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 회)

38

 

가요 《밀림이 설레인다》는 당에서 중시하는 노래였다. 그래서 관록있고 경험있다는 작곡가들은 노래의 편곡과제가 자기에게 맡겨지기를 바랐고 젊은 창작가들은 아직은 선뜻 나설수 없어 그들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유진수는 대담하게 젊은 작곡가에게 이 작품을 맡길것을 제기했다. 여기에 합창을 지휘하게 될 진춘일이 조혁을 적임자로 추천하는 바람에 결국은 그렇게 락착짓게 되였다. 조혁이로서는 뜻하지 않은 행운이였다.

그런 진춘일이 가요 《밀림이 설레인다》의 편곡작품을 론의하는 예술위원회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그의 신상에 닥쳐든 뜻하지 않은 사건때문이였다.

매부인 진춘일을 만나려고 부대에 종종 오군 하던, 인상이 서글서글하고 씀씀이가 괜찮아 호인이라는 말을 듣는 처남이 외국대방과 무경각하게 돈거래를 하다가 숱한 외화를 빚지고 나라의 대외적권위까지 훼손시켰던것이다. 법적제재를 받게 되였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진춘일이도 그와 련관이 있는지 해당 부문 일군들을 만나고있었다. 그래서 이날의 예술위원회에도 참가하지 못한것이다.

유진수는 예술위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진춘일이 앉던 빈자리에 공허한 눈길을 던졌다.

진춘일을 도와줄 방도가 없는것이 안타까왔다.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편곡작품에 대한 예술위원들의 발언이 끝났다.

유진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모두의 의견을 종합했다.

《…이번에 조혁동무는 편곡작품을 통해서 작곡가의 무한한 창작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동무들도 이야기했지만 편곡자가 너무 환상에 넘치다나니 기성작품의 색갈이 달라질수 있는 결함을 발로시켰습니다. 주선률을 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작곡가는 복성체에만 매달렸는데 주성체와 배합하여야 매개 성부들이 자립적이면서도 주성부에 복종될수 있다고 봅니다. 다시한번 작업하고 형상창조에 넘기자는걸 제기합니다.》

다른 때라면 작품을 절개하여 우결함을 지적하였을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또 다른 예술위원들도 유진수와 마찬가지로 작품을 관대하게 대했다. 한마디로 모두의 관심이 진춘일의 운명문제에 닿고있은것이다.

유진수는 조혁에게 작품수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을 다시 강조하고나서 예술위원회를 필했다. 송수화기를 들고 전상근단장을 찾았다. 진춘일의 일이 어떻게 될것 같은가고 물었다.

《본인자신이 제대될것을 요구했소.》

유진수는 가슴이 덜컥했다.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말입니까?》

《방금전에 정치부장동무가 왔다갔소.》

《단장동지, 그래선 안됩니다. 절대로 그럴수 없습니다.》

《나도 그를 불러다가 한참 욕했소. 하지만 마이동풍이요. 음악가들이란 다 그런지 고집을 당해내지 못하겠소. 총정치국에 이 문제를 빨리 보고해야겠소.》

총정치국에?… 한순간 유진수는 당황해났다. 이전에 제기되였던 조혁의 작품문제로 미루어보아 그것은 미상불 최고사령관동지께 보고드린다는것을 의미했다.

유진수는 찬성할수 없었다. 장군님께 사업부담을 드리는것만은 용인할수 없었다. 한시바삐 진춘일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며 송수화기를 놓는데 문기척소리가 났다. 뜻밖에도 진춘일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래 어떻게 됐소?》

유진수는 성급히 물었다. 명랑하던 진춘일이 어깨가 축 처진것이 심경을 어둡게 했다.

의자를 끄당겨앉은 진춘일이 두손으로 머리를 확 움켜쥐며 마구 흔들었다.

《부단장동지, 제 잘못이 큽니다.》

《진정하오. 그런데 처남의 과오가 동무와 무슨 상관이요?》

바로 이 문제때문에 진수는 그를 만나고싶었던것이다.

진춘일의 모골이 송연한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침침하게 드리워져있었다.

《전 당조직앞에 모든걸 털어놓았습니다.》

《?!》

모든것을?… 무엇을?… 리해되지 않았다. 멀퉁한 눈길로 그를 건너다보았다.

《전 국가의 돈을 사취했습니다. 그래서 안해와 함께 처남의 죄를 씻기로 했습니다.》

《사취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진춘일은 대답없이 서글픈 눈빛으로 유진수를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나무로 깎아만든 조각처럼 느껴졌다.

유진수에게는 그의 자살적인 행동이 리해되지 않았다.

 

×

 

조혁은 예술위원회의 의견을 접수했으나 선뜻 자감상태에 잠길수 없었다. 찬바람이 불어예는 마가을의 황량한 들판처럼 마음이 어수선해졌다.

뒤숭숭한 마음으로 오후 한겻을 보낸 조혁은 퇴근시간이 되여서야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부랴부랴 책상을 거두고나서 강당에서 발성훈련을 하는 석지민을 만났다.

《석동지, 암만 생각해야 진춘일동지의 일이 걱정됩니다. 그래서 집에 좀 가볼가 합니다.》

《옳게 생각한것 같소. 나도 함께 가기요.》

조혁과 석지민은 곧 지하철도를 리용하여 진춘일네가 살고있는 아빠트에로 향했다.

진춘일의 안해가 그들을 맞이했다. 생기있는 웃음이 넘쳐나던 아련한 얼굴에 수심이 가득 어려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등마저 벌갰다. 그들을 알아본 녀인이 애써 웃음을 지으며 남편이 부대에서 온 군관과 이야기를 나누고있다고 알려주었다.

부대군관?… 조혁은 미심쩍은 눈길로 석지민을 돌아보았으나 그 역시 의혹짙은 표정이였다.

전실벽에 등을 기대고앉아 끝없는 상념의 세계를 더듬던 진춘일의 아버지가 그들의 인사에 무겁게 목례했다.

진춘일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던 사람은 뜻밖에도 리문혁이였다. 문혁이 놀란 기색으로 엉거주춤 일어섰다. 진춘일이도 눈을 치뜨며 어떻게 맞이할지 몰라 허둥거렸다. 오래된 서적에서 풍기는 냄새가 방안의 분위기를 무겁게 했다.

《미안하오. 뭔가 춘일동무에게 힘이 될 말을 해주고싶더라니…》

정갈한 목소리처럼 성격도 내성적인 리문혁은 용서를 바라는 눈길로 조혁과 석지민을 대했다.

리문혁의 손을 잡은 석지민은 진춘일을 향해 늦어서 미안하다고 웅글은 소리로 외웠다.

《…나도 조혁동무의 충고를 받고서야 정신을 차렸소. 어쨌든 늦긴 했지만 우린 지향성이 일치하구만.》

《고맙소, 석동무. 어제 동무의 생일인줄 알면서도 인사말 한마디 못했소.》

진춘일이 석지민과 조혁의 팔을 잡아끌며 어서 앉자고 했다.

《지난해 이맘때에 석동무네 집에서 소박한 음악회를 하던게 생각나는구만. 다같이 <결전의 길로>의 노래를 불렀던가? 그날 석동무의 아버진 우리에게 교훈이 될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소. 전쟁시기 어머니가 준 몇푼의 돈을 줌에 쥐고 위대한 수령님의 품에 안겼다는 김두일작가동지의 인생사도 들려주었지. 난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창작가들의 신념과 의리에 대해 생각했소.》

《진동무, 이제 한번 모여앉자구.》

진춘일의 안해가 일들이 바쁘겠는데 찾아주어 고맙다고 거듭 인사했다.

진춘일이 안해더러 자기옆에 앉으라고 이르며 그의 길쭉하고 말쑥한 손을 잡아끌었다.

《석동무, 방금전에 내 문혁동무에게 이야기했는데…》하며 진춘일은 안해를 흘겨보았다.

《글쎄 이 사람이 제 동생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하면서 나와 헤여지겠다는거요. 그러면 이 진춘일이 명예를 건사한다는거지.》

《리혼을?…》

석지민이 되받아외우며 리문혁에게 사실인가를 따져묻는듯 한 눈길을 던졌다. 리문혁이 가늘게 한숨 지었다.

《그래 진동문 어떻게 대답했소?》

석지민이 날카롭게 물었다. 진춘일의 처가 겁먹은 눈길로 남편을 일별했다.

《석지민동지, 그이한텐 잘못이 없어요. 전 이미 결심했답니다.》

《당치 않은 소리. 그래 남들이 고난을 겪을 때 우린 어떻게 살았소? 이렇게 번듯하게 꾸린 집에서 당신 혼자만 살았소? 옛날엔 남편을 위해 자기를 희생시킨 안해의 소행이 미덕으로 되였겠지만 지금은 죄악이나 같애.》

진춘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실 집사람은 내가 합창단에서 나오는것때문에 속을 쓰고있소. 하지만 난 당의 신임을 빗대고 신성한 집단에 그냥 남아있을수 없소. 그게 어떤 집단이요?… 아니, 난 그렇게는 못하오. 그러면 처의 말대로 리혼을 한다? 그래서 명예를 보존한다?… 안될 소리이지! 인간미를 상실한 명예란 없기보다 못하오. 석동무, 난 우리 가정이 나라앞에 진 죄를 다 씻고 떳떳하다고 인정될 때 다시 받아달라고 청원하겠소.》

진춘일은 안해에게 다시는 그런 말을 꺼내지 말라고 오금을 박았다.

《석동무, 자네 처가 활쏘기명수로 나라의 명예를 떨친 체육인이였다면 이 사람은 처녀때부터 음악무용대학적으로 소문난 훌륭한 바이올린연주가였소. 코대가 높았지. 그래서 나같은 놈은 왼눈으로도 안 봤소. 이 춘일이라는 사람이 음악가로서는 전망이 없다고 단정했거던.

그래서 무섭게 열성을 내면서 공부했소. 처가집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기를 몇번이고 들여놓질 않아서 밖에서 기다린적이 또 몇번인지 몰라. 그렇게 쟁취한 사랑인데 이제 와서 방해가 된다고 물리겠나? 사랑은 팔고사는 물건이 아니지.》

청높은 진춘일의 목소리가 방안을 꽉 채웠다.

문득 문지방에서 석쉼한 로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옳다, 우리 춘일이가 바른 소릴 했다. 그래야 한다. 며느리도 다른 생각말고 네 남편이랑 함께 죄를 씻도록 해라. 어서 이야기들 하게.》

로인은 황황히 일어서는 일동에게 그냥 앉으라고 손짓하며 다른 방으로 갔다.

《아버진 오랜 군인이다보니 직선배기네. 참 조혁동무, 실장동지가 동무때문에 일부러 강계까지 걸음을 했더구만. 어쩌겠나, 이미 처녀가 다른 길을 택했다니 잊어버리게.》

조혁은 이런 자리에서 선옥의 소리를 듣는것이 거북했다.

《한번 시간을 내서 만나보겠습니다.》

《글쎄, 그게 필요한지는 모르겠소만 제때에 잊어버리는것도 괜찮은 일이야. 이미 운명을 정했다는 처녀의 가슴을 헤집어놓아서 뭘하겠나?》

진춘일이 조혁의 손을 꾹 잡으며 권고삼아 외웠다.

《동무들과 이렇게 마주앉으니 역시 음악과 헤여져선 못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구만. 석동무, 음악이라는게 생겨나 수수천년이고 또 인간의 생활과 떼여놓고 생각할수 없을만큼 밀착되였지만 력사와 시대를 거슬러보면 오늘만큼 높은 경지에 이른 때가 있었나?… 없었네. 군가는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네. 어느 나라에서나 군가를 부르지. 그러나 군대의 기강이나 세우고 치장거리로나 되였지 우리 군가처럼 온 나라 군대와 인민의 열렬한 사랑을 받지 못하였네.》

진춘일의 안해가 그들의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발끝걸음으로 방에서 나갔다.

《공훈합창단이야말로 우리 장군님의 근위부대라고 할수 있지. 그래 이런 신성한 집단에 나같은 오물이 끼여들 자리가 있겠소? 없다고 보오. 난 결단코 그렇게 생각하오.》

진춘일은 음악이야기로 다소간 기분을 호전시킬수 있는것이 다행인듯 한 표정을 지었다.

《유진수부단장이 늘 하는 소리가 있잖소. 재능, 그것은 무엇보다도 자기의 리상에 대한 목적지향성있는 의지이고 노력이다, 틀리지는 않지만 난 이렇게 덧붙이고싶구만. 재능아가 되기 위해선 자기를 바칠줄 아는 인간이 되여야 한다, 이런 정신으로 음악을 해야만 당에서 바라는 훌륭한 노래를 창조할수 있다고 보오. 내 마음까지 합쳐서 좋은 노래를 만들어달라구.》

진춘일은 리문혁과 석지민, 조혁의 손을 차례로 잡으며 좋은 동지들이 있어 자기는 외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리야 다 장군님의 품에서 군인예술가로 자라난 사람들이지. 그 따뜻한 손길이 아니였다면 신흥산골에서 살던 문혁동문 어떻게 공훈합창단의 소개자가 될수 있었구 이 춘일은 어떻게 지휘자로 자라날수 있었겠소?》

춘일은 만수대예술극장에서의 《새집들이공연》때에 리문혁이 외우던 소개문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나서 욕망은 앞서는데 문혁이처럼 감정을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문혁동무, 공연소개를 잘해서 장군님께 기쁨을 드려달라구.》

한켠에 고개를 짓숙이고 우울한 기색으로 앉아있는 조혁의 어깨를 툭 쳤다.

《모였던김에 노래나 하나 부르자구. <세상에 부럼없어라>, 이게 우리 가정의 지정곡일세.》

진춘일은 안해더러 바이올린을 가져오게 했다.

이윽하여 활을 먹이는 소리가 울리더니 곧 가요 《세상에 부럼없어라》의 서주가 활소리에 실려 방안에 가득찼다.

푸릿한 형광빛이 연주가의 눈에서 번쩍거렸다. 울고있었다. 하많은 생각을 불러오는 아름다운 선률이 모두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석지민이 웅글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뒤따라 일어선 리문혁이 음색이 특이한 고음으로 성부를 살렸다. 진춘일과 조혁이도 목소리를 합쳤다.

건너방에서 신문을 보던 춘일의 아버지가 아닌 밤중에 울리는 노래소리에 놀란듯 얼굴을 내밀었다. 모든것을 리해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간 세월에 즐겨부르던 노래의 선률이 로인에게도 깊은 정회를 불러온듯 주름진 얼굴에 감회가 어렸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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