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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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수는 진춘일의 문제에 서윤호가 개입되여있으리라고는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 참으로 뜻밖이였다.

몸에 어울리지 않는 색날은 양복차림을 한 서윤호는 책상우에 두손을 올려놓은채 떠듬떠듬 이야기했다. 리병삼정치부장이 심중한 낯색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와 좀 떨어져앉은 유진수는 무거운 짐을 진듯 등이 굽을사한 서윤호의 뒤덜미를 바라보며 련민의 정을 느꼈다.

《…집사람이 한창 앓을 때였지요. 우리 집사람이 앓는다는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춘일동무가 집에 찾아와 도움을 주더군요. 적지 않은 량의 귀한 약재들이였습니다. 저때문에 처남한테 손을 내민줄은 후에야 알았지요.》

목소리가 떨렸다. 리병삼이 보온병의 물을 고뿌에 기울여 그에게 권했다. 서윤호는 감사하다고 중얼거리며 갈증을 느낀 사람처럼 꿀꺽꿀꺽 소리내여 들이켰다.

《처가 없은 뒤에도 혼자살림이라고 적지 않게 도와주었습니다. 후에는 꼭 갚겠다고 별렀지만 그저 생각뿐이였습니다. 그런데…》

유진수는 눈앞의 장막이 걷힌것처럼 지나간 일들이 비로소 석연해졌다. 서윤호의 집에 갔다온 사람들이 홀아비살림이지만 별로 궁색하지 않더라고 외우던 소리가 결코 우연치 않았다.

《다 제탓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진춘일은 결국 다른 사람을 도와주다가 멍에를 진것이다. 물론 그때로서는 처남에게 손을 내미는것이 국가재산을 탐오하는 행위임을 몰랐을것이다. 유진수는 이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늦게나마 찾아온 서윤호가 고마왔다.

정문밖까지 따라서며 서윤호를 바래준 유진수는 단장과 정치부장에게 보고하고 지체없이 진춘일의 집으로 향했다.

진춘일의 집은 세간난 집처럼 어수선했다. 물론 진춘일이 태연한 기색으로 진수를 맞이하긴 했으나 눈확에는 한 인간이 겪게 되는 고뇌의 그림자가 짙게 비껴있었다.

《오늘 서동무가 찾아왔댔소. 우린 그 동무의 말을 듣고서야 사연을 알게 되였소. 고지식하기란… 총정치국에도 내용을 보고했소.》

진춘일은 무엇인가를 미처 깨닫지 못한 멍청한 눈길로 유진수를 바라보았다.

《부단장동지, 제 한대 좀 피우겠습니다.》하며 떨리는 손으로 탁자우에 놓여있는 담배곽을 찾아쥐였다. 불을 붙여물다가 사레가 들려 캑캑 기침을 깇었다.

《저를 위해주는 마음들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전 군가집단을 떠나선 한시도 살것 같지 못합니다. 그러나… 차마 자신을 속이고싶지 않습니다.》

진춘일은 화려한 창가림이 드리운 창문가에 다가섰다.

《물론 제가 서동지를 위해서 많진 않아도 좀 도와준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방패막이를 할수야 없지요.》

유진수는 자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그가 안타까왔다.

《량심을 속일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또 다른 범죄행위를 저지르는것이나 같지요. 이 방안을 둘러보십시오. 꾸린 품이 아마 부단장동지의 집보다는 훨씬 나을겁니다. 지금이 어떤 때입니까. 고난의 행군을 하고있습니다. 누구나 허리띠를 조이며 사회주의수호전에 떨쳐나섰습니다. 그런데 이놈은 그렇게 살지 못했습니다. 처남에게서 도움받은걸로 인심이나 쓰고 집이나 번듯하게 꾸리고… 그래서 더우기 얼굴을 들지 못하겠습니다.》

진춘일은 안락의자에 무너지듯 주저앉으며 괴이쩍은 웃음소리를 냈다.

《자신을 용납한다면 일생 죄악의 꿈에서 깨여나지 못할겁니다.》

유진수는 더이상 그를 설복할수 없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결심이 옳겠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보오. 동무에겐 자기의 운명문제가 하찮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더없이 귀중하오. 왜냐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진동무는 당의 품속에서 자라난 로동당시대의 군인음악가이기때문이요. 자기를 너무 값없이 여기지 마오.》

《그래서 더구나 자신을 저주합니다. 부단장동지, 그렇게 모진 마음을 먹자니 얼마나 괴로운지 부단장동진 다는 모를겁니다. 그러나… 자기를 용납할수 없는 일이기에 전 결심했습니다. 절 생각해주는것은 고맙지만 성의는 받지 못하겠습니다. 마음편히 자신을 벌하게 내버려주십시오.》

유진수는 무겁게 한숨지었다.

지겨운 침묵이 타르처럼 그들사이를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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