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회)

제 2 장

5

 

1월 2일이였다. 설은 이날까지 계속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침일찌기 식사를 하시고 독서에 집념하시였다. 보시는 책은 우리 나라의 옛 병서 《병학지남》이였다. 17세기에 편찬된 그 책에는 현대전에서도 참고할만 한 전술과 전투조법들이 서술되여있었다. 그이께서는 고중시절에도 그러하셨지만 대학에 오신 후에도 군사분야의 책들을 즐겨읽으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군사부문에 주신 교시들을 깊이 연구하시였고 항일무장투쟁시기와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의 전략전술과 전투조법들도 학습하시였다. 뿐만아니라 선행고전가들의 군사리론과 제2차 세계대전사를 비롯한 동서고금의 전쟁사와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군들의 위훈과 지략도 폭넓게 체득하시였다.

보시던 책의 마지막페지를 덮으신 그이께서는 군사문제를 연구하는 학습장에 중요하다고 생각되시는 점들을 적으시였다. 군대가 행군을 하다가 숙영을 할 때에는 진을 쳐야 하며 반드시 경계근무를 조직해야한다는것은 참고할만 한 점이였다. 기록을 남기고 시계를 보시니 9시가 조금 넘었다. 오늘은 시간을 내여 항일의 로투사들에게 세배를 드리실 예정이였다. 박성철, 김일, 최현, 오진우, 오백룡, 최광, 황순회… 유년시절부터 친근하게 알게 되신 잊지 못할분들이였다. 그 어떤 도덕적감정으로가 아니라 지나온 생활의 체험이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키워주시였다. 그들을 찾아가시려고 옷걸이에서 교복과 모자를 벗기시는데 전화종이 올리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오늘도 어제에 이어 설을 쇠는 로동계급을 찾아 일찌기 저택을 나서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교복을 다시 옷걸이에 걸고 전화를 받으시였다.

《새해를 축하합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송수화기를 드시자 새해인사를 먼저 보내시였다.

겸허성이 체질화되신 그이이시였다.

《내가 우리 장군한테 새해인사를 하려는데 그쪽에서 먼저 선손을 쓰는구만.》

웃음섞인 목소리는 최현의것이 분명했다.

《최현동지, 설인사야 아래사람이 웃사람에게 먼저 올리는것이 응당하지 않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눈가에 웃음을 그리며 응대하시였다. 웃고있는 최현의 모습이 방불히 그려지시였다.

장군은 전화기에서 들리는 내 목소리도 인차 알아주는구만. 허허…》

최현은 그이께서 전화상으로도 자기의 목소리를 대뜸 알아주는것이 더없이 기쁜듯이 크게 소리내여 웃었다.

《제가 어찌 최현동지의 목소리를 가려듣지 못하겠습니까.》

《하기야 그럴테지.》

최현은 또다시 웃었다.

항일투사들모두가 다 그러하지만 어린시절부터 최현과는 각별히 절친한 사이이시였다. 그렇기때문에 최현도 자기의 목소리를 응당 가려들으시리라고 생각하고있었다. 그는 이미전부터 김정일동지를 《우리 장군》이라고 부르군 하였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다. 어리신 김정일동지께 장령복을 지어주시며 앞으로 훌륭한 장군이 되기를 기대하시던 김정숙어머님의 념원을 너무도 잘 알고있는 최현이였다. 그렇기도 하지만 성장의 나날에 남다른 군사적예지와 령장의 천품을 그이에게서 발견하기도 했던것이다. 최근년간에는 김정일동지와 이따금 군대와 전쟁을 화제에 올리고 론담을 나누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 그이의 해박한 군사지식과 탁월한 전략적지략에 번번이 경탄을 금치못하였다. 언제부터인지 최현의 가슴속에는 저도 모르게 우리 나라는 위대한 수령님과 함께 또 한분의 강철의 천재적인 령장을 모시고있구나 하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였고 《우리 장군》이라는 부름말을 저절로 입에 올리게 되였다. 그를 따라서 다른 항일투사들도 김정일동지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하였다. 지난해 8월 25일 김정일동지께서 105땅크사단을 다녀오신 후로는 민족보위성의 책임일군들도 경애심과 신뢰심을 가지고 그이를 《우리 장군》 이라고 부르는 일군들이 많았다. 그날에 김정일동지의 탁월한 군사사상과 군사적예지에 감복했기때문이였다.

최현은 웃음을 거두더니 다짐조로 물었다.

《오늘은 저택에서 딴데로 가지 않겠지요?》

《왜 그러십니까?》

《어제 위대한 수령님께 세배를 드리려고 저택에 갔다가 장군을 만나지 못했기때문에 이제 찾아가려고 그러오.》

《그냥 댁에 계십시오. 투사동지들에게 설인사를 하려고 방금 떠나려던 참이였습니다.》

《오늘은 나를 위해서 좀 시간을 내여주시오. 긴히 의논할 일도 있고 해서 말이요. 이미 운전사가 차에 발동을 걸었으니 기다려주시오.》

최현은 전화를 끊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교복을 입으시고 현관으로 나가시였다. 년로한 투사를 방안에서 맞이할수 없다고 생각하셨던것이다. 현관의 계단을 내려서시는데 벌써 승용차가 정문으로 들어서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급히 다가가시였다. 차문을 열고 내려서는 최현에게 정중히 허리굽혀 인사를 하시였다.

《새해에 부디 건강하십시오.》

최현은 송구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 더없이 반가와하였다.

덥석 그이의 손을 더듬어잡고 응대를 하였다.

《누구보다 장군이 건강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혁명의 미래가 창창해지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최현의 손을 잡고 방안으로 안내하시였다. 그가 벗은 외투와 털모자를 옷걸이에 걸어주시고 쏘파에 자리를 권하시였다.

언제나 장령복차림이던 최현이 지금은 사복차림이였다. 얼마전부터 체신상으로 일하고있었다. 그는 넥타이를 단정히 매시고 교복차림을 하신 김정일동지의 준수하신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시뭇이 웃으며 이렇게 물었다.

《대학생활이 어떻습니까?》

《즐겁고 보람찹니다.》

《그렇군요.》 최현은 일순 회고에 잠긴듯 한 표정을 짓더니 천천히 뒤를 이었다.

《내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면 장군이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다음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공부를 했으면 했지요. 이것은 나만이 아니라 105땅크사단장이였던 리두익동무도 그런 심정이였습니다. 장군이 지난해 8월 25일 그 사단을 다녀온 다음 그도 생각이 깊었던 모양이요. 장차 장군이 군사사업을 맡아주었으면 했다오. 그런 생각을 말하면서 나더러 장군이 군사종합대학에 입학하도록 권고해달라고 했던거요. 그런데 그때는 이미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원서를 제출한 후였지요. 지나간 일이지만 내나 두익동무로서는 아쉬운 일이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긋이 웃으며 응대하시였다.

《나는 반드시 문무를 겸비하려고 합니다.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긴 위대한 정치가가 되려면 문무를 다 갖추어야지요. 그러나 내가 알기엔 장군은 이미 문은 원만히 갖추었다고 할수 있지요.》

《아닙니다. 나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아직은 아는것보다 모르는것이 더 많습니다.》

《우리 장군의 향학열이야 내가 모르는바가 아니지. 웅대한 포부도 알고있고. 헌데 내가 들은데 의하면 장군은 위대한 수령님을 모시고 105땅크사단에 나갔을 때 귀중한 가르침을 주었더군. 우리 혁명무력의 근본건설원칙을 밝히고 붉은기중대운동의 봉화를 지펴올리는데서 나서는 과업과 방도들을 가르쳐주었다더군. 무엇보다 장군이경애하는 김일성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구호를 전군이 들고나갈데 대해 강조하였다는 얘기를 내 다 들었소.

내 생각도 그렇고 백두산에서 싸우던 다른 투사들은 물론 인민군대의 많은 일군들이 장군은 장차 반드시 군사사업을 맡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있소.》

최현의 목소리엔 절절한 기대와 념원이 깔려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씀하시였다.

《나는 룡남산에서 맹세를 다질 때도 그러했지만 위대한 수령님의 높으신 뜻을 받들어가려면 군사를 성실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3학년에서는 군사야영을 하게 되는데 그 기간을 잘 리용하려고 합니다. 여느때도 짬짬이 군사지식을 학습하려고 합니다.》

《그건 그렇고, 내가 장군한테 말하고싶은것은 최근 우리 군대내에서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사대주의적인 경향이 나돌고있는것이요. 어떤 나라 당에서 〈평화적공존〉시대가 도래하고 제국주의가 〈리성적〉인 존재로 되였다고 떠들자 우리 군대에 평화바람이 스며드는것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이 긴장해지시였다. 최근 제국주의자들의 압력에 굴복한 수정주의자들이 《평화적공존》을 제창하고있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계시였다. 검을 마스어 보습을 만들고 땅크를 뜨락또르로 개조해야 한다는 쓸개빠진 소리들이 그들의 입에서 튀여나오고있었다.

그들은 견결한 반제적립장을 견지하는 우리 당에 로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초계급적인 평화주의와 염전사상을 고취하는 예술영화 《인간의 운명》과 《두루미떼 날아간다》를 내돌리기도 하였다. 그들은 그렇다치고 우리 인민군대에 그런 바람이 스며든다는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물론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고 그것을 념원하고있다. 그러나 평화는 《평화공존》을 부르짖는다고 하여 실현되는것도 아니고 구걸을 한다고 하여 이루어지는것도 아니다. 제국주의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오로지 총대로써만 지켜질수 있다.

전쟁과 침략은 제국주의의 체질적본성이다.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혁명적무장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고 최대의 경각성을 가지며 언제든지 적들의 침략에 대처할수 있는 만단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하지만 결코 전쟁을 두려워하여서는 안된다. 초계급적인 평화주의나 염전사상은 혁명을 포기하고 사회주의를 수호하지 않으려는 투항주의의 표현이다. 우리는 부정의의 전쟁을 반대하지만 정의의 조국수호전은 피하지 말아야 하며 원쑤들에게 무자비한 섬멸전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일순 생각에 잠기셨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불현듯 제105땅크사단에 가셨을 때 김충렬사단장으로부터 들으신 하나의 사실을 상기하시였다. 언젠가 사단에 내려온 민족보위성의 어느 부상은 말하기를 인제는 시대가 달라졌기때문에 지휘관들은 싸움준비보다도 군인들의 물질문화생활에 더 깊은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하였다. 암암리에 군대내에 평화적분위기를 퍼뜨리려는 기도가 숨겨진 소리였다. 물론 당시 사단장이였던 리두익은 부상의 그릇된 주장을 반대하면서 부대의 싸움준비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였다. 확실히 105땅크사단은 정치사상사업과 군사훈련에서 전군의 모범이였다. 《경애하는 김일성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 라는 구호를 내걸고있는것만으로도 그것을 잘 알수 있다.

이날 김정일동지께서는 부대 지휘관들에게 인민군대는 명실공히 위대한 수령님의 군대라는것이 우리 당의 군건설원칙이라고 명백히 밝혀주시고 수령님께서 시종일관 견지하여오시는 군사중시사상을 해설해주시였다. 그러신 다음 수령님께서 발기하신 붉은기중대운동의 본질과 투쟁과업을 천명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말씀을 마치시자 장내에 커다란 감동의 파문이 일었다.

이 사실을 전달받으며 새로운 깨달음에 충격이 컸던 나머지 리두익은 고중을 졸업하신 그이께서 군사종합대학에서 공부하시면서 군사사업에 관심해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념원을 가졌을것이다. 최현이나 리두익을 비롯한 항일투사들의 그 기대에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는 결심을 다시금 다지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현을 존경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시였다.

그는 비록 장령복을 벗고 지금은 문관으로 사업하고있지만 마음의 군복만은 벗지 않고 무관으로 살고있었다. 체신상인 자기의 사업권한밖이라고 할수 있는 군사사업에 마음의 눈길을 떼지 않고있었다. 최현은 역시 최현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최현동지, 저는 앞으로 위대한 수령님의 군령도를 더 잘 보좌해드리겠습니다.》

그러시자 최현의 숱진 눈섭이 번쩍 들리며 두눈에서 반가운 광채가 번쩍이였다. 동시에 그의 넉가래같은 손이 그이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소. 우리 인민군대의 모든 일은 우리 장군이 관심을 돌려야 잘되여가오. 대학공부를 하면서 인민군대사업까지 돌본다는것이 어렵겠지만 꼭 그렇게 해주시오. 내 생각엔 이것은 돌아가신 김정숙동지의 기대이기도 하다고 보오.

나는 정숙동지가 어리신 장군에게 군복을 지어 입히시고 하시던 말씀이 기억에 생생하오. 〈너는 꼭 훌륭한 장군이 되여서 아버님을 잘 받들어드려야 한다. 〉 분명 이렇게 말씀하시였지요. 우리 장군이 앞으로 위대한 수령님의 군령도를 더 잘 보좌해드리겠다니 나는 정말 기쁘오. 고맙소, 장군.》

최현은 그이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마치도 오랜 숙원이 풀린듯이 그렇게 환희에 넘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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