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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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중앙위원회청사에서 집무를 보시고 어슬녘에 인공지구위성개발현장에 나가시였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뜩새벽이 되여서야 그곳을 떠나시였다. 과학자, 기술자들과 마주앉아 제기된 문제들을 협의하시다나니 의외로 시간이 지체되시였던것이다. 그러나 기쁘시였다.

설계와 제작을 우리 식으로 하고 모든 요소를 주체화하는데서 돌파구가 열렸고 기적적인 성과들이 이룩되였다. 개발전망이 이제는 확고히 내다보였다.

그이께서는 적들의 극악한 제재와 봉쇄, 고립압살책동속에서도 조선의 위성이 보란듯이 우주로 솟구쳐오를 날이 얼마 멀지 않았다는것을 확신하시였다.

어버이수령님을 뵙고싶은 간절한 마음을 안으시고 그길로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랜 시간을 수령님과 심중의 대화를 나누시였다. 겹쳐드는 난관과 인민이 겪는 고생을 눈앞에 보면서도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단행하신 력사적인 선택이며 그 과정에 겪으신 괴로움과 만단사연을 이제는 전망이 확고해져 수령님께서 바라시던 강국의 념원을 풀어드릴수 있게 된데 대해 보고드리시였다.

수령님의 축복을 받으시며 기념궁전을 나서신 그이께서는 승용차의 운전대를 잡으시고 금성도로를 따라 달리시였다.

도로에는 인적이 없었다. 룡남산언덕에 높이 일떠선 김일성종합대학의 22층교사며 그 맞은켠의 기숙사창문들에 불빛이 드문했다. 시험기간인지 다른 학생들의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거리에 나선 몇몇 대학생들이 가로등밑에서 책을 읽고있었다.

승용차는 룡흥네거리를 지나 창전거리로 향했다. 제1백화점을 가까이하면서 불빛환한 만수대예술극장에 눈길을 보내시던 그이께서는 이밤따라 공훈합창단노래를 속이 후련해지도록 듣고싶으신 충동을 느끼시였다. 극장을 향해 운전대를 돌리시였다.

극장 앞마당은 조용했다. 구내의 부드러운 외등빛이 웅장화려한 건물을 부드러이 감싸며 어둠을 쫓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조음하는 소리라도 들릴상싶어 차창을 내리고 귀를 강구시였다. 아슴푸레 들려오는듯 했다. 점점 커졌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바이올린선률이 달팽이처럼 생긴 호른의 부드러운 음향과 조화되는 속에 비올라의 특색있는 음색이 섞여들며 청신한 기운을 안겨주더니 풍만한 산골정서를 안은 죽관악기들의 선률이 뒤따르고 웅심깊은 아버지의 타이름과도 같이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첼로선률이 자기 고유의 음색을 자랑했다.

봄날의 부드러운 젖빛안개를 비집고 숲속에 비쳐드는 명랑한 해빛과 같은 트럼베트의 밝고 류창한 고음소리에 맞추어 트롬본, 튜바의 금속성들이 활기있는 연주세계를 펼쳤다.

드디여 합창이 터졌다. 고난을 박차고 전진하는 이 나라의 장한 모습이 우렁찬 합창에 실려왔다. 아니, 그이의 상상이시였다. 그러나 마치 합창연주를 들으신것처럼 마음이 확 열리시였다.

왜서인지 합창을 지휘하는 사람이 유진수인것처럼 생각되시였다.

문득 그가 당위원회앞으로 썼다는 편지내용이 상기되시였다. 씻지 못할 과오를 범한 자기로서는 더는 신성한 군가집단에 있을 자격이 없으며 음악과는 떨어질수 없기에 민족악기생산에 여생을 깡그리 바치겠다는 편지였다.

자기를 이겨내려는 의지가 박약했다. 어머니가 때리는 매에 아픔을 느끼면서도 어머니의 괴로운 마음은 헤아릴줄 몰랐다.

총정치국에서는 여러가지로 론의하던 끝에 그를 현직무에서 해임하고 본인의 의견을 참작하여 민족악기생산에 동원시킬것을 제기하였다.

그들로서는 충분히 리해를 앞세웠다고 볼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제기에 선뜻 동의하게 되지 않으시였다.

누구인가 그이께서 계신쪽으로 성급히 달려왔다. 희미한 불빛속에 형체를 드러낸 사람은 전상근단장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문을 열고 내리시였다.

전상근이 옷매무시를 바로하며 패기있는 동작으로 거수경례를 하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지금 부대는…》

《조용하오. 지나가던 길에 들렸소. 유진수동무는 있소?…》

《저, 이번 일로 심리적타격을 받았는지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있습니다.》

《그럴수 있지. 가보았소?》

전상근은 두번 가보았는데 몹시 괴로와하더라고 보고드렸다. 성격이 시원하다는 인상을 주는 그였지만 너무 긴장된탓에 마치 나무로 깎아 만든 조각처럼 보였다.

《그를 잘 도와주어야 하오.》

김정일동지께서 현지시찰의 길에서 파악하고 료해하신 전상근은 내밀성이 강하고 통솔력이 있으며 예술소조활동에 대한 지도에서도 주견이 강한 일군이였다. 공연대본도 그가 쓴다고 했다. 그래서 예술인부대의 지휘관으로 추천하시였는데 전상근은 당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있다. 공훈합창단의 방사포일제사격에는 사격지휘관인 전상근의 공로도 적지 않다고 생각되시였다.

《단장동무의 어깨에 실린 짐이 가볍지 않소. 노래포탄이 꽝꽝 쏟아지자면 지휘관부터 앞채를 메야 하오. 그러자면 원칙을 지켜야 하오. 음악예술에 대한 당의 정책적요구를 잘 알고 집단을 이끌어야 하오.》

맵짠 바람이 불어오며 앙칼진 소음을 질렀다. 정원수의 우듬지에 쌓였던 잔설이 밤의 공간에 마구 휘뿌려졌다.

《…단장동무, 훌륭한 노래는 인간을 변모시키고 완성에로 이끈다고 했소. 사실 난 유진수가 나의 음악철학을 리해하고 그 과정에 참된 인간이 되기를 바랐소. 그래서 아껴주고 요구성을 높였지.…》

극장의 어느 한 창가에서 느닷없는 바이올린소리가 흘러왔다. 현줄을 긋는 활소리가 유별나게 아름답고 선명했다. 가요 《나의 어머니》의 선률이였다. 연주가가 마치 그이께서 오신줄 알고 켜드리는듯 했다.

바이올린의 명상적인 선률이 그이의 가슴속에 이름못할 정회를 불러일으켰다.

김정일동지께서 그 노래를 처음 부르신것은 고급중학교 졸업식날이였다. 사실 따로 준비한것이 아니였는데 교원들과 학우들의 요청을 받고보니 자신께서 지으시였던 어머니에 대한 노래를 부르고싶은 생각이 불쑥 갈마드시였던것이다.

혁명의 길에 첫걸음을 내디디시는 자신의 성장하신 모습을 어머님께 보여드리고싶은 그리고 혁명가의 첫걸음마를 배워주고 이끌어주고 떠밀어주신 어머님에 대한 감사의 정과 한없는 그리움을 터치고싶으신 충동에 그 노래를 부르게 되시였다.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의 선률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린것은 썩 이전부터였다. 동생과 함께 모란봉에 안치된 어머님의 묘소앞에 엎드려 슬프게 울던 그 저녁일수도 있었고 더 먼저는 뜨락에 남모르게 묻어놓은 밤알들을 꺼내보며 어머님이 곧 돌아올것이라고 자신을 위안하시던 그 밤일수도 있었다. 어머님을 그리시는 마음이 가사가 되고 선률이 된것이 가요 《나의 어머니》였다.

그런데 졸업식날에 학우들은 누구도 배워준적이 없는 그 노래를 자신과 함께 합창으로 따라불렀다. 뒤늦게야 알았지만 그들은 과외시간에 그이께서 조용히 부르시던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속 괴로움을 함께 나누었던것이다.

《진춘일동무가 연주하고있습니다.》

전상근이 김정일동지께 나직이 아뢰였다.

《이번에 최고사령관동지의 믿음과 사랑을 받아안고 저렇게 밤을 새우며 지휘훈련을 하는데 가끔 바이올린으로 <나의 어머니>의 노래를 연주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덕이시며 진춘일의 얼굴을 눈앞에 떠올리시였다. 그이의 믿음을 받아안는 자리에서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는 진춘일이였다. 그는 병원침상에서도 해종일 울었다고 한다.

《춘일동무가 다시 활기를 찾고 창조의 밤을 새운다니 반갑소.》

불빛이 환한 극장앞의 분수터에로 눈길을 옮기시였다. 몇걸음 거니시다가 전상근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단장동무, 진춘일이나 유진수는 다 당에서 아끼는 인재들이요. 난 유진수동무가 나약하게 쓰러져서 음악을 포기하는것을 바라지 않소. 자기가 창조한 노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오. 유진수는 응당 이것을 증명하는 나의 음악보좌관이 되여야 하오. 그가 민족악기생산에 이바지하겠다고 한다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보다는 공훈합창단이 부르는 노래를 군인들이 어떻게 가슴에 새기며 투쟁하고있는가를 느끼는게 더 중요하다고 보오.》

전상근은 그이께서 음악가들의 운명문제를 그리도 중히 여기시며 누구보다도 마음을 쓰신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유진수의 요구를 들어주는것이 마땅하며 그것도 관대한 책벌이라고 생각했던것이 부끄러워 어떤 말씀도 드릴수 없었다.

《난 어제밤에도 유진수동무가 창작한 노래들을 들으면서 그의 인생길을 생각했소. 많은 일을 했지. 당과 수령에 대해, 조국과 인민에 대해 노래하면서 음악가로서의 뚜렷한 자욱을 찍었소. 그런 동무가 왜 과오를 범했는가? 자기가 만든 노래에 스스로 심취되면서 점점 실무화되였기때문이요. 명곡을 듣고 부르면서 당에 대한 신뢰심을 더욱 굳게 안는 인민을 보지 못하고 자기만을 보았기때문이요.

이번에 공연한 그곳 부대에 가서 군인들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게 합시다. 나는 달라진 유진수를, 당의 사상으로 무장하고 당의 숨결로 사고하는 정의인, 열의인이 된 유진수를 보게 되리라 믿소.》

전상근은 울컥하는 심정을 못이겨하며 자기들의 생각이 짧았다고 말씀올렸다.

최고사령관동지, 부단장동문 최고사령관동지의 신임에 꼭 보답하리라 믿습니다.》

《고맙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엇인가를 더 말씀하고싶으시였다. 공훈합창단에 대한 자신의 믿음과 세상에 새로운 면모를 자랑하게 될 군가집단의 빛나는 구상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싶으시였다. 그러나 구태여 말씀하시지 않아도 전상근이 자신의 심정을 충분히 리해하리라 믿으시였다.

《서윤호동문 어떻게 지내오?》

전상근이 활기를 띠며 서윤호가 당의 믿음속에 다시 군복을 입고 무대에 선데 대하여 말씀드렸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몸이 불편한데다가 생활에서까지 문제가 제기되여 무대를 떠난것을 운명으로 여겼는데 다시 군복을 입게 될줄 몰랐다면서 숨이 지는 마지막순간까지 노래로 당을 받들겠다고 맹세다졌습니다. 새 안해를 맞이했습니다. 의사를 하던 녀자인데 그만하면 마음이 맞는것 같습니다.》

《반가운 소식이구만. 그래야 하오. 재간을 보기 전에 마음속의 아픈 상처를 먼저 헤아릴줄 알고 고심을 풀어주기 위해 진심을 기울여야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제는 서윤호가 마음이 안정되였으니 빨리 료양치료를 받게 하여 지팽이신세까지 면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시였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여 비판을 받고있습니다.》

전상근의 어눌한 목소리에 그이께서는 사연을 묻는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저- 음악가동맹 명예부위원장동무의 생일에 갔다가 왜정시기의 노래를 함께 부른것이 문제시되였습니다.》

그이께서도 보고받으신 문제였다. 한규일은 1970년대에 그이를 받들어 만수대예술단 창작창조활동에 적극 참가한 음악가인데 일제시기의 경향성이 좋지 못한 노래들을 그리워하고 찬미하면서 선전까지 요란히 했다는것이다. 어떻게 되여 그런 때묻은 사상이 아직 그의 머리속에 남아있었는지 잘 납득되지 않으시였다.

《알겠소. 내 좀더 알아보지. 예술인들을 아끼고 품어주어야 하오. 그렇다고 어루만져서는 안되오. 웅심깊은 아버지처럼 요구성을 높이면서도 엄격하게 이끌어야 하오.》

그이께서는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차는 천천히 마당을 벗어나 아스팔트길에 들어섰다.

그이께서는 아직도 심중에 남아있는 바이올린선률에 귀를 기울이시며 부지불식간에 떠오르는 추억에 잠기시였다.

룡남산마루에 올라 조선을 빛내일 웅지를 안으시던 1960년대와 함께 수령님을 받들어 문예부흥의 새시대를 열어가던 1970년대며 주체음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구상과 의도를 안으시고 우리 식의 독특한 예술단체를 꾸리던 1980년대초의 나날들 그리고 보천보전자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의 노래춤으로 온 나라에 새시대의 활력이 넘치게 하던 일들이며 조선인민군협주단 공훈합창단음악으로 자신의 결심과 의지를 표명하시던 1995년 12월의 밤이 뇌리에 떠오르시였다.

문성태부부장이 말했던것 같다. 국제사회에서는 자신을 두고 사상과 철학이 투철하고 신념과 배짱이 강한 강경정치가가 어떻게 되여 그처럼 섬세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사랑할수 있는지 대단히 의문스러워한다는것이다.

참으로 형이상학적인 사고들이다.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참다운 인간애를 지닐수 없고 음악을 천시하는 사람이 불타는 열정으로 나라와 민족을 사랑할수 없다는것은 자명한 리치이다. 자고로 음악을 멀리한 사람이 참된 애국자가 된 례는 없는것이다.

새날이 가까와오고있었다. 또다시 그이께서는 강원도일대에 대한 현지지도의 길에 오르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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