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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석윤기 (제35회) 제 3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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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진은 바람을 안고 숨가쁘게 달리였다. 목에서 겨불타는 냄새가 났다. 그러나 숨을 돌릴 짬이 없다. 큰길을 가로질러간 동구길에서 웬 늙은이가 회초리를 들고 뚤뚤 소리를 지르며 털이 부르르한 돼지 한마리를 몰고가다가 쏜살처럼 달려오는 강영진을 보고 놀라서 우뚝 멎어섰다. 그러자 돼지는 주인의 회초리에서 벗어져날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맹렬한 기세로 큰길로 삐여져나와 강영진을 맞받아 달려왔다. 강영진은 그 돼지를 피할 여유도 없었다. 그는 맞받아오는 돼지를 발길로 걷어차고 그냥 냅다 달렸다. 돼지는 숨넘어가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밋밋하게 언덕이 진 큰길을 치달아올랐다. 《저놈 잡아라, 아이구 저놈 잡아라.》 늙은이는 한번은 돼지를 향하여, 한번은 강영진을 향하여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그러나 강영진의 귀에는 그런 소리가 한마디도 걸려들지 않았다. 주렁주렁 아가위꼬치를 꽂은 짚막대기를 둘러멘 아가위장사가 마주오다가 놀라서 골목길로 움츠러들었다. 물초롱을 량끝에 매단 멜대를 메고나오던 아낙네도 물을 절반이나 엎지르며 급히 멎어섰다. 그러나 강영진의 눈에는 그 모든것이 길가에 엉성하게 서있는 마른 쑥대와 구별되지 않았다. 대사하고개에서 김일성동지께서 총칼로 울바자를 친듯한 우사령부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어떤 빈집으로 끌려가는것을 제눈으로 본 그에게는 일시에 세상이 뒤집힌듯하여 앞에 부닥치는것이 돼지새끼나 아가위장사가 아니라 산이나 강이라 하더라도 단숨에 날아넘을것 같았다. 이제는 별수없이 우사령부대와 결사전을 할밖에 없다. 소사하의 끝머리, 전날 김일성동지께서 야학방을 차려놓으셨던 옛독립군 조참위의 빈집에 차광수를 비롯한 유격대성원들이 만단의 전투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있다. 아침에 강영진은 차광수로부터 비밀지시를 받고 김일성동지께서 길을 떠나시자 그뒤를 아무도 모르게 밟아갔었다. 차광수는 자기도 소사하 조참위네 집에 유격대원들을 데리고 가서 대기하고있겠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그 즉시로 돌아와서 보고하라고 말하였다. 긴말은 없었지만 최근에 우사령부대와의 사이에 제기되고있는 문제를 다 알고있고 또 며칠전에 있은 혁명조직책임자들의 회의에서 어떤 문제가 토의결정됐다는것도 알고있는 그는 이 임무가 얼마나 중대하고 책임적인것인가 하는것을 충분히 자각할수 있었다. 그는 목동처럼 변장을 하고 김일성동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상당한 거리를 두고 뒤를 따랐다. 소사하를 벗어나서 10리 좀 못갔는데 고개를 넘어서자마자 일행이 쉬는바람에 그런줄도 모르고 부지런히 걸음을 다그치던 그는 하마트면 몸을 드러낼번하였으나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도로 몇백m 뒤걸음쳐서 자기도 쉬였다. 다시 길을 떠나볼가 하는데 웬 허름한 옷을 걸친 본때있게 곱게 생긴 녀자가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강영진동무가 아닌가 하고 물었다. 강영진은 엉겁결에 품에 감춘 권총에 손을 가져가며 누구냐고 야무지게 되물었다. 알고보니 그렇게 소문이 자자하던 유선아였다. 선아의 말을 통하여 김일성동지께서 이미 자기가 뒤따른다는것을 알고계신다는것을 깨달았으나 그렇다고 차광수가 준 임무를 도중에서 포기할수는 없었다. 강영진은 그런 사정을 털어놓고 말했다. 그러자 유선아는 자기혼자 힘으로도 능히 그 조참위의 집을 찾아갈수 있다고 하면서 영진의 등을 떠밀어보냈다. 선아의 말을 통해 량강구의 분위기가 더 삼엄하다는것을 알게 된 강영진은 어린 가슴이 뭉클해지는 선아에 대한 호감과 동정심도 다 눌러버리고 먼지를 걷어차며 달려갔던것이다. 그런데 김일성동지의 일행은 대사하고개길에서 무지막지한 우사령부병사들에게 둘러싸여버렸다. 강영진은 일행이 체포되여들어간 빈집을 한식경이나 지키고있다가 부대전체가 휴식에 들어가자 더는 지체할수 없다는것을 깨닫고 그길로 이렇게 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는것이였다. 단숨에 소사하거리를 꿰지른 강영진은 숨을 헐썩거리며 조참위네 빈집을 향하여 돌멩이처럼 날아들었다. 마침 마당앞에 철주동지와 최만득이가 서있다가 맞받아 달려나왔다. 《어떻게 됐나?》 최만득이가 벌써 심상치 않은 기미를 채고 강영진의 손을 잡았다. 철주동지는 안경을 고쳐쓰며 수심어린 눈매로 영진의 경황없는 모습을 세세히 살폈다. 영진은 가쁜숨을 몰아쉬며 최만득에게 잡힌 손을 귀찮다는듯이 뽑고 말을 시키지 말라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리고는 비틀거리며 한 절반 젖혀진채로 있는 범살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둑시그레한 방안에서는 벌써 바깥에서 울려오는 말소리를 듣고 한방 가득 모인 사람들이 우줄우줄 일어났다. 전날 야학방으로 쓰기 위하여 장지를 터치고 정지까지 통칸으로 꾸린 널직한 방안에는 노전대신 각목들을 줄맞추어 들여놓고 앉게 만들었는데 지금은 야학생 대신 30명나마되는 무장성원들이 모여있었다. 여기에는 기왕에 이 방에서 공부를 하던 소사하의 공청원과 반제청년동맹원들, 적위대원들도 있었지만 주로는 오늘아침 차광수가 토기점골에서 데리고온 유격대의 핵심성원들이 태반의 자리를 차지하고있었다. 저쪽 구석지에 따로 앉아 유선아와 이야기를 나누고있던 차광수와 계영춘이 그리고 김정룡이가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왔다. 《어떻게 된거요?》 계영춘이 서둘러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벌써 긴장으로 떨리고있었다. 차광수는 말없이 숨가쁨에 헐떡거리는 강영진을 엄하게 바라보았다. 이처럼 헤덤비벼 달려온것만 봐도 불안한 예감이 들어맞았다는것을 짐작하는 그의 눈은 안경알속에서 삼엄한 빛을 뿌렸다. 《덤비지 말고 차근차근히 말하라구, 물을 좀 마시겠소?》 그래도 년장자인 김정룡이 침착하게 강영진의 앙상한 어깨를 부축해주며 뒤를 향해 물을 찾았다. 《일없어요.》 하고 강영진은 가까스로 말했으나 물소리에 반사적으로 울대뼈가 꿈틀하고 오르내렸다. 철주동지가 부엌구석에 놓인 깨진 옹배기에서 물 한사발을 떠내여 내밀었다. 영진은 물사발을 받아들자 다시한번 마른침을 삼키더니 물사발을 한손에 든채 울음섞인 소리를 터쳐놓았다. 《동무들, 김일성동지께서 그놈들에게…》 《뭐요? 똑똑히 말하오. 김일성동지가 어떻게 됐다는거요?》 차광수가 더는 참을수 없었던지 강영진의 어깨를 와락 그러잡으며 다그쳤다. 물사발이 출렁하더니 물이 봉당우에 시꺼먼 얼룩을 지으며 엎질러졌다. 강영진은 그냥 헛소리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 그놈들에게…》 《어떻게 됐다는게야? 유격대원이라는게… 덤비지 말고 똑똑히 말해!》 계영춘이 전에없이 팩해서 소리쳤다. 강영진은 멍하니 자기를 둘러선 수십명의 눈길을 다시한번 둘러보고나서 폭발적인 목소리로 웨쳤다. 《그놈들에게 체포되셨단말입니다. 뭘 몰라서 자꾸 물어요? 뻔히 그런줄 알고있어가지구선…》 강영진의 마지막말은 울음에 가까왔다. 그러자 웅성거리던 방안은 물을 뿌린듯 조용해졌다. 세칸을 터쳐놓은 방이지만 30여명이나 되는 무장한 장정들이 들어차고보니 숨막히도록 비좁아보이는 방안에 갑자기 썰렁한 랭기가 떠도는듯하였다. 지난밤 보초를 서다가 감기에 걸렸다는 흥륭촌의 리신건이 공교로운 순간에 북받쳐오르는 기침을 참느라고 얼굴이 시뻘개서 어깨를 오르내리는것이 사람들의 가슴에 어떤 처절한 환영을 몰아왔다. 《뭣들을 이러고 섰는거요? 아직도 꾸물거릴 작정이요?》 맨구석쪽에 혼자 웅크리고앉아있던 하연성이 총탁으로 깔고앉았던 각목을 꽝하고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의 말은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한 말이였으나 실상은 차광수도 그것을 똑똑히 느끼고있었다. 뻔히 이러한 결과가 있을줄 알면서 그이의 앞길을 막지 못했을뿐아니라 회의결정에까지 박아넣도록 팔짱끼고 보고만 있은 참모장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하는것이다. 차광수자신도 그렇게 생각되였다. 그것은 그 회의장소에서도 그랬고 오늘아침 그이께서 길을 떠나실 때도 그렇게 느꼈다. 그러나 무슨 방법이 있었던가. 지금 다시 그러한 정황이 조성되고 그이께서 또다시 그런 위험한 길을 떠나신다 해도 역시 자기에게는 막을 힘이 있을것 같지 않았다. 그런 일이 한두번이였던가. 해룡으로 떠나실 때, 삼엄한 국경경비진을 뚫고 온성으로 나가실 때, 그런 먼 지난날은 그만두고 년초에 부강촌에 들어가실 때만 해도 얼마나 많은 동무들이 얼마나 간절한 목소리로 그이의 앞길을 막아나섰던가. 그러나 결국 그이께서는 가시고말았다. 조선혁명앞에 닥친 난국을 타개하고 피로써 새긴 전진의 로정은 그 걸음걸음이 그이의 완강한 의지와 투철한 혁명적립장, 그이께서만 지니고계시는 비범한 예지와 인품, 만사람을 한품에 끌어안으시는 바다같은 포옹력 그리고 뛰여난 조직적수완과 감화력에 의해서만 이룩된것이다. 그이께서는 언제나 가장 위험한 고비마다에 자신의 일신을 내대시면서 그것을 매번 조선혁명의 생사존망과 관련된 문제로 제기하시고 그런 경우에 혁명가가 취해야 할 근본자세와 원칙적립장 문제를 들고나오시였다. 그래도 막을 길은 없었다. 그러한 필요성, 그러한 립장과 자세는 김일성동지께만 해당되는것은 아닐것이였다. 그러나 궁극에 가서 막지 못한것은 그 일을 대신할 다른 사람이 없기때문이였다. 이런판에 조선혁명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목숨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앉은자리에서 수백이라도 얻어낼수 있을것이였다. 우선 차광수자신의 목을 언제든지 바칠수 있을것이였다. 그러나 제기된 문제를 해결할 힘이 누구에게나 있는것은 아니였다. 그러한 능력을 갖추고 이런 때 김일성동지를 대신하여 위험앞에 나서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우선 누구보다도 차광수가 돼야 할것이다. 그래서 하연성이도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처럼 분노한 눈길로 자기를 보는것이다. 차광수가 이런 생각에 잠겨 늦가을 들판에 껑충하니 홀로 서있는 버림받는 허수아비처럼 서글픈 모양으로 서있자 유격대원들은 하연성을 따라 우르르 문밖으로 밀려나갔다. 차광수를 밀칠듯이 옆을 스쳐지나는 사람마다 로골적인 비난이 어린 눈길로 그를 훑어보았다. 김일성동지께서 위험에 처하였다면 조선혁명도 조국광복도 다 된것이다. 심장과 뇌수가 없는 혁명이 무슨 소용인가. 그래도 당신은 아직 심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건가. 그렇다면 당신혼자 실컷 생각하고 심중하게 행동하라. 우리는 김일성동지를 구원하기 위하여 마지막 수단이라도 써야 하겠다- 그들의 번쩍거리는 눈길은 이렇게 말하고있었다. 《모두 제자리에들 앉지 못하겠소! 누가 제멋대로 행동하라고 했소!》 방금까지 벌판의 허수아비처럼 서글픈 몰골로 서있던 차광수의 입에서 불같은 호령소리가 터져나왔다. 좁은 범살문을 메우며 우르르 쓸어나가던 무장성원들은 주춤하니 멎어섰다. 《김일성동지의 반일인민유격대가 마실방에 모인 오합지중인줄 알았소. 그래 동무들이 저마끔 제 밸대로 쓸어나가서는 어떻게 하겠다는거요? 복수를 하겠다는거요? 대결을 하겠다는거요? 동무들, 복수도 좋고 대결도 좋고 다 좋은데 무슨 일이든 우리는 김일성동지의 반일인민유격대라는 자각밑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하오. 그렇지 않고는 죽음조차도 떳떳하게 보람있게 맞이할수 없단말이요. 동무들이 이런 백주 대낮에 제마끔 우르르 쓸어나가면 량강구까지 가내기나 할것 같소? 모두 앉소, 앉으란말이요.》 차광수는 생떼를 쓰는 아이들처럼 잔뜩 볼이 부어서 힐끔힐끔 곁눈질을 하는 유격대원들을 하나하나 어깨를 잡아끌어서 방안으로 들여앉히였다. 《동무들이 이 차광수를 욕하겠으면 욕하고 치겠으면 치오. 그러나 우리는 밸이 난다고 우리 혁명의 령도자가 위험에 처해있는 이때 밸풀이를 하기 위하여 피로써 구해들인 무기를 들고 모험을 할수 없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목숨이 중해서가 아니라 우리 조국, 우리 혁명을 구원해야 한단말이요. 알겠소? 우리는 우리들모두가 죽더라도 김일성동지만은 기어이 구원해야 한단말이요. 그래 내 말을 못알아듣겠소?》 차광수는 얼굴이 시뻘개서 주먹을 움켜쥐고 두팔을 제가슴앞에 쳐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 어떻게 하자는거요? 무슨 방법이 있소?》 하연성이 비양기가 어린 랭담한 어조로 물었다. 《여보, 그러지 마오. 당장 나한테 무슨 방법이 있겠소. 그러니 앉아서 심중하게 토론해보자는게 아니요. 설사 마지막 결판을 하러 간다 해도 대낮에 마구 쓸어가서는 안되오. 일이 되도록 잘 타산해야 한단말이요.》 차광수는 다시 안타깝게 두팔을 내흔들었다. 얼굴이 시꺼멓게 죽어서 언제 어디서 꺾어들었는지 모를 막대꼬챙이로 먼지가 곱게 깔린 구들우에 뜻모를 락서를 하고있던 김정룡이 높지 않으나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왜들 서있기만 하는거요. 모두 앉아야 토론도 하고 궁리도 나올게 아니요. 뭐 죽으러 가는게 장한가 생각지들 마오. 죽어도 똑똑히 죽어야 한단말이요.》 《과연 답답하군. 그 하연성동무도, 강영진동무도 다 들어오고 문을 닫소. 유격대를 당장 선포하겠다는데 규률이 이게 뭐요?》 계영춘이 이렇게 말하자 마침내 억누르고 억눌러오던 하연성의 역증이 폭발하고말았다. 그는 창호지가 떨어져 펄럭거리는 지게문이 미여지라고 쾅 후려닫더니 선채로 소리쳤다. 《유격대가 어디 있소? 김일성동지가 없다면 유격대는 해서 뭘하겠소? 규률을 강화해서 뭘하자는게요?》 하연성이 악을 쓰듯 소리치자 그냥 제자리에 앉으려던 사람들이 꾸부린 허리를 엉거주춤한채 앉아야 할지 일어나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하동무, 앉소》 뜻밖에도 맞불질을 할것 같던 차광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동무 심정을 알만하오. 그러나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온갖 가능성을 다 찾아서 김일성동지를 구원할 대책을 탐구해야 하는거요. 제 밸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김일성동지를 지키고 구원하는것이 곧 우리 혁명을 지키는것이라는것을 똑똑히 알아야 하겠소. 설사 오늘저녁 우리모두가 한마당에 쓰러진다 해도 김일성동지만은 구원해야 할게 아니요.》 차광수의 피터지는듯한 안타까운 목소리에 사람들은 겨우 진정되여 모두 꼴이 보기 싫다는듯 서로서로 외면하고 앉았다. 의견을 내놓고 토론들을 해보자고 거듭 말했으나 누구도 의견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고 무엇을 어떻게 해보자는 궁리를 하는것 같지도 않았다. 무장성원들의 눈길은 여전히 번쩍거리며 당장 쳐나가서 우사령이든 반일부대든 무어든지 쳐제끼고야말겠다는 분노의 불빛이 이글거리고있었다. 차광수는 동무들의 침울한 군상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자기 생각을 가다듬었다. 어느 얼굴을 봐도 사태의 진상을 랭철하게 가려보고 타개책을 찾아내자는 침착성을 찾아볼수 없었다. 그는 벽을 향해 돌아서서 머리카락을 한줌이나 움켜쥐고 밑뿌리가 아프도록 잡아비틀었다. 김일성동지가 없으니 한순간에 모든 출로가 막혀버리고 그처럼 열정과 패기로 끓던 가슴들이 굳어져서 끈떨어진 뒤웅박처럼 절망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고있지 않는가. 그러나 아무리 골을 비틀어짜도 신통한수는 생각나지 않았다. 잠시 진정됐던 방안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차광수는 손에 잡힐듯말듯한 생각을 끝없이 다쫓다가 시간을 다 놓쳐버리면 그것이야말로 돌이킬수 없는 엄중한 결과를 빚어낼수 있다는것을 커다란 공포속에 의식하였다. 그는 마침내 동무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러자 30여쌍의 눈길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 《동무들, 우리가 앉은자리에서 가장 믿음직하고 확실성있는 안을 찾아낸다는것은 지금 당장은 가망없는 일인것 같소. 바로 거기에 문제의 엄중성이 있기도 하는거요. 그러니 이렇게, 우선 이렇게 합시다.》 차광수는 방안의 이구석저구석을 더듬어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골라가며 말을 이었다. 《지금 행동의 요점은 량강구까지 아무 소동없이 접근하는것이고 다음은 김일성동지의 거처를 알아내는것이요. 그렇기때문에 처음에 량강구의 지형과 중국말을 잘 아는 동무들이 변장을 하고 한두사람씩 흩어져서 거리로 침투해들어가야 하겠소. 지금 대사하쪽에서 부대를 만났다는것만큼 큰길로 가지 말고 들길로 해서 곧장 량강구로 나가야 할것 같소. 그렇게 질러가면 30리 좀 남짓할테니까 도중에 사고만 없으면 넉넉 잡고 세시간이면 가댈수 있을거요. 이 선발대는 량강구시내에 들어가서 그 최용필이와 왜놈특무놈이 있다는 음식점에서 만나야 하오. 각자가 손님처럼 가장하고 들어가 앉아서 음식을 청해먹으며 기다리고… 맨 마감에 나와 김정삼 그리고 하연성동무가 들어갑시다. 그렇게 되면 최용필이도 우리를 알아볼거요. 그러나 그때는 우리 동무들이 다 모여든 뒤이기때문에 그대로 음식점을 타고앉아 그놈들을 잡아족쳐야 하오. 거기 손님들가운데 혹시 우사령부의 장교나 병사들이 와있을수 있고 일반 손님들도 있겠는데 그들도 억류해야 하오. 지대현이가 그 집에 자주 출입한다는 말도 있소. 필경 그자도 니시자와의 끄나불이 틀림없을거요. 만일 지대현이를 거기서 만나면 그자는 우사령과 가까운만큼 그놈을 잡아족쳐서 김일성동지의 행처를 알아내고 우사령부로 접근할 길도 탐문할수 있을것 같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는 어쨌든 그들을 타고앉아 니시자와를 통해서든, 거기 음식 사먹으러 온 우사령부장교를 통해서든 길을 테야 하오. 방법은 이것밖에 없소.》 《선발대로 가는건 누구누굽니까?》 아까 차광수가 방안을 굽어보며 대체로 사람들을 선정했다는 눈치를 챈 리신건이 초조감이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길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본토배기들이 가야 할건 뻔하지뭐.》 리신건이와 마찬가지로 어쩐지 자기가 그 사람선발에서 빠진듯한 불안감을 느낀 김철희가 은근히 다짐을 두듯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본토배기가 무슨 상관이 있으며 또 진짜 본토배기가 어데 있단말이요?》 차광수는 랭정하게 잘라서 말했다. 《선발대로 많이 갈수도 없거니와 가서 해야 할 일이 책임적이요. 이럴 때 박훈동무 같은 동무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가 김일성동지를 호위해간것은 그보다 더 잘된 일이라고 봐야 할거요. 그러나 모두 자기 기분을 생각지 말고 일이 되도록 랭정하게 량심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선발대도 중요하지만 그뒤로 따라서야 할 기본부대는 더 책임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하오. 기본부대성원들은 장총으로 무장하고 역시 은밀히 량강구에 들어가서 푸르하로 넘어가는 갈림길옆에 매복해야 합니다. 선발대와의 사이의 련락은 강영진동무가 취해야 하겠소. 그럼 선발대와 기본부대의 성원을 어떻게 구성할것인가 하는 안을 제기하겠소. 선발대에는 아까 말한 김정삼, 하연성외에 리신건동무, 송강조직의 김춘길동무를 참가시키는것이 적당하다고 봅니다. 선발대는 내가 책임지겠소. 그리고 기본부대는 주로 장총으로 무장한 동무들로 구성하고 계영춘동무의 지휘하에 행동하도록 하자고 합니다. 일부 성원들은 여기 떨어져서 만약의 경우에 대처해야겠습니다. 김정룡동무가 여기 남아서 전반적인 사태를 장악해야겠습니다. 더 구체적인 행동계획은 지휘부성원들이 따로 세밀하게 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견들이 있으면 말하시오.》 차광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철희가 벌떡 일어났다. 《아까 차광수동지는 선발대가 아주 책임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나는 다섯명이서는 그 일을 다 감당할수 없다고 봅니다. 내가 그 음식점에 가본 일이 있는데 거기 료리칸에만 해도 불목한이까지 해서 너인지 다섯인지 됩니다. 거기에 손님들이 얼마나 될지 압니까? 나는 사람수를 넉넉히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김철희의 격렬한 말투며 날카로운 문제제기가 단순히 제가 선발대에 들어가고싶어서 그런다고만 생각하던 사람들도 그의 론거를 듣자 그럼직하다고 생각되여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옆사람과 소곤소곤 의견을 나누기도 하였다. 유선아가 조용히 일어났다. 그는 좀 쭈밋거리며 고개를 숙이고있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이곳 실정도 모르고 태반의 동무들과 처음 인사를 나눈데 불과하기때문에 나설만한 자리가 못됩니다만 제가 방금 량강구의 그 음식점을 보고 떠났기때문에 몇가지 의견을 말하는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역시 차광수동지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한두사람이 떨어져 앉아서 국수나 청해먹는다면 별로 관심을 돌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크지 않은 음식점에 우리 동무들이 한꺼번에 몇사람씩 나타나면 특무노릇을 하는놈들이 눈치를 못챌수 없다고봅니다. 그렇기때문에 어렵더라도 소수인원으로 그 일을 담당해야 한다고봅니다. 지금 량강구는 몹시 분위기가 나쁘고 아무 죄없는 사람들도 거리를 다니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타산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말하고싶은것은 장총을 가진 기본부대성원들이 어떻게 량강구로 접근하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총을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것이 걱정됩니다. 아무리 밤중이라 해도 총을 들고 몇십명사람들이 아무 눈에도 안뜨이게 접근해서 필요한 시간까지 대기할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나무달구지같은것을 하나 꾸며가지고 잘 위장한 동무가 몰고가도록 하고 그속에 총을 다 감추었으면 합니다. 아까 차광수동지가 말한 푸르하로 가는 갈림길옆에는 오늘아침에 보니 꽤 긴 버들방천이 있었습니다. 그 방천우에 달구지길이 있는데 달구지를 그리로 슬슬 몰고다니고 나머지사람들은 방뚝밑에서 지키고있다가 행동으로 넘어가게 됐을 때 총을 찾아가지게 하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유선아의 의견에 대해서는 김철희까지도 아주 그럴상하다고 고개를 끄덕거리였다. 오늘 처음으로 그와 인사를 나눈 리영배며 만춘이 같은 안도지구의 공청원들은 겉보기는 그저 곱살한 녀자같지만 역시 지하공작속에서 단련된 동무가 다르다고 감탄들을 하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문제가 락착되지는 않았다. 정작 세부적인 계획을 짜자고보니 간단히 결심할수 없는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고 그런 문제일수록 서로 합치기 어려운 의견이 쏟아져나왔다. 차광수는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모든 론의를 중단시켜버렸다. 《동무들, 시간이 없습니다. 아직 똑똑히 결론을 보지 못한 문제들도 있지만 그것은 량강구로 가는길에 결심하겠으니 우리 지휘부에 맡겨줘야 하겠소. 이제부터 행동에 넘어가겠소. 우선 김철희동무와 최만득동무는 동네에 나가서 아까 유선아동무가 말한대로 나무달구지를 꾸며와야겠소. 그리고 선발대성원들은 곧 출발하도록 합시다.》 《저는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유선아가 덤비기 시작하는 차광수를 근심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선아동무는 여기에 남아야겠소. 우리가 떠난 다음에 길을 물어가지고 토기점골에 가시오. 어머님께서 몹시 걱정하시겠는데 인사도 드릴겸 가서 위로해드려야겠소.》 유선아는 무엇인가 말할듯말듯하다가 단념한듯 고개를 숙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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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는 끝났다. 선발대로 뽑히운 네동무는 벌써 신들메를 고쳐하고 만탄창을 한 권총들을 가슴깊이 간수하며 문전에 나섰다. 《자, 떠나기요.》 차광수는 한손을 들어 량강구쪽을 가리켜보이고 김정룡이쪽으로 돌아섰다. 《뒤일을 부탁하오.》 그는 지금 당장은 무엇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어 이런 막연한 인사말을 남기였다. 김정룡이도 벙벙해서 그의 손을 맞잡아쥐고 비장한 결심이 어린 목소리로 짤막하게 대답했다. 《알겠소. 가서 실수없이 해주오.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겠는데…》 두사람이 까닭없이 손을 놓기가 아수하여 잠시 덤덤히 마주서있는데 토기점골쪽에서 급한 말달구지소리가 다가왔다. 황토먼지를 누렇게 피워올리며 보는 사람이 숨가쁘도록 다급하게 달려오는 말달구지우에는 학생복을 입은 청년이 일어선채로 연신 말고삐를 채면서 채찍을 휘둘러대고있었다. 금시 테와 살이 부서져나갈것같은 요란한 바퀴소리만 듣고도 벌써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것을 짐작케 하였다. 선발대가 떠나는것을 배웅하러 나왔던 사람들은 말할것없고 정작 량강구쪽을 향해 엉성한 밭머리길로 접어들던 선발대성원들도 엉거주춤 걸음을 멈추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말달구지를 지켜보았다. 《아니 저게 철주가 아니요?》 김정룡이가 이렇게 놀란 소리를 지르자 저만치 마주 달려가던 강영진이가 우뚝 걸음을 멈추고 이쪽을 향해 소리쳤다. 《어머님께서 나오십니다.》 《뭐, 어머님께서?》 차광수는 가슴이 띠끔하여 살같이 달려오는 달구지를 향하여 마주 달려갔다. 문앞에 섰던 사람들도 방안에 있던 사람들도 어머님께서 나오신다는 말에 모두 달구지를 향하여 떼를 지어 달려갔다. 이윽고 달구지는 속도를 늦추었다. 땀으로 미역을 감고난듯한 여윈 피말이 자갈옆에 부그그 번진 거품을 거센 코김으로 내불며 고개를 휘저었다. 온몸에서 홧홧 단 열기를 내뿜는 말잔등을 툭툭 두드려주는 철주동지의 두볼도 해쓱하게 질리고 넓은 이마에서는 땀이 송골송골 내돋았다. 그제야 아까 강영진이 대사하쪽에서 달려왔을 때 분명 같이 보고도 듣고 토론도 같이했던것 같던 철주동지가 어느새 이렇게 토기점골까지 달려가서 달구지를 몰고왔는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런 의문은 달구지우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시는 강반석어머님의 근엄한 안색을 뵙자 모두 사라져버렸다. 어머님의 신색은 좋지 않았다. 요즘 가뜩이나 병세가 무거워지시여 누워계시던 어머님께서 험한 들길에 소란스레 들추는 달구지로 달려오시다나니 귀밑머리는 흐트러지고 병색은 더 깊어진듯하시였다. 그러나 어머님께서는 그처럼 급히 달려오신 내색은 감추시고 조용히 귀밑머리를 쓸어넘기시며 달구지에서 내려오시였다. 차광수와 강영진이 부축해드리자 어머님께서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시며 《아직 떠나지들 못했나?》 하고 물으시였다. 차광수는 얼핏 달구지앞에 서있는 철주동지를 돌아보았다. 철주동지는 약간 수심이 비낀듯한 얼굴로 문앞에 웅기중기 모여선 유격대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고있었다. 차광수가 미처 대답을 올리지 못하고 우물거리는데 어머님께서는 다 알만하다는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시며 낮게 말씀하시였다. 《임자들이 나를 생각해서 그러는줄은 알겠네만 이런 큰일이야 심중히 의논을 하고 움직여야지. 그래도 광수가 있어서 이만큼이라도 수습한것이 다행이네. 모두 방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나. 어디로 떠난다 하더라도 내 말을 들어보고 떠나도록 하게.》 어머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시며 먼저 지게문을 열어젖히시자 모두 꾸중이라도 들은듯한 심정이 되여 고개를 떨구고 그뒤를 따랐다. 어머님께서는 문지방을 넘어서시다가 비칠하시며 하마트면 문을 잡으신채 쓰러질번하시였다. 차광수는 때가 때인것만큼 어머님께서 얼마나 편찮으신 몸으로 힘겹게 이 길을 오셨는가 하는것이 짐작되여 가슴이 선뜩하였다. 그는 부축해드리며 《일이 있으면 저희들을 부르실것이지 불편하신 몸으로 여기까지 그렇게 서둘러오신단말입니까?》 하고 원망기어린 목소리로 말씀드리였다. 어머님께서는 그 말에는 대답지 않으시고 어둑시그레한 방안을 살펴보시다가 문득 돌아서시였다. 《참, 선아가 왔다면서? 어데 있나?》 《어머님, 제가 선아입니다.》 하고 뒤전에 서서 사태의 너무나 급격한 변화때문에 미처 인사를 드릴 경황도 없었던 선아가 서둘러 어머님앞에 나서서 퇴지에 그대로 꿇어앉아 큰절을 드리려 하였다. 《그만 일어나게. 처녀가, 소문에 듣기는 사나이대장부도 당하지 못할만큼 용맹스럽다더니 곱기만한게 숫색시같군.》 어머님께서는 서둘러 선아의 두손을 잡아일으키시며 그의 어깨를 다정하게 쓸어주시였다. 《내가 이야기를 다 들었네. 녀자의 몸으로 그 고생을 다 치르자니 얼마나 힘에 부쳤겠나. 장하네. 그래도 기가 꺾이지 않고 또 혁명을 하겠다고 이렇게 찾아온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네.》 《어머님, 얼마나 뵙고싶었는지 모릅니다. 힘들 때마다 어머님생각을 했습니다.》 선아는 어머님의 치마자락을 잡고 매만지며 북받쳐오르는 격정을 진정시키느라 어깨를 떨면서 말했다. 《고맙네. 나도 동무들의 이야기를 듣고 언제면 만나게 될가 손꼽아기다리던 참이네. 그런데 오자마자 또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어볼 짬도 없구만. 자, 우리 이야기는 좀 있다가 하기로 하고 일부터 먼저 의논해보세.》 어머님께서는 선아의 등을 다시한번 어루만져주시고나서 눈길을 방안에 모여든 유격대원들에게로 돌리시였다. 《우선, 여기 좀 앉으십시오.》 차광수가 달구지우에 깔았던 포대기를 들고 들어와 각목우에 앉을 자리를 마련해놓고 어머님을 부축해 앉혀드렸다. 《내가 몸이 좀 불편해서 여기 좀 앉겠네. 임자들도 모두 앉게나.》 어머님께서는 앉으시는것도 힘에 겨우신듯 허리에 한손을 짚고 조심을 두어가며 간신히 앉으시였다. 병색이 완연하신 그 모습을 뵈오니 방금까지 총을 들고 달려나가려던 끓어번지던 가슴들이 어떤 엄숙한 예감에 눌리여 머리를 못들었다. 계영춘이와 김정룡이 어머님께 다시 말씀을 시켜드리는것이 송구하여 눈무지가 잦아들듯 소리없이 어깨를 낮추고 앉자 다른 사람들도 까딱 소리없이 앉았다. 《하연성이가 량강구로 쳐나가야 한다고 우겼다면서?》 어머님께서는 바로 문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하연성이쪽을 돌아보시며 물으시였다. 하연성이는 고개를 숙인채 일어섰다. 《하연성동무뿐 아닙니다. 여기 모인 우리모두의 심정입니다. 성주동무가 없다면 우리모두가 어떻게 있을수 있으며 유격대가 어떻게 나올수 있습니까?》 차광수가 하연성이더러 앉으라고 눈짓을 하며 격한 어조로 말씀드렸다. 《그래 임자들은 그 사람이 떠나갈 때 이런 일은 애초에 없을줄로 알았나?》 《있을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회의때도 반대를 했고… 또 성주동무 모르게 사람을 딸려보내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런 일이 생기고야말았습니다.》 《나도 임자들과 똑같은 걱정을 했지.》 하고 어머님께서는 차츰 빛이 어스러져가는 지게문밖을 바라보시며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그리고 성주도 그런것을 다 내다보고있었네. 그런데도 그 사람은 갔네. 성주가 떠나가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임자네들이 이렇게 총을 들고 쳐나오기를 바랐겠나?》 방안에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어머님 역시 그 누구의 대답을 기다리시는것도 아니였지만 여전히 으스레한 범살문의 엉성한 문살을 지켜보시며 침묵을 지키시였다. 문가에 앉아있던 하연성이 침묵의 중하에 이기지 못하여 막혔던 숨을 터놓듯 큰숨을 내쉬는 소리가 엄청난 바람소리처럼 과장되여 들리였다. 《성주는 그걸 바라지 않을거네.》 어머님께서는 여전히 조용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설사 일이 종당에 랑패되여 불행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성주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걸 지켜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다같이 침략을 당하는 중국사람들과 힘을 합쳐 왜놈들을 쳐야 한다는것은 카륜회의에서 밝혀진 로선이 아닌가. 지금 큰일을 앞두고 몇몇 사람들사이에 오해가 생겨 말썽을 일으키고있지만 사실 우리가 중국사람들과 싸울 래력이 무엇이며 또 중국사람들은 우리와 싸울 까닭이 무엇인가. 그저 궁냥이 틔지 못한 사람들이 대세를 가려보지 못하고 사리에 어둡다나니 말썽을 빚어내는것인데 거기에 왜놈들이 끼여들어 쐐기질을 하고 싸움을 부추기기까지 한다니 이 일이 안타깝긴 해도 옛이야기를 들어보면 큰 싸움에는 의례 이런 일이 있군했다더군.》 어머님께서는 잠시 숨을 돌리셨다가 다시 말씀을 이으시였다. 《만일에 임자들이 총을 들고 성주를 구원한다고 우사령부로 쳐들어간다면 성주를 못구하는것은 더 말할것도 없고 그것이 바로 원쑤들이 바라는 일이라는것을 명심해야 하네. 우리 공산주의자들이 숱한 피를 흘리면서도 참고참으며 이룩하자던 련합은 다 마사지고 조선사람도, 중국사람도 왜놈들의 잔꾀에 넘어가 그놈들을 위해 앞장에서 싸우게 될테니 이 얼마나 억울하고 기막히는 일인가. 그래서 성주가 떠나갔는데 그 사람의 걸음이 그저 안도에서 우리 유격대의 활동을 잘해보자는것으로만 생각지 말게. 성주가 이 길에서 성공하면 우리가 왜놈과의 싸움에서 든든한 우리 편을 가지게 되는것이고 만일 실패하면 그때는 우리 혁명의 앞일이 기약하기 어렵게 될거네.》 《어머님, 그렇지만 그놈들이 성주동무의 말이나 들어보자고 하겠습니까. 리치를 따진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도 않았지요.》 계영춘이 격해서 가슴을 두드리며 부르짖었다. 《임자는 그래도 우리 성주와 같이 혁명한다고 나선것이 벌써 6∼7년이 잘되는데 아직 우리 사람의 마음을 모르겠나. 설사 일이 잘못되여도 하는수 없는 일이지. 나라를 찾자는 싸움이 어떻게 순하게만 이루어지겠나. 그래서 피도 흘리고 목숨도 바치는것이 아닌가. 그렇게 피를 바쳐도 또 실패하는 경우가 없지 않을걸세. 내가 그런 경우를 한두번만 보았겠나. 그럴 때마다 지난 일을 잘 되새겨보고 교훈을 찾아야지 분하다고 욱 하고 나서서 밸풀이를 하자고들면 나라는 누가 찾고 혁명은 누가 하겠나.》 《어머님 말씀은 다 알겠습니다.》 하고 차광수가 일어서서 말씀드렸다. 《우리도 그런것을 생각지 않은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경우와 다르지 않습니까. 어머님도 아시지만 우리 혁명이 이만큼 자라서 오늘 총까지 잡게 된것은 전적으로 성주동무의 령도가 있기때문입니다. 성주동무를 우리 혁명의 령도자로 받들고 그 두리에 뭉쳤을 때 우리는 아무 곡절도 없이 이만큼 달려왔습니다. 그가운데 희생자도 났지만 모두 우리 혁명의 미래를 락관하고 한별 만세를 부르며 우리곁을 떠나갔습니다. 아까 우리끼리도 말했지만 성주동무는 조선혁명의 심장이며 뇌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주동무를 한별동지로, 김일성동지로, 이제 태여나게 될 반일인민유격대의 사령관으로 높이 모신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자기 혁명의 유일한 령도자가 위험에 처해있을 때 우리 전사들이 팔짱끼고 가만있어야 옳겠습니까.》 차광수는 또다시 두팔을 가슴앞에 내대고 안타깝게 내흔들며 불이 달린듯한 어조로 말했다. 어머님께서는 마치 차광수의 열변에 설복되신듯 고개를 숙이시고 생각에 잠겨계시더니 방안을 죽 둘러보시였다. 자기의 령도자를 구원하자는 충성의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그 눈동자들은 모두가 너무나 강렬한 호소를 담고있어서 어느 한눈도 오래 쳐다보실수가 없었다. 어머님께서는 옆에 붙어앉은 선아의 어깨를 짚으시고 몸을 일으키시였다. 《어머님, 왜 이러십니까?》 차광수가 당황하여 어머님의 한쪽팔을 부축하며 앉혀드리려 하였으나 어머님께서는 조용히 고개를 흔드시며 일어서시였다. 《나도 에미로서 걱정되는 점이 왜 없겠나. 이것이 혁명에 관한 일이 아니라면 애초에 떠나지 못하게 말리기라도 했을걸세. 그러나 우리 잘 생각해보자구.》 어머님께서는 힘에 겨우신듯 차광수의 한팔을 짚고서시여 말씀을 이으시였다. 《나는 집에 들어가서는 어머니지만 일단 혁명을 하러 나서서는 한개 조직의 성원이네. 나도 임자네들과 같이 그 사람의 령을 받들어야 할 조직성원이네. 그런즉 그 사람이 위태로운줄 번연히 알고 굳이 떠나가면서 엄하게 막는 일을 해서야 되겠나. 더구나 임자들은 이제는 군대가 아닌가. 임자들이 우리 사람을 사령관으로 받든 이상 그 령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어머님께서는 숨이 차고 가쁘신지 잠시 동안을 두셨다가 맑고 그윽한 미소를 지으시며 속삭이는듯한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나는 한개 조직원으로서도 그렇고 에미로서도 그렇고 그 사람을 믿네. 절대 실수가 없다고 나는 굳게 믿네. 우리 성주는 무사히 일을 성사시키고 돌아올걸세. 우리 그것을 믿고 기다리자구.》 어머님의 말씀은 론리의 힘보다도 사랑과 믿음의 힘으로 사람들의 격한 가슴을 어루만졌다. 차광수는 믿고 기다리자는 말씀에 멍하니 어머님의 웃음지으신 모습을 지켜보았다. 세상 범속한 녀인이라면 이런 때 오히려 동무들이 무심하다고 행패라도 할 위급한 정황이 아닌가. 그런데 눈섭 한대 움직이지 않으시는 어머님의 놀랄만한 침착성속에는 아드님에 대하 참다운 믿음과 사랑이 깔려있으며 아드님의 뜻을 그대로 자신의 생각으로 품고계시는 신념이 깃들어있는것이다. 김일성동지는 하늘이 낸 인물이다, 조선은 곧 김일성동지이며 조선이 살아있는 이상 김일성동지는 무사하다, 오직 김일성동지가 하라는대로만 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순하게 풀린다, 그러니 어떤 경우에나 김일성동지가 하라는대로만 해야 한다는 드놀지 않는 신념을 가슴깊이 품고계시는것이다. 《연성이, 이사람, 내 말을 못알아듣겠나?》 모두 고개를 숙이고앉아 숨만 씩씩거리고있으니 어머님께서는 투정을 부리는 아이를 달래시듯 웃음기어린 목소리로 물으시였다. 하연성은 그러지 않아도 컴컴한 표정을 어머님께 드러내고싶지 않아서 저쪽으로 외면하였다. 《내 아까도 말했지만 혁명을 하자면 조직의 지시를 중히 여길줄 알아야 하네. 그 사람이 떠나가면서 나나 임자들한테 안심을 시키느라고 이런저런 말을 할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것이 조직의 지시로 떨어질 때는 그것을 제 궁냥대로 처리해서는 안되는 법이네. 내가 무송에 있을 때 한번은 그 사람이 동무들과 조직의 일을 보다가 경찰에 포위될번한 일이 있었네. 그때 그 사람은 나더러 말리허에 가서 총을 날라다 달라는 부탁을 하더군. 그때로 말하면 나는 아직 총을 다루어본적이 없는 아낙네였지만 조직의 형편이 그렇게 된 이상 그대로 할밖에 없어서 나도 여차직하면 싸울 작정으로 그 총에 탄알을 재워가지고 소고기갈비속에 감추어서 날라왔네. 그 사람이 길림에서 감옥을 살 때 집에 다른 부탁은 해보내면서도 자기가 감옥을 산다는 기별은 통 하지 않았네. 허지만 우리도 그럭저럭 소식을 알게 되고 또 면회를 가야 한다는 친지들의 권고도 있었네. 우리 사람이 다른 사람 같으면 나도 면회를 갔을걸세. 허나 그 사람이 그것을 바라지 않는 이상 가지 않는것이 옳다고 나는 생각했네. 에미가 자식을 감옥에 보내놓고 이틀이면 갈수 있는 그 길을 일곱달이나 참자니 내가 무슨 생각인들 안했겠나. 허지만 조직이 필요해서 가라면 가는것이고 아무리 가고싶어도 가지 말라면 가지 말아야 하네. 차광수, 이사람, 그렇지 않나.》 차광수는 묵묵히 고개를 숙이였다. 어머님의 말씀은 마디마디 그의 가슴을 피눈물로 적시는듯한 충격을 주었다. 아드님의 한마디 말씀, 지어 말씀없는 가운데 표시하신 의사까지도 헤아려 그대로만 하자고 애쓰신 어머님의 지난 생애가 사실 말같이 그렇게 평온하게 흘러가지 않았다는것을 차광수는 너무나 잘 안다. 아드님께서 길림감옥에 계실 때의 안타까왔던 심정의 한끝을 얼핏 내비치시였지만 감옥에서 나오신 다음에도 김일성동지께서는 지척에 있던 돈화까지 오시였다가 곧장 카륜회의를 지도하러 떠나시였다. 아드님께서 필요하시다면 말씀이 계시기전에 오동지섣달에 몇차례고 이사를 하시고도 흔연하신 어머님이시였다. 우리가 혁명을 하자면 조직에서 하라는대로만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_ 그런데 지금 하늘같이 믿으시는 그 아드님은 실상 생사를 알길없는 위험속에 계시지 않는가. 어머님의 평온한 말씀, 그 말씀속에 깃들인 드놀지 않는 신념, 그것은 어머님의 피눈물 얼룩진 지난 생애가 그리고 우리 혁명의 교훈이 심어놓은 그야말로 어머님의 이름대로 반석같은 신념이였다. 우리 혁명이 승리하자면 우리 모든 전사들이 어머님과 같은 그러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것을 사무치게 느끼는 차광수는 지금 그 말을 서뿔리 입밖에 내여 말할수 없었다. 무거운 침묵에 눌리여 모두 공기부족을 느끼는 사람들처럼 숨을 몰아쉬고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였다. 바깥에서 보초를 서고있던 동무가 무언가 뜻을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웨치는데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전에 박훈이 불쑥 방안에 들어섰다. 《아니!》 모두 외마디소리를 지르며 벌떡벌떡 일어났다. 다음순간 《어떻게 된거요?》, 《김일성동지는?》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가려들을수 없게 일제히 떠들어대며 박훈을 둘러쌌다. 싱글벙글하며 문지방을 넘어서던 박훈은 놀라서 뒤를 움츠리며 손을 내저었다. 《이거, 꼭 김일성동지가 예견한대로구만. 좀 조용히들 못하겠소? 그럼 난 이길로 어머님께로 가고말겠소.》 박훈이 위협삼아 이렇게 말하는데 어머님께서 앉으신채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이사람 박훈이, 나 여기 있네. 그러지 말고 어서 이야기를 하게. 동무들이 모두 궁금해서 그러지 않나.》 《아니 어머님께서도 여기까지 나오셨습니까?》 박훈이 놀라서 방안으로 뛰여들다가 어머님앞에 머리숙여 절을 하였다. 《나도 궁금하니 한걸음이라도 다가올밖에… 그래 갔던 일은 어떻게 됐나?》 《참 어머님두, 불편하신 몸으로 여기까지 나오시다니… 다 잘 됐습니다. 글쎄 김일성동지가 하는 일은 백가지면 백가지가 다 틀리는 법이라고 없으니까요.》 《대사하에서 체포되였다는것은 무슨 소린가?》 《체포되다니요?》 박훈은 어리둥절해서 되묻더니 이어 말뜻을 짐작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알만합니다. 처음에는 형세가 좀 험했지요. 그런데 그 사람들도 김일성동지의 위엄앞에서는 함부로 갈개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우사령한테 안내하라고 하니 우사령은 없고 참모장한테 모시고가겠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글쎄 따라가보니 그 참모장이라는 사람이 김일성동지와 아주 가까운 사이더군요. 진한정동무와도 가깝고…》 《아니, 그게 누구라던가?》 어머님께서는 긴장되시여 박훈의 군복소매를 잡고 물으시였다. 《류충제라고 전에 육문중학교에서 한문교원을 했다더군요. 돈화중학교에서도 선생질을 하고…》 《류충제… 그런 선생이 계시지. 접때 부강촌에 있을 때도 신세를 졌다고 하더니…》 《옳습니다.》 하고 박훈은 어머님의 손을 덥석 잡고 성급히 말했다. 《그 부강촌일때문에 우사령을 만나러 간것이 인연이 되여 그후 오면가면 어찌어찌하다나니 그 부대 참모장으로 가게 됐는데 그 선생 말은 그것도 결국은 김일성동지때문인듯이 말합니다.》 《그런 훌륭한 선생을 그런데서 만나다니… 그걸 어떻게 우연한 일로만 보겠나. 다 우리 일이 잘되고… 우리 혁명의 앞길이 열리자고…》 어머님의 목소리는 차츰 잦아들더니 마침내 끊어지고 박훈의 옷소매를 잡고계시던 손은 맥없이 미끄러져 자신의 무릎우에 드리우고말았다. 《아, 어머님.》 그제야 어머님의 안색이 피기 한점없이 질렸다는것을 알아본 동무들은 놀라서 허둥거리기 시작하였다. 워낙 병이 위중하신데다 험한 길로 살같이 달리는 달구지우에서 신고하시고 범같이 날뛰는 젊은 혈기들을 달래시느라고 애를 말리시다가 이제 또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까지 접하시니 마침내 몸을 지탱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신것이였다. 그러나 철주동지와 선아, 차광수, 강영진이 부축하여 급히 만든 자리에 모시려고 하자 어머님께서 손을 저으시며 차광수에게 말씀하시였다. 《나는 집으로 가겠네. 내 걱정을랑 말고 사람들을 잘 거느리게. 그리고 그 사람이 여기서 걱정을 할가봐 박훈동무를 미리 보낸것 같은데 형편을 들어보고 그 사람을 도로 보내는것이 좋을듯하네.》 《알겠습니다. 곧 그렇게 조직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여기 어디 조직원의 집에서 좀 누우셨다가 가셔야겠습니다. 그 몸으로 다시 달구지에서 들추시면 정말 상할수 있습니다.》 《일없네, 좀 고생스럽더라도 가야 하네. 지금 토기점골뿐만아니라 안도일판의 조직과 조직원들이 이 일을 다 지켜보고있는데 내가 소사하에서 병들어 누웠다는 소식이 퍼지면 재미가 없네. 내 말뜻을 알겠나?》 《알겠습니다.》 차광수는 꺼져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자신의 손짓 하나, 몸짓 하나도 모두 혁명과만 결부시켜 생각하시는 어머님의 뜻이 가슴에 마쳐왔지만 눈앞에 떠오르는 어머님의 모습에는 너무나 병색이 짙었다. 찬바람이 부는듯한 살쩍에는 흐트러진 귀밑머리가 날리고 꺼져든 눈확에서는 열기가 풍겨왔다. 《어머님, 제가 일처사를 변변히 못해서 어머님께 이 고생을 시켜드립니다.》 차광수는 고개를 떨구고 목메여부르짖었다. 《무슨 말인가? 내가 임자를 고맙게 생각는 마음을 짐작 못하는군. 이다음에 우리 사람이 돌아오고 내 병이 좀 덜리면 우리가 한 마음고생이야기를 웃으며 해보세. 너무 걱정 말게. 다 잘될거네. 성주가 내 아들이 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하는 일은 틀림이 없네. 우리 그걸 믿자구.》 《알겠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철주동지와 선아의 부축을 받으시며 달구지에 누워 떠나가시였다. 묵은 억새가 설렁거리는 들판길로 멀어져가는 달구지는 등뒤로 저물어가는 해빛을 받아 오래도록 시야에서 서물거렸다. 역광은 초원의 한끝에서 피여올라 달구지를 에워싸고 번쩍거렸다. 달구지소리도 오래도록 여운을 끌며 초원 한끝에서 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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