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회)

제 1 장

4

 

꼭 당일로 오라고 몇번이나 일렀건만 오활은 다음날 저녁때가 다되여서야 중대로 돌아왔다.

오활은 편제없는 중대 자재인수원격이였다.

중대를 떠나 개별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그한테서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경우에 따라 이렇게저렇게 둘러치는 현상이 드문드문 나타났다. 그때마다 대식은 그의 자각성을 높여주려고 《동무는 우리 중대 특사란걸 잊지 말란 말이요.》하고 자주 훈시를 했건만 소용이 없었다.

《에, 덥다. 무슨 놈의 날씨가 화독을 등에 지구다니는거 같은게 밸까지 데겠군.》

혼자소린지 들으란 소린지 오활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휴계실로 들어섰다.

오활은 옆에 끼고온 꾸레미를 상우에 내려놓고 단추부터 풀어놓으며 대식과 마주앉았다.

《지금 오는 길이야요.》

오활은 아무런 가책도 없이 정당한 리유때문에 늦어졌다는것을 강조하듯 일부러 뻐젓하고 천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식은 성이 났으나 꾹 참고 나직이 입을 열었다.

《오활동무, 자꾸 이런 식으로 놀면 내 립장까지 곤난하지 않아?…》

《아니, 내가 어드랬다구 그럽니까?》

오활은 우정 두눈을 둥그러니 뜬다.

《그럼 오늘 온게 잘했단 말이야?》

대식은 약간 어성을 높였다.

《내가 뭐 놀면서 안 왔나요? 려단에서 오늘 아침에야 직관용색감을 주겠다면서 자꾸 자고 가라는데 어쩌나요?》

《그럼 왜 오늘 낮뻐스로 안 왔어?》

려단에서 낮뻐스만 타도 지금보다는 일찍 올수 있다.

《늦어진김에 수리한 손풍금을 가져오느라구 그랬지요.》

오활은 떡떡 맞섰으나 사실은 뒤가 켕겼다.

려단에서 하루 자지 않으면 안된것은 사실이였고 오늘 오전중에 손풍금수리소에 갔던것도 사실이였다. 하지만 오활은 낮뻐스로 올수 있었었다.

오활은 푸접좋고 낯이 넓었다.

그는 누구든지 한번만 만나면 그 사람과 사귀는 재간을 갖고있었다.

정우철려단장 운전사도 오활의 어린시절동무였다. 그를 찾아 려단지휘부에 몇번 드나든 후부터 지휘부안의 많은 사람들을 사귀여놓았다.

운전사, 자재인수원, 경비원, 창고원, 간호원 등 말하자면 려단지휘부안의 《하사관조》(이 말은 제대군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였는데 려단지휘부성원들은 아니나 지휘부에 동원되여 일하는 돌격대원들을 이렇게 불렀다.) 성원치고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의 넓은 낯은 이번에도 도움을 주었다.

악기수리소의 수리공을 잘 아는 려단창고원의 방조를 받아 오활은 오전중에 손풍금수리를 끝낼수 있었다. 그러고도 뻐스시간까진 여유가 많았다.

오활은 얼씨구나 좋다 하고 군체신소로 달려가 고향에 장거리전화를 신청했다. 고향의 군체신소에서는 셋째누이가 교환수로 일하고있었다. 그 누이를 통하면 넷째누이 결혼식날자를 정확히 알아볼수 있었다.

신청한 장거리전화가 인차 나오지 않는 바람에 그것을 기다리다 오활은 뻐스를 놓쳐버리고말았다.

오활은 과업을 받지 않았지만 자기가 무엇까지 했는가를 나타내려고 상우에 놓은 꾸레미를 풀었다.

그속에서 파란 담배곽이 나왔다.

《갈매기》곽들을 보는 순간 대식은 더 성이 났다.

《누가 시시하게 담배 같은거 구해오랬어?》

《부중대장동무가 잘나서 구해온줄 아나요? 손님접대할 때 시시한 담배를 내놓으면 우리 중대 체면이 깎일가봐 외교용으로 가져온건데… 우린 중대래도 대대와 맞먹는 독립중댄데…》

오활은 제편에서 더 풀풀거렸다.

대식은 오활이 《우리 중대 체면》이란 말에 력점을 찍으며 반기를 들고나오자 하는수없이 타협조로 나왔다.

자기 말투를 본딴 그의 말이 어느 정도 대식의 심금을 울린것이다.

《물론 수고야 했겠지. 그러나 제시간에 와서 조직생활에 참가해야 할게 아니야. 어제 저녁 중대에선 다리건설을 다그치기 위해 초급단체별로 궐기모임두 했구 또 학습두 했는데 오활인 다 빠지지 않았어?》

《글쎄 회의에 참가 못한건 잘못했수다. 하지만 낸들 어쩌나요? 사정이 그래서 못 왔지 내가 우정 안 온건 아닙니다.》

오활이 약간 뉘우치는 태도로 나오자 대식은 화해하듯 물었다.

《그래 알아오라고 한건 어떻게 됐어?》

《동평양건설기계공장에서 우리 건설장으루 탑식기중기 다섯대를 어제 부쳤답니다. 트라크라인 석댄가두 인차 또 들어오구.》

《정말이요?》

오활의 말에 대식은 귀가 번쩍 틔였다.

《정말이 아니면요. 려단자재참모입에서 나온 말인데 여부가 있나요, 원.》

《그래?》

대식은 저도 모르게 헤벌쭉 웃었다.

대식이 좋아하자 오활은 은근히 게정을 부렸다.

《난 앞으루 이런 일을 다시 안하겠수다. 고생은 고생대루 하구 욕이나 먹구…》

《그러면 되나, 일은 일대루 하구 자유주의는 자유주의대루 없애버려야지.》

《어디 이런 일이 시계치차처럼 착착 맞물려돌아갑니까?》

오활은 자기가 제시간에 돌아오지 못한것이 자유주의나 사사로운 일때문이 아니라는것을 강조하듯 대식에게 이렇게 말했다.

《됐어됐어, 앞으로는 주의해야겠어. 오활동무한테 자꾸 이런 일을 맡긴다구 중대장동무한테 나도 꾸중을 들었어. 내가 꾸중들은게 문젠게 아니라 동무한테 시간관념이 부족하고 자유주의요소가 자라고있는게 문제란 말이요.

앞으로는 정말 각별히 주의해야겠어.》

대식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지자 오활은 《알았습니다.》하고 대답했으나 진심으로 깊이 뉘우치는 빛은 그의 얼굴 어디에도 비끼지 않았다.

《자, 그럼 가보라구.》

벌쭉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던 오활은 잊어버렸던게 생각난것처럼 《저… 철판을 얻어왔수다.》했다.

그의 표정에서는 오늘의 모든 잘못을 보상하고 남을만 한 값있는 일을 했다는 은근한 자랑이 알리였다.

《철판?》

《예.》

《얼마나?》

《삼미리 두장하구 일미리짜리 석장.》

《그래? 어떻게 구했어?》

대식의 입은 다시 벙글써해졌다.

철판 쓸데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둥타입에 들어가게 되면 더욱 그렇다.

《어물쩍했지요.》

《응?》

《려단자재참모가 우리 대대로 오는 차에 철판 스무장을 실었지요. 가다가 림진강다리건설대대에 떨궈주라면서… 그래 오다가 운반료루…》

오활은 장한듯이 어깨까지 으쓱해보이였다.

누그러졌던 대식의 얼굴은 단번에 파래졌다.

돌아오라는 시간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보다도 대식은 이것이 더 괘씸했고 용서할수 없었다.

《다 문제없이 처리했는데요. 이미 있던 철판우에 부려놓아서 스무장 다 받은줄 아는데요. 림진강대대 창고장은 고맙다구 코잡고 귀잡고 나한테 절까지 했다구요.》

오활은 문제없으니 안심하라고 손사래를 쳤으나 대식의 성은 풀리지 않았다.

《그런 너절한 행동은 우리 중대의 명예를 더럽힐뿐이요. 철근실어왔던 차가 려단으로 돌아가니 싣고가서 도로 주고 오시오.》

활처럼 내쏘는 대식의 말에 오활은 고개를 숙였다.

대식은 그길로 오활을 돌따세웠다.

누구보다도 중대의 명예를 귀중히 여기는 대식이였다.

림진강대대는 자기네와 중요경쟁대상이였다. 전려단적인 생산경기가 치렬히 벌어졌던 문동로반전투때에도 대식이네는 림진강대대와 맞섰댔다.

대식이네는 끝내 그들을 이기고야말았다.

림진강대대보다 작업조건이 불리하고 이번에 큰물피해까지 입었지만 대식은 아직 그들보다 다리건설을 빨리 끝낼 자신이 있었다.

대식은 철판 몇장때문에 자기들이 앞으로 거두게 될 승리에 털끝만한 오점이라도 남기고싶지 않았다.

대식은 머리를 푹 숙이고 돌아서는 오활을 보았을 때 자기가 너무하지 않았는가 하는 후회가 없지 않았다.

오활을 위해서는 아픈 매를 때려야 했다. 지금은 아파도 그것이 앞으로는 약이 될것이였다.

대식은 무른 인정때문에 약해지려는 마음을 랭혹하게 다잡았다.

잠시후 대식은 오활이 《정찰》해온 자료를 광훈에게 알려주려고 현장휴계실을 나섰다.

다른 지휘관들은 설비와 자재예비를 조성하려고 우정 려단에 찾아도 가고 필요하다면 우는소리도 곧잘하건만 중대장 광훈은 그렇지 못했다.

대식은 광훈에 대해 언제나 이 점이 불만이였다. 전번에도 그랬다.

대식이네 중대에서 5호다리기둥기초굴착을 끝냈을 때 려단에는 기중기가 한대 남아있었고 손을 썼더라면 그것을 여기로 가져왔을것이다.

물론 그 기중기는 림진강다리건설장에 보낼것이였고 대식이네는 가을에 기중기를 받기로 되여있었다. 일을 앞당겨 끝냈으니만큼 려단에서는 기계설비를 앞당겨 가져다줄 의무가 있었고 자기네는 빨리 기중기를 내라고 독촉할 권리가 있었다. 그런데도 광훈은 장마전까지 굴착하기로 계획하였던 1호부터 5호까지 다리기둥기초굴착을 두달이나 앞당길 전망이 생겼을 때 기중기를 양보하는 립장에 서고말았다.

광훈은 1호다리기둥타입을 계획대로 장마후에 하고 가을부터 착수하기로 했던 6호다리기둥기초굴착을 앞당겨하자고 했다.

림진강다리건설대대를 위해서는 좋은 일을 했으나 자기네는 6호다리기둥기초굴착을 하다 큰물피해를 입었다. 려단에서 고미탄다리건설계획을 하달할 때 6호다리기둥기초굴착을 가을부터 시작하라고 한것은 고미탄천의 특성을 정확히 타산한때문이였었다.

이번 큰물피해를 입게 되고보니 대식은 그때 기중기를 가져오지 못한것이 두고두고 후회되였다.

계획대로 6호다리기둥기초굴착을 가을에 시작하고 기중기를 가져다 1호다리기둥타입을 시작했더라면 1호다리기둥은 벌써 반나마 솟아올랐을것이고 이번 큰물피해도 입지 않았을것이다.

대식은 승리다리개울에 놓인 《갈매기다리》를 건너 숙소쪽으로 급히 걸었다.

고미탄천으로 흘러드는 승리다리개울을 건너서니 산탁에 자리잡은 보위색의 천막들이 나타났다.

산기슭을 따라가며 자리잡은 열채의 천막중에서 맨 끝에 있는 자그마한 천막이 중대부다.

광훈은 큰물피해를 전후하여 거의 나흘을 뜬눈으로 새웠으니 지금쯤 중대부에서 잠들었을지도 모른다.

대식은 광훈에게 기중기소식을 알려주어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하루빨리 기중기를 가져오게 하고싶었다.

중대부앞에 이르러 별다른 생각없이 휘장을 들추고 천막으로 들어서던 대식은 흠칫 놀랐다.

중대부 한가운데 놓인 길다란 탁자우에 도면들을 잔뜩 벌려놓고 광훈은 그우에 엎드려 쪽잠이 들었는데 은하가 그의 어깨우에 작업복을 살며시 덮어주고있었다.

대식은 자기가 보지 말아야 할것을 본것 같아 얼른 돌아서고말았다.

대식은 저 혼자 헤벌쭉 웃었다.

대식은 어제 저녁 중대부에서 두사람이 만나며 왜 서로 그렇게 어색해했는지 이 순간에야 그것을 깨달을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광훈은 엉큼했다.

처녀들한테 왼눈 한번 안 파는척 하면서 언제 저런 멋쟁이처녀를 삶아놓았단 말인가. 저런 멋쟁이연구사를 사귀여놓았으니 다른 돌격대원처녀들을 눈아래로 보았는지도 모른다.

대식은 광훈이며 은하한테 본의아니게 죄를 짓는것 같아 중대부천막앞에서 얼른 물러섰다. 대식은 중대부천막과 나란히 놓인 1소대천막앞으로 걸어갔다. 1소대천막앞에 서서 중대부를 바라보니 은하가 중대부에서 밖으로 나오고있었다.

대식은 마치 자기가 지금 작업장쪽에서 걸어오는것처럼 태연히 은하를 향해 마주 걸어갔다.

《아, 선생님이시군요. 어제밤엔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뭐 수고랄게 있어요?》

은하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은채 눈인사를 건넸다. 어제밤 불꽃을 따라 작업장에 나왔던 은하는 오늘 아침까지 돌격대원들과 함께 일했었다.

《좀 쉬셨습니까?》

《네, 푹 잤어요.》

밤작업을 끝내고 숙소에 들어온 돌격대원처녀들은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작업장에 일하러 나갔으나 은하는 래일부터 자기 일을 해야 하겠기에 휴식을 했다.

대식이 중대부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은하는 조용히 귀띔하듯 말했다.

《광훈동무가 잠들었군요.》

침착한 그의 얼굴표정에선 사소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의 모든 행동은 자연스러웠다.

《아, 사흘만에 처음 눈을 붙였군요.》

대식은 은하를 따라서며 오히려 잘됐다는듯이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리였다.

두사람은 숙소앞으로 닦아놓은 자동차길을 따라 작업장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사방에서 어둠은 소리없이 다가든다. 해는 이미 서산너머로 자취를 감춘지 오래나 하늘엔 그 후광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우리 중대장동문 언제 자고 언제 깨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그가 잠든 모습을 보기란 정말 힘이 들지요. 깊이 잠든 사람의 얼굴에선 그 사람의 본색이 나타난다는 말도 있는데 어쩌다 잠든 그를 보게 되면 정말 어지고 성실한 사내대장부답지요.》

대식은 은하앞에서 될수록 광훈을 자랑하고싶었다.

대식의 말에 은하는 저 혼자 빙그레 웃었다.

대식의 말이 그저 재미난다는 표정이였다.

《문동로반전투땐 만 예순시간이나 눈 한번 깜박 안했답니다. 그리고도 끄떡않고 작업을 지휘했지요. 그래 범산대대장은 우리 중대장동무를 무서운 사람이라고까지 했답니다.》

대식은 어떻게 해서든지 은하를 감동시키려고 지난 철길건설의 나날들에 있은 사실들을 렬을 세워가며 말하기 시작했다.

대식의 말을 듣고보니 은하는 책상우에 엎드려 쪽잠든 광훈의 모습이 우렷이 떠올랐다.

손에 연필을 끼워쥔걸 보면 얼마전까지 일하던 모양이였으나 그는 정말 곤하게 잠이 들었었다.

은하는 새삼스레 생각되는게 많았다.

광훈은 새 철길을 늘이는 건설장들에서 얼마나 많은 날과 날들을 이렇게 보냈을것인가.

그는 한두달도 아니고 일이년도 아닌 십년세월을 새 철길건설장들에서 살아온다.

철길건설자들은 뻗어가는 로반을 따라 작업장소를 옮겨야 하는것만큼 일터를 자주 바꾼다는 점에서 지질탐사대원들의 생활과 서로 비슷한데가 있었다.

그래도 탐사대원들은 겨울이 되면 기지로 돌아간다.

철길건설자들은 1년이건 2년이건 새 철길건설이 끝날 때까지 험한 벼랑가나 인적드문 강기슭 아니면 석수가 떨어지는 깊은 땅속에서 새 작업전선을 펼치고 그 작업이 끝나면 또 새 일터로 떠나간다.

그들은 산이건 강이건 진펄이건 벼랑이건 오직 철길이 뻗어갈 로선을 따라가며 일하고 움직인다.

웅장한 아빠트며 아담한 문화주택대신 숙영차나 귀틀집, 천막에서 살아야 하고 휴가기간을 제외하고는 부모형제들을 떠나있어야 한다.

조국을 위해 자기의 모든것을 말없이 바치는 철길건설자들의 숨은 공로를 두고 생각하게 되는 이 순간 은하는 지금처럼 일해서는 안되겠다는 기술자의 량심이 머리를 들었다. 어제밤 작업장에 나가보니 6호기초는 제일 물살빠른 강 한복판에 위치하고있었다.

이제 다시 6호기초굴착을 시작해서는 또 큰물피해를 입기 쉬웠다.

이삼일 내린 비에도 피해를 입는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 어떻게 하겠는가.

6호기초는 려단에서 이미 눌러주었다는 시공계획대로 가을까지 미루고 기슭에서부터 이미 타입한 기초들에 기둥을 세우기 시작하든가 무슨 다른 대책을 세워야 했다.

《이제 다시 6호기초굴착을 합니까?》

은하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채 대식이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물었다.

《6호기초는 가을로 미루려고 합니다.》

대식은 은하가 무엇때문에 묻는다는것을 눈치채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게 옳을것 같아요. 가을엔 비도 적게 오고 강물도 줄어들테니까요.》

은하는 대식의 말에 긍정을 표시했다.

《5호까지나 기초타입을 끝내고서는 기둥을 올려야겠는데…》

대식은 말끝을 흐리였다.

대식의 말에 은하는 광훈이 그리다 잠든 도면이 생각났다.

두팔사이에 머리를 묻고 잠든 광훈의 머리며 손에 가리워 전체를 알아볼수 없었으나 도면우에는 분명 《안테나식기중기》라고 씌여져있었다.

타입을 시작하자면 기중기가 있어야 하지만 고미탄지구엔 아직 기중기를 가져오지 않았다.

이제 기중기를 가져다 기둥을 쌓으면 은하는 진동실험을 해볼수 있었다. 높은 다리기둥에서의 진동실험은 은하가 이번에 이곳에서 현실연구기간 수행해야 할 주되는 과제의 하나였다.

대식의 말에 은하는 다시 물었다.

《기중기가 바릅니까?》

《며칠내루 트라크라인두 들어오고 탑식기중기두 오긴 한다는데… 련합지휘부나 려단에선 지금 림진강다리에 력량을 집중하고있지요.》

대식은 은하에게 힘자라는껏 도와달라고 부탁하고싶었으나 말을 더 하지 않았다.

은하는 그의 말에서 건설설비때문에 속태우는 그의 심정을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은하는 기중기문제해결에 자기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의무감 비슷한 충동을 느꼈다. 청년돌격대원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도, 높은 다리기둥에서의 진동실험을 하루빨리 해보기 위해서도 기중기를 속히 해결해야 했다.

《대식동무, 래일 려단에 가는 차가 있어요?》

《공사차들이 다닙니다.》

《몇시쯤 있어요?》

《려단에 가시겠습니까?》

《설계가들도 좀 만나야겠구 또 올 때 려단장동지한테 인사두 못 드렸구 해서…》

《은하선생!》

대식은 은하가 채 말을 끝맺기도 전에 그를 부르며 걸음을 멈추었다.

《은하선생! 려단에 가면 우리 중대사정을 좀 잘 말해주십시오. 당장 기둥타입을 시작해야겠는데 기중기가 걸렸습니다. 려단에 기중기가 없는게 아닙니다. 동평양건설기계공장에서 탑식기중기 다섯대를 어제 우리 건설장으로 발송했고 이제 며칠내로 트라크라인도 들어옵니다.》

대식은 오활이 《정찰》해온 자료들을 은하에게 한참이나 일일이 귀띔해주었다.

그러고도 부족해 은하의 의협심과 나이먹은 총각에 대한 처녀의 동정심에 다시금 호소했다.

《기중기가 잘 해결 안되니까 우리 중대장동문 지금 <안테나식기중기>를 자체로 만들어보겠다고 오래전부터 씨름하고있습니다.》

대식은 광훈이 큰물피해를 입고나서부터 안테나식기중기를 만들려고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는걸 뻔히 알면서도 그 필요성을 강조하려고 이렇게 과장했다.

《은하선생, 우리 중대 후방차가 래일 아침 공급물자 가지러 려단에 갑니다. 제 운전사동무에게 단단히 과업을 줄테니 가는 일은 걱정마십시오. 려단에 가면 꼭 힘써주십시오.》

대식은 은하가 기중기만 해결해주겠다면 후방차를 우정이라도 려단에 띄우고싶었다.

《제 힘자라는껏 노력해보겠어요.》

대식의 밀에 은하는 웃으며 확신성있게 대답했다.

대식의 말처럼 려단에 새로운 설비들이 정말 그렇게 많이 있다면 기중기 한대쯤 고미탄지구로 먼저 돌리도록 하는것은 가능할상싶었다. 기중기는 시공계획에 예견되여있는것이고 또 그만한 문제쯤은 정우철려단장에게 얼마든지 떼를 쓸수 있었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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