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제2편 백합꽃은 태양의 빛을 받다

싸우는 조선인민의 대표로

 

《종화 아버지,

우리가 탄 려객기는 지금 만주리에서 리륙하여 모스크바를 향해 날아가고있습니다. 창밖으로 솜뭉치같은 희디흰 구름송이들이 흘러가고 눈아래로는 무변광대하게 펼쳐진 만주광야가 끝없이 펼쳐져있습니다.

아스라하니 내려다보이는 만주의 광야를 바라보느라니 정처없이 헤매이던 방랑극단의 옛추억과 더불어 꿈같은 오늘의 행복이 더욱더 뭉클하게 가슴을 울리는군요.

방랑극단에 몸을 담고 오늘은 동쪽으로, 래일은 서쪽으로 부평초마냥 떠돌이하던 내가 아닙니까. 그런데 오늘은 당당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화대표단의 한 성원으로서 나라를 대표하여 국제영화축전에 참가하려 하늘을 날고있으니 어찌 꿈같은 일이라고 하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아득히 흘러간 소녀시절에 우리 할아버지는 나를 품에 안고 룡궁에서 환생하여 왕후가 되는 심청이 같은 팔자가 되라고 기원하군 했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그 간절한 소원이 우리 수령님의 품속에서 현실로 이루어진것이 아닙니까.

공화국의 품에 안긴 이후 내 운명의 급격한 변화를 어찌 심청이의 환생에 비길수 있겠나요. 생각할수록 북받치는 목메임에 나는 비행기안에서 속으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수령님이 고맙고 내 조국이 고마와말입니다.

종화 아버지,

사랑과 믿음에 보답할줄 아는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당신은 늘 말하였지요.

그래요. 나는 우리 대표단에 부여된 임무를 성심성의껏 수행하여 수령님의 사랑과 은정에 보답하려고 단단히 결심다지고있어요.

아직도 전쟁의 불바다속에 휩싸여있는 사랑하는 조국이 우리를 떠나보내면서 바란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미제를 타승하고있는 우리 인민의 영웅적기개를 온 세상에 떨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생각할수록 두어깨가 무거워집니다.》

 

*            *

 

《종화 아버지,

체스꼬슬로벤스꼬(당시)의 수도 쁘라하입니다.

모스크바를 거쳐 드디여 국제영화축전장인 쁘라하에 도착한 우리 대표단은 제일먼저 쏘련(당시)대표단과 반갑게 상봉하였습니다.

쏘련에서는 영화성 부상이 대표단 단장으로 왔는데 유명한 인민배우이며 연출가인 본다르츄크가 주역을 담당한 예술영화 <금별의 수훈자>를 가지고 축전에 참가하였다는것입니다.

국제영화축전준비위원회와 각국 대표단들은 전쟁이 한창 진행되고있는 조선에서 온 우리 대표단을 각별한 호의와 친근감을 가지고 맞이하였습니다.

축전기간에 우리는 여러 기회를 통하여 미제와 치렬한 격전을 벌리고있는 영웅적조선인민의 투쟁을 널리 소개하였으며 조선에서 감행한 미제의 치떨리는 야수적만행을 사실자료를 가지고 폭로규탄하였습니다.

우리들의 열정적인 이야기와 힘찬 연설을 들으며 각국 대표단들은 우리 인민에 대한 련대성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였으며 미제를 규탄하는 성토문들을 발표하였습니다.

반미기운이 앙양되는 속에서 우리 나라 예술영화 <소년빨찌산>이 대성황리에 상영되였습니다. 우리 나라 영화가 상영되는 영화관은 련일 초만원을 이루었는데 싸우는 나라 조선의 영화여서 더욱 열렬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는가봅니다.

영화를 보고난 시민들은 한결같이 조선에서 나어린 소년들까지 저렇게 싸우는것을 보니 전쟁에서 승리하리라는것은 불보듯 명백하다고 확신에 차서 말들을 하는것이였어요.

영화축전장에서는 우리 나라 예술영화 <소년빨찌산>에 <자유를 위한 투쟁상>을 수여하였습니다. 저마다 우리 대표단을 찾아와 우리들의 성과를 축하하였으며 자기들의 일처럼 기뻐하였습니다. 조국이 준 임무를 훌륭히 수행한 기쁨을 안고 우리들은 저 멀리 조국땅을 그리며 마음속으로 큰절을 올리였습니다. 존엄높은 조국이 있어 오늘의 영광이 있고 긍지가 있는것이니 참으로 조국은 멀리 떨어져있을수록 더욱더 그리워만지는 내 삶의 정든 요람입니다. 체스꼬슬로벤스꼬의 여러곳을 돌아보면서 내 조국, 내 나라 인민들에 대하여 더 깊이 생각하게 되더군요.

오색찬란한 네온등밑에서 흥청대고있는 이 나라를 보면서 이 시각도 내 조국의 하늘에서는 불비가 쏟아지고있다고 생각하면 두주먹이 불끈 쥐여집니다. 온 도시가 고요속에 잠든 이밤도 나는 창가림을 조용히 걷어올리고 내 조국이 있는 아득한 동쪽하늘가를 바라보고있습니다. 뭇별들이 반짝이는 그 하늘가에 사랑하는 당신의 얼굴과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이 비껴옵니다. 하루빨리 가고싶습니다. 우리 수령님이 계시고 정다운 당신과 아이들이 기다리는 내 조국으로 말이예요.

아무리 불바다가 된 조국이지만 나의 귀중한 모든것이 그곳에 있기에 어서 빨리 달려가 운명을 같이하고싶은 열망으로 내 가슴은 활활 타오릅니다.》

 

*            *

 

《종화 아버지,

조국으로 돌아오는 도중 모스크바에 들려 20일간 체류하고있습니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에서 우리들을 포옹하는 쏘련사람들의 환영의 물결에 휩싸이군 합니다.

쏘련정부는 우리들을 극진히 환대하여 환영모임까지 조직하여주었습니다. 여기에는 저명한 연출가들과 예술인들이 거의다 참가하였어요. 환영모임에서 연설한 영화성 부상은 우리 인민들의 투쟁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면서 위대한 김일성동지의 령도를 받는 조선인민은 미제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한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것이였습니다.

쏘련에 머무르는 기간 우리는 베를린축전에 참가하고 돌아오는 한 영웅과 감격적으로 상봉하였습니다. 비행기사냥군조원으로서 미국놈의 비행기들을 많이 쏴떨구어 영웅이 된 그를 모스크바시민들은 열광적으로 환영하는것이였어요.

그가 거리에 나서기만 하면 모스크바시민들은 어른, 아이 할것없이 달려나와 손을 흔들며 <멘던끼 게로이>(어린이영웅)라고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내밀었고 박수갈채를 보내군 하였습니다.

쏘련인민들은 우리 대표단성원들을 통하여 미제와 싸우는 조선인민들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련대성을 보내고있는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조국을 대표한다는 자각과 긍지로 하여 나의 가슴은 부풀어오르고 어깨는 더욱 무거워집니다. 우리들의 모든것이 조국의 권위와 잇닿아있기에 나는 기품있게 그리고 친근하게 행동하려고 무척 노력하고있습니다. 그들이 나의 얼굴, 나의 목소리, 나의 행동을 통하여 우리 조국인민들을 보고있으며 나의 일거일동이 다 조국의 명예와 존엄과 관련되는것이 아니겠어요.

자신으로서도 놀랍게 생각됩니다.

제 운명 하나도 어찌될지 몰라 무당이나 찾아다니고 설음에 울던 내가 인제는 조국의 권위와 명예를 걸머지고 세계를 넘나드는 사람으로 되였으니 말이예요.

조국의 기쁨이자 나의 기쁨이고 조국의 명예와 영광이자 나의 명예, 나의 영광입니다. 이 문예봉은 조국과 떨어져선 한시도 살수 없는 영원한 그대의 딸임을 이국땅에서 더욱 사무치게 느낍니다.》

 

*            *

 

그때로부터 1년후인 주체41(1952)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평화옹호대회장에서 사람들은 또다시 문예봉의 낯익은 얼굴을 보게 되였다.

그는 이 대회에 싸우는 조선인민의 민족대표로 참가한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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