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씨와 윤이상음악의 비교학적고찰

 

고재국

음악창작은 전통과 혁신, 계승과 탐구로 이어지며 선행세대가 이룩하여놓은 음악적토양을 자양분으로 하여 해당 시대의 특정한 양식을 형성하고 다음 세대가 개척하여나갈 방향을 암시하여준다.

모든 음악작품들은 변천하는 시대와 미학적사조에 의한 창작가고유의 적극적인 탐구과정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류의 작곡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옳은 리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대와 사조, 전통과 계승의 관계에서 고찰하는것이 합목적적이다.

윤이상은 직업음악과 더불어 몇세기를 두고 숙달되여온 합리주의적창작방식을 단호히 배격하고 첨예한 극단에로 향한 서유럽현대음악계에 동서음악의 교량이라고 하는 새로운 출로를 제공해줌으로써 금후 음악발전의 동향에 강한 충격을 안기고있다.

주요음과 음향복합체에 의한 음향작곡법은 엄격한 론리와 법칙, 수학적타산에 의한 서유럽합리주의적음악이 가지고있는 비타협주의적요소와는 인연이 먼 윤이상고유의 동양적음악언어의 개발로서 그것은 선의 음악, 무한히 류동적인 흐름의 상승적지향을 특징으로 하고있다. 윤이상작곡기법의 기저에는 동방, 특히 우리 민족의 우수한 전통음악에 전래되고있는 다양한 음색적변화를 통한 직관적인 표현방식, 지속되는 음의 력도적증강이나 완화로 흐름의 기복을 가능케 하는 수법이 놓여있다. 즉 서양의 기법에서는 음고를 절대화하고 합성음들의 결합체에 의한 여러 형태의 서술방식의 탐구를 진행해왔다면 윤이상은 보다 구체적이고 표현력있는 음들의 목적지향적이며 활력있는 선적진행을 작품형성의 출발점으로, 원동력으로 하고있다는것이다.

물론 서양의 창작기법에 이국적, 동양적색채요소를 도입하기 위한 작업은 오래전부터 진행되여왔다. 로씨야의 민족악파로 불리워지는 5인조작곡가들은 로씨야민요들과 5음계조식에 기초한 로씨야촌토특유의 합성음적결합체를 적응시켜 기능화성의 색채를 다채롭게 하였으며 마쟈르의 민속음악수집가이며 연구가인 바르또크(Bartok)도 《황금분할》에 기초한 독자적인 음악어법의 개발로서 민요의 현대화를 적극 추진시켜 왔다. 서유럽현대음악계의 메씨앙(Messiaen)은 드뷔씨의 뒤를 이어 동양적이며 민속적 그리고 자연의 음향같은 비전통적요소들의 사용과 환상적이며 신비로운 추상적인 음향을 추구하여 5음계조식과 고대조식에서 출발한 《전조가 한정된 선법》으로서 동양적인 효과를 적절히 끌어올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개발하였거나 적응도입시킨 동양적인 요소들은 새로운 이국적향취를 풍김으로써 자신이 모색하고저 하던 서유럽의 음향관을 보다 완성시키기 위한 매개물에 불과한것으로서 주도적지위에 놓여있던 서유럽의 창작기법에 흡수되는 방향에서 활용되였다. 반면에 와그너(Wagner)에 의한 기능화성의 붕 괴는 권위주의적인 유럽방식을 해체하는 시초를 열어놓음으로써 이후 음악계에 비합리주의적요소를 내재한 탐구예비를 가능하게 했던것이다.

종래에 볼수 없었던 날카로운 불협화음의 사용과 번뜩이는 리듬투를 형성한 스트라빈스키(Strawinski)의 모자이크수법은 유럽에 전례없는 열풍을 가져왔으며 12음기법의 창시자 쉔베르그(Schonberg)는 음의 인성을 부인함으로써 20세기를 《실험의 정신》으로 충만되게 하였다. 격변하는 음악사적조류는 안톤 웨베른(Anton Webern)을 위시로 한 음의 전위화를 다그쳐 《전음렬주의》를 산생케 하였으며 죤 케이지(John Cage)는 《3분 33초》와 같은 우연성의 음악을 내놓아 음악의 기초를 허물어버리는 작업도 하였다. 《리듬의 부가치》를 통한 메씨앙의 선의 기법, 음색을 작품형상의 본질적수단으로 삼은 리게띠(Ligeti)와 뻰데레쯔끼(Penderecki)의 음향작곡법 등 서유럽전위음악가들은 의연히 합리주의적요소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였으며 음악의 인간성도 점점 희박하게 하였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조류가 흘러드는 서유럽현대음악계에서 맹활약을 벌려온 윤이상은 자신이 지향하는 진정한 음악이 동방의 전통음악방식에 있음을 옳게 간주하고 도교의 사상으로부터 출발한 주요음기법을 개척함으로써 이들의것과는 전혀 다른 진정한 동서음악의 융합을 실현시켰던것이다.

민족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지닌 윤이상은 그 어떤 스승이나 제자의 관계에서 서유럽현대음악계에 부과된 고충을 해결한것이 아니라 우리 인민의 우수한 전통음악발음양식에 서양의 연주기법을 결합시키는데서 그 출로를 찾았다. 그가 말한것처럼 작곡가는 주위세계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자유로울수 없으며 일정한 창작가나 작품을 모상으로 하여 자기특유의 개성적양식을 고착시키는것이 관례로 되여있다. 그러나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하여야 했던 그에게는 모상으로 될만한 그 어떤 작품이나 창작가의 계시도 없었다.

윤이상의 창작적특성을 파악하는데서 드뷔씨음악과의 비교학적고찰은 커다란 가치를 가진다. 그것은 인상주의음악의 대표자로서의 드뷔씨가 차지하는 음악사적위치, 특히 후시기 작곡가들의 작품형성에 미친 그의 창작적특성과도 중요하게 관련되기때문이다.

클로드 드뷔씨(Claude Debussi)는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걸쳐 새로운 음악사조인 인상주의음악을 창시하여 현대음악에로의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드뷔씨에 의해 대표되는 인상주의음악은 당시 직업음악가들에 의하여 발전하여온 기능화성의 체계를 벗어나 표현의 보다 자유로운 구사와 신선하고도 간결한 형식으로 하여 후시기 작곡가들의 작품창작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자연생장적이며 동양적인 음향에 의한 색갈의 끊임없는 변화와 엄격한 고전적양식으로부터의 리탈에 의한 형식의 가변성은 현대음악가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으며 20세기를 대표하는 무조음악의 형성에 결정적작용을 하였다.

그러면 실험의 정신으로 충만된 시대에 살고있다고 주장하는 서유럽현대작곡가들의 작품형성에서 드뷔씨음악이 어떠한 밑거름을 제공하였는가?

단적으로 말하여 각이한 견해와 주의주장을 대변하는 각양각색의 창작품들이 서유럽음악계에 흘러들지만 례외없이 모든 음악의 초석으로 되는것은 무조를 기반으로 하고있다는 점이다.

물론 무조음악이 드뷔씨에 의해 대표되거나 완성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음의 성분을 조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음은 듣는것이고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라고 말한 드뷔씨의 음에 대한 견해는 사실상 음의 물리학적, 조직적인성관계를 떠나 모든 계렬의 음을 동일하게 이룬다는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조적회피의 주장이자 무조음악에 대한 선언이나 다름이 없는것이다. 실지 그의 일련의 작품들은 조적규정성을 상실하고있으며 성격상 일정한 지주음을 축으로 하는 음들의 배렬도 조적안정감이 희박하거나 조적류동성에 대단히 민감하게 서술되여있다. 특히 그는 이전시기까지 도외시해왔던 동양음악에 주의를 돌려 서유럽음악계에 자연적이며 흐르는듯 한 음향으로 흥취를 처음으로 돋구어냈다. 그러므로 현대에 활동하였거나 살고있는 모든 전위음악가들은 드뷔씨의 이러한 모범을 따르거나 자의대로 흡수하여 새로운 경지 에서 발전시켜나가고있다고 볼수 있다. 그러면 드뷔씨나 윤이상이 지향하였던 음악에 대한 사상관점이 어떠한 방식을 통하여 작품에 반영되고있는가.

드뷔씨나 윤이상이 다루었던 재료의 선택이나 그 취급방법에서는 질적차이를 가진다. 하지만 환상적이고 동양적인 음향에 매혹되여 인상주의음악을 창시한 드뷔씨나 동방의 음악언어를 서유럽의 현대음악기법에 적응시켜 20 세기 중반기에 전위음악의 새로운 양식을 개척한 윤이상의 작품들에는 서로 통하는 측면들도 적지 않다. 드뷔씨나 윤이상창작에서의 공통성은 무엇보다 먼저 선의 음악, 음향위주에 있다는것이다. 이들의 창작에서 결정적작용을 하는것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음향색채 즉 드뷔씨의 부단한 장식적이며 라선형적인 아라베스크적흐름의 음악언어와 윤이상의 구체적이면서도 생동한 움직임으로 가득찬 뚜렷한 지향성을 지닌 음향복합체의 활용이다.

여기에서 드뷔씨의 경우 아라베스크는 전통적방식에서 창작되던 주제의 제시나 전개, 관통적발전이나 뚜렷한 종지, 완결된 구조학적균형성을 회피하고 우연적으로 산생되거나 부단히 변형되는 묘사적의미를 지닌 음형들의 자유로운 활용으로 다양한 음향색채를 창조한다는것이다.

그의  작품들에서는  론리적사유의  귀결로서의  음악적형상은  로출되지  않으며  오히려  외계에서  지각된  느낌을  피력하는데 중점을 둔, 어떠한 구속에도 저애되지 않는 감성적인 음향학적화합물을 구성하고있다.

조식적대등성이 유연한 본음계나 동양적요소가 짙은 5음계, 새롭게 재평가된 중세선률조식 등 선법의 영향에 의하여 전후관계와 독립한 표현위주의 합성음적결합체로 환상적이며 동양적인 향취를 추구한 그의 아라베스크적기법은 와그너의 유도동기에 의한 강압적인 전개수법이나 쉔베르그의 합리적, 표현주의적서술방식과도 구별되는 선위주의 음향흐름이다. 그러므로 드뷔씨의 창작에서는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울림이 표현하는 색채자체가 목적으로 되며 이러한 개별적실체들의 련속적라렬과 끊임없는 변화로 하여 작품의 구조는 저절로 형성되게 되는것이다.

이와는  달리  윤이상의  음악복합체는  구체적이고  생동화되는  개별적핵심층음형들의  활발한  운동으로서  서로  뒤엉켜 풀수 없는 합성적짜임새를 만들어내는 폭넓은 물결과도 같이 흘러가는 음들의 결합체이다.

※여기에서 음복합체라는것은 주요음을 가리키며 음향복합체라는것은 주요음향을 의미한다.

개개의 음복합체들은 목적지향성을 지닌 그의 중심이 펼쳐져나가면서 확연한 시간적공간을 두거나 때로는 동시적으로 상호융해되기도 하면서 매우 다양한 폴리포니아적조직을 형성케 한다. 다시말하면 주요음들의 진행은 그것들호상간에 밀접한 련관성을 가지고 전개되는것이 아니라 서로 분리되여 외부의 어떠한 개별적인 실체를 모델로 한 추상적사유의 구체적인 생동화과정이라는것이다. 생명력을 지닌 이러한 음들은 각이한 장식적인 진행으로 다양한 음향복합체를 구성하기도 하며 때로는 서로 분리되기도 하면서 하나로 어울려 흘러가는 커다란 음향적인 면을 형성케 한다. 음향복합체들의 상호침투, 분해와 결합, 시공간성과 동시적작용, 이것은 뗄수 없는 유기체와 같은 조밀한 음향구축물로서 거대한 력도적작용을 동반한다. 사품치는 조류와 같이 격렬한 운동으로 끊임없이 줄달음치는 선의 음악, 부단한 력도변화로 음악적사유를 안겨주는 동양적양식에 기초한 윤이상의 작품들은 이처럼 활성화된 력도적작용을 주요성분으로 하고있는 음향위주의 악곡들인것이다.

윤이상과 드뷔씨의 창작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징표는 다음으로 침묵을 음악적사유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정하고 무수히 흐르는 음들을 배경으로 침묵을 조성하며 침묵자체를 통하여 음악의 영원성에로 환원하려는 미학적리념을 적절히 구사하고있는 점이다. 정지속의 움직임, 끊임없이 발산하는 빛과 그늘, 우주속에서 파생되는 무수한 조화의 한면을 조립한 미증유의 형식구성 이러한것들은 다 침묵의 심연속에서 조용히 발생하여 다시 침묵속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음들의 활용에 기인되는것이다.

드뷔씨의 음악은 상대적의미를 지닌 음형들이 도처에서 발생하여 빛을 뿌리다가 공간속으로 사라지며 새로운 형상을 련상시키는 모티브적요소들이 수시로 엮어지고 장식되며 순환하는 일종의 정지속의 운동이다. 하지만 일단 나타난 개별적요소들은 우연성의 개념에서 탈피하고 부단한 변화와 개념적인 표현으로 묘사하려는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형상을 부각시켜준다. 즉 인상주의적기법인 선법, 섬세한 색채, 장식적인 음형, 박절관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리듬, 적절한 악센트, 능동적이며 가변적인 구조로서 반사된 물체에 대한 표상을 효과적으로 조성하여준다. 여기에서 명암에 의한 대조, 다각적으로 파악된 영상을 음향으로 도출해내기 위한 빛과 음영의 활용은 자못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있다. 흔히 그의 악곡들에서 대조의 수법으로 사용되는 날카로운 불협화음정들은 확산되면서 번뜩이는 섬광을 표시하며 배후의 어둠은 무수히 흘러내리는 여러 옥타브의 글리싼도와 32분소리표의 하강진행으로 이루어진다. 드뷔씨의 빛과 그늘에 대한 개념은 단순히 명암에 의한 색채적변화만을 념두에 두고있는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발산하는 불꽃과 넓은 공간에 걸쳐 흘러내리는 음영은 순전히 색채적변화와 차이를 통하여 반사된 물체에 대한 시각적인 느낌을 구사하는 요소로서만아니라 이러한 빛과 음영을 통하여 황혼과 대낮, 생과 죽음, 순간과 영원을 찾으려는 창작가의 미학적리념과 밀접히 결부된 음악자체의 특성을 규제하는 기본수단으로 등장하는것이다. 그러므로 장식적이며 환상적인 아라베스크도 이러한 량극사이에 이루어진 음악어법의 소산인것이다.

윤이상음악은 도교사상으로부터 무수한 음악적실현가능의 형태들속에서 한 형태가 일시적으로 고착되여 등장하는 통일체이다. 즉 그의 창작품들은 무수한 공간에서 출발하여 구체적인 실체로, 시간적개념을 띤 음향으로 전환되였다가 다시 우주조화에 포섭되는 일원론적이며 상대적인 동방적사유방식에 의한 비규정적인 음조직체계를 형성하는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종래의 음악어법과는 달리 외부와 잇닿은 모상에 대한 섬세하면서도 생동한 묘사로 구획되는 구체성과 침묵에서 발생하여 배후의 침묵에로 스며드는 공간성이라는, 드뷔씨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정지속의 움직임이라는 공통된 특징이 보존되여있다. 여기에서 음과 양의 원리에 의한 작곡방식은 자못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윤이상의 악곡들에서 하나의 음향복합체가 변화없이 지속되는 음향의 흐름은 녀성적이고 부동적인 음으로 규정되며 중심축없이 개별적요소들의 분해, 전개를 통하여 활발히 형상화되는 운동성을 띤 남성적인 측면은 양 (陽)이라는 특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정적인것과 동적인것의 호상작용의 근저에는 어떠한 일개의 추상적인 모상으로부터 출발하여 다양한 파생과 변화로써 구체적이며 섬세한 생동화과정을 이룬 다음 본연의 자세에로 돌아오는 일원론적사유방식이 존재한다.

이와 같이 고수되여오던 유럽의 전통적창작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각도에서 음악을 고찰하여 순간적인 인상의 묘사에 주력을 둔 드뷔씨나 직관적이며 동방적인 발음양식에 기초하여 압축된 현대음악계의 출로를 열어놓은 윤이상의 리념사이에는 일련의 공통적인 측면을 찾아볼수 있다.

윤이상과 드뷔씨음악이 가지는 일련의 공통적인 특성들에도 서로 동일시할수 없는 질적차이가 있다. 이들이 활동한 시대적환경과 지리적거점이 다를뿐아니라 그들이 출발점으로 하였던 미학적리념이나 창작방식에서도 본질적인 제약조건들을 동반하고있다.

드뷔씨가 활동한 19세기말과 20세기초반의 프랑스예술분야에서는 화가 모네를 선두로 한 인상주의적미학사상이 미술계뿐아니라 문학, 음악에도 가급적으로 파급되여 무시할수 없는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고있었다.

인상주의는 당시 유럽을 휩쓸고있던 랑만주의에 대한 도전으로서 주관적감정표현의 강렬한 분출과 지나치게 장대한 형식의 활용을 부인하고 외계에서 받은 느낌이나 인상에 주력하는 미학사조이다. 따라서 인상주의미학관에 기초한 모든 예술작품들은 미술이나 문학, 음악에 있어서 묘사수단이나 재료는 서로 달라도 담고저하는 내용의 표현방식이나 수법에 있어서는 서로 동질성을 나타내였다. 음악에서의 인상주의는 풍부하고도 다양한 표현적가능성을 리용하여 외계에서 받은 순간적인 인상을 묘사적으로 그리는것이다. 이것은 현상에 대한 외적표현에 중점을 두고 자연적이며 근원적인 음향들로써 색채변화를 원동력으로 하는 창작방법을 의미한다.

드뷔씨가 창작한 인상주의음악과 윤이상의 작품들과 구별되는 점은 무엇보다도 작품의 소재로 쓰이는 주제령역에서의 차이이다.

드뷔씨에게 있어서 자연에 대한 순수한, 현상의 발현에 대한 외적표현의 몰두는 소재의 취급에 있어서도 사회적문제 또는 사회적제현상과의 관계에서 표현되는 주관적해석이나 의지와는 상관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제목들이 많은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에는 사건이나 인물은 부차적위치에 놓이고 시적인 개념에서 유발된 자연스럽고 내성적인 섬세함을 나타내는 바람, 바다, 빛, 정원 및 환상적이며 추상적인 소재들이 기본령역으로 들어서게 되였다. 그 대표적인 례로 관현악곡 《바다》, 《목신의 오후에로의 전주곡》, 피아노곡집 《영상》, 전주곡집중에서 《금붕어》, 《불꽃》, 《평원을 스치는 바람》, 《음과 향기는 밤하늘에 흐르고》, 《가라앉은 사원》 등 수많은 작품들을 찾아볼수 있다.

이처럼 드뷔씨는 어떠한 의의있는 주제나 리념을 전면에 내세우는것을 꺼려하였으며 오히려 그러한 소재들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였던것이다.

이와는 달리 반전, 반핵, 평화의 리념과 민족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지닌 윤이상은 음악을 인류의 화합과 우리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실현의 힘있는 수단으로 간주하고 사회적문제, 조선인민의 조국통일열망을 확증해주는 의의있는 주제들을 핵으로 하여 수많은 작품들을 창작하였다. 나비와 원자탄과의 대화로 이루어진 바이올린협주곡 제2번 제2악장, 교성곡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파쑈의 횡포가 아무리 포악무도할지라도 통일을 위한 성전에 과감히 떨쳐나선 민족의 넋은 꺾을수 없음을 강조한 교향시곡 《광주여 영원히!》 등 애국과 매국을 가르는 심판장으로, 정의와 부정의의 대결장으로 설정된 작품들이 윤이상창작의 주류를 형성하고있는것이다.

윤이상과 드뷔씨음악에서의 뚜렷한 차이점은 또한 창작재료의 선택에서나 활용에서도 서로 견해를 달리하고있는것이다.

드뷔씨의 창작적경향을 특징짓는 아라베스크는 순수 자연생장적이며 근원적인 흐름의 변화에 의한 선위주의 결합이다. 그의 창작에서 환상적이며 이국적요소가 짙은 아라베스크는 그자체가 목적으로 되기때문에 어떠한 점진적인 운동도 줄기찬 발전을 보이지 않는다. 다시말하면 거기에는 순수 자연적인 발생과 소멸이라는 원리가 구현되여있는것이다. 그러므로 음들의 무한한 변화와 파생, 수시로 엮어지는 새로운 모티브적요소의 출현, 이러한것들은 서로 밀접한 련관성과 론리적인 발전법칙에 의한, 어떤 의지에 의해 조종되는 흐름이 아니라 오직 시간속에서 형상적의미가 풍부해지면서 정착된 다음에는 대안밖으로 밀려나가는 마치 출렁이는 물결과도 같은 파도를 이룬다는것이다.

윤이상의 선법은 목적지향적인 의지가 깃들어있는 음향들의 흐름이다. 그의 음복합체, 음향복합체들은 모상에 대한 구체적이며 생명력있는 점진적운동의 구사이다. 개별적으로 산생된 이러한 음복합체들은 다양한 장식음적요소들을 통하여 력도적반출력을 형성한 다음 목적지향성을 가지고 줄기찬 전진을 이룩한다. 따라서 그 기법에서 장식은 드뷔씨의 아라베스크와는 달리 확신성있는 주요음줄기를 형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력도의 증강이나 완화로써 흐름의 기복을 가능케 하는 요소로 존재하게 된다.

차이점은 다음으로 드뷔씨가 이색적이며 동양적인 음악표현요소에 동화될 정도로 심취되여있지 않았으며 다만 이국적인 요소로써 자신이 지향하는 서유럽의 음향관을 보다 새로운 각도에서 완성하기 위한 시도로 인상파음악을 창시하였다면 윤이상음악은 동양의 창작방법을 서유럽의 기법에 적응도입시킨 동방위주의 음악인것이다.

드뷔씨의 짧고 불규칙적인 선률적소재나 5음계, 중세교회선법, 아라베스크적음악언어는 서유럽의 창작기법에 주력을 둔 매개물에 불과한것으로서 이것을 두고 동서음악의 진정한 융합에 대하여 말할수 없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에서 개별적인 음형들은 큰 의의를 가지고있지 않으며 여러 음들이 련결되여서만이 일정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윤이상작곡기법의 기저에는 개별적인 음자체가 중요시되며 생명력을 지닌 이러한 개별적음들의 다양한 장식과 력도적변화로써 흐름의 기복을 가능케 하는 동방적인 발음양식, 활성화된 력도적작용을 주요성분으로 하고있다는것이다.

이와 같이 드뷔씨와 윤이상의 음악에서는 일련의 공통적인 특성들도 있고 본질적인 차이점들도 있다. 그러면 드뷔씨와 윤이상의 음악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우리는 무엇을 알수 있는가?

한마디로 말하여 우리는 드뷔씨가 인상주의음악의 창시자로서 20세기 무조음악에로의 전환점을 마련하였으며 특히는 서유럽음악계에 처음으로 이색적이며 동양적인 음악표현에 주의를 돌려 그것을 서유럽의 음향관에 흡수시킨 최초의 현대음악작곡가라는것을 알수 있다면 윤이상은 지난 시기의 유럽음악계에서는 찾아볼수도 있을수도 없었던 동방위주의 음향관에 기초한 독특하고도 기발한 혁신적발기로 20세기 후반기 압축된 현대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그로 하여 새로운 윤이상식의 음악적조류를 형성하게 하였다는것을 알수 있다.

또한 종래의 전통적유럽본위주의적인 경향성을 극복하고 동방위주의 음향관에 기초한 동서음악의 진정한 융합을 실현시킴으로써 음악의 국제화를 보다 폭넓게 하였다는것이다. 지난 시기의 음악적국제화는 서양의 창작방식이 다른 민족의 문화적전통을 말살하고 자취를 감추게 하는 방향에서 진행하였다면 윤이상은 동방의 전통적음악방식을 서유럽의 기법에 적응도입시킴으로써 진정한 동서음악의 교량을 실현시켰다는것이다. 바로 여기에 윤이상음악이 유럽현대작곡가들의 작품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특성이 있으며 그로 하여 세계의 많은 음악전문가들과 애호가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근거가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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