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제 2 장

 5

 

패망후 도꾜의 거리는 각혈을 하는 페결핵환자의 토설물같이 어지럽고 섬찍했다. 도시의 여기저기는 각종 오물과 굶어죽은 시체에서 풍겨나는 악취로 하여 곪아썩어진 살점처럼 문적문적하고 진물이 게발린듯 한 인상을 주었다.

3년 남짓한 시일이 흐르는 동안에도 태평양전쟁후 침체된 경제나 질서는 점령군의 군화발밑에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있어 도꾜는 점점 더 처참한 기아와 빈궁의 서식장, 온갖 사기와 협잡의 란무장으로 변해가고있었다.

그래도 점령군의 고위인물들이나 그들의 뒤받침으로 새로운 활기를 찾기 시작한 실업가들이 많이 드나드는 도꾜도 한가운데의 데이고꾸지구만은 히비야거리를 따라 늘어선 각종 식당들과 무도장들에서 밤마다 비쳐대는 현란한 무리등의 색조와 자극적인 무도곡, 술잔들이 맹렬하게 부딪치는 소리로 하여 현시대의 원시감을 다소간 덜어주고있었다.

히비야공원의 우거진 사꾸라나무줄기들사이로 가까이 바라보이는 숨죽은듯 한 《천황》궁과는 대조되는 풍경이였으나 자연의 선의와 심술만은 차별없이 차례져 이날은 건물과 지구에 관계없이 희뽀얀 안개발속에 온 도시가 묻혀버렸다.

대기흐름과 기온차의 영향으로 생기는 안개마저도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서 실려온 원자먼지가 아닌가싶은 께름함을 자아내는지 지나가는 행인들의 얼굴표정들은 하나같이 이지러져있었고 피해망상증에 걸린듯 한 어떤 사람은 허연 마스크까지 착용하여 메스를 쥐고선 수술장의 집도의사를 련상케 했다.

이 모든 광경이 내려다보이는 미군사령부 정보국의 안온한 응접실에서 맥아더는 오래동안 서있었다.

그의 뒤에는 맥아더의 련합군사령부 정보국장이며 미중앙정보국의 극동지부 책임자이기도 한 챨즈 월로우비가 손에 꼬냐크병을 들고 엉거주춤 서서 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수 없는 눈길을 맥아더의 뒤잔등에 던지고있었다.

맥아더는 방금 도꾜에 찾아와 회담을 나눈 리승만을 서울로 떠나보내고 곧장 자기의 사령부가 아니라 여기 월로우비의 간첩굴로 찾아온것이였다.

장군각하, 뭘 그렇게 보고계십니까?》

월로우비가 끝내 참지 못하고 창밖에만 하염없이 눈길을 주고있는 맥아더로 하여 생긴 답답함과 압박감을 깨여버렸다.

맥아더의 대답은 다소간 뜻밖이였다.

《안개때문에 비행기가 제대로 비행하겠는지 모르겠구만. 그 늙은이가 나보다도 한 대여섯살은 더 나이들었지. 헌데 보기에는 10년이나 20년은 더 늙은것 같더군.》

방금 떠나보낸 리승만을 두고 하는 말이였다.

리승만의 이번 도꾜방문은 《대한민국》의 선포의식에 날아가 《몸소》 축사를 해준 맥아더의 《극진한 성의》에 대한 답례방문이라고도 할수 있었지만 기본은 조선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며 미군의 남조선주둔을 영구화하기 위한 리승만의 애걸과 맥아더의 여러가지 《배려》로 이루어진 회담을 위한것이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회담이 한창 마감단계에서 결속될무렵 서울에서 미군의 남조선주둔과 리승만《정권》을 반대하는 려수군인들의 무장폭동이 발생하였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그리하여 리승만은 도꾜에서 계획했던 일정들을 마무리하지 못한채 군인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황황히 비행장으로 나갔던것이다.

맥아더는 창가에서 물러나 월로우비가 기다리고있는 응접탁앞으로 다가와 육중한 몸을 커다란 안락의자에 실었다.

그는 여느때없이 리승만의 신변까지 걱정해주는 자기의 모습이 상대방의 놀라움과 의아함을 불러일으키리라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조그마한 허연 머리를 흔들며 《대통령》을 배신한 군대들을 진압하러 떠나는 리승만의 구부정한 뒤모습이 맥아더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던것은 사실이였다.

《조선남단의 려수반도에서 폭동이 일어났다는데 그걸 그저 리승만의 일로만 밀어붙일수는 없잖소.》

《사태가 심각해지는 경우 로버트가 개입할것입니다. 각하께서 명령만 하신다면 그까짓 크지도 않은 려수 하나야 짓뭉개지 못하겠습니까. 폭동을 진압하는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니지요. 그들이 제주도에서처럼 미군 나가라의 구호를 든게 더 큰 골치거리입니다. 더우기 북에서 쏘련군의 철퇴가 시작되고 빠리에서 유엔 3차총회가 진행되고있는 지금…》

맥아더도 그것은 알고있었다. 지난 9월 21일 프랑스의 수도 빠리의 샤이요궁에서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유엔총회 3차회의가 개최되여 지금 한창 진행중에 있는것이였다.

빠리총회생각까지 한것을 보면 월로우비의 반응이 확실히 정보일군답게 예민하고 빨랐다.

그랬다. 맥아더가 지금 리승만과 같은 로구의 운명을 걱정하고있는것은 사실 남조선에 주둔한 미군의 운명이 우려되기때문이였다.

《리승만이 대한민국의 국제적인정을 받아달라고 장면, 모윤숙이 같은 측근들을 빠리총회에 파견했다는데 일이 어떻게 될것 같소?》

《각하, 지금 미국대표로 그 회의에 참가하고있는 죤 포스터 덜레스씨는 우리 미중앙정보국 부장관인 알렌 덜레스씨와 형제간입니다.》

《그걸 나에게 상기시키는 리유는 뭐요? 이 늙은이가 이젠 기억력이 나빠졌을가봐?》

《아닙니다. 그 덜레스들이 생긴 모습이나 살아온 경력에서는 다소간 차이가 나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필요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반드시 성취하는 음모가적기질에서는 형제로서 일맥상통합니다. 죤 포스터씨가 우리 미합중국을 대표하여 그 회의에 참가하는 한 일은 성공할것입니다. 제가 좀 알아보니 다른 기타 여러가지 문제들때문에 조선문제는 회의마감날쯤 되여서야 토의될것 같습니다.》

《그 다른 기타 문제란건 중동문제를 념두에 둔거요?》

《그것도 있고 또…》

월로우비는 응접탁가녁에 놓았던 얄팍한 가죽가방에서 한건의 서류를 꺼내여 그것을 맥아더의 앞에 밀어놓았다.

맥아더는 그것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안경을 끼지 않으면 잘 보이질 않소. 당신이 내용을 집약해서 간단히 이야기해주시오.》

그것으로써 맥아더는 자기는 유엔총회의 그 어떤 결정이나 내용에는 별로 귀기울이지 않는다는것을 표현하였다. 그래서 월로우비도 서류를 다시 가방에 넣고 간단한 요점만을 언급하였다.

《회의가 개최된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연설한 쏘련수석대표 위신쓰끼는 안보리사회 상임리사국들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장개석의 국민당정부)에게 군비와 군력을 축소시키는 사업에서의 제1보로 앞으로 1년내에 륙해공군무력의 3분의 1을 축소할것과 원자무기가 방어를 목적으로가 아니라 침략을 목적으로 리용될 무기인것으로 보아 그 생산을 금지하며 상기의 문제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하여 안보리사회내에 국제통제기관을 설치할것을 제의하였다고 합니다. 쏘련수석대표의 이 제의를 심의하고 토의하기 위해 현재 유엔정치위원회가 제2분과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을 하고있습니다. 전세계가 지금 평화를 부르짖는 쏘련의 장단에 속아넘어가 동조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이런 판에 려수에서 미군을 반대하는 폭동이 벌어졌으니 유엔에서 남조선에 주둔한 미군이 조선반도의 통일과 동북아시아평화의 장애로 된다는것을 인정하는 결론이 나올수 있습니다. 그럼 그러지 않아도 대쏘정책에서의 유럽중시경향이 많은 현행정부가 어쩔수없이 거기에 동조할수 있지요. 저… 부으랍니까?》

월로우비는 아까부터 그냥 빈채로 있는 투명한 유리술잔에 꼬냐크병을 가져다댔다.

맥아더는 월로우비가 부어주는 꼬냐크가 잔에 차오르는 모양을 눈을 쪼프려 주시하였다.

《물론…》하고 월로우비가 다 부은 술잔을 맥아더앞으로 조심히 밀어놓았다.

《원자탄생산을 금지하자는 쏘련의 제의는 회의에서 토론이나 좀 하다가 말것입니다. 미국대표로 참가한 덜레스씨도 그렇고 대통령을 위시한 현행정부가 그러한 제의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것이며 또 유엔총회에서 그러한 결정이 채택되는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것입니다.》

《저건 무슨 그림이요?》

맥아더가 느닷없이 던지는 질문으로 하여 한창 열이 올라 자기 견해를 피력해나가던 월로우비는 약간 흠칠했다가 천천히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진람색바탕에 타오르는 화염같이 갈기갈기 찢겨진 련꽃비슷한 문양의 벽지가 전면을 장식한 맞은켠 벽에 한폭의 유화가 걸려있었다.

맥아더가 정말 몰라서 물어본것은 아니였다. 그는 미술이나 문학과 같은 예술작품들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았으나 케자르나 한니발과 같은 정치가, 군사가들의 이야기가 수록된 력사책은 즐겨하였다. 그러한 습관의 확대라고 해야 할지 연장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소년시절부터 학습이나 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남에게 지려고 하지 않고 또 져본적도 없는 성정때문인지 이름난 예술작품의 작자이름쯤은 인차 기억에 떠올릴수 있게 준비되여있었다.

지금도 맥아더는 월로우비의 응접실에 걸려있는 저 그림을 보고 대뜸 그것이 로씨야의 이름난 풍속화가 레비딴의 작품을 모사한것이라는것을 알아보았다.

그림 그자체보다도 《영원한 적막》이라는 주제가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림에는 맥아더가 좋아하는 짙은 초연과 총구에서 뿜어나오는 화약의 불줄기 같은것은 없었다.

그러나 넓게 펼쳐진 푸르침침한 볼가강과 그우에 드리운 검은 구름장들은 맥아더가 자기의 호수처럼 여기고있는 태평양의 검푸른 물결을 련상시켰고 그 물우에 떠있는 한쪼각의 땅과 낡아빠진 사원우에 삐죽이 솟은 검은 십자가는 이제 태평양을 건너 도달해야 할 광활한 유라시아대륙의 무기력한 모습으로 안겨왔다.

일찌기 1900년에 《태평양을 지배하게 되면 전세계를 지배하게 될것이다.》고 한 상원의원 알버트 베버리지의 예언은 그 시절에 벌써 《웨스트 포인트》의 젊은 학생이였던 더글라스 맥아더의 꿈을 새로운 환희로 부풀게 했었다.

태평양은 아시아에로 향한 황금의 배길이였고 오늘날에 와서 그 배길의 중요항구마다에는 미극동군사령관이며 2차세계대전의 《영웅》인 맥아더의 이름이 기발처럼 날리고있었다.

세계를 지배하려던 맥아더의 청년시절 꿈이 드디여 현실세계로 옮겨지고있는것이였다.

이제 아시아에로 향한 가장 관건적인 길목에 자리잡은 조선반도까지만 손아귀에 거머쥐면 맥아더의 꿈이기도 하고 미국의 목적이기도 한 세계지배는 더 확고한 사실로 될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건적인 시각에 쏘미량군의 철거라는 폭탄제안에 두들겨맞은것이다.

맥아더는 자기의 질문을 받고 그림쪽에 그냥 시선을 돌리고있는 월로우비를 손짓으로 돌려세우고 《〈영원한 적막〉이요.》하고 그림의 제목을 알려주었다.

맥아더의 심리를 알수 없었던 월로우비는 도대체 총사령관이 말하자는것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채 그가 권하는대로 앞에 놓인 술잔을 들었다. 맥아더는 술잔을 입에 가져가 맛을 한번 보고나서 술이 좋다며 찬사를 하였다.

《좋은 술이군. 한 15년쯤 묵은것 같소. 소장, 당신은 알고있소? 이 꼬냐크도 그렇고 져메이커의 람주나 스코틀런드의 위스키도 다 참나무로 만든 통안에서 오래동안 발효시키거던. 발효기간이 오랜것일수록 더 가치가 나가고 맛이 좋아지오. 왜 그런것 같소?》

《네?!》

이제는 맥아더가 그림이 아니라 술의 력사에 대하여 한바탕 풀어볼 태세였다.

《그건 참나무에서 나온 유기물이 알콜과 반응하면서 인간의 구미를 돋구는 여러가지 성분의 물질을 만들어내기때문이요.》

세상에 소문난 맥아더의 거만성과 자기 우월감이 군복에 붙은 오성장군의 견장이나 한생을 살아오며 손톱에까지 배인 화약내에 기인된것으로 알고있던 월로우비는 오늘 맥아더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된것으로 하여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런데 문제는 맥아더가 왜 이런 말을 늘어놓는가 하는것이였다. 정치가로서도 손색이 없을 맥아더의 로숙한 자질에 대하여 이미전부터 알고있던 월로우비는 그가 말은 적지만 그 한마디한마디에 쉽게 흘려보내도 될 잡소리는 절대로 끼워넣지 않는다는것도 알고있었던것이다.

《좀 돌이켜보시오. 2차대전이 끝난지 3년이 지났소. 우리가 원자탄을 독점한지도 역시 3년 석달이 지났지. 당신네 정보기관에서는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오? 46년도에 당신들은 쏘련국내는 물론 그 주변나라들에서도 원자탄을 만들수 있는 고품질의 우라니움광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국무성과 대통령에게 장담하였더랬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끝났소? 로씨야인들이 저들의 관할지인 체스꼬슬로벤스꼬와 도이췰란드남부에서 끝끝내 품질높은 우란매장지를 발견했단 말이요. 쏘련이 유엔무대에서 뭐 진실로 원자무기생산을 금지하자고 호소하는것 같소? 쏘련이야말로 지금 잘 봉인해놓은 참나무통안의 술과 같소. 포도주가 참나무통안에서 익어가듯이 시간이 흐르면 쏘련 역시 잘 익은 포도주로 자기의 존재가치를 높이게 된단 말이요. 이미 3년이란 시일은 지나갔소. 3년! 꼬냐크는 3년이면 벌써 상품으로서의 자기 가치를 당당하게 가지게 되오. 이제 머지않아 쏘련에 의하여 미국의 핵독점도 끝장이 나게 될것이요. 따라서…》

따라서 쏘련사람들이 핵무기를 만들어내기 전에 중국문제와 조선문제를 락착짓고 아시아에서의 쏘련침공의 교두보를 확보해놓아야 한다는것이 굳이 표현하지 않은 맥아더의 주장이였다.

《국무성이나 국방성도 장개석에 대한 군사원조를 강화해야 한다는것은 인정하고있소. 조선반도는 쏘련을 비롯한 아시아의 사회주의진영을 견제하는 지리적구간으로서 매우 중요한 사명을 수행하게 될것이요. 때문에 지금 중요한것은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것이요.》

맥아더는 쏘련의 원자탄개발이 성공하는 등 그 형세가 더 자라기 전에 극동에서의 쏘련침공의 교두보를 마련해놓아야 한다는것을 늙은이답지 않은 날렵한 손세까지 써가며 반복하여 강조하였다.

사실 그것은 쏘련에 대한 대결심리와 함께 자라난 북조선의 새로운 공화국에 대한 위구심때문이였다. 맥아더가 3년, 3년 하며 원자탄개발을 중심으로 한 쏘련의 군사적위력이 3년동안에 얼마만큼 더 전진했으며 앞으로의 3년동안 또 어느만큼 더 전진하겠는가를 강조하였지만 그것은 그 3년동안에 하나의 강철같은 유기적구조물로 일떠선 북조선을 먼저 념두에 두고 말한것이였다.

특히 그 공화국을 이끌고있는 30대청년장군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더 자주 맥아더의 두통증을 불러일으키고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평양에 개선한 후 맥아더는 물론 유엔과 대통령행정부의 두뇌진들도 어쩔사이없게 북과 남의 정치인들을 순간에 장악하고 4월남북련석회의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창건 등 거족적인 사변들을 련이어 실현시킨 김일성장군이 이번에 또다시 쏘미량군의 동시철거문제를 통해 미국의 극동정책을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창에 보기 좋게 처박았던것이다.

맥아더는 자신이 이 진창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거기에서 빠져나와보려고 몸부림치고있다는것을 다른 사람들앞에서는 비록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괴롭게 자인하고있었다.

처음에는 쏘미군대의 동시철거문제를 김일성장군이 직접 기안해낸것이라는것도 믿지 않았고 그것이 미군을 남조선에서 내몰기 위한 쓰딸린의 술책이리라고만 보았다.

몇해전에 이미 중국동북지방에 진출시켰던 자기 군대를 서뿔리 철수시켜 커다란 정치적손실을 보았던 쏘련이 이제 다시 그런 실책을 반복하려고 하지 않을것이며 김일성장군도 역시 쏘련군의 철수로 하여 커다란 위기를 겪어야 했던 모택동과 꼭같은 처지에 빠지는것을 바라지 않을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월로우비의 정보원천들을 동원하여 북조선에서 쏘련군의 철수가 시작된것이 사실이며 그것이 김일성장군이 직접 기안하고 쓰딸린도 동의한 문제라는것이 확인되였다.

맥아더는 그때 난생처음 느끼게 되는 운명적인 공포에 질렸었다. 그때 맥아더의 뇌리를 지배한것은 김일성장군의 령도를 자양분으로 삼아 아지를 치고 잎을 펼치는 북조선이라는 나무가 거목으로 자라나기 전에 미국의 군사경제적우위를 리용하여 분질러버려야 한다는것이였다. 그렇지 않으면 김일성장군의 유력한 정치활동방식이 또 어떤 주패장을 꺼내들겠는지 알수 없고 결국 남북조선 전체 지역에서 미군은 자기의 존재를 더는 유지할수 없게 될것이며 중국에서의 장개석을 통한 군사작전도 완전히 실패하게 될것이기때문이였다.

지금 장개석과 맞선 중국공산당이 사평싸움에 이어 전과를 확대하여 동북의 전체 지역을 해방한것도 구경은 북조선의 정치군사적지원과 그 지리적위치를 토대로 하였기때문이였다.

맥아더는 오늘 리승만을 떠나보내며 이런 문제들이 머리속에서 떠올라 쉬임없이 두통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전혀 맥아더답지 않은 맥아더로 되였던것이다.

그렇다고 거만하고 자존심이 강한 맥아더가 자신의 이러한 고충을 부하인 월로우비에게 그대로 드러내놓을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김일성장군을 대신하는 북조선이라는 이름만을 입에 올렸다.

《북조선을 견제하고 장악해야 하오. 이건 미국의 운명과도 관련되는 부인할수 없는 진실이요. 그러자면 우선 남조선에 있는 미군의 철퇴를 절대불허해야 하오. 유엔총회에서 리승만정권을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국제적인 선전공세를 벌리는것은 덜레스가 책임적으로 수행할것이요. 여기에 보조를 맞추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소. 몇가지 작전을 기안해보시오.》

차츰 음침한 음영속에 잠긴 맥아더의 두눈에 야성의 광채같은것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부관!》

복도에서 대기하고있던 부관이 뛰여들어오자 그에게 지도를 꺼내달라고 했다. 맥아더는 그 어딜 가나 늘 군사지도와 커다란 파이프를 잊고다니는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는 부관이 가방에서 지도를 꺼내는 사이에 웃주머니에서 대가리가 뭉툭한 파이프를 꺼내여 입에 물었다. 파이프끝에서 담배가 타들어가며 내는 파르스름한 연기가 전쟁과 포화를 좋아하는 맥아더의 취미에는 그저그만이였다.

맥아더는 술병만 내려놓고 술잔들이 그냥 놓여있는 탁자우에 부관에게서 받은 군용지도를 펼쳐놓았다.

《미군주둔과 관련하여 남조선정계에서 목소리를 합치는 일은 리승만과 무쵸가 맡으라고 하오. 좋기는 이번 려수군인폭동을 거꾸로 리용하여 동방속담에서 나오듯이 화를 복으로 만들자는거요. 려수나 제주도에서처럼 폭동이 련발하여 정세가 불안정한 한반도에 미군의 주둔은 필수적이다! 이러루한 씨나리오를 작성할수 있지 않소? 그러자면 려수와 제주도를 비롯한 남조선에서의 폭동분자들을 북의 지령을 받는 잘 육성된 반란집단이라는 선전공세를 벌리는것과 함께 북조선의 일정한 지역에서도 자기네 정권을 반대하는 국민들과 군대들의 폭동을 연출해내야 하오.》

지도우를 잠시 방황하던 맥아더의 손끝이 38°선지역을 두번세번 반복하며 배회하였다.

《바로 여기… 38연선지역의 해주나 원산 같은 북조선의 중요도시들에서 그럴듯한 작전을 준비할수 있지 않겠소? 덜레스가 유엔무대에서 조선에서의 미군의 필요성을 설득시키고 리승만은 자국내에서의 미군반대파들을 눅잦히는데 지원을 줄수 있는 그런것 말이요.》

정보사업으로 뇌수의 신경선들이 단단히 켕기운 월로우비는 맥아더의 취지와 함께 자신이 할수 있는 여러가지 작전안들에 대한 초보적인 표상이 벌써 떠오르고있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우리들은 AP통신을 비롯한 국내외 신문, 통신들을 리용하여 리승만정권의 성립후 미군이 남조선에서 철수해가고있는듯 한 역정보를 북조선지역과 쏘련의 지도부에 들이밀고있습니다. 이제 북조선의 해주나 원산에서 자기네 공화국정권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폭동 같은것을 연출한다면 리승만이 저희네 정객들을 그러모아 북조선정권을 시비하고 미군장기주둔을 요청할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쥐여줄수 있습니다.》

《그래야 하오. 그것이 기본이요!》하고 맥아더는 마디가 툭툭 진 지시손가락을 곧추 세워들었다.

《우리 미군은 자신의 의사가 아니라 리승만정권의 요구에 따라 위험에 처한 한반도의 안전보장을 위해 남조선에 그냥 주둔한다는 인식을 세계앞에 주게 되는 바로 이것이 당면한 우리들의 정치적목적으로 되여야 하오.》

맥아더의 흥분이 월로우비에게도 이전되여 그 역시 가슴을 풀떡이며 승기가 나서 설명을 계속했다.

《38연선지대의 지형이나 정황은 이미 한국에 주재하고있는 우리 미군장교들이 쏘미공동위원회를 구실로 여러차례 드나들면서 어지간히 파악하고있으니 그 지역에서 폭동이나 반란을 연출하는것은 충분한 가능성이 보이는 일입니다. 노블을 시켜서 그들을 지휘하는 한편 무쵸에게도 리승만의 미군장기주둔운동을 정치적으로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를 주겠습니다.》

맥아더는 벌써 월로우비의 그런 구체적인 계획까지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있었다.

조선에서 미군을 절대로 철거시켜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한생을 포화를 헤치며 상승일로의 길을 걸어온 이 더글라스 맥아더가 북조선의 김일성장군에게 정치적인 덜미를 단단히 붙잡히는것으로 될것이며 조선반도가 하나의 반미통일세력으로 뭉치여 그의 치하에 들어갈것이다.

월로우비가 려수폭동문제는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어보자 맥아더는 지도를 약간 들추고 그밑에 깔렸던 술잔들을 하나씩 꺼낸 다음 그중의 하나를 월로우비에게 쥐여주었다. 그리고나서 약간 갈린 음성으로 월로우비를 불렀다.

《정보국장!》

월로우비는 맥아더가 려수문제처리에 대한 어떤 결론을 주려는것으로 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맥아더는 월로우비에게 전혀 다른것을 부탁하는것이였다.

《기회를 봐서 저 그림에 대한 해설문을 구해다 보여줬으면 좋겠소.》

《네?!》

월로우비는 맥아더와 벽에 걸린 《영원한 적막》그림을 번갈아보며 한참동안이나 미간을 쪼프리고있어야 했다.

《들기요. 부어놓은 포도주는 마시기마련이라고 했던가?》

맥아더는 손에 들었던 술을 단숨에 마시고나서 늙은이답지 않은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맥아더가 휘뿌리며 지나간 바람이 월로우비의 얼굴을 후끈하게 후려쳤다.

맥아더는 방을 나서기에 앞서 고개를 한번 피뜩 돌려 마치 지나가는 소리를 하듯 매우 낮고도 범상한 어조로 한마디 했다.

《려수문제는 이 사령관의 결론이 특별히 필요할것 같지 않소. 무슨 다른 길이 있겠소.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려야 하오.》

 

련재
[총서 《불멸의 력사》]보루 (제1회)
[총서 《불멸의 력사》]보루 (제2회)
[총서 《불멸의 력사》]보루 (제3회)
[총서 《불멸의 력사》]보루 (제4회)
[총서 《불멸의 력사》]보루 (제5회)
[총서 《불멸의 력사》]보루 (제7회)
[총서 《불멸의 력사》]보루 (제8회)
[총서 《불멸의 력사》]보루 (제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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