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회)

49

 

겨울치고는 푸근한 날씨였다. 트레트레한 하늘이 겨울답지 않은 날씨에 불만인듯 이리저리 변색되더니 저녁을 가까이 하면서 랭기를 실은 찬바람을 몰아왔다.

전선서부의 한 군부대에 긴급진출하여 공훈합창단 현지공연을 할데 대한 임무를 받은 인민군협주단 지휘성원들은 전상근단장의 사무실에 모였다.

공연준비정형과 배우들의 건강상태, 운수기재의 동원과 관련한 문제들이 론의되였고 부대를 물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대책들도 강구되였다. 그러나 곡목편성에 이르러서는 좀처럼 아퀴를 짓지 못하고 공회전을 하였다.

이번에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진행한 새해공연에서 그이께 기쁨을 드렸고 하여 어느 공연을 막론하고 공훈합창단은 언제나 그이의 사상과 령도를 받드는데서 자기의 전투력을 남김없이 과시하고있다는것이 유진수의 생각이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훌륭한 결실을 거두게 되리라는것을 의심치 않았고 때문에 시간이 얼마 없는 조건에서 일반순회공연의 곡목편성을 그대로 살려쓰자고 제기했다.

그런데 설명순실장이 반대했다.

《신문, 방송을 통해서 보도되였지만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그곳 부대군인들이 당에서 요구하는대로 부대지휘관리를 잘하고 발전소건설도 힘있게 내밀고있다고 만족을 표시하시였습니다. 때문에 전 곡목을 다시 편성하는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신호창작부장과 최준경작가실장이 설명순의 의견에 공감했다.

그 순간에 유진수는 설명순이 또 쓸데없는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최고사령부의 의도를 실현하는데서 유진수는 언제한번 탈선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가끔 설명순실장만은 당장 무엇이 잘못되기라도 한듯이 문제시하면서 복잡성을 조성하는것이다.

《제 생각엔 이전의 공연곡목을 내놓아도 얼마든지 될수 있다고 봅니다.》

전상근단장이 헛기침을 깇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단장동무, 실장동무의 의견에도 일리가 있는것 같은데… 곡목편성을 다시 검토하는게 어떻소?》

유진수는 갑자기 당황해났다. 정말이지 자기가 문제를 너무 일면적으로 대하는것이 아닌가 생각되였다.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 당장 새벽에 떠나 아침에는 무대에 나서야겠는데 곡목을 재편성하고 형상을 재창조할 여유가 없었다.

새해공연을 성과적으로 진행한것만큼 곡목을 그대로 내놓아도 무리는 없을것 같았다. 대상도 군인대중이고 장소도 군인회관인것만큼 구태여 곡목을 달리 편성할 리유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로파심으로는 불의에 제기되군 하는 공연을 무난히 치르기 힘든것이다.

《단장동지, 우리에게 차례진 시간은 많지 못합니다. 그 문제는 전적으로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물론 시간이 긴장하오. 하지만 전체 성원들을 믿고 대담하게 곡목을 편성합시다.》

유진수는 속이 답답해났다.

《단장동지, 급하게 먹는 떡에 목이 멘다고 그러다가 일이 생기면 어쩌겠습니까. 전 예술행정을 책임진 부단장으로서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설명순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편안치 않은 기색이였다.

《부단장동지, 공연활동을 두고 말한다면 여기에 있는 모든 동무들이 그리고 공훈합창단의 전체 성원들이 다 당앞에 책임지고있습니다.》

유진수는 가벼이 한숨지었다.

《실장동지, 제 말이 지나쳤다면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그러한 문제라면 공연을 보장한 다음에 론의하기로 합시다. 우리에겐 지금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곡목편성문제만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다는 말에 전상근단장도 더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유진수는 회의를 마치면서 단장이나 실장이 제기한 의견을 충분히 참작하겠다고 얼마간 여유를 두었다.

설명순이더러 남으라고 권고하려다가 또 실속없는 대화만 하게 될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자책하면서도 왜 자꾸 평행선을 긋게 되는지 알수 없었다.

텅빈 사무실에 앉아있으려니 자연 속이 끓어올랐다. 설명순실장에게 단단히 못박아 이야기하지 못한것이 후회되였다. 후날에도 이런 일이 반복될것이며 유진수자신은 랭가슴만 앓게 될것이라는 생각에 속이 언짢았다.

전상근단장이나 설명순실장이 내세우던 견해를 다시 음미해보았다.

옳았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현지시찰하신 군부대는 자력갱생의 산 모범을 보여주었고 부대지휘관리에서도 그이께 만족을 드렸다. 그래서 그들을 고무해주는 인민군공훈합창단의 축하공연도 조직되였다.

그렇다고 곡목을 꼭 재편성해야만 하는가?… 인민군공훈합창단이 축하의 노래를 안고 달려왔다는 그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군인들은 감격하고 큰 힘을 얻게 될것이다. 실장이나 단장이 왜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자꾸 현안적문제들만 거드는지 리해되지 않았다.

때없이 일을 방해하는 설명순이 참으로 섭섭했다.

인재를 확보하는 사업도 설명순실장의 미적지근한 태도로 전진이 없는것이나 다름없었다. 유진수가 몇번이나 설명했지만 그는 다른 집단에 해를 주는 일은 극력 피해야 한다면서 다른 방도를 찾아보자고 했다.

며칠전 설명순과 함께 피바다가극단에 갔을 때에도 유진수는 그와 동행한것을 몹시 후회했다. 사실 피바다가극단에는 유진수가 욕심낼만 한 인재들이 많았다. 한규일이 적극 나서주다나니 그의 제자인 단장은 별로 반대하는 기색이 없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걸음을 했지만 종당엔 결과가 시원치 않았다. 정작 피바다가극단 단장을 만나니 인재를 홀홀히 내보낼수 없는 여러가지 사정을 거들며 난처한 기색을 지었던것이다.

그것까지는 리해할수 있었다. 어느 집단이나 욕심이 있기마련인것이다. 그런데 동행했던 설명순이 아픈 상처에 재를 뿌리는 격으로 인재는 아끼는것이 옳으며 자기들이 렴치없이 손을 내밀었다고 사과했다.

유진수는 면전에서 모욕을 받은것 같아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런데도 피바다가극단 단장은 그런 훌륭한 음악가와 함께 일하는 유진수를 부러워했다.

유진수의 눈찌가 곱지 않은것을 알았던지 설명순은 돌아오면서도 한마디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자기쪽에서 먼저 입을 열게 되지 않았다. 다소 미안한감이라도 느끼겠지 하고 생각했으나 얼굴에 어린 불만으로 봐서는 그런것도 아니였다. 어쨌든 그와는 무슨 문제이든 합의를 보기가 어려웠다.

갑자기 울린 전화종소리가 유진수의 상념을 깨뜨렸다.

《안녕하십니까, 저- 부단장동지를 만나자고 전화합니다.》

뜻밖에도 아들의 목소리였다. 군사복무를 하면서도 언제한번 전화를 걸어오지 않던 녀석이 오늘은 어떻게 된 일인지 제쪽에서 먼저 아버지를 찾고있었다.

《누구요?》

《부단장동지의 아들입니다.》

《허참, 이젠 아버지의 목소리도 잊었냐?》

씩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인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말고 또 누가 사무실에 있겠습니까?》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를 다 걸었냐? 어머니랑은 다 잘있다.》

《실은 아버지에게 여쭐 말이 있어서…》

진수는 아들의 뒤대사를 넘겨짚으려고 눈을 쪼프렸다.

《처에게서 다 들었습니다.》

짐작이 갔다. 며느리와 나눈 전화대화를 념두에 둔 소리일것이다.

《며느리가 아직도 이 시애빌 원망하냐? 그럴것 같애서 내가 설명해주었는데… 난 네가 군사대학에만 오면 제창 며느리의 소환문게를 론하자고 한다. 지금은 안돼.》

왜서인지 아들이 침묵을 지켰다. 이윽해서야 낮은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 만약 제가 부대에 다시 내려오면 그때엔 어떻게 하겠습니까?…》

가슴이 덜컥했다. 승철이가 눈앞에 있기라도 한듯 눈을 부릅떴다.

《또 아버지와 엇서자는거냐?》

《이미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전 처의 앞길을 가로막지는 않겠습니다.》

유진수는 송수화기를 으스러지게 틀어쥐였다.

《그것도 말이라고 하냐?》

《물론 아버지를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랬으면 됐지.》

《그게 아닙니다.…》

《됐다. 네 밸대로 해라.》

유진수는 더 다른 맡을 듣기 싫어 송수화기를 전화통에 던지고말았다. 아들까지 자기에게 엇서는것이 오늘이 마치 운명적인 날처럼 여겨졌다.

문두드리는 소리에 유진수는 신경질적인 어조로 응대했다.

조혁이가 들어서며 만날수 있는가고 규정대로 인사했다.

《…부단장동지, 실장동지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곡목편성을 수정하는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모두가 걱정하고있습니다.》

《동무도 이젠 부단장을 가르칠만큼 키가 컸구만. 알겠소, 가보오.》

유진수는 자기가 지나치게 흥분했다고 생각했다.

《결혼식문제라면 무엇이든 제기하오. 지금은 시간이 바쁘오. 예, 그렇게 합시다.》

조혁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거수경례를 하고 돌아섰다. 얼굴에 비낀 실망의 그림자가 왜서인지 속을 아프게 찔렀다.

유진수는 조혁에게 괜히 역증을 냈다고 후회했다.

 

련재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7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8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9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0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6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7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8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19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0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6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7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8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29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0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6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7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8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39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0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6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7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8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49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6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7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8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59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0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1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2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3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4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제65회)
[총서 《불멸의 향도》]군가뢰성 (마지막회)

독자감상글쓰기
Change the CAPTCHA codeSpeak the CAPTCHA code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19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