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회)

제 1 장

6

 

새벽 1시-

철길건설이 시작되기 이전 같으면 고미탄지구가 태고연한 정적속에서 꿈에 시달리고있을 그런 때였다. 밤사냥을 다니던 맹수도 어슬렁거리며 잠자리로 찾아들고 해뜨기 전 이른새벽 남달리 일찍 피여나는 꽃도 산지기할아버지네 집 앞모퉁이에서 아직 자고있는 그런 시각이였다.

태평스러운 휴식속에 삼라만상이 늘큰히 늘어지는 때이건만 광훈과 대식이 마주앉아있는 중대부안의 분위기는 바야흐로 긴장되여가고있었다.

《광훈이, 어찌자는거나?》

대식은 우묵한 두눈을 쪼프린채 잘못이라도 추궁하듯 따지고들었다.

《뭘 말이야?》

대식의 과격한 성격을 잘 알고있는 광훈은 씨물씨물 웃으며 일부러 아닌보살했다.

심리학자들식으로 말하면 대식은 전형적인 다혈질이였고 광훈은 점액질형이라고 할수 있었다.

웃는 낯에 침뱉지 못한다고 대식은 성이 한풀 꺾이고말았다. 흥분하기 잘하는 대식은 그만큼 빨리 열이 식기도 했다.

《난 동무 심살 통 모르겠어. 왜 차례진 떡두 안 먹겠다는건지…》

대식은 좀 누그러져 푸념하듯 말했다.

다리건설문제는 둘째쳐두고 대식은 광훈이 무엇때문에 은하의 성의를 마다하는지 리해되지 않았다.

대식은 광훈과 은하사이가 이전에 남다른 사연들로 얽혀져있었다는것을 어슴푸레 짐작하고있을뿐 그들의 관계를 깊이 알진 못했다.

하지만 대식은 진정으로 두사람이 가까와지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마지않았다.

어쩌면 차례질수도 있었던 행복이 자기옆을 스쳐지나간 오늘 그것을 가슴아프게 돌이켜보게 되는 대식이였다.

나이는 동갑이고 직무상으로는 광훈이 상급이지만 사랑에선 그래도 자기가 선배라고 할수 있었다.

자기 사랑에서 고민을 간직한 대식은 광훈의 사랑에도 그만큼 우려가 앞섰다.

쪽잠든 광훈의 어깨우에 작업복을 덮어주는 은하를 본 후부터 대식은 두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을대로 익었다고 생각했고 은하를 대범하게 대하는 광훈의 태도에서 철저하게 은페된 웅심깊은 사랑의 그 무슨 미덕을 보는듯싶기도 했었다.

사랑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일수록 자기의 사랑을 숨기려고 애를 쓴다.

두사람의 관계는 자기의 처음생각과 어딘가 달랐다.

은하를 대하는 광훈의 태도에서는 그 어떤 부끄러움이나 위축감도, 그것을 가리우기 위한 털끝만한 인위성도 찾아볼수 없었다. 깊은 사랑의 감정을 대범성으로 가리울수는 있어도 그것은 일시적이며 그 위장에는 반드시 어덴가 어색함과 빈구석이 있는 법이다.

광훈은 그렇지 않았다.

자기가 알건대 광훈은 사랑을 머리속에서나 그려보았지 아직 체험해보지 못한 햇내기가 틀림없었다.

광훈에게 은하에 대한 미련과 애착이 있다면 지금처럼 그렇게 대하고 행동할수는 없었다. 아직 생활의 세파에 시달리지 않은 순박한 처녀여서 그러겠지만 오히려 은하편이 광훈을 대하는데서 어색해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해하며 동정의 빛을 내비치기도 하는데 이것이 앞으로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할수 있는 요소였다.

대식은 광훈과 은하 두사람을 놓고볼 때 어느모로 보나 광훈이쪽이 기운다고 할수밖에 없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은하는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위훈을 세우고 전사한 영웅의 딸이라고 하였다.

그에 비하면 광훈은 너무나 평범했고 학식으로 보아도 뒤진다고 할수밖에 없었다.

도덕적으로 보아도 처녀를 너그럽고 아량있게 대하는것이 남자의 미덕이라고 할수 있었다.

광훈은 은하가 기중기를 통해 표시한 성의를 아무런 리유와 근거없이 거절하는것이였다.

대식은 광훈과 마주앉은채 그를 외면하며 중대부천막안의 어딘가 한점을 응시했다.

광훈은 대식의 성이 좀 사그라졌다고 생각했을 때에야 뜨직뜨직 말을 했다.

《왜 그렇게 성미가 급하나? 돼지꼬리잡고 순대달란다는 격으루.…》

그리고는 그의 마음에 당긴 불에 물을 치듯 잠시 말을 끊고 한동안 넌지시 건너다봤다.

사실 광훈은 기중기가 바르고 날라오기 힘들어서만 안테나식기중기를 생각한것이 아니였다.

려단에 림진강다리건설장에 쓸 기중기들이 얼마전에 또 들어왔다는것을 광훈도 알고있었다.

오활이 알아온 《설비정찰》자료를 대식한테서 귀띔도 받았고 려단자재참모에게 전화로 자신이 직접 물어도 보았었다. 기중기는 다리건설계획에 반영된 기계이니만큼 얼마든지 앞당겨 가져올수 있다는것도 광훈은 모르지 않았다.

광훈은 고미탄《시위》때문에 잃어버린 로력과 시간을 그 무엇으로든지 보상하고싶었다. 계획에 예견되였던 기중기를 가져오지 않고 자체로 만들어쓴다면 운반로력과 설비를 절약할수 있을것이고 그것을 림진강계선 건설장에 돌리면 공사렬차를 빨리 뽑아 공사전반을 앞당기는데도 기여하게 될것이였다.

그리고 큰물피해의 교훈도 찾아야 했다.

6호기초공사에서 큰물피해를 입은것은 고미탄천의 특성을 충분히 알지 못한때문이였다. 자연적특성을 고려하고 옳게 리용하지 못한 뼈아픈 교훈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했다.

아직 자기 결심을 완전히 공포하지 않았으나 광훈은 장마전으로 승리다리건설을 내밀 생각이였다.

범산차굴대대에선 지금 승리다리건설에 력량을 돌릴 형편이 못된다.

철길은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점차 완성시키면서 나와야 철길을 놓는 족족 공사렬차를 통과시켜 자재와 설비, 물자를 나를수 있다. 이곳처럼 교통이 불리한 산악철길건설에선 더욱 그렇다.

이것은 다른 건설사업에 비해 철길건설이 가지는 하나의 특성이라 할수 있었고 일해놓은것만큼 그 성과를 건설공사에 직접 리용할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측면이였다.

이것만이 아니였다.

광훈은 고미탄다리 6호기초타입에서 자연의 변덕을 막아내지 못한것이 속도전에 대한 자기들의 리해가 부족한데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까지 자기들은 다리건설의 속도만을 생각했지 건설의 질과 수명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돌리지 못하였다.

될수록 강물이 적을 때 유리한 조건에서 기초건설의 질을 보장하고 수명을 담보할수 있었다.

다리건설에서 최상의 속도와 최상의 질을 보장해야 속도전의 방침을 옳게 관철할수 있었다.

고미탄천의 이번 큰물피해는 자연때문이라기보다 속도전을 빠른 속도 한 측면만으로 생각한 자기들의 일면적인 견해가 빚어냈다고 할수 있었다.

광훈은 의미심장하게 대식을 바라보며 자기의 생각을 슬며시 내비쳤다.

《당장 필요하지도 않는 기중기는 가져다 뭘하겠다구 그래.》

지금까지 고개를 수굿한채 자기 생각에 잠겨있던 대식은 머리를 들었다. 이때에야 대식은 광훈의 속내를 짐작했다.

오늘 낮에 광훈은 지나치는 말처럼 승리다리까지 우리가 맡으면 어떻겠는가고 물었었다.

그때 대식은 기중기가 잘 해결 안되여 안타까와 그러려니 생각했었다.

광훈은 지금 승리다리건설을 중대가 이미 과업받기라도 한것처럼 말하고있었다.

《아니, 그럼 승리다릴 우리가 맡자는건가?》

《그래.》

《고미탄다리는 어떻게 하구?》

《둘 다 해야지.》

광훈의 말에 대식은 코웃음을 쳤다.

《광훈이, 제 코도 못 씻으면서 왜 남의 코까지 씻어주겠다고 그러나?》

《왜 그게 남의 코야? 려단에 제기해서 우리가 맡으면 되는거지.…》

광훈의 말에 대식은 여전히 어이없어했다.

《그럴 힘과 능력이 있나 말이야? 마음같아서는 200여리 새 청년철길을 우리가 다 맡아서 하고싶네.…》

대식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승리다리도 고미탄다리에 비해 작다고 하지만 고미탄다리의 절반품을 들여야 한다.

게다가 지금 광훈네가 맡고있는 고미탄다리건설작업량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무엇때문에 미끄럼식을 도입하는건가? 미끄럼식방법을 도입하는 조건에서는 승리다리까지 할수 있다고 봐.》

광훈은 대식을 납득시키려고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래 초기설계대로 다리를 건설하면 휘틀을 조립해 콩크리트를 치고 그것이 굳어질 때까지 일정하게 기다렸다가 그우에 다시 휘틀을 조립해 콩크리트를 쳐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다리기둥을 세우면 사흘에 한번씩 휘틀을 떼야 하고 부단히 휘틀을 뜯었다맞쳤다 하면서 하루에 둬메터정도밖에 쌓아올릴수 없었다.

기둥건설에 대식이 창안한 미끄럼식휘틀을 받아들이면 한번 만든 휘틀을 계속 우로 끌어올리면서 콩크리트를 타입하게 된다.

휘틀을 뜯었다맞추었다 하는 공정을 없애게 되니 다리기둥타입속도는 그만큼 빨라진다.

《광훈이, 동무주장대로 승리다리까지 우리가 맡는다구 하자구. 그러나 고미탄다리건설을 끝내고야 해두 할게 아닌가.》

대식은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광훈도 약간 열이 올랐다.

《그렇다면 우리가 승리다리를 맡을 필요가 없어. 고미탄다리를 끝내고나면 겨울에 승리다리기초를 파게 되거던. 또 그때 가면 범산대대에서도 로력의 여유가 생기고.》

대식은 대식이대로 답답해하였다.

《왜 그렇게 범산대대립장에서만 생각하나? 승리다리를 건설하면 고미탄다리기둥타입은 겨울에 하게 될게 아닌가? 미끄럼식방법의 위력은 빠른 타입속도에 있는건데 꽝꽝 어는 겨울에 어떻게 타입하겠단 말인가? 동무 주장은 결국 미끄럼식자체를 위험에 빠뜨린단 말이야.》

《아니네. 이제 연구하고 대책을 취하면 겨울타입을 할수 있네. 하지만 승리다리기초를 파야 할 땅 전체를 얼지 않게 만들수는 없네.

물론 동무 주장대로 하면 고미탄다리 하나를 빨리 건설할수 있고 미끄럼식의 위력도 나타낼수 있네. 고미탄다리 하나만 놓았다고 기차가 다닐수 없지 않나?》

두사람은 서로 자기 주장을 양보하지 않았다.

자기들의 론쟁이 이 자리에서는 끝을 볼수 없다는걸 깨닫자 대식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중대장은 누구보다도 자기 중대의 명예를 귀중히 여겨야 할걸세. 그리고 인간적으로 보아도 그렇지 않나? 은하동무의 성의를 그렇게 무시하는 법이 어디 있어? 아무런 인연없는 남남사이라는걸 전제로 해도 동무는 총각이고 은하동문 처년데 그래 남자로서 관용성을 보여야 할게 아닌가?

큰물피해를 입고나서 동무가 처음으로 쪽잠 들었던 그날 나는 바로 이 자리에서 은하동무가 잠든 동무의 어깨우에 말없이 작업복을 덮어주고 돌아서는것을 보았네. 그런데 그래…》

대식은 격해올라 더 말하지 못하고 갑자르더니 씽하고 중대부천막밖으로 나가고말았다.

 

련재

독자감상글쓰기
Change the CAPTCHA codeSpeak the CAPTCHA code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19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