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회)

제 3 장

1

 

김정일동지께서는 댁에 데리고온 수일이에게 책상을 내주시고 자신께서는 한옆에 두리반을 펴놓으시였다.

《자, 오늘은 어제 수학숙제까지 제힘으로 다 푼 다음에야 집에 갈수 있다. 알겠니?》

《뭐, 어제숙제까지? 그야 다 지나간건데…》

《그래도 〈거짓말쟁이〉감투를 계속 쓰고싶지 않겠거든 얌전히 앉아 풀기나 해.》

수일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언제 거짓말을 한게 있느냐는 뜻이였다.

《남의 숙제장을 베껴쓴건 선생님을 속인게 아니고 뭐니? 자기자신도 속이는게구.》

그제서야 수일은 얼굴이 벌개져서 변명했다.

《다른 문젠 다 풀었는데 마지막 두문제가 힘들어서… 그래서 슬쩍 했던건데.》

《모르면 물어서라도 그날 숙젠 그날로 해야지 그게 뭐야. 소년반장이 그러면 동무들도 따라한다는걸 몰라? 이 놀새동무여!》

《헹, 친한 동무라면서 골라골라 나쁜 별명만 붙여주네. 그 버릇 개한테 떼준지가 언젠데…》

《하하… 말은 좋다! 숙제랑 잘해야 그런 소릴 듣지 않아.》

그이께서는 중학생이 됐으면 이제는 제발로 걸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모르면 옆에 자신도 있고 우철이랑 동무들이 있는데 전화로라도 물었으면 될게 아닌가고 하셨다.

《어쨌든 오늘 공부를 끝낸 다음 수학선생님을 찾아가 숙제검열을 다시 받도록 해야겠어.》

(이크, 되게 걸렸구나.)

오늘 수학시간을 앞둔 휴식시간에 수일은 그이께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얼른 그이의 숙제장에서 풀지 못한 두문제를 옮겨베꼈다. 그런데 숙제검열을 하시던 선생님이 두 학생을 지명하여 칠판에 나와 문제를 풀도록 했는데 수일이 딱 걸려들었던것이다. 제시된 문제도 신통히 보고 베낀 그 문제라 수일은 푸는지마는지 시간만 끌다가 들어왔다.

사연을 짐작하신 그이께서 《다시 그랬단 봐라.》 하듯 책상밑으로 주먹을 내들어보이시였다. 인민학교때부터 책상밑에서 내드시는 그 주먹맛을 몇번 보아온지라 수일은 열적은 웃음으로 그 순간을 넘겨버렸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그저 넘기려 하지 않으셨다. 하여 공부가 끝나자 코꿴 송아지신세가 되여 그이의 댁에 오게 된것이다.

수일은 책상앞에 나앉았다. 버릇처럼 벽에 걸린 그림족자를 흐뭇이 보고나서 책을 꺼내놓았다.

그러다 책상유리밑에 끼워놓은 글을 보고 소리내여 읽었다.

《정열, 그것은 위대한 창조의 원천이다.》

처음 보는 글인데 그이의 활달한 필체로 씌여져있었다.

《이 멋진 글은 어디서 옮긴거니?》

수일의 호기심에 그이께서는 자신께서 쓴 글이라고 하셨다.

《히야! 그런걸 난 어느 세계적인 명사의 글인가 했구나.》

《아버님의 지적을 받은 날 새 결심을 품고 쓴 글이야.》

담담하면서도 생각깊으신 어조였다.

《엉? 분단위원장동무도 아버님의 지적을 받는단 말이야?》

《나라고 왜 결함이 없겠니. 이렇게 제 동무도 잘 돕지 못하고있지 않니.》

《그거야 내가 채심 못해서 자꾸 잘못하는거구. 분단위원장동무야 학교적으로도 누구도 따를수 없는 모범생이 아니야.》

《아니, 아니야. 난 아직 아버님의 기대에 이르자면 멀고멀었어.》

김정일동지의 존안은 자책으로 어두워지셨다.

《그날도 밤늦게 돌아오신 아버님께선 나에게 오늘 통신자료에 중요한 소식이 실렸는데 봤는가고 물으셨어. 난 보지 못했다고 대답드렸어. … 그날은 내가 학교력지소조에 든 날이였어. 그래 소조동무들과 서로 낯을 익히고 소조운영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퍼그나 늦어 학교를 나섰어. 돌아오던 길에 내각도서실에 들려 책을 빌리고 아파서 학교에 나오지 못한 충남동무의 집에도 들렸댔어. 그리고 밤에는 분단총회보고서를 준비하다보니 통신자료를 미처 보지 못했던거야.

나의 대답을 들으신 아버님께서는 자신께선 중학시절에 랭방에서 끼니는 번질지언정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하시면서 지하투쟁을 할 때도 산에서 싸우실 때도 늘 그랬다고 하셨어. 그러시면서 혁명도 정열이 있어야 하고 학습도 정열이 있어야 한다는 뜻깊은 말씀을 하셨어.》

그이께서는 온밤 잠을 이루지 못하시였다. 어머님께서 들려주군 하시던 항일전의 피어린 나날들이 눈에 삼삼 어려오시였다. 전투와 행군으로 이어지는 간고한 속에서도 밤을 지새시며 우등불가에서 책을 보시고 글을 쓰시고 시와 연극대본도 쓰군 하셨다는 아버님.

오죽하셨으면 어느해인가 잠간 눈을 붙이셨던 아버님께서 잠결에 책들이 꽉 들어찬 서재에 앉아 책을 읽으시는 꿈을 다 꾸셨으랴. 그 꿈이야기가 하도 가슴을 울리시여 어머님께서는 가슴속에 고이 새겨두셨다가 해방후 그 어려운 형편에서도 아버님께 서재부터 마련해드리시였다.

지금도 아버님께서 걸으시는 길은 항일전의 그 나날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으시였다. 그런 속에서도 댁에 들어오시면 자그마한 정세자료들까지 빠짐없이 다 보군 하신다.

거기에 대면 정말 자신의 하루엔 빈구석이 있었다.

어머님께서 오늘 일을 아셨으면 얼마나 섭섭해하셨을가. 어서 커서 아버님을 위하는 훌륭한 아들이 되기를 그토록 기대하시던 어머님.

《네가 커서 할 일이 많다.》

처음 그 말씀을 들으시던 유년시절의 한토막이 가슴을 쩌릿하게 하며 안겨드시였다.

황해도에 나가셨던 아버님께서 며칠만에 댁에 돌아오신 날이였다.

먼길에 피로하신 아버님께서 금방 눈을 붙이신것을 다행으로 여기신 어머님께서는 정원에서 긴 장대로 무정하게 우짖는 새들을 쫓고계셨다. 공부방에서 글공부를 하시다 그 모습을 내다보시던 그이께서는 불쑥 엉뚱한 생각을 품게 되셨다. 하여 조심히 아버님의 침실로 들어가시였다. 그러시고는 침대옆 탁자에 발볌발볌 다가가시여 사발시계를 집어드시였다. 아버님께서 깨여나실 시간을 맞추어놓은 자명종시계였다. 시계를 보니 바늘은 벌써 맞춰놓은 시간을 가까이 하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얼른 시계바늘을 거꾸로 조금씩 돌려놓으시였다.

30분… 그리고 또 30분…

한시간을 늦춰놓고 방을 나서시는 그이께서는 장한 일을 한듯 한 기분이셨다. 어느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시는 아버님께서 오늘 낮만이라도 조금 더 쉬게 되셨다는 안도의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글공부를 계속하신지 10분도 안되여 정원앞에서 울리는 승용차의 발동소리를 듣게 되시였다. 그이께서는 놀라며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집무실에 나갈 차비를 하신 아버님께서 차에 오르고계시였다.

급히 아버님방으로 달려들어가시였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한시간뒤로 돌려놓았던 바늘이 제자리에 돌아가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싶어 쏜살같이 정원으로 뛰여나가시였다.

마침 아버님을 바래고 돌아서시는 어머님의 품에 매달리시였다.

《어머니, 난 아버님께서 한시간이라도 편히 쉬시게 하고싶었어요. 그래서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았댔어요. 그런데 아버님께선 왜 벌써 나가셨나요?》

《네가 그랬을줄 알았다. 그러나 한초도 드틸수 없는것이 아버님의 시간이 아니냐.》

어머님께서는 감동에 젖어 속삭이시며 그이의 존안을 더 가까이하시려는듯 무릎을 꿇고 앉으시였다. 하시고는 두손을 꼭 잡고 간절히 이르시였다.

《네가 커서 할 일이 많다.》

그 말씀을 어머님께서는 생전에 여러번 하시였다. 그리고 기대하시였다. 믿으시였다. 그런데 자신께선 아버님의 모자라는 시간을 두고 안타까운 시구절만 써내리지 않았던가.

 

    어제도 오늘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하루는 스물네시간

    시간의 흐름에는

    변함이 없건만

    … …

 

아니, 이제는 그저 안타까와만 하실 나이가 아니였다.

시간의 흐름은 변함이 없다지만 아버님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시간의 흐름도 돌려세워야 한다. 잊을수 없는 유년시절에 시계의 바늘로 시간의 흐름을 돌려세우려 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의지로 그렇게 하셔야 했다. 밤잠을 덜 자면서라도 아버님을 위해 자신을 더 잘 준비해나간다면, 하여 아버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 하나라도 더 늘어난다면 그것이 곧 아버님을 위해 시간의 흐름을 돌려세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밤으로 자신의 빈구석을 메우는 방대한 독서계획이 세워졌다.

여기에 새로운 계획이 더 세워졌는데 그중의 하나가 아버님의 통신자료분류를 자신께서 맡아하시는것이였다. 분망하신 아버님의 사업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어머님께서 해오시던 그 사업을 이제는 자신의 어깨에 당당히 얹으실 결심이셨다.

《난 잠시간을 한두시간으로 줄일 계획을 세웠어. 잠을 적게 자고 짬시간을 효과있게 리용하는것밖에는 다른 길은 없어.

그렇게 하자면 정열에 불타야 해. 세상에 이름난 명인들도 하나같이 무서운 정열가들이였어. 난 혁명도 정열이 있어야 하고 학습도 정열이 있어야 한다고 하신 아버님의 말씀을 심장에 새기며 이 글을 쓰게 됐어. 난 앞으로 이 글을 나의 좌우명으로 삼고 학습하고 생활하려고 해.》

그이의 말씀을 들으며 수일은 유리밑의 구호를 다시한번 속으로 따라외웠다.

(정열, 그것은 위대한 창조의 원천이다.)

신통히 자기에게 부족한 정열을 두고 위대한 창조의 원천이라고 하고있었다. 그럼 난 앞으로 훌륭한 사람이 될수 없다는 소리가 아닌가.

(아니, 그럴수 없어. 나도 남들처럼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하면 되는거야. 정열이란게 별다른걸가.)

수일은 말했다.

《나도 정열가가 될테야.》

《수일이, 꼭 그렇게 돼야 해. 그 좋은 머리에 정열만 있으면 못해낼 일이 뭐가 있겠어?》

《내 머리도 좋다구?…》

《그럼, 우리 동무들속에 너처럼 새로 나온 노래나 한번 본 영화를 즉석에서 외워대는 애가 몇이나 되니. 애들을 웃기는 기지있는 익살은 이 손이나 발에서 나온다던?》

《헤, 그거야 뭐…》 하며 수일은 버릇처럼 자기의 커다란 귀박죽을 주물럭거렸다. 금방 같이 본 영화도 그자리에서 대사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워대는 그를 보고 애들이 희한해할 때마다 귀박죽을 당겨보이며 《큰 그릇에 물이 많이 담기는 법이야.》 하고 너스레를 떨던 수일이였다.

그이께서는 정색해서 말씀하셨다.

《천성인데도 있지만 기본은 머리야.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건 불타는 정열이야. 학생의 첫째가는 임무는 공부를 잘하는것이라고 하신 원수님의 말씀을 꼭 관철하겠다는 결심을 품고 달라붙으면 힘든 문제가 따로 없고 못 풀 문제도 하나 없어. 난 네가 글씨련습을 직심스럽게 하는걸 보면서 그 성격도 문제없이 고쳐낼수 있다고 봤어.》

《알겠어. 내 꼭 그렇게 하겠어.》

김정일동지께서는 동무의 첫걸음을 손잡아 떼여주는 심정이 되시여 그가 힘들어하는 사칙계산문제풀이법을 하나하나 깨우쳐주시였다. 공식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원리적으로 파악하도록 하시고 그 공식에 맞춰 문제를 푸는 순서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셨다.

차츰 수일이 자신심을 가지고 달라붙는게 알렸다.

그이께서는 풀이방법이 서로 다른 문제들을 제시하고 풀어보도록 하시였다.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시다가 그가 갑자르는 대목에 가서는 《식을 다시한번 세워봐.》 혹은 《계산순서가 그렇게 되니?》 하시며 그의 사고를 슬슬 튕겨주군 하셨다. 수일이 문제들을 다 풀어내자 그렇게 맘먹고 달라붙으면 되지 않는가고 하시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수일이가 제힘으로 몇문제 더 풀어보게 하고서야 마음을 놓으시였다.

수일은 흥이 나서 책보를 싸더니 제켠에서 먼저 수학선생을 찾아가겠다는 말을 꺼내며 서둘렀다.

그런 그를 정담아 보시며 그이께서는 소조문제를 꺼내시였다.

초급1학년에서도 벌써 많은 애들이 소조생활에 참가하고있다. 하지만 수일은 아직 이렇다할 결심이 서있지 않았다.

처음 소조원선발이 한창일 때 예능분과의 한 교원이 수일을 찾아와 음악소조에 들 의향이 없는가고 물은적이 있었다. 아버지가 유명한 작곡가이니 아들도 천성적인 재간과 취미가 있을것이라고 단정한것 같았다. 수일은 그에 쉽게 응했다.

그런데 김정일동지께서 력사지리소조원이 되시자 즉시로 결심을 바꾸었다. 그이께서 음악소조에 들겠다고 한건 뭐냐고 하시자 수일은 거리낌없이 말했다.

《분단위원장동문 음악을 제일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난 분단위원장동무가 음악소조에 들줄 알았지 뭐.》

동무따라 강남간다는 식이였다. 그 마음은 좋은것이나 그것은 목적지향적인것이 못되였다. 그렇게 되면 그애 성격으로서는 얼마간은 재미가 동해 다닐수 있으나 인차 흥미를 잃게 될것이다.

그래 수일이더러 생각을 더 해보고 부모님들과도 소조문제를 토론해보라고 하셨던것이다.

《난 무조건 력지소조에 들겠어. 분단위원장동무도 말했지?

원수님의 혁명력사를 따라배우는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부모님들도 분단위원장동무를 따라하는 일은 언제나 찬성이거던.》

《그렇다면 좋아! 네가 그런 립장이라면 난 반대없다.》

그이의 지지에 마음이 들떠 일어서던 수일은 《아참.》 하며 도로 주저앉았다.

《분단위원장동무, 마야꼽스끼란 사람이 그렇게 유명한 시인이야?》

《응, 쏘련사람들속에서 훌륭한 시인으로 받들리는 사람이야.》

수일은 알만 하다는듯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러니 우철이도 앞으로 대단한 시인이 되겠다는거구나.》

《우철이가 뭐라 하던?》

《문학소조에 들던 날 나한테만 가만히 말했어. 자기의 목표는 앞으로 〈조선의 마야꼽스끼〉가 되는거래.》

《〈조선의 마야꼽스끼〉?…》

김정일동지께서는 우철이 늘 옆구리에 《마야꼽스끼시선》을 차고다닌다 했더니 그런 속궁냥이 있어 그랬구나 하고 생각하셨다.

《한데 나한텐 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가?》

《아직은 비밀에 붙여달랬어. 특히 분단위원장동무가 알면 안된다고 했어.》

《그건 왜?》

《분단위원장동무앞에서야 어디 말할 체면이 됐어? 분단위원장동문 벌써 시를 발표하고 전국적으로 1등까지 했는데. 우철인 이제 좋은 시를 쓴담에 떳떳이 말하겠다고 했어.》

《그래?… 우리 동무들속에서 훌륭한 시인이 나온다는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여기서 말씀을 끊으시였다. 우철이네가 내놓았던 벽보초안이 느닷없이 떠오르시였다. 외국의 광장에서 하얗게 날아오르는 비둘기떼…

그런데 이번에는 《조선의 마야꼽스끼》가 되겠다고 하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자연 생각이 깊어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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