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 회)

제 2 장

4

 

중대앞에 부닥친 새로운 난관을 두고 대식은 자기나름으로 모대기며 안타까와했다.

대식은 광훈이 대렬점검의 방법으로 착암기를 다루어본 사람들을 찾아내려 했을 때 애당초 아무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20대를 전후한 젊은 사람들에게 착암기를 다루어본 경험이 있다면 얼마나 있고 광산이나 탄광밥을 먹어보았다면 얼마나 먹었으랴.

광산이나 탄광에서 일해온 사람들도 아니고 대부분 도시나 군소재지에서 살아왔으며 경로동부문 아니면 사무기관에서 온 사람들, 복동이처럼 중학교를 갓 나온 책상물림들한테서…

《들어올만 합니까?》

천막휘장이 들리더니 재선이 중대부로 들어섰다.

《몇명이나 되오?》

광훈은 중대부 한가운데 놓인 긴 책상앞 의자에 앉은채 재선이 내여미는 착암경험자들의 명단을 받아쥐며 묻는다.

《137명입니다.》

재선은 구두뒤축을 딱 붙이고 차렷한채 대답했다.

《꼭 한명이 모자라는 절반인원이구만. …》

광훈은 빙그레 웃으며 착암경험자들의 명단을 뒤적거린다.

중대부 한구석 자기 책상앞에 앉아있던 대식은 밖으로 나가려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천막안에 그냥 앉아있어야 속만 더 상할것 같았다.

대식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기척을 느꼈는지 광훈쪽을 향해 서있던 재선이 대식한테로 돌아섰다.

《부중대장동지! 편지가 왔습니다.》

기통수가 오늘 려단에 가서 우편물을 찾아온 모양이다.

재선이 내여미는 편지를 무심히 받아들던 대식은 놀랐다. 편지는 뜻밖에도 옥주한테서 온것이였다. 편지겉봉에 씌여있는 옥주라는 이름을 알아보는 순간 대식은 가슴이 후두두 뛰였다.

재선은 편지를 전해주고나서 광훈한테로 다시 다가가 등지고 돌아섰건만 대식은 자기 책상앞으로 물러가 광훈이며 재선을 등지고 섰다.

대식은 마음을 진정하고나서 편지겉봉부터 다시 훑었다.

《북창화력발전소건설장에서 오옥주 올림》

편지겉봉에는 분명 이렇게 씌여있었으나 이상하게도 글씨가 달랐다.

편지겉봉에 씌여진 글씨는 정자로 또박또박 박아쓴 고운 글씨였다. 옥주의 글씨는 그렇지 않았다.

대식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편지봉투를 급히 뜯었다.

겉봉에는 옥주이름이 적혀있었으나 편지는 옥주한테서 온것이 아니였다. 옥주와 대식의 관계를 잘 아는 어린시절동무한테서 온것이였다.

짜개바지를 입고 수수대말을 타며 군사놀이를 함께 다녔고 고중을 졸업한 후 군직물공장에서 수리공으로 일하던 그는 옥주가 화력발전소건설장으로 떠나던 때 같이 갔었다.

대식과 옥주와의 결별내막을 다 모르는 송아지적 동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대식이, 난 이번에 당원이 되였네. 멀지 않아 옥주동무도 당원이 될걸세. 옥주동무의 편지를 받아 동무도 이미 알고있으리라고 생각하네만 옥주동무는 이번에 평양에 등교수업을 가네. 등교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곧 입당하게 될걸세.

편지를 다 읽고나서 대식은 한동안 멍히 서있었다.

대식은 어렸을 때 피리를 잘 불었다.

소학교때 대식은 학생소년예술축전에 참가하여 입선도 했고 중앙무대에서 여러번 공연도 했었다.

대식은 예술가가 되려고 열심히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체육구락부에서 롱구감독으로 일하는 외삼촌이 하루는 대식이네 집에 왔다가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타고난 재간이 있어야 하는거야. 모든 일이 다 그런 법인데 우선 번호가 맞아야 하거던. …》

《삼촌, 번호가 뭐예요?》

《글쎄, 뭐라구 설명할가… 쉽게 말하면 노력 하나만으로는 안된다는 소린데… 일이란건 척척 맞아 돌아가야지 억지로 하자고 해서는 안된단 말이야. 내가 보건대 너한테는 예술보다 체육이 더 어울릴것 같다. 넌 체격이 천성적인 롱구선수야.》

젊은 시절에 품었던 포부는 대단했고 예술과 체육에 어느 정도 재간도 가지고있었으나 어느 하나도 자기 뜻을 이루지 못한 외삼촌은 숙명론에 빠져있었다. 그의 숙명론적인 이 말은 어린 대식의 의식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이때부터 대식은 롱구에 취미를 가지였는데 중학교를 졸업하고 체육전문학교에 가게 됐다.

체육전문학교에서는 대식의 재능을 이모저모로 따져본 후 그더러 배구를 하라고 했다.

그간 손에 익었던 롱구보다 배구는 뜻대로 안되였고 체육을 전업으로 한다는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였다.

대식의 어머니는 그가 체육하는것자체를 바라지 않았다. 사십대 한창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어린 아들딸 남매를 키우며 오늘까지 조산원으로 살아오는 어머니는 대식더러 생활에 보다 절실히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을 배우라고 했다.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하느니라. 한가지 재간은 가지고있어야 어디 가나 제 한몸 건사할수 있단다.》

배구에서 자기의 발전전망이 그리 크지 못하리라는 위구를 느껴오던 대식은 어머니의 권고대로 중도에서 체육전문학교를 그만두고말았다. 대식은 그때부터 일하면서 배워 꼭 한가지 기술을 소유하리라 결심했다. 대식은 그때 건설공학에 취미를 가졌는데 통신으로 고등건설전문학교를 졸업했고 재치있는 기술혁신안을 련거퍼 몇건이나 제기하는 바람에 자기가 일하는 군건설대안에서 《재간있는 사람》, 《창의고안명수》로 불리우게 됐다.

대식의 소질은 여기서도 나타났지만 그는 자기가 생각한것들을 하나도 생산에 도입하지 못했다.

기술이 있고 재간이 있어야 어디 가나 자기 한몸 건사할수 있다는 어머니의 실무적인 생활신조를 그대로 받아들인 대식은 자기가 무엇때문에 기술을 배우고 창안해야 하는지 생각 못했고 그저 발명가로 이름을 날리리라는 허영에 들떠있었다.

대식이 들떠있는 자신을 심각히 깨닫게 된것은 옥주라는 한 처녀를 사랑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어느날 옥주는 이렇게 물었다.

《연구한다던 미장기계는 어떻게 됐어요?》

《집어치웠소.》

《왜요?》

《그 잘난데 머리를 썩이느니 다른걸 하는게 훨씬 나을거요.》

《동무는 그게 탈이예요. 왜 우물을 파도 한우물을 파지 못해요?》

《내가 말이요?》

《그래요. 동무는 정말 들떠 살아요.》

대식은 옥주의 말에 모욕을 느꼈다. 하지만 대식은 그가 옳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북부탄전개발지로 떠나가는 동무들을 바래주고 돌아오던 어느날 옥주는 대식에게 이렇게 물었다.

《우리는 늘 이렇게 남들에게 꽃다발이나 안겨주고 박수를 쳐야 할가요?》

《나도 뭔가 좀더 보람찬 일을 하고싶소.》

《우리 발전소건설장에 안 가겠어요? 군청년동맹에서 그러는데 이제 얼마 안있어 발전소건설장에 파견할 사람들을 추천한대요.》

《좋소, 같이 갑시다.》

대식은 옥주와 함께 떠나기로 약속했으나 갑자기 앓게 되면서 그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처음엔 감기인줄 알았는데 병원에선 페가 나빠질 위험이 있으니 건강에 주의하라고 했다.

대식의 어머니는 그러다 결핵에라도 걸리면 일생을 망친다면서 떠나도 건강을 회복하고 떠나라고 붙들었다. 대식은 어머니한테 지고말았다.

《내 그럴줄 알았어요. 이제는 동무와 만날 기회가 없을것 같아요.》

화력발전소건설장으로 떠나던 날 옥주는 내놓고 대식한테 이런 면박을 주었다.

진심으로 사랑하던 처녀한테서 이런 말까지 듣게 된 대식의 마음은 이만저만 괴롭지 않았다.

확실히 지금까지 자기는 그 무엇에 쫓기는 심정으로 조바심치며 들떠 살아왔다.

한가지라도 더 많은 일을 하고 하루라도 빨리 공을 세우려는 대식의 조바심은 아버지문제와 결부되여있었다.

대식이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는 별로 크지는 않아도 한개 기업소를 책임진 지배인으로 일하였다.

아버지네 기업소에서 큰 화재사고가 일어나고 여러명의 인명피해가 생겨났다.

아버지는 법적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되였다.

아버지는 몇해만에 집에 돌아왔으나 나라앞에 저지른 잘못을 자기 손으로 깨끗이 씻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대식은 하루빨리 공을 세우고 당원이 되여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남겨준 오명―법적처벌을 받은 사람의 자식이라는 감투를 벗어버리고싶었다.

무엇이나 남만큼은 할수 있는 힘과 지혜와 정력이 자기한테도 있는것은 사실이였지만 자기는 다방면적이던 재능중에서 어느 하나도 발전시키지 못했고 무엇 하나 해놓지 못했다.

자기가 조바심에 들떠 살아오지만 않았더라면, 하던 일들을 중도에서 집어버리지만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얼마나 많은 일을 더했을것이며 자기 발전에서도 얼마나 더 성공했을것인가.

소년예술축전에 함께 다니던 동무들중의 한 처녀는 벌써 공훈배우가 되였고 자기가 배구시합에서 순간타격으로 재치를 보이던 때 자기보다 훨씬 기술이 어리던 체육전문학교시절의 한 동창은 지금 중앙팀의 일급선수로 국제무대에까지 진출했다.

자기만이 제자리에서 답보하고있었고 생활에서 이렇다 할 아무런 성과도 이룩하지 못했다.

이것은 그래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니였다. 이것은 자기 개인의 문제였다.

대식은 자기가 사회주의건설의 어렵고 힘든 일에 앞장서라는 당의 부름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그런 나약한 사람이 되리라고까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사정이 어떻든 자기는 어머니의 눈먼사랑을 이겨내지 못했고 옥주와 함께 선뜻 건설장으로 떠나지 못했다.

이것은 멸시를 받아 마땅한 잘못이였다.

숙명론에 빠져버린 외삼촌의 말을 기계적으로 생활에 받아들인 후과는 컸다. 외삼촌의 숙명론은 곤난을 뚫고 이길수 있는 굳센 의지를 단련하는데 방해를 주었고 조바심과 허영심만 키워주었다.

대식은 길지 않은 자신의 지난날을 총화지으며 난생처음 자신에 대한 환멸의 비애를 느끼였다.

그러면서도 대식은 날로 자라오르는 반발심을 억제할수 없었다.

그러던차에 대식은 새 청년철길건설이 시작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들뜬 기분을 버리고 참되게 살자. 우물을 파도 한우물을 파는 법을 배우자. 대자연개조의 벅찬 로동속에서 자신을 단련하여 지난날의 대식이가 아님을 보여주자. 나라의 동서부를 련결하는 새 칠길건설장에서 아버지가 나라앞에 저지른 잘못을 씻자.)

그리하여 대식은 새 철길건설장으로 탄원했다. …

대식은 광훈이며 재선에게 자기 마음을 엿보이고싶지 않아 중대부를 나섰다. 작업장쪽으로 걸어가던 대식은 《갈매기다리》목에 이르러 개울가의 풀밭에 자리잡고 앉았다.

어두운 밤하늘에선 금모래은모래를 뿌려놓은듯 별들이 반짝인다.

주위의 우중충한 산발들은 어둠속에서 앞으로 한걸음 다가앉은듯 낮보다 훨씬 가까와보이고 고미탄천물소리며 승리다리 개울물소리는 온 골안을 울린다.

한적한 곳에 홀로 앉아있느라니 대식은 느닷없이 첫사랑이 추억되면서 언젠가 그가 하던 말이 새삼스레 생각났다.

《동무는 그게 탈이예요. 왜 우물을 파도 한우물을 파지 못해요?》

자기가 미장기계연구를 포기했을 때 옥주가 충고하던 말이다.

발전소건설장으로 떠나면서 하던 그의 말마디들은 지금도 가슴을 몹시 아프게 허비였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은 기쁘고 즐거운것이라고 말해왔다. 대식은 그것이 얼마나 괴롭고 가슴아픈것이기도 한것인가를 자신의 체험을 통해 절실히 느끼고있었다.

한때 대식은 자기가 옥주를 단념해버렸다고 생각해왔었다.

잊어버리려 애쓸수록 잊혀지지 않는 옥주였다.

발전소건설장으로 떠난 후 옥주는 한장의 편지도 보내오지 않았다.

이제는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것 같다는, 절교를 선언해버리고간 사람을 아직 잊지 못하는것은 무엇때문인지…

대식은 조금전에 받은 송아지적 동무의 편지 한구절이 떠올랐다.

《대식이, 난 이번에 당원이 되였네. 멀지 않아 옥주동무도 당원이 될걸세. …》

대식은 자기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준 그가 더없이 고마우면서도 이순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오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대식은 어린시절부터 친하던 동무의 입당을 축하하여 지금 당장 편지를 써보내고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옥주며 자기를 잘 아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눈으로 볼수 있는 보람찬 일을 해놓기 전에는, 그리하여 자기도 가슴에 붉은 당원증을 품게 되기 전에는 편지를 할수 없었다.

《후-》

대식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자신의 지난날을 부정하게 될수록 대식은 지난날의 자기가 아님을 어서 보여주고싶었다.

대식이 미끄럼식방법의 위력을 한시빨리 나타내고싶어하는 리유의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어둠속에서도 개울물은 쉬임없이 주절대며 흘러간다. 달은 벌써 기울기 시작했다. 물우에 뛰여노는 달빛은 수은처럼 차거웁다.

밤이슬때문인지, 개울물에 땅이 젖어올라선지 엉치가 축축했다.

대식은 엉치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계를 보니 벌써 밤 열두시가 넘었다.

하는 일 없이 너무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중대부쪽으로 걸어가던 대식은 쇠붙이가 절거덩거리는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대식은 한동안 두귀를 강구었다. 야외창고쪽에서 쇠붙이가 돌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요즘에는 밤작업을 모두 중지시켰다. 밤일 나온 사람들이 없을텐데 이상했다.

대식은 부닥치는 예감에 《갈매기다리》를 건너 야외창고쪽으로 걸음을 옮기였다.

(아차, 내가 잘못했구나.)

대식은 오늘 밤 자기가 야외창고에 경비를 조직하지 못한것을 후회했다.

새로운 건설과제가 제기될 때마다 건설장에서는 건설설비와 자재들을 어물쩍해 가져가는 일이 드문히 생겨났다.

그것도 그럴것이 철길건설은 지금 시작에 불과했다.

6개년계획의 여러해분과제로 제기되였던 철길건설을 1년남짓한 기간에 건설하자고 하니 순차별로 계획되였던 설비와 자재를 단번에 보장받기가 쉽지 않았다.

매일이다싶이 역에는 설비와 자재가 도착했으나 어떤 때는 따치까나 광차 한대때문에 중대와 중대, 대대호상간에 싱갱이질이 벌어졌다.

대식은 숨을 죽이고 야외창고로 접근했다.

광차바퀴들과 낡은 광차, 레루 등을 쌓아둔 야외창고곁에서 얼른거리는 그림자가 보이였다.

《영차-》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리며 용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쿵 하고 무거운 물체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인기척으로 미루어보면 남자가 아니라 녀자인것 같았다.

(하, 이 처녀들이 담도 크다.)

대식은 혼자소리로 중얼거리며 몇걸음 더 다가갔다. 대식은 쌓아올린 파철더미를 에돌아 잡관목을 헤쳤다.

한 처녀는 앉아있고 한 처녀는 일어서서 무엇인가를 들어올리려고 애를 쓴다.

《영차-》

일어선 처녀는 악을 쓰며 무거운 물체를 머리우로 들어올렸다가 그것을 내던진다. 쿵 하고 떨어진 물체는 돌에 부딪치며 아츠러운 소리를 내더니 딩굴딩굴 굴러간다.

지금까지 무거운 물체를 들던 처녀는 그 자리에 앉고 앉아있던 다른 처녀가 길다란 물체앞에 다가서서 력기선수처럼 그것을 또 들어올린다.

지금 력기련습하듯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리고있는 사람은 뜻밖에도 태선이였다. 태선은 지금 작업복 웃옷을 벗어버린채 광차바퀴를 들어올리고있었다.

그옆에 앉아있는 처녀는 수덕이 분명했다.

남들이 다 자는 깊은 밤에 인적없는 다리건설장 강기슭의 야외창고곁에서 두 처녀는 지금 광차바퀴 들어올리는 련습을 하고있었다.

광차바퀴를 가슴우로 들어올리느라고 안깐힘을 쓰고있는 태선의 얼굴에서는 땀이 달빛에 번들거렸다.

《영차-》

광차바퀴를 가슴높이까지 들어올렸던 태선은 쿵 하고 내던지더니 그자리에 주저앉는다.

《야, 죽겠구나.》

태선의 말이다.

《력기선수들은 저런걸 어떻게 척척 들어올릴가? 난 서른번은커녕 한번도 못 들것 같구나.》

수덕이 낮고 부드럽게 말했다.

《어제보다는 발전하지 않았니…》

《그래두… 넌 서른번을 들것 같니?》

《자꾸하면 되겠지 뭐. …》

《쉽지 않을거야. …》

《그런 나약한 소리는 작작해. 어제 저녁먹구 박대식부중대장이 고치던 착암기 못 봤어? 진종일 그 무거운 착암길 다루자면 어떻게 해서라도 서른번을 들어올려야 해.》

열을 올리는 태선의 말이다.

《옳아, 네 말이 옳아.》

수덕이 고무하듯 말한다.

수덕의 말에 태선은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광차바퀴를 들려고 용을 쓴다.

팔힘을 키우려고 한밤중에 광차바퀴를 가지고 남모르게 력기훈련을 하고있는 두 처녀를 보는 대식은 얼굴이 뜨거워올라 돌아서고말았다.

그제 밤 두 처녀는 대식을 찾아왔었다. 두 처녀는 무턱대고 착암기술을 배워달라는것이였다.

대식은 중대앞에 제기된 난관을 자신들이 맡아 풀어보려는 두 처녀의 마음이 고맙고 아름답게 느껴지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식은 착암기를 배우겠으면 우선 팔힘이 세야 하니 광차바퀴를 한 서른번 들 자신이 있냐고 롱처럼 물었었다.

그런데 지금 이들 두 처녀는 고지식하게도 자기의 롱말을 그대로 믿고있는것이 아닌가?

대식은 자기가 이들 두 처녀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것 같은 심정이였다.

이들처럼 이악하게 달라붙는다면 착암을 못해낼것도 없고 승리다리기초굴착에서 부닥친 난관을 극복 못할것도 없다. 겨울이 되고 고미탄다리건설에서 미끄럼식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고 승리다리건설이 좀 늦어진다면 어떠랴.

다리기초굴착만 끝나면 승리다리건설에서도 미끄럼식방법을 얼마든지 도입할수 있었다.

다리기둥이 높고 많은 고미탄다리보다는 승리다리가 미끄럼식방법의 위력을 발휘하는데서 불리하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아서는 안된다.

불리한대로 이제라도 분발해야 한다.

대식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자기 생각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지금 대식의 심정은 백메터선수가 이러저러한 사정때문에 자신있는 백메터경기에 참가하지 못하고 중거리경기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각오와 결의를 다지는 경우와 비슷했다.

 

련재

독자감상글쓰기
Change the CAPTCHA codeSpeak the CAPTCHA code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19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