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회)

제 2 장

2

 

채바퀴골에 식량공작 나갔던 조치삼이네는 하늘소 한마리를 끌고왔다.

화는 홀로 오지 않는다는 말이 그른데 없는듯싶었다.

샘터가 있는 곳에 내려가 식사준비를 하던 김정숙동지께서 올라와보니 숲속공지에서 대원들이 하늘소를 둘러싸고 중구난방으로 떠들고있었다.

《밀가루가 생기니 하늘소가 때맞추 찾아들었구만. 고기소를 넣은 교즈를 먹게 됐소.》

《하늘소고기가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홍수가 얼굴을 반짝 쳐들고 조치삼에게 묻는 말이였다.

《말은 그렇게들 하던데 어디 먹어봤어야지. 고집이 하늘소발통같다는 말은 신통합데. 에잇, 끌려오지 않겠다고 딱 버티고 오흥오흥 울어대며 얼마나 애를 먹이던지 땀깨나 뺐소.》

이렇게 말하는 조치삼의 젖은 잔등에선 김이 문문 피여오르고있었다. 그의 길쑴한 얼굴엔 하늘소를 무난히 끌어온 안도감과 흐뭇함이 어려있었다. 그는 노상 싱글거리며 축축한 하늘소잔등을 도닥여주고있었다.

《좌우간 조치삼은 역시 조치삼이야.》

대원들은 마음이 흥그러워져 치사를 아끼지 않는다. 하늘소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오흐흥 울어대였다. 웃어대는 대원들을 밀어제끼며 하늘소곁에 방철룡이 불쑥 나타난것은 그 순간이였다.

방철룡은 억이 막혀 입을 항 벌린채 가슴만 풀떡거렸다. 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였다.

《조동무, 유격대생활을 한두해 해온 사람도 아닌데 제정신이요?》

소대장의 석쉼한 목소리는 높지 않았으나 부리부리한 눈에 어린 불안이 공지의 화기를 삽시에 얼구었다.

《왜 그럽니까? 이 하늘소는 채바퀴골부녀회원들이 지성으로 보낸 원호물자입니다.》

《치삼동진 하늘소값을 치르었습니다. 애지중지하던 회중시계를…》

조치삼과 함께 식량공작하러갔던 김홍수가 그를 두둔하여 하는 말이였다. 방철룡은 철없는 아이를 책망하듯 홍수를 지릅떠보았으나 울화는 조치삼에게 퍼부었다.

《때도 시도 없이 느물느물하면서… 들판이건 숲속이건 적밀정들이 쫙 깔려 우글거리는데 오흥거리는 하늘소를 숙영지로 끌고오면 도대체 어쩌자는거요? 짐승발자국자리를 처리나 했소?》

《제가 뒤에서 따라오며 가랑잎을 덮었습니다.》

홍수가 또 쫄딱 나서 변호하는 바람에 울화통은 그예 터지고야말았다.

《꼬부랑나무는 그림자도 꼬부라져. 본딸걸 따야지.》

방철룡은 대원들뒤쪽에 계시는 김정숙동지를 띄여보자 다급히 그이께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사령관동지께 보고드리고 여길 빨리 떠야겠소. 리준상의 실종도 불안스럽기 그지없는데 저 하늘소까지 화를 끌고올지 누가 알겠소.》

그 말에 하늘이 무너진대도 태평스럽던 조치삼의 얼굴이 거멓게 질리였다. 모여선 대원들도 긴장하여 굳어졌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위구인지 불안인지 모를 그 무엇이 가슴벽을 후벼내리는것 같았으나 태연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사령관동지께서 준상동무를 여기서 좀더 기다려보자고 하시지 않았어요.》

속이 벌렁벌렁 끓어대는지 방철룡의 널직한 가슴이 풀무처럼 풀떡거렸다. 장대한 체구의 방철룡은 육박하듯 그이께로 한걸음 다가섰다.

《정숙동무, 사령부의 안전과 관련되는 문제를 두고… 이럴 땐 동무가 어떻게든… 리준상이 한사람이 뭐요? 조치삼이두 그저 어자어자하니까 저 꼴 아니요.》

그는 큰 주먹으로 제 가슴을 쾅쾅 두드리였다.

그이께서 어찌 방철룡의 심정을 모르시랴. 사실 사령부의 안전을 두고 그 마음의 몇십배로 속을 태우고 가슴을 조이시는 그이이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리준상이 돌아오지 않았다는것을 아셨을 때 사령관동지께 삿갓봉숙영지를 빨리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고 말씀올렸었다. 그때 사령관동지께선 그이를 안심시키듯 빙긋이 웃으시며 말씀하시였다.

《좀더 기다려봅시다. 리준상, 그 사람이 량심을 버릴 사람같지는 않구만.》

사령관동지께선 사람을 빗보시는적이 없으셨다. 전사들에 대한 믿음은 그 인간의 사람됨 즉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하는 예리하고도 정확한 직감으로부터 시작되는것이였다. 그것을 잘 알고계시는 김정숙동지께서는 더 여쭐 말씀을 찾지 못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분초를 다투며 가슴이 조밋조밋해나시였다. 마음은 의식보다 다가오는 위험을 더 빠르게 예감하는 법이다. 지금은 리준상의 실종보다도 하늘소가 끌고온 위험이 더 크고 실질적이였다. 아니아니할수록 걱정은 넝쿨을 뻗고 마디를 치면서 걷잡을수 없이 번져나가 숨쉬기가 가쁘셨다.

불현듯 귀전을 치는 목소리.

《정숙동무, 뭘 망설이고있소. 우리 혁명이 이기고지는것은 전적으로 장군님의 안부여하에 달려있다는걸 잊었소?》

누구의 목소리일가? 오중흡? 박덕산?

그이께선 소스라쳐 놀라시며 사령관동지를 찾아 장풍쪽으로 걸음을 떼시였다. 그 찰나에 장군님의 우렁한 음성이 바로 곁에서 울리였다.

《여기서는 사령관을 제쳐놓고 무슨 회의를 하는게 아니요?》

우선우선하며 대원들속에 들어서시던 사령관동지께서는 문제의 하늘소를 띄여보고 웬건가고 물으시였다. 조치삼이가 고개를 푹 숙인채 입안의 소리를 하였다.

《채바퀴골부녀회원들이 빈손으로 보낼수는 없다면서 10리밖까지 따라와서 그예…》

사령관동지의 표정이 신중해지시였다. 그이께선 말없이 하늘소주위를 한바퀴 도시면서 짐승의 잔등이며 색끈과 엽전으로 치장을 한 목덜미와 코뚜레를 쓸어보고 더듬어보시였다.

《채바퀴골이라… 심심산속에 두만강을 건너온 조선사람들이 한집두집 들어앉으면서 생긴 마을이지. 그 마을 부녀회장네 집에 연자방아가 있었소. 그걸 돌리던 하늘소겠구만.》

조치삼은 채찍을 맞은 사람처럼 꿈질 몸을 떨며 하소하였다.

《글쎄 가져가면 안된다는데두 이젠 연자방아에 찧을 낟알이 없어 하늘소가 쓸모없다면서 자꾸 따라오며 성화를 먹이니…》

《그 아주머닌 채바퀴골혁명조직의 성의를 마다하면 유격대와 아예 인연을 끊겠다고 을러메기까지 했습니다.》

김홍수는 어떻게 해서나 조치삼에게 덮씌워지는 화를 덜어보자고 애면글면이였다.

채바퀴골부녀회장이라면 남편을 유격대에 보낸 녀인이였다. 연자방아에 쌀을 찧어 모았다가는 유격대에 보내주는것이 그 녀인의 락이였다. 보내줄 낟알이 없으니 하늘소를 선듯 내주었을것이다. 산에서 고생할 남편을 생각하면 그래야 마음이 가벼워질 녀성이였다.

그 녀인의 심정을 헤아려보시는듯 짐승의 잔등을 도닥이시던 장군님께서 나직이 이르시였다.

《하늘소를 도로 채바퀴골에 가져다주시오. 이게 없으면 부녀회장아주머니가 연자방아를 어떻게 돌리겠소. 그 녀성은 연자방아를 돌리고 또 돌리면서 나라를 찾고 돌아올 남편을 기다렸을거요. 그래서 유격대원호에 성수를 내였구. 그게 그 아주머니의 사는 보람이였소. 하늘소가 없으면 그 아주머니 마음이 얼마나 허전하겠소. 이게 간단한 문제겠소.》

어성은 높지 않으셨으나 조치삼의 흙빛얼굴은 아예 시커멓게 질리였다. 그 누구에게 앗기기라도 할세라 하늘소고삐를 꽉 틀어쥐고있던 김홍수가 한발자국 나섰다.

《사령관동지, 조치삼동진 잘못이 없습니다. 그냥 마다하는걸 제가 우겨서… 나같은 꼬맹이신랑도 잔치날 요란한 큰상을 받았는데 사령관동지께선… 그게 너무 한스러워서…》

목이 꺽꺽 막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보슴털이 보르르한 홍수의 두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눈에는 눈물조차 글썽거리였다.

장군님께서 대원들의 그 애바른 심정을 어이 모르시랴. 허나 사령관동지를 진짜 생각하는 마음은 그보다도 걸음걸음 사령관동지의 뜻을 따르려는 확고한 의지를 지니고사는것이 아닌가.

사령관동지께선 홍수의 손에서 하늘소고삐를 받아 조치삼에게 넘겨주신 후 말없이 돌아서시였다.

그 순간 방철룡이 그이앞으로 움쭉 나섰다.

《사령관동지, 한시바삐 여길 떠나야겠습니다. 저 하늘소도 흔적을 남겼을거구, 리준상의 실종도 께름직하기 그지없습니다.》

장군님께선 그 어떤 충격을 받으신듯 무춤 멈춰서더니 천천히 돌아서시였다.

《또 그 소리요? 정숙동문 어떻게 생각하오?》

그이를 이윽히 바라보시는 장군님의 안색은 부드러우시였다. 김정숙동지의 마음속은 크낙한 사명감으로 풍랑을 만난 배처럼 세차게 뒤번져지시였다.

장군님, 저도 소대장동무의 의견과 동감입니다. 적들이 언제 밀려들지 모르는 형편에서 빨리 이 삿갓봉에서 철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출발구령을 내려주십시오.》

사령관동지의 안광에서 부드러운 빛이 서서히 사라지고 서운해하는 빛이 언듯 비끼였다.

말없이 엄숙한 장군님의 거동을 지켜보는 그이의 온몸이 꽜꽜이 과다지는듯 하시였다. 사령관동지의 의도에 어긋났다는 직감, 잔등에 찬서리가 들씌워지는듯 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대원들이 울을 치고 둘러선 좁은 공지를 오락가락하시더니 나무그루터기우에 앉으시며 김홍수를 곁에 끌어다세우시였다.

《홍수동무, 밤길행군이 힘들지?》

《힘든건 모르겠는데 얇은 얼음장우를 걷는것같은게 신경이 너무 켕기워서 못 견디겠습니다.》

《그래, 지금은 특별히 어려운 때요. 그러나 노상 적들속에서 싸우고 사는게 유격전쟁이니 걱정할건 없소. 그런데 걱정스러운게 꼭 하나있소. 동무들이 이 행군의 의미를 똑똑히 모르고있다는거요. 우리는 적들의 발악적공세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우리의 준비된 력량을 한사람이라도 잃지 않기 위해 이 행군을 하는거요. 한데 동지 한사람을 떨궈놓고 갈수 있는가? 이제 그 한사람이 천명, 만명의 가슴에 불을 지펴 전민항쟁대오에 묶어세우게 될거란 말이요.

지금은 어려운 시기요. 한걸음 잘못 디디면 변절의 길이요, 한걸음 잘 디디면 애국의 길이요. 대오에서 떨어지면 갈데가 어디겠소?

치삼동무, 채바퀴골부녀회장에게 하늘소를 돌려주고 오시오. 연자방아를 돌리고 또 돌리느라면 유격대에 간 남편이 꼭 이기고 돌아올거라고 전해주오. 희망을 잃지 말라고 하시오. 이게 우리의 사명이고 이 행군의 목적이요.

난 여기서 동무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소.》

장군님의 음성은 여전히 온화하였으나 김정숙동지께선 밀물처럼 밀려드는 새로운 고통에 온몸을 떠시였다. 사령관동지의 의도를 받들지 못한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이 바줄처럼 칭칭 휘감기고 말 못할 자책감이 모닥불우에 선듯 온몸을 불태웠다.

(내가 무슨 사령관동지의 가장 가까운 동지란 말인가? 뜻을 같이한다는것이 무엇인가. 장군님의 마음을 아는것이다. 기뻐하시는것, 아파하시는것, 바라시는것 지어 감추어둔 그늘까지도… 그분의 뜻과 마음을 짐작도 못하는 내가 어찌 그이곁에 설수 있단 말인가?)

아픔과 고통이 클수록 자기 사명에 대한 깨우침도 열렬하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저도 모르게 한발자욱 힘있게 내디디시였다.

《사령관동지, 제가 채바퀴골에 조동무와 함께 가겠습니다. 그리고 준상동무의 행방도 찾아보겠습니다. 워낙 그를 찾아 데리고왔어야 하는건데…》

녀전사의 확고한 결심은 그 눈부신 안광에, 여무진 말소리에 쇠소리처럼 짱짱 울렸으나 사령관동지께선 선듯 응낙을 하지 못하셨다. 좀전에 찬물속에 들어가 가루포대를 건져내여 필사적으로 끌고온 녀전사, 실신하여 쓰러졌다가도 소스라치듯 일어나 휘청거리며 취사장으로 가던 그 가슴저린 모습. 하지만 그이의 열광으로 번쩍이는 안광엔 이렇게라도 속죄하지 않으면 견딜수없는 애바른 열망이 타고있으니 그 심정을 리해하신 장군님께서는 어쩔수없이 응낙하지 않을수 없으셨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인츰 삿갓봉을 떠나시였다. 조치삼은 데친 나물처럼 후줄근해서 두어걸음 뒤미쳐서 하늘소를 끌고왔다.

앞서 걸으시는 김정숙동지께서는 삿갓봉골안을 거의 빠져나올 때까지 생각에 옴해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조치삼에겐 그것이 여간 베차지 않은지 공연히 순순히 따라오는 짐승에게 중얼중얼 욕을 하고있었다. 그래도 그이쪽에서 아무 응대가 없자 끝내 참지 못하고 곁으로 다가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동무는요?》

그는 상대를 해주는것이 반가왔던지 잦은걸음으로 바싹 다가서며 깊은 한숨을 내쉬였다.

《유격대에 갓 입대했을 때 우등불보초를 서며 졸다가 신발과 바지를 태워먹고 정치위원한테서 〈돌아갓!〉처벌을 받던 일을 생각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 1936년경에 장백에서 입대한 막살이군 조치삼은 도무지 유격대원의 체모가 잡히지 않아 지휘관들의 애를 여간만 태우지 않았다. 그날도 보초를 서다가 뒤늦게야 행군대렬에 나타났는데 그 행색이 말이 아니였다. 신발을 태워먹었는지 한발에는 도로기를 신고 다른 발은 마대천으로 대수 감았는데 태운 바지구멍으로는 허벅다리살이 희뜩희뜩 드러나보였다. 무규률적현상을 질색하는 칼날같은 성미의 정치위원이 가만있을리 없었다.

그는 산이 쩡쩡 울리게 고함쳤다.

《제몸 하나 건사 못하는 그런 사람은 유격대에 필요없소. 무기를 벗어놓고 돌아갓!》

범같은 정치위원앞에서 조치삼은 어쩔수없이 보총을 벗어놓고 대렬에서 물러났다. 했으나 그는 행군대렬뒤를 멀찍이서 슬금슬금 따라왔다. 정치위원은 가라는데 왜 따라오는가, 정 따라오면 쏴버리겠노라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하였다.

글쎄 가라면 어데로 가겠는가, 다시 사람대접 못 받던 머슴살이, 품팔이생활에로 돌아갈수야 없지 않은가. 그의 눈에선 닭똥같은 눈물이 뚤렁뚤렁 떨어졌다.

그때 대렬에서 한걸음 나서는 대원이 있었다. 김정숙동지이시였다. 그이께선 정치위원에게 동의를 구하는듯싶더니 그에게로 날듯이 달려오시였다.

《치삼동무, 빨리 따라오지 않고 뭘 우물거리고있어요. 혁명을 하러온 사람이 가면 어데로 가겠어요. 빨리 대렬에 들어서세요.》

칠칠어둠속에서 등불을 만난들 이보다 더 반가왔으랴. 조치삼은 허둥지둥 달려갔다. 정치위원도 못 본척 하였다.

그때부터 조치삼은 김정숙동지를 어머니나 누이처럼 따르고 위해왔었다. 그는 회한에 잠겨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더듬는다.

《숙영구령이 내렸을 때 정숙동진 배낭에서 자기 도로기를 꺼내 신겨주며 말했지요. 〈제몸 하나 거두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혁명의 먼길을 갈수 있겠는가. 규률은 생명이다. 그런 정신상태로는 혁명을 못한다.〉고… 아침에 깨여나보니 태운 바지가 곱게 기워졌더군요. 정숙동진 여벌치마를 뜯어서 밤새…

난 그때 그 지성을 생각해서라도 생활을 잘하자고 마음다졌는데 또 이렇게 정숙동질 고생시키누만요.》

그이께선 자신의 생각에 골몰하여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전사는 무엇을 반드시 지녀야 혁명의 먼길을 곧고 바른 걸음으로 끝까지 갈수 있겠는가? 하고보면 각양한 생활을 하는 각이한 운명의 인간들에게 꼭같이 제기되는것은 인생의 좌표를 어떻게 정하는가 하는 문제에 귀결된다. 인생의 머나먼 길에 무엇에 의거하며 삶의 자욱자욱을 찍어가야 하는가 하는 기준에 귀결된다. 여기서 매 인간의 삶의 금새가 달라지는것이고 한대오에서 한길을 걷는 전사들이라 해도 삶의 격차가 생기는것이 아닐가.

《치삼동무, 동무나 나나 다같이 혁명을 아니할래야 아니할수 없는 사람들이고 김일성장군님을 믿고 따르며 혁명의 먼길을 끝까지 가야 할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어요.

오늘 사령관동지께서 홍수동무에게 하신 말씀을 듣고보니 혁명의 먼길을 끝까지 가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였어요.》

그이께선 목이 갈리시여 잠간 말씀을 끊으시였다.

《사령관동지를 진정 위하는 마음은 장군님의 뜻을 따르려는 확고한 의지에 있다고 생각해요.

치삼동무, 우리 언제나 장군님의 뜻을 가슴깊이 새기고 걸음걸음 바르게 정확히 찍어가자요.》

《명심하겠…》

문득 김정숙동지께서 우뚝 멈춰서시며 그의 팔을 움켜쥐시였다.

한 50메터 떨어진 산자드락에 매츨하게 자란 어린 오리나무들이 일제히 흔들리며 누에가 뽕잎을 먹어들어가는것 같은 소음이 울려왔다. 철갑모가 얼찐거렸다.

《적이다!》

김정숙동지께선 본능적으로 픽 돌아서시였다.

《동문 지름길로 채바퀴골에 내려가세요. 다음숙영지점은 차일령 동쪽수림이야요.》

그이께선 말을 맺기도 전에 두주먹을 부르쥐고 삿갓봉쪽으로 되짚어 달리시였다. 단 몇분이라도 먼저 숙영지에 가닿아야 했다. 그래야 사태를 수습할수 있었다. 그이께선 숲을 질러갈 결심으로 무인지경에 들어서시였다. 마른 청미래덩굴, 댕댕이덩굴, 으아리며 박주가리넝쿨들이 앞을 막고 발목을 휘감았으나 그이께선 날이 선 돌로 짓찧고 이발로 물어뜯으면서 달리고 또 달리셨다. 아가위가시가 볼을 허비고 팔에 생채기를 냈으나 그것을 느끼지도 못하시였다.

빨리, 빨리, 심장은 조급하게 뜀박질하며 소리치는듯 하였다.

빨리, 좀더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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