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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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건설장에서 제일 난문제로 제기되였던 물길굴이 드디여 관통되였다는 희소식이 지휘부에 날아왔다. 굴뚫기공사의 실적이 시원치 않아 은근히 속을 죄이던 김호삼은 참모부에 거듭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사업총화를 끝내기 바쁘게 현관에 나선 호삼은 운전사에게 빨리 차를 대라고 소리쳤다. 눈이 머루알같이 새까만 두줄배기 운전사가 난감한 기색을 지으며 차상태가 나쁘다고 밝지 못한 어조로 보고했다. 수리할 짬은 주지 않고 늘 다몰아대다나니 기관이 천식환자처럼 그릉거리고 다이야도 꿰질것 같다는것이다.

하지만 호삼은 손을 홱 내저으며 그냥 가자고 다그어댔다. 운전사는 푸 한숨을 내쉬며 승용차에 올라 발동을 걸었다. 아닌게아니라 기관소리가 시원치 않았다.

《냅다 달리자구.》

승용차는 얼마 못 가서 푸륵푸륵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더니 아예 발동이 꺼지고말았다.

호삼은 입을 다시며 차에서 내렸다. 운전사에게 뒤일을 맡기고는 내처 걸었다. 다행히 뒤따르던 정치위원의 차가 그의 곁에서 급정거했다.

《려단장동지, 차를 어데 보냈습니까?》

정치위원이 싱글벙글하며 묻는 소리였다.

《그녀석이 차관리를 떨떨하게 하거던. 달구지도 그보다는 나을겝니다.》

호삼은 변명삼아 응대하고는 군용승용차의 뒤좌석에 넌떡 올라앉았다.

《빨리 갑시다. 물길굴이 관통되였다는데 내 눈으루 확인해야 믿을것 같습니다.》

《도간도간 살피며 차를 몰아야지 이 차도 숨이 멎으면 야단입니다. 뚫러놓은 굴이야 어데 도망치겠습니까? 아무래도 내가 려단장동지의 차를 좀 맡아서 수리해야 할것 같습니다.》

《하하하, 정치위원동지가 나서준다면야 마음을 놓지요.》

《뒤처리는 내게 맡기고 그저 냅다 달리기만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사실 정치위원동지가 그렇게 떠밀어주니 그렇지 벌써 시라소니가 된지도 오랬을겁니다.》

공사장입구에 이르러 차에서 내린 호삼은 정치위원에게 물길굴에 함께 가보지 않겠는가고 물었다.

《먼저 가보십시오. 난 언제공사장에 가봐야 할것 같습니다. 거기서도 실적을 올렸다는데 축하해줘야지요.》

어둠속에 잦아드는 정치위원의 뒤모습을 눈으로 바래운 호삼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공사장의 밤전경을 부감했다.

총참모부에서 조직한 훈련때에도 군인가족들로 림시돌격대가 무어져 한번도 중단된적이 없는 공사였다. 군인들이 다시 진입하면서 해산되였지만 어떤 녀인들은 군인들과 함께 완공의 기쁨을 맛보겠다면서 여전히 질통을 지고 달렸다.

그래서 며칠전에는 이곳 공사장에서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 참가할 대상자선발을 위한 심사가 진행되였다.

온 공사장이 들썩했다. 녀인들의 재간을 구경하려고 숱한 군인들이 모여들었는데 나중엔 격식없는 오락회판으로 번져졌다.

언제공사장이나 혼합물작업장, 물길굴공사장에서도 랑만과 희열에 넘친 노래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것이 원동력이 되였는지 호삼이 우려하던 물길굴은 계획된 날자를 앞당겨 관통되였다.

노래열풍이 얼마나 세찬지 지휘부까지 휩쓸었다. 다른 부대들에서 려단의 노래열풍을 따라배우겠다고 일부러 찾아오는것을 보면 예술소조활동이란 과연 소홀히 대할 사업이 아닌것 같다. 호삼은 우려가 감동으로 뒤바뀐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군사부려단장을 불러 설비들을 빨리 전개할것을 강조하고나서 물길굴로 향했다.

갱입구에서 우등불이 활활 타오르고있었다. 화광이 충천하는 불길주위에 군인들이 둘러앉은것이 보였다. 누구인가 목청을 돋구어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호삼은 헛기침을 짖으며 우등불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를 알아본 유승철이 당황한 기색으로 인사했다.

군인들과 얼마간 사이를 둔 관목밑에서 음식들을 준비하고있던 가족녀인들이 려단장을 향해 저마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우리 군인들을 위해 정말 수고많습니다.》

《오늘 갱이 관통되였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들 이렇게 나왔습니다.》

류정애의 인사말이였다.

호삼은 감사하다고 응대하며 녀인들을 둘러보았다. 구석쪽에 쭈그리고앉아 음식감들을 고루 나누던 안해가 그의 눈길에 생긋 웃어보였다. 려단지휘부를 현지시찰하시며 군인들뿐아니라 가족들도 초소를 지켜섰다고 기쁨에 넘쳐 외우시던 최고사령관동지의 음성이 귀전에 울렸다.

《나도 노래 한마디 해볼가?…》

김호삼은 격한 심정을 누르며 손풍금을 메고선 유승철을 눈짓했다. 유승철이 믿지 못하겠다는듯 입을 삐주름히 내밀었다.

《허, 이 사람 날 노래도 못 부르는 숙맥으로 보는게 아니요?》

가벼운 웃음소리를 뒤에 달며 그는 웅글은 소리로 《도미쏠미도》의 발성음을 울렸다. 박수소리가 났다.

《대대장, 거 있지? 입대하여 처음으로 식당근무 나갔네… 병사시절에 내가 좋아하던 노래요.》

《<젊은 병사 박동무 식당근무 나갔네> 입니다.》

랑만에 넘친 손풍금전주에 이어 호삼은 제법 손으로 칼장단치는 흉내를 내며 목청을 뽑았다.

노래가 끝나자 재청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몰방으로 터졌다.

호삼은 싫지 않았다. 자기의 성대를 시위하기도 했지만 유승철이가 이젠 자기를 깔보지 못할것이라는 은근한 승벽심이 생겼다.

《좋소, 재청받는것도 괜찮구만. 이왕이면 대대장동무 아버지가 지은 노래를 부릅시다. <조선로동당 만세>가 좋더구만.》

유승철이 별스레 쑥스러워하며 목덜미를 쓸어만졌다. 호삼의 곁에 다가선 5중대장이 대대장의 아버지가 군인들속에 앉아있다고 알려주었다.

호삼은 문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색바랜 솜옷차림의 유진수가 엉거주춤 일어서며 싱그레 웃었다. 호삼은 뒤미처 인사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실수할번 했군요. 인사가 늦어서 안됐습니다. 군인들과 함께 질통을 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많이 배웁니다. 땀내가 좋고 총기름내가 좋다는걸 다시한번 느꼈지요. 옛 병사시절을 되찾았습니다. 그래서 노래를 잘 부르진 못하지만 나도 몇마디 불렀지요.》

《부단장동지, 우리 함께 부릅시다.》

유진수가 쾌히 응했다. 김호삼은 그와 어깨를 결으며 손풍금반주에 맞추어 첫 소절을 뗐다. 당을 따라 영원히 한길을 가며 조선로동당만세를 부르겠다는 군인들의 마음이 합쳐지며 합창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번엔 병사들이 김호삼이더러 북재간을 보여달라고 법석 끓어댔다. 유승철이 발설한것 같은데 쉬이 물러설 기미가 아니였다.

《북재간두 있었는가요? 그럼 나도 좀 구경합시다.》

유진수부단장이 덩달아 부추겼다. 까짓것 못할것도 없었다.

호삼은 솜옷소매를 걷어붙이고는 정애가 가져다주는 중북을 안고 눈판에 펄썩 앉았다. 가벼운 장단부터 시작하여 점점 멋진 률조를 맞춘 동작으로 넘어갔다. 노래가 술술 입밖으로 나갔다. 어깨가 저절로 솟구치고 관자노리에서 땀방울이 휘뿌려졌다.

몸을 좌우로 흔들던 유승철이 옥철에게서 손풍금을 다시 뺏아들더니 풍랑을 좌르르 펼쳤다. 《장군님 백마타고 달리신다》의 노래가 북소리에 두둥실 실려 울려퍼졌다. 춤판이 펼쳐지며 군인들이 저저마다 뛰여들었다. 군인가족들도 뒤지지 않았다.

호삼은 군인들의 성화에 못이겨 몇번 더 북재주를 펼쳐보이고서야 겨우 몸을 뺄수 있었다. 관통된 갱을 거닐어보겠다고 하자 유진수도 함께 걸을 의향을 표시했다.

《대대장, 전지를 하나 빌려주오. 동무들은 밤새도록 노래부르라구. 난 부단장동지와 같이 걸으면서 자체비판을 좀 해야겠소.》

《비판이라니요? 그러면 난 그만두겠습니다.》

유진수의 대꾸에 호삼은 대대장한테 너무 꼴을 먹다나니 한번 해본 소리라고 변명하며 황급히 그의 솜옷자락을 붙잡았다.

전지불을 비치며 호삼이 먼저 갱구에 들어섰다. 굴천정에서 떨어지는 석수소리가 여기저기서 귀맛좋게 들렸다.

갱도가 끝간데 없이 뻗어있었다. 병사들과 함께 함마잡이를 하던 날들이며 대대장이 괜히 병사들을 들썽하게 만들면서 굴진속도를 늦춘다고 추궁하던 날들이 머리속에 언뜻언뜻 떠올랐다. 그 나날에 호삼은 잃었던 노래를 되찾았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그 귀한 보물을 혁명의 무기로 다시 안겨주신것이다.

《부단장동지, 사실 난 승철동무가 써클이요 뭐요 하면서 들썩거릴 때 추궁도 좀 했더랬지요. 좀 멋한 소리이긴 하지만 대대장이 군단적으로 코대가 높은 예술선전대 성악지도원과 결합되는걸 반가워하면서도 혹시 그통에 대대장동무가 허파에 바람이 찰가봐 걱정까지 했구요.》

호삼은 유진수가 비칠하는것을 날쌔게 잡아주었다. 진수가 그런 소리는 하지 말자고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중얼거렸다. 호삼은 못 들은척 했다.

《…그런데 이렇게 관통되였습니다. 노래가 힘을 주었지요. 전에 성악지도원이 현장에 나왔다가 독창무대를 펼친적이 있었는데 굉장했습니다. 노래소리는 우리 군인들의 가슴속에 최고사령관동지에 대한 그리움의 불길을 더 세차게 일으켰고 수호자의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주었지요. 그뿐입니까? 공훈합창단의 노래는 또 얼마나 큰 힘이 되였습니까.》

유진수가 기침소리를 냈다. 고개를 돌리는 호삼에게 게면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성악지도원동문 독창회를 진행한 이튿날에 군의소에로 실려갔는데 허 이 빌어먹을 호삼이가 그 죄를 다 뒤집어썼지요. 군의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혼자몸이 아니라는겁니다. 부단장동지도 아는가요?》

《만나는 첫 순간에 알아보았지요. 어쨌든 부모가 아닙니까.》

《하긴 그렇지요, 부모의 눈이야 속이지 못하지요. 성악지도원은 그몸으로 예술소조활동을 지도하고 선전대공연을 보장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에이, 그만둡시다. 여하튼 기막힌 한쌍의 원앙새부부입니다. 그때 성악지도원이 평양으로 소환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사실 섭섭했습니다.》

뒤따르던 유진수가 또다시 쿨럭쿨럭 기침을 깇었다. 김호삼은 당황한 낯색으로 그를 돌아보며 어디 불편한가고 물었다.

《아니아니, 사레가 들린것 같군요.》

《감기에 걸리면 야단입니다. 주의하셔야지 아들, 며느리에게 이 호삼이가 체면을 잃을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그 한쌍의 원앙새부부는 자기들은 절대로 화선무대를 떠나지 않겠다는겁니다. 그래서 내 반살미를 한번 더 해주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처음엔 인차 떠날것 같애서 서운한 심정으로 차려주었고 떠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는 반가워서 또 차렸지요.》

《감사합니다. 이 애비는 애들의 마음속에 얼룩점을 남겼는데 려단장동지나 이곳 군인들은 그 얼룩점을 깨끗이 지워주었군요. 내 진심으로 인사합니다.》

김호삼은 인사를 받자고 한 말이 아니라고 성급히 응대했다.

갱도를 통과한 그들은 언제공사장입구에 이르렀다.

군단장과 군단정치위원이 려단장을 기다리고있었다.

김호삼은 군단장에게 방금 돌아본 물길굴에 대해 보고했다. 구경서의 얼굴에 흡족한 웃음이 피여났다.

《축하하오. 정치위원동무와 두루 토론하다가 군단예술선전대를 데려왔소. 물론 군단지휘부 군인가족들이 지원하는 물자도 한자동차 싣고왔지.》

《감사합니다, 전에 군단에서 쏴준 지원포사격이 큰 은을 냈습니다.》

호삼은 뒤를 돌아보며 2대대장의 아버지도 함께 왔다고 보고했다.

구경서가 반색하며 유진수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보니 온 가족이 다 우리 부대에 모인셈이군요.》

《군단장동지, 이자도 려단장동무한테 말했는데 이번에 많은걸 배웠습니다. 군인들이 발휘하는 이 성스러운 정신을 꼭 선률로 자랑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였습니다.》

군단정치위원이 그의 말을 긍정했다.

《부단장동무, 오늘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전화로 부단장동무가 어떻게 지내는가고 물어보시였소.》

유진수는 숨이 꺽 막혔다. 허둥거리며 김호삼의 팔을 붙잡았다.

《군단장동진 부단장동무가 발전소건설장에 나가 군인들과 함께 일하면서 중대예술소조활동과 군인가족들의 공연을 도와준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고드렸소.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몹시 기뻐하시면서 자신께서는 부단장동무가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씀하시였소.》

《예?!…》

유진수는 뒤말을 잇지 못한채 고개를 떨구었다. 심장만은 언제나 그이 가까이에 두고싶으면서도 죄지은 자기로서는 너무도 엄청난 소원이여서 스스로 자신을 꾸짖던 진수였다.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이 불민한 전사를 잊지 않으시고 건강을 념려해주신것이다. 아, 행복의 끝은 어디인가?…

《부단장동무의 며느리도 함께 나왔소. 듣자니 몸을 주의해야 할 때라던데 끝내 따라섰구만.》

《저도 며느리와 함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좋습니다. 한번 심장들을 울려봅시다.》

구경서는 호삼에게 무대를 빨리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곧 온 공사장을 밝히며 홰불이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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