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회)

제 2 장

8

 

어둠속에 철길건설지구의 밤은 소리없이 깊어갔다.

쉬는 날이라 이밤엔 건설장의 소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낮과 밤이 따로없이 밤로동을 해오던 청년돌격대원들도 이밤엔 깊은 잠에 들었고 아침식사준비를 하느라 취사당번처녀들이 취사장에서 쉼없이 두드려대던 칼도마장단도 그친지 오래였다.

야밤의 정적속에 고미탄천물소리만 높아간다. 온 골안을 쩌렁쩌렁 울리며 순간도 그칠줄 모르는 고미탄천물소리는 이밤의 정적을 깨친다기보다 오히려 적막한 기분만을 보탤뿐이다.

이따금씩 고미탄천물소리에 뒤섞여 뒤산에서 부엉이소리가 들려왔다. 벼랑가의 구새먹은 나무에 둥지를 틀고 밤깊도록 울어대는 부엉이울음소리는 야밤의 적막에서 벗어나려는 그 무슨 애절한 호소로 가득찬듯싶었다.

오활의 행방을 알아보느라 산지사방에 전화를 걸던 대식과 재선이 돌아간 후에도 광훈은 중대부천막안에 탁자를 마주하고 오래도록 앉아있었다.

오래간만에 차례진 휴식날이였으나 광훈은 남들처럼 잠들수 없었다.

이밤따라 광훈은 생각이 많았다.

오늘 받은 《로동청년》신문에는 새 철길건설에 동원된 청년돌격대원들의 생활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에는 광훈네 불사조돌격대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적지 않게 들어있었다.

《고미탄의 불사조-청년영웅들》이란 소제목밑에 광훈네 사업과 생활을 적극 찬양한 그 기사는 광훈에게 자기 사업에 대한 긍지와 자랑보다도 부끄럽고 면구스러운 심정을 불러일으켰다.

기사에는 이미 오래전 생활들이 기록되여있었다.

지금 자기네가 승리다리기초건설에서 앉아뭉개고있다는것을 안다면 그리고 《고미탄의 불사조-청년영웅들》이라고 높이 찬양한 집단에서 오활이란 사람의 행방을 알지 못해 소동을 피우고있다는걸 안다면 그 신문기자는 얼마나 실망할것인가.

부- 부-

뒤산에선 쉼없이 부엉이가 울었다.

광훈은 집을 떠나 멀리도 왔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러워지면서 지금까지 자기가 대원들의 생활에 너무도 관심을 돌리지 못했다는 자책이 밀물처럼 가슴에 흘러들었다.

오활의 무단외출에도 무슨 곡절이 있을것이다. 그는 어디에 무엇하러 갔을것인가?

한개 대대와 맞먹는 독립중대의 살림살이와 그 사업을 책임진다는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였다.

광훈은 탁자앞에 턱을 고이고앉아 오래도록 움직일줄 몰랐다.

통풍구를 가리워놓은 가제천에는 불빛을 본 부나비들이 모여들고 천막 한쪽구석에 놓인 탁자우에서는 탁상시계가 책각거렸다.

광훈은 지금 정우철려단장을 기다리고있었다. 범산차굴대대에 나왔던 정우철은 얼마전에 광훈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정우철이 광훈이네 중대부에 들어서기 바쁘게 탁자우의 전화종이 울렸다.

정우철은 무엇인가 부닥치는 예감이 있었던지 자기가 송수화기를 들었다.

《고미탄지굽니까?》

귀에 익은 려단교환수처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소. 》

《려단장동지가 거기 가있습니까?》

《나요. 》

《아이, 당중앙위원회에서 오는 전화입니다.》

《뭐, 당중앙위원회에서?》

정우철은 두눈이 화등잔처럼 둥그래져 되물었으나 려단교환수는 대답이 없고 중앙당교환이 나왔다.

《이천-세포 새 철길건설장 고미탄건설지굽니까?》

《그렇습니다. 》

어버이수령님께서 찾으십니다.》

《예?》

정우철은 물론 같이 있던 광훈마저 깜짝 놀랐다. 정우철은 자기도 모르게 용수철이 튀여나듯 자리에서 후닥닥 뛰여일어서고 광훈도 몸자세를 바로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어떻게 우리 건설장을 아실가?…

두사람은 교환수의 말을 잘못 들은게 아닌가 하고 자기들의 귀를 의심했다.

어버이수령님께서 인민들이 사는 곳이면 어디나 찾아주시고 기적과 혁신이 일어나는 일터마다에 전화도 몸소 걸어주신다는 이야기를 신문과 라지오에서 수없이 들어왔지만 너무도 이름없고 평범한 자기네 일터에까지 전화를 걸어주신다는 사실이 그저 꿈만 같았다.

한동안 어쩔바를 몰라하며 서있던 정우철은 급히 옷매무시를 바로했다.

《새 철길건설장이요?》

전선을 타고 어버이수령님의 친근하고 자애로우신 음성이 들려왔다.

정우철은 차렷해서며 두손으로 송수화기를 받쳐들고 전화를 받았다.

《그렇습니다. 이천-세포 새 철길건설장입니다. 고미탄지구철길건설을 담당한 1려단장 정우철 전화를 받습니다.》

감격과 흥분, 감사와 흠모, 영광과 행복으로 그의 목소리는 떨리였다.

《청년돌격대려단장동무요? 수고하누만.… 내 얼마전에 동무네 돌격대 련합부대장과 전화를 했소. 신문에서 동무네 투쟁에 대한 기사를 읽었소. 동무들이 지금 조국의 동맥을 하나의 륜환선으로 꾸릴데 대한 당대회결정을 받들고 나라의 동서부를 새로 련결하는 철길건설에서 혁신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걸었소.》

이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로동청년》신문에 실린 청년돌격대원들의 투쟁에 대한 공산주의교양기사를 몸소 읽으시였다. 그러신 후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와 중앙사로청위원회일군들을 부르시여 새 철길건설정형에 대한 보고를 청취하시였다. 그러시고도 이밤엔 공산주의교양기사의 뒤부분 한자리를 차지한 돌격대 작업장에 몸소 이렇게 전화를 걸어주시는것이였다.

《그래 앓는 동무들은 없소?》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자애가 넘치시는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없습니다.》

《집을 멀리 떠나 동무들이 수고 많이 한다는 소식을 여러번 들었소. 동무네 작업장은 인가들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산골이라지?》

모든것을 환히 헤아려보시는 어버이수령님께 정우철은 무엇을 어떻게 말씀드렸으면 좋을지 알수 없었다.

나라의 동맥을 하나의 대륜환선으로 꾸릴데 대한 대자연개조의 휘황찬란한 앞날을 펼쳐주시고 그 원대한 구상을 실현하는 길에 몸소 청년들을 불러주신 어버이수령님!

골짜기를 따라 흘러가는 강물처럼 옛날엔 생활 역시 험악한 산발을 넘어서지 못했다. 조국의 북과 남을 내달리며 뻗어간 산줄기를 비롯한 크고작은 산발들때문에 나라의 동해안지방과 서부지방의 생활상련계는 드물었고 조국의 남부에 위치한 경상도지방의 언어와 풍습은 산줄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곁에 있는 전라도보다도 저 멀리 북부 함경도지방과 비슷한데가 많았다.

사람들의 언어와 세태풍속, 지어는 기질형성에마저 영향을 미친 생활의 방파제와도 같았던 자연의 거대한 장벽을 허물어버릴데 대한 원대한 구상을 무르익히시고 사람들이 오직 원쑤와의 싸움에 대해서만 생각하던 1952년 4월 몸소 김일성종합대학을 찾으시여 대동강상류와 룡흥강상류, 림진강상류와 덕지강상류사이에 운하를 건설하여 동서를 련결시켜야 한다고 하시면서 동서부련결의 대자연개조구상을 밝히시였고 5차당대회의 높은 연단에서 조국의 모든 동맥을 하나의 대륜환선으로 꾸릴데 대한 원대한 구상의 일부로서 나라의 동서부를 새롭게 련결하는 강계-혜산-무산, 이천-세포의 새 철길건설을 하루빨리 끝낼데 대한 강령적과업을 제시하신 위대한 수령님이시였다.

민족사에 아로새겨질 대자연개조의 영예로운 과업수행에 청년들을 내세워주신 영광만도 끝이 없는데 이렇게 전화까지 걸어주시며 사업과 생활을 일일이 념려해주시니 그 사랑, 그 은정을 한가슴에 받아안기는 너무도 벅찼다.

잠시후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다시 이렇게 물으시였다.

《신문에서 보니까 동무네 려단 범산차굴대대랑 불사조돌격대동무들이 지금 기세충천해서 일들을 잘하고있다지?》

어버이수령님! 우리 청년돌격대원들은 온몸이 그대로 레루가 되고 침목이 되여서라도 나라의 동서부를 련결하는 새 철길건설을 다그칠 결의에 불타고있습니다.》

《동무들을 만나보고싶구만.》

《지금 저의 옆에 불사조돌격대 중대장동무가 있습니다.》

《그렇소? 그러면 전화를 좀 바꾸오, 목소리라도 들어보게.…》

광훈은 감격과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며 정우철려단장한테서 송수화기를 받았다.

어버이수령님! 안녕하십니까. 고미탄다리건설을 맡은 불사조돌격대 중대장 조광훈 전화를 받습니다.》

광훈은 대렬보고라도 하듯 큰소리로 말씀을 올리였다.

《동무의 씩씩한 목소리를 들으니까 힘이 생기누만. 동무 집은 어디나?》

《평안남도 성천입니다.》

《부모님들은 무슨 일을 하오?》

《아버지는 교편을 잡고 어머니는 집에서…》

《개발지생활에 불편이 많지?》

《없습니다.》

《왜 없겠소. 있어도 없다고 하겠지…》

《아닙니다. 저희들은 어버이수령님과 당중앙의 배려로 아무런 불편없이 생활하고있습니다.》

《좋아, 곤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극복하려는 투지가 좋소. 청년돌격대원들은 곤난을 이겨낼줄 알아야 하오. 그래 건설정형은 어떻소? 동무넨 다리건설을 얼마나 했소?》

《고미탄다리기초건설은 한 절반하고 승리다리건설은 갓 시작했습니다. 》

《언제까지 끝낼 계획이요?》

《래년 봄까지 완공하겠습니다.》

《좋소, 하루빨리 철길을 완성해야 철도운수의 긴장성을 풀수 있고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다그칠수 있소. 지금 우리 나라엔 동서부를 련결하는 철길이 하나밖에 없소. 이것은 철도운수의 긴장성을 가져오는 주되는 원인의 하나로 되고있소.

동무들이 건설하고있는 철길이 개통되면 동서부련결의 복선을 가지게 될뿐아니라 우리 나라엔 하나의 커다란 철도륜환선이 형성되오. 이것은 나라의 모든 지역을 고르롭게 발전시키며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다그치는데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오. 동무들은 지금 조국과 인민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있소.

이런 중요한 일을 당에서는 청년들을 믿고 동무들에게 통채로 맡기였소. 청년돌격대생활은 젊어서 한번 해볼만 한 보람찬 생활이요. 새 철길건설에서 청년돌격대원의 영예와 보람을 마음껏 떨치기 바라오.》

수령님! 명심하겠습니다.》

광훈은 두손으로 송수화기를 으스러져라 틀어잡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이제 동무들을 한번 만나겠소. 앓지 말고 건강들하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말씀을 마치시고 전화를 끊으시였으나 광훈은 전류소리만 윙- 하고 들려오는 송수화기를 든채 천막 한가운데 오래도록 그냥 서있었다.

온밤 아니, 일생이라도 두사람은 이렇게 서있을상싶었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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