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 회)

24

 

김일성동지께서는 려관 2층건물앞에 서시여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시계바늘은 10시 30분을 가리켰다. 강건이네들이 도착할 시간이 되였다.

이국땅에서 고생하는 전사들이 그립고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할 전략전술적방략을 세워주기 위해 길동분구의 지휘성원들을 부르신것인데 강건은 주보중이 연길에까지 와서 동행하기를 청한다는 사실을 보고해왔다. 뜻밖의 일이였다. 무등 반가우셨다. 그때문에 계획되였던 현지지도일정을 앞당겨 끝내고 회합장소로 정한 남양에 오시여 기다리시는것이였다.

그이께서 돌아보신 국경연선 도들에서는 많은 성과를 보았다. 우선 청천강과 삼교천의 수선공사가 완공단계에 이르렀다. 그간 강량욱은 현지에 나와살았다. 보고를 들어보면 도와 중앙의 일부 무책임한 사람들이 그에게 성화를 먹였다고 한다. 그래도 배심있게 공사를 내밀었다. 올여름부터 제기되는 물동수송을 원만히 보장할수 있게 된것도 기쁘셨지만 하느님의 계시가 아니라 혁명의 요구에 충실한 강량욱의 모습을 보시게 된것이 더 기쁘셨다.

남양으로 오시기 직전에 김책과 함께 돌아보신 함흥과 청진에 있는 공장기업소들의 운영에서도 그간 적지 않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았다. 특히 진남비료공장은 토지개혁으로 생산열의가 한껏 높아진 농민들에게 비료를 원만히 보내주어야 할 절박한 실정이지만 생산의 편파성을 극복하지 못하고있었다. 전기와 석탄을 비롯한 동력과 원료의 부족으로 공장이 돌아가는 날보다 멈춰서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런 형편에서도 동북에 보내줄 황색폭약생산대책은 철저히 세워야 했기에 김책을 그곳에 떨궈두고 서둘러 남양으로 떠나오신 길이였다.

그이께서는 눈앞에 바라보이는 두만강에 시선을 얹으시였다. 감정이 별스러우셨다. 압록강과 두만강변의 그 어느 고장인들 그렇지 않으랴만 정든 고국땅을 등지고 정처없이 흘러가던 동포들의 피눈물자국이 이 남양땅에는 더 많이 찍혀있다. 떠나가서도 선조의 땅과 한치라도 가까운 곳에 살고싶어 그네들은 연길과 왕청, 훈춘 등지의 연변지구에 은거지를 정했는데 그런 사람들이 수백만을 헤아린다. 그들의 운명이 당장 국민당반동들의 위협을 받게 되였다. 적을 물리치지 못하면 《경신년대토벌》때처럼 참혹한 략탈과 살륙을 겪게 될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혁명의 마지막보루가 무너지고 조국의 북변이 준엄한 최전선으로 될것이며 조선과 중국을 반쏘, 반공기지로 만들려는 미제의 흉악한 목적이 실현될수도 있다. 결국 연변지구를 고수하고 그를 지탱점으로 동북을 해방하는것은 우리 나라와 중국, 나아가서는 동북아시아와 전세계의 평화를 보장하는 투쟁이다.

금시 비가 쏟아질듯 흐린 날씨다. 변덕스러운 이른 봄날은 따스하다가도 이렇게 을씨년스럽기도 하다. 남풍이 불 때면 아지랑이를 피워올리다가도 북풍이 불어치면 찬기운을 몰아와 봄이 결코 자연이 거저주는 선사품이 아님을 시위하려는듯싶다. 그러나 봄은 오고야마는 법이다.

장군님!》

강상호가 나직이 불렀다. 그이께서는 상념에서 깨여나셨다. 봇나무가 서있는 정문으로 승용차 한대가 달려들어왔다. 차문이 열리기 바쁘게 군복입은 여러사람이 서둘러 내려섰다.

김일성동지!》

맨먼저 두팔을 내펴들고 엎어질듯 달려오는 사람은 남달리 우람한 체구를 가진 주보중이다. 그의 뒤를 강건과 박락권이 따라섰다.

가까이 다가온 주보중의 눈굽에는 벌써 물기가 번들거렸다.

김일성동지께서도 몇걸음 마주 걸어나가셨다. 뜨거운 포옹! 거칠한 두볼이 이상스럽게도 그이의 마음을 후덥게 했다.

《주보중동지!》 하고 부르셨으나 목이 메여 쉽게 말씀을 이을수 없으셨다. 북만의 거치른 빙설천지에서 부상당한 몸을 지팽이에 의지하고 선 그와 포옹하던 때처럼 불같은 정이 심중에 끓는것을 느끼셨다. 팔소매를 한겹 접어올린 팔로군복장의 가슴팍에서 초연내가 물씬 풍기는듯 하여 숨을 크게 들이쉬시였다. 가슴이 후련히 열리는것 같으셨다. 주보중과 함께 라자구와 왕청일대에서 일제군경을 답새기던 때의 희열이 되살아나고 깊은 감회가 만조의 바다처럼 그들먹이 차오르는것이였다.

《수고로이 오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주보중도 걷잡을수 없는 감격에 큰 눈을 슴벅이며 그이의 두손을 세괃게 움켜잡고 자꾸 흔들어댔다.

존경하는 김일성동지! 정말, 정말 그리웠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을 치르느라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습니까.》

《아닌게아니라 힘에 부칩니다. 김일성동지께서 지지성원을 보내주시지 않았다면 벌써 쓰러졌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주보중이 믿을데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힘이 났습니다. 사람이 믿을데가 있으면 하늘도 이긴다질 않습니까, 허허…》

《지나친 겸양의 말씀을 하십니다. 만난고초를 주저없이 이겨내는 주사령의 완강한 의지야 어디 가겠습니까.》

밝은 웃음을 짓고 말씀하셨으나 눈물이 번들거리는 주보중의 얼굴을 보고서는 정말 이 억척같은 사나이의 마음이 약해진게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드시였다.

고집스럽고 괴벽하기로 유명한 운남의 백족출신인 주보중을 두고 사람들은 완고하다고 말해도 그이께서는 견해를 달리하셨다. 자기 나라와 민족, 혁명에 대한 충실성이 남달리 높기때문에 적의 흉탄도, 모진 굶주림도 쓰러뜨릴수 없는 이깔같은 의지를 지닌것이다.

실지 그는 강한 의지력으로 한생을 꿋꿋하게 살았다. 가혹한 운명의 시련도, 검질긴 병마도 강의한 이 사나이앞에서는 무력했다. 심장병으로 운명하는 마지막날까지 심혼을 기울여 《동북항일유격전쟁과 항일련군》과 같은 두터운 책을 써내여 시련과 고난속에서 단련된 사람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를 그가 증명해주었다.

그러나 그 시각 비구름이 낮게 드리운 남양에 도착한 주보중의 몹시 초췌해진 모습은 김일성동지의 가슴을 저릿하시게 했다. 원동에서 헤여질 때보다 퍽 수척해진 그 모습을 보시고 동북전쟁의 가렬성과 민주련군이 겪고있는 곤난의 엄혹성을 짐작하실수 있었다.

그이께서는 용솟는 련민의 정을 애써 누르시고 주보중의 뒤켠에 서있던 강건과 박락권의 인사를 간단히 받으신 다음 중국손님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였다. 그처럼 만나고싶었던 전사들과는 오히려 상봉의 기쁨을 나눌 겨를이 없었다.

수인사끝에 국경려관의 아치높은 현관문을 손수 열고 주보중을 안내하시였다.

안침진 방에 모두 둘러앉았다. 격식이 따로 없는 회합이였다.

주보중이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렸는데 시종 눈물에 젖어 축축한 눈으로 그이를 우러르며 말을 이어나갔다.

존경하는 김일성동지, 조선에서 막대한 지원을 주었기에 우리는 지금 미국의 지원을 받는 국민당반동파와의 격전에서 일련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비록 적들이 30만이 넘는 대병력을 증파해서 동북의 주요도시들을 거의 점령했어도 민주련군은 김일성동지께서 단동에 오시여 가르쳐주신대로 농촌지역들에 공고한 지반을 꾸리고 적들과 완강히 맞서고있습니다. …》

여기까지 말하고서는 말귀를 찾지 못한듯 주춤했다. 무슨 말인지 더 하려다가 끝내 잇지 못하고 입술만 감빨았다. 그이께서 많은 무기와 탄약, 폭약과 피복을 보내주시고 군사인원들로부터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성심성의의 지원을 해주셨는데도 사평사태를 수습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자신이 민망스럽고 죄스러웠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주보중의 마음을 눙쳐주고싶으시여 일부러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민주련군의 성과이자 우리의 성과입니다. 더 큰 성과를 바랍니다. 참, 왕일지동무는 건강합니까?》

그 물으심에 주보중은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대답은 쾌활했다.

《예, 이거 정말 내가 점점 주책머리없어지는가 봅니다. 김장군님께 자기 인사를 올려달라던 그 사람의 신신당부를 그만 잊고있었군요. 그는 잘있습니다. 김일성동지를 만나뵈옵거들랑 꼭 김정숙동지의 안부를 문의해달라고 몇번이나 부탁하더군요.》

김정숙동무는 주보중동지의 부부가 싸움터에서 고생하는데 외동딸 주위가 어디서 밥이나 제대로 먹고있는지, 앓지는 않는지 모르겠다고 늘 걱정합니다. 그는 매일 동북전쟁형편을 관심하면서 우리 동무들만 아니라 중국동지들의 신변안전에 대해 마음을 놓지 못합니다. 혁명동지들에게는 죽음이라는게 있어서는 안된다는것이 그의 소원인것 같습니다.》

그이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주보중의 입귀도 약간 쳐들렸다. 깊은 회억에 잠긴 그의 목소리는 느릿느릿 이어져갔다.

김정숙동지의 숭고한 사랑은 억척바위도 녹인다는걸 나는 항일전쟁때부터 조선동지들과 시련을 함께 헤쳐오면서 체감했습니다. 어쩌면 김장군을 따르는 조선동지들은 그처럼 하나같이 뜨겁고 인정이 깊은지, 또 헌신적이고 용감한지 다년간 함께 투쟁해오지만 난 늘 감탄하게 됩니다.》

화제가 이렇게 흐르자 조성된 난국앞에서 일시 무거워졌던 주보중의 마음도 자연스러워졌다. 이때를 기다리셨던듯 김일성동지께서는 두팔을 벌려 탁자를 짚으시고 우선우선한 음성으로 본론을 펴시였다.

《우리 조중 두 나라 혁명가들의 동지적사랑과 의리는 그렇듯 깊고 뜨거운것입니다. 동지적인 사랑과 의리를 당할 힘은 세상에 없습니다. 자, 그럼 전선형편을 들어봅시다. 여러 경로를 통해 일정한 파악은 가지고있습니다만 주보중동지의 견해를 알고싶습니다.》

주보중은 이미 준비해가지고온 동북지도를 서둘러 탁자우에 펴놓았다. 적아쌍방의 무력배치와 기동정형을 구체적으로 표기한것인데 꼼꼼한 진광참모장이 그려넣은 부호들이 가득차있어서 뭐가 뭔지 쉽사리 분간할수 없었다.

그는 될수록 구체성을 보장하느라 애쓰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래 길게 말하는 성미가 아니였으나 내심과는 다르게 말이 구구하게 길어졌다. 특히 사평계선사태에 대해서는 한 말을 곱씹으면서 정황을 충분히 표현할수 없어 안타까와했다.

《괴멸… 괴멸입니다, 이런 사태를 방임해둔다면… 실질적인 대책안이 필요합니다.》 하고는 주머니에서 두툼한 손수건을 꺼내여 이마의 흥건한 땀을 닦았디.

그가 짚어가는 지도를 주시하시던 김일성동지께서 시선을 드시였다.

《전선형편이 아주 긴장하구만.… 적들이 사평지구의 부대들을 포위하고 섬멸하려는 조건에서 어떤 전략전술적대책안을 세웠습니까?》

주보중은 뒤더수기를 긁었다.

《신통한게 없어서 야단이 아닙니까. 연안에선 장춘과 할빈을 견결히 지켜내라고 요구했는데 장춘엔 벌써 적들이 들어왔지, 우린 싸움 한번 못해보구 쫓겨났구… 국민당군은 계속 증강되는 군세를 믿고 파죽지세로 밀고들어오니… 글쎄 관내에서 만리장성을 넘어서 진군해오는 팔로군주력의 행동을 용이케 하자고 파견했던 따거 아니이니, 련합동탄장까지 포위속에 묶이운것 같은 판인데… 이렇다할 대책안도 없어서 난감할뿐입니다.》

《련합동동무가 련대장을 한다구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사뭇 놀라시였다.

《예, 그렇습니다.》

주보중의 대답에 그이의 놀라움은 대견함으로 바뀌였다. 정찬 미소가 그이의 만면에 물결쳤다.

《보십시오, 전쟁이 사람을 얼마나 장하게 만듭니까. 련합동동무가 얼마나 장하게 자랐습니까. 벌써 련대장직무를 감당한다니… 시련속에서 단련된 그런 동무들은 적들속에서도 고립무원하지 않을것입니다. 반드시 승전의 출로를 찾아내고야말지요. 주보중동지가 정말 사람을 잘 키웠군요.》

김일성동지, 련합동탄장이야 원체 김일성동지께서 키우신 사람이 아닙니까. 십년세월을 항일전쟁속에서 품들여키워 넘겨주신 사람인데… 그런데 이 미련한 놈은 그런 사람을 사생을 예측할수 없는 험지에 떠밀어넣었습니다. 료리칼을 쥐였던 그 보배같은 손에 글쎄 국민당군을 버일 칼을 들려서 말입니다.》

주보중의 목소리는 처절했다.

《백전로장인 주보중동지가 웬일입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계속하셨다. 《나는 주보중동지를 생각할 때면 운남성의 그 수닭이야기가 떠오르군 합니다. 그처럼 용감한 수닭이 이처럼 극히 감상적인 심경에 빠져서 위세를 잃을 때가 있으리라곤 정말 생각못했는데요?》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시는 그 말씀은 험악한 정세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것이였지만 주위사람들의 마음을 이상하리만큼 흔들어주었다. 주보중마저 벙글서 한 입귀에 어줍은 미소를 지었다.

수닭이야기란 원동훈련기지에 있을 때 주보중이 그이께 들려드린것이다.

어느날 군정훈련의 여가시간에 운남성의 풍속을 이야기하면서 닭싸움명절정경을 그럴듯하게 설명했었다.

중국 서남부변방인 운남성에는 주보중의 고향인 만교진이 있다. 옛날 닭을 치면서부터 번성했다는 연유로 닭을 숭배하는 그 지방에는 닭을 믿고 가정을 추세운다는 격언까지 전해져온다. 그곳 사람들은 음력으로 2월 8일이 되면 새 옷단장을 하고 제 집 수닭의 목에 붉은 띠를 둘러가지고 닭싸움을 붙이는데 그 광경이 볼만하다. 주보중은 국난을 타개하는데서 수닭따위를 믿을수는 없지만 적을 물리치는데서는 수닭처럼 용감하겠노라고 열정적으로 다짐했었다.

(그런데 막상 국난이 닥쳐오자 아무런 방책도 못 세우니 나는 분명 용감한 수닭이 아니라 시라소니였구나.)

그의 속마음을 아신듯 김일성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신채 말씀을 이으시였다.

《사태는 심각해도 비관할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아군의 제반 조건을 정확히 타산한데 기초해서 적의 기도를 파악하고 전략전술을 바로세우면 어떤 국난도 헤쳐나갈수 있습니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국민당의 대군이 동북에 밀려드는것은 중국혁명수행에 더없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준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예?!》

주보중은 어안이 벙벙해서 턱을 쳐들었다. 그이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리해할수 없었다. 적의 대군이 밀려드는 바람에 조성된 엄혹한 정세때문에 당혹하여 전전긍긍하는 판인데 그것이 유리한 환경으로 된다니 잘못 듣지 않았나 해서 자기 귀를 의심하게 되는것이였다.

혹시 롱담하신것이 아닌가?

그이의 안색을 지그시 살펴보았다. 담소하고계셨으나 롱담을 하시는것 같지는 않았다. 롱담과는 어울리지 않을 너무도 심중한 환경이였다.

강건과 박락권도 긴장한 표정이였다.

《왜 그런가 하면》 김일성동지께서 계속하시였다. 《우선 고난속에서 련합동동무와 같은 숱한 혁명가들이 성장하고있습니다. 게다가 수많은 적들이 밀려드는것은 현대적인 무장장비들이 동북땅에 많이 들어오는것으로 되는데 이것은 중국공산당군대를 무장시키기 위한 좋은 원천으로 됩니다. 항일전쟁의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적을 치면 적의 무기는 아군의것으로 됩니다. 적을 많이 치면 칠수록 그만큼 많은 무기를 얻게 될것이니 모든 부대들에서 적의 무기를 빼앗아 무장을 갖추기 위한 투쟁을 적극 벌리면 종당엔 중국공산당군대가 현대적인 무장장비를 갖출수 있게 될것입니다. 역경일수록 신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허허허… 과시!…》

무겁던 시름을 연기처럼 날려보내며 웃음소리가 터졌다. 모두 웃었지만 주보중의 웅글은 웃음소리가 유표했다. 그는 엄지손가락을 펴들고 내흔들었다.

《천만번 지당한 말씀입니다. 김장군은 역시 하늘이 낸 명장입니다.》

그이의 현명한 말씀을 그 이후의 변천되는 형세가 증명했다. 중국인민해방군이 료심결전을 성과적으로 치르고 전동북을 해방했을 때 모택동은 동북민주련군을 념두에 두고 《제일 허약했던 제4야전군이 이젠 제일 부자요. 전군적으로 제일 그쯘한 장비를 갖추었단 말이요!》라고 하면서 기뻐했다. 미국이 장개석에게 쥐여주어 동북에 보낸 현대적인 무장장비들은 고스란히 민주련군의것으로 되였다. 민주련군 전사들까지도 장개석은 《훌륭한 공급부장》이라고 우스개소리를 하군 했다. 결국 김일성동지의 말씀은 멀지 않은 앞날에 현실로 된것이다.

그이의 말씀은 계속되였다.

《나는 단동과 통화, 심양, 길장지구로 진공하는 국민당군대가 사평에서 포위망을 형성하고 림강과 료남지구로 여러차례나 공격해오는것을 봐서 적들의 기도가 사평에서 포위된 아군주력부대를 섬멸할뿐아니라 장차 남만을 완전히 틀어쥔 후 동만과 북만까지 일거에 점령하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심채택을 잘못하면 돌이킬수 없는 후과를 산생시킬수 있습니다. 우리는 동북의 그 어느곳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사평에 있는 부대들을 구출하여 안전하게 후퇴시킬수 있는 효과적인 방책을 세워야 하는것입니다. 방도는 무엇인가. 그 하나는 바로 여기…》

그이께서는 붉은색작전연필을 드시고 확신성있게 지도의 어느 한 지점을 꾹 짚으시였다. 그 손짓이 얼마나 믿음성있게 보였던지 주보중에게는 모든것이 그이의 억척같은 손길밑에서 움직이는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짚으신 지점은 연길에서 서북쪽으로 3백리쯤 되는 곳인데 주보중이 너무도 잘 아는 지대였다. 장춘에서 구대를 지나 돈화, 연길쪽으로 뻗어온 철길이 통과하는 길목을 막고 천험의 요새로 솟아있는 산발들이 그의 눈앞에 언듯언듯 지나갔다.

《여기 할바령을 중심으로 한 로야령산줄기와 송화강계선에서 적의 침공을 결정적으로 좌절시키는것입니다. 이 계선에서 적을 막아내지 못하면 동북의 해방지구들이 서로 갈라지게 되고 결국 아군력량이 분산되여 각개격파당할수 있게 될것입니다. 그러나 이 계선을 완강히 지켜내기만 하면 적의 북진기도를 파탄시키고 형세를 아군에 근본적으로 유리하게 전환시킬수 있게 됩니다.

이 계선을 지켜낼수 있는가? 있습니다. 우리들모두가 잘 알고있는바와 같이 이곳은 우리가 항일전의 나날에 지반을 다져놓은 곳입니다. 또 우리는 이곳의 산 하나, 강과 골짜기 하나하나도 손금보듯 하고있습니다. 하지만 남방에서 끌려온 국민당군은 이곳에 군중적토대가 없고 지리에도 밝지 못합니다. 이것은 아군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되여 령활한 전법으로 적을 마음껏 족칠수 있게 해줍니다. 우리는 바로 여기…》 그이께서는 팔을 힘있게 펴시여 손끝으로 동북지도의 산줄기들을 쭉 훑어내리시였다. 《할바령을 중심으로 한 로야령산줄기와 송화강이북지역 그리고 그 서남부의 지형적특성에 맞게 송화강계선에 방어진지를 굴설하고 적의 공세를 짓부셔버림으로써 아군이 반공격에로 이행할수 있는 돌파구를 열어야 합니다.》

적아간의 력량관계와 정황에 맞게 병력의 집중과 분산을 능동적으로 조직하며 견고한 진지에 의거한 완강한 방어전과 적배후타격전을 효과적으로 배합하는것과 같은 다양한 전법들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설명하시는 그이의 가르치심에 주보중을 비롯한 좌중의 모든 사람들은 진지한 청강생들처럼 심취되였다.

《이렇게만 하면 남만으로 진공해오는 적들은 자연히 독안에 든 쥐신세가 될것입니다.》라고 하시며 두손을 마주 붙여 독아구리를 형용해보이시는 그이를 우러르며 웃음을 머금던 사람들이 다음말씀에 긴장되여 얼어붙었다. 김일성동지께서 연필을 쥔 주먹으로 지도우의 서북쪽 어느 한 지점을 꾹 짚고 결단성있게 언명하신것이였다. 그곳은 장춘이였다.

《당면하게는 동만부대가 주동이 되여 여기! 장춘을 쳐야 합니다.》

주보중의 짙은 눈섭이 꿈틀했다. 놀라움과 의문, 의문과 놀라움이 엇갈렸다. 뭐라 말하려 했으나 가슴속의 충격을 표현할 길이 바이 없어 입술만 움지럭거렸다.

《지금 사평으로 공격해나가 주력부대를 구출해야 한다는 론의도 있다는데 그것은 주동적인 공격이 못됩니다. 포위된 부대를 구출할 방도는 오직 하나, 피동적인 공격이 아니라 주동적인 공격에 있습니다. 적이 사평에 진을 쳤대서 사평에 가서 전투를 벌려놔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것은 적에게 끌려다니는 피동적인 공격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주동적으로 장춘을 타격하면 사평계선에 형성된 적의 포위환이 자연히 풀릴수밖에 없게 되고 포위에 빠진 아군주력부대의 퇴로가 열릴것이며 팔로군주력부대와 함께 련합동련대도 구원될것입니다.》

그이께서 확신성있게 부언해주시여서야 주보중은 비로소 그이의 작전적의도를 선명하게 리해할수 있었다. 탄복의 불길이 일어번져 흥분으로 얼굴이 불깃해졌다. 서둘러 감탄의 말을 꺼냈으나 온전히 이어지지 않았다.

《정말… 명안입니다. 정말… 정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람의 흥분이 극도에 달하면 말로 할수 없는 의사표현을 행동으로 하게 되는 법이다. 그는 두손을 가슴앞에 모아쥐고 허리굽혀 인사드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두손을 힘있게 잡아주시였다.  뜨거운 그 무엇이 혈관을 타고 흘러드는것만 같으셨다. 생사를 같이한 전우의 정은 마음을 하나로 되게 해주는 가장 훌륭한 접착제인것 같았다.

《정말 김장군의 작전술은… 제갈량이 백천인들 김장군의 용병술을 당해내겠습니까.》

주보중의 격찬은 북받치는 감정에 비해 말재간이 형편없이 서툴러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회합에서는 다량의 무기와 군복을 지원해주는 문제로부터 성냥과 소금을 비롯한 생활용품보장문제까지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되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몇백년이 간들 어떻게 다 갚겠습니까. 김장군은 하늘이 낸 명장이시면서도 그 하늘을 다 담을만 한 도량을 지닌 위인이올시다. 조선의 형편도 그지없이 어려울텐데… 명안을 주시고 전략물자까지…》

주보중은 긴박한 동북형편을 봐서는 꼭 요청드리고싶으나 너무 체면없는것 같아 애써 마음속에 꾹 눌러두었던 물자지원문제를 그이께서 론의해주시고 해결해주시자 기쁜 한편 미안스러워 큼직한 두손을 무릎 아래서 석석 비비였다.

《사실로 말하면… 우리 나라의 형편도 말할수없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기를 희생시킬 각오가 없이야 어떻게 형제들을 돕겠습니까. 무기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앞으로도 무기와 탄약을 계속 보내주겠습니다. 우리가 아는데 의하면 민주련군에서 제일 큰 애로로 되는게 포가 없는거라고 합니다. 민주련군부대들의 포무력을 꾸리는데 모체로 될수 있는 포병대와 공병부대도 무어 보내주겠습니다. 우리 인민은 중국공산당과 인민들의 일을 자기의 일처럼 생각하면서 모든것을 아끼지 않고 최대의 지원을 줄것입니다. 주보중동지도 여러 기회들에 느꼈겠지만 우리 인민은 정말 좋은 인민입니다.》

그이의 말씀은 커다란 공명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였다. 시련많은 항일의 혈로를 함께 헤쳐오면서 그이의 비범함에 늘 머리숙이던 주보중은 이 순간도 가슴뜨거움을 체험했다. 하여 또다시 머리를 숙이며 진심으로 되는 감사를 드렸다.

《정말 훌륭한 전사들을 수많이 파견해주시고 이렇게 지원의 손길을 보내주시니 이 고마움에 어떤 인사를 올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소탈하게 웃으시였다.

《그렇지 않아도 모택동동지와 주은래, 주덕동지를 비롯한 중국공산당 중앙과 동북국에서 여러차례나 인사를 보내왔습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모든 일이 잘되는데 있습니다. 얼마전에 동북국에서 요청해온대로 연변에 우리 일군을 파견해주려고 합니다. 내 생각에는 연변에서 나서자랐고 문무에 밝은 림춘추동무를 보내면 어떨가 하는데 그 문제도 인차 해결될것입니다.》

이제는 회합을 끝낼 때가 되였다. 작전안도 명확히 세워졌고 제반문제들도 완전한 해결을 보았다. 막연하던 모든것이 안개걷힌듯 명료해졌다.

주보중은 백배사례하는 심정으로 작별인사를 드렸다. 그러고나서도 헤여지기가 무척 섭섭해서 선듯 걸음을 옮겨놓지 못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주보중을 다시 포옹하시였다. 포연내가 물씬 풍겨나는듯 한 어깨에 볼을 대이니 《길은 여러갈래지만 대문은 하나다》고 하면서 웃음으로 리별의 아쉬움을 달래며 헤여지군 하던 항일전장의 광경이 눈앞에 선히 떠오르셨다. 그때처럼 웃으며 헤여지고싶으셨건만 주보중은 그답지 않게 눈물이 그렁해서 그이만을 우러르며 발길떼기를 주저하고있었다. 그럴수록 애틋한 정이 그이의 마음속에 자꾸만 솟구쳐올라 가슴이 찌르르해나셨다.

주보중도 그랬지만 김일성동지께서도 헤여지기가 아쉬우셨으나 동북전장이 시간을 다투고있어 이제는 헤여져야만 했다.

그이께서는 무엇인가 더 위해줄것이 없겠는가 하는 생각에 주보중을 이윽토록 바라보시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주보중동지! 앞으로 동북해방작전이 심화되면 어려운 문제들이 더많이 제기될것입니다. 그럴 때면 서슴지 말고 요구하십시오. 그리고 외동딸 주위도 우리가 맡아키워주겠으니 평양으로 보내십시오. 주보중동지의 부부가 혁명사업으로 바쁘겠는데 주위를 키우느라 힘들것입니다. 김정숙동무도 그 애를 기다리고있습니다. 딸걱정은 하지 말고 일에 전념하십시오. 왕일지동무에게도 그렇게 전하십시오.》

김일성동지!》

주보중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말로는 대신할수 없는 뜨거운 정이 그의 마음속에 격랑쳐흐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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