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회)

제 2 장

1

 

고미탄건설지구는 아직 본격적인 철길건설장맛이 나지 않았다. 뻗어가는 로반도 없었고 쌓아올린 옹벽이나 일떠세운 구조물도 보이지 않았다.

다리기둥이 하나도 솟아오르지 못해 처음 오는 사람들은 앞으로 고미탄다리가 어느 방향으로 놓이는지조차 짐작하기 힘들었다.

보이는것은 몇개의 다리기초와 파올린 흙무지뿐이였다. 그것도 서로 다른 두 골짜기에 널려있어서 눈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건설장에서 이채를 띠는것은 청년돌격대원들이 숙소에서 작업장으로 드나들기 위해 고미탄천곁가지개울에 건네놓은 다리다. 나무다리는 볼모양이 없으나 이름만은 아름다왔다. 공사가 끝나면 헐어버릴 초라한 이 다리에 돌격대원들은 《갈매기》란 이름을 달았다.

난생처음 제 손으로 놓은 다리여서 돌격대원들은 나무다리기둥을 고르로운 높이로 세우지 못했다.

그래 옆에서 보면 다리가 직선이 되지 못하고 란간이 두개의 곡선을 그리였다. 다리가운데기둥이 제일 낮아서 다리 한가운데가 축 우무러들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갈매기가 나래를 펼친것 같기도 했다.

이 《갈매기다리》웃쪽으로 승리다리가 놓인다.

광훈네가 승리다리기초굴착에 착수한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한산한 작업장풍경은 사람들의 어설픈 심정을 그대로 나타내고있었다.

승리다리기초굴착은 예상외로 난관에 부닥쳤다. 겉은 마른땅이였는데 파들어갈수록 물이 많았다. 강바닥밑 땅속으로는 또 하나의 개울이 흐르고있었다.

땅우로 흐르는 물보다도 잦아들어 흐르는 땅속물이 더 많았다.

게다가 맨 바위투성이였다. 기본암반은 나오지 않고 들어올리기 힘든 커다란 바위들이 자주 나타났다.

발파를 대대적으로 해야겠으나 중대엔 착암수가 두명밖에 없었다.

고미탄다리기초를 팔 때에는 두개 소대가 기초 하나를 팠기때문에 두명의 착암수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한개소대가 다리기초 하나씩을 맡아 네개 기초공사를 동시에 벌려놓았으므로 두개 소대엔 착암수가 없었다.

그뿐이 아니였다.

겨울부터 착수하기로 되여있던 승리다리건설을 한여름에 시작하고보니 설비와 자재도 미처 들어오지 못했다.

엎친데덮치는 격으로 모든 애로와 난관이 꼬리를 물고 제기됐다.

《에이, 송곳같은 정대루 바위를 뚫자는게 어리석지.》

발파구멍을 뚫던 오활은 메자루를 집어던지며 투덜거렸다. 오활은 숨이 차 헐썩거리며 이마에 모죽모죽 맺힌 땀방울을 씻었다.

《쉰개두 못 때리구 벌써 손들어?》

정대를 잡아주던 대식이 골리듯 물었다.

요즘 대식은 1소대작업장에 노상 붙어산다.

《이거야 어디 팔, 다리, 허리 다 끊어져와 해먹겠나요. 우린 착암기를 안 주겠습니까?》

《있어야 주지. 착암기가 있으면 내가 정대를 쥐겠어?》

대식은 한다하는 착암수다.

지금 2소대와 3소대에서 착암기를 다루는 착암수들도 고미탄다리기초를 파며 대식이 키웠다.

《그전에 있던 착암기는 어떻게 했나요?》

오활은 가만있지 않았다.

《착암길 줴나보구 그래? 그 착암긴 석탄같은 무른 돌이나 뚫지 이런 굳은 바윈 못 뚫는단 말이야.》

《하여튼 달라구요. 내 그놈 착암기한테 교양사업 잘해서 씩씩성을 불어넣어줄테니까.》

《써보자구 해두 정알이 없어.》

중대엔 지금 쓰는 착암기말고도 전기착암기가 한대 있었다.

다른 소대에서 그것을 가져다쓰다 정알을 깨뜨리는 바람에 이제는 정알이 밑창나고말았다.

《정알 얻어오면 주겠습니까?》

《어디 가서 가져올데 있어?》

오활의 말에 대식은 귀가 솔깃해졌다.

《정알 몇개야 못 얻어오겠나요? 보내만 달라요, 내 어디 가서든 얻어오겠으니까.…》

《탕탕 큰소리만 치지 말어.》

《자, 이런… 이 오활일 어떻게 아나요? 내 읍 채석장에만 가두 서너개는 얻어오겠수다.》

《정말?》

《내 래일 갔다올가요?》

대식은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오활의 말처럼 읍 채석장에 가면 조립식정알 몇개는 얻어올수 있을는지 모른다.

정알 구해오라고 오활을 작업에서 떼여냈다가는 중대장 광훈에게 말을 듣기 쉽다.

《<활활>이를 보냈다가 또 자유주의나 활활 부리라구?》

대식은 자기가 메자루를 쥐며 단념하듯 말했다. 대식은 오활한테 자유주의가 많아서 타오르는 불길처럼 제멋대로 놀고 걷잡기 어렵다고 별명처럼 활활이라 불렀다.

《내가 언제 자유주의 부렸다구 그러나요? 그전에 좀 늦어진걸 가지구 자꾸 그러면 난 정말 의견이 있수다. 내 좋은 이름 떼놓구 <활활>이가 뭐예요? 난 그것도 의견있수다.》

오활이 성을 내는 바람에 대식은 웃고말았다.

《그건 롱이구 글피쯤 갔다와.》

대식은 성난 오활을 눅잦히려고 얼굴에 시무룩한 웃음을 애써 그렸다.

글피에 휴식을 예견하고있다. 쉬는날 갔다오면 작업에 지장줄것도 없고 자유주의를 부린대도 별로 문제될것이 없다. 휴식날 제볼장 보며 다닌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것이다.

오활은 아무 대답 안하고 정대를 잡았다. 두사람은 잠시후 다시 메질을 시작했다.

따가운 불볕아래 메질을 하자니 땀이 비오듯 하였다. 굳은 바위는 해볼테면 해보자는듯이 짱짱 맞선다.

오활은 대식한테서 메를 달래여 자기가 다시 메질을 하다 빗때리는 바람에 스무개도 못 때리고 메자루를 부러뜨렸다.

《젠장, 남의 코를 씻어주며 이 고생을 한다구야.》

오활은 두덜거리며 부러진 메자루를 집어던졌다.

《그건 무슨 소리야?》

오활의 말에 대식은 신경이 곤두섰다.

《무슨 소리긴 무슨 소리야요. 승리다리가 어디 우리 중대가 맡았던 과제입니까? 고미탄다리기둥타입을 했더라면 이 고생을 안할게 아닙니까?》

오활의 말은 언젠가 광훈앞에서 대식이 하던 말과 신통히 비슷했다.

아니, 오활은 지금 자기 생각을 말한다기보다 대식의 생각을 그대로 옮겨놓고있었다. 중대가 승리다리건설까지 맡는가 안 맡는가 하는 문제가 심각히 제기되고 이것때문에 광훈과 론쟁을 하던 때 대식은 언젠가 오활이앞에서 자기의 생각을 털어놓은적 있었다.

지금 대식의 립장은 오활과 조금도 다를바가 없었다.

하지만 지휘관의 체면을 잃어서는 안되였다.

대식은 일부러 엄한 표정을 지었다.

《동무,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승리다리가 어떻게 남의 코로 될수 있어? 상급의 지시와 지휘관들의 명령에 대해 뒤소리하는 버릇은 좋지 않아. 문제를 토의할 때에는 창발적인 의견을 제기하고 론쟁도 해야 하지만 일단 결정된 다음에는 군말없이 집행해야 한단 말이야.》

《너무 그러지 말라요.》

《화가 나서 그랬든 기분이 좋아서 그랬든 그런 말버릇은 나쁘단 말이요, <활활>동무.》

대식은 자유주의냄새가 풍기는 말이나 자유주의행동은 같고같다는것을 강조하려고 오활이 《활활》이라고 부르는것을 싫어하는줄 알면서도 꼬집듯이 이렇게 말하고나서 홱 돌아섰다. 그길로 대식은 1소대작업장을 떠났다.

노루꼬리만큼 짧아진 그림자를 끄을고 대식은 허리를 꺼꺼부정한채 중대부로 향했다. 밝은 대낮이건만 그는 걸으면서 길가의 돌을 걷어찼다. 그만큼 그의 머리는 복잡했다.

그날 점심때였다.

오활은 점심식사를 하기 바쁘게 개울로 나갔다. 승리다리 웃쪽으로 개울주변에 곱버들이며 크고작은 잡관목이 우거진데다 서너사람이 굴만 한 깨끗한 모래불이 있고 그옆에는 큰 샘이 솟았다.

일광욕에도 그만이고 더위를 떼는데도 그만이다.

오활은 목욕이라도 해서 울적한 기분을 풀고싶었다.

오활은 대식의 마음을 알아도 너무나 잘 알았다. 그가 하루빨리 미끄럼식타입을 해보고싶어한다는것도, 그것때문에 승리다리긴설문제를 둘러싸고 광훈중대장과 대판 론쟁을 했다는것도 모르지 않았다.

오활은 지금까지 대식의 립장을 지지해왔다. 그것은 대식의 주장대로 하는것이 중대를 위해서도 유리하다고 생각했기때문이다.

지금 보니 그렇지만 않았다.

승리다리건설을 그만두고 고미탄다리기둥부터 타입하는것이 진정 중대를 위한것이라면 누구한테고 양보하지 말아야 할것이 아닌가.

오활은 이런데까지 머리를 썩이고싶지 않았다. 다만 그는 자기가 대식한테 무시당하고 업신을 받은것 같아 기분이 나쁠뿐이였다.

이제라도 려단에서 승리다리건설을 그만두고 고미탄다리기둥타입을 시작하라면 제일 좋아할 사람이 대식이였다. 그러면서도 남보고는 우스개도 못하게 하는것이다. 사실 오늘 오활이 대식이한테 승리다리를 《남의 코》라고 말했던것은 화가 나는김에 생각없이 한 말이였다.

(쓸데없는 말은 한쪽귀로 들어 한쪽귀로 흘릴줄도 알아야지 자질구레한데 신경쓰는 사람은 큰일을 못해.)

목욕터를 향해 건들건들 강변을 걸어가던 오활은 저 혼자 중얼거리였다.

그의 이 혼자소리는 그가 자주 외우는 자기식의 생활철학의 하나였고 언젠가 맏누이가 해주었던 말이였다.

오활은 자기딴에 리수복영웅처럼 살기를 원했다.

조국과 인민을 위해 자기의 청춘도 생명도 주저없이 바칠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자면 우선 일상생활에서 대범해야 할것이였다. 자질구레한 사람은 언제봐도 큰일을 못한다는것이 그의 생각이였다.

그래서 오활은 앞뒤가 없이 대범하게 살려고 했다. 두덜거리기는 잘해도 그것으로 그쳤고 기분나쁜 일도 인차 잊어버리군 했다.

또 큰일하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훌륭한 동무들이 있었다. 오활은 자기도 훌륭한 동무들을 가지고싶었고 그래서 무척 낯넓게 사람들을 사귀였다. 그는 사람들의 인기를 끌려고 우스개소리를 곧잘했다. 나중에 이것은 오활의 입버릇처럼 되고말았다. 롱담과 익살이 몸에 배여 오활은 남을 웃기는데서 일종의 멋을 느끼게까지 됐다.

개울가에서 오활은 복동을 만났다.

목욕을 하고나서 두사람은 강변에 앉았다. 오활은 땀밴 런닝그를 빨아놓고 웃옷을 벗은채 빤쯔바람으로 펑덩하니 앉았고 복동은 맨발로 그옆에 오도카니 앉아 오활의 옷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막내, 오늘 군의소에 가서 아스피린 좀 타오라구.》

《갑자기 아스피린은 어데다 쓸라구요?》

《내가 먹자는게 아니야.》

《누가 앓아요?》

《해한테 좀 가져다먹였으면 해서 그래.》

《해요?》

《요즘 해가 얼마나 열을 내는가 봐. 아스피린 좀 먹여 열을 내리워야지 이거 어디 더워 살겠어?》

오활은 쨍쨍 내리쬐는 해빛때문에 눈을 감고 머리우로 해가 떠있는 하늘을 가리켰다.

복동은 맹랑한 그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 웃고말았다.

《여, 막내, 내 옷 좀 던져.》

오활은 까딱않고 모래불에 그대로 앉은채 복동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자꾸 막내, 막내 하지 말라요.》

복동은 오활의 말에 역증을 썼다.

불사조돌격대안에서 제일 나이가 어린 복동은 자기를 어리게 취급해주는것을 무엇보다 싫어한다.

《그러면 맏이라구 할가?》

《여기선 내가 제일 어려두 집에선 내가 맏형이란 말이예요. 내 손아래루 동생이 몇이라구…》

《그럼 내가 잘못했구만, 맏형을 몰라봤으니… 여보, 맏형님, 내 옷 좀 달라요.》

오활은 몸자세를 바로하며 절하듯 머리까지 끄떡해보였다.

복동은 어이가 없어 피씩 웃으며 자기가 앉아있는 돌옆에 바지가랭이가 안경모양으로 되게 벗어놓은 오활의 바지를 집어던졌다.

《웃옷 말이야.》

오활은 바지입을 생각은 안하고 웃옷부터 찾았다.

복동이 웃옷을 던지자 오활은 옷을 받아쥐더니 웃주머니를 뒤졌다.

옷을 입으려는게 아니라 담배를 피우고싶은 모양이다. 옷을 든채 한참 부스럭거리더니 오팔은 주머니에서 파란 담배곽을 꺼냈다.

《여, 한대 피울래?》

오활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복동에게 담배곽을 내밀었다.

오활이 추기는 바람에 복동은 호기심이 동했다.

그는 오활이 하는 식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성냥을 그어댔다.

담배에는 불이 잘 당기지 않았다.

《아, 이 형님 좀 봐, 담배불두 붙일줄 모르시네. 쭉 들이빠시라구요, 쭉-》

오활이가 시키는대로 복동은 담배를 들이빨았다. 연기를 저도 모르게 들이삼킨 복동은 캑 하고 기침을 깇었다. 목구멍이 싸하고 두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복동이 캑캑 기침을 하자 오활은 좋아라 엉치까지 들썩대며 웃었다.

한번 혼난 복동은 그다음부터 담배연기를 다시 삼킬념을 못했다.

《여, 그렇게 입에만 물었다가 뱉지 말구 쑥 들이빨아서 코구멍으로 뽑으란 말이야.》

오활이 자꾸 시켜 다시 담배연기를 쑥 들이빨던 복동은 또 캑캑 기침을 했다. 입과 코에서 연기가 나면서 목도 코도 싸하고 머리가 핑 돌았다.

복동은 끝내 담배를 피우지 못한채 내버렸다.

《형님, 어떻소? 어른되기가 그렇게 쉬운게 아니라우…》

오활은 웃지도 않고 능글거렸다. 해빛은 계속 따갑게 내리쪼였다. 오활은 시원한 맥주를 한조끼 마시고싶었다.

오활은 넷째누이 잔치생각이 났다. 이제 며칠 있으면 넷째누이의 잔치가 있다.

《쉬는날이 언제야?》

오활은 주섬주섬 옷을 주어입으며 복동에게 물었다.

《글피 쉰다는것 같애요.》

《글피?》

오활은 대식이 자기보고 읍에 나가 정알을 구해오라고 하던 생각이 나서 되물었다.

복동은 그렇다는 뜻으로 머리만 끄덕여보이였다.

오활은 대식이 글피가 휴식날이니까 정알 구하러 갔다오라고 그랬구나 생각하니 슬그머니 밸이 났다.

쉬는날 나 혼자만 일하란 말인가? 정알 구해오는것은 중대가 해야 할일이 아니란 말인가?

어쨌든 글피엔 읍에 나가 넷째누이한테 축하전보라도 한장 쳐주어야 한다.

점심시간도 다 끝나가고 해서 두사람은 목욕터에서 곧추 작업장으로 향했다.

오활은 이때에야 복동이 별로 멀끔해진걸 알아보았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머리가 더부룩했는데 이제보니 반반 면도까지 했다.

《여, 언제 머리 깎았어?》

《조금전예요.》

《오늘 머리 깎습데?》

오활은 더부룩한 자기의 뒤더수기를 쓱쓱 쓸어올렸다.

중대에 단 한명뿐이던 돌격대리발사는 얼마전부터 앓아누웠었다.

복동은 오활의 물음에 대답을 안했다.

《중대리발사가 일어났습데?》

오활이 다시 물어서야 복동은 머리를 가로흔들었다.

《여보 형님, 너무하구만. 형님노릇 하자면 동생들두 머리 좀 깎게 해줘야지 혼자만 슬쩍 깎구…》

오활은 성난체 하며 앞으로 먼저 걸어갔다.

복동은 오활이 《형님》, 《형님》 하는것이 비위에 거슬렸으나 막내라고 하는것보다는 그래도 귀맛이 좋았다.

《형님 생일이 언제시나?》

오활은 복동이 나이가 열일곱살이라는것을 안다.

《그건 갑자기 왜 물어요?》

《이 동생이 형님생일 차려주려구.》

《피, 한 열흘 지나면…》

《정말?》

《정말 아니구요.》

《그러니 22일?》

《아니, 23일.》

《좋아. 새 공민의 탄생을 축하해서 이 동생이 형님 생일잔치상을 차려주지. 그런데두 형님은 이 동생 머리깎게두 안해줄라우?》

복동은 오활의 능갈칠에 홀딱 넘어가고말았다.

《불꽃이 깎아줬어요.》

복동은 발걸음을 다그쳐 오활을 따라서며 실토하고야말았다.

《불꽃이?》

너무나 뜻밖인 복동의 대답에 오활은 걸음을 멈추고 그의 머리를 한참이나 이리저리 살펴봤다. 머리깎은 솜씨가 보통이 아니였다. 성미가 웬만큼 까다로운 사람들도 이만하면 트집잡기가 어려울것이다.

《괜찮은데…》

흠을 잡아내려고 복동의 머리모양을 찬찬히 살펴보던 오활은 감탄하듯 말했다.

복동은 불꽃이 몇번이나 당부하던것이 생각나서 오활에게 다짐받듯 말했다.

《내가 불꽃한테 머리깎았다는걸 누구한테두 절대 말하지 말라요.》

《그건 왜?》

《글쎄요.》

복동은 오활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

승리다리 개울기슭을 따라 두사람은 천천히 걸어갔다.

개울을 따라 내려온 길은 《갈매기다리》목에 이르러 숙소쪽에서 작업장으로 가는 길과 마주친다. 오활은 두 길이 마주치는 이곳을 《다당탕네거리》라 이름지었는데 그것은 이곳에서 다리건설장, 식당, 목욕탕으로 어디든지 갈수 있다는 뜻이였다. (다리건설장이란 단어에서 첫자를 따고 식당과 목욕탕이란 단어에서 마감자를 따면 다당탕이 된다.) 일명 《와당탕네거리》라고도 했다. 자동차나 달구지가 지날 때면 길에 깔린 돌때문에 와당탕와당탕 소리가 난다는 뜻에서였다.

《다당탕네거리》에 이르니 식당쪽에서 세 처녀가 건설장쪽으로 나란히 걸어오고있었다.

태선, 수덕과 함께 가운데 서서 빨간 머리수건을 나풀대며 걸어오는 처녀는 불꽃이였다.

오활은 불꽃을 보자 가만있지 못했다. 두 길이 합쳐지는 길목에 버티고 서있던 오활은 세 처녀가 가까이 오자 불꽃을 불렀다.

《리발사선생.》

불꽃은 처음에 아무 응대 안했다.

《내 머리 좀 안 깎아줄라우?》

별생각없이 오활이가 던진 말에 불꽃의 반발은 뜻밖에 컸다.

《비켜요, 시시하게 놀지 말구.》

오활은 어처구니가 없어 두눈이 둥그래졌다.

불꽃이 사납게 눈총을 쏘았다.

《리발사선생이라고 불러주는게 싫으면 까까쟁이라고 부를가?》

오활은 바싹 불꽃을 약올리려고 태연히 대꾸했다.

남들을 웃기기 좋아하고 통담하기 즐기는 성미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활은 웬일인지 불꽃만 만나면 약을 올려주고싶었다. 그래서 우정 불꽃을 못살게 구는 때가 많았고 괜히 심술사납게 노는 때도 있었다.

《까까쟁이?》

억이 막혀 오활의 말을 이렇게 되뇌이는 불꽃은 성이 나다못해 파르르 입술까지 떨었다.

《뭐, 그러면서두 머리를 깎아달라요?》

불꽃의 두눈에서는 불똥이 튕기는가싶었다.

처음엔 서로 롱담하는줄만 알고 멍히 서있던 태선은 일이 심상치 않아지자 불꽃을 응원해나섰다.

《동무, 머리를 깎겠으면 그 인식부터 고쳐요.》

대바른 태선이 오활이를 공격했다.

《내가 어쨌다는거요?》

태선까지 공격해나서자 오활은 가만있지 못했다.

《리발사를 까까쟁이라고 놀리는게 잘한거예요?》

《내가 동무보고 그랬나?》

《누구보고 그랬든 잘못된거야 잘못된거지요.》

《삐칠데 안 삐칠데 다 삐치면서… 남자번지기같은거…》

오활이 인격을 모욕하려들자 태선은 인격모욕으로 맞섰다.

《내가 남자번지기면 동무같은 사람은 녀자번지기도 못돼요. 발싸개나 되겠는지.》

태선의 대꾸질은 여간 걸지 않았다. 남자번지기란 말을 태선이 그토록 아픈 모욕으로 받아들일줄 오활은 몰랐다.

오활이 때리기라도 할것처럼 몸세까지 썼으나 태선은 눈섭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태선의 위세에 오활은 피하고말았다. 언젠가 오활은 작업휴식시간에 태선과 팔씨름하다가 지고말았다.

태선의 팔뚝힘은 여간 세지 않았다. 태선이 손을 꽉 잡았다 놓으면 한참이나 손이 아프다.

태선은 이것이 재미나서 일부러 힘을 주어 손을 꽉 잡았고 손이 아파 쩔쩔매는것을 보면서 재미나하였다.

오활이 쫓기자 불꽃이 약을 올려주었다.

《쫓겨가는 쥐며느리 <활활>…》

《어디 보자.》

오활이 한마디 내뱉고 돌아서자 세 처녀는 좋아라 까르르 웃어댔다.

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날 오후 오활은 광훈한테까지 꾸중을 들었다.

리발사를 홀시하는 사상이 암암리에 작용하고있기때문에 돌격대내 리발사들이 자기가 맡은 일에 영예를 못 가진다는것, 남의 인격을 모욕하는것은 옳지 않다는것 그리고 돌격대생활을 갓 시작한 복동한테도 좋은 영향을 주라는것 등 많은 말을 들었다. 작업휴식시간에 잠간 나눈 이야기였으나 광훈의 말마디들은 오활의 가슴을 몹시 아프게 만들었다.

불꽃과 태선에게도 여파가 미치였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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