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회)

제 6 장

4

 

하루강의가 전부 끝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부학부장실로 향하시였다. 요사이 학생들을 대하는 송금석의 태도가 어색해진것을 느끼셨기때문이였다. 물의를 일으킨 무역경제학강의가 있은 다음부터 그는 학생들과 마주서기를 무척 거북해하였다. 반겨 인사를 하여도 약간 고개를 숙여보일뿐 차마 학생들의 그런 존경을 받기가 부끄럽다는듯이 인차 눈길을 돌려버리였다. 봉국의 말을 들으니 그는 심한 회오와 자책에 빠졌다고 하였다. 그가 자기의 견해와 인식이 잘못된것임을 깨닫게 된것은 물론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하여 학생들에게 교육자적인 인격조차 상실했다고 여긴다면 지나치게 자기를 비하하는것이다. 어쩌면 그는 학생들이 신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있을것이다. 결코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그에게 절절히 호소하고싶으셨다.

부학부장실 출입문이 열려져있었다. 방안에 들어서시니 최정택이 창문까지 열어놓고 방금 청소를 하려는 참인지 비자루를 들고 서있었다. 송금석은 보이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드시였다. 방주인도 아닌 최정택이 때아닌 지금 청소를 한다는것도 생각할수 없는 일이거니와 방안의 전경이 또한 어수선하기 이를데 없었다. 책상우에는 문건과 책들이 아무렇게나 널리고 창턱과 방바닥에는 뿌옇게 먼지가 덮였다. 갑자기 이사를 간 집안을 방불케 하였다. 분명 그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그이께서는 최정택에게로 한걸음 다가서시였다. 최정택의 얼굴에도 어두운 그늘이 덮여있었다.

《선생님, 어찌된 일입니까?》

《아버지가 림종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왔기때문에 송선생은 오늘 쏘련으로 떠나갔소. 그런데 그 선생은 이번 걸음에 아주 가버리려는것 같소.》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숨을 죽이고 최정택의 대답을 기다리시였다.

《송선생은 어저께 우리 집에 왔댔소. 그는 자기가 완전히 파멸당했다고 생각하고있었소. 씻을수 없는 죄스러움때문에 조국땅에 있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아주 떠날 의향을 표시했소. 난 오늘 대학에서 작별을 하면서도 여러가지로 그를 설복해봤소. 그러나 굳어진 그의 결심은 어쩔수 없었소.》

《정말 뜻밖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 한귀가 허전해지시였다. 믿음을 배신당한것 같기도 하고 귀중한 그 무엇을 잃은것 같기도 하시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일동무를 만나고싶어했소. 그런데 강의시간이여서 만나지 못하고 떠나갔소.》

《그 선생님이 그렇게 쉽사리 조국을 저버리다니, 참 모를 일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종이부스레기가 널린 책상모서리를 꽉 움켜쥐시였다. 도저히 그럴수 없는 엄청난 일을 당하신것만 같으셨다. 어지러운 방안의 전경만으로도 그가 영원히 떠나갔다는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무엇때문인지 그에 대한 신뢰의 감정은 지워지지 않으시였다.

《아다싶이 그에게는 자기나름의 조국애가 없지 않았소. 그런것만큼 그가 그러한 결심을 하기까지에는 심한 동요와 번민을 동반했소. 대학을 떠날 때 얼마나 정신적혼란에 빠졌는지 저 흙주머니까지 잊어버리고 두고갔소.》

《흙주머니라니요?》

《그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조국의 흙을 보고싶다고 했소. 그래서 그가 마련했댔소. 그런데 내가 방안의 뒤거두매를 하자고 와보니 저기에 그냥 있지 않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최정택이 눈길로 가리키는 창턱밑을 보시였다. 아닌게아니라 방화용모래주머니만 한 흙주머니가 있었다. 얼른 다가가서 집어드시였다. 연회색방수포주머니가 묵직했다. 팽팽하게 흙을 다져넣고 아구리를 촘촘히 꿰맨것을 보면 각별히 마음을 쓰며 소중히 마련한것이 분명했다. 하기는 그럴수밖에 없는 일이다. 최후의 시각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간절한 소원이였으니 송금석의 아버지에게 있어서 흙은 젊은 시절에 두고 떠난 잊지 못할 고향의 정든 산천이고 죽어서도 묻히기를 바라는것이 조국의 대지일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림종하기 전에 이 흙주머니를 송금석선생의 아버지앞에 닿도록 해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이 떠오르시였다.

《선생님, 송금석선생님이 오늘 몇시에 비행기를 탄다고 했습니까?》

《오후 두시에 비행기가 떠난다고 했소.》

그이의 심중을 짐작한 최정택은 서둘러 손목시계를 보았다.

비행기가 떠날 시간이 박두해오고있었다. 시내에서 비행장까지는 60여리나 된다. 이제 승용차로 달린다 하여도 출발전에 가닿기는 어려운 일이였다.

《선생님, 제 비행장에 나가보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벌써 방안을 나서시였다. 밖에서는 비가 간단없이 내리고있었다.

…얼마후에 쏟아지는 비발속으로 한대의 승용차가 전속으로 비행장을 향해 달리고있었다. 속도계의 바늘이 마지막한계점을 겨누고 바르르 떨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힘껏 가속기를 밟으시였다. 시창닦개가 시계추처럼 좌우로 움직이며 창유리의 비물을 씻어냈다. 하지만 자욱한 비발이 공간에 드리워서 앞이 잘 보이지 않으셨다. 온 신경을 시력에 모아 앞을 주시하며 조향륜을 돌리시였다. 가로수들이 허리를 숙이고 휙휙 맞받아 달려왔다. 한껏 높아진 자동차의 동음속에서 생천이 찢기는듯 한 소리가 들렸다. 길복판에 고인 비물이 맹렬히 달리는 바퀴밑에서 갈라지는 소리였다. 옆좌석에 놓인 흙주머니가 차체의 진동에 흔들렸다. 그것은 마치도 생명과 넋을 가지고 어서빨리 달리라고 애타게 호소하며 몸부림치는것 같았다. 단정히 쓰신 대학모밑으로 땀발이 흘렀다. 하지만 의식하지 못하시였다. 째각째각… 운전칸의 시계는 한초한초 무정하게 시간을 새겨갔다. 그이께서는 가슴을 옥죄이는 촉박감에 사로잡히시였다. 심장은 세차게 고동치고 입술은 금시 재가 일게 타드는듯 하시였다. 그 무슨 일로 비행기가 리륙시간을 조금만이라도 늦춰주었으면… 불현듯 아득한 공간에서 최후의 기력을 모아 흙주머니를 찾는 로인의 섬약한 목소리가 들려오는듯 하시였다.

더 빨리… 마침내 승용차가 항공역에 이르렀다. 급히 차에서 내린 그이께서는 기다림칸을 향해 달리시였다. 역사에서 나온 한 남자가 우산을 펼쳐들고 마주왔다. 곤색제복을 입은것으로 보아 마침 항공역성원이였다.

《쏘련으로 가는 비행기가 떠났습니까?》

《방금 리륙중입니다.》

그이께서는 반사적으로 휙 돌아서서 활주로쪽으로 달리시다가 우뚝 멈춰서시였다. 땅우에 떠오른 비행기의 동체가 울타리너머로 보이였다. 형언할수 없는 실망감에 전신의 맥이 탁 풀리시였다. 비는 여전히 한나름으로 내렸다. 삽시에 옷은 화락하니 젖어버리였다. 하지만 움직일줄 모르시였다. 점점 고도를 높이던 비행기가 구름의 장막사이로 사라지는 순간 저도 모르게 심저로부터 되뇌이시였다.

《선생님, 돌아오셔야 합니다. 돌아오셔야 합니다!》

목소리는 그득해진 목밑에 잦아들고 눈물인지 비물인지 알수 없는 물줄기가 존안에 흘러내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흙주머니를 들고 항공역사무실로 들어가시였다. 사무실안에는 여러 사람이 앉아있었는데 모두들 자기 일에 여념이 없었다.

《미안하지만 한가지 묻겠습니다. 쏘련으로 가는 비행기가 언제 다시 떠납니까?》

그이께서는 초입에 앉은 녀인에게 물으시였다.

고개를 돌린 녀인은 비를 함뿍 맞으신 그이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왜 그러세요?》

《방금 우리 선생님이 비행기로 떠나셨는데 제가 그만 한발 늦어져서 이 흙주머니를 전하지 못했습니다.》

흙주머니를 스쳐본 녀인은 의아쩍은 표정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간단히 사연을 말씀하시였다. 조용히 듣고난 녀인의 얼굴에 감동의 빛이 떠올랐다.

《제가 쏘련으로 가는 비행기편에 보내도록 하겠어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그런데 흙주머니에 받을 사람의 주소를 적으십시오.》

그이께서는 만년필을 꺼내려다가 손을 멈추시였다. 우즈베끼스딴의 조선족 꼴호즈라는 정도로 알고있었을뿐 정확한 주소를 모르시였다. 그래서 전화를 빌려 대학을 찾으시였다. 마침 학부지도원이 주소를 정확히 알고있었다. 송수화기를 놓고 흙주머니 앞면에 받을 사람의 주소성명을 쓰시였을 때 녀인이 다시 깨우쳤다.

《뒤면에 대학생동무의 주소와 이름도 쓰세요.》

그이께서는 녀인의 말대로 쓰신 다음 흙주머니를 넘겨주시였다.

《실수없이 가닿도록 노력해주십시오.》

《걱정마세요. 래일 떠날 비행기표를 신청한 사람가운데 내가 잘 아는 외무성일군이 있어요.》

그이께서는 친절한 녀인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비행장을 떠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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