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제1편 눈물의 백합꽃

눈보라치는 밤

 

새벽이라 하지만 역시 겨울밤은 길어 캄캄한 하늘에서는 아직도 애기별들이 파르르 떨고있다. 어데라없이 차거운 랭기가 풍기는 싸늘한 이 새벽 신의주역쪽으로 스적스적 사라져가는 한 사나이의 뒤모습을 오래도록 바래며 예봉은 눈덮인 행길가에 서있었다.

림선규와 각별한 사이였던 극단의 미술가 김원식이 극단을 탈퇴하고 서울로 떠나는것이다.

극단을 떠나기 앞서 예봉을 찾아온 김원식은 침통한 빛으로 말하였다.

《예봉씨, 이 극단은 사람이 있을 곳이 못됩니다. 예봉씨의 처지를 누구나 다 동정하고있지요. 그러니 아버지의 눈치를 볼것 없이 어서 림형을 따라가시오. 왜놈들이 살판치는 이 못된 세상이 아버지를 그런 몰인정한 인간으로 만들었는데 아버지만 원망해서 뭘합니까. 멀리서 병고에 시달리는 림형생각도 해야지요. 그대로 가다가는 예봉씨도 림형도 다 애간장 타서 말라죽고맙니다.》

그는 예봉의 손에 10원짜리 지전 한장을 억지로 쥐여주고는 발길을 돌리였다.

예봉은 마음이 너무도 허전하여 눈덮인 행길에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림선규와 절친하던 그가 그래도 이모저모 동정도 하고 돌봐주기도 하여 한가닥 마음붙일 곳이라도 있었는데 그마저 떠난다고 하니 졸지에 외토리가 된듯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이대로는 자기 삶을 더 지탱할것 같지 못한 허탈감에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듯 그는 간신히 숙소로 돌아왔다.

방에서는 문숙방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심상치 않은 예봉의 기색을 살피며 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원식씨가 뭐라던?》

《애기아버지를 따라가라는거지요.》

어느새 붉어진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뚤렁뚤렁 떨어졌다.

마음씨 고운 문숙방도 어떻게 예봉을 위로할지 몰라 덩달아 눈물을 흘리였다. 오도가도 못하는 조카의 처지가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하면 가엾은 예봉을 도울수 있겠는지?

신의주에서 공연을 마치고 선천을 거쳐 정주에 도착할 때까지 문숙방의 머리에서는 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인제 정주공연을 마치면 곧 봉천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또다시 세월이 한정없이 흐를것이다. 압록강을 건느기 전에 어떻게 하나 예봉을 서울로 보내야 할텐데…

이런 때 문숙방을 극진히 사모하던 한 배우가 그를 돕겠다고 나섰다. 그는 문숙방의 고민을 알고는 정주에 자기 누이집이 있는데 그곳에 예봉을 숨겼다가 극단이 떠난 다음에 서울로 보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하여 예봉과 문숙방, 그 배우사이에는 비밀이야기가 오고갔다. 정주에서 마지막공연이 끝난 날이였다.

이날따라 영자는 기분이 매우 좋아하며 랭면을 사다가 배우들에게 한턱 냈다.

극단의 공연성과가 좋아 수입이 괜찮게 늘었던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자기 방에다 랭면을 차려놓고 생색을 내는것이였다.

그는 류달리 예봉에게 살뜰히 굴며 수선을 떨었다.

《이번에 예봉이 수고가 많았어. 모든 작품의 주인공역을 거의다 예봉이가 하지 않았니. 아이를 데리고 참 용치 뭐.》

접시의 고기점들을 연방 예봉의 그릇에 놓아주며 그는 눈웃음을 쳤다.

짓수굿이 고개를 숙이고 부지런히 저가락질을 할뿐 예봉은 일체 대꾸를 하지 않았다. 사실 중대한 일을 앞에 둔 그로서는 그 어떤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쿵당쿵당 뛰는 가슴을 겨우 다잡으며 애써 태연해지려 애쓰고있었다.

식사가 끝날무렵 영자가 배우들에게 말하였다.

《봉천행렬차가 새벽 3시에 떠나니 오늘은 일찌감치들 쉬여요. 새벽 2시경에 역전으로들 나가야 하니까.》

숙소로 돌아온 녀배우들은 저마끔 짐들을 꾸리느라고 한동안 부산을 피웠다. 예봉도 옷가지들과 기저귀들을 한보따리 싸놓고 애기에게 젖을 먹이였다. 인제부터 계획된 행동을 하려면 애기가 잠들어야 했기때문이였다.

조국에서의 마지막밤이여서 그런지 녀배우들은 이밤따라 잠잘 생각들을 않고 이야기판을 펼쳐놓고있었다. 문수일과 영자가 몇번이나 방문을 열고 어서 빨리 자라고 독촉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예봉은 안타까왔다. 배우들이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 아버지나 영자가 들락날락하지 않겠는데 지금같아서는 녀배우들이 영 자리에 들 차비가 아니였다.

벌써 11시가 가까와오고있었다.

초조해난 예봉은 더 참지 못하고 그들을 독촉하였다.

《어서 자리에들 누워요.》

녀배우들은 의아해하는 눈길로 예봉을 쳐다보았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예봉은 조용히 말하였다.

《난 오늘 이 극단을 떠나기로 결심했어. 그러니 아버지랑 여기에 다시 오지 않게 자리에들 누워 자는척이라도 해주어요.》

너무도 뜻밖의 말에 배우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자- 어서들 눕자.》

문숙방이 먼저 자리를 펴며 동료들을 추기였다.

녀배우들은 밖에서 누가 들을세라 숨을 죽이고 《예봉이, 그럼 잘가.》하며 속삭이듯 작별인사들을 하였다. 모두가 눈물들이 글썽해졌다.

서로 마주잡은 손들을 꼭 그러쥐고 한동안 놓지 못하던 그들은 다시금 뜨겁게 눈인사들을 나누고는 불을 끄고 제가끔 자리에 누웠다.

먹물을 풀어놓은듯 새까만 밤, 조용히 뒤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예봉은 누가 뒤쫓을세라 달음박질하듯 걸었다.

약속된 배우의 누이집에 당도한 그는 그 집 부모들의 안내로 부엌구석에 숨었다. 한숨 돌리고 애기를 돌려안으니 다행히 애기는 쌔근쌔근 단잠에 취해있었다. 호- 하는 안도의 숨이 저절로 나간다.

추운 겨울이라 북데기로 가리운 부엌구석으로는 차거운 랭기가 사정없이 스며들었다. 잠든 애기를 품에 꼭 껴안고 천정을 응시하느라니 새삼스레 자신의 행동이 놀라왔고 한편 두렵기도 하였다. 그러나 인제 와서 되돌아설수도 없는 길이였다.

(운명에 맡기자.)

그는 눈을 스르르 감고 잠을 청하려 했으나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한동안 시간이 흘러 어느결에 쪽잠이 들었던 그는 부엌문을 가만히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펀뜻 떴다. 정신을 차린 그는 귀를 강구었다.

《예봉씨를 붙잡으라 하여 지금 정거장으로 가는 길이요. 그러니 꿈쩍 말고 숨어있소.》

누이집을 알선해준 배우였다. 그는 밖의 정형을 가만히 대주고는 인차 사라졌다.

예봉은 긴장해졌다. 보지 않고도 극단에서 벌어졌을 소동이 눈앞에 선히 그려지는것이였다.

성이 독같이 났을 아버지, 거기에 더욱 부채질을 할 영자, 녀배우들이 당할 닥달질…

그는 두근두근하는 가슴을 부여안고 어서 빨리 렬차시간이 되여 극단이 떠나기만을 빌었다. 시간아, 어서 빨리 흘러가주렴.

한초가 천년맞잡이로 더디게만 느껴지던 시간도 흘러 어느덧 새벽 2시경이 되였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밖의 동정에만 신경을 쓰고있는데 느닷없이 귀에 익은 노래소리가 울려왔다.

 

                    잘 가오 이 험한 길

                    기약없는 리별이나

                    서로 맺은 굳은 맘

                    영원히 흐르리

 

당시 널리 류행되였던 안기영의 《작별》이였는데 예봉이 숨어있는 집앞을 지나며 문숙방이 코노래처럼 흥얼거리고있었다. 문숙방은 이 노래선률로 예봉과 작별을 고하고있는것이였다.

노래로 대신하는 고모의 작별인사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지며 삽시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인제는 저 마음씨고운 고모와도 영리별이구나. 아버지도 고모도 집도 다 버리고 뛰쳐나온 나는 과연 어떻게 될가?

어둑시근한 부엌구석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예봉의 가슴은 리별의 슬픔으로 저려왔다.

어머니와의 리별, 할아버지와 화봉이와의 리별 또 오늘은 고모와의 리별… 그 리별의 언덕마다에서 흘린 쓰라린 눈물은 그 얼마였던가. 나는 왜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여져야만 하는 운명인가. 고모 잘 가요. 고모의 말대로 우리 서로 위하는 고운 마음 영원히 변치 말자요.

그는 고모와 끝없는 말을 마음속으로 주고받으며 한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고모 문숙방은 조국해방전쟁시기 신의주에서 미국놈들의 폭탄에 폭사함.)

 

*          *

 

눈보라가 사납게 울부짖는 밤길을 예봉은 힘겹게 가고있었다.

그를 기어이 붙잡으려고 문수일이가 떨구어놓았던 사람이 일주일이나 그곳 주변을 맴돌다가 어제야 떠났다.

그래서 예봉은 열흘이 지난 오늘에야 비로소 길을 떠난것이다.

정주에서 오산까지는 기차로 몇십분이면 도착할 거리이지만 정주역에 아버지가 떨군 사람들이 또 있을수 있다는 위구심으로 하여 그는 밤을 택하여 걸어가기로 작정하였던것이다.

눈보라가 윙윙 몰아치는 밤길은 춥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눈바람은 그의 치마폭을 때리며 금시 날려버릴듯 기승을 부리였다.

애기를 업고 옷보따리를 인 예봉은 맞받아 불어치는 눈보라때문에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내디뎠다. 마음은 다급하나 어쩌는수 없었다.

눈보라와 싸우며 걸어가다나니 온몸이 꽁꽁 얼어들었으나 그는 추운줄도 몰랐다. 등에 업은 애기가 얼어죽지나 않겠는지 그것이 걱정이였다.

그는 몇번이나 애기를 등에서 내려 품에 안을가 하다가 맞바람이 더 세차게 불기때문에 단념하고말았다.

(내 귀여운 아가야, 눈바람은 내가 다 가리워줄테니 제발 얼어죽지만 말아다오. 인제 아버지한테 가면 모든 시름이 다 풀리고 행복이 온단다. 그때까지 울지 말고 단잠을 자다오.)

얼굴을 때리고 치마폭을 휘감는 눈보라도 예봉을 주저앉힐수 없었다.

일단 서울행을 결심한 이상 그리운 님에게로 간다는 그 한가지 생각만이 가슴을 확확 달구었다. 그 열기로 온몸을 녹이며 예봉은 오산역을 향하여 걷고 또 걸었다. 서울에 있는 그이한테만 무사히 가닿으면 이 세상 무서운 일, 괴로운 일이라는것이 있을상싶지 않았고 또 설사 불행이 닥쳐와도 두려울것이 없을것 같았다. 오직 그이만 곁에 있으면…

오산역에서 서울행렬차를 탄 그는 서울역까지 가지 않고 그 전 정거장인 산간역에서 내렸다. 혹시나 서울역에 또 아버지가 떨구어놓고간 사람들이 있을가보아 두려웠던것이다.

산간역에서부터 그는 또다시 부지런히 걸어 해떨어질무렵에야 서울에 들어섰다.

간밤부터 아이를 업고 눈보라길을 걸어온 그는 지칠대로 지쳐 말할 힘도 없었으나 종로 로정목에 자리잡고있는 《신무대》라는 극단건물이 보이자 저도모르게 힘이 솟았다. 림선규가 속해있는 극단이였다.

문예봉이 지치고 피로한 몸으로 극단에 도착하였을 때 극단사람들은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환성을 올리며 그를 맞아들이였다.

그들의 사연을 이미 다 아는지라 극단배우들은 림선규를 찾아온 예봉의 소행을 영웅적인 행동처럼 추어올리며 제일처럼 기뻐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림선규는 인천에 출장을 가고 없었다.

락심해하는 문예봉에게 배우들은 전화를 하였으니 인차 온다고 안심시켰다.

그들의 권고로 예봉은 어느 한 분장실에 짐을 풀어놓고 아기의 기저귀도 갈고 젖도 먹이며 림선규가 오기를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렸다. 배우들이 사다준 만두 한그릇으로 저녁을 굼때고 눈이 까매 기다리는데 늦은 저녁녘에야 림선규가 헐떡이며 나타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림선규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였다. 예봉이가 왔다는 전화를 받은 즉시로 정신없이 달려온 그는 너무도 기쁜 나머지 자기 감정을 숨길수가 없는 모양이였다. 흥분에 떠있는 선량한 눈, 벙글써 열린 입…

꿈속에서도 그리던이의 모습을 보는 순간 예봉은 눈물을 콱 쏟으며 얼굴을 싸쥐였다.

애타게 그리웠던만큼 기쁘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한 복잡한 감정이 가슴에 엉키며 눈물만 끝없이 샘솟게 하였다.

바로 이 사람때문에 아버지를 버리고 극단을 버리고 고모와도 헤여졌구나 하는 서러움과 둘사이의 힘든 문제를 나한테 맡기고 자기는 저렇듯 싱글벙글하고있다는 야속함이 겹쳐 그를 부여안고 마구 통곡이라도 하고싶은 심정이였다.

단숨에 예봉을 포옹할듯 다가서던 림선규는 너무도 세차게 흐느끼는 예봉의 울음앞에서 자못 당황해졌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으면 저렇게도 울음을 쏟을것인가.

그동안 쌓이고쌓인 모든 설음을 울음으로 터치는듯싶은 예봉이앞에서 림선규는 죄스러웠다. 예봉이가 겪는 비극이 다 자기때문이라고 느껴졌다.

그는 머리를 떨구었다.

아, 가난하고 병들고 못난 나같은 주제에 사랑이란 무엇이며 가정이란 또 무엇인가. 한갖 극쟁이에 불과한 내가 어리석은 꿈을 꾸지만 않았어도 예봉의 고운 눈에서 저런 슬픈 눈물이 떨어지지 않았을것을…

쓰라린 자책이 가슴을 허빌수록 림선규는 예봉이가 애처로와 견딜수가 없었다.

(저 불쌍한것이 오직 나 하나를 위해 모든것을 버렸구나!)

가슴을 지지는 뜨거운것을 가까스로 삼키며 림선규는 예봉과 아이를 지그시 그러안았다. 자기 목숨이 지는 순간까지 지켜주어야 할 귀중한 나의 살붙이들! 인제는 영원히 리별없이, 눈물없이 함께 모여살자!

림선규는 마음속으로 웨치며 더욱 억세게 그들을 끌어안았다.

허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의 연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과연 나의 유약한 이 두팔로 이들의 운명을 지켜주고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가?

오직 기쁨과 환희의 소용돌이속에서 모든것을 잊어야 할 상봉의 순간에조차 세상살이의 악은 마약처럼 그의 가슴에 독을 펴고있었다.

 

*           *

 

세방살이는 고생스러웠다.

그러나 비로소 한가족이 오붓이 모여산다는것으로 하여 행복스럽기도 한 나날이였다.

행복에 대한 예봉의 소원은 너무도 작고 소박한것이라 할수 있었다. 눈을 뜨면 자기곁에서 잠자고있는 남편과 아기의 얼굴을 보는것, 그들을 위하여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시중을 들고…

이이상 예봉이가 더 바라는것은 없었다.

림선규는 아기의 이름을 종화라고 지었다. 종화의 웃음소리는 이 가정의 행복의 상징이였다.

바야흐로 가을빛이 짙어가는 10월 어느날, 신의주에 있는 아버지 문수일로부터 뜻밖의 기별이 왔다.

서울에서도 무대생활을 할바치고는 남편이랑 같이 《연극시장》에 다시 와서 온 가족이 모여살자는것이였다.

예상외의 소식을 받고 그들은 오래동안 의논을 하였다.

아버지의 돌변한 태도와 권고가 미심쩍기는 하였으나 같은 값이면 아버지극단에서 생활하는것이 옳은 처사일것 같았다. 인제는 아버지의 마음도 퍽 달라졌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11월초 그들은 신의주로 떠났다.

그들을 맞이한 문수일은 처음에는 퍼그나 호의적이였다. 자기의 뜻을 거역한 딸의 일이 노엽고 괘씸하기도 하였으나 인제는 깨진 사발이라 어찌할수 없다는 자포자기의 심리였다. 더구나 림선규의 참신한 극대본과 예봉이가 절실히 필요한 때였으므로 심하게 굴수도 없었다.

그러나 사람의 본심이란 역시 숨길수 없는것이다.

날이 감에 따라 사위에 대한 미운 감정을 어떻게 주체할수가 없었다. 저따위 페병쟁이녀석에게 내 딸을 주다니? 그는 속으로 몇번이나 도리머리를 하였다.

그러던 1월초 어느날 림선규는 심한 각혈로 쓰러졌다.

극단에 와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극대본을 쓰느라 너무 무리한데도 있겠지만 추운 겨울에 변변한 솜옷 하나 없이 홑옷으로 지내다나니 심한 독감에 걸려 엎친데덮친격이 되였던것이다. 랑자하게 피를 토하고 쓰러진 림선규의 모습을 보는 순간 문수일은 진저리를 쳤다. 병자에 대한 동정보다도 페병쟁이때문에 가족이 망할수 있다는 공포감이 그의 가슴을 압박하였다. 사위고 뭐고 생각같아서는 당장 쫓아버리고싶었으나 병석에 누운 지금 그럴수도 없었다.

아버지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예봉은 남편 병구완에 극성이였다. 밤낮으로 병자곁에 붙어서 시중하는 딸을 보며 문수일은 끌끌 혀를 찼다. 저러다 저년까지 병이 옮으면 어쩌랴. 하루저녁 문수일은 딸을 불러앉히고 림선규와 갈라지라는 속심을 로골적으로 내비쳤다.

그의 말을 들은 예봉은 소스라쳐 놀라며 항변하였다.

《아버지, 병자를 놓고 그게 무슨 말이예요?》

너무도 랭혹한 아버지의 말에 예봉은 억이 막혔다. 어쩌면 동정의 말 한마디 없이 그런 죄될 말만 탕탕 하는가. 이러자고 우리들을 오라고 했는가.

예봉의 눈에서는 새파란 불이 일었다. 아버지를 쏘아보는 그의 얼굴은 무서웠다.

딸의 심상치 않은 기색을 본 문수일은 더욱 기가 올라 소리쳤다.

《이제 두고봐라. 그 페병쟁이녀석은 며칠 못가. 그런 녀석과 붙어살다가는 너도 무사치 못해!》

예봉은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내가 있는 한 그이는 죽지 않아요.》

《저년이!》

말에 몰리운 문수일이 주먹을 휘두르려 했으나 어느새 예봉은 문을 탁 닫고 사라져버리였다.

방에 돌아은 예봉은 너무도 격하여 당장이라도 남편을 데리고 극단을 뜨고싶었다. 그러나 아직은 남편이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참으로 오도가도 못할 신세였다.

그러나 이런 상태로 계속 살아갈수 없다는 생각만은 그의 뇌리에 새록새록 새겨지는것이였다. 아버지의 손탁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 비록 못 먹고 못 입어도 구속없이 살아가고싶었다. 하루를 살아도 마음껏 남편의 병시중을 들고 마음껏 종화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단란하게 살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가.

 

*           *

 

림선규의 병도 그럭저럭 수그러든 1월 어느날 예봉은 조용히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동안 그들부부는 자기들의 장래를 놓고 오래동안 의논한 끝에 이 극단을 뜨기로 작정했던것이다.

문수일은 마뜩지 않은 눈길로 예봉을 쏘아보았다.

그토록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페병쟁이녀석과 붙어돌아가는 딸이 한량없이 미웠던것이다. 자기의 무력함을 느낄수록 그 미운 감정은 더욱 그의 가슴을 키질하였다.

아버지의 이런 감정과 기분을 너무도 잘 아는 예봉인지라 자기의 결심을 말하자니 먼저 속부터 후두두 떨리였다. 아버지가 어떻게 나오리라는것이 너무도 불보듯 뻔하기때문이였다. 그렇다고 전번처럼 도망치듯 떠나고싶지는 않았다. 당당하게 말하고 당당하게 떠날것이였다.

《아버지, 아무래도 저희들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할것 같애요.》

《뭐라구?》

문수일의 눈길이 꼿꼿해졌다. 흰자위가 희번덕거리는것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거나말거나 예봉은 내친 걸음이라 주저없이 말하였다.

《애아버지와 토의한 끝에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어요.》

《안된다!》

문수일은 단마디로 거절하였다.

《왜요?》

예봉의 물음 또한 반발적이였다.

《이년이 아버지앞에서 감히… 그 페병쟁이녀석은 갈테면 가래라. 그러나 너는 못가!》

탕탕 내쏘는 아버지의 몰인정한 말은 예봉의 가슴에 뭉쳐져있던 무서운 증오의 감정에 불찌를 튕겨놓았다. 저 사람이 바로 내 아버지가 옳긴 옳은가? 아버지이기 전에 우선 인간이 아니구나!

예봉의 눈에 증오의 숯불이 타올랐다.

《이 극단같은데서 어떻게 우리가 살아가란 말이예요. 우리도 살아야 할게 아니예요.》

《쌍년이 한다는 소리는… 왜 못살아? 제 집인데 왜 못살아?》

《집이라구요?》

예봉은 더 말하고싶지 않았다.

집, 집이란 얼마나 포근하고 아늑한 생활의 보금자리인가. 가장 가까운 혈붙이들이 오붓이 모여 서로 위하고 도우며 알뜰살뜰 살아가는 요람이 바로 집인것이다.

그러나 돈을 위하여 온 가족이 무대에 나서서 웃음을 팔고 울음을 파는 곳, 그래서 가정다운 온기는 하나도 없고 매 사람의 상품적가치만이 랭혹하게 계산되는 이 쌀쌀한 곳이 과연 집이란 말인가. 아직은 이 예봉이 상품적가치가 많은 녀배우라 하여 그토록 붙잡아두려고 애쓰는 아버지와 서모일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때건 병들거나 나이들어 가치가 없어지면 가차없이 버려질 내 운명이다. 언제나 가난에 쪼들리는 연극무대의 가혹한 륜리와 세상살이리치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예봉은 아버지와 가타부타 더 론쟁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버지이기 전에 우선 타산밝고 랭정한 극단주인것이다.

한동안 침묵하였던 예봉은 모든것을 각오하고 또박또박 그루를 박듯 말하였다.

《아버지, 여하튼 래일 우리는 여기를 뜨겠어요. 애아버지의 치료를 시골에 가서 더 해야 하겠기에 나도 따라가겠어요.》

《뭐야?》

순간 외마디 웨침과 함께 문수일은 딸의 머리를 호되게 후려쳤다.

눈앞에서 불이 번쩍 이는것 같은 환각속에서 예봉은 픽 쓰러졌다.

《개쌍년! 그만큼 말했으면 알아들어야지 아직도 아가리질이야. 어디 너 죽고 나 죽고 해보자!》

문수일은 게거품을 물고 욕사발을 퍼부으며 시퍼런 면도칼을 꺼내들었다. 그는 정말로 예봉을 죽일듯 면도칼을 빼들고 사나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이때 문을 박차고 림선규가 뛰여들었다. 그는 칼을 든 문수일의 손을 거머쥐였다.

《장인어른, 나와 이야기합시다.》

팔을 잡힌채 문수일은 사나운 눈길로 림선규를 쏘아보았다.

림선규도 만만치 않은 기색으로 그의 눈길을 받았다. 병색이 짙은 림선규의 얼굴은 창백하였으나 눈빛만은 예리하였다.

문수일을 주저앉힌 림선규는 그의 팔을 붙잡고 마주앉았다.

《칼을 쓰려면 나한테 쓰십시오. 죄없는 예봉이에게는 왜 야단이십니까?》

《제 애비가 제 딸을 때리든죽이든 무슨 상관이야?》

문수일은 기가 올라 소리를 질렀다.

《왜 상관 없겠습니까. 예봉이야 내 사람이 아닙니까?》

《?…》

말문이 막힌 문수일은 두눈만 껌벅거렸다. 격분에 떠는 림선규의 눈을 차마 마주보지 못하고 그는 진하게 가래를 톺아올렸다.

《장인어른, 생각해보십시오. 우리도 인간이고 우리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추운 날 예봉이 홑옷을 입고 떠는것을 좀 보십시오. 게다가 나는 환자인데 약도 사먹어야 살지 않겠습니까? 아버지된 마음으로 우리들의 앞길을 막지 말아주십시오.》

림선규의 목소리는 격했으나 그의 말에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절절한 그 무엇이 담겨져있었다.

문수일은 격분으로 온 얼굴이 시뻘겋게 되였으나 한마디의 대꾸도 하지 못하였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림선규는 단호하게 말하였다.

《오늘저녁중으로 떠나겠으니 그리 아시오.》

또다시 예봉은 밤길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걷는 길이여서 외롭지는 않았으나 서글프기는 매한가지였다.

언제면 부모들의 축복속에 새살림의 보금자리를 펼수 있을가. 아마도 그런 행복은 영원히 이룰수 없는 꿈으로나 남아있을것이다.

기차를 갈아타려고 안주역에 내리니 어두운 하늘에서는 진눈까비가 쏟아져내리였다.

저녁밥도 못 먹고 떠난 길이라 어른들도 애기도 모두 지쳐버렸다.

휘친거리는 다리를 겨우 가누며 역기다림칸에 들어서자마자 예봉은 무너지듯 주저앉아버리였다.

렬차에서부터 배고파우는 종화에게 서둘러 젖을 물렸는데 종일 굶다보니 젖이 나올리 만무하다.

아이는 젖을 빨다가는 울고 울다가는 또 빨며 보채느라 얼굴이 온통 땀투성이가 되였다.

종화의 그 애처로운 모습에 예봉은 눈물을 머금었다. 머리에서는 진눈까비 녹은 물이 이슬처럼 반짝이다가 뚝뚝 떨어지며 포대기를 적시였다.

처자의 그 정상을 차마 볼수 없는지 림선규는 밖으로 나가는것이였다.

진눈까비 흩날리는 역홈을 오락가락하는 그의 모습이 뿌연 유리창으로 어렴풋이 내다보였다.

푹 떨군 머리, 더 좁아진듯싶은 어깨… 초췌해진듯싶은 그의 뒤모습이 별스레 불쌍하게 안겨온다.

불시에 코마루가 찡해지며 목이 메여올랐다. 아, 나때문에 저이가 이런 고생을 하는구나. 하필이면 나같은 연극쟁이를 만나 저 고생인가.

남편이 불쌍하고 아이도 불쌍하였다.

차라리 가정을 이루지 말것을…

종화의 얼굴에 뜨거운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한참만에 기다림칸에 다시 돌아온 림선규는 예봉을 데리고 역전옆에 있는 자그마한 중국료리집으로 들어갔다.

차시간이 아직 안되여 음식점은 비교적 조용하였다.

림선규는 주머니를 통털어 15전으로 우동 한그릇을 청하였다.

김이 문문 나는 우동그릇이 나오자 림선규는 예봉이앞에 놓아주며 어서 먹으라고 권하였다.

예봉은 도리머리를 치며 그릇을 림선규앞에 밀어놓았다. 림선규는 다시 그 그릇을 예봉이앞으로 당겨놓았다.

《조금이라도 요기를 해야 종화에게 젖을 먹이지 않겠소. 어서 들라구.》

추위와 배고픔에 해쓱해진 예봉을 측은히 바라보며 림선규가 독촉했다.

그러나 예봉은 도로 그릇을 그앞에 밀어놓았다.

《아직 병도 채 낫지 않았는데 어서 들어요.》

우동 한그릇을 놓고 벌어진 눈물겨운 싱갱이질이였다. 결국 차시간이 다될 때까지 우동그릇은 그냥 두사람사이를 오고갔다.

한저가락도 들지 않은 우동그릇을 상우에 그대로 놓은채 그들은 일어섰다.

밖을 나서는 젊은 부부의 뒤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료리집주인의 얼굴에는 진한 동정의 빛이 어려있었다.

홑옷을 걸친채 궂은 진눈까비를 맞으며 역전으로 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처량하게 안겨왔다.

 

*          *

 

《서울까지 갈 차비가 없어 결국 우리는 평양에 주저앉고말았습니다. 그때 평양에는 <희락좌>라는 극단이 있었는데 단장과 배우들은 다 구면들인지라 반겨맞아주더군요. 그곳에서 남편의 약과 내 옷이 해결되여 일시 안착된 생활을 할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결국 아버지와 결별한 후에야 새살림을 시작한셈이군요.》

나의 말에 문예봉이 구슬픈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렇지요. 1937년에야 첫살림을 시작했어요. 돈이 없어 촌에서 소작농하던 시아주버니가 결혼선물이라고 30원짜리 금반지를 사보낸것을 저당잡혀 20원을 받았습니다. 그 돈으로 서울 서대문밖 죽첨동이라는 곳에 세방을 구해놓고 살림도구와 쌀, 나무 등을 사다보니 한달도 못가 돈이 바닥이 났지요. 그런 곤난속에서 살림을 시작했으나 힘든줄도 몰랐어요. 얼마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꾸린 가정입니까.》

문예봉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어렸다. 참으로 고달픈 사랑이라 아니할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사랑의 비극이 과연 문수일개인의 악덕에서 산생된것이겠는가.

문수일을 놓고보면 이러저러한 성격상결함은 있었으나 잘 생긴 미모와 예술적재능이 겸비된 재능아였던것만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였다. 극계에서는 무시할수 없는 존재인것으로 하여 당시 연예인들속에서 일정한 권위도 있었고 일제경찰들과의 눈속임놀음에서도 수가 높아 놈들을 골탕먹인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그러나 돈이 없으면 재능도 극단도 다 무용지물이 되고마는 세상이기에 인간성마저 저버리고 딸의 애정에조차 비극을 창출한 랭혹한이 된것이 아니겠는가. 일제식민지통치의 가혹한 현실이 바로 재능있는 한 연예인을 이토록 몰인정한 인간으로 구겨놓은것이였다.

이러한 체험은 비단 문예봉에게만 한한것이 아니였다.

가장 아름답고 고상한것으로 찬미되는 청춘남녀들의 사랑에조차 금권과 관권이 세월의 마력으로 작용하여 수난의 그 세월 얼마나 많은 비화들이 생긴것이랴.

우리 나라의 첫 무성영화 《월하의 맹세》로부터 5편의 요람기영화에 출연하여 인기를 모았던 리월화가 음독자살로 꽃다운 청춘을 마친것도 사랑의 비극때문이였고 18살 꽃나이에 《운영전》에 출연하여 청초한 화면얼굴로 특색을 보인 리우연, 《암로》, 《숙영랑자전》에 출연하였던 조경희 등도 다 애젊은 나이에 생을 끊어버리는것으로써 참다운 사랑을 짓밟는 세상에 항거하였다.

일제총독부의 촉탁가수를 거절하고 현해탄에 몸을 던진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사랑역시 연예인을 천시하는 완고한 부모들의 반대로 비극적운명을 면치 못하였다.

《황성옛터》를 가슴저미게 불러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리애리수도 그러한 사연으로 음독자살을 기도한바 있었다.

민족수난의 시대에 살다보니 청춘남녀들의 사랑역시 수난을 면치 못하였던것이다.

문예봉의 사랑이야기는 요시꼬에게도 흘러간 세월과 더불어 아물었던 해묵은 사랑의 상처를 헤집어놓았다.

《일만친선의 꽃》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 시절은 청춘도 한창 꽃피던 시기여서 마쯔오까외상의 아들 겡이찌로와의 련애는 그야말로 사꾸라꽃처럼 활짝 피여나는듯 했다.

베토벤의 명곡이 은은히 울리는 자기의 방에서 그와 다정하게 이야기하던 기쁨, 밤공기를 즐기며 산책하던 사꾸라꽃계절, 식사를 같이 하군 하던 히사고데이… 그러나 이름난 외상의 아들이며 데이고꾸대학 법학부 학생이였던 그와의 련애는 하늘과 땅처럼 차이났던 신분과 지체의 장벽을 넘지 못하였다.

몇해안으로 청혼하리라 기대했던 겡이찌로의 입에서는 종시 그 말이 흘러나오지 않았고 언제나 명문가처녀들로 흥성이였던 그의 응접실문은 요시꼬를 위해서는 한번도 열려지지 않았다. 그때의 찢어지는듯한 아픔, 통곡하며 흘리던 쓰라린 눈물…

제국을 위해서는 리향란이 요구되여 인위적으로라도 명성은 높여주었으나 신분은 어디까지나 신분이라는것이 랭혹한 현실이였다.

전후 외무성의 젊은 외교관과의 사랑도 그 신분적장벽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되였다.

나이가 훨씬 우인 비천한 녀배우와 미래가 촉망되는 젊은 외교관과의 파격적인 사랑은 사회를 납득시키지 못하였고 오히려 수치스러운것으로 인정되였다.

요시꼬를 부른 외무성의 관리는 이렇게 훈시하였다.

《그는 아직 채 성숙되지 못한 사람입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이 자기보다 나이많은 녀배우와 결혼하는것을 뉴욕의 유엔주재대표단, 총령사관, 도꾜의 외무성이 모두 반대합니다.》

그러니 사회전체가 그들의 사랑과 결혼을 용납할수 없다는것이다. 전날의 리향란이 아무리 명성이 높았어도 역시 한갖 배우에 불과한 존재가 아닌가. 권력층의 속대사를 읽으며 요시꼬는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았다.

이른바 《만주처녀》로 변신하고 일본에 친선공연을 갔을 때 일찌기 젊은 겡이찌로가 편지에 예언했듯이 제국정책에 롱락당한 자기였고 인제는 쓸모가 없어 버려진 몸이였다.

문예봉은 돈의 마력때문에 사랑의 곡절을 겪었다면 요시꼬자기는 권력의 위력앞에서 비련을 체험하였다.

돈과 권력!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제왕과도 같은 그 위력앞에서 두 녀인의 사랑이라는것은 그야말로 단번에 깨쳐버릴수 있는 가냘픈 유리그릇에 불과한것이였다.

불우한 시대가 불우한 인생들을 낳는다는 말과 같이 돈과 권력의 마력은 두 녀인의 인생에 이렇듯 아물수 없는 사랑의 아픈 추억을 진한 상처로 남겨놓았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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