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6 회)

55

 

김정일동지께서는 과학자, 기술자들의 환호에 답례를 보내시며 자리에 앉으시였다.

조선인민군협주단 공훈합창단 소품공연이 시작되였다.

공연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게 되시는 유진수가 없는것이 서운하시였다. 그는 지금 아들, 며느리가 복무하고있는, 바로 공훈합창단이 공연을 진행한 군부대발전소건설장에 나가 군인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있다. 자식들에게 허물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보이더라도 량심을 되찾은 인간이 되겠다는것이 어쩌면 자기를 이겨내려는 몸부림처럼 여겨지시였다. 그렇게 모진 결심을 품은 사람이니 꼭 자기를 이겨낼것이다.…

그이께서는 탁자우에 놓인 곡목안내서를 번지시며 노래연주에 주의를 집중하시였다.

곡목이 바뀔 때마다 관람자들은 억제할수 없는 흥분과 충동을 감추지 못하고 박수갈채를 보냈다.

관람석에 앉은 한규일은 감동에 젖어 울고있었다. 자기에게 차례진 행복이 자기의것처럼 생각되지 않아 자꾸 손등을 꼬집었다.

건설장에 찾아온 당중앙위원회 일군이 선생에게 미안하다고 용서를 빌 때부터 한규일은 자기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꿈같은 일이 련이어 펼쳐지며 그를 무아경으로 이끌고있는것이다. 장군님께서 앉아계신 곳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공연이 끝나 무대에서 만세가 터져오를찰나에 김정일동지께서 문득 손을 들어올리시였다.

《가만, 모두 자신있게 노래를 불렀는데 <승리의 길>을 한번 더 들어봅시다. 선창자들이 다같이 부르는게 좋겠소.》

노래소리가 울렸다.

 

        …

        폭풍이 사납다 해도 이 땅에 다른 길은 없다

        백두의 붉은기 높이 끝까지 가야 할 이 길

        …

 

김정일동지께서는 근엄하신 안색으로 노래를 따라부르시였다. 조명록과 문성태부부장도 주먹을 틀어쥐고 노래를 불렀다. 많지 않은 관람자들도 박자에 맞추어 주먹을 흔들며 노래했다.

노래가 끝나자 그이께서는 먼저 박수를 보내시며 가수들을 향해 잘 불렀다고 치하하시였다.

《들을수록 신심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노래요.》

자리에서 일어서시며 저력있는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노래가사에도 있는것처럼 우리모두는 수령님의 품속에서 자라나 수령님따라 혁명을 해온 사람들이요. 우리는 수령님께서 개척하신 조선혁명을 당의 령도밑에 기어이 승리적으로 전진시켜 수령님의 생전의 념원대로 이 땅우에 기어이 주체의 사회주의강국을 일떠세워야 합니다. 내가 오늘 합창 <승리의 길>을 한번 더 부르도록 한 리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노래는 신념의 노래입니다.》

열광적인 박수가 터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상근을 가까이 부르시였다. 공훈합창단에 한가지 정황을 제시하겠다고 말씀하시였다.

환희에 들떠 벙글거리던 전상근이 갑자기 긴장해졌다.

《반미성전이 벌어졌소. 최전연에 위치한 최고사령부에 공훈합창단이 도착하였소. 최고사령관이 노래 몇곡을 부르라고 지시하였는데 무슨 노래를 부르겠소?》

일군들이 호기심어린 눈길로 전상근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결전의 길로>, <조국보위의 노래>, <전호속의 나의 노래>를 불러드리겠습니다.》

전상근의 대답에 인민군지휘성원들과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도 그런 정황에서는 전시가요를 부르는것이 마땅한듯 긍정어린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옳소. 그런데 최고사령관이 더 듣고싶어하는 노래가 있소. 전쟁이 과연 승리로 끝나겠는지 아니면 패하겠는지 누구도 모르는 준엄한 시각이요. 그래 무슨 노래를 부르겠소?》

모두가 놀랐다. 그런 정황이 있다고 상상해본적도 없거니와 그이께서 계시여 승리는 언제나 우리의것이라고 믿어의심치 않은 그들이였던것이다.

《만약… 그런 때가 있게 된다면… 그럴수는 없지만 가상적인 정황이라면 우리는…》

전상근이 저도 모르게 떠듬거렸다. 김정일동지께서 환하신 웃음으로 그의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시였다.

《…노래 <수령이시여 명령만 내리시라>를 부르겠습니다.》

그이께서는 고개를 가로 저으시였다.

당황해난 전상근은 이번엔 《천만이 총폭탄되리라》를 부르겠다고 성급히 말씀드렸다.

《아니요, <우리는 빈터에서 시작하였네>, 이 노래를 불러야 하오. 왜 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가? 최고사령관은 언제나 승리를 확신하고있기때문이요. 우리 수령님께서 전쟁이 가장 엄혹하던 시기에 승리한 조국의 래일을 내다보시고 복구건설전망을 펼쳐주신것처럼 나는 복구건설의 노래를 통해 우리의 승리를 온 세상에 선포하겠소.》

그이의 우렁우렁하신 음성에 장내는 또다시 박수소리로 가득찼다. 무대에 선 배우들도 흥분에 겨워 열광적으로 박수를 쳤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노래를 더 듣고싶지만 성악배우들에게 과한 부담을 줄것 같아 그만두자고 하시며 자신께서는 공훈합창단을 가지고있기때문에 언제나 마음이 든든하고 힘든줄 모른다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공훈합창단은 앞으로도 당에서 요구하는 명곡들을 부르면서 나와 함께 혁명의 길을 앞장서 헤쳐가야 하오.

공훈합창단은 김정일합창단입니다. 나는 동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혁명과 건설을 더욱 힘있게 밀고나갈것이며 이 땅우에 기어이 주체의 강성국가를 일떠세우고야말것입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믿음을 심장에 안고 혁명군가를 더 높이 부르겠습니다.》

전상근이 기백있는 어조로 말씀드렸다.

선창자들이 기쁨에 겨운 얼굴로 그이를 우러러 경례드렸다. 눈가에서 뜨거운 물기가 번쩍거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문성태에게 한규일선생이 왔는가고 물으시였다. 문성태가 한규일이 앉은 관람석을 가리켜드리며 저기에 앉아있다고 말씀드렸다.

자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며 거쿨진 몸을 옹송그리던 한규일은 문성태가 가까이 다가와 장군님께서 선생을 부르신다고 귀띔했을 때 심장이 터지는듯 했다.

관람자들의 눈길이 일시에 한규일을 에워쌌다. 한규일은 문성태의 뒤를 따라 허둥지둥 그이앞으로 달려나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중히 인사드리는 한규일을 일군들에게 소개하시였다.

《…젊었을 때의 모습이 크게 변하지 않았구만. 아마 <수령님 밤이 퍽 깊었습니다>의 노래가 나오게 된데는 규일선생의 공로도 있을거요.》

장군님, 그때 일을 지금껏…》

한규일이 감격한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규일선생, 공훈합창단 선창자동무들에게 노래 한곡을 요청하오. 이 동무들은 무슨 노래에나 다 준비되여있소. 일당백이요.》

일군들이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며 무대를 바라보았다.

《제가 어찌 감히… 장군님, 죄많은 몸으로 이 영광의 자리에 선것만도 과분하게 생각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환히 웃으시며 선생이 꽤 소심해졌다고 정을 담아 말씀하시였다.

《그럼 선생을 대신해서 내가 한곡 요청합시다. 석지민동무, <아리랑>노래를 부를수 있겠소?》

《예, 부르겠습니다.》

석지민이 성량이 풍부한 목소리로 손풍금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한규일은 넋잃은 눈길로 가수를 바라보았다. 애절한 눈물속에 렬지와 함께 노래부르던 흘러간 옛 시절이 눈앞에 삼삼했다. 앞길이 캄캄하여 덧없는 세월에 속절없이 지는 인생을 한탄하던 그 나날엔 《아리랑》의 노래소리도 처량했다. 그러나 오늘날 부르는 노래에는 환희가 실려있었다.

렬지, 이 노래소리를 듣고있소? 우리 장군님께서 나를 대신해서 《아리랑》노래를 요청하시였소.…

《우리 나라에는 <아리랑>노래가 수십곡이나 있소. 그래서 세상사람들이 우리 민족을 두고 <아리랑민족>이라고 하는거요. 각이한 지방에서 창작되고 불리워진 까닭에 가사와 곡이 다양하지만 거의나가 애수와 울분, 원망의 처량한 정서를 담고있소. 버리고간 님에 대한 애정과 원망의 노래라고도 볼수 있지만 그 바탕에는 해당시기 우리 인민들이 당하던 쓰라린 고통과 설음, 통치배들에 대한 원한과 행복한 생활에 대한 념원이 비껴있는것이요.》

김정일동지의 말씀이시였다.

《동무들도 알겠지만 해방전에 국제올림픽경기대회에 출전한 우리나라의 마라손선수였던 손기정은 단연 1등의 시상대에 올랐소. 하지만 나라를 일제에게 빼앗긴탓에 앞가슴에는 제 나라의 국기가 아닌 일본국기를 표시해야 하는 비극이 생겼소. 그 원한과 울분이 구천에 사무쳐 백의동포들은 흰옷을 입고 대동강반에 떨쳐나와 피눈물을 삼키며 <아리랑>의 노래를 불렀다고 하오. 왜 그 노래를 불렀겠소? 비록 성부와 리랑의 사랑의 비화로 태여난 노래였지만 우리 인민은 노래가사의 님을 잃어버린 조국으로 간주했던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활달한 손세를 쓰시며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민족수난의 시기에 창작되여 불리우던 계몽기가요들도 우리 인민에게 반일애국사상을 심어주는데 일정하게 기여했다고 말씀하시였다.

《그 노래들에는 망국노의 설음과 함께 온갖 불의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우리 인민의 반항정신이 깔려있소. 그래서 일제는 우리 음악가들이 빼앗긴 조국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잃어버린 부모처자와 시들어버린 사랑과 청춘을 노래하는것을 그토록 반대한것이고 보급되는 노래들에 <금곡령>까지 내리면서 탄압했던것이요.

그런데 한때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은 초혁명성을 부르짖으면서 이 노래들을 부르는것을 이모저모로 반대하였소. 그래서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민족문화유산에 대한 우리 당의 문예정책을 정확히 인식시키도록 했소. 다부작예술영화 <민족과 운명>에 나오는 해방전의 류행가들도 다 내가 골라준것이요. 묻혀서는 안될 우리의 음악유산이기에 영화로 내보내도록 했소.》

저도 모르게 한걸음 나선 한규일이 풀썩 무릎을 꿇었다.

장군님, 장군님께서 우리의 음악유산을 구원해주시였습니다. 제한몸 욕되는건 아깝지 않지만 민족의 음악재보가 묻히게 될가봐…

장군님, 이제는 됐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급히 그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세우시였다.

《그렇다면 나도 기쁩니다.》

장군님, 장군님앞에 제 이제껏 숨겨오던 사연을 다 아뢰이겠습니다.》

한규일이 손수건으로 눈물자국을 지우며 감동에 젖은 어조로 말씀드렸다.

《…이번에 전 베를린에 갔다가 어떤 녀자를 만난것으로 하여 더욱 머리를 쳐들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차마 실토할수 없었습니다. 저의 어지러운 과거가 드러날것만 같아 혼자서 묵새겼습니다. 사실은 이제껏 알지 못하고있던 저의 손녀를 만났댔습니다.》

너무도 뜻밖의 고백이여서 그이께서는 놀라시였다. 문성태도 당황한 낯색으로 한규일을 주시했다.

《해방전에 방랑악단을 따라다닐 때 저와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녀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국이 해방되기 전에 우리는 만주의 심산유곡에서 헤여지지 않으면 안되였습니다.…》

규일은 일제의 《토벌》로 생리별을 당하지 않으면 안되였던 눈물겨운 사연을, 자기와 헤여진 뒤에 피덩이를 안고 고향인 남조선에 갔다가 《간첩》으로 몰렸다는 옛 애인의 과거사를, 손녀대에 이르도록 아직도 이국의 들가를 정처없이 방황하고있는 사실을 그대로 그이께 말씀드렸다.

베를린에서 만났던 로씨야의 음악가에 대해서도 터놓았다. 이전 쏘련시기에 인민배우로 떠받들리우며 음악활동을 벌렸지만 지금은 금전을 수호신으로, 유일한 인생의 반려로 삼고 남의 나라에서 연주활동을 하는 그가 평양에서 울리는 우렁찬 군가포성에 의혹을 느낀 사실까지도 숨김없이 아뢰였다.

《…생일날에 그런것들이 생각나다나니 자연 과거의 일들이 머리속에 떠올랐고 그 시기에 부르던 처절한 노래가락들이 입에 오르게 되였습니다. 오늘날의 시대상을 잊고 과거만을 보다나니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장군님, 다 불민한 제탓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푹 수그리는 한규일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시였다.

《그게 왜 규일선생의 탓이겠습니까.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우리 민족이 당한 불행이고 슬픔입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1920년대, 1930년대의 계몽기가요들이 우리의 민족문화유산인것만은 틀림없지만 다시는 이 땅에 그런 슬픔과 영탄의 노래가 울리는 력사의 비극이 되풀이되여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인민에게 웃으면서 부를수 있는 로동당시대의 새 <아리랑>을 선물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나라의 <아리랑>민요군이 더 풍부해지고 이채로와질것입니다.》

장군님, 우리 <아리랑>민족에게 또 하나의 큰 재산이 생기게 되였습니다.》

한규일이 저도 모르게 흥분에 겨운 어조로 말씀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환한 미소를 존안에 떠올리시였다.

《규일선생, 선생을 가슴아프게 한 그들모두를 조국에 초청합시다. 이번에 진행되는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그들모두를 부릅시다. 그들에게 인간을 가장 위대하고 힘있는 존재로 내세우며 완성에로 이끄는 우리의 노래를 들려주고 원한다면 가족음악회도 하도록 합시다.》

장군님!》

그것은 결코 꿈이 아니였다. 규일은 소리내여 울음을 터뜨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선생이 수난기의 음악가들과 노래에 대한 도서를 집필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아닙니다, 장군님. 제가 눈이 멀어 현실을 망각했습니다.

제 꼭 장군님의 음악령도를 후세에 길이 전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활달하게 손을 내저으시였다.

《규일선생, 선생이 집필하는 민족수난기의 음악도서는 나라의 귀중한 재보로 될것입니다. 이 나라를 진실로 사랑하는 음악가만이 할수 있는 일입니다. 나에 대해 쓰지 말고 력사에 묻힌 그 시기의 음악을 다 찾아 후세에 전합시다. 난 절대찬성입니다. 도서가 완성되면 나에게도 하나 주시오. 꼭 보아주겠습니다.》

규일은 담벽처럼 솟구치며 밀려드는 감동의 파도에 비칠했다. 감격한 눈물이 두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불현듯 멀리로 흘러가버린 1970년대의 추억이 뇌리에 되살아났다.

《나는 조선의 꿈을 사랑합니다. 조선의 꿈이 얼마나 좋습니까.》

새벽녘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울리던 그이의 음성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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