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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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공훈합창단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규일의 곁에 앉은 로씨야군대협주단 릐바끄지휘자의 자세는 퍼그나 여유있었다. 얼마간 긴장감을 느끼기는 했으나 행동거지는 비교적 틀져보였다.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로씨야의 군가에 대해, 첫 스승이였던 쇼스따꼬비츠와 이전 쏘련의 붉은군대협주단의 조직자이며 초대단장이였던 알렉싼드로브에 대해 자랑삼아 설명했다. 한규일이 듣건대 로씨야인민이 사랑하는 가요 《정의의 싸움》과 쏘련국가를 작곡한 알렉싼드로 와씰리예비츠 알렉싼드로브에 대한 그의 존경심은 열렬했다.

일반음악문화와 합창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현대로씨야가요의 성격특징을 깊이 파악한 기초우에서 형상을 창조하였고 수많은 로씨야민요들과 혁명가요들을 합창으로 편곡하였으며 시대정신이 맥박치는 새로운 노래들을 작곡한 알렉싼드로브에 대해서는 한규일이도 잘 알고있었다. 세계음악가들의 일화를 정리하면서 그를 연구하였고 그래서 그의 창작생활을 혁명적랑만이 가득찬 생활이였다고 평했던 규일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음악사적공적도 사회주의의 붕괴와 함께 력사의 락엽속에 묻혀버렸고 그가 숭앙하던 군가의 지위는 쟈즈나 만보와 같은 서방의 이지러진 《자유음악》에 의해 밀려났다.

그런데도 릐바끄는 한때 서방을 력방하며 《로씨야사람들은 힘있는 음악으로 유럽고전주의음악의 <조국>인 윈을 점령했다.》는 신문의 보도기사를 그대로 인용하며 로씨야의 꺼지지 않는 군가의 위력을 애써 납득시키려 했다.

쥬보브낀은 무엇인가 상념에 잠긴 인상이였다. 침묵속에 무대를 지꿎게 바라보다가 릐바끄의 말에 회의적인 웃음을 짓기도 했다. 얼굴에는 이제 펼쳐질 공연에 대한 나름의 기대감과 혹여 실망하지 않을가 하는 내심의 어조가 엇섞여 실려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릐바끄의 말을 긍정하기도 했다. 실패한 군가전문가이긴 해도 자기가 사랑하던 로씨야의 군가에 대한 자부심만은 잃고싶지 않은듯 했다.

그러나 공훈합창단의 공연이 시작되면서 쥬보브낀은 자세가 달라졌다. 의자의 팔걸이를 으스러지게 틀어쥔채 굳어진 눈길로 무대를 지켜보았다. 얼굴색은 지어 해쓱하게 질리기까지 했다. 숨쉬는것마저 꺼린듯 입술을 으깨물었고 중풍을 만난듯 몸을 떨었다. 릐바끄 역시 넋잃은 사람처럼 눈을 흡뜨며 무대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의 절절한 흠모의 감정을 담은 합창에 이어 《결전의 길로》, 《전호속의 나의 노래》와 같은 노래들이 합창으로 울리자 쥬보브낀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킨듯 푸르르 떨렸다.

순간에 장엄한 포성처럼 폭발하다가도 봄날의 대지처럼 부드러운 정서로 마음을 사로잡는 합창의 장중한 울림은 그를 격동시켰다. 쥬보브낀만이 아니라 그와 나란히 앉은 릐바끄지휘자의 얼굴에도 경건하면서도 황홀한 심경이 내비쳤다.

로씨야의 노래 《정의의 싸움》이 울렸다. 노래를 따라부르는 쥬보브낀의 길쑴한 얼굴로 더운 눈물이 줄줄이 닿고있었다.

공연이 끝나자 쥬보브낀은 억제할수 없는 충동에 떠밀려 무대에 뛰여올랐다. 너무도 갑작스런 행동이여서 한규일은 당황해났다.

진춘일지휘자앞에 다가선 쥬보브낀이 그의 지휘봉에 입을 맞추더니 손을 덥석 잡았다. 머리우로 힘껏 쳐들며 《조선의 혁명군가 만세!》하고 소리쳤다. 요란한 박수갈채가 터졌다. 그는 울고있었다.…

한규일과 쥬보브낀은 만수대예술극장앞의 분수터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큰 키에 눈매가 서글서글한 릐바끄가 명상적인 눈길로 춤추는 분수를 바라보며 통역원과 함께 뒤따랐다. 부드러운 불빛이 흐르는 분수터는 공연관람을 마치고 나선 사람들로 붐비고있었다. 제법 더운 기운을 실은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오며 짙은 향기를 풍겼다.

쥬보브낀은 몹시 흥분된 자세였다.

《나를 리해해주기 바랍니다. 놀랍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완벽한 형상에 넋을 잃었습니다. <정의의 싸움>을 듣는 순간엔 쇼크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는 뒤따르는 처녀통역원에게 자기의 감정을 정확히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갓 대학을 졸업한듯 이목구비가 단정한 처녀통역원이 쥬보브낀의 억양을 살리려고 애쓰며 열성껏 설명했다.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혼자서 느릿느릿 걸어오던 릐바끄가 처녀옆에 멈춰섰다. 처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한손을 들어 처녀통역원의 말을 제지시키며 량해를 구했다.

《옳습니다. 나 역시 쥬보브낀씨와 다를바 없습니다. 규모의 폭과 울림의 장엄성, 형상의 섬세성, 째임새의 완벽성이 최상의 경지에 이른 세계적인 합창단입니다. 솔직한 말로 난 군가전문가로서 음악을 대하고 그 수준을 론할 때 랭철성을 잃은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의 공훈합창단에 대해서만은 서슴없이 그렇게 말할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세계음악의 중심이 유럽으로부터 동방조선에로 옮겨지고있는 력사적인 순간을 목격하고있습니다.》

한규일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인가 그들에게 군가에 대한 자기의 견해를 말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며 목다심을 했다.

《쥬보브낀선생이나 릐바끄선생도 느꼈겠지만 우리는 공훈합창단의 음악을 통하여 우리의 위대한 령도자이신 장군님과 마음속 대화를 나누고 뜻을 같이 하고있지요. 심장을 울리는 힘에 있어서 음악보다 더 큰것이 있을가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쥬보브낀이 웨치다싶이 하며 《밀림이 설레인다》의 노래형상에서 받은 감흥을 설명했다. 뒤이어 공훈합창단이 부르는 로씨야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광활한 대지에 피를 뿌리며 파쑈들을 때려부신 전쟁로병들을 그려보았다고 토로했다. 불빛을 받은 그의 얼굴이 황황 불타는듯 했다.

《…김정일동지는 참다운 인간이십니다. 참다운 인간이 아닌 령도자는 음악과 정치의 리상적인 결합에 대해 상상 못하지요.

우리 로씨야에도 군가가 많습니다. 글리에르의 <붉은군대행진곡>이 대표적이라고 할수 있지요. 그러나 우리 군가들은 대체로 군인고유의 직업적인 생활을 반영하고있습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로씨야인으로서 좀 부끄럽긴 하지만 진리앞에서는 공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릐바끄가 걸음을 멈칫하며 야등빛에 훤히 드러난 만수대예술극장을 돌아보았다.

《군건설사를 돌이켜보면 군대의 머리수와 무장장비만 일차시하면서 군의 사상정신무장을 차요시한탓에 군가는 자기의 건전한 발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마 고대그리스의 도시국가였던 스파르타에서 첫 군가가 생겨났을겁니다. <전장에서 목숨을 아끼지 말라>는 군가였지요. 모험적인 군인기질을 키워준다고 했지만 실은 침략과 정복전쟁을 고취하는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에 와서도 군가는 대렬행진과 열병대오를 위한 취주악이나 행진곡으로 리용되고있는것이 례상사입니다. 군대의 위세를 돋구는 하나의 치장물이나 다름없지요. 하지만 조선에서는 군가의 지위가 달라졌습니다. 예. …》

릐바끄의 토로에 쥬보브낀이 공감이라는듯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규일은 로씨야의 군가에 대해 입술이 마르도록 자랑하던 릐바끄의 모습을 상기하며 조용히 웃음을 머금었다.

《조선의 군가에는 령도자의 두리에 일심단결된 전체 국민의 정신이 반영되였습니다. 군가에서 나는 조선인민의 의식을 느꼈습니다.》

쥬보브낀의 열정적인 어조였다.

《모스크바에 가서 조선견문을 총화짓겠습니다. 우리 모스크바음악대학 학생들앞에서 군가정치의 거대한 사변적의의를 확언한 소견을 발표하겠습니다.》

인민대학습당에서 울리는 시계종소리가 밤의 대기를 흔들었다. 조선민족의 원시조인 단군과 고구려의 창시자인 동명왕을 제사지내던 조선봉건왕조시기의 옛 사당건물인 숭령전으로 오르는 길녘에서 뻐스가 일행을 기다리고있었다,

릐바끄가 평양의 밤을 잊을것 같지 못하다고 외우며 휘파람으로 《모스크바교외의 밤》의 곡조를 불렀다. 쥬보브낀이 코노래로 따라불렀다. 릐바끄가 휘파람을 그치더니 정색한 표정으로 한규일을 바라보았다.

《우리 로씨야군대협주단은 평양에서 인민군공훈합창단과 련환공연을 진행할것을 희망합니다. 오늘 밤 모스크바와 련락하겠습니다.》

《우리는 환영할것입니다.》

한규일은 릐바끄가 내미는 손을 잡았다.

 

×

 

《정말 훌륭한 공연을 보았다. 이와 같은 공연은 세계력사상 없을것이다. 우리 협주단은 조선인민군공훈합창단 공연에 감탄하면서 오래전부터 함께 공연을 해보았으면 하였다.

조선인민군공훈합창단은 조직성과 규률성이 있고 사상성과 예술성이 강하다. 우리들의 심장을 완전히 틀어잡았다. 오늘 련환공연의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위대한 김정일각하께 우리 협주단 전체 성원들의 이름으로 가장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로씨야 알렉싼드로브명칭군대협주단 단장 예피모브)

 

《언제부터 조선인민군공훈합창단을 한번 지휘해보고싶었다. 오늘 지휘를 하고보니 전투장에 나선 기분이다. 그것은 조선의 예술, 공훈합창단의 노래가 혁명투쟁에로 고무하는 힘있는 무기였기때문이다.》

(예술부단장 표도로브)

 

《나는 로씨야인민배우이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머리를 쳐들고 살았는데 오늘의 공훈합창단 공연은 나를 극장바닥에 완전히 쓰러뜨렸다.》

(성악배우 가바)

 

《공훈합창단 공연은 예술분야에서 세계의 기적이다. 공연은 그야말로 최고걸작이라고 말할수 있다. 우리 나라의 알렉싼드로브합창단도 훌륭하지만 공훈합창단은 그들을 훨씬 릉가하고있다. 너무도 황홀하여 그저 눈물만 나올뿐이다.… 우리 로씨야에 <정의의 싸움>과 같은 훌륭한 노래를 합창으로 부를만 한 관록있는 합창단이 없다는데 대하여 솔직히 인정하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로씨야 모이쎄예브국립아까데미야민속무용단 단장 아. 웨. 쉐르바꼬바)

 

《나는 순회공연차로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을 돌아보면서 훌륭하다고 하는 합창단은 다 보았다. 그러나 조선인민군공훈합창단과 같은 훌륭한 합창단은 아직 보지 못했다. 모스크바에도 제노라 하며 큰소리치는 무반주합창단이 있지만 조선인민군공훈합창단의 발뒤축에도 따라가지 못한다.》

(쎄르게이 아니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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