 뛰게 된 사람의 심정 비슷해졌다.

《자, 조금만 빨리 깎소.》

정우철은 다시 조용히 불꽃에게 귀뜀해주었다.

앞면도까지 끝내고 리발의자에서 일어선 정우철은 거울에 비쳐진 자기의 모습을 보고 아주 흡족했다.

《솜씨가 보통이 아니구만. 이만한 기술이면 한번 경기를 해볼만하오.》

정우철은 거듭 고무해주고나서 세면을 하러 갔다.

다음사람부터 불꽃은 훨씬 손이 풀리고 리발속도가 빨라졌다.

불꽃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지 못했다. 마음은 점차 안정되였고 가위질에 확신이 갔다.

잠시후 방송선전차에서는 지금까지의 리발경기실적을 알리였다.

《현재의 리발경기성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정각 8시부터 시작된 리발경기실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범산차굴대대 박성복 8명

        로반 3대대 김광선 8명

        로반 5대대 원금숙 7명

        불사조대대 최혜춘 7명

…》

경기참가자들의 명단은 계속 불리웠으나 불꽃은 더 듣지 못했다.

지금 현재 최고가 여덟명을 리발했다는것, 일곱명을 리발한 사람은 자기 말고도 세명이나 된다는것을 알았을뿐이였다.

불꽃도 한때는 솜씨가 대단했었다. 자기네 리발관에서 빨리 깎기로 손꼽히던 그였다.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청년돌격대리발사들의 솜씨는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불꽃은 앞선 사람들을 따라잡으려고 긴장되여 가위질을 해나갔다.

이때 누군가가 뒤로 다가오더니 이마에 내돋은 땀을 수건으로 살며시 닦아주었다. 돌아다보니 수덕이였다.

수덕은 소리없이 벙긋 웃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기초굴착경기에선 우리 대대 동무들이 단연 앞서나가고있어.》

불꽃은 알았다고 머리를 끄덕였다.

《물마시겠어?》

수덕의 살틀한 물음에 불꽃은 머리를 살레살레 흔들었다.

《그러지 말고 한모금만 마셔, 시원한 솔잎시롭이야.》

수덕은 들고온 주전자에서 시롭을 따르더니 고뿌를 불꽃의 입가에 가져다 대주었다.

불꽃은 가위질을 잠시 멈춘채 손에 가위와 빗을 들고 서서 수덕이가 내여민 고뿌에 입을 대고 시롭을 마시였다.

수덕의 살틀한 정이 온몸에 흘러드는듯싶은게 불꽃은 힘이 났다.

수덕은 불꽃을 고무해주고나서 솔잎시롭이 든 큼직한 늄주전자를 해빛에 번쩍대며 료리경기장으로 뛰여갔다.

료리경기에 참가한 자기네 중대 취사원들을 찾아가던 수덕은 마주 달려오는 복동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지금까지 승리다리기초굴착경기장에 붙어있던 복동은 자기네 대대에서 나간 사람들이 단연 앞서게 되자 흥미를 잃고말았다. 그러던차 리발경기실적을 알리는 방송을 듣고 헐레벌떡거리며 달려오는 길이였다.

《어때요?》

복동은 수덕이 리발경기장을 다녀오는 길이라는것을 알고 물었다.

《한창 사기를 내고있어요.》

《사기낸다는게 6위예요?》

《6위가 뭐예요? 3등으로 나가고있는데…》

《흥, 7명 깎은 사람이 네사람이란 말입니다, 네사람…》

복동은 수덕때문에 불꽃이 경기에서 뒤지기라도 한것처럼 당치않게 성을 냈다.

수덕에게 분풀이를 하고나서 복동은 그에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은채 다시 물었다.

《경기장에 검열관이 누구예요?》

《려단보건참모예요.》

《보건참모 한사람밖에 없지요?》

《그런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조금전에 료리경기장으로 갔어요.》

《알았어요.》

복동은 씩 웃더니 머리를 끄덕여보이고나서 달려갔다.

리발경기장으로 뛰여가던 복동은 2중대장 김재선을 만났다.

《중대장동지.》

복동은 재선을 다급히 소리쳐부르고나서 그를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끌고갔다.

《중대장동지, 야단났어요.》

《뭐가?》

《리발경기에서 우리 대대가 꼴등하게 됐어요.》

《뭘? 야단났구만. …이거 어쩐다?》

《중대장동지가 보건참모를 경기장에서 불러내라요.》

《강평원이 자리를 뜰탁 있어?》

《려단장동지가 찾는다고 하라요. 그러지 않아도 이자 려단장동지가 보건참모를 찾던데…》

《정말이요? 어디서?》

《승리다리기둥기초 파는데서요.》

《그런데 보건참모는 왜 불러내라는거야?》

《다 필요해서 그래요. 그다음부턴 내가 책임질테니 중대장동진 그렇게만 해줘요. 이건 우리 대대 명예와 관련되는거예요.》

복동은 김재선을 끌고 리발경기장으로 갔다.

김재선도 자기네 대대를 대표해나간 불꽃을 어떻게 해서든지 이기게 만들려고 복동의 말에 순순히 동의했다.

복동은 김재선더러 불꽃이 지금 리발하는 사람을 거의 끝내갈 때 보건참모를 부르게 했다.

《참모동무, 려단장동지가 찾습니다.》

재선은 복동이 시킨대로 강평원에게로 다가가며 소리쳤다.

《려단장동지가? 어디서?》

지금까지 무료하게 앉아있던 보건참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기초굴착경기장에서 찾습니다.》

《자, 이거 어떻게 한다?!… 중대장동무, 잠간동안만 여기 좀 있어주구레. 리발이 끝나면 여기 번호에 따라 이름을 적어주구레.》

보건참모는 평북사투리를 써가며 이렇게 말하더니 반갑고 잘됐다는듯 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나갔다.

이리하여 김재선이 잠시나마 리발경기강평원노릇을 하게 됐다.

보건참모가 리발경기장을 뜨자 불꽃은 또 한사람의 리발을 끝냈다.

이때 복동이가 리발의자에 슬쩍 올라앉으며 자기 손으로 흰보를 목에 걸었다.

불꽃은 어이없이 복동을 멍히 보기만 했다.

《자, 질적으로 잘 깎아야 합니다.》

복동은 두눈을 끔쩍하며 큰소리로 말하더니 뒤면도만 하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펴서 자기 뒤더수기를 쑥쑥 내리훑었다.

그젠가 리발을 한 복동이는 면도질할것도 별로 없었다.

불꽃은 복동이 묘한 궁리를 해가지고 보건참모를 경기장에서 어떻게 불러냈는지 알수 없었으나 그의 마음만은 충분히 리해할수 있었다.

불꽃은 맨 끝자리에 자리를 잡고 리발을 했는데 그옆의 경기참가자는 리발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불꽃은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으나 잘못하단 대대망신을 시키게 될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검열관이 앉아있는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전까지 려단보건참모가 앉아있던 강평원의자에는 2중대장 김재선이 앉아있었다. 그는 히죽히죽 웃으며 불꽃에게 머리를 끄덕여보이였다.

불꽃은 할수없이 면도를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총화지을 때 한사람은 면도만 한것으로 하면 된다. 면도만 하다나니 복동의 리발은 빨리 끝났다.

이때 보건참모가 돌아왔다.

보건참모는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고 불꽃의 이름에 또 한명의 리발인원을 적어넣었다.

이날 리발경기에서 불꽃은 단연 1등을 했다.

복동을 제하고도 불꽃은 경기에서 제일 앞서나가던 범산차굴대대 리발사와 리발인원이 같았고 질에서는 그보다 석점이나 앞섰다.

실지 실력에서 불꽃을 따를 대상이 없는것은 사실이였다.

승리다리기초굴착경기에서는 참가한 네개 소대가 모두 작업실적이 꼭같았기때문에 전체가 1등으로 평가되고말았다.

료리경기는 아쉽게도 3등밖에 하지 못했다.

평양 옥류관 료리사니, 원산 송도각 취사원이니 하고 전국각지에서 이름난 료리사, 취사원들이 모여든데다 언제 다 그렇게 준비해두었는지 맛내기요 후추가루요 하고 고급양념들까지 슬쩍슬쩍 넣는 바람에 그런 준비가 전혀 없었던 광훈네 대대취사원들은 어쩌지 못하고 두손을 들었다.

이렇게 되고보니 사람들의 화제는 자연히 리발경기결과에 쏠리게 됐다.

《불꽃동무 솜씨가 괜찮은데…》

《아니, 우리 대대에 불꽃 같은 고급리발사가 있었단 말이야?》

《불꽃동무때문에 우리가 면무식했어… 모든 경기엔 터세라는게 따라가기마련인데 료리경기처럼 됐으면 어쩔번 했어?…》

그날 경기총화에선 시상식이 요란했다.

리발경기 1등에는 고급리발의자 하나와 전기리발기, 소독함이 차례졌다. 그리고 부속상으로 큰 종이함이 또 따라왔는데 총화후 풀어보니 그속에서는 꽃다발 하나와 학습장 한권, 자그마한 함이 나왔다. 싸고 또 싼 그 함속에서는 손거울이 나왔다.

잔뜩 호기심을 가지고 그 함을 둘러쌌던 사람들은 커다란 곽속에 든 손거울 하나를 보고 좋아라 웃었다.

그날 광훈네 대대숙소앞 속보판에는 주먹만 한 글씨로 속보가 나붙었다.

《리발경기에서 단연 1등한 최혜춘-불꽃동무를 열렬히 축하한다.》

속보판앞에서는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려단현장방송선전차에서는 경기입선자들을 축하하는 방송을 했다.

지금까지 하찮게만 생각해오던 리발이 사람들속에 일으키는 파문은 예상외로 컸다. 속보원이 최혜춘의 이름옆에 불꽃이라고 이름보다 더 크게 써넣는 바람에 돌격대원들은 《불꽃은 불꽃이야. 아예 이름을 바꾸고말자.》 하며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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