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1 회)

제 3 장 어둠속의 동쪽

41 

 

곽동수는 성이 독같이 나서 솥뚜껑같은 손으로 앞에 선 두 사나이를 후려갈겼다.

연희는 휘둥그래진 눈으로 지켜보고있었다.

《다시 말해봐!》 하고 곽동수가 따지자 비칠거리던 한사람이 몸자세를 바로하며 대답했다.

《실종되였습니다.》

《뭐야?》

곽동수가 다시 그들의 뺨을 후려치려는데 연희가 매달렸다.

《가만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어봐야 할게 아니예요.》

곽동수는 분을 참지 못해 씨근덕거리며 재촉했다.

《어찌된게야?》

《그때 신문사에서 김기자가 갑자기 뛰여나와 택시에 올랐습니다. 우리가 언제 만류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택시의 뒤를 쫓았는데 웬 화물차가 막아서는 바람에 따라서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몇분정도 지체하다가 뒤따랐는데 그 차가 별안간 안국동근처의 으슥진 골목에 있는 차수리소의 대문으로 들어가는것이 보였습니다.》

《그 다음은?》

《차수리소에 이르자마자 앞뒤문을 막고 들어가 샅샅이 뒤졌는데 빈차만 발견되였을뿐 사람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변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그 수리소는 몇달전에 페업되여 부동산경매에 붙인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낮에 사람을 잃어버렸다고? 그게 말이 돼?》

《사실이 그렇게 됐습니다.》

화가 난 곽동수는 다시 사내들의 정갱이를 걷어찼다.

연희는 가슴이 쾅당쾅당 높뛰였다. 김현철은 이게 마지막싸움이라고 자신을 격려하며 떠나갔다. 그런 그가 무턱대고 알지 못할 택시에 뛰여오를수가 없었다. 과연 신문사정문앞에서 택시에 오른 사람이 그가 맞을가?

혹시 잘못 본것은 아닐가?

김현철의 손전화기도 꺼져있어 통화를 할수가 없었다. 분명 무슨 일이 생긴것이다. 혹시 라경숙수녀에게 어떤 일이 생긴건 아닐가? 그 일이라면 김현철이 경황을 가리지 못할수도 있는것이다. 연희는 후들거리는 손으로 라경숙의 번호를 눌렀다. 제발 그가 라경숙과 함께 있기를 바라며!

하지만 라경숙은 그가 서울에 도착한줄도 모르고있었다.

문득 연희는 홍콩을 떠나 서울로 돌아올 때 최세진에 대해 이야기하던 김현철의 말이 떠올랐다. 친형제와 같은 사이라며 무슨 일이 생기면 그에게 알리고 방조를 받으라고 했었다. 혹시 그에게 간것이 아닐가싶어 김현철이 남기고 간 번호로 전화를 했다. 그러나 최세진도 김현철과는 엊저녁에 마지막통화를 나누었다고 알려왔다.

김현철이 실종되였다는 전화를 받은 라경숙이 강정웅신부와 함께 한달음에 달려왔다.

최세진도 만사를 제쳐놓고 뛰여왔다.

연희에게서 사연을 들은 장필성도 곧장 호텔로 찾아왔다.

《신고는? 실종신고는 했어요?》

라경숙은 사색이 되여 물었다.

《예, 방금 경찰에 의뢰했습니다.》

《뭐라고 해요?》

《최선을 다하는중이니 기다려보랍니다.》

《택시에 대해서는 알아보았어요?》

《오늘 아침에 도난당한 차량이였다고 합니다.》

《아무런 실마리도 없는가요?》

《아직은 없습니다.》

누군가가 김현철이 신문사에서 나와 대체 어디로 급히 가려고 했을가 하고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러자 장필성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게 오려고 했을겁니다.》

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그에게로 쏠렸다.

장필성은 자책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신문사에서 김기자가 내게 전화를 했었습니다. 기사가 곧 나가게 된다고 말입니다. … 나는 김기자를 만나고싶다고 하였고 그도 우리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그게 마지막전화였던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왜 현철씨를? …》

연희가 의아해하자 장필성은 그의 눈길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그에게 속죄하고싶었다.》

《속죄?!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버지가 현철씨에게 무슨 용서를 빈다는거예요?》

연희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장필성은 얼굴색이 컴컴해져 바닥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하필 이런 때에…》

라경숙은 원망을 감추지 않았다.

강정웅이 조용한 말로 라경숙을 위로했다.

최세진은 주먹을 부르쥐며 말했다.

《시급한것은 현철군의 생명입니다. 그가 실종된 경위의 전모를 파악하는게 급선무입니다.》

그때 연희는 김현철이 남기고 간 마지막말을 기억해냈다.

《만일에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이 자료들을 언론계에 뿌리십시오. 언론과 소통이 잘 안되면 인터네트에 올리도록 하십시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김현철의 실종은 그가 남기고 간 자료와 련관이 있을수도 있었다. 그를 유괴한자들은 이미 홍콩에서부터 그의 뒤를 쫓던 끈질긴자들일것이다.

그자들은 외국에서 대낮에 총격전까지 벌려놓았었다.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행동하는 리유는 그가 알아낸 자료들이 세상에 공개되지 못하게 하자는것이였다. 그러니 그가 연희에게 맡긴 자료야말로 그자들의 목을 조이는 올가미가 될수 있었다. 연희는 급히 안방으로 들어가 그가 남기고간 자료들을 들고나왔다.

연희는 자료들을 내놓으며 말했다.

《현철씨가 이것을 넘겨주면서 남기고 간 말이 있었어요. 만일 자기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선 이걸 신문사에 넘기든가 그것이 불가능하면 인터네트에 공개하라고 말이예요.》

모두 함께 김현철이 취재한 록음을 듣고 홍콩에서 가져온 자료들을 보았다.

마지막자료까지 꼼꼼히 읽고난 장필성이 말했다.

《김기자가 내게 전화를 할 때 신문사의 부장에게 이미 원고를 제출했고 이제 증빙자료만 보충해주면 된다고 하였었습니다. 그러니 이 기사의 결속과 발표는 내가 맡도록 하지요.》

라경숙도 강정웅도 그게 빠르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연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그건 안됩니다.》

순간 장필성의 가슴은 아팠다.

《왜, 아직도 나를 못 믿느냐?》

《그런게 아니예요.》

연희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예감이 좋지 않아요. 그 신문사앞에서 현철씨가 랍치되였어요. 백주에 그를 유괴한자들이 무슨짓인들 못하겠나요. 어쩌면 그 신문사가 함정일수도 있어요.》

딸의 말을 음미해보던 장필성은 신문사의 동료에게 전화를 하였다. 몇분후 통화를 마치고난 그가 말했다.

《저애의 말이 옳습니다. 이미 신문사들에는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편파보도를 하지 말고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답니다. 당국의 보도지침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이지요. 신문사의 국장, 부장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압니다. 살얼음우를 걷듯이 겁이 많고 조심스럽게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이 자료들을 신문사에 넘길수는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다른 신문사에 넘겨주는건 어때요?》

장필성은 머리를 저었다.

《아마 선거를 구실로 전반적인 언론통제가 들어갔을겁니다. 때문에 헐치 않을겁니다.》

《그럼 인터네트에 공개하는것도 불가능할가요?》

연희가 묻자 장필성은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때 최세진의 단호한 목소리가 울렸다.

《내가 적중한 사람을 하나 알고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최세진은 말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저와 민주화운동을 해온 친구입니다. 지금은 신문사에서 편집부장으로 일합니다. 그도 현철군을 잘 알고있습니다. 결코 후과가 두려워 진실을 외면할 친구가 아닙니다.》

최세진이 그 사람의 이름을 대자 장필성도 이미 알고있는듯 머리를 끄덕이며 지지했다.

《옳습니다. 그 사람이라면 믿을수 있습니다.》 하면서도 장담하기 어렵다는듯 다시 물었다.

《하지만 과연 실수없이 해낼가요? 이런 일에서의 실수는 비싼 대가를 치르는 법이지요.》

최세진은 잠시 아무말없이 앞을 주시할뿐이였다. 그의 눈빛속엔 비장한 그 무엇이 비껴있었다.

《뚫고나가야 합니다. 현철군은 생명을 무릅쓰고 진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순간에 와서 이쯤한 난관앞에서 주저한다면 우리는 현철군을 볼 면목조차 없을것입니다. 우리모두가 힘을 모아 현철군을 구원해내야 합니다.》

그의 말에 공감하듯 방안은 물을 뿌린듯 고요해졌다.

최세진이 헌헌히 웃으며 말을 계속하였다.

《난 현철군이 자랑스럽습니다. 그와 친구이고 동지라는 사실이 긍지스럽습니다. 현철군이 자기의 귀중한 생명을 바쳐 이 땅에 남기고저 한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정의이고 진리이며 량심입니다.》

최세진의 강변은 무거운 사명감으로 모두의 심장을 내리누르는듯 했다.

장필성의 시뻘겋게 피발이 선 눈이 그 어딘가를 무섭게 노려보며 번뜩이고있었다.

한편 연희는 살을 베는듯이 쓰리고 괴롭고 안타까웠다.

(지금 현철씨는 어디에 있을가? 얼마나 무섭고 두려울가? 한시바삐 현철씨를 구출해야 해. 그게 가장 선차적이고도 중요한 일이야!)

그는 홍콩에서 가져온 모든 증거와 자료들을 남겨둔채 곽동수를 찾아 밖으로 뛰여나갔다.

 

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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