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회)

22. 우연한 사건

 

대성산에서는 이제는 싸울 준비가 다 되였다고 쾌재를 올렸다. 무장도 든든히 준비된셈이다. 그리고 식량도 마련되였으니 걱정할게 없었다. 대성산사람들은 모두 마음의 탕개를 늦추고있었다.

한편 평양성안의 호수만은 불안하였다. 허승선이까지 없으니 시켜먹을 사람도 없어졌다. 그러니 이제는 말갈데 소갈데 모든 곳을 호수만 자기가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사의 신임을 얻을수 없는것이다.

호수만은 이제는 어떻게 해서든지 대성산의 패당을 자기의 손으로 잡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면 어차피 자기가 림원으로 나가야 한다. 림원에 가야 대성산의 패당을 잡을수 있다. 이것은 허승선의 죽음을 통해서도 알수 있다. 허지만 림원에는 가기가 싫었다. 어쩐지 그곳으로 가면 꼭 허승선의 령혼이 살아서 달려들것만 같은 환각이 눈앞에 나타났고 이와 함께 허승선의 처의 독기어린 눈총도 얼른거렸다.

호수만은 두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범의 아구리로 가지 않을수 없었다. 호수만이 보기에도 이제는 감사가 자기와 같은 사령은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는다는것이 확연히 알린다. 한갖 사령으로서 감사의 눈에 든다는게 어디 간단한 일인가? 그는 하늘이 준 이 기회를 놓치고싶지 않았다.

드디여 호수만은 결심을 내렸다.

(가자. 죽더라도 가자. 죽을수가 생기면 살수가 생긴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림원에 당도한 호수만은 림원에 있는 두 역졸을 데리고 전부터 이상하게 느끼던 영팔의 집으로 가기로 하였다. 역졸의 하나는 꺽다리이고 다른 하나는 땅딸보였는데 이야기를 듣고보니 둘다 이곳에서 오래동안 살았다고 하였다. 그러니 써먹기는 더욱 좋았다.

《이제부터 자네들은 내 말대로 해야 하네.》

호수만은 두 역졸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땅딸보가 물었다.

《말을 잘 들으면 저녁에는 한잔 할수 있소?》

《한잔만 하겠나? 석잔도 있지.》

호수만이 호기있게 말하자 꺽다리가 머리를 저었다.

《말 단 집의 장 맛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건 두고보면 알게 아닌가?》

호수만이 앞장서서 걸으며 말했다.

《어디로 가자는거요?》

《강가네 집에 가자는거요.》

꺽다리가 따라서며 물었다.

《강영팔이 말이요?》

《그렇네.》

《영팔이는 아까 보니 산에 나무하러 가는것 같던데.》

꺽다리의 말을 듣고 호수만은 차라리 잘되였다고 생각하였다.

《집에 사내가 없는게 좋지. 녀편네 다루기 더 헐하니까.》

호수만은 사기가 나서 말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영팔은 산에 나무하러 가고 집에 없었다. 영팔은 요즈음 어쩐지 불안감을 금할수가 없었다. 특히 허승선이 죽은 다음에는 그 의혹이 자기에게 오지 않는가 하고 늘 조심하고있었다. 그는 오늘 한낮에 성안에서 호수만이 나오는것을 보았다.

영팔은 호수만과 직접 맞서본적은 없었으나 그자에 대한 말을 많이 들었고 또 몇번 길가에서 본적도 있었다.

영팔은 먼발치이기는 하였으나 호수만을 알아보았다. 그는 나무를 한짐 지고 집으로 내려가려던 참에 호수만이 역참에서 두명의 역졸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것을 보자 산기슭에 주저앉고말았다. 보나마나 일은 심중할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이제 자기가 집으로 들어간다는것은 섶을 지고 불속으로 들어가는것과 같은것이다.

영팔은 순간 이런 때 대성산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무단을 올려놓은 지게는 그대로 버려둔채 대성산을 향해 반달음질치기 시작하였다.

한편 호수만은 영팔의 집앞에 이르자 두명의 역졸들에게 먼저 집안으로 들어가보라고 하였다.

호수만의 말에 용기를 얻은 땅딸보가 눈알을 굴리며 꽥 소리를 질렀다.

《주인 있소?》

때마침 부엌에서 저녁을 짓고있던 영팔의 안해 한씨가 밖을 내다보았다.

《무슨 일로?》

한씨만이 아니라 대체로 림원의 사람들은 역졸들의 풋낯은 알고있었다. 그래서 별치 않게 역졸들을 대하다가 뒤에 낯선 사령이 서있는것을 보자 한씨의 말은 조심스러워지면서도 불안해졌다.

《이 집안을 좀 보아야 하겠소.》

이번에는 꺽다리가 말하였다.

《집안을 보다니요? 우리 집에 뭐가 있소? 집은 왜 보자는거요?》

한씨는 눈이 올롱해서 물었다. 그러자 삽짝문밖에서 호수만이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이 많아? 관청의 일에 시비질을 하지 말고 가만있어.》

호수만은 두 사령에게 눈짓을 하였다. 그러자 땅딸보가 먼저 토방에 올라서며 지게문을 벌컥 잡아당겼다. 그때 영팔의 딸 짐례는 바느질을 하고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지게문 열리는 바람에 화닥닥 놀라 일어났다.

짐례의 나이 올해에 열일곱살이였다. 그 당시로서는 과년한 처녀였다.

그래서 벌써 여러곳에서 혼사말이 오고갔지만 영팔의 집사정도 그렇고 또 당자도 시집을 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그냥 지내는터였다.

흔히 과년한 딸자식을 둔 집에서는 처녀가 자주 바깥출입을 하는것을 단속하기에 짐례도 집안에서 일을 많이 하였다. 그러니 역졸들이 짐례를 보지 못하였을것은 뻔하였다.

《웬 체네야?》

땅딸보가 물었다.

그러자 부엌에서 나오던 한씨가 말하였다.

《우리 집 딸이라우.》

《이 집에 이렇게 큰 딸이 있었던가?》

땅딸보는 이상하다는듯 머리를 기웃거렸다. 그러자 꺽다리가 또 싱거운 소리를 한마디 하였다.

《이 집 딸이 틀림없어? 처음 보는데.》

역졸들은 신발을 신은채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짐례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처녀는 부끄럼을 느끼며 돌아앉았다. 꺽다리는 땅딸보를 바라보며 한눈을 찡긋거리다가 처녀의 머리태를 슬쩍 건드리며 말했다.

《허리가 날씬한데다가 머리태가 실한게 뒤모습이 더 곱군.》

꺽다리는 짐례에게 지싯지싯 다가들며 이번에는 허리를 슬쩍 안아보았다.

《엄마.》

짐례는 얼굴이 발개지며 한손으로 자기를 건드리는 꺽다리의 손을 뿌리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부엌에 있던 한씨가 사이문으로 들어서며 어성을 높였다.

《아니 다 큰 처녀를 놓고 이게 무슨짓들이요?》

한씨의 눈에서는 독기가 풍겼다. 이에 어느 정도 기가 꺾인 꺽다리는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밖에서 방안의 동정을 보던 호수만이 소리를 쳤다.

《뭣들을 하는거야. 어서 뒤져보라구.》

꺽다리가 방안을 두루 돌아보다가 한씨에게 말하였다.

《농짝쇠를 내놔.》

그러자 한씨도 만만치 않게 대들었다.

《남의 집 농짝은 왜 보자는거요?》

꺽다리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말았다. 그래서 잠시 멍하니 서있는데 호수만이 또 소리를 쳤다.

《쇠가 없으면 가만있겠나? 그걸 당길 힘도 없나?》

호수만이 소리를 치자 지금까지 토방에 서있던 땅딸보가 방안에 씽 하고 달려들어가서 붕어모양을 한 자물쇠를 잡아당겼다. 이 농짝은 피나무로 만들기는 하였으나 벌써 몇대를 두고 내려오던 낡은것이여서 웃쪽에 있던 못이 뚝 빠져나오며 농짝의 문이 벌컥 열렸다. 그통에 땅딸보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벌렁 넘어졌다. 그것을 본 호수만은 웃음이 나왔으나 참고 소리를 쳤다.

《농짝안을 모조리 뒤져보라구.》

꺽다리는 농짝안에 있는 물건들을 되는대로 꺼내서 방안에 뿌렸다. 처음에는 버선짝, 베천, 속곳 등이 나오다가 점차 값진 물건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 물건들은 얼마전에 안거금이 팔수 있으면 팔고 그렇게 못하겠으면 딸의 례장감으로 쓰라고 준 천들이였다.

《그 천을 이리 보내라구.》 호수만은 여전히 토방에 앉아서 소리를 질렀다.

《그건 왜 그러우? 딸의 례장감으로 마련한것들이요.》

한씨가 허겁지겁 달려들어 천을 그러안자 호수만은 삵의 눈을 하며 다시 앙칼진 소리를 질렀다.

《례장감이건 뭐건 가져와.》

호수만은 꺽다리가 한씨를 뿌리치고 가져온 천을 받아들고 잠시 들여다보다가 물었다.

《이 천이 어디서 났어?》

《어디서 났겠소. 장마당에서 산거요.》

한씨는 말이 나가는대로 소리를 질렀다.

《장마당에서? 장마당 어디에서 샀어? 누구한테서?》

《누구인지 어떻게 알겠소? 수많은 장사군들중에서.》

한씨는 이렇게 말하였으나 속이 켕기는것을 금할수가 없었다. 당시 사창장마당의 장사군들도 점방이 정해져있어서 장사군들을 모른다는게 말이 되지 않았다.

《모른다? 내가 사창장마당의 물건시세며 장사군들을 모르는줄 알아? 이런 천은 평양의 사창점방에서는 팔지를 않아. 봉물짐에서 빼낸거지?》

호수만은 사나운 눈을 하고 한씨를 노려보았다.

《봉물짐이란 또 뭐요? 별소리를 다 듣겠군.》

《로친을 끌어내라.》

호수만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꺽다리와 땅딸보는 한씨를 토방으로 끌어내였다. 어느사이에 한씨의 트레머리가 풀어졌다. 이것을 본 짐례가 어머니를 부르며 달려나와 손목을 잡고있는 땅딸보의 팔을 물었다. 땅딸보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놓았다.

《이년이 사람을 문다.》

호수만은 소리를 지르며 짐례를 힘껏 쥐여박았다. 그통에 짐례는 찍소리도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 이것을 본 한씨는 제정신이 아니였다. 호수만은 독기를 품은 한씨의 무서운 눈길에서 허승선의 녀편네의 모습이 생각나자 자기도 모르게 겁이 났고 슬그머니 속이 켕기였다. 그래서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거나 맡거나 한씨는 무섭게 대들었다.

《아니 처녀를 때리는 법이 어디에 있소?》

머리가 풀어헤쳐진 한씨는 마치 미친 녀자처럼 호수만에게 달려들어 저고리의 앞자락을 잡아쥐였다. 사나운 호수만이였지만 이런 정황에서는 어쩔수가 없어 쩔쩔매였다.

이무렵 영팔은 대성산에서 나오는 리운이와 김룡철을 만났다. 이들은 어제 배로 실어온 물건들중에서 일부를 영팔의 집에 가져다주면서 그동안에 성안에서 무슨 다른 련락이 없었는가를 알아보라는 안거금의 말을 듣고 나오던 길이였다.

《강형, 어디로 가우?》 리운이가 영팔이를 보고 먼저 물었다.

《여보게들, 일이 났네. 일이 났어.》

《강형, 왜 그러우? 차근히 말을 해야지.》

그러자 영팔은 눈이 화등잔이 되였다.

《차근히가 뭔가? 지금 우리 집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네. 우리 집 짐례도 어떻게 되였는지 모르겠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이요?》

지금까지 말이 없었던 과묵한 룡철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평양감영에서 사령들이 나와 우리 집을 료정내고있소.》

영팔은 온몸을 후들후들 떨며 전후사연을 말하기 시작하는데 리운이는 벌써 마을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뒤를 따라 룡철이와 영팔이가 따랐다. 리운이는 영팔이가 왜 급한 소리를 하는지 알수가 있었던것이다. 세사람이 영팔의 집앞에 당도한것은 한씨가 호수만의 옷섶을 잡고 늘어져있던 그때였다.

《이놈아, 당장 우리 딸을 살려내라!》

악착하기로 소문난 호수만이지만 비실비실 뒤로 물러서기 시작하였다.

바로 이때 리운이와 룡철이가 들어섰다. 그뒤로 영팔이가 따랐다.

《왜 이리 소란을 피우오?》

리운이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한씨로 해서 곤경을 겪고있던 호수만은 돌연히 나타난 사람들을 보자 무슨 일인가 해서 멍하니 물었다.

《거기는 누구요?》 호수만은 이상한 예감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리운이가 도도하게 말하였다.

《몰라서 묻는가? 우리는 대성산에서 왔다.》

호수만이 깜짝 놀라 후닥닥 뒤걸음을 치는데 어느새 달려든 리운이가 오른발을 호되게 휘둘렀다. 리운의 발길질에 호수만은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일이 이렇게 되자 땅딸보는 하루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르는 격으로 리운에게 달려들었다. 리운이는 이미 룡철이에게서 배운 택견으로 단번에 땅딸보를 찍소리도 못하게 넘어뜨렸다. 이와 동시에 룡철은 꺽다리의 한팔을 잡아 공중제비로 넘어뜨렸다.

이때 지금까지 죽은것처럼 하고 넘어졌던 호수만은 마치 불에 덴 소처럼 《도적이다!》하고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쓰러졌던 두명의 역졸들도 정신이 들어 일어나 줄행랑을 놓기 시작하였다.

리운이는 그놈들을 따라가려다가 룡철이가 제지하는 바람에 그만두었다.

《내버려두라구. 바쁜건 이 집사람들을 빨리 피신시키는거야.》

이 말에 리운이는 정신이 들었다. 그 사이에 영팔은 한씨와 함께 얼혼이 나간 딸 짐례를 정신이 들게 하였다.

《뭣들을 하오? 이제 곧 역졸들이 달려들텐데. 어서 이 집을 떠나야 하우.》

룡철이가 깨우쳐주어서야 그들은 지금 자기들이 어떤 정황에 있는가를 깨닫게 되였다.

《어서 떠납시다.》

리운이가 제잡담 앞서나가는데 한씨는 되는대로 틀어올린 머리타래를 아랑곳도 하지 않고 사람들을 막아나섰다.

《잠간만 기다리소. 어디에 가도 밥은 해먹어야 하질 않겠수. 내 얼른 가마와 쌀을 가지고 나오겠수.》

한씨는 아직 식지도 않은 밥가마를 그대로 뽑아들고 나왔다. 조금 열려진 가마뚜껑사이로는 김이 오르고있었다. 한씨는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 얼마 크지 않은 쌀자루를 들고 나왔다. 이것을 본 룡철이는 속이 달아올랐다.

이제 곧 역졸들이나 사령들이 밀려올것은 뻔하였다.

《아주머니, 그럴 사이가 없수다. 어서 떠납시다.》

룡철이가 만류하였지만 한씨는 막무가내로 그들을 부여잡으며 짐례를 찾았다. 그런데 짐례가 보이지 않았다.

《얘 짐례야, 어디에 있니?》

한씨는 얼마전까지 매를 맞고 쓰러졌던 딸이 보이지 않자 이상한 기미가 들어 소리를 쳤다.

《방안에 들어갔지요.》 리운이가 어떻게 알고 귀띔을 했다.

《방안에서 뭘하니?》

한씨가 다시금 방안쪽에 대고 소리쳐서야 짐례가 나서는데 그의 손에는 무슨 꾸레미가 들려져있었다.

《그건 뭐냐?》

이번에는 영팔이가 의아해서 물었다. 짐례는 대답을 않고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고 서있었다.

이때 멀리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자기들을 잡으려 몰려오는게 분명하였다.

《여러 말 하지 말고 어서 산으로 오릅시다. 이러다가는 모두 잡히고마우.》

룡철이가 말하자 영팔이는 자기의 처와 딸을 꾸짖었다.

《왜 걸음을 지체하는거야? 얼른 따라서지 못할고?》

영팔이가 꽥 소리를 쳐서야 한씨는 가마를 이고 후닥닥 뒤를 따랐다. 그의 뒤에서 짐례가 보꾸레미를 안은채 잰걸음을 쳤다. 삽짝문밖으로 나왔던 한씨가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이것을 본 영팔이가 소리를 질렀다.

《왜 또 들어가?》

《쌀자루를 가지고 가야지요.》

영팔은 어이가 없어 말도 못하는데 리운이가 말했다.

《걱정마우다. 내가 가지고 가겠소.》

리운이는 마당에 내놓은 쌀자루를 둘러메고 일행의 길잡이를 하려는듯 먼저 달려나와 산비탈에 붙었다.

《빨리 따라서시우. 우리가 산에 올라가면 그놈들이 따라오지 못해요.》

그들일행이 산에 오른 다음에야 십여명의 역졸들이 영팔의 집에 달려들었다.

《집이 비였다.》

《산으로 달아났다.》

이렇게 소리를 지른 역졸들은 산기슭으로 쏠렸다.

그들을 가만 내버려두면 산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기들은 영팔이까지 겨우 세명이고 거기에 녀자들이 둘씩이니 있는데다 조금전에 맞은 매로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힘겨워하였다.

룡철은 리운에게 말하였다.

《녀인네들을 데리고 먼저 올라가라구. 나는 몇놈 버릇을 가르치고 갈테니.》

《혼자서 일없겠소?》

리운이가 걱정스러운듯 물었다. 그러자 룡철이는 자신있게 말했다.

《두세놈만 혼을 내주면 일없을거네.》

룡철은 더 어쩔새없이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그는 맨앞에서 올라오는 역졸 하나를 잡아 공중제비로 멨다넘긴 다음 그뒤로 달려오는 놈 하나를 잡아서 머리우로 훌쩍 들었다가 대여섯발자국앞에 있는 다박솔우에 내던졌다.

참으로 눈깜박할새 없이 벌어진 통쾌한 결투였다.

룡철의 이런 담력을 본 다른 역졸들은 더는 따라설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그들은 다만 소리만 지르다가 꼬리를 빼기 시작하였다. 룡철은 역졸들이 모두 내려간것을 확인한 다음에 리운의 일행이 기다리는 둔덕으로 올라갔다.

《더 따르는 놈이 없소?》

《없네. 자, 이젠 빨리 여길 뜨자구.》

이들이 대성산의 산채에 당도한것은 날이 샐무렵이였다.

안거금은 미륵과 함께 림원으로 간 사람들이 밤새 돌아오지 않아 걱정을 하며 잠들지 못했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 밖에 나와 거닐다가 룡철일행을 맞았다.

《어떻게 된 일인가?》

안거금의 물음에 룡철은 림원에서 있었던 일을 대략 말하였다.

《식구가 늘었으니 집을 또 한채 지어야겠군.》

안거금이 미륵에게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한씨는 펄쩍 뛰였다.

《그러니 우린 이제부터 여기서 살란 말이우?》

《그럼 어쩌겠소. 어디 갈데가 있소?》

한씨는 안거금의 이 말에 더 할 소리가 없어서 한숨만 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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