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제 2 장

3

 

재선의 비판을 받고나서부터 광훈은 요즘 자기의 작업공구들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보게 되는것이였다. 광훈에게는 작업장을 돌아보거나 일하러 나갈 때마다 꽁무니에 차고다니군 하는 손도끼며 뻰찌가 있었다. 다듬어질대로 다듬어지고 손때가 올라 반질거리는 자그마한 자루가 달린 손도끼와 손잡이에 파란 비닐테프를 감은 그 뻰찌는 광훈이 청진-라진철길건설장에서부터 써오는것이였다.

이외에도 광훈에게는 공구들이 많았다.

갈아입을 옷가지며 요긴한 학습교재 몇권이 들어있는 배낭을 내놓고 털어야 먼지밖에 나올게 없는 광훈이였지만 그한테 공구함만은 기막힌게 있었다. 얇다란 널판자로 만들어 엄나무고급단판까지 붙인 그 공구함에는 없는것이 없었다.

톱과 자귀, 대패, 망치, 못뽑이를 비롯한 목공도구며 각종 규격의 줄칼, 쇠자, 나사틀개, 만능스파나, 끌 등 웬만한 일을 대체로 혼자서도 할수 있는 여러가지 공구가 큰 트렁크만 한 함에 한가득 차있었다.

새 작업장에 찾아갈 때마다 가지고다닌 그 공구함은 공사가 끝날 때가 되면 거의 비군 했다. 빌려갔던 사람이 잃어버리거나 쓰다가 마사지기도 했고 어떤것은 탐내는 사람들에게 주기도 했다. 새 작업장으로 찾아갈 때면 광훈은 텅 비다싶이한 공구함을 새로운 공구들로 다시 채웠다. 이것은 철길건설장 생활에서 하나의 습관처럼 되였다.

광훈에게 이런 습관이 생긴것은 작업반장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이전의 광훈네 작업반장은 다른 건설사업소 부직장장으로 소환되여가면서 광훈에게 자기 직무를 인계했다.

그는 광훈이에게 작업반장직무와 함께 자기가 써오던 뻰찌와 손도끼를 넘겨주었다.

《작업반장임무를 원만히 수행하자면 이런것두 필요하네. 작업반장은 우선 무엇보다도 자기 작업반원들이 일할수 있는 작업조건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하거던. …》

이전의 작업반장이 광훈에게 넘겨준 이 경험은 한동안 그한테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어느 작업장에 가서 무슨 일을 하게 되든 그곳에서는 새 작업도구와 공구들을 내여주었다. 하지만 아무때고 자기가 쓰고싶은 때 쓸수 있으며 자기의 손때가 오른 공구들만 못했다. 철길건설자들은 로반을 따라 숙소와 일터를 옮겨야 했다. 새 일을 시작할 때마다 항상 자신들이 먹고 자고 쓸수 있는 보금자리부터 꾸려야 했던탓에 광훈이 자기 사사용품으로 가지고다니군 하는 여러가지 공구들은 많은 도움을 주었고 광훈은 그 공구들덕택에 자기 작업반원들에게 마사진 삽과 곡괭이 등 작업도구들을 제때에 수리하여줄수 있었으며 작업조건을 충분히 마련해줄수도 있었다.

이때부터 광훈에게는 자기식의 속생각이 생겼다.

지휘관은 첫째, 자기가 데리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제때에, 정확히 명령과 지시를 줄줄 알아야 한다.

둘째, 정확히 지시하고 총화지을뿐아니라 그 지시내용을 정확히 집행할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조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광훈은 이번에 새 철길건설장을 찾아올 때도 새 작업공구들을 한가득 마련해가지고왔고 작업장을 돌아보다 마사진 작업도구들이 눈에 띄면 권총처럼 차고다니는 손도끼와 뻰찌를 꺼내드는것이였다.

작업장에서 대원들이 일을 하다 갑자기 마사진 작업도구를 수리하려고 광훈에게 손도끼와 뻰찌를 빌려달라고 할 때면 그는 대부분 제 손으로 그것을 수리해주었다. 이러는것을 광훈은 지금까지 남모르는 자랑으로 가슴속에 은근히 품어왔었다.

광훈은 자기 꽁무니의 손도끼와 뻰찌만은 자기의 모든 공구들을 공무소대에 넘겨줄 때 넘겨주지 않았고 무슨 치레거리처럼 늘쌍 차고다니면서 군관들이 자기의 휴대용권총을 소제하듯 틈이 나는대로 닦고쓸며 닥달질해왔었다.

지금까지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다루어왔고 은근히 자랑으로까지 여겨오던 뻰찌와 손도끼가 광훈은 요즘 웬일인지 거치장스럽게 느껴졌고 지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것으로까지 생각되였다.

한개 작업반인원을 인솔하는데서 그 뻰찌와 손도끼가 적지 않게 도움을 준것은 사실이였으나 삼백여명에 가까운 청년들과 사업하는데서는 너무도 무력했다.

돌격대원들과 함께 온종일 삽질을 하다가 일을 끝내고 중대부로 돌아온 광훈은 꽁무니에서 손도끼와 뻰찌를 뽑았다. 광훈은 천막 한가운데 가로놓인 탁자우에 손도끼와 뻰찌를 올려놓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이 깊었다.

수덕과 태선이 중대부로 들어서는 바람에 광훈은 생각에서 깨여났다.

지금까지 천막 한가운데 서있던 광훈은 먼저 자기가 자리잡고 앉으며 두 처녀한테 의자를 권했다. 두 처녀는 웬일인지 우물쭈물거리며 의자에 앉으려고 하지 않았다.

왜들 그러냐고 물어보는 광훈의 눈길에 수덕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히였고 태선은 슬며시 외면했다.

《자, 여기 와서들 앉소. 무슨 일이요?》

광훈은 두 처녀에게 거듭 의자를 권하며 친절히 물었다.

《저…》

태선은 문가에 그냥 선채 입을 열었으나 한참동안 갑자른 후에야 어색해하며 다음말을 이었다.

《저… 중대장동지… 저… 제기할게 있어 찾아왔습니다.》

태선의 말에 용기를 얻은듯 수덕도 숙였던 머리를 들었다.

《오늘 갑자기 왜들 그러오? 무슨 일이요?》

《저… 저희들에게 착암기를 맡겨주십시오.》

《착암기를?》

광훈은 태선의 말뜻이 리해되지 않아 이렇게 되물었다.

《예, 저희들도 자신이 있습니다.》

태선이 말하자 이번엔 수덕도 한마디 했다.

자신있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되묻는걸 두 처녀는 중대장이 자기들에게 정말 착암기를 다룰수 있는가고 따지는 말로 리해한 모양이였다.

《자, 여기와 앉소. 앉아서 차근차근 이야기하오.》

《래일쯤 착암기가 온다는데요 뭐.》

《그걸 저희들에게 맡겨주십시오. 정말 자신이 있습니다.》

두 처녀가 앉지도 않고 문가에 선채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해서야 광훈은 그들이 찾아온 목적을 짐작할수 있었다.

《전사참모부》의 통보는 빨랐다. 군대에서처럼 돌격대안에서도 《전사참모부》는 활동하고있었다.

기통수와 방송원, 현장속보원 등 지휘관들과 비교적 접촉이 많은 직무를 맡은 돌격대원들 그리고 이러저러하게 지휘관들을 만나게 되는 각양각색의 촉기빠른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전사참모부》는 단편적인 사실들과 한두가지 징후만 가지고도 자기네 지휘관들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결심이라든가 새로운 건설과제 등 여러가지 새 소식들을 놀라울 정도로 빨리 알아내군 했다.

려단에서 착암기를 래일 보내겠다는 전화통지를 광훈이 받은지는 불과 몇시간전이였다. 벌써 이 사실이 알려졌고 두 처녀는 그 착암기를 자기들이 다루겠다고 찾아왔다.

광훈은 중대앞에 나선 애로를 자기들이 맡아나서겠다는 이들 두 처녀가 고마왔다. 하지만 광훈은 어쩌나 보느라고 자기 속을 내보이지 않았다.

《글쎄… 기초작업을 하자면 착암기를 가져오긴 해야겠는데…》

어정쩡한 광훈의 말에 태선은 가만있지 않았다.

《중대장동지, 저희들은 얼마든지 착암을 해낼수 있습니다. 부중대장동지는 우리보구 광차바퀴를 서른번 들어올려야 착암기를 주겠다는데… 그것도 해낼수 있습니다.》

태선의 말에 수덕도 조르듯 덧붙인다.

《정말입니다. 녀성착암조를 만들고 저희들에게 착암기를 맡겨주십시오.》

어렵고 힘든 일이 제기될 때마다 녀자들이라고 따돌리는 지휘관들의 처사에 지금까지 적지 않게 불만을 품고있는 두 처녀는 한걸음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광훈은 가슴이 뭉클했다.

《동무들! 나는 동무들이 능히 착암기를 다루어내리라고 믿습니다. 내가 동무들의 제의를 지지하는것은 착암하는데 녀동무들의 손까지 빌리기 위해서가 아니요. 동무들 아니고도 우리 중대엔 착암기를 다룰수 있는 남자들이 얼마든지 있거던. 무엇이든지 마음만 먹으면 해낼수 있다는 립장과 어렵고 힘든 일에 앞장서려는 동무들의 그 마음이 고맙고 귀중하기때문에 나는 동무들의 제의를 적극 지지합니다.》

광훈은 두 처녀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두 처녀한테서 힘을 얻은 광훈은 하나의 그럴듯한 생각이 떠올라 저녁점검때 중대전원을 모이게 했다.

대대적인 발파를 하기 위해서는 굴일경험이 있거나 착암기를 조금이라도 다루어본 사람들을 찾아야 했다.

그들로 기둥분대를 조직하여 한개 소대에 한개 분대씩 둔다면 기초굴착에서 발파문제를 해결할수 있었다.

광훈은 정렬해선 대렬을 향해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중대 제 구령을 들으시오. 광산이나 탄광에서 굴일 해본 경험이 있다든가 착암기를 다루어본 사람은 대렬 세보앞으로 나오시오!》

광훈의 말이 떨어지자 대렬속에서는 혼란이 일어났다.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정렬했던 대렬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대렬밖에 나선 사람은 예상외로 중대성원의 근 절반이나 되였다.

광훈은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광훈은 대렬앞에 나선 사람들을 따로 정렬시키고나서 본래대렬과 마주서게 했다.

광훈은 대렬앞에 나선 사람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광훈이 김재선앞에 걸음을 멈추자 재선은 장대한 체구를 꼿꼿이 편채 큰소리로 말했다.

《2소대장 김재선.》

《언제 굴일을 했소?》

《군대에 있을 때 갱도공사를 했습니다.》

《얼마나 했소?》

《한 1년 착암을 했습니다.》

재선의 대답에 광훈은 흡족했다.

《좋소.》

광훈은 다음사람앞으로 걸음을 옮기였다. 키큰 김재선옆에는 작달막한 복동이 서있었다.

《동무한테도 굴일경험이 있소?》

《전 중학교졸업반때 광산을 견학했습니다.》

복동이의 말이 떨어지자 대렬속에서는 와 하고 웃음이 터졌다.

복동은 얼굴이 빨개져 자기 말을 보충했다.

《견학갔을 때 우리는 광부아저씨들을 도와 한나절 함께 일했습니다. 그때 착암기를 다루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전 영웅광부의 수기도 읽었습니다. 정말입니다.》

복동은 사람들이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는것 같아 열을 올렸다.

그가 광산견학을 갔다가 반나절동안 광부들을 갱안에서 도와준것은 사실일수 있었고 영웅광부의 수기를 읽은것도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그것이 문제가 아니였다. 광훈은 다음사람한테로 옮겨갔다.

《1소대 돌격대원 강태선!》

태선이 녀장수풍의 실한 몸을 차렷해서며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우람찬 체격에 비해 그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탄광에서 왔다지만 그한테서 착암기술을 기대할수는 없다. 잘못했다가는 떼군인 그한테 언질이나 잡힐수 있다.

《동무한테는 수기신호재간이 있지.》

태선은 수기신호를 잘한다.

광훈은 태선을 칭찬해주는것으로 어물쩍해버리고 《좋소.》하며 그의 옆을 물러섰다.

《림수덕.》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수덕이 말했다. 농촌에서 순박하게 자란 그는 많은 사람들앞에 나서는것자체를 부끄러워했다.

《농장에 있을 때 탄캐러 이동작업을 갔댔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이였다.

《정말이요?》

광훈이 이렇게 묻자 수덕은 유순한 눈에 겁을 담고 두눈을 슴벅이더니 온몸이 긴장해졌다.

《석달이나 가있었습니다.》

농장에서 석탄캐러 이동작업을 갔던것은 두달도 못되였다. 그때 수덕은 이동작업 현지에서 동무들의 식사를 보장하였었다. 태선의 부추김을 받아 두달을 석달로 거짓말하고 무슨 큰 경험이라도 있는것처럼 이렇게 대렬앞에까지 나선 수덕은 부끄러워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라했다.

그냥 지나치려다 광훈은 다시 물었다.

《거기 가서 무슨 일을 했소?》

《취사원…》

거짓말을 할줄 모르는 수덕은 솔직하게 말하다 옆에 서있는 태선이 주먹으로 옆구리를 쿡 줴박는 바람에 입을 다물었다. 맞은편 대렬속에서 와 하고 웃음이 터졌다.

광훈도 어처구니가 없어 웃었다.

이때에야 수덕은 자기의 실수를 깨달았다. 수덕은 취사원노릇도 했지만 직접 착암기를 쥐여보았다고 자기 말을 시정보충하고싶었으나 어진 그는 거짓말을 할수가 없었다. 수덕은 얼굴이 빨개져 자기의 옷혼솔만 주무르며 고개를 푹 숙이였다.

아무리 따져보아도 신통한 굴일경험자는 없었다. 하지만 광훈은 이런 열정만 있으면 무슨 일인들 못해내랴싶은 배심이 생기며 마음이 한결 든든해졌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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