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 회)

제 2 편

제 5 장

2

 

공장직맹위원장이 하루밤 문을 닫아걸고 짰다는 경기종목의 특색은 씨름, 바줄당기기, 그네뛰기, 장기, 윷놀이 등 민속놀이와 민족체육종목이 많은것이였다. 축구, 배구, 롱구를 비롯한 구기종목들은 이미 대밑에서 준결승까지 쪽을 내고 당일 경기마당에는 결승전만을 올려놓았다. 쿵쿵-챙챙, 품빠 품빠…

기발들이 펄럭이고 고깔모를 쓴 응원대장들이 관람석앞을 시계추처럼 오가며 온갖 희한한 동작을 다 펼쳐놓았다. 체조선수처럼 벌떡벌떡 몸을 뒤집는가 하면 손짓 한번으로 수백명이 모여앉은 응원석을 쫙쫙 갈라놓고 일시에 고함소리를 뽑아내기도 하였다.

경기에 앞서 분렬행진이 시작될무렵 뜻밖에도 연형묵이 경기장에 나타났다. 그의 건강상태를 놓고 이런저런 말이 돌아가던 때라 모두가 놀랐다. 연형묵은 자기에 대한 소문이 모두 그릇된것이였다는것을 증명이나 하듯 씩씩한 걸음새로 주석단에 올랐다.

그리고 공장일군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날밤 세멘트방통을 끌고 출장지에서 돌아온 권하세가 《혁신》팀을 이끌었는데 리정은 그 팀에 배속되였고 최수광은 《비약》팀에 속하였다. 연형묵도 원래는 어느 팀에 배속되겠다고 했으나 그러지는 않고 여러 경기종목들의 심판으로 나섰다.

최수광이 속한 《비약》팀이 점수가 큼직큼직한 구기종목들의 우승을 거의다 따낸 시점에서 총경기점수를 좌우한다고 볼수 있는 씨름경기가 벌어지게 되였다. 량팀에서 각각 5명씩 출전하여 승부 2 대 2를 기록한 가운데 마지막으로 나온 선수들은 리정과 최수광이였다. 경기는 단판승이였다. 이게 볼만 한 경기라고 선참으로 달려온 《혁신》팀 상모잡이가 목을 횅횅 잡아돌리며 떠들썩했다.

《히야, 힘장수와 꾀장수가 붙었구나!》

모래를 편 씨름터에 사람들이 바자를 두르듯 촘촘히 모여섰는데 뒤에서 그냥 발돋움을 하며 밀고들어와 둥그런 원이 흐물떡흐물떡하며 불안하게 꿈틀거렸다. 연형묵이 주심을 맡아 경기열이 더욱 고조되는것 같았다. 붉은색샅바를 두른 최수광이 모두발을 탕탕 구르며 입장하자 사람들속에서 와 하는 환성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느덧 쉰고개를 바라보는 그였지만 뚝 부르걷은 팔뚝에는 아직도 힘살이 불끈불끈했고 실한 목덜미에는 닭알을 한알 꾹 박아넣을수 있을것 같았다. 그에 비하면 몸매가 버들같은 리정이 청색샅바를 두르고 어깨를 주무르며 걸어나왔다.

《에구, 책임자어른은 꼭 구지골부업밭을 도륙낸 곰같수.》

어느 새망스런 아낙네의 넉두리에 웃음판이 터졌다.

《쩌쩌, 모르는 소리는… 대나무가 굵어서 멜대라던가. 저 청샅바가 보기엔 회친회친해도 우산살같은 강기가 뻗칩네.》

두 선수가 얼굴을 마주했다.

《샅바!》

최수광의 발이 다짐봉처럼 떨며 모래속으로 박혀들어갔다.

《시작!》 하는 연형묵의 구령이 울리자 웨치고 두드리는 소리에 땅이 꺼지는것 같았다. 서로의 입김이 볼에 불리였다.

《젠장, 잔뜩 그러안고 련애를 하나? 메쳐라!》

흥분한 관중들이 소리쳤다.

리정은 상대보다 힘이 약했기때문에 서뿔리 덤비지 않고 술래잡기를 하듯 빙빙 돌기만 했다. 시간을 끌면 불리한 최수광이 먼저 덤벼들것이라고 타산했던것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최수광은 침착하게 대응하고있었다. 그는 더없이 자신만만한 자세였다.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지금도 최수광은 자기딴엔 언제나 당적원칙에 립각하여 일하느라고 했다. 지난 시기 리정과 마찰이 있은것은 그의 모난 성격때문이였지 결코 자기가 새로운 기술발전과 창조정신을 반대했거나 방해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말하자면 그것은 감정대립이였을뿐 목적지향의 대립은 아니였다. 허나 며칠전 리정과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서야 최수광은 이미 자기와 리정의 사이에 감정을 벗어난 목적지향의 대립이 존재한다는것을 깨달았다.

최수광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리정은 거의 륙감적으로 자기 잔등에 따갑게 내려꽂히는 연형묵의 눈길을 느끼였다. 더 시간을 끌수 없다고 생각한 리정은 우야 허점을 보이느라고 몸중심을 뒤에 놓고 한발을 상대의 살짬에 들이밀었다. 최수광이 그예 냅다 밀어넘어뜨리려고 나올 때 궁둥배지기를 뜨든가 등치기를 하려고 했다.

예상했던대로 최수광이 욱 밀고나왔다.

리정은 오른샅바를 놓으면서 잽싸게 어깨를 뽑았다. 짝힘을 이루었던 어깨가 쑥 빠져달아나자 최수광은 제힘에 겨워 몸이 앞으로 쏠리였다. 리정이 손아래 놓인 최수광의 허리샅바를 막 잡아채려는데 몸이 허궁 들렸다. 어느새 중심을 가는 최수광이 뚝심을 리용하여 그의 다리를 그러안고 뒤집기를 한것이였다.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였다.

리정은 축축한 모래판우에 넘어졌다. 긴장해서 지켜보고있던 《비약》팀의 응원자들속에서 환성이 터져올랐다.

두 사나이는 잠시 네활개를 펴고 누워있었다.

흰 구름송이가 떠있는 하늘이 빙 돌아갔다.

최수광이 속삭이듯 물었다.

《결심했소?》

《그건… 안되오.》

두사람은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하는것은 장군님의 뜻이 아니요.》

그러자 최수광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스쳐갔다.

《사장동무.》 목소리도 갑자기 부드러워졌다. 《그런 말을 함부로 하지 마시오. 난 장군님을 여러차례나 몸가까이 만나뵈온 사람이요. 아시겠소?》

리정은 최수광의 말끝에서 《그런데 동무는?》 하고 묻는 소리를 분명 들은것 같았다. 할말이 없었다. 리정은 한번도 장군님을 몸가까이 만나뵈온적이 없었다. 그러니 최수광은 동무가 알면 얼마나 알아서 그런 소리를 하는가고 당당히 따져물을수도 있는것이다.

리정의 괴로움은 점차 모멸감으로 번져갔다.

(그래, 난 아직까지 장군님을 한번도 몸가까이 만나뵈온적이 없다. 그러니 저 사람에게 무슨 말을 더 할수 있단 말인가.)

리정은 돌아섰다. 그때를 기다린듯 씨름장으로 밀려든 《비약》팀 응원자들이 승리를 안아온 최수광을 목마에 태워올렸다.

위-엿싸! 엿싸!…

최수광이 손을 내저으며 어지럽다고 소리를 쳤다.

씨름경기가 끝나자 경기총화와 시상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2단계현대화전투궐기모임이 진행되고 연형묵이 연설을 하였다. 이날의 절정을 이루는 광경이였다.

《동무들! 2단계전투승리를 위하여 총돌격합시다. 온 나라가 자강도를 지켜보고있습니다. 자강도는 자령기계공장 로동계급을 바라보고있습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우리 도에서 타오르는 CNC화의 불길로 온 나라가 끓어번지게 하시려는 원대한 구상을 안고계십니다.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인 우리 나라가 눈부신 과학기술발전에 의거하여 경제강국을 일떠세울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자령기계공장동무들! 현대화의 높은 고지를 향하여 나아갑시다.》

연형묵의 연설이 멀리 뒤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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