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회)

제 5 장

10

 

송금석교수가 담당한 무역경제학강의시간이였다. 먼저번 강의에 이어서 오늘은 대외무역이 사회경제발전에서 가지는 의의를 취급하였다.

칠판에 강의제목을 쓰고난 송금석은 강의내용을 해설하기 시작했다.

그는 오래동안 교단에서 세련된 사람답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어조에 적중한 손짓과 표정으로 자기의 론리를 강조할줄 알았다. 강의안을 전혀 보지 않으면서도 잘 째인 문장투로 명백히 체계를 세워 내용을 거침없이 전개하였다. 새로 소개되는 개념과 범주들은 우선 로어로 판서를 하고 우리 말로 풀이를 했다. 일부 학부내 학생들속에서 강의를 잘한다는 평판을 듣는것이 우연치 않았다. 대외무역의 의의를 여러갈래로 설명을 하던 그는 도도히 전개하여온 내용에 결론을 짓듯이 이렇게 말했다.

《이상에서 본바와 같이 대외무역은 나라의 경제적수익성을 보장할뿐아니라 후진국들의 경우에는 선진국들의 기술문명을 받아들여 사회경제발전을 비상히 촉진하게 하는 중요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만일 후진국들이 대외경제교류를 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세기적인 락후성을 면치 못할것입니다. 오늘날 사회주의진영의 대외경제교류에서 쎄브는 거대한 생활력을 나타내고있습니다.

생산전통에 의한 분업은 매개 나라의 경제적수익성을 높여주고있으며 활발한 과학기술적교류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사회주의나라들의 과학기술의 진보를 담보해주고있습니다. 쎄브의 눈부신 성과는 합리적인 경제교류가 어떤 의의를 가지는가를 잘 말해주고있습니다. 우리도 활발한 경제교류의 공간을 타고 선진사회주의나라들의 경제리론과 과학기술적성과들을 광범히 받아들여야만 우리의 인민경제를 하루빨리 추켜세울수 있습니다.》

송금석은 자기 견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열렬히 호소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금석의 강의를 들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

무역의 의의를 강조하는 그의 주장이 일부 측면에서는 정당하다. 그러나 쎄브의 활동을 극구 찬양하며 그것이 마치도 대외경제교류의 본보기처럼 묘사하는것은 도저히 수긍할수 없으시였다. 우리는 물론 다른 사회주의나라들이 무은 국제기구를 두고 함부로 비난하거나 간섭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그 나라 당들과 인민의 자주적인 권리에 속한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자립적민족경제건설로선을 지향하는 우리는 쎄브에 그 어떤 환상이나 기대를 걸 필요가 없는것이다. 이른바 생산전통에 의한 분업은 필연적으로 인민경제의 기형적발전을 가져오게 되며 나아가서는 발전된 큰 나라에 작은 나라들의 경제적예속을 가져올것이다. 어찌하여 송금석은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고있는가.

다른 학생들도 의혹의 시선을 주고받으며 술렁거렸다.

《강의에 의견이나 의문이 있는 동무들은 말하시오.》

송금석은 양복웃주머니에 맵시있게 접어넣었던 흰 손수건을 꺼내여 입귀와 이마전을 훔치였다. 학생들을 둘러보는 그의 서느러운 눈빛은 어떤 의견이나 질문도 명백히 해명해줄수 있다는 자신심을 말해주고있었다.

선희가 상기된 얼굴로 일어섰다.

《제가 본 〈로동신문〉의 사설에는 매개 나라들이 자립적민족경제를 건설한 토대우에서만 참다운 대외경제교류에서도 자주적립장을 가질수 있다고 씌여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니…》

《알만 합니다.》

송금석은 말허리를 잘랐다. 그가 무엇을 념두에 두고있다는것을 알았기때문이다.

《자기 나라 신문이나 책에만 국한시켜 학술적견해를 세우는것은 일종의 편견입니다.》

그는 교탁우에 놓여있던 책 한권을 집어들고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계속했다.

《이 책의 저자로 말하면 그 명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쏘련의 무역경제학 학자입니다. 그는 이 책에다 내가 동무들에게 방금 설명한 그러한 내용을 서술하였습니다.》

선희는 아래입술을 깨물고 송금석을 마주보더니 자리에 앉았다.

《또 다른 의견이 있는 동무들은 말하시오.》

이번에는 봉국이가 튕겨오르듯 벌떡 일어섰다.

선희보다도 더 흥분한 기색이였다. 그가 금시 입을 열려는데 종이 울리였다. 그는 어찌했으면 좋을지 몰라 송금석의 입귀를 지켜보았다. 송금석은 강의에 의견이 있는 학생들은 아무때도 좋으니 찾아오라고 친절히 말한 다음 교실에서 나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섰던 교단쪽을 이윽토록 바라보며 생각하시였다.

그에게는 애국애족의 마음이 없지 않고 인간적성실성도 없지 않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렇듯 사대의식에 깊이 빠졌는가? 그가 자란 환경과 그가 받은 교육때문일가? 그 영향도 물론 클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살았거나 그 나라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누구나 사대주의에 빠지는것은 아니다. 많은 해외동포들이 강한 주체의식을 가지고있는 사실이 그를 말해준다. 문제는 과거에 익힌 과학리론에 포로되여 우리 당정책의 진리성과 그것이 구현된 우리의 현실을 옳게 보지 못하는데 있다.

이날 오후에 김정일동지께서는 송금석교수가 무역경제학시간에 소개한 책을 빌리려고 대학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외국의 학자가 썼다는 책을 읽어볼 필요를 느끼시였던것이다. 도서관쪽으로 난 길에 꺾어드시던 그이께서는 청사뒤 등나무그늘밑에 홀로 서있는 봉국을 보시였다. 머리를 떨구고 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이 심상치 않게 여겨지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시였다가 봉국의 곁으로 다가가시였다.

《봉국동무.》

그이께서 나직이 부르시자 봉국은 흠칫 놀라며 돌아섰다.

《왜 여기 서있소?》

《부학부장선생님을 만나려고 기다리던 참입니다.》

《오늘강의에 대한 의견을 말하자는거요?》

《그것만이 아닙니다. 선생님이 오늘 강의시간에 보여준 책은 우리 어머니가 그에게 선물한것이였습니다. 나는 선생님에게 꼭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다.》

봉국은 송금석의 잘못된 강의와 어머니가 주었다는 책을 련결시켜보며 괴로와하는것 같았다. 남달리 송금석을 따르고 존경해오던 그였다.

《나도 지금 그 책을 빌리러 가던 길이요.》

《가지 마십시오. 우리 대학도서관에는 그 책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동무 어머니는 어데서 그 책을 구해다 부학부장선생님에게 주었소?》

《재작년에 외국에 갔다가 사다주었습니다.》

《그랬었군. 그런데 부학부장선생님을 여기서 만나기로 했소?》

《아닙니다. 사무실에 가보니 선생님들이 그 방에 모여서 무슨 회의를 하고있었습니다. 복도에서 서성거리며 기다릴수가 없어서 여기로 나왔습니다.》

봉국은 무겁게 한숨을 내불며 다시금 머리를 떨구었다.

《봉국동무, 이제 부학부장선생님을 만나면 흥분을 앞세우거나 례절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봉국의 어두워진 낯색을 살피며 조용히 타이르시였다.

《난 오늘 부학부장선생의 강의를 들으면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어머니에 대한 원망까지 터져올라서 참을수 없었습니다. 난 지금의 심정을 그대로 터놓지 않고는 못 견디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봉국의 심정이 충분히 리해되시였다. 그는 어저께 조용히 찾아와서 어머니가 강선제강소로 떠나기 전에 자기 집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였다. 자기 개조의 각오가 높은것만큼 그는 지난날 사대의식에로 자기를 부추긴 사람들에 대한 의분의 마음도 또한 클것이다. 여차하면 그가 송금석선생앞에서 분별없이 행동할수 있었다.

《봉국동무, 난 지금 불안하오. 오늘강의때문에 우리 동무들이 송금석선생님을 불신하고있소. 외곡된 강의에 불만을 가지는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선생님자신을 신뢰하지 않는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요. 송금석선생님은 조국이 없던 그 시절에 이역땅에서 자라면서 그 나라의 교육을 받았소. 하지만 선생님의 넋은 늘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불탔소. 어찌겠소. 우리 조국이 가난하고 허약했던것도 사실이고 남들보다 뒤떨어진것도 사실인데… 먼 이역땅에서 살 때 송금석선생님의 머리속에 그려본 조국의 모습은 늘 서글펐소. 지난날의 굳어진 인식과 관념때문에 그는 오늘의 우리 인민이 어떤 창조적위력과 지혜를 지니고있는지 잘 모르고있소. 난 믿소. 송금석선생님은 언제까지나 다른 나라 학문만을 숭상할 그런 교육자도, 학자도 아니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신중해지는 봉국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러한 송금석선생님이 오늘과 같이 강의를 한것은 심각한 자체모순이라고 할수 있소. 나는 퇴학을 당할번 했던 영화동무때문에 그리고 최정택선생님의 부인때문에 송금석선생님을 만난 일이 있소. 나는 영화동무와 최선생님의 안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크게 흥분하던 송금석선생님을 보았소. 선생님은 아름답고 정의로운것에 쉬이 공감하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투신할줄도 아오. 후에 안 일이지만 그는 총장선생님앞에서 영화동무를 퇴학시키면 자기도 교단에서 물러서겠다고 하였소. 최선생님의 부인문제를 두고도 사람이 어찌 그럴수 있는가고 총장선생님과 대결했소. 봉국동무, 선생님을 너무 괴롭히지 마오. 내 말이 리해되오?》

《리해됩니다. 하지만 가슴은 여전히 아픕니다.》

《그래, 아플거요. 그러나 언젠가는 송금석선생님도 동무의 마음을 알게 될거요. 그럼 난 먼저 가보겠소. 기다렸다가 선생님을 만나보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봉국의 손을 힘주어 잡아주고나서 걸음을 떼시였다. 봉국은 뜨거운 눈길로 그이의 뒤모습을 바라보았다.

 

×

 

한시간나마 계속되던 교원들의 협의회가 드디여 끝났다. 봉국은 부학부장실로 갔다. 자주 드나들던 낯익은 방이였으나 지금은 걸음이 무겁고 들어서기가 거북스러웠다. 그는 용기를 내여 손기척을 내고 문을 열었다. 송금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봉국을 반겨맞아들였다.

《어서 앉소.》

송금석은 손짓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봉국이가 자리에 앉기를 기다리던 그는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내 강의에 봉국동무도 선희동무처럼 불만을 가지고있는것 같더군. 그래서 왔소?》

《그렇습니다.》

《뜻밖이요.》

송금석은 눈섭을 치켜올리며 입을 다시였다. 전날의 봉국이가 아니라 딴 학생과 마주앉은듯 한 기분이였다.

《선생님, 전 오늘 괴로웠습니다.》

《어째서?》

《우리 어머니가 선물한 그 책때문에 선생님이 오늘 그런 강의를 하셨다고 생각했기때문입니다.》

봉국은 눈물을 떨구었다.

《그건 동무가 잘못 생각하고있소. 나는 외국학자의 견해도 나와 같다는것을 말하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그 책을 소개했을뿐이요.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한것은 사실이지만 거기에 그렇게 씌여있기때문에 오늘의 강의를 그렇게 한것이 아니요. 나는 나의 견해를 폭을 넓혀 해설했을뿐이요.》

송금석은 책상우에 놓여있는 책을 집어들며 다시 말을 이었다.

《동무의 어머니가 이 책을 사다준것이 마치 잘못된 일인것처럼 생각하는 동무의 태도가 나에게는 불쾌하구만!》

송금석의 목소리가 갑자기 거칠어졌다. 그렇다. 참으로 불쾌했다. 단순히 강의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찾아왔다면 리해가 되도록 친절히 깨우쳐줄 생각이였다. 그러나 정인화가 선물로 준 책과 관련시켜 오늘의 강의에 불만을 품고있는 봉국의 태도는 기분에 거슬렸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우리 어머니도 오늘의 사실을 안다면 선생님에게 그 책을 선물한것을 후회할것입니다.》

봉국은 송금석의 얼굴을 마주보기가 괴로와 눈길을 들지 못했다.

《동무의 어머니가? 왜 갑자기 후회한다는거요?》

송금석은 두눈을 쪼프리며 따져물었다. 봉국은 군침을 삼키며 대답을 못했다. 말라붙은듯 목안이 열리지 않아서 말이 나가지 않았다.

송금석은 대답을 못하는 봉국의 얼굴을 안타까운 눈길로 지켜보았다.

《그래, 요사이 어머니는 잘 계시오?》

봉국의 마음을 진정시키려는듯 어조를 바꾸어 부드럽게 물었다. 봉국은 그 물음에서 이러나저러나간에 송금석은 어머니와 가까운 사람이였고 자기 또한 특별히 따르던 교원이였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어머니는 강선제강소로 나갔습니다.》

《출장을 갔소?》

《로동자들과 함께 일하겠다면서 며칠전에 내려갔습니다.》

송금석은 봉국의 말을 미처 알아듣지 못한듯 일순 멍하니 굳어졌다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소?》

봉국은 그제야 머리를 쳐들고 송금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차피 해야 할 이야기이므로 괴로운대로 사연을 말하였다. 주의깊게 듣고난 송금석은 잠시 생각에 잠기고싶은듯 머리를 떨구고 침묵을 지키였다.

봉국이가 다시 말했다.

《방금전에 저는 정일동무를 만났댔습니다. 오늘일로 해서 선생님에 대한 우리들의 존경심과 신뢰가 없어져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정일동무의 충고가 없었더라면 저는 지금 선생님앞에서 거침없이 의분을 터쳤을것입니다. 우리 동무들은 정일동무를 가장 사랑하는 벗으로 따르고있습니다. 조금의 간격도 없이 지내는 생활속에서 우린 그의 뜻과 풍모에 매혹되였던것입니다. 비단 우리 학생들뿐이 아니지요. 최정택선생님이나 강명호선생님도 그렇습니다. 선생님도 정일동무의 뜻을 따랐으면 합니다.》

송금석은 굳어진듯 고개를 떨군채 움직이지 않았다. 의식이 혼란되면서 막연한 수치감이 밀물처럼 가슴에 흘러들었다. 봉국은 물러갔으나 그가 언제 방안을 나갔는지 알지 못했다. 과연 내가 오늘 강의를 잘못한것이 아닌가?

불현듯 자기의 정신적지향이 아무런 뜻이 없이 어데론가 사라져버리는듯 한 상실감을 느끼였다. 그 지향은 최초의 사회주의나라에서 배운 사상과 지식을 가지고 뒤떨어진 조국의 경제와 문화를 쇄신하려고 해방된 조국을 향해 씨비리횡단철도를 달릴 때의 포부였으며 선진국가의 경제리론과 경제건설경험은 물론 그 나라 인민의 문화정서적특성까지를 학생들에게 배워주려고 애쓰던 교육자적정열이였다. 그는 천천히 머리를 들며 두눈을 부릅뜨고 항변하듯이 반문했다. 나의 그 포부와 정열이 그렇게도 유해롭고 용납할수 없는것이였단 말인가? 머리를 저었다. 아니다! 나는 오늘 일부 측면에서 강의를 잘못해서 학생들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켰을수 있다. 그러나 총체적인 나의 리념과 지향은 옳은것이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렇듯 마음이 쓸쓸해지는것일가? 어찌하여 내부에서 마음의 기둥이 뒤흔들리는듯 한 느낌을 받는것일가? 송금석은 팔굽을 세운 손바닥으로 턱을 고이고 아무런 미동도 없이 점도록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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