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제 2 장

9

 

우등불이 활활 타오르고있었다.

불길은 높이높이 치솟아올랐다.

밤하늘을 장식하며 반짝이던 별들은 드센 그 불길에 모두 녹아떨어진듯 우등불이 피여오르는 상공에선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대공을 향하여 불꽃은 수없이 날아올랐다. 금실오리같은 꼬리를 길게 끌며 날아올라서는 반짝이며 스러지고 반디불처럼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버리기도 한다. 우등불빛에 주위는 대낮처럼 밝았다.

우등불주위에 빙 둘러앉아있는 모두의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라있었다. 붉다못해 희여져 황황 타오르는 불길도 지금 돌격대원들의 젊으나 젊은 심장들처럼 뜨겁지 못할것이였다. 온몸이 그대로 홰불처럼 타오르는가싶은 그들이였다. 불사조청년돌격대원들은 지금 우등불가에 둘러앉아 공개당세포총회를 하고있었다.

《당원동무들은 모두 앞으로 나오시오.》

중대장이며 오늘 새로 조직된 불사조돌격대당세포의 당세포비서(당시)인 광훈이 우등불주위에 모인 사람들을 향하여 엄숙히 말하였다. 군중속에서 두사람이 일어섰다.

번쩍이는 눈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사람들에게로 쏠리였다.

이곳 새 철길건설장에 와서 처음으로 가지는 공개당세포총회였다.

어제까지도 불사조돌격대에는 하나의 당세포가 따로 구성되여있지 못했었다.

불사조돌격대에는 어제 스무명의 돌격대원들이 새로 배치되여왔다.

그중에는 당원도 있었다.

세명의 당원이 새로 온것으로 하여 불사조청년돌격대에는 당세포가 생겨날수 있었고 오늘같이 이런 모임을 마련할수 있었다.

한사람, 한사람의 당원이 생활에 던지는 파문과 그가 사로청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컸다.

우등불가에 둘러앉아있는 모든 청년돌격대원들은 존경과 부러움이 실린 눈길로 자리에서 일어서는 당원들의 모습을 더듬고 또 더듬었다.

새로 온 한사람그는 보기 좋은 키에 몸매가 다부졌다. 혈색좋은 얼굴에 툭 불거진 앞가슴과 큼직한 손, 뛰여난 특징이란 별로 없고 아직은 이름도 알지 못했지만 그는 첫눈에 오랜 로동속에 단련된 사람이라는것이 알리였고 모두의 마음을 샀다.

또 한명의 당원은 2소대장 김재선그는 일욕심많고 자신과 대원들에 대한 요구성 높은 제대군인이였다.

강한 원칙성과 조직성, 일에 대한 식을줄 모르는 불같은 열정, 때로 시도 쓰군 하는 풍만한 그 감정이 어디에서 흘러나오는가 하는것을 사람들은 이 순간에야 깨달았다.

당원들이 앞으로 나와 우등불가까이에 자리잡고 앉았을 때 광훈은 대중을 향하여 다시 말했다.

《녀동무도 앞으로 나오시오.》

주위는 물뿌린듯 조용해졌다.

탁탁- 우등불에서 나무튀는 소리만이 들릴뿐 다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는 숨을 죽인채 주위를 살폈다.

자기네와 같이 앉아있는 사람들중에 자기네와 꼭같으면서도 자기네와 다른 사람이 또 있는것이다.

뒤쪽에서 한사람이 조용히 일어서더니 소리없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우등불빛에 비치는 수덕의 얼굴모습을 알아보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조용하고 언제나 말이 적으며 너무도 평범하고 소박한 그의 가슴에 조선로동당 당원증이 품어져있다는것을 아는 순간 사람들은 놀랐다. 불꽃과 태선은 더욱 그랬다.

이 순간에야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말없이 앞장서온 그를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이곳에 와서 배낭을 풀고 숙소를 꾸리던 때 소중히 간직했던 어버이수령님의 초상화를 정중히 모신 사람도 그였고 《갈매기다리》를 놓던 때 차거운 눈석임물에 남먼저 뛰여든 사람도 그였다.

불꽃은 웬일인지 이 순간 가위로 산토끼털을 깎아보느라고 강가에 쭈그리고앉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항상 실천을 앞세워 사람들을 깨우쳐주고 말없이 이끌어주던 살틀하고 부드러운 손길을 불꽃은 이 순간에야 느낄수 있었다.

이 순간 태선은 남들이 모두 자는 깊은 한밤중에 손힘 키우는 훈련을 하던 지난 밤과 밤들을 생각했다.

이 《비밀훈련》을 발기한 사람은 수덕이였다. 광차바퀴를 들어올리다 맥빠져 지칠 때면 수덕은 슬쩍 남의 자존심을 건드려도 주고 자기만이 뒤진척 하면서 반발시켜주기도 했었다.

앞서나가며 웨치기보다 뒤에서 떠밀어주는것은 수덕의 독특한 방법이였다.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흥분되여있었지만 누구보다도 가슴이 끓어번지고있는 사람은 대식이였다.

나이로 따져도 동생벌밖에 안되고 위치로 보아도 자기가 데리고 일하던 돌격대원들인 수덕이며 재선은 당원이였지만 자기는 당원이 아니였다.

대식은 맨 앞자리로 나앉은 그들이 한없이 부러우면서도 자기가 많은 사람들앞에서 당원이 아니라는것을 나타내는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대식은 붉어지는 얼굴을 슬며시 숙이였다.

수덕은 두 당원뒤에 자리잡고 소리없이 앉았다.

모두 자리를 정돈했을 때 광훈이 회의시작을 알리였다.

《그러면 이제부터 공개당세포총회를 가지겠습니다.오늘 회의는 려단장동지가 지도하겠습니다.》

정우철려단장은 새 철길건설 전국청년돌격대련합지휘부 당위원회 집행위원이기도 하였다.

이 순간 사람들은 새삼스레 정우철려단장을 바라보았다.

엄하게도 생각되고 허물없는 동무처럼도 생각되는 그, 그는 돌격대원들의 맏형이였고 동무였다.

정우철려단장은 지금 주석단도 없이 다른 돌격대원들처럼 나무토막을 깔고 곤두세운 무릎을 두팔로 감싸안은채 우등불가에 말없이 앉아있었다.

《오늘 회의에서는 <어버이수령님의 전화교시를 높이 받들고 중대앞에 나선 전투과업을 성과적으로 수행할데 대하여> 라는 한가지 문제를 가지고 토론하겠습니다. 의견있는 당원동무들은 제기하십시오.》

누구도 다른 의견이 없자 광훈은 다시 선언했다.

《찬성하는 당원들은 손을 드십시오.》

광훈은 이야기를 마치며 천천히 당원들을 둘러보았다.

당원들은 손을 들어올리였다.

열정에 넘치는 수백의 눈동자들은 당원들이 들어올리는 손으로 쏠리였다.

광훈이 보고 겸 첫 토론을 했다.

매일처럼 대원들앞에 나서는 그였지만 지휘관으로서가 아니라 당원의 한사람으로서 당원들과 당조직앞에 그리고 방청으로 참가한 사로청원들앞에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광훈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마음이 다소 긴장되였다. 광훈은 초롱초롱 빛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한번 더듬고나서 입을 열었다.

《동무들!어버이수령님께서는 청년돌격대생활은 젊어서 한번 해볼만 한 보람있는 생활이라고 하시면서 나라의 동서부를 련결하는 새 철길건설전투에서 청년돌격대원의 영예와 보람을 마음껏 떨치라고 가르쳐주시였고 우리들의 건강을 념려하여주시였습니다.

우리들은 집을 떠나 사람들이 살지 않던 깊은 산속에 와서 일하지만 어버이수령님의 따사로운 사랑의 손길은 이처럼 항시 우리들의 마음과 마음속깊이 잇닿아있습니다.

우리들처럼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세대, 우리들처럼 복받은 청춘들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동무들! 지금 우리앞에는 속도전을 벌려 장마전으로 승리다리건설을 끝내야 할 어렵고 힘든 일이 나서고있습니다. 장마전으로 승리다리건설을 끝내지 못하면 래년 봄까지 고미탄다리도 완공할수 없으며 그렇게 되면 당앞에 맹세다진대로 여기 고미탄지구에 기차를 통과시킬수 없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승리다리기초굴착에서 난관에 부닥쳐 계획대로 나가지 못하고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우리는 장마전으로 숙소도 건설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장마를 겪고 겨울도 나기 위해서 온돌도 마련해야 하고 집도 지어야 합니다. 고미탄다리는 500여명 로력이 열달이상 건설해야 할 방대한 작업량입니다.

우리는 승리다리까지 두개 다리를 삼백명밖에 안되는 우리 중대력량으로 건설하겠다고 궐기해나섰습니다. 여기다 숙소건설까지 함께 밀고나가자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이 과업을 기어이 해내야 합니다. 우리가 이 모든 과업들을 성과적으로 해내자면 우리는 그만큼 줄달음쳐 살아야 합니다.

사회주의건설의 어렵고 힘든 일에 앞장서서 줄달음치는것여기에 우리 시대 청춘들의 영예와 자랑이 있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광훈의 토론은 모두의 심장을 뒤흔들어놓았다. 그의 말마디들은 다져진 화약에 던져진 한점의 불꽃과도 같았다.

당원들과 사로청원들이 앞을 다투어 토론에 참가했다. 그중에서도 수덕의 토론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앞에서 그가 토론을 하리라고는 이전에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동무들은 저를 두고 <말하는 벙어리> 라는 별명까지 지어주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제가 말을 적게 하기때문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저는 지난 시기 우리 집단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한 사람으로 살아왔습니다. 당원답게 생활하지 못했습니다.…》

수첩에 적어놓은 글을 보며 수덕은 나지막하게 이야기했으나 진실한 그의 말마디들은 모두의 가슴속에 젖어들었다.

생각은 깊었고 느낌도 많았으나 수덕은 적당한 말마디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 갑자르던 끝에 수덕은 수첩에 적어넣은대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앞으로 저는 어버이수령님의 전화교시를 높이 받들고 사업과 생활에서 꼭 당원답게 생활할것을 결의합니다. 저는 나라의 동서부를 새롭게 련결하는 철길건설전투에서 청년돌격대원의 영예와 보람을 마음껏 떨칠것을 다시한번 엄숙히 맹세합니다. 그러면서 저는 여러 동무들에게 한가지 호소합니다. 지금 태선동무는 팔힘을 키우기 위하여 밤마다 남모르게 광차바퀴를 들어올리는 훈련을 하고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열정을 가지고 한다면 착암기술도 능히 배울수 있으며 승리다리기초도 능히 계획대로 끝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하루빨리 다리건설을 끝내는가 하는것은 어버이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바치는 우리들의 충정이 얼마나 뜨거운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 기초굴착기간 녀성착암조를 만들어줄것을 제의합니다.》

수덕은 토론을 마치고 급히 제자리에 들어가 앉았다. 수첩에 깨알처럼 써놓은 토론원고를 그대로 보고 읽으며 토론을 했지만 그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굴러떨어졌다.

제자리에 들어와 앉았어도 수덕은 얼굴이 계속 확확 달아오르고 가슴이 활랑거렸다.

지금까지 대중앞에 그리 나서보지 못한 수덕이였다.

공개당세포총회는 성과적으로 끝났다.

공개당세포총회후 정우철려단장은 새 대렬편성에 관한 려단당위원회의 결정을 전달했다.

려단당위원회의 결정에 의하여 독립중대였던 불사조돌격대는 대대로 편성되였고 대대장으로는 조광훈이가 임명되였다.

그리고 세개의 중대가 조직되였다. 대식은 대대참모장 겸 1중대장으로, 재선은 2중대장으로 임명되였다.

그리고 수덕은 1중대사로청위원장으로 선거받았으며 1중대 정치부중대장사업을 겸하게 되였다.

독립중대의 대대에로의 대렬편성은 청춘들의 불타는 충정심을 더욱더 분출시킬 적절한 조직적대책이였다.

따로 대렬행진은 없었으나 새로 편성된 청년돌격대 대대안의 힘찬 발걸음소리가 어두운 고미탄계곡에 벌써부터 울려가는듯싶었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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