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회)

12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어 군단지휘부에로 향하시였다. 지휘부청사와 작전강실, 직속구분대 병실과 세목장, 후방시설들을 구체적으로 돌아보시였다.

점심시간이 가까와오면서 재색의 무거운 구름이 하늘을 메우기 시작했다. 지글거리딘 한여름철의 태양도 잠간 숨을 돌리려는지 낮게 드리운 구름장뒤에 얼른 숨어버렸다. 습한 바람이 구내주변의 무성한 숲우듬지를 뒤흔들었다.

군단지휘부의 전체 군인들과 기념사진을 찍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치위원에게 종합훈련장이 어디쯤인가고 물으시였다.

《제당골이라고 여기 지휘부에서 70리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있습니다.》

《세골령을 넘어야겠구만.》

그이께서는 우중충한 산발들이 련면히 뻗어간 북쪽하늘을 바라보시였다.

《예, 하지만 령길이 몹시 험한데다가 오후에는 큰비가 내릴것이 예견되고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그만두셔야 할것 같습니다.》

정치위원이 안타까운 어조로 말씀드렸다. 그제서야 군단장도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줄 알았는지 슬그머니 눈길을 떨구었다.

《무더위에 시원한 샤와를 맞는셈치고 가보기요. 예술선전대가 진지를 차지했다는데 현지에 가보는게 옳지.》

야전승용차행렬은 군단지휘부를 떠났다.

작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슴뿔같은 번개불이 연방 컴컴한 구름장들을 찢어발겼다. 비발이 점점 굵어졌다.

무한궤도자리가 우둘투둘한 진창길이 차행군을 방해했다. 차바퀴들에서 휘뿌려지는 흙탕이 길녘의 키낮은 수풀을 후려쳤다. 한찰나 어지러워졌던 수풀들이 세찬 비발에 인차 본래의 청초한 모습을 되찾으며 흥그러이 설레였다.

세골령은 중서부산악지대에서 높고 험한 령들중의 하나이다. 거악한 뫼부리를 휘감으며 회백색구름속으로 사라진 령길을 따르느라면 마치 옛 전설에 나오는 하늘나라에라도 닿을상싶다.

심진성에게도 낯익은 령이였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군관으로 제발된 그는 세골령을 넘어 전선서부의 통신소대에 배치되였고 부대의 통신보장임무를 수행하면서 부지런히 령을 넘나들다가 그 분수령에서 전승의 기쁨을 맞이했었다. 그때보다는 도로가 퍽 넓어졌지만 급경사와 아츠러운 굽이만은 그대로였다.

심진성은 군복웃주머니를 더듬어 손바닥만 한 수첩을 꺼내들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주신 가르치심의 요지를 적은 수첩이였다. 사상교양사업에서 틀어쥐고나가야 할 중심문제들이며 화선식선동으로 군인들을 당의 군사로선관철에로 불러일으킬데 대한 문제 그리고 인민군대에서 간편하고 리용하기 좋은 민족악기를 장려할데 대한 문제를 비롯하여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가르쳐주신 상식같은것도 적혀있는 속기수첩이였는데 한달을 못 넘기고 새것으로 바뀌여지군 했다. 오늘도 수첩은 몇십장을 잘 넘기였다.

수첩장을 펼치던 손이 가장자리를 접은 페지에서 멎었다. 붉은색으로 진하게 밑줄을 그은 연필흔적이 눈에 띄였다. 며칠전 공훈합창단 지휘성원들과 창작가들에게 주신 최고사령관동지의 말씀을 속기한 페지였다. 가슴노리가 뜨끈해졌다.

모든것으로 미루어보아 공훈합창단에서 제기된 문제의 근본원인은 바로 자기에게 있었다. 한마디로 심진성의 무책임성이 낳은 과오였다. 그래서 수첩장에 뼈아픈 자기반성수의 글을 남겼고 수첩을 펼칠 때마다 먼저 띄여보라고 귀를 접어두었던것이다.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과오였다.

순조로이 령길을 내린 야전승용차행렬은 골짝사이의 산협도로를 따라 기세좋게 달렸다. 한껏 대지를 후려갈기던 작달비가 언뜻 는개로 변하여 어혈진 수풀을 어루쓸었다.

앞차가 속력을 죽이며 서서히 멈춰섰다.

김정일동지께서 차문을 열고 내리시였다. 손채양을 하시며 길 건너편에 시선을 보내시였다.

심진성은 다른 지휘성원들과 함께 급히 그이께서 계시는 곳으로 달려갔다.

엷은 안개가 뭉게뭉게 감치며 필필이 흘렀다. 방송선전차의 확성기를 통해 울리는 노래소리가 주위에 가득차있었다. 여러대의 대렬차 적재함을 서로 맞붙여만든 화선무대가 멀리로 보였다.

안개발이 성기여지며 공연하는 선전대원들과 무대를 둘러싸고 립추의 여지가 없이 빼곡이 둘러앉은 군인들의 모습이 보다 선명해졌다. 그들의 몸에서 나는 김이 뽀얗게 서려돌았다.

손풍금반주에 맞춘 남성예술선전대원의 정서짙은 노래소리가 길녘의 산야를 어루더듬었다. 금잔디 밟으며 첫걸음 떼고 애국가 들으며 자란 조국이 하도 소중하여 손에 총을 잡았다는 노래였다. 깃을 비다듬으며 쉼없이 찧고 까불던 새들도 노래소리에 심취되였는지 침묵을 지켰다. 비에 말쑥이 씻긴 검푸른 절벽에 노래소리가 부딪치며 메아리쳤다.

병사들이 합창으로 노래를 받아넘겼다. 대자연과 어울린 조국에 대한 애틋한 정이 먼 하늘가로 흘러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에 두팔을 엇걸어끼신채 길가녁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곡목이 바뀌며 혼성2중창으로 부르는 《병사는 벼이삭 설레이는 소리를 듣네》의 노래소리가 울렸다.

노래의 간주속에 무대에 나온 두명의 시랑송자들이 유격구밭이랑에 씨앗과 피를 함께 묻던 처창즈의 정신으로 군민이 힘을 합쳐 우리의 사회주의대지에 황금이삭이 주렁지게 하자고 호소했다.

노래가사의 내용이며 정서짙은 곡상은 분명 풍년든 이 나라의 가을을 형상했으나 김정일동지께서는 노래가 담고있는 환희로운 감정보다 모진 식량난을 겪는 인민의 고생이 헤아려와 도리여 가슴이 미여지시였다.

《당정책을 민감하게 반영했소. 공연이 사상적대가 서고 내용도 좋소. 노래소리들이 풍만하고 감정정서가 짙은게 선전대의 성악력량이 괜찮은것 같소.》

《예술선전대의 성악지도원동무가 2. 16예술상수상자입니다. 다른 단위들에서도 욕심내는 동무입니다.》

정치위원의 대답에 김정일동지께서는 군단에서 재간둥이를 붙잡았다고 기뻐하시였다.

인재를 아껴야 하오. 가수들이 아무리 바탕이 있어도 성악지도를 잘하지 못하면 재간을 다 발휘할수 없소.》

자연의 미소인듯 한줄기의 해빛이 산구릉에 닿고있었다.

《음악예술은 인간의 심장을 과녁으로 하기때문에 감화력이 비할바없이 크지. 부국장동무도 그 부문에 대한 연구를 좀 해보았겠는데 음악예술에 대한 견해를 한번 말해보오.》

심진성은 당황해났다. 어떻게 대답올릴지 몰라 망설이며 도움을 바라는 눈길로 곁에 선 지휘성원들을 성급히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호기심어린 낯빛들이였다.

《저- 인간생활과 떼여놓고 생각할수 없을만큼… 인간의 정서생활에서 큰 몫을 담당한다고 봅니다. 노래가 없으면 무미건조해지고 생기를 잃는게 혁명이고 생활인것만큼 음악은…》

말이 자꾸 길어지는것이 안타까와 그는 입안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어줍게 웃었다.

《빙 에돌긴 했지만 틀리지 않소. 음악은 우리에게 있어서 혁명과 건설의 힘있는 무기라고 할수 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두팔을 가슴우에 껴잡으시며 말씀하시였다.

《인간이 숭고하고 아름답고 영웅적인것을 지향하는것도 그래, 그것을 위해 서슴없이 목숨바쳐 싸울수 있는것도 다 정신생활에 침투된 음악의 힘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요. 그래서 음악을 선률의 철학이라고 하는거요.》

잠시 말씀을 끊으시며 지휘성원들을 둘러보시였다.

《나도 힘들 때가 많소. 그때마다 음악을 들으면서 힘을 얻군 하오. 내가 인민군협주단 공훈합창단을 중시하는것은 바로 그들이 부르는 군가에 우리의 사상과 신념이 있고 우리 혁명이 걸어온 자랑찬 력사가 있으며 승리를 기약하는 래일이 비껴있기때문이요. 우리에게는 남들이 가질수 없는 우리 식 철학, 조선식 음악철학이 있소.》

그이께서는 군대와 인민의 고상한 정서와 뜨거운 열정을 분출폭발시켜 시대의 변혁과 력사창조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것이 우리 음악의 기본임무라는것과 때문에 우리의 음악은 정치를 정서적으로 안받침하는 위력한 무기가 되여야 한다는데 대해 강조하시였다.

가설무대에 여러명의 남녀배우들이 나서더니 우리의 총창우에 평화가 있다고 격조높이 웨치고있었다. 준엄한 싸움을 눈앞에 둔 오늘날 병사들에게 요구되는것은 사탕알이 아니라 총탄이라고, 그 총탄으로 평화를 사수하겠다는 랑송소리가 해빛이 퍼지는 대기속에 쩡쩡 울렸다.

노래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하리라》의 합창이 뒤따랐다. 군인들모두가 일어서며 선전대원들과 목소리를 합쳤다.

《보오, 저 동무들이 지금 공연을 통해 당의 사상을 전하고있소. 배불리 먹는것도 좋지만 삶의 터전을 지키는게 더 중요하다고 외우고있소. 저 소리를 그대로 자강도 로동계급에게 전해줍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이 특유의 활달한 손세로 말씀의 의미를 강조하시였다.

《전선시찰보도에 내가 이곳 부대의 예술선전대공연을 관람했다는 내용을 포함시켜야겠소. 전시가요들을 집중편집해서 혁명적인 음악공세를 들이댑시다. 우리의 변함없는 혁명적공격로선, 혁명적대결전략을 그 노래들에 반영합시다.》

《알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심진성이 자세를 바로하며 강개한 어조로 대답올렸다.

문득 그는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351고지를 찾았던 지난해의 초봄을 상기하며 주먹을 가벼이 틀어쥐였다.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적들의 광란적인 전쟁연습책동이 극도에 달하여 일촉즉발의 엄중한 정세가 대두했던 때였다.

그때에도 김정일동지께서는 최전연고지에 대한 현지시찰소식과 함께 우리 당의 혁명적의지를 반영한 인민군공훈합창단의 노래들을 집중편집하도록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우리의 집중적인 군가포화에 얼혼이 나간 적들은 조선에서 당장 전쟁이 터진다고 아우성을 치며 남조선에 있던 미군가족들을 부랴부랴 본토로 빼돌리느라 야단법석했다.

《어서 가서 저 동무들의 공연성과를 축하해줍시다.》

김정일동지의 우렁우렁하신 음성에 심진성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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