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회)

제 2 장

5

 

점심식사를 하고나서 광훈은 목달개를 달았다. 그가 입고다니는 옷의 목달개는 언제봐도 산뜻했다.

대체로 옷이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자기에게 차례지는것을 입으며 개체생활에 무관심한 그였지만 문화소양은 낮지 않았다.

광훈은 목달개를 다 단 후 면도를 하기 시작했다.

승리다리기초굴착에서 걸린 고리를 풀기 위하여 착암을 지원해나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광훈은 계획대로 승리다리건설을 끝낼수 있다는 신심이 생겼고 이 자신심으로 하여 오늘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됐다.

광훈이 책상우에 손거울을 꺼내놓고 면도를 하고나서 칼을 거두는데 대식이 중대부천막안으로 들어섰다.

《광훈이, 칼 좀 주게.》

멀끔히 면도한 광훈을 보고 대식은 수염 꺼칠한 자기 턱을 왼손으로 어루만지며 그한테로 다가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 대식은 어제밤까지만 해도 이마에 깊숙이 그려가지고 다니던 내천자를 지웠다.

승리다리건설에 착수한 이후 광훈은 오늘처럼 밝아진 대식의 얼굴을 처음 본다.

《어때, 이만하면 미남이지?》

기분이 좋아진 광훈은 상우에 놓았던 자그마한 손거울을 집어들고 이리저리 비쳐보며 우스개소리를 던졌다.

《턱에 허물이 있어서 글렀네.》

대식은 면도칼을 집어들며 도리질을 했다.

광훈은 손거울에 제 얼굴을 다시 비쳐보며 자기 얼굴의 허물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였다.

《그래뵈두 이게 다 전쟁기념물이야.》

광훈은 왼쪽 볼아래쪽에 있는 쌀알만 한 흠집을 어루만지며 마치 포연탄우를 헤쳐온 전쟁로병처럼 말했다.

격에 맞지 않는 광훈의 말에 대식은 한참이나 껄껄 웃었다.

배꼽이 씨이도록 웃고나서 대식은 책상모서리에 혁띠고리를 걸고 혁띠에 면도칼을 썩썩 문질렀다.

수염도 꺼칠했지만 대식은 머리도 깎을 때가 되였다. 머리더부룩한 대식을 보자 광훈은 자기가 끝내 불꽃을 설복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대식이, 리발도구가 한조 있지?》

광훈은 대식이 머리를 제때에 못 깎은것이 자기의 잘못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물었다.

돌격대를 무어가지고 이리로 오던 때 중대비품으로 려단에서 리발도구 한조를 받아왔었다. 지금 앓고있는 리발사동무가 돌격대에 나올 때 자기가 쓰던 리발도구 한조를 그대로 가지고왔기때문에 지금까지는 그것을 쓰고 려단에서 받아온것은 중대부에 보관해두었었다.

《건 왜? 저 함에 있는것 같던데…》

대식은 세운 날을 시험하느라 면도칼날을 얼굴에 대고 수염을 밀어보며 천막 한구석에 서있는 서류장을 턱질했다.

《꺼내라구, 내가 머리깎아줄게. …》

《동무가 머릴 깎아?》

《자, 이런… 그래두 고원―홍원전기화땐 내가 우리 작업반에서 한다하는 리발사였어.》

사실 광훈도 리발을 전혀 못하는건 아니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막머리나 깎으라면 남만큼 할수 있다. 지난날 건설장들에서 동무들끼리 서로 머리를 깎아주기도 했고 그 과정에 리발기다루는 법을 대략 배웠었다.

광훈은 중대부천막뒤에 의자를 내다놓고 대식을 강제다싶이 끌어다앉힌 후 흰 보까지 씌웠다. 그런 후 본격적으로 머리를 깎기 시작했다.

《아야야. …》

기계가 머리칼을 뜯을 때마다 대식은 오만상을 찡그리며 일부러 더 아부재기를 쳤다.

옛날생각만 하고 그까짓것 못하랴 하는 생각에 리발기를 들었던 광훈은 땀을 뻘뻘 흘렸다. 일은 눈에만 익었을뿐 손에 설었다. 이제는 좋건싫건 리발을 끝까지 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이때 등뒤에서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중대분줄 알고 찾아왔더니 리발관이구만.》

중대부천막에 나타난 사람은 뜻밖에도 정우철려단장이였다.

광훈은 리발기를 한손에 든채 앞자락에 온통 머리카락을 묻혀가지고 엉거주춤했고 대식은 흰보를 앞에 두른채 의자에서 일어섰다.

《앉소.》

정우철은 천막안에서 의자 하나를 꺼내다놓더니 리발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광훈이 리발하는 옆에 앉았다.

《나도 머리를 좀 깎아주겠소? 대위동무!》

광훈과 대식이 옹색해하자 정우철은 롱을 했다.

새 철길건설돌격대에서 중대장은 작은별 세알이였다. 광훈네 중대는 독립중대였던 까닭에 광훈은 별이 네개였다.

정우철은 웃으며 롱처럼 말했으나 광훈은 이 말이 자기에 대한 비판이라는것을 알았다.

《점심시간에 장난을 좀 하느라구…》

광훈은 얼굴을 붉히며 변명하듯 말했다.

《그래, 중대에 리발사가 없소?》

《있습니다. 지금 앓아서…》

《앓는 동무들이 몇이나 있소?》

《리발사 한 동무입니다. 원래 그 동무는 좀 앓던 동문데…》

《작업도 중요하지만 대원들의 건강을 잘 돌봐야 하오. 지휘관들은 대원들의 어머니가 되여야 하오. 어버이수령님께서 귀중히 여기시는 우리 청년들이기에 그들의 생활과 건강에 대하여 지휘관은 책임지고 보살펴야 하오. 앓는 동무들에 대해 시급히 치료대책을 취하오.》

《그렇지 않아도 리발사동무를 지금 병원으로 보낼 수속을 하고있습니다.》

《리발사동무가 가면 그와 교대할 동무가 있어야겠는데…》

정우철의 이 말에 광훈은 안타까운 자기의 심정을 실토하지 않을수 없었다.

《정말 야단났습니다. 누구나 취사원이나 리발은 안하겠다는데…》

정우철은 이 한마디 말에서 광훈이 어떻게 되여 리발기까지 들게 되였는가 하는 심리상태를 파악할수 있었고 중대내 실정도 료해할수 있었다.

《리발사후보가 없단 말이겠지?》

《기술있는 동무들이 있기는 한데 누가 하겠답니까?》

정우철은 자연스럽게 상대방이 자기의 심정을 털어놓게 만들고 전혀 별다른 감촉을 안주면서 자기가 목적하는데로 담화를 끌고나가는 재간을 갖고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통하여 걸린 고리들을 찾아내고 능숙하게 그것을 푸는것이였다.

《그렇소, 그것이 문제요. 사람들의 관점이 문제란 말이요.》

정우철은 오른쪽 둘째손가락을 펴서 말뜻을 강조하듯 흔들었다.

이야기에 점점 끌려들수록 광훈은 리발을 자주 중단했다. 그때마다 정우철은 일깨워주듯 리발을 계속하라고 했고 이야기에 발을 달았다.

광훈은 대식의 뒤머리면도를 시작하며 난처한듯 말했다.

《그런데 그게 참 문제입니다.》

《그렇소. 크건작건 낡은 인습과 사상을 빼기가 쉽지 않소. 그럴수록 정치사업을 잘해야 하오.》

《개별담화두 하구 욕두 하구 설복두 하구 그러는데 잘 안됩니다.》

광훈은 불꽃때문에 애먹던 일을 말했다.

정우철은 광훈의 말을 듣고나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후방편의부문 동무들이 자기네가 하는 일이 조직에서 준 위임분공을 집행하는 과정이라는것을 깨닫게 하고 그 분공수행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게 만드는게 무엇보다 중요하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영예와 긍지가 없으면 그 일에서 주인다운 태도가 생길수 없고 성수가 나지 않소.》

대식이 머리감으러 강에 나가고 광훈과 단둘이 남게 되였을 때 정우철은 정식으로 그를 충고했다.

《중대장은 리발기를 잡을것이 아니라 운전대를 쥐여야 하오. 중대를 하나의 자동차에 비긴다면 중대장은 운전사라 할수 있소. 운전대를 쥔다는건 무엇을 말하는가?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사상, 하나의 의지대로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정치사업을 한다는것을 말하오.

지금 미국놈들과 그 앞잡이들은 우리가 하고있는 새 철길건설을 십년이 걸려도 못한다고 떠들어대고있소. 일제놈때에는 이 동서부련결의 새 철길을 삼십년이 걸려야 할수 있다고 했소.

산악철길건설은 어렵고 힘이 드오. 이 철길건설에 드는 자금 하나만을 놓고봐도 굉장하오. 그 돈을 모두 쌓아놓으면 하나의 큰 산이 될거요. 아무리 돈주머니가 큰 자본가라 해도 이렇게 방대한 투자를 단번에 하기는 힘이 드오. 우리는 방대한 자금이 드는 어려운 새 철길건설을 1년남짓한 기간에 끝내려고 하는것이요.》

정우철은 여기서 잠시 이야기를 끊었다.

흥분할 때면 그러하듯 그는 눈시울을 쪼프린채 어딘가 허공을 잠시 바라보더니 꼿꼿이 편 오른손 둘째손가락을 다시 흔들어보이며 다음말을 이었다.

《그러자면 집단을 혁명화하여 모든 사람들이 새 철길건설에서 주인다운 태도를 가지도록 해야 하오. 새 철길건설장은 혁명화의 학교요. 당에서 새 철길건설을 우리 청년들에게 통채로 맡겨주신것은 새 철길 그자체보다도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청년들을 속도전의 담당자로, 조국의 미래를 떠멘 혁명의 계승자로 훌륭히 키우려는데 있소.

당에서는 이것을 바라고있소.》

정우철은 여기서 이야기를 끝냈다.

그의 두눈은 열정에 빛났고 얼굴은 불그레 상기되여있었다.

광훈은 이 순간 자기가 무엇때문에 대식과 불꽃을 설복할수 없었고 다리건설에서 애먹는가를 깨닫는가싶었다.

정우철은 자기가 이미 잘 알고있다고 생각해오던 말들에 새로운 의미와 뜻을 부여해주었고 모호하던것을 뚜렷하고 명백히 리해할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자기 말을 상대방이 얼마나 소화하며 납득하는가를 타진하듯 정우철은 광훈을 한참이나 지켜보더니 의자에서 일어섰다.

《이런 의미에서 려단당위원회와 려단지휘부에서는 동무네가 승리다리건설까지 맡아하겠다고 나섰을 때 적극 지지했소.》

광훈은 새로운 고무를 받았다.

《은하동무는 요즘 뭘하오?》

정우철은 승용차가 서있는쪽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자기 연구과제를 수행하는것 같습니다.》

《이젠 좀 자리가 잡혔소?》

광훈은 뭐라고 대답했으면 좋을지 알수 없었다. 광훈은 은하에 대해 요즘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정우철이 물어보는 여러가지 질문에 자기는 오직 모른다는 한가지 대답밖에 할수 없었다.

《그의 사업과 생활을 잘 도와주기 바라오.》

《알았습니다.》

광훈은 은하의 사업과 생활에 대한 자신의 무관심성을 비판하는 심정으로 크게 대답했다.

《무슨 다른 애로는 없소?》

정우철은 차에 오르며 다시 물었다.

《없습니다.》

《좋소, 그럼 수고하오. 동무의 제의대로 동무네 돌격대에 단련된 당원들을 속히 보내주도록 대책하겠소.》

정우철의 말에 광훈은 새힘이 솟았다.

중대에 독립적인 당세포가 구성되면 자기 사업과 생활에서 얼마나 큰 방조를 받게 될것이며 집단엔 얼마나 생기가 넘치게 될것인가.

광훈은 자기 사업의 애로를 속속들이 리해해주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도록 고무와 힘을 주는 정우철이 더없이 미덥고 고맙기만 하였다. 정우철은 려단장이였고 포연탄우를 헤쳐온 혁명선배였다.

 

련재

독자감상글쓰기
Change the CAPTCHA codeSpeak the CAPTCHA code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19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