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을 대신하여

 

텅 빈 려객홈 표시판앞에 두 청년이 서있었다.

역이름과 방향선을 알리는 표시판에는 기차가 가야 할 다음역이 없었다.

철길은 여기서 끝났다.

역구내는 너무도 조용하다.

오는 차가 한번, 가는 차가 한번, 이곳 역에서는 하루에 기차가 한번씩만 오고간다. 마지막역이여서 도착했던 렬차가 잠시 머물렀다 되돌아설뿐이다.

표시판앞에서 두사람은 움직일줄 몰랐다.

한뿌리에서 자란 쌍대배기나무처럼 서있었으나 그들이 바라보는 곳은 서로 달랐다.

몸매다부진 청년은 표시판의 역이름과 한쪽만을 가리키는 빨간 방향선화살표를 바라보고있었고 키가 껑충한 다른 청년은 끝나는 철길을 살피고있었다.

오늘 이들은 자기네들이 맡은 고미탄다리건설에 미끄럼식방법을 도입하려고 군건설대에서 미끄럼식방법으로 건설중인 탑식아빠트건설장을 견학왔다가 이곳을 찾아왔다.

나라의 새 동맥을 늘이려고 전국청년돌격대에 탄원해온지도 어느덧 반년, 아직은 이곳에 와야 기차며 철길을 볼수 있다.

새로운 일터에서 서로의 우정을 맺었고 청년돌격대생활의 첫걸음마를 뗀 곳, 누구는 트렁크를 들고 누구는 배낭을 지고 옷차림도 제각기 온 나라 곳곳에서 모여온 이들은 새 철길건설장의 첫아침을 이곳에서 맞았다. 청년돌격대원들은 환영나온 주민들과 철길건설현지의 소년단원들이 뿌려주는 꽃보라속에 작업장으로 향하는 첫 행군을 시작했다.

돌격대원들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자기들의 과거와 오늘의 경계점과도 같은 이곳 역에 찾아오기를 즐긴다.

표시판을 향해 서있던 광훈이 뒤짐졌던 손을 내리고 대식이쪽으로 돌아섰다.

《뭘 그렇게 보나?》

《저 철길이 끝나는 곳을 보네.》

대식은 광훈이한테로 얼굴을 돌리지도 않은채 대답했다.

《새 철길이 시작될 곳 말인가?》

《그렇네, 우리는 저 종착점을 시발점으로 만들어야 할테니까.》

《종착점을 시발점으로 만든다… 그럴듯한 말이야. 부단한 창조와 혁신, 굴함없는 투쟁과 돌진, 단숨에 내달리는 빠른 속도, 바로 여기에 우리 청춘들의 영예와 자랑이 있는거니까.…》

머리를 끄덕이며 광훈이도 철길이 끝나는 곳을 바라봤다.

이곳까지 기운차게 뻗어온 레루는 속새와 풀덤불속에 꼬리를 감추었다. 그곳에는 느티나무 한그루가 서있었다.

자기의 청춘기를 자랑하듯 나무는 한껏 우거져 푸르렀다. 나무는 소리없이 우듬지를 흔들었다.

떠나는 길손을 바래주는것인지 오는 손님을 반기는것인지…

아름지게 자라도록 느티나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바래주고맞았을것인가!

철길 한끝을 바라보며 대식이 혼자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삶의 길을 이 철길에 비긴다면 이곳은 정말 의의깊은 하나의 정거장이라고 말할수 있지.》

광훈은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정거장은 오고가며 들리는 곳이지 사람들이 사는 곳은 아니야. 자기 려행목적지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사람들이 정거장을 찾는것처럼 우리는 잠간 들렸다가 어디로 가기 위해 여기 새 철길건설장에 온게 아니니까…》

광훈의 말에 대식은 고개를 들었다.

《지하리-평산선의 종점인 여기가 새 철길의 시발점으로 바뀌는것처럼 나는 새 철길건설장을 내 생활에서 뜻깊은 정거장으로 만들고싶다 이 말이요.》

《우리는 자기 생활의 모든 정거장을 다 뜻깊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가? 이렇게 한번 지난 매 지점의 총화가 우리들의 인생행로일테니까.》

대식은 대답하지 않았다.

광훈이도 더 묻거나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느티나무가 서있는쪽으로 눈길을 돌리였다.

느티나무뒤로는 그 누가 일부러 만들어놓은 덩굴처럼 느삼나무덩굴이 우거졌다. 새 철길이 뻗게 될 여기 강원도 이천과 판교일대에 많이 자라는 우리 나라 특산나무다.

아름다운 꽃철이 지난 느삼나무포기들은 바야흐로 신록이 짙어간다.

역구내경계선에 천연적으로 둘러쳐진 느삼나무덩굴밖으로는 림진강이 흘렀다. 해빛에 번쩍이는 림진강건너 저 멀리로는 마식령산줄기가 첩첩 가로누워있다.

저 험악한 산발들사이에 이들의 작업장이 있다.

건설장은 철길이 뻗어갈 200여리 전구간에 널려있고 중요작업대상별로 구간구간에 청년돌격대가 나가있다.

물결사나운 림진강을 건느고 치마주름처럼 겹겹이 주름잡혀 누운 마식령산발의 허리를 끊어 나라의 동서부를 새롭게 련결하는 철길이 뻗는다.

광훈은 당원이 된 후 돌격대로 탄원하였고 대식은 자기가 내세운 생활의 목적을 이루려고 새 철길건설장을 찾아왔다.

두사람은 다 사랑을 약속한 처녀들이 아직 없었다.

광훈에게는 한때 자신도 모르게 마음 끌리였던 한 처녀가 있었고 대식도 그랬었다.

광훈은 아름답게 생긴 그 처녀가 피해버리자 구태여 따라가려 하지 않았고 지금은 지나간 나날들에 대한 하나의 추억거리로 남아있었다.

대식은 그렇지 않았다. 대식의 마음속에서 처녀가 남긴 상처는 아직 아물지 못하였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귀중하다.

사랑은 젊음을 아름답게 꽃피워 알찬 열매가 주렁지게 할수도 있고 젊음을 병들게 만들거나 봄날의 때아닌 된서리처럼 꽃망울을 얼어터지게 만들수도 있다. 사랑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만이 자기의 젊음을 빛낼수 있다.

지금 광훈은 고미탄천철길다리건설을 담당한 청년돌격대 독립중대장으로, 대식은 부중대장 겸 1소대장으로 일하고있다.

잠시후 광훈과 대식은 역구내를 나섰다.

철길이 끝난 곳, 이제 멀지 않아 새길이 뻗겠지만 아직은 길이 없는곳, 새 철길건설지구를 향해 그들은 나란히 걸어갔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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