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의 관현악법에서 극적표현의 특성
 

 

교수, 박사 박정남 

관현악의 발전력사는 음악에서 극성문제, 극적표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였다고도 말할수 있다.이 문제는 단순한 생활세태적인것으로부터 사회정치적문제로 음악의 주제령역이 확대되면서 더욱 중요한것으로 제기되게 되였다. 고전음악으로 불리우는 시대는 넓은 의미에서 선률과 그에 대한 화성적반주로 이루어진 주성음악으로 대표되는 시대이다. 이 시대에 교향악분야에서의 극성문제, 극적표현문제는 동기가공에 기초한 동기적발전과 조적대조에 기초한 조적발전으로 력도법과의 호상관계속에서 해결되였다. 또한 가극을 비롯한 극음악분야에서는 극과 음악과의 호상관계문제가 중요한 론의의 대상으로 되였으며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와그너가 내놓은 무한선률과 유도동기, 또한 리스트에 의해 개척된 메타모르훠제에 의한 유도동기의 동적취급, 베를리오즈의 고정악상, 리하르드 슈트라우스에 의한 유도동기의 다각적리용 등이 주목할만한것으로 제기되였다.

그러나 조성을 무시하고 선률이 부차적위치를 차지하게 된 현대음악에 와서 음악의 극적발전의 추동력이였던 동기적발전과 조적발전은 아무러한 의의도 가지지 못하게 되였으며 극음악에서 유도동기와 같은 수법들도 드뷔씨의 가극 《펠레아스와 멜리잔드》에서 이룩된 획기적인 방향전환으로 하여 자취를 감추게 되였다. 이러한 현대음악의 조건에서 극적표현문제는 새로운 해결을 요구하는 긴급하고도 중요한 력사적과제로 제기되였다. 그러나 이 문제는 수많은 각이한 음악류파들의 출몰을 동반한 현대음악의 급진적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만한 해결을 이루지 못한 난문제의 하나로 남아있게 되였다.

현대음악이 제기하는 이러한 문제는 작곡가 윤이상의 열정적인 노력과 탐구의 열매로 음향작곡법의 시대에 와서 또다시 새로운 방향에서 해결되였다.

윤이상은 《도》(道)의 새로운 원리에 따르는 독창적인 음향작곡법에 기초하여 관현악에서 극적표현문제의 해결을 위해 동아시아적음향관으로부터 출발하여 전일적인 체계를 가진 극적표현수법들을 창조함으로써 그것을 자신의 창작실천에 구현하였다.

윤이상음악의 관현악법에서 극적표현의 특성을 여러 측면에서 찾아볼수 있으나 여기서는 상징적수법과 연극술적수법의 두 측면에서와 그 호상련관속에서 고찰하려고 한다.

윤이상음악에서 극적표현의 상징적수법에 대하여 론할 때 먼저 음악을 이루는 개별음들의 상징성에 대하여 이야기할수 있다.

우리 나라의 고유한 민족음악을 비롯한 동아시아음악에서는 유럽음악에서와는 달리 개별적인 음자체가 벌써 일정한 뜻을 가진다. 유럽음악에서 개별음들은 음악의 소재나 수단에 불과하며 몇개의 음악음들이 결합되여 동기나 선률을 이룰 때 비로소 일정한 뜻을 나타내게 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고유한 민족음악을 비롯한 동아시아음악에서는 하나의 음에 장식음들과 롱음을 비롯한 이음부적현상 그리고 섬세한 력도적변화가 동반되기때문에 개별음은 활성을 띠게 되며 따라서 그자체가 특정한 뜻을 가지게 될뿐아니라 소우주와 대우주의 호상관계에 따라 제시되면서 곧 전체를 암시하게 된다. 우리 민족음악이 가지는 이러한 특성은 윤이상의 초기작품들에서 뚜렷이 찾아볼수 있는 주요음기법을 통해 훌륭히 구현되고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후기작품들에서도 주요음향의 발전적리용을 통하여 개척된 다른 모습을 가진 그리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새로운 음향작곡법에 의하여 관통되고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요소가 바로 개별음들의 상징성이다. 즉 윤이상음악에서 개별음들은 상징성을 띠고있으며 지어 특정한 개별음들은 일정한 의도를 나타낼뿐아니라 극적성격까지 띠고있다. 다시말하여 윤이상음악에서 《라》(A)는 순수한 총괄적인 개념으로서 그 어떤 리상적이고 절대적인것을 상징하며 반면에 《화올림》(Fis)은 고통과 모대김을 나타내는가 하면 《씨》(H)는 강의한 의지를 상징하며 《쏠》(G)은 힘과 젊음의 결단에 대한 표상으로 된다.

1975~1976년에 창작된 윤이상의 첼로협주곡은 파쑈살인귀 박정희에 의하여 강요된 작곡가자신의 옥중생활의 정신적체험을 형상한 자서전적작품으로서 첼로독주부는 작곡가자신을, 관현악은 그를 둘러싼 주위세계, 그의 운명을 대변한다. 이 작품에서 개별음들의 상징성이 어떻게 극적표현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고있는가 하는것은 작곡가자신이 루이저 린저와 나눈 담화에서 웅변적으로 증명되고있다.

윤이상은 도서 《상처입은 룡》에서 루이저 린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첼로협주곡에 대한 설명으로 대신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종결부에 이르러 옥타브의 비약이 있는걸 기억하십니까? 이 비약은 자유, 순수성, 절대적인것의 욕구와 욕망을 뜻합니다.

관현악에서 오보에가 〈쏠올림〉(Gis)으로부터 〈라〉(A)로 미끄러지고 이 〈라〉를 항상 나에게 무엇인가 신적인 경고를 주는 트럼베트가 이어받습 니다. 두대의 트럼베트가 교대로 이 〈라〉를 연주하고 첼로는 여기에 이르려고 하나 이르지 못합니다. 글리싼도를 통해 〈쏠올림〉보다 1/4음 높이까지는 닿지만 더 이상은 이르지 못하고 결국 포기를 합니다. 끝없는, 닿을수 없는 높이, 절대성인 트럼베트의 〈라〉만이 마지막까지 남습니다.》

이처럼 윤이상음악의 관현악법에서 개별음의 상징성은 강한 극적성격을 띠면서 심각한 극적표현의 중요한 수단으로 리용되고있다.

상징적수법에서 다음으로 개별악기 또는 악기군이 가지는 음색과 음향의 상징성에 대하여 이야기할수 있다. 윤이상은 이 문제도 역시 동아시아음악의 전통적인 음향관에 기초하여 해결하고있다. 동아시아의 옛 음악에서는 여러가지 악기들이 가지는 개성적음색과 그것이 자아내는 상징성이 음악형상에서 근본적의의를 가졌다. 우리 선조들이 악기의 음색을 얼마나 중요시하였는가 하는것은 악기의 분류방법을 통해서도 잘 알수 있다. 유럽에서는 악기들을 현악기와 목관악기 그리고 금관악기와 타악기 등으로 나누면서 하나의 기준으로가 아니라 재질과 발음원리, 연주방법 등 여러가지 기준에 따라 관현악안삼블에서 노는 역할을 중심으로 몇개 군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우리의 옛 리론에서는 음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재질 한가지의 기준에 따라 《팔괘》라고 불리우는 기본체계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이 여덟가지로 악기를 분류하였다.

1. 금부: 편종, 특종, 징, 요, 탁, 방향, 동발

2. 석부: 편경, 특경, 옥적

3. 토부: 훈, 상, 부, 토고

4. 혁부: 장고, 북

5. 사부: 금, 슬, 현금, 가야금, 월금, 해금, 공후, 대쟁, 아쟁, 비파

6. 목부: 백, 축, 어

7. 포부: 생, 우, 화

8. 죽부: 소, 약, 관, 지, 적, 대금, 중금, 소금, 퉁소, 피리, 대평소

16세기초 중국의 력사문헌에 기록된 내용에 의하면 현악기의 투명한 배음은 《하늘의 소리》이고 개방현의 울림은 《땅의 소리》이며 지판을 짚고 튕기는 소리는 《사람의 소리》라는것이다.

이러한 력사자료들은 우리의 옛 음악에서 여러가지 악기들이 가지는 개성적인 음색과 그것이 자아내는 상징성이 음악형상에서 근본적의의를 가진다는것을 실증해주고있다.

윤이상은 바로 이러한 동아시아적음향관을 유럽현대음악의 관현악법에 창조적으로 도입하여 극적표현의 독창적인 경지를 개척하였다.

윤이상의 관현악작품들을 총괄적으로 분석하여 매개 악기군이 나타내는 상징성을 다음과 같이 나눌수 있다.

가장 극적성격이 강하고 지어는 언어적표현력까지도 나타내는 악기군은 금관악기군과 타악기군이다. 이 악기군은 파괴적인것, 초자연적인 두려움을 상징하며 권력, 언어의 역할을 수행한다. 즉 격렬하고도 충동적으로 분출하는 어조, 선동적인 절규를 상징한다. 윤이상의 관현악작품일반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금관 및 타악기군의 상징성은 작품에 따라 좀더 구체적으로 분류할수 있다. 례하면 트럼베트는 《경고》의 목소리로 쓰일뿐아니라 《계시》, 《예고》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며 그 자연성으로 하여 《천상의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가극《심청》1971-1972년작,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1976년작 참조할것)  호른은 그것이 가지는 음향적유연성과 목관악기와의 음색적공통성으로 하여 독자적인 파트를 이루면서 인도주의적인 면을 표현해주기도 한다. 타악기가 단독으로 쓰일 때에는 음향법칙에 따라 명상적인 전체음향에 의도적으로 맞세워진 대극으로서 불안과 소요를 일으키는 작용을 하는가 하면 태고적자연성을 나타내기도 하며 불교의식에서 찾아볼수 있는것과 같은 제의적성격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 실례를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에 도입된 목탁의 울림을 통해서 찾아볼수 있다. 윤이상은 옥중생활과정에 밤이면 불교승려가 목탁을 균일한 장단으로 두드리면서 옥중에서 죽은 사람들의 장례식을 치르는 소리를 듣군 하였으며 이 동료수인들을 위한 음울한 례식에 마음으로 동참하였던것이다. 바로 이러한 정황은 목탁의 울림과 그 주위를 맴도는 독주첼로 그리고 몇개의 악기들에 의하여 절절하게 묘사되고있다.

금관 및 타악기군과는 달리 현악기군은 순수성과 선 일반의 상징으로서 《도》자체의 상징으로 되며 많은 경우 《천상》의 령역을 나타낸다. 목관악기군은 금관 및 타악기군과 현악기군의 량극단사이에서 중개적역할을 하면서 인간적인 층을 이루는데 관현악전반의 울림에서는 많은 경우 그 어떤 륜곽을 그리는 역할을 한다.

윤이상음악의 관현악법에서는 악기군이 나타내는 상징성과 함께 개별적인 악기들이 나타내는 상징성도 극적표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다.

그 례로서는 1977년에 작곡된 오보에, 하프, 소관현악을 위한 2중협주곡 《견우와 직녀》 그리고 1968년에 창작된 플류트, 오보에,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영상》에서 찾아볼수 있다. 《견우와 직녀》는 우리 나라의 유명한 민간설화를 음악화한 작품인데 작곡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일년중 단 하루라 할지라도 하늘은 두 련인을 만나게 해주는데 어째서 전체 조선인민이 그토록 념원하는 조국통일은 여태 이루어지지 않고있는가 하는 심각한 사회적문제를 제기하고있다. 여기에서 견우는 목관악기가 가지는 인간적상징성에 기초하여 오보에에 의하여 형상되고있으며 직녀는 우리의 옛 민족악기인 공후가 가지는 녀성적성격에 기초하여 하프에 의해 형상화되고있다.

또한 《영상》은 우리 나라 고구려무덤벽화 《사신도》에서 받은 인상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여기에서 하늘을 가리키는 북쪽과 겨울, 물의 근원을 상징하는 현무는 플류트, 동쪽벽에 그려진 봄, 공기, 나무 등을 상징하는 청룡은 오보에, 여름, 불을 상징하는 남쪽벽의 주작은 바이올린 그리고 서쪽벽에 그려진 가을, 쇠붙이를 상징하는 백호는 첼로에 의하여 형상화되고있다. 이 작품에서 작곡가는 매개 악기가 가지는 상징성을 잘 리용하여 높은 실내악적작곡기교로 《사신도》에서 받은 인상을 일원론적원칙에서 선명한 화폭으로 펼쳐보이고있다.

윤이상은 이처럼 주류를 이루는 소리의 흐름에 이와 병행하거나 또는 역행하는 언어적표현력과 상징성을 가진 요소들을 귀속시킴으로써 관현악의 극적표현문제를 해결하고있다.

다음으로 상징적수법과 밀접한 련관속에서 이루어지는 연극술적수법도 윤이상음악의 관현악법에서 극적표현을 위한 매우 중요한 수법으로 리용되고있다.

윤이상관현악법에서 연극술적수법은 개별악기 또는 개별악기의 소집단과 그것을 둘러싼 관현악과의 호상관계속에서 찾아볼수 있다.

윤이상관현악의 새로운 경지는 협주곡들의 창작과정을 통하여 개척되였다. 윤이상의 협주곡들에서 독주악기는 주인공을 나타내며 관현악은 주인공을 둘러싼 주위세계와 그의 운명 등을 대변한다. 여기에서 독주악기는 주인공의 정신적체험의 세부를 피부로 느낄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하며 특히 까덴짜부분은 주인공의 독백과 주정토로를 련상시킨다. 주인공을 둘러싼 주위세계를 대변하는 관현악은 이미 이야기한 상징적수법을 활용하면서 각이하게 나타난다. 즉 첼로협주곡에서와 같이 관현악이 주인공을 위협하는 운명의 힘으로 형상된다든가 주인공과 적대되는 세력 또는 주위환경을 묘사하는가 하면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에서는 주인공과 적대적인 관계를 이루는 주위세계만을 묘사하는것이 아니라 주인공과 그의 주위세계를 이루는 인간들의 《동류의식》련대적관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독주악기들의 소집단과 그 배경을 이루는 관현악과의 호상관계는 2중협주곡이라든가 실내악작품들을 창작하는 과정에 이룩된 경험과 성과를 관현악분야에 용해시켜 창작된 일련의 교향악작품들에서 찾아볼수 있다. 이때 독주악기와 독주악기의 소집단은 섬세한 실내악적인 안삼블을 통해 주인공과 그와 직접 접촉하는 주단역들의 호상대화와 행동을 선명하게 그려내고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관현악은 마치 주인공과 주단역들을 둘러싼 무대적배경을 련상시킨다. 이것을 좀더 형상적으로 설명하면 독주악기나 독주악기의 소집단이 제기되지 않는 관현악적배경에는 주단역들이 없고 무대장치와 그것을 비치는 조명만 있는 빈무대, 즉 도교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되는 움직이지 않는 신비한 세계 그자체를 련상시킨다. 이러한 빈 무대에 독주악기와 그 소집단들이 인입되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주인공을 비롯한 주단역들이 등장하는것을 나타내는듯 하며 신통하게는 그 과정은 양식화된 배역설정을 가진 동아시아무대극을 련상시킨다.

윤이상이 창조한 극적표현수법들은 현대음악이 제기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독창적으로 해결한것으로 하여 매우 중요한 음악사적의의를 가진다.

음악에서 상징성은 유럽의 음악전통에서도 작곡상 일정한 표현적의의를 가진다.

물론 전통적인 유럽음악에서는 윤이상음악에서와 같이 개별음이 가지는 상징성은 찾아볼수 없다. 그러나 매개 조식, 조성이 가지는 고유한 성격과 색갈 즉 넓은 의미에서의 상징성에 대해서는 음악심리학상의 리론적문제로 제기되였었다. 고대그리스음악의 여러가지 자연조식이 륜리적성격을 가리키는 《에토스론》에서 언급된바와 같이 옛 그리스사람들은 매개 자연조식이 각각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있으며 그것은 인간의 도덕적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였다. 실례로 고대그리스의 유명한 철학가 플라톤은 저서 《국가론》제3권에서 《리디아조식은 한탄과 슬픔의 기분에 적합하며 도리아조식은 죽음을 마다하고 전장에 나가는 용사의 행동과 어울린다.》고 썼다. 이 력사자료가 말해주듯이 옛 그리스사람들은 이러한 도덕적성질이 매개 자연조식에 고유한것이라고 생각하였던것이다. 또한 도이췰란드어로 《아페크텐 테오리에》로 불리우는 《정서설》의 주창자로 알려진 18세기 도이췰란드의 음악리론가 마테글을 비롯한 리론가들속에서 매개 조성은 그 구조적공통성에도 불구하고 고유한 성격과 색채를 가지며 그것은 일정한 정서적작용력을 가진다는 문제가 론의되여왔다.

그리고 창작실천에서도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매개 조성이 가지는 이러한 상징성을 리용하였던것만은 사실이다.

례하면 쇼뺑은 《즉흥환상곡》에서 《도올림》소조(cis-moll)와 《레내림》대조(Des-dur)가 가지는 조성적색채를 선명하게 대조시켜 일정한 형상적목적을 달성하였다. 또한 《평균률곡집》을 통해 24개의 조식, 조성을 개척한 바흐시대로부터 《씨》소조(h-moll)가 가지는 불길한 성격에 대해서는 작곡상 고려되여야 할 문제로 론의되여왔다. 이와 관련하여 슈베르트가 의도적으로 선정한 《씨》소조(h-moll)상에서 울리는 《미완성교향곡》서주의 주제를 들을 때 우리는 도이췰란드의 유명한 지휘자 와인가르트너가 《마치 지하의 세계로부터와 같이》라고 말했듯이 그 무슨 영원한 의혹을 나타내는듯 한 불길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징성은 어디까지나 선률의 표현력을 전제로 한 극히 희미하게 작용하는 부차적인 요소들이였다.

한편 매개 악기나 악기군이 가지는 음색과 음향이 나타내는 상징성은 유럽전통음악의 창작실천에서 적지 않게 리용되여왔다. 그 대표적인 실례로서 와그너에 의해 개척된 유도악기편성이라든가 챠이꼽스끼가 즐겨쓴 준엄한 금관악기의 울림으로 《운명》의 주제를 제시하는 수법 등을 들수 있다. 이 상징적수법들도 역시 선률의 표현성을 전제로 할 때 일정한 예술적작용력을 가질수 있는것들이였다.

이 모든 사실들을 통하여 우리는 비록 이러한 상징적수법이 윤이상이 독창적으로 개척한 동아시아음향관에 기초한 상징적수법과는 출발점으로부터 서로 다른 성격의것이며 동시에 동아시아무대극을 전제로 한 전일적인 체계를 가진 연극술적수법과는 다른것이기는 하지만 유럽의 전통음악에도 일정한 형상적의의를 가지는 상징적수법들이 내재하였다는것을 알수 있다.

아울러 우리는 이것을 통하여 동양과 서양을 서로 련결할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수 있으며 나아가서 그 가능성이 동아시아음향관에 기초한 극적표현수법들에 유럽현대관현악을 복종시킬수 있는 매개적요소로 될수 있다는 결론을 찾을수 있다.

이것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호상관계문제가 심각한 미학적문제로 각이하게 론의되고있는 현실정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동아시아음향관에 기초한 극적표현수법들을 대조ㅡ소조조식체계에 기초한 합리화된 유럽다성음악의 관현악법에 용해시킨다는것은 불가능한것으로 남아있었지만 무조음악의 시대, 그것도 리게띠나 뻰데레쯔끼에 의해 개척된 음향작곡법의 시대에 와서는 가능한것으로 되였다.

윤이상선생이 바로 이러한 가능성을 리용하여 동아시아음향관에 기초한 새로운 극적표현수법들로 음향작곡법의 전혀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의의는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음악본연의것으로 된다는데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음향작곡법의 길을 따른 유럽의 일부 전위음악가들은 조식과 선률을 무시하였을뿐아니라 전통적인 유럽음악에 내재했던 형상적상징성마저 줴버리고 부분적으로는 그 어떤 《극적효과》를 노린다고 하면서 비음악적음향까지 도입함으로써 자기들의 음악을 음악본연의것으로부터 멀리 떠나 극단에로 이끌어가고있다.

이런 각도에서 동서와 고금을 련결하면서도 현대음악이 나아갈 진정한 의미에서의 음악적길을 개척한 윤이상의 음악사적공적에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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