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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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제시한 《최후승리를 위한 강행군 앞으로!》의 구호는 려단안의 전체 군인들과 종업원들을 격동시켰다.

최후승리, 그것은 희망이였고 신심이였으며 락관이였다. 어렵고 힘들지언정 멀지 않게 내다보이는 미래였다.

김호삼은 힘있게 추진되고있는 발전소건설을 통해 그 징조를 느낄수 있었다. 정치위원과 함께 첫 말뚝을 박은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물막이가 끝나고 무넘이언제의 기초타입도 마감단계에 이르고있다.

발전소건설의 첫 발기자는 정치위원이였다. 부대가 맡고있는 여러가지 군사과업을 두고 호삼이 미처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있을 때 정치위원이 주둔지역의 수력자원을 리용하여 자체발전소를 건설하면 싸움준비뿐아니라 군인생활도 개선할수 있다고 귀띔했던것이다.

그들은 김정일동지께서 보내주신 세멘트를 받아안고 감격에 눈물짓던 때의 일을 즐겨 이야기하군 했다. 몸이 부서져 가루가 될지언정 당앞에 다진 완공의 날자를 꼭 지키자고 약속했다. 그래서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벌떡 일어나 공사장으로 달려가군 했는데 그렇게 현장에서 마주치는 때가 드문했다.

그런 정치일군이 곁에서 밀어주니 무서운것이 없었는데 며칠전에 군인들과 함께 골재마대를 져나르다가 허리를 상했다. 병원에 입원했는데 어떻게 되였는지 걱정된다. 그가 없으니 별스레 허전한것이 꼭 무엇인가를 잃어버린듯 한 기분이다.

공사에서 제일 걸린것이 물길굴이였다. 착암을 기본으로 하면서 정전되면 수굴작업도 동반하는 굴뚫기는 안타까울 정도로 속도가 굼떴다. 욕심같아서는 벼락같은 방법으로 단 며칠내에 결딴내고싶지만 세상에 그런 공법이 없는것은 물론이고 여러가지 조건으로 현재의 굴진속도에도 만족을 느껴야 할 형편이다.

하면서도 그 대대장자신이 심사가 태평하여 군인들을 들볶지 않는것이 호삼의 속을 비틀었다. 언제나 인상좋은 얼굴로 려단장을 맞이하고 다 잘되여나간다는 식으로 말할 때면 신경이 칼끝처럼 곤두선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대대가 쇠덩이처럼 굳은 청석암반과 맞다들려 간난신고를 치른다는 소식이 지휘부에 날아들었다.

군단지휘부에서 열린 군정간부회의에 참가했던 김호삼은 운전사에게 제창 발전소건설장에 차를 대라고 다그어댔다.

주먹덩이같은 눈이 펑펑 쏟아지고있었다. 하지만 려단장의 불호령에 운전사는 속도를 늦추지 못했다. 길녘의 가로수들이 차창밖으로 날아지나며 눈갈기를 날렸다.

길복판에서 어슬렁거리던 염소떼가 군용승용차의 다급한 경적소리에 놀라 가녁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혹시 저 무리속에 새끼밴 암염소가 있으면 어쩌랴싶어 호삼은 정황이 나타나면 속도를 늦추라고 잔소리했다.

웬 군인이 차를 마주향해 오고있었다. 등뒤에 무거운 짐을 졌는지 허리를 약간 구핏한 모습이 퍽 낯익어보였다. 2대대의 김옥철분대장이였다.

호삼은 차가 채 멎기 전에 문을 벌컥 열며 그를 불러세웠다. 눈발을 헤치며 성수가 나서 두팔을 홱홱 젓던 김옥철이 황황히 거수경레를 했다.

《어데 가는 길이요?》

《대대장동지의 임무를 받고 손풍금을 수리하려고 문화기재수리소에 가던중입니다.》

《손풍금?…》

호삼은 미간을 찌프렸다. 한초가 새로운 때에 힘이 억대우같은 군인이 손풍금이나 메고다닌다는것이 기분에 거슬렸다.

《착암기를 제사지내더니 이번엔 또 손풍금이요?》

《발파할 때 제가 손풍금관리를 잘하지 못했습니다. 제꺽 수리하겠습니다.》

《손풍금이 다 뭐요? 착암기부터 수리하오.》

《알았습니다. 대대장동지도 강조했습니다. 지금 대대장동진 갱도에 들어가서 직접 공사를 지휘하고있습니다.》

자기 지휘관을 욕보이지 않으려고 열성껏 변호하는 김옥철의 말에 호삼은 허허 웃고말았다.

대대장이 솔선 앞장서서 공사를 지휘한다는 소리에 김호삼은 다소 마음이 놓였다. 사실말이지 그를 아끼고싶었다. 하지만 그 태평스런 성미와 흥타령만은 딱 질색이다. 그래서 지난해 2대대 5중대가 군무자예술축전에 당선되지 못한것을 두고 남들이 다 아쉬워할 때 호삼이만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승철은 다음번엔 꼭 당선된다고 장담한다. 그래서 군인들에게 짬짬이 노래련습을 시킨다는데 노래소리에 발파구멍이 몇개라도 더 뚫린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물론 예술소조활동도 장려해야 한다. 노래소리가 높으면 규률생활이 재미나고 군인들이 중대에 애착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전투정치훈련이나 당면한 군사과업에 관심해야 할 대대장이 중대예술소조활동에 직접 관심하는것만은 비위에 거슬렸다. 지휘관은 지휘관으로서의 자기 위치가 따로있었다. 더구나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지 않고 허튼데 정신을 파는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기가 겪은 소대장시절의 쓴맛을 그더러 다시 맛보라고 내버려둘수 없었다.

호삼은 공사를 책임진 군사부려단장의 보고를 받고는 곧장 높지 않은 언덕받이의 물길굴공사장을 향해 씨엉씨엉 올라갔다.

눈발이 설핏해졌다. 설차림을 한 산천에서 풍기는 신선한 눈냄새가 마음을 경쾌하게 들띄웠다.

바람결을 타고 북제창소리가 날려왔다. 녀인들이 흥겨이 부르는 귀맛좋은 노래소리가 함께 실려왔다.

 

        …

        달린다 달려나간다 백마 달려나간다

        산발이 절로 열리고 강물이 비껴선다

        …

 

기분이 좋을 때면 호삼이도 곧잘 코노래로 흥얼거리는 《장군님 백마타고 달리신다》였다.

가족녀인들이 무턱대고 산중턱에서 노래련습을 할리는 만무했다. 혹시 굴뚫기에 동원된 군인들을 대상으로 공연하지 않는지 근심스러웠다.

물론 공연하는것도 좋았다. 하지만 보다는 발전소공사의 관건적인 문제인 굴뚫기를 앞세우는것이 필요했다.

공연한 우려가 아니였다. 갱도에서 한창 전투를 벌려야 할 군인들이 바로 대대장을 위시하여 군인가족들의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광경을 목격했을 때 호삼은 불덩이가 목구멍을 지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아름이 큰 자작나무뒤에서 찌붓한 눈길로 노래판을 바라보던 김호삼은 차라리 얼굴을 보이지 않을양 걸음을 돌려세웠다.

그때에야 유승철이 그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돌쪼각에 긁힌 자리가 유표한 얼굴에 능청스러운 웃음이 철렁거렸다.

(비위살이 좋기란…)

《휴식참이요?》

《그렇습니다. 군민오락회를 하고있습니다.》

《오락회도 해야지. … 계속하오.》

《려단장동지, 군인가족들이 소품공연을 마련해가지고 지원을 왔는데 그냥 돌려보내겠습니까? 려단장동지의 집에서도 왔습니다. 노래를 얼마나 잘하는지 공훈배우 아니, 인민배우 찜쪄먹겠습니다.》

《우리 집사람이?!…》

저도 모르게 허거픈 웃음이 나갔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안해가 그에 끼여들줄은 미처 짐작 못했다. 아닌게아니라 좋지 못한 목청을 가다듬으며 노래련습을 하는것을 몇번 띄여본것이 생각났다. 별다른것을 느끼지 못하고 웃음으로 넘겨버렸는데 다 쪼간이 있었다. 부하에게 다른 모습을 보인것처럼 얼굴이 근질거렸다.

《그만두랍니까?》

《됐소. 동무만 따라서오.》

김호삼은 군인들과 가족녀인들의 시선이 덜 미치는 버럭더미뒤를 에돌아 갱구에 들어섰다.

갱속은 컴컴했다. 뒤에 선 유승철이 전지불을 비쳐주었으나 별로 효과가 없었다. 차차로 굴간의 형체가 드러났다.

《얼마나 전진했소?》

《한 반메터됩니다. 청석이 얼마나 센지 떵떵 맞섭니다. 저녁시간에 봉창하겠습니다.》

《저런 식으로?…》

응대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짓는 소리없는 웃음이 느껴졌다.

갱마구리에 다달은 호삼은 막장안을 둘러보다가 불빛에 번들거리는 함마를 집어들었다. 석수가 뚤렁뚤렁 떨어지며 목덜미를 적셨다.

《정대를 잡소.》

《암반이 너무 세서 조련치 않습니다.》

《잔걱정이 많구만.》

유승철이 꽁무니에 차고있던 구멍난 손가락장갑을 뽑아 려단장에게 내밀었다.

《필요없소. 단단히 잡소.》

떵?!

정머리에서 불꽃이 튕겼다. 김호삼이 윽윽하며 함마를 휘두를 때마다 피줄이 부풀어오른 관자노리에서 땀방울이 휘뿌려졌다.

갱도를 따라 군인들이 전지불을 앞세우고 들어오고있었다. 마구리에 이른 사관장이 바빠난 기색으로 려단장에게 함마를 달라고 청했으나 그는 들은척 않고 윽윽 용을 쓰기만 했다.

유승철은 려단장이 갱입구에서 터치지 못한 불만을 함마잡이로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공교로운 일이다. 내껏 굴진전투를 하다가 방금전에야 휴식구령을 내렸는데 하필이면 그 시간에 려단장이 나타난것이다.

그가 경험한바에 의하면 성미가 급한 지휘관들은 부하들이 늘 임무수행을 두고 걱정하든가 비록 성과는 적다 해도 열성껏 뛰여다니는것을 좋아한다. 김호삼려단장이 바로 그러했다. 그렇다 해도 려단장은 존경할만 한 싸움군이였다. 일욕심이 많고 요구성도 높았다. 믿음이 가는 지휘관에게서 맞는 매는 아픔이 덜 느껴지는 법이다.

유승철은 머리통같은 함마가 련속 떨어지는데 따라 률동을 맞춰 정대를 돌렸다. 정머리를 수정하는찰나에 눈앞에서 불꽃이 번쩍 일었다.

팔목에서 질둔한 아픔이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입밖으로 신음소리가 새여나갔다.

《다치지 않았소?》

김호삼이 씨근덕거리며 유승철의 팔목을 매만졌다. 뜨거운 열기가 승철의 얼굴이며 목덜미에 확 끼치였다.

《하마트면 팔목뼈가 부서질번 했습니다. 무슨 힘이 그리 넘쳐나는지, 박자는 맞추지 않고 냅다 조겨대기만 하니…》

《허- 이 사람, 죄는 천도깨비 짓구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구 제가 정대를 바로잡지 못하구선 남을 꼬집어뜯어? 전지를 바투 비치오.》

《괜찮습니다.》

《그냥 일을 시키다간 관료주의자라는 말을 듣겠구… 그럼 나가서 몇마디 이야기나 나누기요.》

갱밖에 나선 호삼은 버럭더미를 에돌아 눈덮인 소로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가지가 휘여들게 소담한 눈을 함뿍 머리에 인 소나무에 다가서며 몸을 기댔다. 우수수! 눈덩이들이 폭포처럼 쏟아지며 밑에 선 두사람을 순간에 눈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유승철이 목깃안에 눈가루가 들어갔는지 비명을 지르며 투덜거렸으나 호삼은 그게 더 좋아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골재를 실어나르는 자동차들의 발동음이 건너편 절벽에 부딪치며 메아리쳐왔다.

《오늘 군단지휘부에 갔다가… 자, 한대 피우오.》

《피우지 않습니다.》

담배불을 붙여 몇모금 빨던 김호삼은 부하가 지켜본다는 생각에 담배대를 발밑의 눈속에 쑤셔박았다. 칙- 하고 불꺼지는 소리가 났다.

《성악지도원이 담배진내가 싫다고 했던게지? 모르겠소, 벌써부터 잡혀사는게 아닌지. … 하긴 잡힌체 하는것도 괜찮아. 그래도 따벌로 소문난 새침데기를 휘여잡았다고 동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유승철이 대꾸없이 가늘게 한숨지었다. 호삼은 눈살을 찌프리며 그를 흘겨보았다.

《웬 딴전이요? 왜, 이 려단장이 아직 반살미를 해주지 않았다고 뿔났소? 다 생각이 있소. 그건 그렇고, 오늘 군단지휘부에 갔댔는데 우리 발전소건설문제가 또 론의되였소. 문제는 물길굴공사요. 그런데 물길굴을 맡은 대대장이 너무 태평스럽거던. 때리면 좀 우는척이라도 하랬다구 발전소건설때문에 속이 새까만 이 호삼이한테 미안한감이라도 있어야지 않겠소?》

《그렇지만…》

《마저 듣소. 아까 길가에서 김옥철중사를 만났댔는데 손풍금이나 메고 다니면서 아주 장한것처럼 으쓱해하더군. 달궈채오. 알겠소? 지휘관부터 각성하고…》

유승철이 시무룩이 웃었다.

《려단장동지, 옥철동문 확실히 발전성이 있는 동무입니다. 음악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글쎄 전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김호삼은 한손으로 귀구멍을 쑤시며 마른기침을 깇었다. 하지만 승철은 명상에 잠긴 어조로 말을 계속했다.

《바흐요 와그너요 하면서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분야에 확실히 밝습니다. 백고산선생에 대해서두 잘 알더란 말입니다.》

김호삼은 코웃음을 쳤다.

《그런건 성악지도원과 속삭이라구. 허튼데 정신을 팔지 말고 발파구멍이나 더 뚫는게 좋겠소.》

무엇인가 짭짤하게 이야기해주자고 그를 끌고왔던 김호삼은 화제가 왕청같은 곳으로 뻗어가는 바람에 부아가 치밀었다.

갑자기 경사길쪽에서 성급히 눈밟는 소리가 났다. 헤염치듯 두팔을 휘저으며 올라오는 웬 군인의 모습이 꼭 김옥철의 자세였다. 지금쯤이면 수리소에 있어야 할 그가 어떻게 벌써 나타날수 있는지 놀라왔다.

숨을 헐떡거리며 다달은 김옥철이 김호삼을 향해 절도있게 경례를 하며 만날수 있는가고 문의했다. 웅글면서도 청높은 목소리에 김호삼은 흠칫 놀랐다. 대대장의 말마따나 전군적인 대렬선창자경연이 조직되면 영낙없이 특등으로 당선될 목소리였다.

《좀 조용조용 말하오. 귀청이 떨어지겠소. 착암기는 어떻게 했소?》

《가져왔습니다. 운수중대를 나서는데 군단예술선전대 뻐스가 보이지 않겠습니까? 손을 척 들었더니 제꺽 세워주었습니다. 착암기는 무거워서 저아래에 떨궜습니다.》

《그게 바로 관점문제요. 시간을 앞당긴건 좋지만 공사를 먼저 생각했더라면 착암기부터 메고 올라왔을게 아닌가?》

김호삼의 추궁에 김옥철이 흠칫 놀라며 긴 목을 움츠렸다. 산봉우리에서 내리닫던 바람결에 눈가루가 회오리쳤다.

《려단장동지, 군단정치부장동지가 려단장동지를 찾습니다. 아마 선전대공연을 하려는것 같습니다.》

《선전대공연?…》

김호삼은 시름겨운 낯빛으로 골짜기를 내려다보았다.

《대대장, 다른 지시가 있을 때까지 바싹 채오. 어떻게 하나 물길굴공사를 다그쳐야 하오. 알겠지?》

《알았습니다.》

유승철이 어눌한 어조로 대답했다.

《혹시 공연관람에 모이라면…》

《그건 동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그리고 중사동무, 동무네 대대장동무의 아버지만 해도 대단한 음악가요. 세계요, 행성이요 하면서 둥 떠다니지 말고 땅에 발을 붙이오.》

《예?…》

대대장을 얼핏 돌아본 김옥철이 알았다고 기가 죽은 소리로 대답했다. 착암기를 가지러 내려가겠다고 보고하며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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